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여러분.

3월 도서 안내합니다.


3월은 '조앤 스콧'의 [젠더와 역사의 정치] 입니다.

뭔가 표지부터.. 살짝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막상 펼쳐보면 대박 어려울지도..

하여간 힘을 내서 함께 읽어봅시다. 

읽는 중에는 백프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우리의 몸 어딘가에 남아있을거라 생각합니다.

















4월은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 입니다.

















5월은 '클레어 혼'의 [재생산 유토피아] 입니다.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2025년 5월 까지 진행하겠습니다.

2018년부터 쉼없이 달려왔네요.

자, 남은 시간들도 힘내봅시다. 함께 읽으면 읽히더라고요.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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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5-02-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팅~~~
전 이미 책 구입했습니다.
빨리 시작해 보겠습니다!^^

관찰자 2025-02-2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더와 역사의 정치.......... 어려울거 같은데.....ㅠㅠ

건수하 2025-02-2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책 얼른 구해야겠네요. 어려워도 파이팅입니다 ^^

바람돌이 2025-02-2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2018년부터였군요. 진짜 대단해요. 하나의 주제로 5년이 넘도록 같이 책읽기를 주도하시는 다락방님 그리고 회원님들 모두 존경해요. 읽다 말다 하는 저는 부끄러워서.... ㅠ.ㅠ

단발머리 2025-03-04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늘내일 중으로 땡투할 예정입니다. 그 사람이 저인줄 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월읽기도 화이팅이요!! 어렵지만 재미있을 예정, 아님 기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3-05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번달 책 흥미로워 보입니다. 잠자냥님은 이미 갖고 있네요? ㅋㅋ
 

루도비치는 병이 있는 사람들부터 의치, 안경, 지팡이를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재생산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집단적으로 이런 형질이 없는 배우자를 선택하여 더 이상 해당 형질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인간의 가치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P104
















아주 오래전 영화 <스피시즈>에는 외계인과 인간의 혼혈인 '씰(나타샤 헨스트리지)' 이 나온다. 그녀는 급속한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고, 그녀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관련 인간들이 그녀를 제거하려고 하지만 그녀는 이미 너무 힘이 세져버려서 연구실을 탈출한다. 급속하게 성인 여성이 된 씰은 임신을 하고 싶어하는데 뛰어난 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던 터라 그녀와 섹스를 하고 싶은 남자들은 줄을 서있었고 그녀는 노력 없이도 남자를 유혹해 섹스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자들과 섹스를 하려다가도 섹스 직전 거부하는데, 그건 상대 남자들에게서 무언가 '문제'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질병이라든가 유전적으로 좋지 않은 것들. 그녀는 그런 남자들과의 섹스를 거부하고 문제 없는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찾아 임신을 하려고 한다.















하도 오래전에 봐서 그녀가 남자들로부터 문제로 인식했던 것들이 뭐였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데 어떤 OTT 에서도 하지를 않네. 너무 궁금한데 말이다. 왜 그 남자들을 거부하고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나는 그 당시에 씰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게 부러웠다. 그러니까 상대의 건강이나 유전적 문제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 혹은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그를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더 나은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저런 능력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나도 문제없는 파트너를 만나 문제없는 우수한 아이를 낳을 수 있지 않겠는가. 


'클레어 혼'의 『재생산 유토피아』는 인공자궁과 체외수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공자궁에 대한 임상시험이 지금 승인된다면, 이 자궁 안에 들어갈 환자는 아기를 기다리다 조산을 겪고 연구에 참여하기로 동의한 부모들의 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신중지를 원하던 사람에게서 적출한 태아를 몰래 기르는 연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만약 굿린의 연구가 성공했다면, 살아남은 실험대상은 과연 누가 책임지게 되었을지 생각해 보자. 자기가 만든 실험 환경에서 태아를 길러낸 과학자가 직접 아기의 양부모가 되었을까? - P53



임신 중 알코올과 마약 사용을 인공자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현대사회의 평론가들이, 임신한 이 여성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인간이 아니라 본질부터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도 똑같다. 결국 이들은 임신한 사람에게 충분한 지원 및 자원을 제공하지 않는 사회보다는, 임신한 사람의 몸이 문제라는 엉뚱한 결론에 이른다. 체외발생이 사람의 자궁보다 ‘더 안전할지 모른다는 발상에는 또 다른 의문이 숨어 있다. 무엇이 임신 중 ‘위험한‘ 행동인지 정확히 누가 결정하게 되는가? - P117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피시즈>영화와 그 영화를 보았던 그 때의 나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그녀가 가진 능력-문제있는 남자를 가려내는-, 그리고 그걸 부러워하던 나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급된 숱한 우생학 관련 이야기들에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내가 하려는게 그게 아니었나 싶었던거다. 열등한 것은 걸러내려는 것. 그런데 그 열등하다는 것을 누가 결정하는가. 결국 약하다는 것을 열등한 것으로 생각하는게 인간 아닌가.
















'엘윈 브룩스 화이트'는 자신의 1952년 책 『Charlotte's Web』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이렇게 묻는다.


"You mean kill it? Just because it's smaller than the others?" -Charlotte's Web, White, EB, p.1


'펀'은 자신의 아버지가 작은 새끼돼지를 죽이려고 하자 '단지 다른 것들보다 작다는 이유로 죽이겠다는 거에요?" 라고 묻고, 이에 편의 아버지는 새끼돼지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살려준다. 1920년대초 우생학을 기초로 한 과학이 전 세계에 퍼졌다고 하니, 아마도 엘윈 브룩스 화이트는 그로부터 위협을 느꼈던게 아닐까. '단지 다른것들보다 작다는 이유로 죽이겠다는거야?'


다른것들보다 작다는 이유로 죽이겠다고 결정은 '누가'한것일까. 

















'잉그리드 폰 울하펜', '팀 테이트'의 책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에는 평생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살다가 사실 자신이 레벤스브론 프로젝트의 아이었다는 걸 알게된 후 자신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한 여성의 삶이 그려져있다.


레벤스보른은 나치의 순수 아리아인 혈통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순수 아리안인이 우수한 혈통이고 좋은 피이기 때문에 세상에 그런 아이들을 더 많이 만들어서 세상을 지배하려고 했던 것. 나치 친위대 백인 남성들에게 혼외 정사를 가지라고 권유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을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는 거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거나 우수함이 보이지 않을 경우 살해도 마다하지 않았다. 독일은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아이들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 주변국들로부터 아이들을 납치한다. 순수 아이라인으로 보이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급을 나누고 그중에서 가장 우수한 혈통으로 보이는 아이는 나치 친위대 부부에게 위탁하는 거다. 자, 키워라. 그러니 나중에 그 프로젝트를 알게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레벤스보른의 아이였다는 걸 알게된 이 사람들은 그제야 자신이 누구인지 혹은 자신의 뿌리는 누구인지 찾으려해도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거다. 


피의 순수성을 이유로, 한 종족이 다른 종족보다 우월하다는 위험한 생각은 19세기 말 수십 년 사이에 등장했다. 1920년대 초에는 이런 생각을 기초로 한 ‘과학‘이 서구 세계로 퍼졌다. 이른바 우생학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우량한 특질을 지닌 부류가 있으므로, 우수 인종이나 계급은 더 많이 번식하도록 장려하고, 열등한 부류의 번식은 통제함으로써 전반적인 인간의 유전형질을 개선하는 것이 당연히 옳다고 주장했다. 지금으로서는 충격적인 주장이지만 당시에는 허버트 조지 웰스"를 비롯한 저명한 영국 작가들과 현대 피임의 창시자 마리 스톱스, 미국 대통령 우드로윌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까지이런 주장을 지지했다.

우생학 관련 협회들이 속속 생겨났는데 종종 부유한 미국 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이들은 (1911년 카네기 재단의 후원을 받은 연구 논문의 표현에 따르자면) ‘결함 있는 생식질을 인류로부터 차단할 가장 실용적인 수단‘으로 불임수술과 안락사를 널리 장려했다. -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잉그리드 폰 울하벤&팀 테이트, P108


한 종족이 다른 종족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과연 '누가' 판단하는가. 그건 누구의 생각인가.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의 책 『에코페미니즘』에서도 우생학을 언급한다. 한 종족이 다른 종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그 그리고 그에 따른 판단은, 확실한 건 학살당한 사람들이 결정한 건 아니다. 다른 것들보다 작기 때문에 죽어야한다는 것을 새끼돼지 '윌버'가 결정한게 아닌것처럼.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1883년 '우생학'(eugenics)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우생학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골턴은 다윈과 맬서스의 사상을 결합하여 인종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선택적 육종'을 하자고 주장했다. '적자'는 더 많이 낳아야 하고 '부적자'는 덜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합과 부적합은 영국 중산층의 가치기준으로 판정되었다. 골턴의 관심은 사람들의 유전적 자질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사회연구에서 통계를 장려했으며 유전적 자질을 측정하는 등급체계도 도입했다. 우생학에 통계적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이론에 '과학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수학적 과정과 통계야말로 과학적 객관성의 증거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골턴은 흑인들에게 지적인 면에서 백인들보다 두 단계 낮은 등급을 매겼다.


(중략)


우생학자들의 목표는 사람들의 인종적 자질을 일람표로 만들어서 우수한 인종의 번식을 늘리고 열등한 인종의 번식은 줄이자는 것이었다. -『에코페미니즘』, 마리아 미즈&반다나 시바, P.309-310



문제는 이것이 '나에게 닥친 일'일때 일어나는 것 같다. 

우생학은 옳지 못하다, 고 생각하고 있다가도 그런데 만약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이게 현실이 되고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그때의 나는?

클레어 혼도 체외수정과 인공자궁에 접근하는 것의 시선들과 그에 따른 문제점들을 이야기하지만, 그런데 만약 태어날 내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닥친 일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라고 고민한다. 내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행동을 내가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것. 우생학이 1800년대 후반에 나타나고 1920년대에 과학으로도 발전하여 확장된 것은 아마도 인간들 내면에 누구나 자기중심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면 사라져야하는것이 마땅한데 그러지 않은 것은, 막상 '나의 사정'이 되면 나 역시 휩쓸려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내가 진짜 그런 사람 아닌데' 라고 말하면서 저지른 일들을 저마다 갖고 있지 않나.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어' 라면서 저지른 일들이 있지 않나. 



덧붙이자면, 


그런데 인공자궁이라는 주제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임신한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끼치는 역행적 사용을 제안하는 보수적인 생명윤리학자와 미디어 비평가들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일부 변호사와 법학자들은 이 기술이 개발되면 필연적으로 재생산권을 퇴보시킬 것이라고 수십 년간 주장해왔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한 변호사는 인공자궁이 등장하면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서 태아를 추출하여 체외발생 방식으로 계속해서 키우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될 것이라고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인공자궁이 등장하면, 임신중지를 하려는 사람에게서 강제로 태아를 적출하고 기계를 통해 세상에 나오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인데, 그야말로 잔인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반페미니즘적 발상이다. - P25



위 인용문에서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서 태아를 추출'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내가 알고 있다. 읽어보고 싶지 않습니까, 여러분..
















클레어 혼이 던진 질문들을 마주하면서 읽고 있다. 

좋은 책이다.


부분 인공자궁과 체외발생은 현실 세계에 함의를 지니는 사회적·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려면 초극소 미숙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부모들에게 부분 인공자궁 치료에 동의를 구할 때 필요한 윤리적 고려사항은 무엇일까? 대단히 불공평하게도 미숙아 출산율, 그리고 산모 질병률과 사망률 수치로 볼 때 예방 가능한 영아 및 산모 사망의 90퍼센트 이상은 남반구의 저개발국에서 발생한다. 현재 개발 중인 부분 인공자궁은 죽음을 앞둔 수많은 미숙아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에 신생아 치료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그렇지만 이 기술은 매우 고가인 데다 상당한 기반시설을 갖추어야만 안전하게 사용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이 치료에는 어떤 아기들이 접근할 수 있을까? 이 기술이 누군가에게는 더 좋은 치료를 받게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해 기존의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킬 위험은 없을까? - P23

미국의 재생산권 전경을 오랫동안 지켜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로우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수십 년 동안 임신중지에 대한 권리와 접근성이 모두 침해당한 끝에 뒤따른 결과였다.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방심하거나 진보의 방향이 언제나 앞으로 향할 것이라고 가정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냉혹하게 일깨워준다. 퇴행적인 정치인들은 신기술을 이용하여 인권을 침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구도 재생산에 관련된 자기 삶을 통제하려 한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지 않는 세상 대신, 임신중지가 보편적으로 금지되고 사람들이 자기 의지에 반해 유전적 자녀를 임신하도록 강요받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얼마나 암울할까? - P27

아주 극단적인 사례지만, 1900년대 초 의료계의 다른 사람들도 일찍 태어나거나 힘들게 태어난 아기들은 본래부터 튼튼하게 태어난 아이들만큼 가치 있는 생명이 아니라는 견해를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아기를 인큐베이터에 넣어 전시하는 일이 부수적인 여흥거리가 됐다며 몇몇 언론에서도 비판기사를 냈다. 하지만 이 아기들을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교대근무를 하며 그들의 수 많은 동료와 다른 행보를 걷고 있었다. - P42

인공자궁에 대한 임상시험이 지금 승인된다면, 이 자궁 안에들어갈 환자는 아기를 기다리다 조산을 겪고 연구에 참여하기로동의한 부모들의 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신중지를 원하던 사람에게서 적출한 태아를 몰래 기르는 연구와는 전혀 다른이야기가 된다. 만약 굿린의 연구가 성공했다면, 살아남은 실험대상은 과연 누가 책임지게 되었을지 생각해 보자. 자기가 만든 실험 환경에서 태아를 길러낸 과학자가 직접 아기의 양부모가 되었을까? - P53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영국의 대응을 보면 정부 최고위층에서 어떻게 일부 생명에, 다른 생명과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중증으로 진행하여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은 ‘노인‘과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들뿐이므로 더 이상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되풀이하는 주장은 현대문화에 스며든 우생학적 발상의 한 예이다. 우생학은 국가, 국가행위자들 또는 제도적으로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열등하다고 간주되는 사람들을 죽이려 하거나 죽음을 용인하고, 재생산을 제한하려는 모든 관행을 통칭한다. 동일한 주체들이 체계적으로 우월하다고 분류된 사람들의 재생산을 권장 또는 장려하는 관행도 여기에 포함된다 - P86

말 그대로 ‘좋은 창조‘를 의미하는 ‘우생학‘의 흔적은 인종차별, 능력주의, 노인 차별, 말살 정책이 대표적이다. 우생학이 지금도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여 특정 집단을 겨냥해서 잔혹성을 드러내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이다. 홀로코스트, 흑인과 원주민에게 자행된 미국과 캐나다의 조직적인 강제불임 수술, 세계 곳곳에 만연했던 장애인 불임 수술 및 국가 승인 하의 살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기로 결정한 국가에서 발생한 수많은 불필요한 죽음의 동력도 바로 이 우생학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인공자궁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체외임신을 구현하는 기술은 임신할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수단이될 수 있다. 6장에서 다루겠지만 바람직한 환경에서라면, 이 기술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을 더 촉진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하지만 인공자궁 기술은 사람들의 재생산 자격을 통제하는 위험한 도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 P87

영국은 2020년과 2021년에 ‘기저 질환 상태‘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에 관련된 특성들을 참고하여 장애인, 노인, 면역 저하자, 그리고 사회경제적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남아시아인, 흑인들과 가장 밀접하게 접촉한 노동자들이 사망하게 놔두는 우생학적 프로젝트를 단행했는데, 이 경우가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이런 집단들이 모든 면에서 질병과 사망에 생물학적으로 취약(‘부적합‘)하다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보다 많은 국민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할 책임을 스스로 저버리고 경제적으로 아주 부유한 사람들을 우선순위로 지키려 했다. 19세기 우생학자들이 이용한 동일한 논리의 확장판이었던 셈이다. 안젤라 사이니Angela Saini가 자신의 책 <우월성superior》에 썼듯이, 식민주의와 노예제도는 기꺼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힘을 가지려는 국가의 의지로 추진된 일이었음에도, 이런 만행을 정당화할 생물학적 근거를 1880년대 과학자들이 찾아 다녔다. - P93

우생학자들은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피부색, 사는 지역, 사회계층에 따라 더 인간답거나 덜 인간다운 집단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대영 제국의 야만성을 해명하려 했다. - P93

루도비치는 병이 있는 사람들부터 의치, 안경, 지팡이를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재생산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집단적으로 이런 형질이 없는 배우자를 선택하여 더 이상 해당 형질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인간의 가치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생학 입법이 불필요해지고 사람들의 취향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반면 몸을 함부로 다루는 관행이 건재한다면 우생학 입법은 항상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훗날 도라 러셀이 비판했듯이 루도비치는 차이를 폭력적으로 근절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사회가 유토피아를 이루고,
페미니즘과 모두를 위한 육아를 지지하는 사회는 싸움과 공포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불쾌감을 주고 혐오스러운 의견을 고수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 P104

보수적인 생명윤리학자 크리스토퍼 카초르Christopher Kaczor는 "인공자궁은 자동차에 부딪히지도, 미끄러져 넘어지지도, 폭행당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부분 체외발생이 정상 임신보다 덜 위험해질 것"이라고 다소 냉정한 글을 남겼다." 폭력으로부터 임신한 사람을 보호해줄 자원을 제공하는 것보다, 그저 이들의 몸에서 태아를 적출하여 ‘더 안전한‘ 장소에서 자라는 편이 더 낫다는 발상은 지극히 충격적이다. 이런 주장은 태어난 어린이와 동등한 권리를 태아에게 부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임신한 사람이 임신에 최적화되어야 할 ‘환경‘이자 인큐베이터에 불과하다고 암시하면서 이들의 권리를 침해한다. 그리고 이런 각각의 주장들은 인공자궁을 우생학의 실현 도구로 활용하려는 과거의 잔재를 이어간다. - P115

임신 중 알코올과 마약 사용을 인공자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현대사회의 평론가들이, 임신한 이 여성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인간이 아니라 본질부터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도 똑같다. 결국 이들은 임신한 사람에게 충분한 지원 및 자원을 제공하지 않는 사회보다는, 임신한 사람의 몸이 문제라는 엉뚱한 결론에 이른다. 체외발생이 사람의 자궁보다 ‘더 안전할지 모른다는 발상에는 또 다른 의문이 숨어 있다. 무엇이 임신 중 ‘위험한‘행동인지 정확히 누가 결정하게 되는가?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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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마지막 도서는 '클레어 혼'의 『재생산 유토피아』입니다.
















5월 한달 여러분과 이 책을 같이 읽고나면 2018년 11월부터 이어져온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마치게 됩니다.

꾸준히, 쉼없이, 게으르지 않게 이 책들을 읽어올 수 있었던 건 같이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달 말일이 가까워올 쯤이면 같이읽기 도서가 서재에 주르륵 노출이 되는데, 세상에 그게 그렇게나 뿌듯하더라고요.

다들 성실하게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사정상 5월을 끝으로 마치지만,

1년쯤 뒤 다시 같이읽기를 시작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때가 되면 함께 읽을 도서가 있는데요, 세상에, 펀딩을 하고 있지 뭡니까.

아마 1년쯤 뒤 같이 읽자고 하면 그 땐 이미 많은 분들이 이미 읽은 책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마라 비슨달'의 『남성 과잉 사회』인데요,

제가 이 책을 여러분과 같이 읽고 싶었으나, 저는 가지고 있는데 책이 품절이었어요.

출판사에 문의를 넣었더니 재고가 없다고해서 안타깝게도 이 책을 같이읽기 리스트에 넣지 못했었는데요,

이렇게 펀딩이 되어 새로운 책으로 나옵니다.

관심있는분들, 참고하세요.
















2025년도 벌써 5월이라니, 시간 정말 빠르지 않나요?

자, 우리 5월도 열심히 읽어봅시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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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4-30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
다시 시작!!!🥳🥳🥳

다락방 2025-05-02 07:53   좋아요 0 | URL
일단 마지막은 마지막이고 다시 시작은 또 다시 시작이니까요! (뭐라는건지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5-01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식년…푹 쉬시다 다시 멋진 모습으로 컴백하시길 바랍니다.^^
전 그동안 밀린 책들이라도 빨리 읽어둬야겠어요.ㅋㅋㅋ

다락방 2025-05-02 07:53   좋아요 1 | URL
네, 책나무 님. 5월 책을 마지막으로 함께 읽고 그리고 한동안 각자 책 읽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단발머리 2025-05-0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가 올라오니깐 비로소 이게 마지막 책인가... 하는 생각이 ㅠㅠㅠ 드네요.
그래도 작은 희망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책나무님 말씀처럼 안식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고요.
<남성 과잉 사회> 준비해 둘게요.

다락방 2025-05-02 07:54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마지막 책이 맞기는 합니다만 안식년 후에는 또 첫 책이 올라올 수도 있겠지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ㅋㅋㅋㅋㅋ 아무튼 우리의 함께읽기 화이팅입니다!

독서괭 2025-05-0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동안 이끌어 오신 게 대단하고,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려요. 덕분에 여성주의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5월 책도 완독할게요. 다시 돌아올 약속을 해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쉬시는 동안 함께 영어원서나 읽을까요? ㅎㅎ

다락방 2025-05-02 07:56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영어원서... 라고요? 흐음... 나쁘지 않은 제안입니다. 음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제안이에요. 음 그런데요 독서괭 님, 같이 읽는 영어 원서.. 로맨스 소설이어도 괜찮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5-02 08:04   좋아요 0 | URL
저 로맨스 좋아합니다 다락방님 ㅋㅋ 일단 제가 생각해둔 건 에드워드툴레인이랑 스릴러물1권인데요 로설 추천해주시면 같이 읽어요!

다락방 2025-05-02 08:11   좋아요 0 | URL
스릴러물은 어떤거에요?

독서괭 2025-05-02 08:14   좋아요 0 | URL
Good Girl‘s Guide to Murder 입니다! 드라마도 있다네요. 영어공부 동영상에서 추천하는 거 봤는데 재밌어보여요 ㅎ

다락방 2025-05-02 08:33   좋아요 1 | URL
오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원서군요! 저 이 책 있거든요. 일단 이거 번역본 좀 읽어보고 생각할게요.
만약 같이 읽게 된다면 저는 잭 리처도 한 권쯤 같이 읽고 싶어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5-02 08:36   좋아요 0 | URL
아니 이미 가지고 계시다니🤣🤣🤣
잭리처 좋죠!!
 

3월의 책, 젠더와 역사의 정치는 너무 어려웠지요. 그래도 완독하신 분들이 계셔서 참 뿌듯합니다. 여전히 독서중이신 분들, 힘내세요!


4월의 책은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 입니다.

















이 책은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 어떤 내용일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는 순간, 얼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본 한 여성의 짧은 영상이 생각납니다. 160센치에 40킬로가 안되는 몸무게를 가졌었는데,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거였어요. 그 영상에 달린 댓글중 많은 부분은 40킬로가 안되는 그 몸을 추구한다고 하고 있었습니다. 트윗에서도 가끔 '뼈말라'를 추구하며 하루종일 먹는 음식을 제한하는 여성들이 글을 올리기도 했었고요. 몸이 생존이 아닌 전시가 되는 일이 잦은것 같은데, 이 책, 몸에 갇힌 사람들은 그런 욕망에 대해 다뤄주지 않을까 내심 짐작해 봅니다. 



5월은 '클레어 혼'의 [재생산 유토피아] 입니다.

















재생산 유토피아를 끝으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안녕을 고합니다.

4월, 5월 남은 시간 여러분, 같이 열심히 읽어봅시다!!


뽜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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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3-31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 이라고 말하지 마요~~ 우린 아직 이별이 뭔지 몰라~~~~~~~~~~~~~~~~~

다락방 2025-03-31 09:02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1년 후에 컴백할 수도 있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5-03-31 09:04   좋아요 1 | URL
❤️🧡💛💚🩵💙💜🩷💖 그때는 유료제로?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3-31 09:07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유료제로 전환하면 아무도 안읽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3-31 09:29   좋아요 2 | URL
일단 저 등록 ㅋㅋㅋㅋ 선결제할까요? ㅋㅋㅋㅋㅋㅋ카드! 💳

건수하 2025-03-31 18:50   좋아요 1 | URL
저도 등록하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3-31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월 책 사야겠다! 잠시 안녕?

다락방 2025-03-31 16:23   좋아요 1 | URL
토이가 부릅니다~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3-31 1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아 요즘 성실하게 참여하지 못해서 다락방님 잡지도 못하고...

마음은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5-03-31 16:24   좋아요 3 | URL
4월 책은 같이 읽어보면 어때요, 건수하 님? 이 책은 어쩐지 잘 넘어갈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건수하 2025-03-31 18:25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좀 얇기도 하네요. 3월책은 패스하고 읽어볼까나요? :)

다락방 2025-04-01 16:37   좋아요 1 | URL
저 조금전에 책 받아봤는데 정말 얇더라고요? 아주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5-04-01 20:23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에 주문했습니다! ☺️

독서괭 2025-04-01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꺼이꺼이..😭😭😭
3월 책 완독으로 자신감이 생겨서 4,5월도 함께해 보겠습니다!! 저도 카드💳 준비되었어요 ㅋㅋㅋ

다락방 2025-04-01 16:41   좋아요 3 | URL
3월의 어려운 책 완독하신 독서괭 님, 이 책 받아보니 얇아서 금세 읽을 것 같습니다!! (이러고 헤매는건 아닐지..)
자, 힘내봅시다. 빠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젠더와 역사의 정치 에 대한 페이퍼를 쓰면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에서 가져온 인용문이 있다.



여성은 원래 그들만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맥주양조나 산파 일에서 밀려나고 있었고, 여성고용에 대한 새로운 제한들에 묶이게 되었다. 특히 프롤레타리아트 여성은 최하층의 직업 말고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여성 노동인구 3분의 1은 하녀였고, 나머지는 농장 일 · 방적 ·뜨개질 ·자수 ·보따리장사 ·유모와 같은 일에 종사했다. 비스너Merry Wiesner가 말하듯이, 법률 ·징세기록 ·동업조합법령에서 여성은 집 바깥에서 일하지 말아야 하며 남편을 돕는 방식으로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가 힘을 얻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집에서 한 일은 그것이 내다 팔기 위한 노동일지라도 비노동non-work 이라는 주장도 나타났다(Wiesner 1993:83ff). 따라서 여성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드는 경우 이는 "집안일"로 간주되었지만, 남성이 옷을 만들면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되었다. 여성노동이 이처럼 평가절하 되다보니 시정부는 동업조합들에게 여성의(특히 과부의) 생산물은 무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성의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닌데다가 공공부조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비스너에 따르면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던 여성들은 이 허구를 받아들였고, 심지어 마뜩치 않아 하면서도 일자리를 구하려 다녔다(같은 책: 84-85). 곧 가내여성은 모두 "집안일"로 분류되었고, 가외여성노동에 대한 보수도 남성노동의 보수에 비해 적었으며 생계유지에도 불충분했다. 결혼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여성은 당연히 생활능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돼서, 독신여성은 설사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라 해도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토지를 상실한 여성들이 임노동에 고용될 힘까지 잃어버리자 결국 매춘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라뒤리Le Roy Sadurie가 말한 것처럼, 프랑스 어디에서나 창녀의 수가 늘어났음이 명백했다.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p.152

젠더와 역사의 정치에서 여성의 노동이 가치폄하 되는 부분을 읽었고 그러다 페데리치 글에서 결국 성매매가 활성화되는 흐름에 대해 가져왔던 것. 그런데 어제 퇴근후 젠더와 역사의 정치를 읽다보니, 조앤 스콧도 결국 여성의 노동에 대한 가치 폄하가 결국 성매매를 불러온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더라. 여성의 노동, 임금 노동에 대해서 말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성매매는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임금 계산의 비대칭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남성의 임금에는 최저 생계비용과 재생산 비용이 포함되었지만, 여성의 임금은 자신을 부양하기에도 부족해 가족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했다. 남녀 모두 가족 구성원으로 상정(그리고 가족 구성원이 되도록 장려)되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남성은 미혼이건 기혼이건 자신의 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었다. 남성은 정치경제학자들이 제기한 개인 자유의 가능성을 체현하고 있었지만, 여성은 그 이론이 상정한 대로 타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지닌 의존적인 사회적 존재가 되었다.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임금은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으로부터 오는 원조로 채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p.258


산업적으로 보면 여성은 불완전한 노동자다. 만약 남성이 자신의 벌이를 파트너의 충분치 못한 임금에 보태 주지 않는다면 여성은 여성이라는 성만으로 빈곤에 빠지게 된다. -p.258, 외젠 뷔레 재인용


일하는 독립 여성을 표현하는 용어는 모호했다. 성매매 감시 제도 아래서 '독신 여성femmes isolees은 성매매 허가 업소에 등록하지 않고 비밀리에 성매매를 하는 여성으로 여겨졌다. 1848년 파리 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산업통계] 와 같은 노동자 실태 조사에서 '독신 여성'은 기성복 산업 내에서 생산 건수에 따라 임금을 지불받으며 가구가 딸린 셋방에 혼자 사는 임노동(보통 여성 봉제사나 여성복 재봉사를 하는) 여성을 의미했다. 여기서 '독신 여성'이라는 같은 용어가 사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1836년 성매매에 대한 파랑-뒤샤틀레의 대규모 조사 이래로 노동하는 소녀들 가운데 비정기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p.252


성매매를 초래한 여러 원인 가운데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의 불가피한 결과인 빈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없다. 이는 특히 파리와 기타 대도시에서 그러하다. 우리의 여성복 재봉사, 여성 봉제사, 수선사, 그리고 바늘을 갖고 일하는 모든 이들은 보통 얼마를 버는가? ..... 그들이 노동해서 받는 대가와 불명예스러운 일을 해서 받는 대가를 비교해 보면, 그토록 많은 이들이, 불가피하게 무질서에 빠져드는 것은 놀랍지 않다. -p.252, A Parent 의 글 재인용


사회주의자들이 노동력을 파는 것이 여성이 몸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고 경제적 착취와 성적 착취가 같다고 지적했다면, 정치경제학자들은 "근력"의 생산적이고 규율된 사용과 성적 활동의 낭비적이고 방종한 측면을 신중하게 구분한 것이다. 게다가 섹슈얼리티를 여성의 몸에 둠으로써, 그들은 노동과 섹스, 생산성과 낭비성, 규율과 방종, 남성과 여성 등의 젠더화된 대조를 만들어 냈다. 이것은 성매매를 성립시키는 교환에서 남성의 역할을 부정하는 효과를 낳았으며, 그래서 겉보기에 성매매로 더렵혀지지 않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경제적 생산성과 도덕적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면 남성적 원칙이 널리 퍼져야 했다. 이것은 가부장적 가족 -위계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독립체- 이 질서를 위한 학교가 되고 이 질서를 체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빈곤과 섹슈얼리티를 연결함으로써 만들어진 독신 여성의 양가적 형상은, 규제된 상황의 외부에서 살아가는 모든 삶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p.259-260



성매매하는 여성을 창녀라고 비하하지만 성구매를 하는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는 없다. 자기들은 돈을 주고 성을 사면서 그런데 자기한테 성을 파는 사람을 욕한다. 자기한테 성을 파는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 그런데 자기가 성을 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자랑스레 내보이고 후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왜 구매자와 판매자가 있는 거래에서 한 쪽은 욕을 먹고 한 쪽은 자랑스러워할까?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성매매가 빈곤한 여성들이 이를 수밖에 없는 길이라는 말에는, 그건 자기 선택이지 다른데에서 알바를 하면 되지, 라면서 역시 그런 '선택'을 한 여성들을 욕한다. 


언제나 말해왔지만 무지는 죄다. 무지는 악이다. 무지하기 때문에 비난과 혐오가 쉽다. 알면, 그렇게 못한다. 

지금 당장, 한달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현금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금 당장 현금이 있어야만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 수 있어서, 지금 당장 현금이 있어야만 굶어죽지 않을 수 있어서, 성매매 여성들은 일단 선불금을 받고 그걸 갚는 방식으로 일한다. 물론, 그 빚은 일하고 또 일해도 갚을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빈곤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된 일인데, 그 일은 더 빈곤으로 몰아넣는다. 

가난한 자에게 악은 쉽게 찾아오지만 가난한 자에게 구원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일단 현금이 당장 필요할 정도로 빈곤한 여성이 성매매를 자신의 돈벌이로 선택했다고 해서 어떻게 그것을 '자신의 선택'이라는 말로 비하할 수 있을까. 



여성은 일해야만 하는데 기존의 직업과 임금 규모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사실과 관련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 끼치는 영향은 물질적이면서 도덕적이었다. 독신 여성에게 그와 같은 영향의 결과는 "빈곤이냐 수치냐"였고, 이 둘은 모두 방탕과 죽음으로 이어졌다. -p.284



나는 이것이 싫다.

성매매라는 것이 방법이 되는게 싫다.

성매매라는 것이 가능성이 되는게 싫다.

이미 먹고살만큼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면 결코 직업의 하나로 염두에 두지 않을 일이, 누군가에겐 어쩔 수 없이 먹고 살 방법이 되는게 싫다. 그렇게 먹고 산다고 비하하고 혐오하는게 싫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아예 가능성 자체가 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남성에게 그랬듯이 여성도 하나의 독립된 인간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우리가 그것을 교육으로 가르친다면,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이 올 것이고, 성적대상화 하지 않을텐데, 그런데 과연 그런 세상이 오기는 할지 알 수가 없다.

성매매가 최종적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여성들이 하지 않기 위해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을 것이다. 

빈곤과 수치를 선택지로 받아들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해서 애를 낳았는데 그 애기가 백혈병이나 무슨 병에 걸려서 막 되게 아파요. 그런데 내가 만약 업소 생활이나 이런 생활을 모르면 그런 쪽으로 생각도 하지 않을 테지만 내가 이미 이런 거를 알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을 때는 분명히 그쪽에서 돈을 벌려고 생각할 거란 말이죠. 그럼 '나, 참 내가 몰라도 될 거는 모르고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하고 그러는데. <다혜> -p.282


평등이라는 정치적 개념은 차이의 존재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며, 실제로 이런 인식에 의존하고 있다. 평등에 대한 요구는 그 안에 내포돼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인식되지 않는, 차이에서 비롯된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 만약 개인들이나 집단들이 단일하거나 서로 똑같다면 평등을 요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평등을 특정한 차이에 대한 의도적 무관심으로 정의해도 좋을 것이다. - P300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원주민을 제거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 P335

여성이 인구의 절반이 넘는데도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소수자로 지칭해 온 것은 남성과 여성의 권력 차이 때문이었다. 내가 덧붙이고자 하는 핵심은, 소수자를 소수자로 고정하는 사건들은 소수자의 지위를 소수자 집단의 본질적 특성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이런 특성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불평등을 초래한 이유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예를 들어, 모성은 종종 여성의 정치적 배제에 대한 설명으로 주어졌고, 인종은 흑인의 노예화나 종속의 이유로 제시되었지만, 사실 인과관계는 그 반대다. 즉, 사회적 차이화의 과정이 배제와 노예화를 낳고, 그런 다음 생물학이나 인종을 통해 정당화된다. - P353

"나는 여성이고, 위대한 인간으로서 국가에 봉사한다." 요점은 여성에게는 시민권을 부여받을 자격이 있으며, 성별은 차이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구주는 차이로 규정된 바로 그 여성으로서 주장해야만 했다.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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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2025-03-27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라도 되는 걸 모르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랍니다. 저도.

저희 둘째는 축구선수를 꿈꾸고 있는데, 개인의 능력 외에도 필요한 부모의 뒷바라지(이른바 정치질)라는 게 있다고들 해서 아주 정신이 아찔한 요즘입니다. 정말 모르고 싶어요. 이런 세상.

다락방 2025-03-28 10:59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에서 운동을 진로로 정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는 힘드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정치도 해야 하고요 ㅠㅠ 그게 너무 치사한 것 같아요. 왜 굳이 그래야 하는걸까요. ㅠㅠ

어제였나 sns 에서 에전 드라마의 짧은 릴스를 보게 됐는데 룸쌀롱에서 아가씨들 옆에 앉히는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국내 정규방송 드라마였는데, 아..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남자들이 술집 가서 아가씨 불러 논다는 거 미리 다 학습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정말.. 유해한 문화입니다 ㅠㅠ

단발머리 2025-03-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든 임금은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경제학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으로부터 오는 원조로 채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 저는 아직 읽기 전인데, 다락방님의 제일 중요한 주장과 딱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요. 매춘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 방식을 선택한 여성에 대한 비난이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니깐요. 결국 국가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읽기 어려운 부분을 자주 만나게 되지만 다락방님 글 올라오는 거 보면서 힘내서 따라 읽게 되네요. 찬찬히 가고 계세요, 곧 따라갑니다^^

다락방 2025-03-28 11:03   좋아요 1 | URL
우리가 함께 읽었던 레이첼 모랜의 [페이드 포]에는 이런 구절도 나옵니다.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모멸적인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남성의 이득을 위해 남성에게 몸을 팔아야 할 때이다. - P124>

이 몸의 주인이 나고 이 몸을 파는 것도 나인데 나에겐 여전히 빈곤이 남고 다른 남자가 대신 돈을 벌죠. 아주 치사스런 그리고 수치스런 상황입니다.

[젠더와 역사의 정치]너무 어려웠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 나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차이‘와 ‘평등‘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은 한 번 더 읽어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남아 있으니 열심히 마저 읽도록 하겠습니다.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