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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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한 인간으로 살면서 마땅히 다른 한 인간인 아이와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이 기본적인 내용이 특히나 선하게 읽힌다면, 그건 내가 뭐가 잘못된 거 아니냐. 하여간 세상의 모든 글자 아는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모르는 어른들에게 읽어주고 그러면서 다같이 기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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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1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도 읽으셨군요! >_< 저도 다 읽었어요!

다락방 2024-12-16 16:04   좋아요 1 | URL
네네 천천히 다 읽었습니다! 선한 작가님이십니다 ㅠㅠ
 














김민철은 오래, 파리를 꿈꿨다. 

여행으로 짧게 몇 번 다녀온 적은 있지만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내내 간직한채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한지 이십년만에 퇴사를 하고, 꿈꾸던 도시 파리에 가서 살아보기로 한다. 혼자서. 그렇게 그녀의 파리 생활이 시작된다.


모든 사람이 낯선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꿈을 꾼다고 다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민철은 꿈꾸는 도시가 있었고, 그러나 이십년간 직장인으로 살면서 그 꿈을 간직한 채였고, 그러나 이제 퇴사를 하고 그곳에 닿았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랑 비슷한 점이 많구나, 생각했다. 물론 나는 '아직' 퇴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내가 꿈꾸는 도시가 파리는 아니지만.


게다가 김민철은 듀오링고로 불어를 오백일간 공부하고 파리로 갔다 했다. 하하하하. 내가 이탈리아어 속성 이틀로 크로아상 주문했던 걸 보면, 듀오링고, 외국어 도움 많이 되는 앱이네요.. 김민철은 그렇게 파리에 가서 간단하게 주문을 할 수도 있었고 또 상점에 들어가 어떤걸 추천하냐 물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나 상대의 대답을 해석하는 건 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마 나 역시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주문했던 것 이외의 다른 말을 상대가 해왔다면 아마 알아듣지 못해 당황했을 것이다. 에스프레소 주문할 때 직원이 물었던 것이 설탕, 주케로? 였기에 내가 알아듣고 노 주케로, 라고 할 수 있었지, 만약 그가 소금이 필요하냐고 물었다면 나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하필, 설탕이어서 가능했다.


김민철에게 파리는 꿈꾸는 도시였기 때문에 그런 김민철의 걸음걸음이 닿는 파리를 같이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꿈꾸는 도시에 파리는 없었지만, 그러나 파리가 매력적인 도시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꿈꾼적 없던 도시였지만, 재작년에 1박2일 방문했을 때, 그러니까 처음엔 그 도시의 악취에 놀랐지만, 그리고 그 웅장함에 겁먹기도 했지만, 그러나 센강 앞에서 나는 내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대해 얼마나 기뻐하며 설렜던가. 가끔 그 기분이 떠올라 언젠가 파리를 다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한번쯤은 다시 가보고싶다고. 이번엔 며칠 좀 더 머무르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엔 좀 뛰어보자, 파리를...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나는 김민철의 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책 표지에 이끌려 사긴 했지만 사실 내게 김민철은 매력있는 작가가 아니다. 

그런데 며칠전 알라딘에서 김민철 작가의 팬이라는 분의 글을 보았다. 오...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누군가 어딘가에서는 내 글에 대해서도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읽고 싶어하고 좋아할까? 그런거 생각하다가, 김민철의 이 책을 마저 읽는데, 오... 파리에 가서 김민철은 파리에 머무는 많은 작가들을 만난다. SNS 를 통해 파리에 머무르는 김민철에게 사람들은 만나지 않겠냐며 쪽지를 보내고, 직장생활하는 동안에는 사회성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던 김민철은 그 낯선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고 산책을 한다. 게다가 파리에서 지내는동안 오일파스텔 수업도 신청해 듣는데, 오오, 그것도 참 좋아보였다. 그런 한편 이렇게 낯선 사람들이 그녀를 알고 만나자고 청하다니, 이 작가가 참 인복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어떤 요소를 많이 갖춘 사람 같은거다. 누군가는 무조건 읽겠다는 팬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근거리에 있다는 소식에 한 번 얼굴도 본 적 없지만 만나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그게 파리에서도 이루어진다니, 그렇다면 그건 김민철의 매력이라 하겠다. 파리에서 관심있던 미술 수업을 듣고-세상에! 멋지지 않나!-, 산책을 하고, 맛있는 빵을 사먹고, 좋아하는 치즈를 종류별로 사먹고, 기분에 따라 다른 까페를 가고, 까페에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김민철은 자신이 사랑하는 파리를 아주 잘 즐기고 온 것 같았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내가 다 아쉽더라. 조금 더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런데 어쩌면 혼자서 낯선 도시에서 어디에 소속되지 않은 채로 자유로운 두달은, 그러나 어쩌면 좀 길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직장이라든가 하는 어떤 루틴 없이 자유로이 주어진 시간을 두 달 가까이 지낼 수 있을까? 라 한다면, 자신이 없다. 어쩌면 내 생각보다 내가 더 씐나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높은 확률로 한없이 퍼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항상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면 나는 완전 퍼져서 백키로 찍었을거야, 라고 자주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넌 퍼질 사람은 아니야' 라고 말하곤 했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는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한없는 자유를 길게 맞닥뜨린 적이 없어서. 그렇게는 못살것 같은게 현재 내 생각인데, 그건 어쩌면 너무 오랜 시간 어딘가에 소속된 루틴에 길들여져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김민철 인기쟁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파리에서의 두달이 축제 같다고 느껴졌다.

여행, 축제..를 떠올리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광호의 문장이 떠올랐다.


















랑은 무거운 생을 송두리째 들어 올리는 축제의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한 시간으로부터 전속력으로 도주하는 에너지 같은 것. 세상의 모든 축제는 일시적이고, 얼마간의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축제는 그 안에 방탕과 폭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때로 그것은 죽음과 맞먹는 삶의 폭발적인 낭비를 의미한다.


그들에게 구체적인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었으나, 이국의 땅으로 함께 여행하는 상상은 로맨틱한 것 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떠들썩한 축제가 열리는 낯선 땅에서 이방의 리듬에 맞추어 손을 잡고 축제의 행렬을 따라가거나, 그 행렬이 지나는 호텔의 2층 창에서 다른 별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영원히 취기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술을 마시며 서로의 상기된 눈빛을 어루만지고 싶었다.


그 순간, 어떤 미래의 약속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가장 아름답게 생을 탕진하는 장면이었다. (p.107)




일상은 축제와 다르고 일상을 언제나 축제처럼 살 순 없지만, 그러나 일상에 축제를 가끔 끼워넣는 일은 꽤 근사하지 않은가. 김민철이 파리에서 두달을 살아내며 자신의 일상에 축제를 끼워넣었듯, 나도 축제를 좀 끼워넣어야겠다. 나 역시 김민철처럼 꿈꾸는 도시가 있고, 아니 좀 많고,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서 살아보리라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 해내지 못했다. 심지어 김민철보다 회사 생활을 더 오래 하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일상속이다. 그렇다고 그걸 나보다 먼저 이루어낸 김민철이 한없이 부럽다거나 한건 아니고, 사람에겐 저마다 때가 다르게 찾아드는 법이니까. 내 때가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그 때를 정하는 것은 나일 것이다. 

음, 나는 김민철 처럼 유명인은 아니어서 '내가 여기에 있다' 라고 해도 사람들이 '만나서 밥이나 먹자' 할 것 같진 않지만, 뭐 내 나름대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긴하다. 음, 왜냐하면 나는 한국 책을 좀 가져가서 읽을건데, 그런데 그걸 몇달 머무는 낯선 도시의 숙박없소에 쌓아둘 순 없으니까, '한국책 가진 사람 바꿔읽자' 이런거 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그 도시에 한국인이 별로 없고 있어도 한국책을 안읽는다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나저나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도시에서 살아본다면, 퇴직금 거기에 다 쓸 예정 ㅠㅠ 내 이십년간 일한 퇴직금 ㅠㅠㅠ 이러려고 모았는가... 싶지만, 그런데 퇴직금이라도 있어서 쓸 수 있으니 다행이지 싶고.. 뭐 그렇다. 중간에 중간정산 두 번.. 해가지고 퇴직금 얼마 안됩니다. ㅠㅠ 왜 중간정산 했냐면..그건 그 때 내가 너무 빈곤하여.............. 하여간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런데 내가 김민철이 그랬듯이 잘 살 수 있을까? 나는 쫄보인데 말이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점심 메뉴나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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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13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 다락방님 책 나오면 무조건 사 읽을 사람 있는데요. ✋

다락방 2024-12-13 09:39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사랑합니다. 샤라라랑~

잠자냥 2024-12-13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파리~!!
그때를 응원해!👏👏👏

다락방 2024-12-13 11:40   좋아요 2 | URL
파리든 어디든 잠자냥 님, 낯선 도시에서 우리 한 번 만납시다!! 내가 초대할게요. 내가 초대하면 꼭 와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3 13:01   좋아요 1 | URL
아 왜 지꾸 외국에서 만나쟤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서울에서 봐!🤣

다락방 2024-12-13 13:08   좋아요 1 | URL
그니까 ㅋㅋ 나는 왜 자꾸 외국에서 만나자고 하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일단 서울에서 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3 13:09   좋아요 2 | URL
아 잠자냥 님. 나 이번주에 책 미친듯이 질렀다? 다음주 월요일 책탑을 기대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13 13:14   좋아요 0 | URL
으흐흐 왠지 잠자냥 부자된 느낌!🤣🤣🤣

노란곰 2024-12-1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아니지만) 다락방님의 퇴사 이후의 삶을 응원합니다❤️

(저도 신간 나오면 바로 사고 지인들한테 선물할께요. 팬심 부끄러우니 속닥속닥)☺️☺️

다락방 2024-12-13 11:45   좋아요 0 | URL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노란곰 님, 퇴사 이후의 삶을 응원해주시는 것도 넘나 감사하고요 팬심도 넘나 감사합니다. 넘나 좋으신 분 노란곰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샤라라랑~

단발머리 2024-12-13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곳이 어디든 다락방님이 도착한 곳에서는 캐나다뷰처럼 근사한 풍광이 펼쳐질거에요.
매우 매우 부지런한 산책자이자 러너인 다락방님,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24-12-16 11:32   좋아요 1 | URL
나이들어서 체력이 메롱입니다. 완전 꽐라에요. 어제 달리기 한 번 하고 하루를 그냥 날렸어요. 몸이 달리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어디서든 좋은 풍경 보이면 사진 찍어 공유하겠습니다. 좋은건 나눠야죠!! >.<

달자 2024-12-13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이라면 무조건 읽는 사람? 전데요 저??? 이 책의 실물을 올 여름 한국에 들어갔을 때 서점에서 여러번 봤는데요 참...표지 한번..기깔나게 뽑았더라구요ㅋㅋㅋㅋ올해의 표지상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저는 김민철님의 책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읽어봤어요. 카피라이터 출신이여서 그러신지 글도 잘 쓰고 무엇보다 센스있게 본인을 PR하는? 그니까 글만으로 사람을 호감으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물론 그 분이 개인적으로 비호감일 거라는 말이 아니고, 실제로도 물론 호감인 분이시겠지만) 아무튼 저 책! 저는 그 수많은 파리에 여행 온 사람들의 여행 에세이나 글 안읽는데(안읽는다기 보단... 못읽어요 흑흑) 친구를 기다리며 서점에서 팔랑팔랑 넘겨 읽어봤는데, 파리에 사는 저도 읽으면 재밌을 것 같더라구요. 물론 사지는 않았지만.. 제가 사는 곳이 누군가에겐 꿈의 장소라면 나도 더 사랑하며 살아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 그나저나 다락방님 파리 오신다면 제가 진짜 제대로 모십니다.

다락방 2024-12-16 11:33   좋아요 2 | URL
저 책 진짜 표지 너무 근사하죠! 저는 김민철을 읽어봤으면서도 딱히 호감을 갖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산 건 진짜 표지 때문이었다니까요!! 표지가 정말 너무 근사했고 표지 때문에 팔기가 싫더라고요. 그러나 팔아야 합니다. 지금 책장이 터지고 있어서...
제가 지난번에 파리에 갔을 때 에펠탑도 못가봤고요, 무엇보다 파리를 달리고 싶습니다! ㅋㅋ 그런데 파리가 호텔이 진짜 비싸더라고요 ㅠㅠ 다음에 갈 때는 비수기에 가서 꼭 달자 님께 데이트 신청하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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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게시물이 있는 세상은 곧 유해한 세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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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2-1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락방 2024-12-12 09:10   좋아요 1 | URL
하노이 가자요, 잠자냥 님 ㅋㅋ
 

오늘은 오래된 다이어리를 뒤적여야 했다.

어떤 정보가 필요했고 나는 과거의 다이어리에 그걸 적어두었던 것 같아 찾아보려고 했던거다. 언제 였더라, 뒤적여도 찾을 수 없어 결국 다른 경로로 알아내긴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의 과거 일기를 보게됐다.



일부만 꺼내 방금 찍은 사진인데, 재작년까지였나, 나는 늘 다이어리를 휴대하며 거기에 일기를 쓰곤 했다. 어떤 날은 짧게 어떤 날은 아주 길게. 물론 안쓰고 넘어간 날도 많았고. 그런데 재작년부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종이 다이어리를 이제 쓰지도 않고 가지고 다니지도 않게 되었다. 


오늘 뭔가 찾아보다 펼친 다이어리에서 2015년 12월의 일기를 읽게 됐다. 글씨가 엉망진창이라 읽기 조금 힘들었지만(내가 쓴거임), 거기에는 내가 그 전날 애인과 통화하다 굉장히 상처받았다고 적혀있었다. 그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지만, 나는 그 순간 참 마음이 아팠고, 아무리 그가 사과했어도 나는 이 일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적혀있었는데, 아, 시간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 일기를 꺼내 다시 읽기전까지 그 일에 대해 그리고 그 일이 가져온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엇다. 아,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게다가 다시 꺼내 읽은 지금은 그 날의 내가 마음이 아팠다는 것을 이 기록으로 알 수 있을뿐, 그 때의 아픔이 내게 오진 않았다.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 그렇겠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잖아?


의도치않게 우연히 내가 쓴 과거의 나를 읽게될 때, 나는 어떤 지점에서 참 한결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일전에도 과거 읽기 읽었다가, 그 일기를 펼쳐 읽을 당시 내가 가진 고민이 몇 해전에도 같은 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그가 나를 좋아하니까 내가 그와 사귀어야 하는걸까, 하는 고민이었다. 아니다, 그거 하지말자, 그거 하다가 나는 늘 행복하지 못했다, 뭐 이런 것들이 써있더라. 


펼쳐 읽은 부분들에서 아팠거나 쓸쓸했던 기억들이 툭툭 쏟아져나오기도 하지만, 행복한 기억들도 같이 우르르 쏟아진다. 오늘 읽은 일기만해도 어떤 날에는 굉장히 기뻐하고 행복해했다. 그리고 기대에 부풀었고 설레기도 했다. 


다 지난 일이다.


다 지난 일이지만, 이렇게 다시 읽어보는게 좋아서, 무엇보다 이 글 속의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이라서, 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해야 하나, 생각하게 되었다. 알라딘에서 책 사고 받아둔 다이어리가 있는데, 이거 업무용으로 쓰려고 빼두었는데, 그냥.. 내 개인 일기장으로 쓸까? 그러면 또 십년 후의 내가 읽고 이 땐 이랬다, 하겠지? 사실 일기 쓸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며칠전 받은 이메일에 답을 못하고 그 내용을 곱씹고 있고, 며칠전 내가 혹한 어떤 것에서 내가 이런 사람인가에 대해 깊이 괴로워하고 있기 때문에, 쓰려고 하면 쓸 건 무수히 많지 않은가. 사실 이 일들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어 혼자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일기가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왜 사람들에게는, 왜 나에게는, 이렇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과 생각들이 생기는걸까. 이렇게냐 외향적인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내 숨긴 채로 살아야 하는 생각과 감정들이라는게 있다. 




지난 주말에는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베트남 하노이에 다녀왔다.

엄마와 이모는 베트남이 처음이었고 나는 엄마와 이모를 안내해야 한다는 생각에 계획을 좀 짜두었는데, 갑자기 나라에 큰 일이 터져서 두려워하고 분노해야 했다. 예약해둔 비행기며 호텔이며, 그래도 가야지, 하고 불편한 마음이었고, 어쨌든 우리는 그곳에 도착했다. 걷는 틈틈이 먹는 틈틈이 나는 어쩔 수 없이 동생들과 나랏일을 걱정했고 또 SNS 를 확인하며 이모와 게속 분노했다. 걷다가 분노하고 먹다가 분노하고. 그런 여행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는 이 여행에 아주 크게 만족했다. 아 물론 엄마도. 이모는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혼자 다니는 건 엄두가 안나 늘 패키지로만 다니시는 분이고, 자유여행의 참맛을 나로 인해 처음 느껴본거다. 네덜란드 갔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 베트남은 도대체 2박3일로 뭐가 될까? 생각하던 이모였지만, 하노이에 도착해 나를 따라 다니면서 '패키지라면 볼 수 없는' 삶의 생생한 현장들을 보고 너무 좋아했다. 이거 좋다, 락방아 이거 참 좋다, 라고 계속 말했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락방아, 내가 왜 계속 이거 좋다고 말하는지 알지?"


나는 아니 이모, 몰라, 이해가 안돼, 무슨 말인지 나는 아무것도 몰라, 라고 반복해 말했다.



보통 내가 여행을 갈 때면 굵직한 목표 몇 개만 가진채 떠난다.

이를테면 프란세진야를 먹고 와야지, 라던가 지중해 옆 달리고 와야지, 센트럴 파크를 갔다와야지, 미술관 가서 까페에 앉아있다 와야지, 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는 차마 그렇게 갈 수가 없을 것 같아, 나름 계획이라는 걸 짜보았다. 철저한 J 가 되었달까.

(그렇지만 J 에게 이런 계획은 엉성하겠죠..)




대체적으로 계획한 장소에 대부분 갔고, 계획한 먹거리는 다 먹었다. 아주 야무진 여행이었는데, 엄마와 이모의 만족도가 아주 높아, 돌아와서 생각했다. 


흐음, 나의 미래에.. 회사 그만두고, 이거 할까? 하노이 관광 가이드? 그러니까 그냥 하노이 도보 여행인거지. 호안끼엠 호수와 성요셉 성당을 거쳐 첫날에는 롯데 호텔 루프탑바로 마무리하고, 둘째날은 기찻길을 시작해 탕룽황성, 호치민관저, 잠깐 쉬었다가 야시장과 맥주거리까지. 중간중간 까페 쓰어다, 에그 커피, 코코넛 커피 등도 마셔주고. 다음날은 호텔 조식 먹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시라. 이거 하고 돈 벌어볼까? 걷는 내내 하노이 거리에 얼마나 오토바이가 많은지, 얼마나 쌀국수가 많은지 바로 볼 수 있고, 그러니까 패키지가 해줄 수 없는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볼 수 있단 말이지. 

이거 신청자 받아서 해볼까.


하여간 내내 가이드였고 찍사였다. 듀오링고로 베트남어 조금 공부하고 갔는데 이탈리아처럼 되지가 않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 아 베트남어는 역시 너무 멀어. 제가 하는 베트남어, 베트남 사람들이 못알아듣더라고요... 휴....... 그래도 못, 하이 는.. 통했습니다. 1과 2 입니다.

못 분짜, 하이 까페 쓰어 다...


호안끼엠 호수 달린 이야기와 먹거리 이야기는 투비에 좀 올려볼 생각입니다.


하여간 미래를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그 모든걸 현재 대통령이 망칠까봐 아주 빡침이 온다.




책을 샀다.



약소합니다..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달리기도 존재하기도 좋아서 샀다. (응?)


[초예측]은 사실, 누가 줘도 안읽을 것 같은 책인데... 그런데 최근에 어느 책이었나 글이었나, 하여간 출처는 기억나지 않는데 '조앤 윌리엄스'란 이름을 보게된거다. 아, 이 사람 글 읽어보고 싶은데, 하고 알라딘에 검색했더니 책이 초예측 밖에 안나오더라. 아니, 잠깐만 이건.. 좀... 흠... 그래서 일단 초예측에서의 짧은 글이라도 읽어보자고 샀다. 책과 나는 언제 어떻게 왜 만나게 될지 우린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기억의 저편]은 김세화 작가의 소설인데 최근에 그의 작품 [타오]를 좋게 읽었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자, 하고 검색해보고 샀다.





친구를 사귀고 싶다, 

고 요즘엔 자주 생각한다.

어떤 친구냐면, 고기를 좋아하는 친구였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가 수육 삶아주고 싶어서.


얼마전 여동생이 학교 급식에 보쌈이 나왔는데 별로 맛이 없다면서 '언니가 만들어준 수육 먹고싶다' 라고 하는게 아닌가.

하아- 나는 치아바타 장인, 바질 페스토 장인에 이어, 이제 수육 장인으로 거듭났구나!


그래서 수육을 만들어주면 기뻐할 친구를 만들고 싶다.

그 친구는 운동도 좀 하고 체력도 좀 빵빵했으면 좋겠다.

함께 실컷 걷고 수육을 먹게.

내가 만들어준 수육을 기쁘고 맛있게 먹고 나랑 함께 걷고 수다를 떨고 술을 마시는동안 지치지 않을 친구.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까, 하다가 딱 한 명 떠올랐다.


바로 나다.

역시 나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내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따라서 외로움과 고독은 필연적이로다.



이만 총총.




이 책 너무 사고 싶은데 가격..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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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11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이일기 너무 좋아하고요. 예전에 몰리님께서 종이일기 이야기해주실 때 뽐뿌했으나, 저도 올해는 종이일기 많이 못 썼어요. 전 얼마나 모호하게 쓰냐면 무슨 일이었는지가 기억이 안 나요. 누가 무슨 일로 내 마음을 서늘하게 했는지요. 그래서 더 솔직하게 혹은 적나라하게 써야지 싶은데, 그게 제게는 좀 어려운 일이네요. 일기장과 내외하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약 다락방님이 베트남 코스 만드시면 저는 참여의사 있습니다. 일단 무조건 신청하고요. 사람 모이면 연락 꼭! 주세요~~

건수하 2024-12-11 09:57   좋아요 1 | URL
일기장과 내외 ㅋㅋㅋ 저도 그래요

다락방 2024-12-11 10:47   좋아요 2 | URL
이제 다시 종이 일기를 좀 열심히 써볼까 싶어요. 나중에 읽으면 또 그만한 재미가 없어요. 음 그리고 과거의 일기 읽으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것 같아요. 아 나는 이 때도 이런 고민을 했구나, 아 나는 이 때도 이런 결정을 내렸구나 하면서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좀 열심히 써볼까 싶은데 과연..
저도 좀 애매하게 쓰는 편이거든요. 혹시라도 누가 읽을때 몰라보게 하려고 이니셜로 쓰기도 하는데, 나중엔 제가 누구를 써놓은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일기의 맥락과 그게 몇년도냐..를 따져서 아 이 사람은 그 사람이겠구나 합니다. 구체적으로 써야 하는가봐요. 그게 사실 좀 어렵긴해요. 그쵸? 아니 에르노는 진짜 짱입니다. ㅎㅎㅎㅎㅎ

베트남 하노이 코스는... 이건 정말........ 먹고 살기 위해 고민해봐야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그전에 사람들 모아서 또 다녀보고 싶고 그러긴 하네요. 일단 단발머리 님이 1번, 건수하 님이 2번.. 이건 뭐 언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알라디너 하노이 정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2-11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트남에 롯데 호텔이 있다는 부분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아직 베트남 못 가본 1인, 상품 만드시면 저도 손 듭니다~


다락방 2024-12-11 10:49   좋아요 2 | URL
롯데 호텔이 아주 럭셔리하게 있습니다. 루프탑 바에서 보는 하노이 시내 풍경과 또 높은 곳이라 달도 보이는데 ㅋ ㅑ ~ 기분 끝내줘요. 이번에는 흐리고 비가 내려서 시내 전망을 잘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 루프탑바에서 틀어주는 뮤직비디오 보면서 칵테일 마시는 것도 나름 좋았어요. 덕분에 로제의 아파트를 처음으로 다 들어봤네요. 하하하하하.

하노이 정모, 한 번 추진해봐야겠습니다. 후훗.

단발머리 2024-12-11 11:33   좋아요 1 | URL
너무 고급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모를 하노이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하노이, 다음에는 하와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24-12-1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저편>이었군요. 저도 장바구니 담아놨는데, 수육이라면 저도 잘 먹을 자신이 있습니다만,, 내년엔 같이 걷고 먹고 마실 수 있겠죠..

다락방 2024-12-11 10:50   좋아요 0 | URL
비공개 님, 기억의 저편도 타오 처럼 좋았으면 좋겠네요.
내년엔 진짜 즐겁게 같이 먹고 마시고 걸어봅시다!!

잠자냥 2024-12-11 1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ㅎㅎ
˝호안끼엠 호수와 성요셉 성당을 거쳐˝ 기타 등등 구절에서 저도 그 장소 걸어다니던 때가 떠올라 슬며시 웃었습니다.
아 또 가고 싶네요. 걷다가 길거리 쌀국수 먹고 싶따!!!!!!!
호안끼엠 호수 달리기, 베트남의 요즘 날씨라면 참 좋았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락방아, 나 고기도 좋아하고 수육도 좋아하고 술 마시면서 지치지도 않고 체력도 빵빵해서 잘 걸어..........
근데 사람을 별로 안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1 12:09   좋아요 2 | URL
음 사람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다락방을 좋아하니까 괜찮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1 12:55   좋아요 1 | URL
지나친 플러팅을 다락방님이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2-12 09:11   좋아요 2 | URL
어떤 사람들의 플러팅은 매우 즐겁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24-12-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을 읽다보면 종종 모르는 단어를 만나 검색해보게 됩니다. 대체로 음식 이름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프란세진야가 뭔지 몰라 검색해봤어요. 음, 뜻풀이를 읽어도 도통 무슨 말인지 알수 없네요. 대체 피암브르, 링구이사, 모르타델라는 뭔가요? 이것도 식재료 이름이겠죠. ㅎㅎㅎㅎ

음, 저 수육 엄청 좋아합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다락방 2024-12-12 09:12   좋아요 0 | URL
프란세진야는 포르투갈의 샌드위치인데요 고기며 치즈가 잔뜩 들어간 엄청난 고칼로리의 샌드위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ㅋㅋㅋㅋ 저는 이걸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포르투갈에 갔다왔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란 인간은 참.. 네, 그렇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조만간 만나서 수육에 소주나 한 잔 합시다!

blanca 2024-12-1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하노이, 나트랑 너무 가보고 싶은데 다락방님이 가이드하시면 거기 합류하고 싶네요. 저는 그날 통잠을 자고 아침에 간밤 일어난 사태를 알았어요. 이게 거짓말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도 아직 진행 중인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 육두문자가 늘어만 간다는...아, 그리고 일기...저는 무엇보다 몇 년 전 일기를 보고 놀라는 게 글자가 너무너무 작아서 내 시력이 이렇게 좋았구나, 하며 한탄합니다. 그리고 감정은 또 얼마나 풍부한지...몇년 새 급 늙어버린 느낌이에요. 그리고 ㅋㅋ 저도 나를 하나 더 만들어서 내 친구 하고 싶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어쩜, 다락방님도 같은 생각을...놀라고 갑니다.

다락방 2024-12-12 09:15   좋아요 0 | URL
저도 취침시간이 좀 이른 터라 아침에 일어나서 톡방에 수십개의 메세지를 보고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읭?? 뭐라고?? 하아- 참 아직까지도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권력을 쥐어서는 안되는 바로 그 사람이 권력을 쥐어서 국민들이 고생입니다. ㅠㅠ
저는 나트랑은 한 번도 안가봤고요 다낭은 가봤는데 딱히 좋진 않았거든요. 다낭은 좀 휴양지라.. 제가 휴양지를 별로 안좋아하더라고요? 저는 도시가 좋습니다. 시내시내 ㅋㅋㅋㅋㅋ 하여튼 이번 하노이를 너무 꽉 채워 야무지게 돌아다니는 바람에 가이드로서 뿌듯했고 엄마 이모의 만족도가 높아서 요코스로 상품화 시키면 좋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비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인데.. 흠흠. 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고독함과 외로움이 크게 올 때가 있어요. 저를 훅 하고 후려치거든요. 그러면 외롭다, 고독하다, 느끼면서 그렇다면 이럴 때 누가 옆에 있으면 도움이 될까, 하고 떠올려보려고 해도, 이건 누가 있다고 사라지는 감정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고독함과 외로움은 숙명적으로 인간이 안고 같이 살아가야 하는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잘 살아봅시다, 블랑카 님. 일기도 쓰면서요. 일기 쓰면서 살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4-12-1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노이 자유여행도 신청하고 싶고 체력도 빵빵에 술도 잘 마시고 수육, 보쌈 삶아 주시면 실컷 먹고 대화하고 싶은데...
와 이 중에 제대로 되는 게 없어...ㅠㅠ
술도 못 마시고 진짜 저질 체력에 수육, 보쌈은 남편이 하도 좋아해서 허구헌 날 삶다 보니 저도 질려서요...
아... 자유 여행 하면서 대화는 실컷 가능하네요^^
저 여행 체질이라 평소에 골골대고 잘 체하는데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뭐든 그렇게 맛나더라구요~~~

다락방 2024-12-12 09:16   좋아요 1 | URL
오, 제 여동생이 완전 소식하는 사람인데 여행만 가면 잔뜩 먹어요!! 저는 평소에도 많이 먹고 여행가서도 많이 먹습니다!! ㅋㅋㅋㅋㅋ 전 요즘 제가 삶은 수육에 너무 꽂혀서 일주일에 한 번씩 먹어줘야만 할 것 같은데, 이게 어느 정도 자신이 붙으니까 정말 누구 만들어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어느날 저도 질려버릴 때가 오겠죠.. 오겠죠?? 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4-12-1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베트남 다녀오셨군요. 차라리 여기 안 계신 게 나으셨을 듯 해요. 갑자기 쌀국수랑 반세오 먹고 싶네요 ㅎㅎㅎ
저는 주말에 남편이 김장 김치를 얻어와서 고기를 삶는다길래 그런가 했는데, 밥솥이 고장 나서 냄비밥에, 무수분 수육 해 주더라구요. 정말 맛있었어요 ㅎㅎㅎ 저는 요리를 못 해서 얻어먹는 것만 할 줄 압니다. ㅎㅎㅎ 근데 저는 먹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옆에서 막 요리하면 힘들더라구요. 역시 자기 자신이 제일 좋은 친구인 것 같아요.

<요가의 뇌과학> 무슨 일인가요... 올컬러인가요. 겁나 비싸네요ㅠㅠ

다락방 2024-12-13 09:33   좋아요 1 | URL
오, 무수분 수육도 사람들 많이 해먹더라고요? 저는 일단 익숙해진 평범한 수육삶기를 계속해볼 예정이긴 합니다. 이러다 언젠가 질려버리겠죠. 근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일단 냄비에 재료들만 다 때려넣으면 되니까 좋아요. 삶아지는 동안 냄새도 좋습니다. ㅋㅋㅋㅋㅋ 무엇보다 맛있어요. 껄껄. 김장김치와 수육, 너무나 좋은 궁합입니다. 아 좋아.. 한국 만세입니다. 김치와 수육 있는 한국 만세!!

요가의 뇌과학 제가 주문했습니다. 제가 한 번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2-1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갖고 싶은 친구는 바로.. 나. ㅋㅋㅋㅋㅋ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
저도 저같은 친구보다는 다락방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맛있는 거 만들어주는 친구 좋은 친구. 저도 맛있게 먹는 건 잘합니다. 고기 좋아합니다. 체력은 좀 자신이 없지만... 열심히 키워볼게요.
분노하면서 여행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ㅜㅜ

다락방 2024-12-13 09:35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지금 달리기 하시는 정도면 체력 엄청 좋으실 것 같은데요!!
이게 여행지에 있다고 해서 모른척이 안되더라고요. 자꾸 소식이 궁금해서 보게 되고 보면 화가 나고.. 하아. 그러면 안보면 되는데 또 보게 되고, 혼자 알 수 없어서 이모랑 얘기하다 또 화내게 되고... 하하하하하. 이번에 나라가, 아니 대통령이 진짜 너무 큰 잘못을 했습니다. 문제는 지가 잘못한 걸 지가 아직 모른다는 거... 하아. 똥통에 빠질 놈 같으니라고 ㅠㅠ
하여간 외롭습니다. 외로운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제가 저를 친구 삼아 잘 지내보아야지요. 독서괭 님, 우리 잘 지냅시다!

미래엔 2024-12-1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메일에서 블로그 글을 보고 좋은 글을 만난 것 같아 댓글을 남깁니다.
저도 매일 일기를 쓰고 다이어리를 사용하다보니 이런저런 공감가는 점이 많았습니다.

가끔 예전 일기나 다이어리를 찾아볼 때 그 때의 나, 지금의 나는 그다지 변한 점이 없다는 걸 보고 놀라곤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매년 이맘 때쯤 하는 다이어리에 새해 다짐 적는 일이 부질없는 일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J 입장에선 여행 계획을 봤을 때 심히 당혹스러웠지만 그런 여행도 의미 있는 여행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아무리 계획을 철저하게 짜더라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게 여행이고 그게 또한 여행의 재미일테니까요.
올해는 별다른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여행을 가봐야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바람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10명, 50명의 그저그런 친구보다 1명 소중한 친구가 있는게 더 나은 것도 그런 것이겠지요. 친구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창신동 여자 위픽
최현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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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하게 태어나 빈곤하게 살면서 교육도 못받고 온갖 폭력과 차별, 혐오와 배제에 노출되어 그래도 살아보자고 남자 옆에 붙어있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삶.
어떤 사람은 태어나서 단 한 순간도 우선권 없이 단 한 번도 갑이 되어본 적 없이 살아가기도 하고, 작가는 그런 삶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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