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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전사 - 근대와 18세기, 그리고 탈근대의 우발적 마주침
고미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다산과 푸코를 통해 근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대란 우리가 디디고 서 있는 현대를 구성한 밑바탕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아무런 문제없이 또는 문제가 있더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근대를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현실이 불편하거나 불행하다고 느껴진다면 도대체 왜 이런 것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돌아봄은 말 그대로 돌아보는 것으로, 그 첫 자리는 근대가 될 수 있겠다. 현재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기본 생각들은 근대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요약하건데 저자가 바라본 근대의 문제점은 직선과 곡선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곡선에 대한 폭력적 작용이 직선으로 드러난다고 보는는 것이다.
기차나 증기선을 위해 가차없이 오솔길과 실개천은 사라져야만 한다. 고속열차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겪어야 했던 과오-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와 머지않아 이루어질지 모를 대운하가 이런 직선의 폭력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다.
기차나 증기선이 공간적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라면 시간적 측면에서는 진화론이 직선적 사고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겠다. 진화론이라는 것은 결국 직선이며, 직선은 그 목적성을 지니고, 그 목표를 향해 속도를 요구하게 된다.
공간적이든 시간적이든 직선은 접촉의 과정이 생략된다. 구불구불 흐르는 천이 우리에게 주는 것과 직선으로 흘러가는 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서로 뒤섞이는 사이성이 사라진다는 것은 관계가 없어지고 자아의 독립만을 요구한다. 이 독립은 접속능력이 제로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단절과 고독으로 나타난다. 자의식의 과잉과 권태는 그 결과로 드러난다.
이러한 직선적 흐름은 근대에선 화폐와 성욕, 그리고 죽음이라는 욕망으로 표현된다. 그 욕망은 매혹이라기 보다 폭력적이다.
그렇다면 이 직선을 향한 맹목적 순정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그 방법의 탁월한 예가 바로 변이와 생성을 잘 보여주는 장금이다. 그녀의 열정과 사랑은 사람간의 막혀 있던 벽을 허물고 떨어져 있던 간격을 메운다.
만약, 현재 당신이 버티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 고독하고 우울하다면, 또는 세상이 권태롭게 느껴진다면, 장금이를 떠올려 보자. 직선으로 내달리지 않고 구불구불 흘러가며 뭇생명(사람)과 조우하며 함께 웃음을 나누었던 장금이의 열정과 사랑을 배워보자. 그래서 각자의 몸에 변이가 일어나고 새로움이 생성되도록... 그 변이와 생성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