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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 스님이 입적하면서 무소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경쟁하고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욕심에 대한 경계심으로서의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쓰는 마음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굳이 무소유라는 이름을 내건 건 그만큼 인간은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장회익 교수의 공부도둑은 소유에 대한 집착도 아름다울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바로 공부다. 공부를 통한 나의 사유를 갖는다는 것은 지극히 매력적이다. 내것일 때 아름다운 것. 바로 생각이다. 실은 공부에 대한 욕심은 필요한 것 이상의 것을 갖으려 하지 않는 무소유 정신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공부는 바로 꼭 필요한 그 무엇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부란 바로 남주는 것이기도 하다.
학문 그 자체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가히 경쟁만능 시대라 할만큼 모든 것을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다. 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학문은 기여이고 협동이지 결코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라는 것은 함께 취할 수 없는 소수의 목표를 놓고 서로 취하겠다고 다툴 때 나타나는 것인데, 학문의 목표는 결코 한두 사람이 취하면 없어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274쪽
'공부도둑'은 장회익 교수가 어떻게 공부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초등학교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한 환경에서부터 선진 학문을 배우고자 유학을 떠났던 이야기까지 파란만장한 삶도 녹아있다. 그리고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통합을 통해 생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명의 신비는 생명체 낱생명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밖에 놓은 무엇 보생명 사이의 관계에서 온다. 달 자체만 들여다보아 달의 모습이 변하는 이치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생명체 자체만 들여다보아 생명의 신비로운 이치를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달의 신비가 달 밖에서 오듯이 생명의 신비가 생명체 밖에서 온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333쪽
나는 앞에서 생명의 신비는 생명체 밖에서 온다고 했다. 이것은 생명은 낱생명 단위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오직 온생명으로 보아야 이해할 수 있는 생명의 신비로운 성격을 지칭한 것이었다. 347쪽
올바른 가치판단과 당위설정을 위해서는 기필코 사실에 대한 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또 자연의 객관적 이해를 비롯한 모든 사실의 이해가 궁극적으로는 바른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우주설에 내표된 동양의 전통적 관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386쪽
그래서 장회익 교수가 갖게 된 바른 삶의 방향은 온생명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온생명에 대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 때문인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다툼도 온생명을 생각한다면 논쟁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렇듯 자신의 생각을 갖게 되면 세상의 온갖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명확한 기준으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자신의 생각이란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명처럼 계속 변화, 발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그 끝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미혹되지 않는 길. 바로 공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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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 대해 단순한 이름뿐 아니라 읽어내야 할 내용이 있음을 알게하는...60쪽
평면에 그린 지도로 보면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사이가 극에서 극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실제로는 서로 인접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지구를 상상하지 못하는 교사는 탐험가가 가보니 그렇다고 하더라 라는 말 말고는 더 할 수 없게 된다. 296쪽
지금까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설정해온 기성개념이 무엇이며 이것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의식적으로 검토하고, 이것을 새 이론을 통해 바꾸어놓는 작업이 요청된다. 3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