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운전학원에서 하루 20분씩 속성으로 딱 나흘. 그리고 응시한 면허시험에 덜컥 합격해버렸다. 그 이후로 핸들 잡은 적이 한번도 없으니 이건 면허를 따나 마나한 일. 다른 사람이 운전한 차만 타고 다니다 보니 너무 편했다. 가끔, 정말 가끔 운전할 줄 알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뿐. 귀찮고 성가신 마음에 운전석에 앉진 않았다. 그러나, 이젠 더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일뿐더러 행동의 아버지였던 셈이다.
아무튼 운전을 배우기로 결심(우습지 않은가.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쥐어준 면허증이 실제론 아무 것도 보장해 주지 못하니 말이다)하고 나서 도로연수를 신청했다. 시간당 2만원씩 10시간 20만원의 수강료. 아깝다면 아깝겠지만 차가 없는 상황에서 배우려면 별 수 없다. 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더군다나 아는 사람들은 옆에서 운전을 가르쳐주는 걸 꺼려한다. 자신의 숨겨진 성격이 확 드러날까봐.
첫날. 액셀과 브레이크, 깜박이와 미등, 전조등 정도의 기본적인 기계 작동만 알아둔 채 바로 운전에 들어갔다. 14년 장롱인데 괜찮나요? 그냥 가세요. 제가 옆에서 보고 있으니까 겁내지 말고.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액셀을 밟았다. 좌우 폭이 전혀 가늠되지 않을뿐더러 사이드 미러는 커녕 계기판 조차 흘끗 마음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다. 정말 말 그대로 앞만 보고 달린다. 좌우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걸어가는 길에 자신이 없고, 자꾸만 주저주저 하다보면 자신의 바로 앞만 쳐다보며 가는 삶을 살아갈련지도 모른다. 주위를 둘러보고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이를 토대로 한 자신감을 필요로 할 것이다.
또 하나. 앞만 보고 가더라도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 저멀리 신호등이나 교통상황 등 흐름을 먼저 읽고서 운전을 해야 방어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상황만을 대처하다가는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꼼짝못하게 될 수도 있다. 흐름을 읽는 눈. 이것은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흐름을 읽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가지 못하더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세상의 흐믈을 읽을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운전, 참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