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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2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0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종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평점 :
책을 읽을 때 반드시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찾으려는 건 아니지만, 읽다 보면 아 작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구나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는 책을 읽는 것 같다 세상의 다른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런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대해서라면 책을 읽으면서 수차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가에 대해 묻고 또 물어도 나는 어떤 답도 할 수 없었고 나는 책을 읽는게 아니라 글자를 읽고 있는 것이다 라는 생각 때문에 자괴감이 몰려오기를 수차례였다 결국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 읽었다 만세 했지만 내가 과연 읽었다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이건 그냥 본게 아닐지 제임스 조임스 왜 이럼 하는 얘기가 나왔고 해설을 읽으면서 문학 평론가들이 위대한 소설로 율리시스를 꼽았다고 햇을 때 그런데 그들은 읽고 이해하고 와 완전 짱임 이래서 뽑은건지 오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율리시스를 세계적인 소설이다 훌륭한 소설이다 하면 나 좀 멋져보이겠지 이런 생각에서 한 건지 모르겠다 나는 사실 후자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일전에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었을 때도 평론가들이 이것은 사랑 이야기다 라고 평가했다고 해서 평론가들도 진짜 타이틀만 평론가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구먼 이게 무슨 사랑이라는거냐 이 소설은 소설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게 아니라 평론가들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 거라고 강하게 생각했더랬다 율리시스에 대해서도 평론가들 진짜 뭐 알고 이해하고 그런거임?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고요 그런데 해설을 읽다 보면 각 장마다 일리아스와 어떤 식으로 같고 또 다른지 비교해둔거 보면 아아 그러나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보는 율리시스란 한낱 독자의 입장에서 보는 율리시스와 이렇게 다르단 말인가 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율리시스의 위대함을 반드시 느끼고 말테야 하는 다짐 같은건 생기지 않았다 결코 게다가 나는 이 소설을 쓴 제임스 조임스가 어쩔 수 없이 남자구나 라는 생각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숱하게 섹스 여자나 남자나 섹스 애기하는 것도 그렇지만 몰리의 입장에서 나를 벽에 밀어넣고 섹스해준다면 살인자라도 괜찮다고 하는걸 보면서 정말 이런 생각을 하는 여자들이 그래 어쩌면 잇을 수도 있을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마는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은데 보통 살인자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이 놈으로부터 빠져나갈까 어떻게 해야 이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까 하면서 스티븐 킹 식으로 차라리 내가 이 새끼를 죽여버리자 하는게 더 타당한 결론인 것 같은데 나를 벽에 밀고 박아주기만 한다면! 하는 거 보면 좀 아니고요 이 소설이 외설로도 평가받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다기엔 너무나 훌륭합니다 라고 내가 변명해주지는 못하겠다 미성년자 생각하면서 고추를 입에 무는 그딴 상상을 성인 여자가 한단 말이죠 그래요 누구나 입밖에 내지 않고 속으로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는 것이지마는 그런데 실제로 여자가 저런 생각을 하기는 하는지 그러니까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물론 일반적인 사람들만 소설에 등장하는건 결코 아니지만요 게다가 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들이 여자들을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건 당연하지 라고 생각하는 것도 너무 남자 입장에서 쓴 글이네요 남자가 여자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그러니까 딱히 잘 될 리 없잖아요 그런데 나는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들을 참 좋아해서 <애러비>같은 단편은 막 두 번 읽고 그랬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 단편을 쓴 사람이 이런 장편을 썼다는 걸 보면 그래 이 작품은 분명 어딘가 대단하긴 대단할텐데 나는 잘 모르겠다고 까페를 돌아다니면서 캐모마일 티를 마시고 아이스 캐모마일을 마시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어떤 날은 베이글을 먹기도 했고 어떤 날은 샌드위치를 먹어가면서 율리시스를 읽었다 사람들이 많아 시끄러운 까페에서도 읽었고 아침 일찍 조용한 곳에서도 읽었지만 집중을 해서 읽는다고 해도 검정것은 그저 글자일 뿐이었고 이 책을 두 달에 걸쳐 읽기 시작했는데 척 봐도 읽기 어려워보여 제법 일찍 시작했건만 이렇게 딱 마지막 날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인데 오늘은 강남역에 외출해야 했고 강남역 가는 지하철안에서도 읽었고 또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 잠실의 크리스피 크림에서도 읽었는데 자꾸만 잠이 쏟아졌고 그렇지만 잠은 집에 가서 자야되는 거잖아요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그러나 나는 지금 그 전쟁터를 다니지 않지 불면으로 밤을 지새울 때면 율리시스를 읽는게 좋지만 어떤 날은 율리시스를 읽어도 잠이 안오긴 했어 보통 읽든 말든 그건 당신의 자유고 읽는다해도 읽기 전과 뭐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라는 의미로 별을 셋을 주곤 했는데 지금의 별 셋은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모르겠고 읽었지만 읽었다고 할 수가 없어서 별 셋을 주는 것이고 크리스피 크림 옆에 도넛 가게에서는 베이글을 팔았는데 아몬드 베이글이 무척 맛있어 보여 그걸 사서 와구와구 쩝쩝 먹었어 내가 원래 베이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며칠전에 만난 고등 동창이 런던베이글에서 베이글을 사다준거야 그런데 맛있어서 생각이 났어 나도 런던 베이글에서 사고 싶었지만 두 번이나 갔건만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어서 그냥 돌아놔왔지 금요일 오전에 일찍 가면 런던베이글을 살 수 있을까? 금요일 점심에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만나기 전에 사서 친구에게 줄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지난주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1은 고등학교때 운동을 잘해서 체육 선생님이 너 체육특기생으로 대학갈 생각 없냐고 불렀던 친구였고 다른 한 명은 전교1등 했던 친구였다 남동생은 전교1등이 누나를 왜 만나냐 라고 말했고 남동생에게 나는 전교1등 전교꼴등 모두의 친구야 라고 말했고 이 얘기를 그 친구에게 하자 니가 그렇다는 걸 니 남동생은 아직 몰랐구나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20년 만에 만났는데 친구들 너무 열심히 살고 자식들도 잘 키우고 그래서 너무 마음이 좋았다 다들 안만나고 있는 동안에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왜 자꾸 나한테 남자 만나라고 하는거야? 나는 너네들한테 싱글 되라고 말하지 않잖아 우리 그런 후진 말 하지 않기로 하자 남자 만나라니 왜 만나야 해 나의 비혼 친구들은 나한테 남자 만나라고 안하는데 아직도 남자 만나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다니 그런거 없어도 나는 매우 비지하고 해피한걸 그러다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요즘은 박보검 이 괜찮은 것 같아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잘생기고 보이는 것만 보면 매너도 좋은 것 같아 너무 착하게 생긴 남자는 매력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사실 착하고 매너 있고 성실하고 돈 잘벌고 운동 잘하고 또 뭐가 필요함 박보검이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그 책은 이제 절판이 되어 구할 수도 없어 잘 지내나요도 절판이 되어 구할 수가 없지 오늘로 백수가 된 지도 한달 이 다 되었네 세상에 시간 왜 이렇게 빠른거야 앞으로의 한달도 너무나 바쁘게 흘러갈 것 같아 나는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가끔은 두렵고 가끔은 불안하고 가끔은 설레고 그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고 물으면 모두들 너는 잘 할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해주고 사실 나도 내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훅 하고 무서움이 찾아와 그렇지만 나는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 것이다 휴우 책을 몇 권 정리하고 당분간은 율리시스 읽고 고생한 나에게 재미있는 책을 읽는 시간을 주도록 하자 이 리뷰는 율리시스를 쓴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복수다 물론 제임스 조이스가 이 리뷰를 읽을 일도 없고 읽는다해도 이게 뭐가 복수임? 하겠지만 그렇다는 얘기다 율리시스 다 읽고 책장 덮으면서 내가 으르르렁 율리시스 같은 리뷰 써주마 했고 율리시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왜 이렇게 썼는지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하여간 이렇게 마친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