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7월 11일 흐린 후 갬 21도~29도


블루베리 수확으로 미뤄두었던 텃밭을 정리했다. 온통 풀로 가득해 어디에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다. 



먼저 고추를 심어두었던 곳을 정리했다. 풀에 치이기도 했지만, 양분이 없어서인지 키를 조금도 키우지 못했다. 



주위의 풀을 전부 베어서 눕혀놓고 보니, 고추를 몇 개식 달고 있는 것이 보인다. 풀에 기대어 있다가 풀이 없어지니 넘어지려고 하는 것도 보인다. 지지대에 지지줄을 걸고 집게로 걸어두었다. 당분간은 넘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양분을 추가로 주어야 할지는 고민해보아야 겠다. 



상추도 거의 자라지 못했다. 로메인과 섞인 종은 그래도 조금 자란듯하지만 풀과 경쟁을 하려해서인지 키만 잔뜩 키워놓고 있다. 게다가 상추는 벌레들이 좋아하는 작물이다보니 잎 여기저기에 잔뜩 벌레 똥의 흔적이 보인다. 겉잎은 장맛비에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다. 녹아내린 잎을 다 떼어내고 주위 풀들은 베어서 눕혀놓았다. 호박은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대가 약해 짓물러지기 직전이다.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텃밭의 양분이 부족해보인다. 



그럼에도 복분자만큼은 잘 자라고 있다. 너무 열매를 많이 달아서 가지들이 땅에 닿고 열매들도 흙과 함께 있어 곰팡이가 낀 것도 있다. 풀들을 정리하고 지지줄을 만들어 지지줄 위에 복분자 가지를 다 올려놓았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꽤 많아 수확을 제대로 한다면 청을 담글 수 있을만큼은 될 듯 보인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정리해놓은 복분자에 까치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인기척이 없자 복분자를 먹겠다고 까치와 까마귀들이 찾아온 것이다. 아마 이 동네 까치들은 다 모인듯하다. 집 문을 열고 나서자 후드득~ 까치 10여 마리와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간다. 보아하니 복분자를 거둘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내가 먹겠다고 하루종일 보초를 설 수도 없는 노릇이니, 까치와 까마귀들만 신이 나겠다. 다 익은 복분자를 누가 가져갈 것인지.... 나도 적당히 나눠주면 좋겠다. 까치들아~. 그래야 너희들을 쫓겠다고 궁리를 하지 않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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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7월 8일 소나기 22도~31도


장맛비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야행성 소나기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어두워지면 쏟아지는 빗줄기가 집안에 경쾌한 소리를 울려댄다. 밤새 퍼붓던 비는 해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듯 개고, 습한 공기에 햇살이 내리쬔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블루베리에 쏟고 있던 신경도 비가 오는 통에 다른 곳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부사는 어느새 아이들 주먹만큼 자랐다. 다 커서 익기까지 아직도 4개월 정도가 남았는데, 과연 벌레와 새 피해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니사과인 알프스오토메는 부사와 비슷한 시기에 열매가 맺혔음에도 자라는 것은 더디다. 다 커봤자 지금 부사 크기만큼밖에 되지 않을터라 몸집을 불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열매를 솎는 작업을 충분히 해주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열매솎기를 더 해주었다. 

사과는 본성대로 크고 있다. 작은 사과는 작게, 큰 사과는 크게. 작은 사과가 크겠다고 발버둥치지도, 큰 사과가 자라지않겠다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특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만으로 예쁘고 탐스럽다. 



대추나무에도 꽃이 피고 지고 있다. 지난해 벌레에게 피해를 다 입고 겨우 한 개 간신히 따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무도 많이 크고 꽃들도 훨씬 많이 피었지만, 과연 열매를 얼마나 맺을지, 그리고 수확이 가능할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복분자는 일부가 검게 익었다. 익는 시기가 차이가 커서, 한꺼번에 수확한 후 청을 담거나 술을 담는 것이 힘들듯하다. 복분자 나무가 많다면 상관 없겠지만, 겨우 두 그루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 수확량이 조금씩 나오다보니 처리하기가 쉽지않다. 그냥 익는대로 따다가 다른 과일과 섞어 갈아먹어야 할까. 아무튼 풀과 뒤섞여 있어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고 자라는 복분자의 생명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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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함께 농사를 짓다보면 풀을 대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있음을 체험하게 된다. 바로 풀 베기와 풀 뽑기다. 


풀 베기는 말 그대로 낫이나 예취기를 이용해 풀을 잘라내는 것이다. 풀 베기는 보통 풀 하나 하나를 잘라내지 않는다. 풀 무더기를 자른다. 속도전이다. 쭉쭉 쳐 내려간다. 뭉텅이로 잘려 나가는 풀들은 마치 사람이 상처를 입을 때 흘리는 피에서 냄새가 나듯 풀 잘린 냄새가 난다. 어떤 풀을 베든 그 냄새는 비슷비슷하다. 마치 어떤 사람의 피 냄새든 모두 비슷하듯 말이다. 


하지만 풀을 뽑는 것은 다르다. 풀을 뭉텅이로 잡고서 뽑으려고 하면 잘 뽑히지 않는다. 하나 하나 손으로 움켜쥐어야 한다. 풀 하나 하나를 손으로 잡다보니 손아귀 안의 풀이 어떤 풀인지를 알게 된다. 이름을 모르더라도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가 눈에 보이고 손에 감각되어진다. 즉 풀을 뽑으면 그 풀이 손에 느껴져 새겨지는 것이다. 그리고 뿌리채 뽑히며 내뿜는 냄새는 피비린내 같은 풀냄새가 아니라 풀 고유의 향이 난다. 풀 저마다의 향을 내뿜는 것이다. 


베어진 풀은 다시 자라난다. 우리가 상처를 받고 피를 흘려도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뽑혀진 풀은 뿌리에 흙을 머금은채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우리도 언젠가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만 풀이 자신의 향을 세상에 내뿜고 사라지듯, 우리는 나만의 향을 뿜어내고 돌아갈 것인지 모를 일이다. 풀이 뿌리를 흙에 내리듯, 우리는 온 몸에 나의 향기를 쌓아가야 한다. 그래야 흙으로 돌아갈 때 나의 향이 드러날 것이다. 다른 누구와도 똑같은 향이 아닌 나만의 향을 갖는 일은 오늘 하루 온몸으로 내가 행한 것들로 이루어진다. 흙으로 돌아가는 그날, 세상을 향해 내뿜을 그 향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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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7월 6일 흐림 21도~29도


올해 블루베리 수확량은 지난해 양보다 많아졌다. 작년에는 3주 정도 수확하고 나서는 더이상 딸 것이 없었는데, 올해는 여전히 딸 것들이 있다. 수확량으로 따지면 1.5배는 나올듯 싶다. 


하지만 안타까운건 말라죽어가는 나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줄기마름병이라 생각하고 말라가는 가지들을 잘라주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젠 완전히 말라죽을 때까지 지켜보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 확인해봐야 할 듯싶다. 그렇지 않으면 수십그루나 되는 블루베리의 굵은 가지를 쳐내야만 한다. 



지난해와 다른 것은 올해 중간에 토탄을 준 것 뿐이다. 세상에 100% 좋은 것은 없는가 보다. 토양의 산도를 낮추고, 양분을 공급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노렸지만, 이게 독이 된 건 아닌가 추측해본다. 혹여 토탄에 병균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라면 토탄으로 인해 과습해서 생긴 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과습이 원인일지 모른다는 가정하에 풀은 일부러 베지않고 있다. 장마기간 쏟아지는 비를 풀들이 조금은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과 말라가는 나무의 차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 어쨋든 죽어가는 나무들이 다시 살아날지 알 수 없지만, 이젠 지켜보는 수밖엔 없을 듯하다. 이 장마를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블루베리 잎에 사뿐이 올라앉은 개구리가 희망의 전령사이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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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6월 30일 맑음 20도~28도


요즘 아침 저녁으로 블루베리를 따느라 다른 곳을 둘러볼 시간을 못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풀은 정말 부지런히도 자라고 있다. 상추를 심은 곳 주위로는 상추보다 키가 큰 풀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고추는 자랄 생각을 않는데, 고추를 둘러싼 풀들은 열심히도 키를 키운다. 풀과 함께 키우는 요령은 도라지로부터 배워야 할 성싶다. 


 

도라지를 심은 곳 주위에는 풀을 찾아볼 수 없다. 도라지가 허리춤만큼 자라면서 풀이 자리를 못 잡은 것이다. 도라지가 자라는 초기, 즉 4월 경 도라지 주위의 풀들을 깨끗이 뽑아냈다. 도라지가 무릎 이상으로 자랐을 때 한 번 더 풀을 뽑아주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는 방치 상태. 하지만 이미 허벅지만큼 자랐던 도라지는 풀과의 싸움에서 쉽게 승리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세상에 홀로 내던져져도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만 옆에서 살짝 도와주면 된다. 다 자랄 때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칠 필요는 없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도와주고, 그 힘을 갖추는 순간 스스로 일어서도록 두면 될 일이다. 도라지가 스스로 자라는 것 마냥.



그러다보면 어느덧 아주 예쁜 도라지꽃을 피워낼 것이다. 



황기도 도라지처럼 쑥쑥 자라나더니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황기도 마찬가지로 무릎깨까지 자랄 때까지만 주위의 풀을 뽑아주고, 다음부터는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풀과의 싸움에서 초반에 작물이 자리를 잡고 자랄 때까지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바로 그점이 어렵다. 초반 풀과의 싸움을 지지해 줄 시간과 힘을 나누는게 쉽지 않다. 그래서 뒤늦게 심은 상추와 고추는 오히려 풀과의 싸움에 뒤져 혼쭐나고 있다. 지금이라도 얼른 풀들을 정리해주면 큰 도움이 될 테지만, 블루베리에 온 신경을 쏟는라 여력이 없다.(물론 핑계다) 내가 감당할 만큼만 심겠다며, 올해는 대폭 텃밭 작물을 줄였음에도 역부족임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풀만큼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것도 있다. 복분자다. 한쪽에선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새 가지를 뻗어내고 이제 꽃을 피워내고 있다. 복분자 주위 풀들도 한껏 키를 키워내보려하지만, 복분자의 성장세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도움을 주어야 할 시기가 있다.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손길을 주는 것. 그것은 때를 놓치고 뻗는 손길보다 수십 배 강력한 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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