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마지막날, 주차다. 

마치 예전 T자, S자, L자 면허시험 보던 것처럼 나름 공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전은 꼭 공식처럼 되진 않는다. 필요한 공간이 달라지고 거리는 어림짐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반복연습을 통한 감이다. 물론 공식은 이때 큰 도움을 준다.  

단 한번에 주차를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차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서두르다간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여유로운 마음자세는 운전할 때 꼭 필요한 자세다. 또한 주차는 주차선에 꼭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차는 차를 세우는데 그 목표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주차 연습을 하기 전엔 전면주차가 훨씬 쉬워보였다. 그냥 앞으로 주차하면 되는 것 아니야? 라고 단순히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전면주차가 오히려 더 어려웠다. 한번 잘못 들어갔다가는 베테랑을 데려와도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특히 초보자에게 전면주차가 어려운 것은 한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그 착각은 무리한 시도를 불러오고 결국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 한단계 한단계 차분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 주차는 말없이 이런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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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 U턴이다.

공덕동 오거리에서 신촌으로 가는 길에서 U턴 연습. 오거리 쪽은 차선이 넓은데다 신호등도 복잡하지 않아 크게 어렵지 않다. 심리적으로 상당히 여유로워 큰 어려움 없이 해냈다. 하지만 서강대 쪽으로 향하다 신호등을 받고 U턴 하는 곳은 우회전 차량은 물론 오른쪽에서 느닷없이 신호를 무시하고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등으로 인해 진땀을 뺐다. 특히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해 나타나는 오토바이는 사이드미러에도 잘 보이지 않아 자칫 사고가 날 뻔할 정도로 아찔했다. 그냥 앞으로 달리는 것보다 수십배 더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래, 맞다. 돌아가는 길은 단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살펴보아야 할 것이 산더미다.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들을 대비해야지만 같은 자리를 맴돌지 않을 수 있다. 때론 돌아서야만 하는 길, 절대 한눈 팔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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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날 

어느 정도 운전에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자신감이 붙은 것은 아니다. 조심조심 운전하고 있자니 옆에서 한마디 날라온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마세요" 

차선을 꼬박꼬박 지키려 하고, 앞뒤 거리 유지하려 하는 모습이 영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실제로도 차선 자체보다는 옆차들과의 거리가 더 중요할 것이다. 

"긁혀도 좋다고 생각하고 운전하세요. 그래야 운전을 배웁니다." 

맞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안전만을 생각하다가는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를 놓치기 쉽상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또한 1000번의 실패 끝에 한번의 성공이 아니라, 1000번의 도전 또는 1000번의 행위 이후 또다른 도전 또다른 행위가 성공일 뿐이다. 

모험은 실패를 거름삼아 커가고 행복은 그 거름을 바탕으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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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첫날 배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좌우를 둘러보라는 것. 멀리 보고 흐름을 읽으라는 것을 명심하다 보니 다른 함정에 빠졌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 사이드 미러를 쳐다보다 앞을 보는 것을 간혹 잊어버린 것이다. 옆 차선으로 안전하게 가기 위해 쳐다본다는 것이 오히려 지금 가고 있는 차선의 앞 차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되 그것은 참고사항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항상 시선은 앞을 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가고자 하는 길을 잊어버리고 눈앞의 목적만을 향해 달리다간 꽈당 충돌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브레이크는 제동 즉 멈춘다는  뜻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연수강사는 브레이크는 정지가 아니라 속도조절임을 강조했다. 액셀도 마찬가지다. 액셀도 속도조절이고 브레이크도 속도조절인 것이다. 다만 더 빠르게이냐 느리게이냐의 차이일뿐. 운전은 속도조절의 능력을 갖추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다고 말한다. 절망에 빠져 한치 앞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상황. 좌절하고 움츠려들며 한없는 자기 연민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멈춰 선 것이 아니다. 다만 속도를 늦췄을 뿐이다. 인생의 흐름에 과속을 막아준 일이기도 하다. 잠시 천천히 간다 해도 다시 액셀을 밟으면 된다. 늦게 도착한다 해도 좌절하지 않고 끝내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레이크도 액셀도 모두 속도조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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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운전학원에서 하루 20분씩 속성으로 딱 나흘. 그리고 응시한 면허시험에 덜컥 합격해버렸다. 그 이후로 핸들 잡은 적이 한번도 없으니 이건 면허를 따나 마나한 일. 다른 사람이 운전한 차만 타고 다니다 보니 너무 편했다. 가끔, 정말 가끔 운전할 줄 알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뿐. 귀찮고 성가신 마음에 운전석에 앉진 않았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일뿐더러 행동의 아버지였던 셈이다. 

아무튼 운전을 배우기로 결심(우습지 않은가.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쥐어준 면허증이 실제론 아무 것도 보장해 주지 못하니 말이다)하고 나서 도로연수를 신청했다. 시간당 2만원씩 10시간 20만원의 수강료. 아깝다면 아깝겠지만 차가 없는 상황에서 배우려면 별 수 없다. 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더군다나 아는 사람들은 옆에서 운전을 가르쳐주는 걸 꺼려한다. 자신의 숨겨진 성격이 확 드러날까봐. 

첫날. 액셀과 브레이크, 깜박이와 미등, 전조등 정도의 기본적인 기계 작동만 알아둔 채 바로 운전에 들어갔다. 14년 장롱인데 괜찮나요? 그냥 가세요. 제가 옆에서 보고 있으니까 겁내지 말고.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액셀을 밟았다. 좌우 폭이 전혀 가늠되지 않을뿐더러 사이드 미러는 커녕 계기판 조차 흘끗 마음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다. 정말 말 그대로 앞만 보고 달린다. 좌우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걸어가는 길에 자신이 없고, 자꾸만 주저주저 하다보면 자신의 바로 앞만 쳐다보며 가는 삶을 살아갈련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고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이를 토대로 한 자신감을 필요로 할 것이다.  

또 하나. 앞만 보고 가더라도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 저멀리 신호등이나 교통상황 등 흐름을 먼저 읽고서 운전을 해야 방어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상황만을 대처하다가는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꼼짝못하게 될 수도 있다. 흐름을 읽는 눈. 이것은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가지 못하더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세상의 흐믈을 읽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운전, 참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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