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 25년 5월 17일 개봉. 2시간 49분. 15세 이상 관람가. 첩보, 액션, 스릴러. 시리즈물 중 8편. 1996년 1편 개봉. 물에서 하늘에서 죽을 고비 넘기며 시간과 싸우다. 결국 위대함은 <타이밍>이니까. ★★★★ 8점/10점


2. 7편이었던 전작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과 이어짐. 전 세계의 디지털 정보망을 점령해 버린 인공지능 NTT. NTT는 자신의 생존과 지구의 통제를 위해 인간을 제거할 계획이다. 그 계획 중 하나가 바로 핵무기. 전 세계 핵무기를 손에 넣고 동시에 핵 미사일을 세계 곳곳에 발사시키려고 한다. 미국은 NTT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전 세계에 핵무기가 터지기 전에 다른 국가의 핵무기고를 없애고, 이를 미국의 소행이 아닌 NTT의 소행으로 덮기 위해 미국 내 소도시 하나도 핵마사일로 희생할 생각이다. NTT가 핵무기를 발사하기 전에 이단 헌트와 그의 동료는 NTT를 제거해야 한다.


*** 이것도 스포일러일 수 있겠다.

3. <미션 임파서블> 8편인 <파이널 레코닝>은 제목에 파이널이 들어가면서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주인공인 톰 크루즈의 나이도 60이 넘어 지금까지 보여준 스턴트를 계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도 한 몫 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9편이 안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도대체 어디서 8편이 마지막이라는 소문이 떠돈 것일까. 톰 크루즈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이 아니라면 시리즈의 끝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긴장감을 더 한 것 중 하나는 시리즈가 끝이 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었다. 즉 이단 헌트가 죽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영화를 더 쫄깃쫄깃 만들어 주었다.



4. <미션 임파서블>의 트레이드 마크는 아찔한 스턴트 액션이다. 톰 크루즈가 직접 모든 액션을 소화한다. 미친 속도감으로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쾌감이 있다. 이번 8편에서도 이런 속도감이 등장한다. 바로 1943년식 보잉의 복엽기에서 벌어지는 비행기 쟁탈전이다. 공중에서 비행기를 옮겨 타고, 조종석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과 탈출 장면은 아찔아찔하다.




더불어 미친 속도감과 정반대의, 말 그대로 숨 막히는 수중 장면도 압권이다. 실제 54키로그램이나 되는 잠수복을 입고 촬영했다는 잠수 장면은 리얼타임과 가까워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특수 잠수복을 입고 잠수함 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정도. 잠수함에서의 활동은 거의 실시간 중계마냥 이어진다. 이것이 어떤 이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수중 장면이 주는 압박감을 표현하기에는 제격이지 않았나 싶다. 또한 속도감이 사라지고 수중에서의 둔탁함으로 인해 다소 지겹다는 평가도 많지만, 바로 이런 둔탁함이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렸다고 할 수도 있겠다. 


5. 이번 <파이널 레코닝>에서 간과되어진 액션은 바로 격투씬이다. <미션 임파서블>의 또다른 장점은 격투씬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액션 영화보다 훨씬 타격감이 실재적이다. 거의 대부분의 액션 영화는 카메라 트릭과 편집은 물론 배우들의 합을 맞춰 실제 주먹과 발이 닿는 것처럼 격투 장면을 보여준다. 즉 실제 치고 받고 하지 않고서 치고 받고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액션씬은 이런 합과 트릭이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극중 몰입의 정도에 따라 실제 액션으로 여기게 될 수도, 다소 엉성하게 보일 수도 있다. <존 윅>은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배우들의 합이 잘 맞아 떨어졌다고 인식하면서도 숨가쁜 전개로 액션의 탁월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션 임파서블>의 경우에는 계속되는 숨가쁜 전개가 아니지만 짧고 강렬한 격투 장면이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매끈하게 전개된다. 


6. 문제는 러닝타임이다. 3시간에 가까운 이야기이기에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중반까지는 지금까지 시리즈의 떡밥을 회수하고 설명하는 한편, 얼굴을 알지도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찬양이 이어진다. 이렇다 할 액션 장면 없이 회상과 말이 주가 되다보니 다소 지루해질 수 있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시간마저도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7. 훌륭한 소매치기와 위대한 소매치기의 차이는 <타이밍>에 달려 있다. 이 타이밍은 8편 내내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잠수복을 입고서 펼치는 액션 장면도 잠수복 내 산소량 때문에 시간이 제한되어졌다는 것. 비행기 액션도 미국이 핵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또는 NTT가 핵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것. 제한된 시간이 주는 긴장감이 폭발한다. 게다가 NTT를 잡기 위해서는 몇 백 만분의 1초도 안 될 눈 깜짝할 새보다 짧은 타이밍을 요구한다. 

사랑도 행운도 실은 타이밍이 아니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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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했던 논에 트랙터가 들어선다. 논이 갈리고 물이 들어간다. 물 댄 논이 찰랑찰랑 연못이 되어 간다. 몇 일 후 이앙기가 들어가 모내기를 시작한다. 두어 시간이면 모내기가 끝나고 모가 심겨져 있다.



5월 중순의 풍경이다. 이윽고 해가 저물면 논 이곳저곳에서 개굴 개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한 마리, 두 마리로 시작해 수 백 마리, 수천 마리가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 


5~7월이 산란기인 참개구리들에게 논 만큼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알맞은 물 높이와 먹이가 되는 각종 벌레들. 혹시나 들이닥칠 천적들을 피할 수 있는 땅 속까지. 제초제와 농약이 뿌려지지 않은 논이라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다보면 창문 너머로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봄이 지나 여름이 다가올 것임을 알게 된다. 개구리 울음소리는 어떤 날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려 잠을 부추기고, 어떤 날은 소음으로 들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든다. 개구리 울음은 그대로인데, 그걸 듣는 나의 마음은 같지 않아, 소음으로도 음악으로도 들려온다. '개구리 소리도 들을 탓'인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이 짓는 것이다(一切唯心造). 아니, 마음마저도 한결 같지 않아(無常) 그 때 그 때 다른 상을 만든다. 개구리 울음 소리를 통해 시절을 알고, 마음을 안다. 이렇게 알아 차려진 마음으로 다시 개구리 울음을 들으면 개구리 울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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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꼭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차로 2분 정도만 벗어나도 고요하다. 한정된 좁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가 왔다 그쳤다 지 멋대로다. 지금 내가 맞고 있는 이 비는 수만년 전 백두산의 호랑이가 맞았던 그 비이고, 임진왜란 때 큰 칼을 휘두르며 지휘했을 이순신 장군이 맞았을 그 비이며, 저 멀리 <사랑은 비를 타고>에 출연한 배우 진 켈리가 맞았을 비 일지도 모른다. 


물은 순환한다. 태고적부터 존재했던 물은 그 장소를 달리하고 모습을 달리하며 지금까지 존재해왔다. 절대량의 변화가 거의 없이 땅 속에서, 강과 바다에서, 얼음으로, 또는 구름으로 모습을 변해가며 생명을 지켜줬다. 그런데 물의 순환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지구 대기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수증기의 발생량도 많아지고, 이로 인해 홍수가 자주 발생한다. 한 쪽에 홍수로 물 난리가 나면 물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에 다른 쪽은 가뭄으로 곤란을 겪게 된다. 홍수와 가뭄 등 물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하수가 말라가면서 물 부족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곳도 늘어난다. 물의 격차가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물의 격차는 마치 인간 사회의 부의 격차와 닮아 보인다. 한정된 부를 나눠 갖는 인간 사회에서 이 부가 점점 한쪽으로 치우쳐 가고 있다. 부의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원시공산시대에서 개인의 소유가 등장하면서 격차가 발생하고, 자본주의라는 제도가 가져온 부의 확대 이면엔 상위 20%와 나머지 80%의 부가 비슷해지더니, 이젠 상위 1%의 부가 나머지 99%의 부와 맞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빈부격차는 물의 격차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폭탄이 될지 모른다. 우리가 감당하고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부의 격차가 가져올 재난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머지않아 이 부의 격차가 건강은 물론 수명의 차이를 불러올 것이고, 이는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탄소의 증가가 지구의 기온을 끌어올려 기후변화를 야기하듯, 경쟁의 극심화가 욕망을 끌어올려 부의 격차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쟁을 적절하게 억누르고 협동, 공생이 어우러지는 제도를 마련해야만 하는 때가 온 것은 아닐까. 우리가 탄소를 억제하고 친환경 기술을 연구하고 실용화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듯이 우리 사회제도 또한 경쟁을 적절히 억제하고 공생의 기술을 연구하고 실용화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퍼붓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공상에 잠겨본다. 올 한 해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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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장미의 계절로 불리지만, 실은 장미보다 훨씬 많이 꽃을 피우며 향기를 뽐내는 꽃이 있다. 바로 아카시아꽃이다. 실제론 아까시나무 꽃이 맞다. 우리나라에선 아까시 나무를 아카시아로 부르곤 하는데,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로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가짜와 진짜는 인간의 구별일 뿐, 아까시나무는 그저 아까시나무일 뿐이다. 이 아까시나무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한다. 


아까시나무는 일제시기 수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까시나무는 6.25 전쟁이 지나고 황폐화 된 삼림을 복구하기 위한 첨병으로서 역할을 해 냄으로써 값진 나무로 보여지다, 이제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인해 토종 나무를 해친다며 위해 수종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꿀 생산의 2/3 이상이 아까시나무 꽃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 양봉업자들과 꿀벌에겐 소중한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꿀벌이 없어지면 식량 생산의 대부분이 불가능해진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시대에 따라 가치의 변동이 큰 나무라 할 수 있겠다.



집 뒤로 아까시나무가 몇 그루 있다. 꽃을 활짝 핀 덕분에 집 근처에 오면 좋은 향기가 코를 감싼다. 하지만 앞에 이야기한 것 처럼 번식력이 뛰어나 뿌리를 깊고 넓게 뻗쳐나간다. 집의 터 기반이 되는 버림콘크리트를 위협할 정도다. 그래서 집 주변에는 아까시나무가 없는 게 좋다. 하지만 아까시나무가 자라는 땅의 주인이 다른 분이다 보니 함부로 잘라낼 수도 없다. 가끔 맨 땅에서 아까시나무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땅을 파서 뿌리를 찾아내 없애주고 있다. 잠깐만 한 눈을 팔면 싹이 올라온 아까시나무가 한 달도 안돼 성인 키만큼 자라 버린다. 



아까시나무는 예전엔 농기구의 손잡이나 울타리, 떌감 등 목재로서의 활용도도 높았다. 지금은 땔감이나 울타리가 필요한 곳이 없다보니 이런 쓸모도 쓸모 없어져 간다. 그래도 여전히 꽃은 아름답다. 치렁치렁 하얀색의 꽃에서 피어나는 향이 유혹적이다. 꽃말은 '숨겨진 사랑'이라고 하는데, 그 유래가 참 슬프다. 사모하는 남성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향기로 바꿨지만, 그 남성이 향을 맡을 수 없어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여인이 묻힌 자리에서 자라난 나무가 아까시나무라는 이야기다. 



아까시나무꽃은 식용꽃이다. 그냥 생으로 먹어도 된다. 그러니 당연히 샐러드 토핑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요즘엔 튀김으로 주로 먹는 듯하다. 하지만 튀겼을 때는 꽃향 보다도 기름향이 강해 제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꽃을 말려서 꽃차로 먹어도 좋다. 설탕을 이용해 청을 담그거나 잼이나 젤리로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말려서 꽃차로 먹어보고 싶다. 


아~ 이래서 조그마한 하우스 하나 갖고 싶은 욕망이 또 꿈틀댄다. 식재료 말리는데 하우스만한 곳도 없다. 또 묘목을 비롯해 작물의 겨울나기에도 좋다. 정말 큰 맘 먹고 조만간 아주 조그맣게라도 하우스 하나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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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5월 14일 8도~29도


지난 겨울을 나면서 블루베리가 많이 죽었다. 군데 군데 빈 자리가 보인다. 삽목하고 2년이 된 나무들을 옮겨 심어 일부 메꾸긴 했지만, 품종이 거의 단일하다 보니 아쉬움이 많다. 현재 품종은 듀크 9, 선라이즈 0.6, 챈들러 0.4의 비율 정도다. 선라이즈와 챈들러는 겨우 2~4개 그루 정도만 남아 있다. 품종이 섞여 있으면 수정을 통해 열매가 더 굵고 맛있다는 관찰이 여럿 있다. 그래서 동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추위에 강한 북부 하이부시 계열의 품종을 보충해 주기로 했다. 



블루레이라는 품종 10그루와 한나초이스라는 품종 6그루를 주문했다. 만 1년 생으로 아직 조그마하지만, 올 여름을 잘 키우면 제법 크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있다. 둘 다 열매가 크고 당도가 높은 쪽이다. 특히 한나초이스는 복숭아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새들이 떼로 달려들어 방조망 없이 키우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블루레이는 듀크가 심어진 쪽에 보식하고, 한나초이스는 따로 떨어진 챈들러가 심어진 쪽에 심었다. 풀을 정리하고, 특히 쑥을 뿌리째 뽑고, 맨 땅을 파고, 피트모스와 상토를 3대 1 비율로 섞어 자리를 마련해 심었따. 오랜만에 삽질을 수백 번 하다보니 삭신이 쑤신다. ^^;;

올해는 꽃이 피더라도 다 따버렸다. 생장 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건강하게 쑥쑥 자라서 올 겨울을 무사히 잘 넘어가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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