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8월 26일 흐림 20도~28도


미니사과나무에 열린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하지만 병충해에 시달려 모양과 색깔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도 맛이나 볼려고 한 개 따 보았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던 나비들이 나무가 흔들리자 십여마리가 날아간다. 아~ 이러니 사과나무가 남아날리가 있나... 이 나비들이 알을 낳아 애벌레가 태어나면 잎과 가지를 엄청 갉아먹을 테고, 여기서 생긴 상처로 인해 병에도 쉽게 걸릴 것이다. 그래서 애당초 이런 나비나 나방과 같은 것들이 나무에 오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약을 치지 않고 놔두다보니 쉽지가 않다. 



아이들 주먹만한 크기의 사과가 검붉게 익었다. 약을 치면서 관리가 됐다면 반짝반짝 예뻤을 것 같다. 하지만 벌레나 균의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자라난 사과의 생명력은 클 것이라 여긴다. 



껍질 채 먹으면 좋겠지만 어디가 어떻게 상했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껍질을 깎아봤다. 중간중간 상한 흔적이 보인다.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먹어보니... 사과맛이다. ㅋ 약간 덜 익은듯하다. 꼭 아오리사과를 먹는 듯한 맛이 난다. 조금 더 놔두었다 먹을만한 것들을 몇 개 정도는 딸 수 있을듯하다. 이렇게 풀 관리만 하면서 놔두어도 수확이 가능할지는 1~2년 더 두고 볼 생각이지만, 친환경농자재를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겠다. 사과의 빨간맛! 머지않아 맘껏 느껴볼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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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이 끝났다. 김혜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그 탓인지 시청률이 그만큼 나오지는 못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였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담은 멜로적 측면과 살인 사건을 다룬 형사물의 냄새를 잘 버무려, 세상은 살 만하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것은 어릴적 상처다. 마지막회 전인 15화에서 피투성이가 된 발로 길을 걷는 세 명의 아이 이야기를 전했다.

그 아이들이 서로 다른 어른을 만났는데 한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 주었고, 또 한 아이는 남을 위해 더는 자신에게 상처를 내지 않도록 숨겨졌지만, 다른 아이는 신발이나 위로 대신 비난이나 학대를 받았다. 세상에는 발이 없는 아이도 있는데 너는 신발이 없다고 징징댄다고. 그날의 일은 세 명의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주인공인 주영도는 엄마의 신을 신었던 아이와 형에게 신을 벗어주지 못했던 아이는 타인을 구해주지 못했다는 마음으로 힘겨울 수 있겠지만 끝내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건 죄책감일 뿐 죄가 아니니까. 하지만 다른 한 아이는 아무도 약한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는 좌절이 분노가 되는 발화의 순간이 올 수 있다.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 생겨나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트라우마는 어른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동안 갑자기 툭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을 갉아먹어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거나, 극단적으론 목숨마저 앗아갈 수도 있다. 아니면 반대로 타인에게 화살을 돌릴지도 모른다. 이런 불행을 막아주는 것은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다시 마주치되, 그를 응원해줄 사람이 곁에 있어, 함께 극복해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받았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목구멍에 걸린 칼날을 뽑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아름다운 세상은 분노를 유발하는 현실에서 잔잔한 위로가 된다.


하지만 이럴 때면 항상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오 헨리의 단편 [마녀의 빵]이다. 누군가의 선의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섬뜩하다. 다만 우리는 재앙이라는 결과만을 보지않고 선의라는 그 의도를 보는 마음도 함께 가졌다는 것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그 누구라도 [너는 나의 봄]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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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몰입 - 나를 넘어서는 힘
짐 퀵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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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매너리즘에 빠지곤 한다. 몸과 마음에 힘이 빠진다. 이럴 땐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읽다보면 뻔하다고 느껴지는데, 그 뻔한 것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자기계발서는 이런 나에게 자극을 준다. 자동차 시동을 걸 때 점화플러그가 작동해야 앞으로 나아가듯, 점화플러그의 불꽃을 튀게 해주는 것이다. 


이책 <마지막 몰입>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뛰어난 경영자들이 두뇌 개발을 위한 코치로 부르는 짐 퀵이라는 사람이 쓴 잠재력 향상법이라 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의 대부분이 그렇듯 여러 책과 연구들을 통합해서 자기 안에 갇혀있는 잠재력을 극복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몰입을 방해하는 디지털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어떻게 집중하면서 뇌의 기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실제 다른 자기계발서와의 차이점을 크게 느끼진 못하겠다. 다만 속독의 방법과 이름을 기억하는 법과 같은 기억력 향상법 등 실제 유용한 방법론이 담겨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짐 퀵이 말하는 두뇌향상법은 어떻게 보면 이미지화 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방법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보면 책을 읽는 것은 읽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낭송이 아니라(반면 고미숙은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에서 낭송을 중요시한다. 책을 빨리 읽는 것이 중요한가, 뼈에 사무치는 것이 중요한가,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에 처방도 다르다) - 우리는 낭송하지 않을 때도 속으로 읽고 있다 - 글의 이미지를 그대로 머리에 집어넣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연습을 통해 글읽기의 속도는 몇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짐 퀵의 설명이다. 


암기 또한 이미지화 작업이 필요하다. 암기는 반복을 거쳐 뇌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화를 통해 능동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암기는 수동적 흡수가 아니라 능동적 재배치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책 내용을 참조- 


하지만 이런 구체적 방법론 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재밌는 일도 이유가 없으면 하지 않게 된다

는 것이다. 즉 동기부여가 없이는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 할 지라도 집중과 몰입이 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행할 수 없다. 반대로 괴롭고 힘든 일일지라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 즉 내가 행하는 일에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답을 긍정할 수 있을 때만이 우리는 최상의 몰입으로 일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가끔 매너리즘이 찾아올 때는 자기계발서를 찾기보다는 왜? 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하려나(아니, 그러고보면 이런 해답을 찾은 것은 이책 <마지막 몰입> 덕분이니 그래도 간혹 자기계발서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인간의 뇌나 심리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들을 통섭하는 책이 나온다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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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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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최소 굶어 죽는 일은 없을까. 굶어 죽지만 않는다면 무엇이든 해볼 수 있을까.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아직까지 뉴스엔 굶어 죽었다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굶어 죽는 이들이 있다. 영양실조로 인해 눈이 머는 아이들이 매년 700만명이 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보면 이렇게 굶어죽는 이들에게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것을 비행기에 실어 떨어뜨려 주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라고 한다. 언뜻 생각할 땐 먹을게 없는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급선무처럼 느껴지는데 말이다. 이렇게 먹을 것을 눈앞에 주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계속된 굶주림 이후 갑작스레 아무거나 먹는 것이 도리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긴 시간 단식을 한 이후 회복식을 하고 몸이 컨디션을 찾았을 때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이유와 같다. 그래서 의사와 같은 전문성을 지닌 이들이 정상적인 몸 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먹는 방법을 가르치며 차근차근 몸이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세계는 이런 전문가와 식량을 굶주림의 현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줄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부패한 권력과 행정, 독점적 곡물기업, 세계적 금융세력 등으로 인해 극히 일부에서 겨우 굶주림을 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무턱대고 지급되는 식량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은 위기를 극복하는 최소한의 긴급처방약처럼 보이지만 혹여 땜방식 처방으로 인한 독이 될 여지는 없는 것일까.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에게 지금 당장 먹을 것도 주어져야 하지만, 이들이 앞으로도 굶어죽지 않고 자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데 더 힘을 쏟는게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금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돈>은 분명 급한 불을 끄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결국 그 돈은 가진자들에게 돌아가 생계의 위협은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지원금이나 기본소득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돈만으로는 깨진 독에 물 붓는 것에 다름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과, 그리고 새어나간 물은 결국 내를 거쳐 강을 지나 바다로 흘러가버릴 것이기에, 자생할 수 있는 기본 시스템을 갖추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재난 시기 월세의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실업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직업교육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등등 돈만 주면 해결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전문가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까. 잠깐 목 마른 이에게 물을 주는 것은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현재의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이 잠깐 목 마른 상태라면 좋겠지만). 하지만 주위에 샘이 말라 목 마른 이들에겐 물을 주는 것과 함께 새로운 샘을 팔 수 있는 도구와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병행되어야만 한다. 이 도구와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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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유혹이다. 벌과 나비를 비롯해 자신의 꽃가루를 수정시켜줄 생물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화려한 색을 자랑하거나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그렇기에 자가수분을 하는 식물들은 궂이 꽃을 화려하게 피어낼 이유가 없다. 아니, 꽃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수수한 꽃의 백미는 벼꽃이다. 



마치 하얀 가루가 묻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벼꽃의 수술이다. 암술은 벼 껍질 안에 있다. 벼꽃은 단 하루만 핀다. 그것도 주로 10시~2시 사이에. 한 볏대의 이삭 전체에서 꽃이 피는 기간은 3~5일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벼꽃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이 벼꽃이 자가수분을 통해 수정이 된 것이 쌀이 되어 우리 밥상에 오른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쌀 하나하나가 모두 꽃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한 끼 식사를 통해 그 많은 꽃들을 삼킨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이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내는 그 꽃들이 논에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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