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자수정 팔찌가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매일 착용하고 다닌다.
메탈 알러지가 있어 다른 악세사리는 딱히 몸에 두르지 않는데 자수정 팔찌는 끈이라고 해야 하나 메탈이 전혀 없어서 손목에 착용해도 아무 무리가 없다. 나는 이 자수정 팔찌를 몇해전부터 매일 착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끈이 늘어져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메탈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새로 샀다가 메탈 닿는 부분이 간지러워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였을까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 상태로 잃어버리기도 한다. 몇해전에 한 번 잃어버려 새로 사 착용하고 다니다가 며칠전에 또 잃어버렸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잃어버린건지 생각이 안나는거다. 생각이 안나니까 잃어버린 거겠지? 근무중에 불현듯 내 손목에 팔찌가 없다는 걸 깨달은거다. 내가 집에서부터 안하고 왔나? 아니야, 그러면 허전함을 느꼈을텐데? 흐음. 하고 온 것 같은데. 집에가서 팔찌를 빼놓지 않는 이상 팔찌를 따로 뺄 일이 없어 이를테면 세면실에 두었다거나 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혹시 끈이 끊어졌을까 생각해봐도 만약 그렇다면 자수정 알갱이들이 좌르륵 바닥으로 떨어졌을 터, 그것도 모를 리 없다. 아, 정말 기억이 안난다. 일단 집에 가서 있는지 확인해보자, 하고 그 날 집에 가보니 늘 팔찌를 두는 곳에 팔찌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잃어버린게 맞구나. 도대체 어쩌다 잃어버린걸까? 나는 기존에 명동성당에서 사두었던 팔찌를 다음날 다시 착용하고 출근했다.
회사에 출근해 가디건을 입고 벗는 과정에서 팔찌가 한 번 빠지더라. 앗? 이런 식으로 내가 어딘가에서 팔찌를 떨어뜨린건가? 가디건 소매와 함께 빠진 팔찌를 손목에 다시 착용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또 간지러웠다. 명동성당에서 산 자수정 팔찌는 중간에 메탈로 성모마리아 상이 달려있고, 그 부분이 손목에 닿아 간지러운 것. 아 이것도 못하겠다, 하고 빼서 가방에 넣어두었다.
다시 사야겠구나.
나는 인터넷으로 들어가 자수정팔찌를 검색한다.
가격대가 다양하다. 그중에서 나는 메탈이 없고 알은 굵지 않은걸로 선택해 주문을 한다.
주말동안 회사로 배송되어왔고 월요일 아침, 나는 팔찌를 풀어 착용해 보았는데 '여성기본사이즈' 라고 된 걸 선택했는데 좀 작은 느낌이다. 나는 여성 기본이 아니야? 흐음, 이거 반품해야겠네, 좀 불편하다, 하고 손목에서 빼는 순간 끈이 끊어지더니 와르르, 자수정 알갱이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하아- 어이없어. 여성기본 사이즈는 내게 안맞아? 배도 아니고 허벅지도 아니고 손목인데? 반품도 못하고 돈 날렸네?
내가 샀던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내가 참 저렴한 팔찌를 샀더라.
아 역시 저려미는 안좋은건가? 괜히 돈 아끼려고 했다가 돈 더 쓰네 ㅠㅠㅜ 기존에 샀던 데에서 사자, 하고 네이버 페이 결제내역 확인해서 몇 해전에 내가 산 팔찌가 나오길래 그걸로 재주문을 해두었다. 그리고 어제,
주문하면서 팔찌를 판매한 상호를 봐두었는데 핸드폰에 낯선 번호에 그 상호가 뜨며 전화가 울린다. 응? 왜 여기서 전화를 하지? 팔찌가 품절인가? 배송이 늦어지나? 그런 생각들을 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상점에서는 내가 본인인지 확인하며 너 팔찌 주문했지, 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자 이내 상점에서는
"네가 배송해달라는 양재동 **** 번지로 배송했는데,"
까지만 듣고 아뿔싸!! 왜 전화했는지 확 짐작이 됐다. 내가 지금 사무실 주소가 아닌 몇해전 근무했던 사무실 주소를 쓴거다. 내가 지금 근무하는 사무실은 몇해전에 이 동네의 다른 주소지에 사무실이 있었고 그러다가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사옥으로 이사오게 된것이다. 그런데 내가 기존 주소로 배송지를 택한것. 오 마이 갓.
"너 지금 거기 없는지 다른 사람이 받고 운송장 보고 우리 가게로 연락했더라고."
"응 나 거기 없어. 잘못된 주소지야. 내가 어떡하면 될까?"
"방법은, 배송비가 들겠지만 니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우리가 택배를 다시 접수해서 그곳에 가서 찾아서 너에게 보내주는거야, 괜찮겠니?"
"음, 아니 그러지마, 내가 찾으러 갈게."
"아 그래 가까워?"
"응 찾으러 갈 수 있는 거리야. 내가 갈게."
"그러면 내가 그 분에게 이 상황 설명하고 너가 올거라고 말해줄게."
"응"
이렇게 대화가 진행된 잠시후, 가게에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그 분이 연락처 알려줘도 된다고 했다며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했다고. 그러면 물건을 주겠다고 한다. 그곳은 걸어서 5분 거리. 나는 사무실을 나섰다. 나가면서 일단 5분후에 도착한다고 말을 해야할 것 같아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걸기 전부터 이 사람은 남자성별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화번호 너무 잘 가르쳐준 것 같아서. 아니나다를까 남자분이었다. 나는 5분후에 도착할 거라고 말했고 상대는 도착하면 다시 전화달라고 했다. 네.
하아- 이게 무슨 일이야. 가면서 온갖 생각이 다들었다.
와, 이게 팔찌니까 다행이지, 내가 한동안 주문햇던 빅사이즈 브라였으면 어쩔뻔했어.. 어휴. 아찔하다.
얼마전에는 투엑스라지 여성팬티도 주문했는데. 어휴.
어떻게 옛날 주소지로 하필 보낸게 그나마 안전한 팔찌였을까. 흑흑 ㅠㅠ 빅사이즈 브라 찾아오기 부끄러웠을 것 같아. 투엑스라지 여성팬티 찾아오기 부끄러웠을 것 같아. 그렇지만 팔찌라면, 그 무엇도 부끄럽지 않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 참 어이가 없네.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하지? 그런데 이런 실수가 어떻게 팔찌를 주문할 때였을까?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브라나 팬티가 아니라 책이었으면 그것도 썩 좋지는 않았던게, 무겁잖아요... 박스.. 무겁잖아요..... 그거 들고 걸어오기... 좀 거시기 하잖아요. 아아, 무게면으로 보나 부끄러움으로 보나 배송지 실수할 거라면 팔찌가 가장 낫다!! 다행이야.
나는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스타벅스 커피 하나를 샀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해 전화를 하고 팔찌를 받아 나오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커피를 드렸다. 휴...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내가 팔찌를 주문한 쇼핑몰에 들어가서 옛날 주소를 다 삭제했다. 여러분, 우리 배송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갖자. 아 미쳤나봐 증말 ㅠㅠ 팔찌라서 진짜 다행이야 ㅠㅠ 진짜 ㅠㅠㅠ
좀전에 남동생으로부터 톡이 왔다. 하아- 진짜 내동생 답다.
진짜 우리가족은 잘난척 대마왕이야. 자뻑신이 우리집에 상주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여러분 한국문학 구매하면 우양산 주는 거 알아요? 알라딘 굿즈로 우산 나왔을 때 너무 좋아가지고 몇 개나 받으면서 친구들 주고 그랬는데, 이게 사용해보니까 좀 후져... 그래서 그 뒤로는 우산이든 우양산이든 굿즈로 선택하지 않았더랬다. 역시 굿즈의 품질은 좋을 수 없는건가.. 하고 그간 무시하고 살았는데, 어제 우연히 보게된 한국문학 우양산의 한 디자인이 넘나 예쁜거다. 엄마 주고 싶다굿!!
사실 우산 디자인 보다 우산 커버 디자인이 더 예쁘다. 우산도 저렇게 전체가 다 보라색 꽃 그려져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이거 너무 예뻐서 엄마 드려야지, 하고 어떤 책들이 해당도서인가 봤는데 대부분 내가 읽었거나 샀거나 관심없거나... 였고, 그 중 한 권이 살까말까 계속 망설이는 책이었어서 흐음, 그러면 이걸 사자! 하고 우산은 파과 로 선택했다.
여러분 링크를 줄게.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66839&start=pbanner
파과는 새로나온 표지 이쁘더라. 나는 읽었기 땜시롱 파과를 선택하진 않았다.
안희연은 그동안 몰랐던 시인인데 당근밭 걷기 라는 제목 좋네?
회사 동료에게 말했더니 동료는 초록색 디자인을 선택하겠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편 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