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박미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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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야 할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된다. 그럴지 모른다. 우린 그렇게 운명적 사랑을 기다린다.

<너의 이름은>의 소재는 특별하지 않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육체가 뒤바뀐다는 상상은 여러 드라마와 영화로 보아왔다. 시간을 뛰어넘어 서로 연결이 된 남녀의 이야기도 많다. 우리영화 <동감>이나 <시월애> 등등. <너의 이름은>은 이 두가지 소재가 합쳐져 있다. 3년이라는 간격을 뛰어넘어 남녀의 몸이 수시로 뒤바뛴다. 하지만 뒤바뀐 몸을 가지고 지낸 시간은 기억하지 못한다. 여기에 두 남녀의 사랑을 깊게 만들어주는 사건이 일어난다. 혜성의 조각이 떨어져 한 마을을 초토화시키는 사건. 이젠 시간을 거슬러 가 과거를 바꾸고자 하는 일이 추가된다. 최근의 우리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처럼 말이다.

어찌보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영화적 소재를 한데 뒤섞여 운명적 사랑에 대해 말을 하는 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대를 찾는 안타까운 마음을 섬세히 담아낸 연출 덕분에 이야기는 흥미를 끈다. 시간과 인연, 운명은 끈처럼 이어져 결국 닿아야 할 곳에 닿는다. 우린 그 끈을 놓지만 않으면 된다. 하지만 살다보니 그 끈이 끊어져버리기도 하고 다른 끈과 뒤엉키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이 끊어짐과 뒤엉킴 이전의 세상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일종의 동화다. 사랑은 운명이라는. 녹슬어버린 마음에 운명이 빛을 발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니 청춘은 뜨겁게 뛰는 심장을 가져야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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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것은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다.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 반려견들의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문제해결에는 반려견 전문가가 등장하는데 이 전문가의 말 하나하나에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원인은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에 있다 라거나 '무조건 퍼주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는 등등 사람과 반려견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까지 확장해도 될 격언이 매 회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말썽을 일으키는 반려견들의 문제는 함께 하는 사람의 사랑하는 방식이 그릇된 것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길들이기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길들여진다 또는 길들이다라는 개념은 순치(順治)라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해 약간 부정적 입장이다. 즉 길들여진 말보다는 야생마가 좋다는 관점이다. 길들여짐이란 순치와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생각은 여우와 어린왕자간의 대화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진다는 뜻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도 어김없이 작동한다. 그래서 길들여진 여우가 진짜 행복할까? 자신만의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자유와 행복은 함께 갈 수 없는 것일까 등등의 생각으로 확장됐다. 

그런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면서 길들여진다는 것이 꼭 순치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길들여지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며, 그것이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퍼주는 사랑보다는 때론 절제도 하며 인내하는 자세를 통해 행복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갈등을 최대한 피하려하고 자기 만족을 위해 모든 걸 내주는 사랑은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길들여짐이란 밀고 당기는 소위 밀당의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조건 내어주거나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에도 균형은 필요하다. 길들여짐은 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상에 나쁜 사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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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떨려.”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딸내미가 한마디 툭 건넨다.

그런데  이 말이 내 가슴을 때린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과연 학교에선 방과후 학교와 돌봄 교실을 몇시까지 진행할 것이며, 딸내미가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위해 학원과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또 6개월 쯤 후엔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학 문제는 잘 해결할 수 있을련지 등등 걱정만 한 가득이었다.

그런데 딸은 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마음으로 설레고 있었던 것이다.

아~ 딸의 마음조차 헤어리지 못하고 내 생각에 갇혀 있었다. 딸 조차도 이런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일은 어른도 함께 성장하는 일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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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 -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작은책마을 43
허가람 지음, 조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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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아,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경우가 있다. 출근시간은 다가오는데 아이는 밥을 먹으며 해찰하고, 옷을 고른다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급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맞다.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야단을 친다. "빨리 빨리 하란 말이야" 야단도 치고 "이러다 지각하겠다. 얼른 서두르자~" 달래도 보고. 야단을 치든 달래보든 속에선 불이 난다. 꼭 나를 골탕먹이려고 하는 짓인가 어이없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어떡하겠는가. 아이는 그저 밥만 먹는게 심심할 뿐이고, 예뻐보이고 싶을 뿐인데....

울화통이 치밀고 욱 하는 것. 잠깐만 멈추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면 조금은 가라앉는다. 실제 해결의 방법은 상대방의 말을 듣겠다는 자세와 내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두 가지다. 말은 듣지만 난 변하지 않겠다면 그건 들으나마나다. 듣겠다는 자세는 내가 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동화는 갑자기 땅 속에서 커다란 지렁이가 솟아올라 도시를 무방비상태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어른들을 풍자한다. 물론 거친 고정관념이 있긴 하지만 그 풍자는 어른들이 보기에도 유효하다. 사건의 원인이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발한다. 환경보전에 대한 이야기가 고리타분하지 않고 공상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아이들이 읽기에 제격이다. 

이 동화는 환경오염이라는 현대사회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법까지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있어서 좋다. 아이들에게 지렁이를 몰아낸 괴물같은 것이 또 무엇이 있을지 서로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빠에겐 가끔 아침에 늑장을 부리는 아이가 괴물일 수도 있겠다는 발칙한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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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괴물 몽테크리스토 -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작은책마을 43
허가람 지음, 조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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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공상과학영화처럼 풀어내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어른들에 대한 유쾌한 풍자가 돋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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