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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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롤런드에게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다.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딱히 이거다, 라고 말할만한 게 없다. 시를 쓰지만 딱히 시로서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풀타임 직업을 갖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7개월된 아들을 두고, 아내가 집을 나갔다. 싱글 대디가 된 그는 돈벌이가 여유로운 것도 아니라서 국가에 한부모 보조금을 신청해 타게 된다. 나는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그가 심히 걱정스럽다. 늘상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데, 돈은 어떻게 벌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 집을 나갔단 말인가. 아내는 집을 나간 상황이 있겠지만, 아니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어린 아이를 두고 간단 말인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그리고 경찰이 찾아온다. 아내가 사라졌을 때 남편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게다가 형사는 그 집을 둘러보다가 시인이라는 롤런드가 써둔 시를 보게 된다. <나에게 평온이 필요할 때, 그녀는 죽어 있어야만 한다 p,44> 라고 적힌 글을 읽고, 형사는 그에 대한 의심을 풀 수가 없다. 아내가 자신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라며 엽서를 보내와도, 형사는 그를 의심한다. 설사 아내는 안죽였어도, 당신은 과거에 다른 누군가를 죽인거 아니야?


그가 평온이 필요할 때 죽어 있어야 했던 여자는 그의 어릴 적 피아노 선생님이다. 기숙 학교에서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선생님. 그가 열네살일때 스물다섯이던 선생님. 그가 열한살일 때 이미 그를 만졌던 선생님. 세상에 미사일이 쏘아지고 그렇다면 그걸 한 번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거 아니냐는 말을 친구들과 하다가, 그는 '나를 찾아오라'고 말했던 피아노 선생님을 삼년만에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섹스를 하고 연인이 된다. 그러니까 남자 아이가 아직 열네살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섹스라는 단어를 쓰는게 아니라 강간이라는 단어를 써야하는데, 그런데 그들은 어쨌든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리고 서로에게 집착하며 섹스에 탐닉한다. 


어른인 선생님이 아이인 그를 처음 만진것부터 잘못되었지만,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사춘기의 소년을 몰아내지 않고 집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에게 사랑이라고 말하며 욕망을 채운것도 잘못되었지만, 그녀의 집착은 그를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했고, 나는 그 점에 더 분노했다. 그는 그녀가 정해주는 시간에 그녀에게로 가야했고 그리고 그녀 옆에서 섹스해야했고, 그리고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했다. 그가 학업에 집중할 수 없는건 뻔한 일이었으며 그는 결국 모든 과목에서 낙제를 한다. 자신의 성적에 충격을 받은 그에게 학교 선생님들은 한 번 더 기회를 줘보기로 한다. 그는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지역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과학 선생님에게 인상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에세이를 써서 에이플러스를 받기도했다. 그는 보기 드물게 똑똑한 학생이라고 선생님들은 생각했고, 그래서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자고 학교장을 설득한 후다. 롤런드는 그에게 주어진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마땅히 기뻐하며 감사히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피아노 선생님은 그런 그를 말린다. 학교에 돌아가지 말라고 한다. 롤런드가 있어야 할 곳은 그녀의 침대라고 말한다. 심지어 열여섯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곳에서 결혼하자고 그를 설득한다. 아니, 그래도 결혼은 좀 아니지 않나, 그렇게 롤런드는 그녀를 떠난다. 그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공부를 마친다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그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기를 선택하고, 그리고 돈을 번다. 그리고 자라고, 어른이 되고, 여자들을 만나고, 섹스를 좋아하고, 그러나 풀타임 직업을 갖지는 못한 채로 지금 한 아이의 아버지가, 싱글 대디가 된 것이다.


나는 롤리타를 생각했다. 험버트의 성적 노예가 된 롤리타. 롤리타 옆에는 롤리타를 지켜줄 어른이 없었고, 롤리타를 이용하는 의붓아버지 험버트가 있었다. 롤리타는 연극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롤리타에게 집착하고 롤리타와의 관계를 철저하게 숨겨야하는 험버트는, 롤리타가 즐거워하는 테니스도 못하게 하고 롤리타가 재능을 보이는 연극도 못하게 한다. 그렇게 롤리타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더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롤리타에게 올 수 있었던 어떤 미래들을 차단한다. 롤리타가 험버트를 벗어나 도망을쳐도, 그녀에게 펼쳐진 미래는 또 그녀를 이용하려는 다른 남자의 기다림이었다. 


롤리타는 나보코프의 1955년 작품이다. 나보코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언제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언 매큐언의 레슨은 2022년 작품이다. 이언 매큐언 역시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그 아이의 미래를 어떤 식으로 방해하는지. 그러나 이 70년 사이에 세상은 변했다. 롤리타의 편이 되어준 사람은 없었지만, 그리고 롤리타가 쓰여졌던 당시 많은 평론가들의 험버트의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롤런드가 범죄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다. 가해자의 서사가 그 범죄에 변명이 되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내가 집을 나가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였던 롤런드는, 얼마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가진 남자가 되었지만,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시를 가지고 다시 그를 찾아온 젊은 형사는 그에게 말한다.



"베인스 씨는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이건 범죄 문제예요." -p.481



롤런드의 삶은 순간순간 '그 때 그 일이 없었다면'을 생각하게 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은, 섹스에 집착하게 된 것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한 것은, 어떤 일에도 제대로된 성과를 낸 적이 없는 것은, 그 때 그 일 때문이 아닐까. 악몽을 꿀 때면 피아노선생님이 나왔지만, 그러나 그는 싱글 대디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갔다. 아이는 자랐고 다른 여자들과 연인이 되기도 했다.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지만, 축하카드의 문구를 써준 걸로 돈을 여유롭게 가질 수도 있었다. 그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었지만, 그러나 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했을 때, 그리고 나도 그 당시 원했다고 얘기했을 때,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너는 고작 열네살이었다고. 롤런드는 롤리타와 달랐다. 롤런드는 세상이 그 일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잇었고, 사실 그러나 나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그런 일이 자기 아들에게 일어나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도 안다. 어떤 것이 잘못이고 어떻게 잘못된건지 아는 일은 중심을 잡는데 필요하다. 롤런드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삶에 있어서 고난을 만나고 고통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러나 기쁨과 행복을 만난다.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어릴 때 그 일이 없었다면 그의 미래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펼쳐졌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게 지금 불행한 삶을  사는 걸 뜻하는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감히 타인의 삶을 불행하다고 혹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남들이 그러듯이,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구나 그러하듯이,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된다. 아이가 있고 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부모를 떠나보내고 손주들을 만나게된다. 



롤런드의 이야기가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끝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롤런드가 만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그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그에게 영향을 미쳤다. 롤런드는 통일전의 독일인과도 친구였고 지금은 정치적으로 꼴도 보기 싫은 정치인과 과거에 밴드를 같이하기도 했다. 그를 두고 떠난 아내는, 보잘것 없는 소설을 써서 그가 비웃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가 읽어도 크게 놀랄만한 대단한 소설가가 되어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년이 되어 이제 자신의 삶을 백 장의 사진으로 정리하기 위해 천천히 준비하는 롤런드는, 망설이다가 그 백 장안에 피아노 선생님의 사진도 넣는다. 그의 인생에는 그 선생님이 있었다. 단순히 있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그녀의 존재가 거기, 그와 계속 있었다.



이 책이 의미를 가지는 건, 이 책이 단지 '아동 성폭행 피해자 롤런드'를 얘기 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 그런 일이 있었지만, 그러나 롤런드라는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이 그의 인생 전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일은 있었고, 그 일은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그러나 그의 인생이 그것 만으로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가 만난 사람들은 역시, 그 사람들 고유의 인생을 살았다. 그의 인생은, 각자 고유한 인생을 살아갔던 사람들과의 총체적 합이다.


그의 아내 앨리스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은 아주 많이, 그 아내의 입장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어린 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나버린 여자. 자신이 침몰할까봐, 자신의 엄마가 글쓰기를 포기하고 침몰했던 것처럼, 자신도 침몰해서 계속 우울하게 인생을 살까봐 기꺼이 버리고 돌아선 여자.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되었는가. 정말로 대단한 작품을 써냈다. 대단한 작품을 써내고, 또 써냈다. 매몰차게 아이와 남편을 무시하면서 보란듯이 성공한 작가가 되었다. 롤런드는 수시로 얘기한다. 만약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집에, 그녀가 떠나지 않고 우리와 살았다면, 그랬다면 그런 작품을 써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물론, 어떤 사람들은 부모의 역할도 해내면서 훌륭한 작품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떠났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글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세상에 글을 써내는 사람은, 그 글에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에 대해 얼만큼의 이야기를 해야하는걸까.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것에 있어서 윤리란 어떤 것일까. 



롤런드의 인생을 그리고 앨리스의 인생을 좋은 인생이었노라 그리고 나쁜 인생이었노라 다른 사람이 판단할 수는 없다. 누구나 죽음을 앞두고는 어떤 일을 후회하고 어떤 일에 있어서는 만족하는 것일테다. 어떤 비극이 나에게 있었고 또 어떤 후회가 나에게 남았어도 또 어떤 자랑스러움과 어떤 행복이 공존한다. 아이었을 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어떤 실수를 하고 또 어떤 행복과 안정을 느끼기까지, 이언 매큐언은, 그 삶을 살아냈기 때문에 써낼 수 있었다. 늙어가는 부모 그리고 결국 부모를 떠나보내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내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지 않았다면 어떻게 써낼 수 있을까. 


롤런드에게 의붓형이 있었다는 것을, 노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언 매큐언에게도 있었던 일이다. 의붓형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된 일. 책 속의 롤런드가 그랬듯이 이언 매큐언도 기숙 학교를 다녔다. 그 기숙학교의 어떤 선생님은 실명으로 이 책 속에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어느 정도 이언 매큐언의 이야기이구나,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는데, 이언 매큐언은 감사의 말에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 학교에 미리엄 코넬 같은 피아노 선생님은 없었다. -p.688, <감사의 말> 중에서





스스로 만든 지옥은 흥미로운 구조물이다. 누구나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만들게 되어 있다. 어떤 이들의 삶은 그런 지옥일 뿐이다. 성격이 불행을 자초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롤런드는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 P35

그의 오른쪼긍로 난 농로는 평평한 들판을 가로지른 후 크라우치하우스를 지나 워런 레인을 따라 오리 연못과 어워턴홀로 이어졌다. 앤 불린이 어릴 적에 그곳을 바문해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며, 나중에 헨리 8세가 그녀에게 구애하기 이해 그곳에 왔었다는 사실을 모든 학생이 알고 있었다. 앤 불린은 왕의 명령으로 런던탑에서 참수되기 전에 자신의 심장을 어워턴교회에 묻어달라고 간청했다. - P186

그는 일을 마친 후 침실에서 자신의 O레벨 시험(과거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보통 16세가 된 학생들이 치던 과목별 평가 시험) 결과가 은 갈색 봉투를 떨리는 손으로 뜯었다. 그느느 침대에 앉아 목록을 바라보며 특정한 한 글자가 다르게 보이도록 애썼다. 모두 열한 과목이었는데 단 한 과목도 통과하지 못했다. 모든 과목 옆에 ‘F‘가 찍힌 얄팍한 인쇄지는 그야말로 물리적 충격이었다. 영어마저도. 영어는 저능아만 낙제한다고 다들 말했다. 음악까지도. 그는 합격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럼 식스폼에 못 올라가고, 상급 영어와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대학도 물건너간 일이었다. - P356

"넌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한 나이야."
"그래도 선생님을 만나러 갈 거예요. 전과 똑같을 거예요."
"난 네가 여기에 항상 있기를 원해."
"네."
"난 네가 학교를 떠나기를 원해. 네가 내 침대에 있기를 원해."
그는 공중전화 부스 문에 몸을 의지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 P361

"내가 이미 여러 번 부탁했잖아요. 아프다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그러면 그는 심통을 부렸다. "다정하게 대해준 대가가 고작 이거야?"
그런 분위기에서 아버지는 부루퉁함과 격노의 조합을 능숙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술도 즉각 와인에서 맥주와 독주로 바꿔 교대로 마셨다. 로절린드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마친 뒤 곧장 침실로 가버렸고, 롤런드는 거실에 아버지와 함께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어색한 분위기를 의식하고 다른 화제로 넘어가고 싶을 때, 그리고 롤런드도 함께 넘어가주기를 바랄 때 늘 그러듯 이렇게 말했다. "신경쓰지 마라, 아들. 신경쓰지 마." - P371

그리고 올드타운을 지나 렉토리그로브를 따라 집을 향해 짧게 걸어가는 길에도 끔찍하고 부적절한 생각이 고개를 드렀다. 해방감. 그는 더 커진 하늘 아래 서 있었다. 넌 더이상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야. 넌 그저 아버지일 뿐이야. 이제 너와 네 무덤으로 가는 분명한 길 사이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아. 아닌 척하지 마-스픔만이 아니라 고양감도 온당한 감정이야. 그는 죽음에 관해서는 초심자였지만 처음 드는 감정을 의심할 줄은 알았다. - P420

그의 아버지에겐 친구가 없었다. 군대 동료, 장교클럽의 술친구는 상황에 의해 억지로 맺어진 관계였다. 그들은 수년 동안 그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다. 롤런드는 이제야 분명하게 알 것 같았다. 잔디깎이 사건은 작은 일례일 뿐이었다. 고립된 남자, 그는 동네 술집에서 편하게 어울리기엔 너무 독단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남의 말에는 귀를 닫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능은 높으나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매일 보는 신문 외에는 관심사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군대식 질서 의식과 시간 엄수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깊은 권태감을 가렸는데, 술이-적어도 그 자신에게는-모든 걸 견딜 만하게 해주었다. - P427

그는 걸음을 옮기며, 아이를 키우는 것 외엔 자기 삶의 모든 것이 비정형의 상태로 남아 있고 그걸 바꿀 방버비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돈은 그를 구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삼십년 전 비틀스에게 보내려고 쓰기 시작했던 곡은 어떻게 되었는가? 없었다. 그후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다. 백만 번쯤 테니스공을 치고, 천 번쯤 <클라임 에브리 마운틴>을 연주한 것 말고는, 자신이 쓴 진지한 시들을 읽을 때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아버지는 한순간에 쓰러져 죽었다. 어머니는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뇌 검사를 받아보면 확실해질 터였다. 부모의 운명은 그의 운명을 말해주었다. 그는 부모의 운명으로 자신의 삶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자기 나이 때 부모님이 어땠는지 또렷이 기억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병든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 P441

반면 앨리사는-그녀의 결단에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느 바람 부는 화창한 평일 아침에 그녀는 작은 여행 가방을 꾸린 후 열쇠를 남기고 현관문을 나서며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때 그녀는 야망에 사로잡혀 그것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42

그는 잠들기 전에 귀사타브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을 30쪽 정도 읽었다. 청년 프레데렉 모로는 나이 많은 유부녀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어느 저녁 사교 모임에서 작별인사로 그의 손을 잡았고, 그 직후에 집으로 걸어가던 그는 퐁네프 다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황홀한 상태에서 "더 높은 세계로 올라가는 것 같은 영혼의 전율을 체험한다". 롤런드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손을 잡다. 이 단계에서 둘 사이에 섹스의 가능성은 없었다. 그녀는 아마 그의 감정에 대해 전혀 모를 터였다. 롤런드의 문고본에 적힌 작품 소개에 따르면, 작가 플로베르 자신도 열네 살 때 스물여섯 살 유부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 여자는 거의 반세기 동안, 여러 차례 공백기를 두고 그의 삶에 남았다.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 P453

"베인스 씨는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이건 범죄 문제예요." - P481

"당신이 참아줄 수 있다면 하나 더 이야기하죠. 나는 당신이 다른 학교에 다녔는지, 지난 세월동안 뭘 하며 살았는지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프로 콘서트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았다는 건 알아요. 수년간 계속 찾아보고 알아봤으니까. 당신이 성공하면 내가 당신에게 끼친 피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하지만 그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나 때문에 당신이 갖지 못한 것, 음악을 사랑하는 세상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너무 미안하게 생각해요. 당신에게 광기를 쏟아부은 것도." - P512

지금, 마침내 그가 갑작스러운 동작에 약간 현기증을 느끼며 일어섰을 때, 잔에는 위스키가 4분의 3이나 남아 있었다. 그의 뱃속에 들어가 수면을 망치느니 거기 있는 게 나았다. - P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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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2-0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롤런드의 아내가 훌륭한 소설을 썼다는 말을 들으니,
‘에밀‘을 쓴 루소가 떠오르는군요...

루소도 두가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기도 했구요.

잘읽었는데 마음이 약간은 무겁습니다.

물론, 롤런드를 향한 마음은 한량이 없습니다!

추신ㅡ 그런데 말입니다.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아무리 작가라지만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해낼 수 있는거지요?
하.... 저는 이런 참신하고도 독창적인 표현을 죽는 그날까지
해내지 못할겁니다 ㅠ



다락방 2025-12-09 17:2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차트랑 님. 자기 손으로 고문 기계를 만들고 그 안으로 기어들어간다.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겠는데, 그런데 그 표현을 왜 저는 못할까요? 그래서 작가는 작가이고 독자는 독자인가 봅니다.

두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누구나 그래야만 한다면 해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다른데 신경쓸 일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 잘해낼 수 있겠지요. 왜, 여자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내와 엄마를 하면서 작가까지 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차트랑 2025-12-09 18:48   좋아요 1 | URL
일과를 마무리 하기 전에 한 말씀 드리고 갑니다.

다락방님께서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셔야합니다.

제가 죽어도 못할 일을
다락방님께서는 반드시 해내셔야하고
그렇게 하실 수 있다는 저의 믿음에 보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다락방님의 ‘Amor Fati‘ 입니다 !!!
설마 잊으시려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그럼, 저는 이만....




다락방 2025-12-10 00:57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차트랑 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자냥 2025-12-0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네 살이요?! 아니 저건 소아성애인데....-_- 저게 어떻게 사랑이라고.
아니 그리고 침대에서 깨워서 학교 보내도 모자랄 판에.... 아이고야.
여남이든 남녀든 여여든 남남이든 성인이 미성년자 성적으로 그루밍 착취하는 걸 사랑이라고 그리는 거 참 싫습니다....;;; (한쪽이 미성년자일 때 만났다가 성인이 되어 결혼하는 것도 전 그래서 좀 그렇더라고요.....)

아무튼 이 글 읽으면서 저도 <롤리타> 생각이 났는데(롤런드도 그래서 일부러 이름 비슷하게 지은 건가 싶기도...) 롤리타와 다른 결말이고 다른 결로 소설을 풀어나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언 매큐언 저는 이상하게 손이 안 가는 작가라서 이 작품은 다락방 님 리뷰 읽은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이 작품 이언 매큐언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서 성착취 그 부분도 자기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다락방 2025-12-09 17:30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인물은 그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자기 변명이지만),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 작품 속에서 미성년자와의 관계에 대해 피아노 선생도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이 작품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잠자냥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이 작품속 주인공의 이름이 ‘롤런드‘인 것은 롤리타를 생각해서 가져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롤리타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롤리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요, 저는 이언 매큐언도 롤리타를 생각하며 쓴 것 같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나 세월이 흐른만큼 뒷부분은 다르게 풀어내고요.

저도 이언 매큐언은 여러권 읽긴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게 되진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신간이 나오면 또 관심을 갖게 되고 말이지요. 하여간 이 책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좋았습니다.

망고 2025-12-0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이 책 반정도 읽고 있기 때문에 다락방님 리뷰는 흐린눈으로 안본 듯 쓰윽 봤습니다ㅋㅋㅋㅋ저는 애초에 이런 내용이 들어있는 걸 알았다면 시작 안 했을거 같아요ㅠㅠ 피아노 열심히 배우는 내용일거라 예상하고 재밌을거 같아서 나오자마자 샀건만...ㅠㅠ

잠자냥 2025-12-09 14:26   좋아요 0 | URL
망고 님이 읽는 부분은 침대에서 그러고 있느라 정작 피아노는 치지도 못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12-09 14:27   좋아요 0 | URL
열네살짜리랑...너무 싫었어요ㅠㅠ

잠자냥 2025-12-09 14:31   좋아요 0 | URL
아 전 요즘에 한국에서 교사가 18세 제자랑 숙박업소 전전... 심지어 한 살 아들 동반... 그 기사 보고 이거랑 겹쳐서 더 싫었............

잠자냥 2025-12-09 14:49   좋아요 0 | URL
망고 님에게 <아름다운 청춘 Lust Och Fagring Stor, All Things Fair>(1995)을 추천합니다. 🤣🤣

망고 2025-12-09 14:42   좋아요 0 | URL
와 이 영화 뭐에요!!! 이런 영화도 있었네요... 유럽은 이런쪽으로 좀 관대한가... 프랑스 대통령도 떠오르고 그러네요ㅠㅠ

잠자냥 2025-12-09 14:49   좋아요 0 | URL
근데 전 이 영화는 좋아해요. 소재는 좀 그렇지만 명작입니다..... (다락방은 이 영화 알 거 같은데....?)
이언 매큐언 <레슨>도 그럴 거 같습니다. 소재는 그렇지만 좋은 작품인 영화/소설이 아닐까.

망고 2025-12-09 15:19   좋아요 0 | URL
이 책도 소재가 그래서 제가 읽기 괴롭다는 것 뿐 문학적으로 괜찮은 작품인거 같아요 아직 다 안 읽었지만ㅎㅎㅎ 저 영화 잠자냥님이 좋아하는 영하라구요? 오호~ 한번 봐볼까

다락방 2025-12-09 17:34   좋아요 0 | URL
망고 님, 책은 걱정말고 끝까지 읽으셔도 되겠습니다. 끝으로 갈수록 좋아지고요, 마지막엔 아 별 다섯을 줄까도 살짝 망설이긴 했거든요. 어떤 부분들에서는 헉, 하고 놀라다가 뭐야, 작가가 나를 이렇게 만들기 있긔없긔?! 이러면서 읽기도 했습니다. 끝까지 읽으세요, 망고 님. 인간은 결국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하고, 그리고 모든 인간은 늙어가고 병들고 그리고 과거는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잠자냥 님/ 언급하신 영화는 제가 본 영화고요, 지금은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렴풋하게, 소년이 선생님의 집에도 갔던, 그런데 선생님의 남편도 있었고 그 남편과도 친하게 지냈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이 관계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어했던 여자...도요.

단발머리 2025-12-0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리뷰 읽어보니 이 책, 두께만큼이나 넓은 책인 것 같습니다. 롤런드의 삶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아내가 훌륭한 작품을 써냈다고 하는데서 한편으로 시원하기도 하구요. 우치타 다쓰루라고 한국에 여러 책이 소개된 일본 작가가 있는데, 이혼하면서 8살인가 어린 딸을 자기가 키웠다고 하더라구요. 아이가 아빠랑 살겠다고 해서 ㅋㅋㅋㅋ도시락 싸주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 그래서 육아 때문에 대학 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약간 독학식으로 공부했는데 나중에는 일가를 이뤘죠. 롤런드의 아내는 롤런드를 떠나서 성공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보통의 경우에 그런 경우 여자가 희생하니깐요. 근데 롤런드가 힘들기는 했겠네요. 그래서, 결론은. 피아노쌤은 나쁘다....로.

다락방 2025-12-10 01:04   좋아요 0 | URL
<반면 앨리사는-그녀의 결단에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느 바람 부는 화창한 평일 아침에 그녀는 작은 여행 가방을 꾸린 후 열쇠를 남기고 현관문을 나서며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때 그녀는 야망에 사로잡혀 그것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442>

제가 위에 인용문도 삽입하긴 했는데요, 앨리사(롤런드의 아내) 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던거죠. 저는 이게 되게 인상깊었어요. 사실 내 고통을 감내하는 건 할 수 있어도, 다른 이들에게도 고통을 준다고 하면 그건 꺼려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나 어린 자식을 두고 떠난다? 이건 보통의 마음먹기로 가능한게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알면서, 그런데도 두 눈을 질끈 감은거잖아요. 이것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런데 너무나 훌륭한 작품을 써냈대요. 롤런드의 생각처럼, 남편과 아이를 두고 떠나지 않았다면, 아내와 엄마로 계속 머물렀다면, 그랬다면 정말 불가능한 것이었을까. 이 점에 대해서 되게 복잡했어요. 앨리스에 대해 복잡한 마음을 더 써보고 싶었는데, 리뷰가 너무 길어지더라고요. 사실 되게 할 말이 많은 작품이거든요.

롤런드의 엄마 로절린드 얘기도 진짜 할 게 많아요. 중요한 건 스포일러가 될테니 더 말하진 않겠지만, 참전한 남편이 사망해서 재혼을 하고, 롤런드는 그 두번째 남편의 아들인데요, 이 남편이 폭력적이라서 아내를 때리거든요. 그러니까 이 엄마, 아내의 입장도 그리고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들에게 계속해서 말하는 아버지도. 그리고 다시 앨리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앨리사 어머니가 평생 ‘책을 썼어야 했는데 남자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느라 그걸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것까지. 앨리사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 자신은 엄마처럼 침몰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도 되게 복잡했어요. 만약 앨리사의 엄마가 침몰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앨리사는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요?

피아노 선생님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과거는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단발머리 2025-12-10 21:08   좋아요 0 | URL
˝앨리사 어머니가 평생 ‘책을 썼어야 했는데 남자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아이를 낳느라 그걸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것까지. 앨리사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서 자신은 엄마처럼 침몰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다락방님의 이 문장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을 드네요. 제가 좋아하는 <빨래하는 페미니즘>의 작가는 아이를 낳고 아이를 돌보려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파트타임으로 일했다고 하잖아요. 저자의 어머니가 미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아주 유명한 교수였구요. 생후 한 달때부터 베이비시터의 손에서 자랐던 작가는 자신의 아이를 그렇게 둘 수 없었으니까요. 한 문단을 옮겨봅니다.


나는 나를 낯선 이의 손에 맡겨야 했던 부모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남의 손에 자란 내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는 말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중 한 분이 출장을 떠날 때마다 나는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렸다. 학교가 파한 후 빈집에 들어갈 때 귓가에 울리는 내 발자국 소리가 왠지 서글펐던 기억, 초등학교 학예회 때 꽉 찬 관중석 어디에도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주여 오소서」를 부를 때 느낀 외로움 등이 내가 치러야 했던 대가였다. 나는 연극이 끝난 후 무대 뒤에서 한 이웃 아주머니가 자기 자식에게 주려고 가져온 꽃다발에서 뽑아 낸 꽃 한 송이를 건네받은 적도 있었다. (238쪽)


전 이걸.... 퐁당퐁당이라고 봐요. 앨리사의 어머니가 앨리사처럼 자식(앨리사)을 버리고 떠나 책을 써서 성공했다면요. 제 생각에, 앨리사는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거예요. 평생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며 살았던 앨리사는 자신의 자식에게는 그렇게 못 했을 거예요. 엄청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자식을 떠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꿈을 이뤘을수도 있구요.

성악가 조수미의 어머니가 밤마다 함께 걷는 산책길에서 그랬다죠.
˝너는 결혼하지 말고. 맘껏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되거라.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닌 만인의 연인이 되어라.˝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가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자신의 선택을 어떻게 반추하는지가 중요하고요. 합리화하는 거라고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어쩌면 최선의 선택이었던 순간을 인정하는 거요.

아........ 왜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방에만 오면 말이 길어지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나 좀 말려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롱맨 영영한사전 - 개정2판
금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금성교과서(금성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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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좋아 너무 좋아. 사람들이 다 이거 사서 단어 찾았으면 좋겠다.
이 영영한사전을 추천해주신 라파엘 님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영영사전도 있고 영한사전도 있지만, 영영한사전이 있다는 건 라파엘 님덕에 처음 알았어요. 이래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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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5-12-0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영영한 사전이요? 저도 몰랐어요!

다락방 2025-12-03 15:27   좋아요 1 | URL
여기에서 필요해서 샀는데 진짜 너무 좋아요. 독서괭 님, 추천합니다! >.<
제가 단어 몇 개 찾아서 페이퍼 써보도록 할게요!!

독서괭 2025-12-03 16:52   좋아요 0 | URL
네 궁금해요. 사진도 부탁드립니다! ㅋㅋ

다락방 2025-12-03 23:58   좋아요 1 | URL
페이퍼 쓰고 사진도 올렸고 영상도 올렸습니다!!

건수하 2025-12-0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이죠 ^^ 전에 샀었던 거 같은데... 어디로 갔는가... =ㅁ=

근데 요즘 라파엘님 못 뵌지 한참인것 같아요.

다락방 2025-12-03 15: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라파엘 님 못 뵌지 한참됐네요.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전 이 롱맨 영영한사전에 완전 만족합니다! >.<

단발머리 2025-12-0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어 공부의 시작과 끝은 사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전의 최고봉은 영영사전 아니고 영영한 사전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좋은 거 가르쳐주신 라파엘님 어디 계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12-03 23:59   좋아요 0 | URL
영영한사전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님. 저의 애정템입니다. 비록 찾아본 단어는 몇 개 안되지만 말이지요. 하핫.
 
예수의 아들
데니스 존슨 지음, 박아람 옮김 / 기이프레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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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일들은 늘 웨인과 함께 있을 때 일어났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날 오후가 그 모든 순간을 통틀어 최고였다. 우리에겐 돈이 있었다. 우리는 꾀죄죄하고 피곤했다. 평소 우리는 뭔가가 잘못되긴 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른 채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렸지만, 오늘은 일한 자들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일>, p.90


나는 사소한 질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그 답을 얻지는 못했다. 앞으로도 조금 더 생각해볼 예정인데, 그렇다해도 그 답을 얻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 질문은 이런 것이다.


'왜 인간은, 이쪽이 더 좋고, 옳고, 낫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저쪽을 선택하는가' 


이 질문을 계속 생각하고 있는 까닭은 이 책, 데니스 존슨의 [예수의 아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단편집이 실린 단편들 중 하나의 제목을 책의 제목으로 가져오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에 <예수의 아들>이란 제목을 가진 단편은 없다. '루 리드' 의 <헤로인> 이라는 노래 가사 중에 '그 황홀한 기운이 밀려들면 내가 예수의 아들이 된 기분이야' 라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책의 앞장에 가사가 실려있다.


내가 피하는 이야기가 있다. 알고서는 선택하지 않는 이야기. 약물중독과 알콜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읽으면 너무 괴로워지고 끝까지 읽어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다 라는걸 알면 선택하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은 제일 처음 제목만 보고 오오, 예수의 아들이라니,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 라고 생각해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었는데, 백자평에서 약물 중독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보았고, 그래서 망설였다. 하.. 싫은데 읽을까 말까 읽을까 말까. 그래도 예수의 아들이라는 제목에 혹해 읽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 받으면 그만 읽자 싶었다. 그리고, 위의 인용한 부분의 <일> 을 읽게 되었고, 그 때부터 자꾸만 질문이 따라왔다. 왜, 이쪽이 더 좋은걸 알면서, 이쪽을 경험해봤으면서, 그런데 굳이 저쪽으로 가는가, 하는 질문이.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죄다 약물중독자들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자기 육체와 정신에 약을 넣어준다. 그러니 평범한 생활이 가능할 리가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이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니, 당연하게도 약물중독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약에 취한 채로 히치하이킹을 하고, 사고난 차량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데리고 나오고, 다른 사람의 집에 침입하고, 병원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 매순간 내게는 긴장이다. 저래가지고 운전자에게 해가 되진 않으려나, 저 아이는 데리고 나가서 어쩌겠다는건가, 저런 사람을 병원에서 일하게 해도 되나. 나는 자꾸만 걱정이 되고 두려워진다. 약 좀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내가 이래서 약물중독자가 나오는 책을 읽기가 싫다. 내가 캐럴라인 냅의 [드링킹]도 두 장인가 읽다가 읽기를 포기했단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을 나는 처음부터 읽지 않았어야 했지만, 아아, 그런데 이게 뭘까. 이건 뭔가. 이게 문학이란 말이다. 너무나 문학, 그 자체인 것이다. 


다시 <일>로 돌아가서, 약물중독자인 인물들이 '노동'을 하고 땀을 흠뻑 흘린다. 폐가의 고물들을 다 수거해서 내다 파는일. 그 일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둘 다 땀을 흘렸고 땀구멍에서 술기운이 빠져나오면서 오래된 귤껍질 같은 냄새를 풍겼다'(p.83) 그래서 '"이렇게 일하니까 약 기운이 다 깨잖아요. 좀 더 쉽게 돈 버는 법은 없어요?"'('p.83) 라고도 말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을 하고, 그 날 약간의 돈을 벌고, 그 돈을 가지고 술집에 가면서 그 순간을 좋은 순간으로 기억한다. 정말 좋은 일은 웨인과 함께 있을 때 일어난다고 생각했고, '평소 우리는 뭔가가 잘못되긴 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른 채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렸지만'(p.90), 그렇지만 일을 하고 땀흘리고 돈을 벌고, 그 돈을 가지고 좋아하는 술집으로 와서 좋아하는 바텐더에게 술을 주문하고서는 '오늘은 일한 자들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p.90) 라고 하는거다. 그러니까,


그는 알고 있다. 

일한 자의 기분이 어떤건지 알고 있다. 

약기운이 빠져나갔을 때의 기분을 알고 있다. 그 감정을 알고, 그것을 '좋다'고 분명히 느끼는 사람이다. 일을 해서 땀을 내고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좋아하는 술을 사 마시러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안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약을 한다. 그 좋았던 순간을 알면서도, 경험했으면서도 다시 약을 한다. 계속 약을 한다. 잘나가는 미식 축구선수를 결국 해파리처럼 흐느적 거리게 만드는 그 약을, 그래서 다시는 미식축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 약을 한다. 미식 축구선수는, 자신의 잘나가는 시절을 기억하겠지. 약을 끊으면, 다시 그 전과 꼭같아지지는 않더라도, 다시 인생에 다른 시간이 온다는 것을, 약에 취하지 않은 순간에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다짐할 것이다. '다시는 이 약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그런데 어김없이 약을 하고 또다시 흐느적거리면서, 이제는 아무 쓸모없어진 '전에는 잘나가는 미식축구 선수'가 된다. 이게 '중독'의, '약중독'의 무서운 점일 것이다. 알면서도,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손을 대게 만들어서, 저기, 저 너머에 분명 내가 알고 있는, 경험한 좋은 순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선택하게 만드는. 아마 그것-약-은 무척 힘이 센가보다. 내가 계속해서 던진 질문은, '이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걸 알면서 왜 저쪽을 선택할까' 였다. 약의 중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알잖아요, 얼마나 좋앗는지 알잖아요, 그런데 왜, 라고 자꾸 물어보게 되는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내가 답할 수 없는 어떤 깊은 독함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약 중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쓸데없는 질문을 반복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꼭 약중독이 아니어도, 우리는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이건 잘못된거야'를 알면서도 굳이 선택하는 그런  때 말이다. '이건 옳지 않아', '이걸 하면 후회할거야' 라면서도 굳이 그 나쁜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갈 때가 있지 않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연인이 아니라, 자신을 파괴하는 연인에게로 가는 경우들도 있지 않나. 이 관계는 나를 파괴한다, 는걸 알면서 굳이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게 되는 경우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걸 안하는게 좋아' 라는걸 알면서도 선택하는 지점들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다 있지 않나. 그 질문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된거다. 


왜? 이게 더 낫다는 걸 알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선택하는거야?



나는 아직 답을 모르겠다. 거기엔 자신만의 고유한, 타인은 모르는 어떤 은밀한 부분이 포함된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에 문학의 의의가 있다. 사소한 질문을 던지는 일,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을 질문하는 일. 이게 문학이 하는 일이다. 이 사소한 질문을, 그러나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이 책이 던졌고, 나는 그 답을 찾으려고 내내 생각했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초반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 글을 이렇게 잘 쓰는데 왜 약물중독자 이야기를 한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얼마나 오만한가. 책을 다 읽고나자,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약물중독자에 대해 얘기하면 왜 안된단 말인가'로 바뀌었다. 약에 중독된 사람의 뇌가 일정부분 망가진 것이라는 걸, 데니스 존슨은 '어떤 중요한 연결이 타 버려서 그런 거'(p.74) 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건 그 사람이 특별하게 못나서가 아니다. 곧이어 '만약 내가 당신의 머리를 열고 뜨겁게 달군 쇠로 뇌를 헤집는다면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될지 모른다'(p.74) 고 경고하니까. 



인생의 좋았던 순간을 알고 또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것도 데니스 존슨은 알고 있다. 좋았던 순간이 짧다는 것도 알고, 그리고 사랑은 금세 가버리는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렇게 사소한 질문을 던지고, 오래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리 극적이고 끔찍한 말을 생각해 내도 그녀는 기분이 누그러지거나, 맨 처음 나를 잘 모를 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더렵혀진 결혼>, p.120


좋았다.

그의 가슴에도 선량함이 있었다고 하면 당신은 믿겠는가? 그의 왼손은 그의 오른손이 하는 일을 몰랐다. 그건 그냥 어떤 중요한 연결이 타 버려서 그런 거였다. 만약 내가 당신의 머리를 열고 뜨겁게 달군 쇠로 뇌를 헤집는다면 당신도 그런 사람이 될지 모른다. -<던던> - P74

"밖으로 나와." 웨인이 말했다.
그러자 사내가 대꾸했다. "여긴 학교가 아닌데."
"병신 같은 새끼, 웃기고 있네. 그게 대체 무슨 소린데?" 웨인이 말했다.
"밖으로 나가는 건 학교에서나 하던 짓이지. 여기서 붙자고."
"여기선 안 돼. 여자하고 애하고 개하고 장애인들이 있는 곳에선 싸울 수가 없어." 웨인이 말했다.
"씨발, 이 새끼 취했네." 사내가 말했다. -<일> - P88

정말 좋은 일들은 늘 웨인과 함께 있을 때 일어났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날 오후가 그 모든 순간을 통틀어 최고였다. 우리에겐 돈이 있었다. 우리는 꾀죄죄하고 피곤했다. 평소 우리는 뭔가가 잘못되긴 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른 채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렸지만, 오늘은 일한 자들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일> - P90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리 극적이고 끔찍한 말을 생각해 내도 그녀는 기분이 누그러지거나, 맨 처음 나를 잘 모를 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더렵혀진 결혼> - P120

우리는 대체로 정해진 일정을 따랐다.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 텔레비전에서는 늘 똑같은 프로그램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 가짜 세계에서 나오는 ㄴ대화와 웃음이 없이는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게 두려웠다. 그녀를 너무 많이 알고 싶지 않았고, 서로의 시선으로 정적을 메우고 싶지도 않았다. -<베벌리 요양 병원>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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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2-0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줄 알면서도 계속하는 건 중독입니다~!!

다락방 님과 저도 계속 술 마시는 그거...중독입니다~!!
저 얼마전에 편의점에 맥주 사러 갔는데... 거기 점원분이 제가 자주 맥주 사는 거 알고 말 자주 걸거든요? 그날은 제가 늘 사던 기린 맥주 4캔을 안 사고 산토리 4캔을 샀더니 그분이 “와 드디어 바뀌었다!”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행사가 끝나서요.”(그때까지 기린 맥주 4캔 11,000원 행사). 그랬더니 “그럼 이거 맛있어요?” 그래서 “네 산토리가 일본 맥주 중엔 제일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행사 안 할 땐 그냥 이거 마셔요.” 그랬더니 이분이 뭐랬는 줄 아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문가가 맛있다면 맛있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진짜 빵 터졌는데 알코올중독자라고 안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분 눈엔 전 이미 알코올중독자일걸요. ㅋㅋㅋㅋㅋ 그전엔 집사2랑 번갈아가면서 술 사오곤 했는데 집사2가 다친 후로는 매일 제가 가서 술사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 전문가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무튼 나쁜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건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이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나를 파괴하는 관계라는 거 뻔히 알면서도 거기에 기어코 들어가는 것도 결국엔 그 대상이 그만큼 좋아서겠지요. 제어가 안 될 정도로. 이거 다락방님이 잘 하는 거면서 왜 모르는 척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데니스 존스도 그렇고요. 사랑도 그렇고 그 좋았던 순간도 다 지나간다.......

다락방 2025-12-02 12:49   좋아요 1 | URL
도대체, 왜, 잠자냥 님은 마실 때마다 번번이 맥주를 사러 가는거죠? 걍 잔뜩 쟁여두면 되잖아요? 귀찮지 않습니까? 저는 한국에 있을 때도 쟁였지만 싱가폴 와서는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30개 박스를 사서 쟁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잠자냥 님이 그렇게 번번이 가신 덕분에, 잠자냥 님이 잘 안하시는 ‘직원과 대화하기‘를.. 하게 되셨네요? 껄껄.

맞습니다. 나쁜 걸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이 중독이죠. 나쁜거 아는데, 저기 좋은게 있는데, 그런데 굳이 이 나쁜걸 택하는 그런 마음에는 분명, 이 나쁜 것 안에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매력을, 그러니까 저버릴 수 없는가.. 라는 생각을 저는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상식적으로라면, 나쁜건 안하는게 맞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한단 말이죠.

하여간 좋은 책읽기였습니다. 특히 제가 본문에도 인용한, ‘맨 처음 나를 잘 모를 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이 문장 너무 주옥같지 않습니까? 맨 처음 나를 잘 모를 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ㅋ ㅑ ~ 진짜 소주 땡기네요. 와인도 땡기고. 친구가 발베니 위스키도 주고 갔는데... (먼 산 보기)

잠자냥 2025-12-02 13:09   좋아요 1 | URL
그건 말이죠.. 집에 술을 사 두면 진짜 홀라당 며칠만에 다 먹어버려서... ㅠㅠ ㅋㅋㅋㅋ
맥주 박스째 사놨더니 이삼일만에 다 먹어버려서 이거 큰일이구나... 그랬습죠.
직원과의 대화는......... 제가 먼저 시도하진 않습니다만 먼저 말 거는 직원한테는 최소한 대답은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 가게나 택시(?) 이런 데서 일하시는 분들이 먼저 저한테 말 잘 거는 편이에요. 지나가는 꼬마들도 말 잘 걸고 뭔가 대꾸해주게 생겼나 봅니다......... -_-

다락방 2025-12-02 13:3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가만있고 싶지만 사람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12-03 16:50   좋아요 0 | URL
치명적인 매력 어쩔거야.. 인티제인데 너무 치명적이야..

잠자냥 2025-12-03 17:00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건 아니고…. 어린이랑 동물한테 어필하는 스타일입니다. 지나가던 개도 나 보면 멈춰 서서 쳐다 봄. 왜일까요? 내가 개처럼 생겼나? ㅋㅋㅋㅋㅋㅋ 먹을 거 주게 생겼나?! 🤣

독서괭 2025-12-03 17:25   좋아요 1 | URL
아니자나 모임 가서도 사람들이 자꾸 말 간다며요! 개가 쳐다보는 건.. 고양이인 줄 알고 쳐다보는 거 아닐까요? 개들에겐 육고.. 아니 7고의 냄새가 느껴질 듯 ㅋ

독서괭 2025-12-0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약물중독자 나오는 이야기를 읽고 좋다고 하시다니! 정말 좋은 소설인가 봅니다.
우리 다 밀가루 끊고 간식 줄이면 건강 좋아지고 살도 빠지는 거 알잖아요.. 하지만 안 되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걸까요…

다락방 2025-12-04 00:00   좋아요 1 | URL
네, 독서괭 님. 읽기 전에는 고민했는데 읽고나니 정말 잘 읽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책이었어요. 좋은 책이란 독자로 하여금 질문하게 하는 책이 아니던가요. 문장은 아름답고 어쩐지 다 읽고나면 이상하게 가슴이 계속 아픈, 그런 책입니다. 좋은 책이에요.
독서괭 님 댓글 읽고나니 정말 그러네요. 그러면 안되는줄 알면서 저도 자꾸 많이 먹죠... 그러면 돼지가 되는데 자꾸만 많이, 많이...

단발머리 2025-12-0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제가 꼭 읽어야할 것 같은 강한 압박감이 듭니다. 제목이 예수의 아들이라서요^^
약물 중독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무래도 무거울 것 같은데, 이 작품에 대한 평가가 아주 대단하더라구요. 다락방님도 좋았다고 하셔서 기대가 되는데...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우울감 플러스 열패감의 향연일 거 같아요. 중독이란 무엇인가...

다락방 2025-12-04 00:03   좋아요 0 | URL
저도 약물중독에 대한 얘기라서 우울감과 열패감 때문에 읽고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그것과는 좀 달라요. 물론 당연히 밝고 긍정적인 느낌의 책은 아니지만, 뭐랄까요, 우울하고 열패감을 느끼고.. 와는 약간 다른 성질의 슬픔이 있어요. 바로 그 점에서 이 책이 문학이 해야 할 역할을 잘 해냈다고 생각해요. 이상하게 아름답고 이상하게 슬픈 잔상이 남는 책이에요. 저도 제목의 예수의 아들 이라서 선택한건데, 읽기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쓰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서, 우리가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그런 생각도 했어요. 이상하게 계속 아련한 슬픔 같은게 남는 그런 책이에요.

중독이란 무엇인가..

책읽는나무 2025-12-04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물중독이란 말을 들으니 얼마 전에 읽었던 코펜하겐 3부작 자전소설이었던 토베 작가가 생각이 나네요. 그 작가도 훗날 약물중독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고 결국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하더군요.
읽고 나서 한동안 좀 우울했었어요. 왜 그토록 삶을 약물에 의존해 지탱해 갔었는지…
시대적 상황의 영향이 무척 컸겠지만 내내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도 이런 종류의 글들은 너무 어둡고 슬퍼 읽어나가기가 참 힘들단 걸 이제 깨달았어요.
그런데 다락방 님이 이 책 좋다고 하시니 좀 땡깁니다. 또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이로군요.^^

다락방 2025-12-04 20:47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약물중독 이야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알콜중독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문학을 통해 접하지 않는다면 또 전혀 모르고 살게 되는게 아닌가 싶고요.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이런 이야기를 쓰면 왜 안된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여간 아름다운,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슬픈 책이었어요.
 
The Affair : (Jack Reacher 16) (Paperback)
Child, Lee / Bantam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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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서를 읽고 싶다고 생각한 건, 거슬러 올라가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때문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원서로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번역가가 옮긴이의 말에서 주인공의 이름을 바꿨다고 언급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못 읽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렇게 읽어왔으므로 그 잘못된 이름으로 번역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이 아주 기분이 나빴다. 만약 번역가가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일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원서와 주인공 이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테니까. 이건 매우 불쾌한 경험이었고, 일어를 모르는 독자로서 좀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읽은 수많은 책에서 번역가들이 몰라서든, 혹은 알고 부러 그런것이든, 원서와 다른 오류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던것. 억울하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 원서를 읽을 수 있어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원서를 읽는 일이 바로 될 리도 없었고 실행에 옮겨질 리도 없었다. 그건 상당한 공부가 필요한 일이고, 그래서 언제나 뒤로 미뤄졌다.


그 후에는 영어 원서 읽기를 몇차례 시도했으나 번번이 포기했다. 시간이 너무 걸리는 일이었고, 원서 한 권 읽는 동안 번역서 열 권 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어 원서 읽기는 계속 마음에 남아, 몇해전에 친구들과 같이 읽기를 시도하면서, 비로소  몇 권의 원서를 완독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영어 원서 읽기를 시도했는데, 원서를 읽는 일은 뜻밖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외국어로 써진 책을 읽었다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번역서와 주는 감동이 달랐던 것이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다시, 올리브] 원서를 읽다가 눈물이 고였던 일을. 분명 번역서로 먼저 읽었고, 내가 울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말이다. 로맨스 소설을 읽다가도 그랬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면에서, 분명 번역서를 읽어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원서를 읽으면서는 감정이 격해졌다. 원서로 읽을 때는 번역서로 읽을 때랑 받게 되는 느낌이 달랐다. 샐리 루니의 소설 [노멀 피플]의 경우에는, 번역서로 읽을 때는 '좋지 않다' 고 생각했다가, 영어 원서로 읽으면서 '너무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 되었다. 원서와 번역서가 주는 느낌이 다르다는 나의 말에 한 친구는 그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같은 내용인데 그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냐고 했는데, 그런데 정말 그렇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가능하다면, 나는 세상의 모든 책은 원래 쓰여진 그 글자대로 읽어야 가장 좋을 것 같다. 물론, 이건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서 원서를 읽는 일은 계속 시도하게 되고 즐겁지만,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이번에 리 차일드의 [ The Affair] 을 읽으면서는 특히 그랬는데, 잭 리처가 군인 출신이고 펜타곤 얘기나 군대 얘기, 이번에는 여자 등장인물이 해군 출신이어서 해군 얘기까지 나오는 통에 모르는 단어가 정말이지 수두룩하게 나왔다. 이미 번역본을 읽었기 때문에 굳이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읽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특히 자주 나오는 단어들은 찾아서 책에 뜻을 적어두었다. 덕분에 외운 단어가 있다.


presumably 아마, 짐작건대 


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이 단어 정말 자주 나온다. 원서를 읽다 보면 작가가 정말 자주 쓰는 단어 한 두개쯤은 만나게 되는데,  리 차일드의 경우엔 presumably 가 그렇다. 브리저튼 시리즈 읽을 때는 그런 단어가 'grin' 이었다. 미소짓다, 라는 뜻. 브리저튼 시리즈는 로맨스 소설이라 주인공들이 자주 미소지었고, 잭 리처는 수사를 하고 응징을 하는 사람이라 추리를 하느라 짐작을 많이 했다. 짐작건대, 짐작건대. 



본격적인 책 얘기로 넘어가서,

잭 리처는 상사로부터 미시시피 주로 넘어가라는 지시를 받는다. 거기에 군부대가 있는데 민간인이 살해당했고, 그것이 군부대 소속한 자의 범죄인지 민간인의 범죄인지 밝혀내라는 것. 그렇게 잭 리처가 미시시피로 갔는데, 거기엔 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마을 보안관 '데버로'가 있고, 그녀는 해군 출신이라 금세 잭 리처의 정체를 밝혀낸다. 그들은 함께 수사해가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살인사건 외에 드러나지 않은 살인사건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지금 사건이 드러난 이유는 살해당한 여성이 백인이라서였다는 것도 짐작해낸다. 잭 리처는 군인 출신으로 이에 저에 떠딜 닙다니.. 나보다 더 대단한 역마살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데, 이번 책 [더 어페어] 에서 어떻게 군대에서 나오게 되었는지가 밝혀진다. 


잭 리처는 누누이 얘기하지만, 정의로운 주인공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않긔! 어떻게든 응징해버린다. 굳이 특별한 웨이트를 하지 않아도 근육질이며, 어마어마한 훈련이 누적되어 머릿속으로도 시간을 알 수 있는 사람인 잭 리처는, 특히나 여성과 약자를 보호하는데 더듬이가 발달되어 있다. 물론 육체적 능력도 발달되어 있다. 게다가 유머 감각도 있다. 나는 잭 리처의 그런 지점이 너무나 좋다. 제발 치약을 써가며 양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언제나 생각하지만, 치약 없이 양치한 후에 껌 씹는거... 그거 하지 말고, 치약 쓰라고. 그러나 가방 없이 떠도는 남자가 치약까지 가지고 다니기는 번거로울 것이다. 나름..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모텔은 어메니티를 안주나요?  


그리고 무엇보다 잭 리처는 잘 먹고 잘 마신다! 그는 식당에 가면 엄청난 양의 식사를 주문하고 또 커피도 엄청 마신다. 게다가 디저트도 잘 먹는다. 이번 책에서는 그 레스토랑의 맛있는 복숭아파이를 매일 먹었다. 나는 사람들이,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 먹는 걸 보는게 그렇게나 좋더라. 잭 리처는 잘 먹는 사람이다. 지금 쓰다가 생각난건데, 그러고보니 잭 리처는 술을 안마시네? 오 신기하다... 노알콜,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 to the 신!

그리고 잭 리처 이야기 속에서 당연히 잭 리처가 주인공이지만, 언제나 잭 리처에 버금가는 여성 인물이 나온다. 가끔 조연으로 등장하는 잭 리처의 옛 동료 '니글리'도 엄청나게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고, 이번 편에서 데버로가 그랬으며, 다른 책에서도 FBI 나, 동료, 군인으로 능력 쩌는 여성들이 등장해 잭 리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수사를 하고 악을 응징한다. 리 차일드의 인터뷰를 보니 자기가 백인이고 남자로 태어난 것이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잇었는데, 사람은, 자기가 가진 생각이 은연중에 어떻게든 작품 속에 드러나는 법인것 같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재미와 상관없이, 그 안의 작가가 보여서 재수없어지기도 하는 것 같고. 리 차일드의 경우에는 하여간 아직까지는 참 마음에 든다.


이번 책에서도 악은 응징되었다. 사람이 죄를 짓고 잘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죄를 지었지만 그 누구도 나를 처벌할 수 없지!라는 오만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번 책에서도 악은 오만했다. 악은 오만하고 겸손을 모른다. 결국 악이 응징되는 것도 그것이 오만해서이다. 그 오만함은 결국 자기에게 벌로 돌아온다. 죄지은 자여, 순서를 기다려라. 네 응징의 차례가 곧 돌아올 것이니.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잭 리처를 영어로 읽는 기쁨은 매우 컸다. 심지어 책이 두껍기도 해서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덧붙이자면, 간혹 찾아본 단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도 나와서 더 짜릿했다. 어떻게든 원서를 계속 읽고, 매번은 아니더라도 자주 나오는 단어 한두개쯤은 원서 한 권 읽기를 마칠 때쯤 기억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좋지 않은가. 공부하려고 읽는건 아니지만, 읽다 보면 공부가 되니 좋잖아? 그리고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원서를 읽는 즐거움은 번역서가 주는 즐거움과는 또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시도하게 될 것 같다. 바람이 있다면, 원서를 번역서 읽듯 좀 빨리 읽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원서 한 권 읽는데 두 달이 꼬박 걸려.. 에휴..


아무튼 즐거운 읽기였다. 리 차일드도 좋고 잭 리처도 좋고 원서 읽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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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11-29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박! 벌써 다 읽으셨군요! 영어 공부와 함께 영어책 읽기라니. 너무 좋은 조합! 저도 12월까지 부지런히 읽어볼게요. 이거 읽고 다시 자주 성취감을 주는 얇은 책으로 읽어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25-11-29 10:24   좋아요 1 | URL
네, 다음 책은 좀 가벼운 걸로 골라야겠어요. 너무 두껍고 모르는 단어도 많이 나와서 제 생각보다 더 힘든 책읽기 이긴 했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힘내세요. 뽜이팅!!

독서괭 2025-11-29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텔은 어메니티를 안 주나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정말 리처는 술을 안 마시는군요! 아예 안 마시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거의 마시는 장면 못 본 것 같네요 (오호)
에쿠니 가오리 번역가 말은 좀 황당하네요. 아니 주인공 이름을 왜 바꿔..??

저도 얼마전 다 읽었는데요, 다음 책은 뭘로 할까요! ㅎㅎㅎ

다락방 2025-11-29 10:27   좋아요 3 | URL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일단 먼저 읽었는데 자기가 글자를 잘못 읽었단 사실을 소설의 끝에 가서야 알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자기에겐 그 이름이 각인되어 있어서 그 이름으로 쓰는게 낫겠다고 하더라고요.(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 그래서 그 당시 좀 이슈가 됐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 와 그건 좀 아니다, 하고 말이지요. 전 기분이 나빴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외국 영화 봐도 주인공들이 모텔 가면.. 어메니티 없었던 것 같지요? 미국 모텔 후진듯... 한국 모텔은 콘돔도 줄텐데요. 흥이다.

다음 책은 뭘로 할지 제가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여차하면 서점이라도 나갔다올 생각입니다. 머릿속에 한 두권 떠오르긴 하는데 좀 더 살펴볼게요. 늦어도 내일까지는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충! 성!

햇살과함께 2025-11-29 10:35   좋아요 2 | URL
괭님도 벌써 다 읽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요

독서괭 2025-11-29 11:15   좋아요 2 | URL
제가 하자 그래놓고 책 선정은 다락방님께 맡기고 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ㅎㅎ 뭐든 좋지만 이번엔 좀 쉬운 걸로..?(찡긋)
햇살님 감사합니다!!(헷)

다락방 2025-11-29 13:02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 제가 두 권을 골랐는데요, 이중에서 독서괭 님이 마음에 드는걸 픽해주시면, 제가 공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미셸 자우너, [Crying in H Mart]

2. Emily Henry, [People we meet on vacation]

1번은 너무나 유명한 [H 마트에서 울다] 원작이고요, 영어가 다소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한국계 작가니까 더 쉽지 않을까요..
2번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맨스 소설입니다. 저도 아직 한 번도 안 읽어본 작가입니다. 우리가 이쯤해서 로맨스 소설 한 번 읽어봐줘야 하지 않겠나 싶어 골랐습니다. 인용문 살짝 보니 대화체가 많은 것 같아 역시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두 권다 국내 번역본 있습니다. 두 권다 살펴보시고, 골라주시면, 제가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서괭 2025-11-29 13:5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찾아보니 로맨스소설 책은 넘나 두껍네요..? 우리 이번엔 조금 얇은 걸로 해요 ㅋㅋ 그리고 소설 연달아 읽었으니 이번엔 비문학으로..! H마트 궁금했던 책입니다. 콜~!!

다락방 2025-11-29 14:29   좋아요 3 | URL
좋았습니다, 내일 까지 공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꺄울 >.<

단발머리 2025-11-29 15:07   좋아요 2 | URL
이 결정 찬성일세!
만세만세 만만세!! 😘

다락방 2025-11-29 15:08   좋아요 2 | URL
오오, 단발머리 님도 찬성이시라니 너무나 다행이군요! 만세!!

햇살과함께 2025-11-29 16:42   좋아요 1 | URL
오 저도 번역본 읽은 H 마트에 한표!
잭 리처 빨리 읽어야겠군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5-11-2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연말까지 읽어야 겨우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아요ㅠㅠ 이제 26장까지 읽었네요ㅎㅎ 학업 와중에도 원서 완독을 하시다니 두배로 축하드립니다!

햇살과함께 2025-11-29 11:21   좋아요 0 | URL
저도요~ 전 이제 39장 ㅎㅎ

다락방 2025-11-29 13:02   좋아요 1 | URL
12월부터 새로운 책 들어갈테니 다들 부지런히 따라오세요. 고고씽!! 12월엔 좀 쉬운 책으로 골라보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단발머리 2025-11-29 15:08   좋아요 1 | URL
거리의화가님 힘내세요~~!! 👏👏
햇살과함께님 마지막 스퍼트!! 🏃‍♀️🏃‍♀️

햇살과함께 2025-11-29 16:40   좋아요 1 | URL
마지막 스퍼트라기엔 아직 절반도 ㅠㅠ 힘내겠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5-11-2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영어의 그 문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이 있잖아요. 분위기도 다르게 느껴지구요. 전 세계 초초초베셀 <트와일라잇>이 사실 미국 여고생의 감각적 문체인데 우리나라 번역에서는 참 점잖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샐리 루니는 반대죠. 전, 확실히 샐리 루니는 영어로 읽을 때 좋았어요. 고백하자면, 리처는 그 맛을 느끼기엔 좀 어렵고 길고....게다가 헤매고 그랬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읽어보고는 싶구요.

다락방님 리처 페이퍼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는데, 리처 읽기 마치셔서 제가 많이 아쉽다고 합니다. 수고많으셨어요!!

다락방 2025-11-29 22:55   좋아요 0 | URL
트와일라잇도 저 젊었을 적에 원서로 읽어봐야지 생각하고 원서를 사뒀던 책입니다. 그런데 안읽고 팔아버렸지요. 나는 원서를 읽을 수 없는 사람.. 이라고 생각해서요. 하하하하하. 그러고보니 트와일라잇 한 번 읽어볼까 싶기도 한데, 흠, 그렇지만 뱀파이어, 늑대인간.. 나오니까 어렵지 않을까 싶고.. 하하하하하.
저도 잭 리처 원서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 끝까지 책장을 넘기기는 했지만 과연 제가 ‘읽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미리 번역서를 읽지 않았다면 저는 내용파악이 불가했을 것 같아요. 어휴.. 영어의 길은 정말 멀어요.

리처 읽는 시간은 즐거웠어요. 워낙에 리처가 잘 먹고 유머감각도 있는 성인 남자라서 말이지요. 하고싶은 말이 많아지는 캐릭터이고 이야기였습니다. 후훗.

책읽는나무 2025-11-2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업과 병행하며 원서 읽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학업도중 단어를 만나는 짜릿함!
놀랍네요.
번역서와 원서의 다른 분위기와 다른 감동이라니…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로서ㅋㅋㅋ
내년에는 영어 공부 좀 많이 해놓고 원서 읽기 도전해봐야겠어요.
아. 영어는 참 어려워요. 그래서 척척 읽으시는 여러분들이 참 부럽습니다.^^

다락방 2025-11-29 23:03   좋아요 1 | URL
읽었다고 말하기엔 아주 무리가 있습니다. 책장을 끝까지 넘기기는 했습니다만, 그 안에 쓰여진 영어로 내용파악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알아볼 수 있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그래 이 쯤에 그런 이야기였지, 하고는 이미 읽었던 번역본을 떠올렸거든요. 다음에 잭 리처를 원서로 읽을 때 쯤이면 그냥 영어를 술술 읽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영어 공부 4개월 해보니까 말이죠, 영어공부는 4년을 해도 마스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 책나무 님, 공부해서 읽는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읽으면서 공부한다고 생각하시면 어떻겠습니까. 함께 읽으면서 공부하시죠!! 같이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다음 책은 [H마트에서 울다] 입니다. 번역본도 준비 되어 있으시잖아요? 번역본 옆에 놓고 읽으면 됩니다!!

척척 읽지 못합니다, 책나무 님. 이번 잭 리처는 특히 더 엉망진창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트랑 2025-12-1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달의 당선작!!! 안타깝게도 제게는 권한이 없군요 ㅠ 무척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시사IN(시사인) 제948호 : 2025.11.18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5년 11월
평점 :
품절


한국에서 혐중시위가 일어난다는 뉴스를 보고 너무 당황했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햇었는데, 이번호 시사인에서 그 혐중 시위에 맞선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너무 좋았다. 어딘가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하면, 어딘가에서는 그것이 옳지 못하다고 반드시 맞선다. 세상이 똥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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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11-2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재일교포들, 한인2세들의 고초를 읽었던 게 어제일 같은데 말이지요. 한국이 그러더라구요. 뉴스에서는 명동에서의 대규모 집회 & 행진도 보이구요.
혐오에 당당한 맞선 용감한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다락방 2025-11-28 11:43   좋아요 0 | URL
제가 어제 읽은 책에 바로 단발머리 님이 지적하신 재일교포들을 향한 혐오발언이 나옵니다. 그건 제가 지금 페이퍼로 써볼게요.
그런데 우리가 한중혐오를 하고 있다뇨. 도대체 왜들 그러는겁니까, 대체 왜요. 저 유튜브로 그 뉴스 보다가 댓글 봤는데, 댓글 대부분이 다 한중혐오를 응원하더라고요. 그걸 보는 순간 ‘내가 이상한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오 마이 갓 입니다..

2025-11-29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1-29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