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을 넘기며 어김없이 블루베리가 동해를 입었다. 10그루 정도가 고사했다. 이렇게 죽어나간 자리에 묘목을 새로 심는 보식 작업이 필요하다. 다행이라고 할까. 2년 전 삽목했던 것 중 10여개가 잘 살아남았다. 그런데 막상 보식을 하려고 보니 대여섯개 정도만 잎을 내밀고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른 개체는 겨울을 못 이기고 죽은 듯하다. 



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묘목을 심었다. 상토를 한 삽 뿌리고 피트모스를 대여섯삽 정도 뿌려줬다. 죽은 나무를 뽑아보니 흙이 촉촉했다. 아무래도 배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나무를 죽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래서 피트모스 이외에 상토도 조금 뿌려준 것이다. 그리고 흙을 깊이 파지 않고 두둑을 조금 높이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아무래도 비가 많이 올 경우, 또는 지하수위가 높을 경우를 대비해서 두둑을 두텁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블루베리도 곧 잎과 꽃이 필 터인데 이번 추위로 냉해를 입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아직은 활짝 핀 상태가 아니기에 큰 피해는 없을 듯하다. 올해는 삽목을 오십여 개 정도 진행하고 있는데, 잘 키워서 보식에 문제가 없도록 하고 싶다. 어차피 죽음이란 피해갈 수 없을테니. 새로운 삶으로의 순환을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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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불규칙할 때는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4월 13일과 15일 연달아 0도~영하 1도까지 아침 기온이 떨어지면서 일찍 핀 과일나무의 꽃들이 냉해를 입었다. 



세 그루의 배나무 중 원황이 가장 먼저 꽃을 피웠는데, 이 차가운 날씨에 직격탄을 맞았다. 



분홍색 술을 내밀지 못하고 까맣게 타버렸다. 꽃술  중 2~3개 정도를 남겨 놓고 냉해를 입었고, 이런 꽃들이 꽃 뭉치 7~8개 중 4~6개에 달했다. 이렇게 냉해를 입게 되면 수정이 어려워지고, 수정이 된다 해도 기형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신고배는 이제 꽃봉오리를 맺고 있어서 냉해를 피해간 건 아닐까 싶은 것이다. 하지만 꽃봉오리 자체가 냉해를 입은 경우도 있기에 꽃이 다 피어날 때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개복숭아도 어느새 분홍색 꽃을 활짝 피웠다. 옆의 복숭아밭에서는 아직 꽃 필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개복숭아가 부지런을 떠는가 보다. 



원황배 보다 2~3일 정도 늦었는데, 그 덕에 냉해를 피해갈 수 있었다. 날씨가 이렇게 뒤죽박죽일 때는 꽃이 되도록 늦게 필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는 어렵겠지만, 마냥 날씨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아몬드를 비롯한 여러 곡물과 과일이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떤 과일과 곡물은 사치품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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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4월 12일~15일


가시오가피 잎이 제법 자랐다. 매년 가시오가피가 여름에 병에 걸리면서 열매를 수확하지 못하고 있지만, 봄에 잎을 따서 나물은 무쳐 먹고 있다. 



올해는 병에 걸리지 말라고 빽빽하게 자란 가지를 정리해 주었다. 가운데 줄기를 친 부분들을 솎아 준 것이다. 솎은 가지에서 자란 잎을 따서 따로 모아두고, 줄기는 삽목을 위해 잘랐다.



가시오가피 삽목은 한 번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는 정성스레 가꿔볼 심산이지만, 결과는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도 계속 도전은 해보아야 할 터.



상토에 삽수를 꽂고 비를 듬뿍 맞혔다. 시간이 날 때 그늘막을 쳐 둘 계획이다.



잎은 살짝 데쳐서 간장과 참기름, 마늘, 참깨를 넣고 조물조물 섞어 주었다. 연한 잎의 식감과 가시오가피의 향이 그윽하다. 봄이 되면 즐길 수 있는 호사다. 



밭을 이리저리 정리하다보니 아스파라거스가 솟아나 있는 것이 보였다. 지난해 심었던 모종이 올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5주를 심었는데, 1주 마다 아스파라거스가 제법 자라나올듯 하여 기대가 된다. 실수로 한 개를 부러뜨려서 아직 충분히 자라지는 않았지만 시식을 해 보았다.



보들보들한 것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특별한 맛이 나거나 자극적이지 않지만 은은함과 보들거림이 좋다. 달랑 한 개라서 맛을 충분히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가 기대가 된다. 



하지만 15일 아침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아스파라거스가 살짝 얼었다. 꽁꽁 얼어붙진 않아 다행이지만 동해를 입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몇 일 더 살펴보면 알 수 있을터다. 추위를 이겨내고 더 튼튼하게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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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4월 12일~15일 비 갬 비 갬 눈 잠깐 비


4월인데도 최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중순에 눈까지 내려 농사를 짓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이상 기후가 계속된다면, 노지에서 농사를 짓는 일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이제 농사는 시설을 지어 에너지를 고도로 투입해 기후를 제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아무튼 날씨 탓에 조금씩 뒤로 미뤄진 정식을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어서 비가 흠뻑 온다는 예보를 믿고 행동에 나섰다. 브로콜리와 양배추를 각각 5개씩, 상추를 10여 개 이상 심었다. 



원래 골을 파지 않고 될 수 있으면 흙을 뒤집지 않는 즉 무경운 농법을 지향하고 있지만, 이미 풀들이 잔뜩 인데다, 요즈음 비가 쏟아지면 무섭게 내리부어서, 살짝 골을 파기로 했다. 오전 중 밭을 고르고 정식을 한 후 물을 따로 주지 않았다. 오후부터 비가 쏟아진다는 예보를 믿고 놔 두었다. 

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물을 주어야 했나 싶은 마음이 꿈틀꿈틀 일어날 때쯤 비가 한 두 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한 두 방울 내리던 비가 밤새 꾸준히 내렸다. 다음날 흙이 어느 정도 촉촉히 젖어 있고 모종은 잘 활착된 듯 보인다. 비가 이렇게 사납지 않고 부드럽게 반나절 내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 하지만 날씨가 어디 바라던 대로 이뤄진더가. 



15일 아침에는 온도계가 영하 1도를 가리킨다. 강아지 물통의 물이 얼지는 않았지만 살얼음이 언 곳도 보인다. 브로콜리 잎에 맺어진 물방울은 꼭 얼어붙을 기세다. 다행히 얼지는 않은 듯한데 동해를 입었을련지도 모르겠다. 내일 오전까지는 1~2도 수준이라니 잘 견뎌주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 또 어떤 날씨가 닥칠지, 또 어떤 벌레들이 덤벼들지 모르겠지만, 부디 잘 이겨내서 튼튼하게 자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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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 시리즈 <거의 평범한 가족>. 스웬덴. 6부작. 청불. 2023년. 범죄. 스릴러. 2023년 11월 공개. 마티아스 에드바르드손 2018년 동명 원작 소설. 35개국 55만부 판매됨. 뉴욕타임스 선정 올여름 최고의 스릴러. 2021 프랑스 추리소설 문학상 수상작. 부모는 자식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까. ★★★☆  7점/10점

  

2. 아버지는 목사인 아담. 어머니는 변호사인 울리카. 외동딸 스텔라는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핸드볼부 합숙 훈련 기간 중 코치로부터 성폭력을 당한다. '얼어붙은 공포'로 인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울리카는 딸의 불행을 알게 되지만, 법적으로 승산이 없어 그냥 넘어가기로 결정한다. 오히려 입방아에 올라 딸의 일상이 무너질 것을 염려해서다.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테지만, 딸의 마음을 안아주지는 못했다. 아담 또한 딸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18세가 된 스텔라는 과거를 잊은 것 마냥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날 32세 사업가 크리스토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다소 마초적 경향을 지닌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러다 크리스토퍼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과연 크리스토퍼를 죽인 사람은 스텔라였을까. 아담과 울리카는 스텔라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그리고 과거의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을까. 


3. "네 잘못이 아니야!"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음험함이 깃들어 있다. '그럴 만 하니까', 또는 '네가 잘 했으면'이라는 딱지를 갖다 붙인다. 성폭력이 일어난 원인을 제공했다는 날 선 음모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에게도 이런 음험함과 2차 폭력을 인지하는 시선이 생겼다.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날이 서 있지 않고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피해자가 후유증으로 온전한 삶이 파괴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특히 피해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부터의 응원이 절실하다. 

<거의 평범한 가족>에서는 아담과 울리카가 딸의 피해에 대해 울분과 분노를 토해내지만, 정녕 딸을 안아주는 데는 소홀했다. 그로 인해 알게 모르게 죄책감을 갖고 살아간다. 그것이 아담과 울리카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 것조차 모른 채 말이다. 이런 부모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다. 실은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 조차 불행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이번엔 스텔라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고 감싼다. 마치 지난 일을 보상하려는 듯 그 감쌈의 정도가 지나치다 할 정도다. 하지만 아이에게 부모는 신과 같은 존재다. 아담과 울리카는 한 때 무력한 신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과연 부모는 신으로 돌아와 가족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법과 제도의 벽 앞에서 돌아설 것인가.


4.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은 쉽지 않다. 신이라 여겼던 부모가 한낱(?) 인간임을 알게 된 순간 자식은 부모와의 소통을 저어한다. 비밀이 생겨나고 자신만의 방에 갇힌다. 부모는 자식에게 항상 열려있는 창처럼 행동하지만, 그 또한 자신의 삶과 생각이라는 집에 살고 있는 존재다. 자식을 향해 열려 있는 창이 어떨 때는 잠겨 있기도 하고, 어떨 때는 커튼이 쳐 있기도 하다. 소통은 투명하지 못하고, 주춤한다. 과연 부모와 자식은 어디까지 소통 가능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완전한 소통이 아님을 전제로 두루뭉술하게 오고 가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을까. 우리의 평범한 가족들이 실은 거의 평범한 가족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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