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학생 살해 피의자 정모씨의 범행동기를 놓고 말들이 많다. 정씨가 살해했다는 자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의문점은 가시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정씨의 집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음란물 동영상과 롤리타라는 아동 포르노물을 발견한 사실을 밝히고 정씨가 롤리타 컴플렉스를 지닌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문득 만화가 양영순의 아색기가 중 한 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직업이 킬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젊은 사내가 칼 또는 총에 맞아 거의 죽어가면서도 끝끝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죽기 직전 마지막에 한 행동은 컴퓨터에 저장된 야동을 지우는 것. 그때 당시엔 사람이 죽으면서도 체면을 지키려 한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이번 초등생 살인 사건을 보면서 만화 속 장면에 대한 또다른 생각이 꿈틀댔다. 특히 혼자 사는 독신남/녀의 경우엔 더욱 그럴 것이라 여겨진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소비하고 욕망을 배설하는데 야동을 상당 부분 이용할 것이라고 본다. 케이블 텔레비젼의 19금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인터넷을 떠도는 그 수많은 야동들. 배급과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콘텐트 들이다. 더군다나 최근의 경향은 성에 대해 보다 솔직해짐으로 인해 감추어지고 억눌린 것들로부터 벗어나자는 추세이다 보니, 때론 포르노도 각광을 받는다. 그리고 19금 영화는 숨어서 조마조마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당당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됐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냐에 따라 해석의 차이는 발생한다.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이 보는 것과, 부부가 함께 보는 것이 다르듯 중년의 독신이 이런 영상에 집착하게 된다면 색안경을 끼게 된다. 무언가 정신적 또는 신체적으로 이상이 있다는 생각을 먼저 갖는다. 과연 그런 해석은 정당할까.     

피의자 정모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직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들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 정모씨의 평소 삶이 범행의 동기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일본 추리소설 또는 서스펜스 소설에서 말하는 우발성에 대해서도-물론 이 우발성은 그런 우발성을 가져올 경향성을 이미 지니고 있는 자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더욱 크겠지만- 또는 다른 무엇인가의 억눌림이 성적 배설로 소비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접근도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한국판 켈로그 생긴다-농림수산식품 업무보고

 

이르면 올해 말 미국의 선키스트·켈로그 같은 대형 농수산 식품회사가 생길 전망이다. 고령화하고 있는 농어촌에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농어촌 뉴타운’도 조성할 계획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농식품 기업과 농어업인이 공동 출자하는 식으로 ‘농어업 전문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자체 브랜드 개발로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 농수산물의 국내 유통 및 수출까지 전담하는 회사다. 한국의 농어업이 덩치를 키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정부는 이를 위해 300~500㏊ 규모의 간척지를 30~50년간 장기 임대해주고 경지 정리, 용수로 개발 등 인프라 구축은 물론 시설자금도 융자해줄 계획이다.

또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농수산물을 싸게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시·군마다 지역 생산물의 3분의 1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유통회사를 설립한다. 이들 유통회사와 농어업 전문회사에서 생산·가공된 농수산물은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형마트·외식 체인점 등에 전달된다.

농어업 전문경영인도 키운다. 정부는 내년까지 다른 산업 임원급 가운데 100명을 선발해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교육시킨 뒤 농어업 전문회사·유통회사를 운영할 경영인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농촌에 거주하기를 꺼리는 30~40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뉴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올해 공급 예정인 국민 임대주택 100만 호 중 일부를 활용해 전원형 임대주택 단지를 조성한다. 뉴타운 내에는 보육시설과 유치원을 설치하고, 영·유아에 대한 양육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 전국 10여 곳에서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놀고 있는 농지를 생산적으로 쓰기 위해 농지·산지에 대한 각종 규제도 대폭 풀어나가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마지막 남은 나무마저도 베어졌다.

마지막 남은 강물마저도 독으로 오염되었다.

마지막 남은 물고기마저도 잡혔다.

오직 그 때에만 인간은 돈은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리라

-인디언의 말 중

미국과 중국의 밀애가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만들고 있다. 미국인들의 삶은 빚으로 꾸려져 나가고 있고, 그 빚의 많은 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온다. 중국의 그 많은 돈은 미국인들이 매입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수입이다.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할 수도 있는 집값과 주가의 장난에 허파에 바람 들어가듯 씀씀이가 커진 미국인들의 과소비가 경제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사 들이고, 보다 빠르거나 보다 예쁘거나 보다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이유로 물건을 바꾼다. 통장엔 마이너스만 그어져 있다. 물론 미국의 이런 마이너스를 권장하는 경제 덕분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푼 없이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은 마이너스 사회 덕분에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그림자가 너무 깊다.

돈을 갚아야만 하는 시기가 닥쳐올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미래의 전망사업인 금융업이 숭상하는 숫자가 과연 우리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 숫자는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잘 따져볼 일이다.

정말 우리는 화폐나 숫자만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끝없는 욕심 때문에 땅도 강도 바다도 하늘도 다 잃어버리고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나비와 전사 - 근대와 18세기, 그리고 탈근대의 우발적 마주침
고미숙 지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다산과 푸코를 통해 근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대란 우리가 디디고 서 있는 현대를 구성한 밑바탕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아무런 문제없이 또는 문제가 있더라도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근대를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현실이 불편하거나 불행하다고 느껴진다면 도대체 왜 이런 것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돌아봄은 말 그대로 돌아보는 것으로, 그 첫 자리는 근대가 될 수 있겠다. 현재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기본 생각들은 근대를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요약하건데 저자가 바라본 근대의 문제점은 직선과 곡선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곡선에 대한 폭력적 작용이 직선으로 드러난다고 보는는 것이다.

기차나 증기선을 위해 가차없이 오솔길과 실개천은 사라져야만 한다. 고속열차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겪어야 했던 과오-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와 머지않아 이루어질지 모를 대운하가 이런 직선의 폭력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다.

기차나 증기선이 공간적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라면 시간적 측면에서는 진화론이 직선적 사고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겠다. 진화론이라는 것은 결국 직선이며, 직선은 그 목적성을 지니고, 그 목표를 향해 속도를 요구하게 된다.

공간적이든 시간적이든 직선은 접촉의 과정이 생략된다. 구불구불 흐르는 천이 우리에게 주는 것과 직선으로 흘러가는 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서로 뒤섞이는 사이성이 사라진다는 것은 관계가 없어지고 자아의 독립만을 요구한다. 이 독립은 접속능력이 제로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단절과 고독으로 나타난다. 자의식의 과잉과 권태는 그 결과로 드러난다.

이러한 직선적 흐름은 근대에선 화폐와 성욕, 그리고 죽음이라는 욕망으로 표현된다. 그 욕망은 매혹이라기 보다 폭력적이다.

그렇다면 이 직선을 향한 맹목적 순정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그 방법의 탁월한 예가 바로 변이와 생성을 잘 보여주는 장금이다. 그녀의 열정과 사랑은 사람간의 막혀 있던 벽을 허물고 떨어져 있던 간격을 메운다.

만약, 현재 당신이 버티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 고독하고 우울하다면, 또는 세상이 권태롭게 느껴진다면, 장금이를 떠올려 보자. 직선으로 내달리지 않고 구불구불 흘러가며 뭇생명(사람)과 조우하며 함께 웃음을 나누었던 장금이의 열정과 사랑을 배워보자. 그래서 각자의 몸에 변이가 일어나고 새로움이 생성되도록... 그 변이와 생성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마포 네 모녀 피살사건의 범행동기가 돈에 있다는 경찰의 발표를 들으며 안타까움이 더했다. 돈이 사람잡는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돈에 얽힌 참담한 사건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한두번도 아니기에 새삼 놀랄 것도 없겠지만, 그래서 또 돈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쨋든 그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번 사건의 경우 더욱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 있는듯하다.  

네 모녀가 사라지고 나서 보름이 지나고 나서야 실종신고가 들어왔다. 여행간다는 말 한마디가 이들의 실종을 단순한 자리비움으로 만들었다. 더군다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이들이 오고 간 행적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아파트 생활이란 것이 철저한 독립을 전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층간 소음을 허락할 수 없는 곳, 발꿈치를 들고 담장 넘어 옆집을 살짝 들여다보는 건 절대 불가능한 구조. 그래도 아파트는 더 낫다. 영화 추격자로 인해 다시 떠오른 유영철의 연쇄살인 사건에서는 그의 거주지가 오피스텔이었고, 그 곳에서 시체를 절단하는 일이 일어났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삶은 이웃이 누구인지조차 전혀 알지 못하는 삶이다. 이번 마포 네 모녀 또한 한달이든 두달이든 집을 비우더라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철저한 소외 또는 스스로의 격리가 꼭 불행한 일만 초래하는 것일까. 근대로 들어오면서 자아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타인과 구별되는 나라는 생각은 나만의 것을 요구하게 됐고, 그 요구는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방해받지 않는 공간. 그것은 원룸과 오피스텔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파트도 가능하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 도시인은 그 안에서 (가짜)행복을 느낀다. 그 공간에서의 삶이란 오직 소비로서만 유지되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방송과 라디오를 통한 전파 속 목소리와 얼굴이 살며시 어루만져준다. 이것 또한 진짜 고독으로부터의 탈출은 아니다.

나에 대한 집착, 그리고 그 집착이 빚어낸 거주지의 변화, 그리고 변화된 삶의 양식. 내 머리 위에 누군가 살아가고 있고, 내 발 밑에 누군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