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는 딱히 머리를 쓰고 싶지도 않고 머리가 써지지도 않아서 주로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 보려고 하는데(그래봤자 겁나 생각하면서 보는듯 -.-), 사실 인기있고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소문이 나도 나는 잘 보게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글로리 라든가 오징어게임이라든가 하는 드라마들 나는 안봤어. 게다가 내가 이걸 한 번 볼까, 하고 재미있게 시작하는 드라마라도 완결까지를 못본다. 이건 도대체 왜그런지 모르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몇 번 사이다 씬을 보고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를 보게 됐다. 첫설정부터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보다보니 이게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더라. 보통 극이 진행되는 내내 주인공은 고통을 당하고 빡치다가 마지막에 짠- 하고 해결되는 식인데, 이 드라마는 수시로 사이다를 날려주는거다. 응 우리의 주인공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지! 하고 수시로 복수하고 응징하는 장면이 나와서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거겠구나 싶었다. 실제로 나도 그래서 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극의 중반이 되기 전인지 중반이 된건지, 여주인공과 그를 무조건 도와주는 착한 남자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를 한 그 순간부터, 나는 이 드라마에 대한 흥미와 재미가 확 떨어져버렸다. 하아- 갑자기, 순식간에, 느닷없이,


아 재미없어


이렇게 된거다. 뒷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아.. 왜죠? 나는 뭐가 문제죠? 하여간 그래서 이 드라마도 완결을 못한 채로 버려버렸는데, 이 드라마를 완결까지 본 e 가 내게 '그 뒤로도 복수하고 응징하는 에피소드들 나온다'고 하는데도 전혀 흥미가 없는거다. 저는 뭐가 문제죠? 왜 재미가 없죠?


나는 유튜브도 구독하는게 없고 영상도 잘 보질 않는데, 퇴근길에 드라마도 안보고 영화도 보기 싫고 유튜브나 볼까 해서 인기 많은 무슨 유튜브를 재생시켜 보는데 와


재미없어


또 이렇게 되는거다. 그래서 꺼버리고서는 아 재미없다, 나는 왜 이런거 다 재미없지, 하면서 문득,


책이 최고다! 책이 제일 재미었어! 책은 중간에 포기하는게 아니라 읽을수록 탄력이 붙는다. 책이 최고다, 책이 제일 재미있어! 그 어떤 영상도 책을 이길 순 없다!! 막 이렇게 됏단 말이다. 역시 세상에 책만큼 재미있는 건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존 쿳시의 [폴란드인]을 읽었던 거다. 

















역시 책이 최고다.. 사람들아, 책이 정말 재미있다. 최고다!!

내가 그동안 드라마를 왜 잘 못봤는지, 보더라도 왜 끝까지 못봤는지 이제 나는 그 이유를 안다.

그건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책보다 재미가 없어!! 나는 이미 영상보다 더 재미있는게 있다는 걸 아는 몸인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 중단한 드라마 얘기 하다가 중단한 영화 얘기를 해보자면, 넷플릭스의 <라이프 리스트> 이다.



주인공 '알렉스(소피아 카슨)'은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자신앞으로 남긴 유산이 없어 당황한다. 오빠들은 '엄마가 너를 제일 좋아해'라고 말하고 알렉스 역시 엄마랑 다정했는데 왜 오빠들한테는 회사도 남기고 그림도 남기고 다 남겨놓고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남겼죠.. 유언장 집행하던 변호사 '브래드(카일 앨런)'은 알렉스에게 엄마가 남긴 건 따로 있다면서 DVD 를 준다. 영상속에서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 알렉스에게 부탁을 한다. 알렉스가 어릴 적에 작성했던 라이프 리스트를 죄다 실행해보라는거다. 하나씩 실행하면 그 때마다 dvd 를 하나씩 변호사로부터 받을 것이고, 그걸 다 실행하고 나면 그 뒤엔 계획이 있다는 거였다. 사랑하는 막내딸이 아직 인생에서 헤매이는 것 같아 엄마는 나름의 다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알렉스는 당황했지만 그러나 자신이 어린 시절 작성한 리스트를 하나씩 완수하고자 한다. 그 안에는 '달빛 완벽하게 피아노로 연주하기', '모비딕 정독하기' 도 있었고 '진정한 사랑 찾기', '좋은 선생님 되기'도 포함해 여러가지가 있었다. 모비딕 1장 읽다 덮기가 수차례였지만, 결국 모비딕을 읽어낸다.



비록 열세살에 작성했던 리스트지만 살면서 도전할 것들을 적어놓고 그걸 실행해보고자 행동하는 걸 보는게 좋았다. 사실 '아빠랑 화해하기'도 있어 큰 용기를 내보지만 또 싸우게 되고 아빠는 그제야 사실 알렉스의 친아빠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래서 알렉스는 친아빠를 찾아 만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여성 쉼터에 가서 교사생활도 시작하면서 역시 그곳에서 봉사하는 닥터 '개릿(세배스천 데 소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된다. 



개릿과 만나 데이트를 하면서 참 좋은데, 너무 좋은데, 그런데 어째서 리스트에서 '진정한 사랑찾기' 항목을 지울 수가 없는걸까. 그리고 왜 내 친구들과 개릿이 있을 때 알렉스는 인지하지 못한채 그를 소외시킬까. 여하튼 그래서 그랑 싸우게 되고 서로 연락없이 지내게 되는데, 친아빠를 만나러 갈 수 있게 되었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알렉스를 위해 그동안 자주 만나 친한 친구가 된 변호사 브래드가 함께 가준다. 이 길에 브래드의 아름다운 여친 '니나(마리아 정)'도 함께하는데, 먼 길 드라이브를 하고 호텔을 체크인하는 과정에서 니나는 브래드와 알렉스의 묘한 기운을 눈치채고 갑자기 일이 있다며 호텔을 떠나버린다. 그날밤 알렉스는 아버지를 만났고 기분도 좋아서 브래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술도 잔뜩 마신다. 호텔로 돌아와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지만, 그들의 방은 커넥팅 룸이었고, 방 한가운데의 커넥팅 룸 문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다가, 역시 마찬가지 감정으로 그 방문을 열어버린 브래드와 똭- 마주치게 되고 그들은 키스를 하는데.........



15세이상 관람가여서 이 키스 장면이 나왔고 여기가 호텔이니만큼 그 다음 장면이 너무나 뻔한데, 나는 퇴근길의 지하철.. 이었습니다. 후다닥 정지 시켰다. 그 뒤로 더 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어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ㅠㅠ 아니, 브래드야, 너 니나 있잖아. 물론 현재 애인 니나 보다 친구로 지낸 알렉스가 더 좋을 수 있겠지. 그러니 아 나도 모르겠다 내 욕망에 나를 맡겨 둠칫 두둠칫 이러면서 그녀를 안을 수 있겠지. 알렉스 역시 마찬가지. 브래드의 여친과도 알고 지내고 친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스욕망이 나를 찾아와 잠재울 수 없어 둠칫 두둠칫 뜨겁게 나를 맡긴다, 뭐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과 욕망 이라는 것이 나도 모르게 예기치않게 찾아오고 또 절제하기 힘들 수 있지. 나라고 뭐 그런 일 없었겠니. 인간이라면 무릇 그런 순간들 앞에 무릎 꿇을 수 있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겁니다. 



불빛만이 가득한 이밤 그대와 단둘이 앉아서 그대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네

사랑스런 그대 눈가에 슬픈 한줄기 눈물이 흘러 나의 마음을 아프게만 하는데

이 밤이 지나면 우린 또다시 헤어져야 하는데 아무런 말없이 이대로 그댈 떠나보내야만 하나



이 밤, 그래 네가 있고 내가 있다. 우린 이글거린다. 그렇게 우린 서로를 포갰다. 그러나 다음날 눈뜨면 이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어있을 것이다. 너와 내가 서로를 원했으니 쌍방 러브 이치아덜 러브러브 에브리씽 오케이면 좋겠지만, 그런데 브래드에게 여자친구가 있었잖아요. 난 여자가 있는데~ 자꾸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니까 브래드는 그리고 알렉스는 이것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니나가 상처받을 것은 너무 뻔한 일 아닌가. 그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니나가 설사 먼저 헤어짐을 말한다해도 니나가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여간 나는 이 뒤가 너무 보기 싫은거다. 그들에게 일어날 갈등, 문제, 수습, 분노.. 이런것들을 너무 보기가 싫어 ㅠㅠ 싫다 ㅠㅠ



그래서 안봤다는 말씀. 앞으로 볼지도 잘 모르겠다는 말씀. 

그래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 고 생각했다. 이렇게 내가 중간에 멈춰버려서. 끝까지 못봐서. 극장에서는 어쨌든 보잖아.

OTT 로 보니까 중간이나 시작 부분에 보다 그만두는 영화들이 생긴다. 지금은 제목도 기억 안나는 영화중에 초반에 주인공이 거짓말하는 장면이 나와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만 본 영화도 있다. 나는 거짓말 진짜 너무 싫어서, 왜냐하면 거짓말은 계속 기억해야 하고,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또다른 거짓말을 덧입혀야 하고, 들키면 어쩌지 내내 초조해야 하고, 그 스트레스 감당이 너무 힘들어서 그 영화를 볼 자신이 없었다. 안봄. 이것도 극장이라면 봤을텐데.. 



하여간 책이 재미있다는 말이다. 책이 최고라는 말이다.

그래서 책을 또 샀고 책이 또 내게로 오고 있다는 말이다. 



아니 어제 프리다 맥파든 페이퍼 쓰다가 갑자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너무 씐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까 하우스 메이드 영어책을 살려고 했단 말이야? 그랬는데 우리 프리다 맥파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직 번역 안된 책이 넘나 많네요?! 






























































씐난다!! 만세!! 

프리다 맥파든 님, 언제 이렇게 많은 작품을 다 쓰신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책이 최고다.



그렇지만 라이프 리스트는 만들어두는게 좋을 것 같다. 나로 말하자면 사실 그런거 어릴 때부터 만들고 살아온 것 같지만 말이다. 이를테면 나의 경우, 


1. 뉴욕에서 살아보기

2. 책 써서 타임지 표지모델 되기

3. 칠봉이랑 연애해보기


이정도를 어린 시절부터 젊은 시절에 거쳐 가지고 있었는데


1. 뉴욕을 몇 번 여행해보고 살아보기를 포기

2. 타임지 표지 모델은 되지 못했지만 지금은 절판된 책을 씀

3. 지금은 헤어졌지만 칠봉이랑 연애도 함


이렇게 뭔가 라이프 리스트, 인생의 목표 같은걸 정해두면 그걸 해나가는 기쁨이 있다. 그리고 인생이 방향성을 찾는다. 사소한 순간의 선택들 하나하나가 내 목표를 향한 것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은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되었고(응?) 다른 라이프 리스트들을 갖고 있다.


1. 한국어 포함 5개국어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2. 유럽 시골에서 한동안 살아보기(이를테면 이탈리아라든가)

3. 회사 다니는 게 아닌 돈벌이 찾기

4. 오로라 보기를 포함 세계 이곳 저곳 많이 다니기

5. 영생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마도 살다보면 여기에 몇가지 더 추가될 것 같다. 


아 충동적으로 페이퍼 쓴게 또 길어졌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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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5-1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오징어게임>하고 <더 글로리> 안 봤는데....(그 뭐죠? 도깨비랑, 김태리 나오는... 유진초이 나오는 그 드라마도 안 봄 ㅋㅋㅋ) 사람들이 좋다는 드라마도 좀 시작했다가 결국 못 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왜 드라마를 안 좋아하는지 곰곰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집사2가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같은 거 볼 때 옆에서 잠깐 보면서 느낀 점은.. 드라마 속 인간들은 뭐랄까 너무 극악하거나 극하게 착하거나 둘 중 하나더라고요. 저런 드라마에서는 극악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던데 전 그걸 보는 게 너무 스트레스받고 괴로워서 (한드에서는 과하게 욕하거나 과하게 다른 사람 멸시하는 장면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_-) 그런 것들이.... 너~~어무 스트레스 받아서 안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암튼 결론은 다락방 님이나 저나 드라마를 못 보는 것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그나저나 10대의 리스트라...
열세살 즈음에 저는 (가난하고 깨끗한) 시인이 되고 싶었고 노벨문학상 받는 게 목표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안녕 나의 꿈아............. (현재의 나는 가난하고 깨끗하긴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책이 최고입니다. 저는 전철에서는 핸드폰(밀리의서재)으로 책 읽어요.
요즘에는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그녀를 지키다> 읽고 있는데(밀리에 있더라고요!) 이거 잼나더라고요. (사지 마!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5-1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에서 말씀하신 드라마도 다 안 봤지만 영화도 ㅋㅋㅋㅋ 영화도 끝까지 못 봐요. 저는 그냥 ㅋㅋㅋㅋㅋ 쇼츠에 적응된 몸.
아, 나의 의지로는 이 20초의 마력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어찌하려 합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라이프 리스트 1단계는 다 클리어하셨네요. 이번에 새로 업데이트된 라이프 리스트 도장깨기도 모두 성공하시길!
문제는 5번인데 말이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리다 맥파든 저도 한 권 읽어봐야겠어요. 기다리는 작가라고 하셨으니 말이지요.
 
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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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상처와 보듬어주지 않았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극복하고 살려는 의지까지 다 알겠는데,
어쩌면 이렇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지나는 그 시간들 모두 남자,남자인지. 그것도 죄다 그모양인 남자들.. 님하, 남자 그만 만나고 동성의 여자 친구좀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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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5-16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육도 좀 같이 먹고….🤣🤣

다락방 2025-05-16 07:49   좋아요 1 | URL
등신같은 남자들 만나면서 힘들어하지 말고 여자친구 만나서 편육 먹으면 좀 좋아요? 어휴..

독서괭 2025-05-16 07:56   좋아요 1 | URL
🤣🤣🤣🤣🤣

단발머리 2025-05-1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제적 이성애는 이토록 강고합니다.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에구야...
 

나의 중학생 조카는 몇 번, 내 옷을 가져간 적이 있다. 우리 집에 와서 입어보고는 이모 나 이거 가져도 돼? 혹은 이모 나 이거 줘, 해서 흔쾌히 그래, 하고 주게 되는거다. 엄마는 그럴때마다 내게 지청구를 늘어놓으신다. 옷도 없는 애가 왜 자꾸 조카에게 옷을 주냐고. 조카에게는 이모 옷 좀 그만 가져다 입으라고 하신다. 그런데 나는 내 옷을 가져가는 조카가 너무 예쁘다. 좋은옷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잘 때 입는 낡은 티셔츠 같은건데, 그걸 좋다고 가져가는거다. 하여간 너무 예쁘다.


얼마전에는 여동생과 초등학생 조카와 함께 남동생네 집에 가서 하룻밤 잔 적이 있다. 초등 조카가 다섯살 조카를 너무너무 예뻐하고 다섯살 조카는 초등 조카를 오빠, 오빠 하며 잘 따르기 때문이다. 오빠라고 부르기만 하지 숫제 모든 지시를 다 자기가 내린다. 오빠 이렇게해, 오빠 여기로 와봐 이러면서. 그러면 초등 조카는 응, 응, 하면서 말을 잘 듣는다. 

그 날은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조카가 제 삼촌의 티셔츠를 입어야 했다. 보통 잠옷을 가져오니 옷이 없어서는 아니었을텐데, 하여간 무슨 이유로인지 남동생 티셔츠를 빌려 입고 잤다. 그리고 다음날 집에 돌아갈 때 삼촌, 나 이 옷 가져도 돼? 해서 남동생이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그거 낡은 옷인데, 하니 괜찮다고 갖고싶다고 한거다. 그 티셔츠로 말할 것 같으면 나 역시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참 오래된 옷이다. 그런데 굳이 그걸 가져가겠다니, 하여간 갖고 싶다니 가져라, 하고 줬는데, 그로부터 며칠후 여동생으로부터 단톡방에 톡이 왔다. 초등 조카가 그 티셔츠를 정말 자주 입고 즐겨 입으며 좋아한다는거다. 그러면서 "내 인생 티셔츠야"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귀엽다. 


며칠전에는 k와 퇴근 후에 술을 마셨다. 안주는 편육과 모듬수육이었다.





편육 참 좋아하는데 울집에서는 엄마도 아빠도 좋아하지 않으셔서 작은걸 사도 좀 남는다. 낭비가 크다는 생각에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인데 회사 근처 새로 생긴 순대국밥집이 세상에 이렇게 맛보기 편육을 팔고 있는게 아닌가. 처음 그걸 알고는 점심때 e 랑 가서 순대국밥을 각자 시켜두고는 편육도 주문했는데 e 는 편육을 안먹는다고 했다. 결국 내가 다 먹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편육은 좀..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편육은 먹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 슬프다. 그런중에 k 는 편육 좋아한다고 해서 함께 가서 저렇게 시켜두고 먹었다. 모듬수육의 고기도 너무 맛있고 편육도 너무 맛있고 먹으면서 계속 맛있다, 아 너무 맛있다, 아 고소해, 아 기름져 이러면서 먹어가지고 갑자기 빵터졌다. 지금 우리 여기와서 한 얘기라고는 맛있다는 얘기밖에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자 k 는 주변에 먹고나서 리액션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했다. 자기도 리액션 하는 사람인데 같이 리액션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좀 서운하다고, 그런데 나랑 먹으면 계속 둘다 겁나 리액션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또 깔깔대며 먹었다.


그리고 2차로 옮겨서 쥐포튀김 먹으면서 스페인어 얘기했다. k 는 요즘 나 때문에 듀오링고 시작해서 영어 공부하다가 최근에 스페인어를 시작한거다. 그렇게 스페인어에 대해 얘기나누면서 어느 순간 나는 감탄했다. ㅋ ㅑ ~ 오래 알고 지내다보니 이제 내가 너와 스페인어 얘기도 하는구나~ ㅋ ㅑ ~ 하면서.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k 야, 내년 이맘때쯤에는 우리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자."


그리고 둘다 빵터져서 웃었다.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유시민의 짧은 영상을 보았다. 몸도 쓰지 않으면 건강을 더 해치는 것처럼 머리도 마찬가지. 아무리 머리 좋아도 쓰지 않으면 뇌는 굳는다는 거였다. 미친듯이 뇌를 써줘야 멍청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한다는거였다. 

오늘 e 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 얘기를 하고는 내가 덧붙였다.


"그래서 내가 e를 생각했지. 몸도 계속 움직이게 해줘(런데이를 깔고 달리기를 하게됨), 뇌도 계속 쓰게 해줘(나랑 계속 책읽고 있음), e 인생에 나는 진짜 큰 복 아니냐..."


그러자 e 가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런데 내가 왜 페이퍼 창을 열었냐하면, 프리다 맥파든의 신간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내 서재에 오는 사람 중에 프리다 맥파든 신간 기다리는 사람 나 말고는 뽀게터블 님밖에 없는 것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다보니, 처음부터 그럴줄은 몰랐지만, 제가 프리다 맥파든의 전작 읽기를 진행중에 있네요, 네.....

















왜요, 내가 뭐, 책정리 중이면서, 그런데도 또 책 살 사람으로 보여요?


그렇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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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5-1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그런 사람으로 보여.

나 편육 좋아해요.... 순대보다는 아니지만... ㅋㅋㅋ
편육은 뭔가,,,, 그 홍어무침이랑 먹으면 더 맛나요.
(이거 완전 ㅋㅋㅋㅋ 결혼식 아니면 장례식장 메뉴인데! ㅋㅋㅋㅋ)

저기 내가 좋아하는 게 다 있다! ㅋㅋㅋㅋㅋ

순대>수육>편육

다락방 2025-05-15 16:44   좋아요 0 | URL
다락방>순대>수육>편육

이겠죠.

잠자냥 2025-05-15 16:46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5-05-15 16: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잠자냥>수육>편육>순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5-15 16:59   좋아요 0 | URL
역시 고기진 여자다....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25-05-15 22:04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이 먹어요! ㅎㅎ

독서괭 2025-05-1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람으로 안 볼 사람 여기 없을 듯요.. ㅋㅋㅋㅋㅋ
저는 순대가 맛있어 보이네요 쓰읍

다락방 2025-05-15 17:15   좋아요 1 | URL
저기 다 맛있더라고요. 깍두기도 맛있어요. 점심에 가면 순댓국에 밥을 말아먹고 조금 남겨서 깍두기에 슥슥 비벼먹습니다. ㅋ ㅑ ~

2025-05-1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5-15 17:15   좋아요 0 | URL
앗. 혹시 간도 있나요? 저는 순대는 별로 안좋아라 하고요 간과 허파를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5-15 17:32   좋아요 0 | URL
저는 간을 안 먹지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

관찰자 2025-05-15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육의 맛을 아는 멋진 여자들. >.< 제가 다니는 시장에 가면 떡볶이 파는 아주머니가 계시는데, 거기서 전도 부치고, 편육도 팔고, 제사 음식도 주문받아 만드시고 막 그러시거든요. 가끔 낮술하러 가는데요. 아주머니가 완전 또 술쟁이 마음을 잘 알아주셔서 제가 소맥을 먹을라고 맥주를 시켰더니 갑자기 냉장고에서 차가운 잔을 따로 꺼내 주시는 거에요. 원래는 그냥 어묵국물 먹는 종이컵에다가 먹거든요. ˝소맥은 유리잔으로 먹어야지 제맛이지˝ 이러시면서요... 아... 시장에서 낮술하고 싶다....ㅠㅠ

다락방 2025-05-16 07:50   좋아요 0 | URL
ㅋ ㅑ ~ 낮술 감성 제대로네요. 술은 역시 낮술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밤술도 좋지만 ㅋㅋ 그런데 낮술은 뭔가 낭만있지 않나요? 낮술 만세!! 낮술을 계속 마시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 필! 승!

Forgettable. 2025-05-1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ㅌㅅ 전에 저걸 먹으러 가야겠는데 ㅜ 프리다 맥파든 네버라이 이번주말에 읽으려고 사놨는데 어느새 두권이 더 나왔네요? 신간나오는 속도를 제가 못따라잡네요 ㅠㅠ

2025-05-15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5-16 08:55   좋아요 1 | URL
프리다 맥파든 영어책 검색하면 되게 많더라고요! 씐납니다! 다 나와라, 다!!

단발머리 2025-05-1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누이도 아니면서 순대 간 좋아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다른 내장은 안 먹고요. 순대랑 간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육도 좋아합니다. 마트에서 편육 진공 포장된거 팔더라구요. 저걸 사면 나 혼자 다 먹겠군, 해서 안 샀는데 말이지요.
어디 편육연대라도 조직할까 싶습니다.

편육 페이퍼 아니고 책 페이퍼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리다 맥파든 전작읽기 응원합니다!!
 

중요한 건 결국 내 자신의 판단이고 결정이었다. 그간 가장 두려웠던 점은 월급이 나오는 안정적인 생활을 그만두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퇴사 후에 하고 싶은 공부가 분명했지만 그 길에 들어설 용기를 내는 것이 어려웠다. 소속 없는 삶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와 달려나갈 트랙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선택을 하는 데만 해도 몇 년이 걸렸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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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소 - 예술, 가족 그리고 여성의 운명을 마주하다
레이첼 커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한길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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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자가 사는 세상이란 나를 미워하는 존재들에게 끊임없이 나를 사랑해달라고 구걸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날 알아봐주겠지, 날 이해해주겠지, 날 받아주겠지.. 지긋지긋해. 스트레스 받으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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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5-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토록 책을 읽기 싫어지게 만드는 100자평이라니.... 어떡해요. ㅠ.ㅠ

다락방 2025-05-13 15:46   좋아요 1 | URL
....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 제가 재미없게 읽어서 평도 이렇게 나오나봐요. 하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