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김장을 하는 날이었다.

예전에는 엄마가 동네 친한분들과 함께 모여 평일에 김장을 했고, 내가 집에 가면 김장은 다 끝나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김장을 도운 적이 없었다는 얘기 되시겠다. 어쩌다가 주말에 한다해도 나는 늘 약속이 있었다. 역시나 김장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이었다. 

코로나 때부터 엄마는 동네 분들을 부를 수 없었고 그러자 천안에 사는 이모가 와서 돕곤 했다. 그렇게 두 분이서 김장을 했고, 이번에도 이모가 와서 돕겠다고 했던게 토요일, 나는 '그러면 나도 도울게!'하고 이 김장에 참여하기로 했다. 엄마랑 이모는 즐거워했고, 나는 이에 남동생에게 말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김장할건데 너도 와서 함께 돕고 김치 좀 가져가지 않으련? 남동생은 올케와 이야기를 나눈 뒤 오겠다고 했고, 마침 외할머니 1주기이기도 했던 터라 여동생도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삼남매가 다 모이는 주말이 되었던거다.


이모랑 여동생 남동생 모두 내가 만드는 치아바타를 좋아하지. 나는 그들이 바리바리 싸가지고 갈 치아바타 반죽을 시작했고 반죽이 발효되는 사이에 베란다 텃밭에서 바질을 따와서 페스토를 만들었다. 남동생은 도착해서 깍두기용 무를 썰고 있었고 이모는 김장 속을 김치에 버무리고 있었다. 나는 그러다 틈이 나는 사이 겉절이를 버무렸고 잠시후 남동생은 깍두기를 버무렸다. 나는 치아바타 반죽을 꺼내 치대고 블랙 올리브를 넣고 하여간 점심 무렵 김장은 다 끝나 있었고 본격적으로 부엌을 치우고 베란다 및 거실 정리도 다 마쳐갈즈음 여동생이 도착했다. 치아바타는 성공적이었고 바질페스토는 여동생 말에 의하면 역대급으로 잘 되었다고 했다. 




갓 구워진 따뜻한 치아바타와 바질페스토를 간식으로 맛있게 먹는 식구들에게 나는 적당히 먹으라고 우리 저녁 먹어야 한다고 일깨워줘야 했다. 사실 김장을 하는 주말, 내가 준비한 메뉴는 수육이었다!! 껄껄. 김장에 수육은 국룰 이잖아요? 엄마는 귀찮게 무슨 고기를 삶냐, 그냥 배달시키자 하셨지만, 나는 꼭 한 번 삶아보고 싶었다.  내가 삶을 거라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는 그런데 내심 쫄렸다. 하아- 이게 우리의 메인인데.. 맛없게 되면 어떡하지?? 


수육 삶기로 인스타에서도 네이버에서도 검색해 마음에 드는 방법을 찾아두었다. 재료는 웬만한건 다 집에 있는 것들이라 고기만 사면 됐다. 엄마가 시장 단골 정육점에 가 수육 할거라며 고기를 사다주셨고, 나는 내가 만들 수육 레서피를 찾아 삶기를 시작했다. 중간에 물이 너무 쫄아들어 물을 좀 보충해주고 40분 이상 삶아낸 뒤 젓가락이 들어가는 걸 보고 익었구나 싶어 한 번 잘라보았는데 오 잘 익었다. 한 김 식힌 후에 잘라내라고 해서 도마에 종이호일을 깔고 잘라냈다. 자르자마자 한 점 집어 먹어보았다. 제발.. 하고. 그런데 오!! 맛있어!!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고기 별로 안좋아하는 이모도 맛있다고 잘 드셨고 동생들도 대성공이라고 맛있다고 연신 말해주었다. 사실 이게 맛있는건 엄마가 좋은 고기를 사와서가 90프로였던 것 같다. 비계 부분도 쫄깃쫄깃해서 정말 좋았거든. 보통 고기 비계 부분 안드시는 엄마도 이건 쫄깃하니 맛있다고 드셨다. 


수육을 삶는 40분 의 시간동안 간단한 요리 하나를 더 하기 위해 봐뒀더랬다. 이건 인스타에서 본건데, 크래미를 찢어서 게살스프를 만드는 거였다. 과연.. 이것도 성공일까, 시키는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비쥬얼은 왜 내가 인스타에서 본거랑 다르지?



그래서 좀 만족하지 못했는데, 오, 이걸 먹어본 식구들은 다들 맛있다고 했고 이모는 두그릇이나 드셨다. ㅋㅋㅋㅋㅋ 좋았어!!!!! (식으면 맛없음에 주의하세요!)


저녁을 먹을 때까지 내가 일어나서 한 번도 자리에 앉아보지 못했다는.. 나는 도대체 왜이러는가. 식구들이 배달시켜 먹자는데도 '나 해보고 싶단 말야!' 이러면서 ㅋㅋㅋ 하여간 수육 맛있다고 칭찬 천 번 받아서 내가 구백구십팔번은 '이게 다 엄마가 좋은 고기를 사다주신 덕분'이라고 겸손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훌륭한 저녁이었다. 만세만세 만만세!


우리는 낙지찜도 시켜서 먹었는데 2차 안주로 오징어랑 과자랑 견과류 다 준비해두었었는데 남동생이 갑자기 햄버거 어떠냐고 물어보고 이모도 좋다고 하고 엄마도 좋다고 하고 막 그러니까 갑자기 '그럴거면 피자 콜?' 이래가지고 다들 극 호응 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2차로 피자를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다가 오징어도 굽고 과자도 꺼냈지만. 하여간 배터지게 먹은 주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남.


저거 수육 만들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된다면 투비에 기록해둘 예정이다. ㅋㅋ



책을 샀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회덥밥과 맥주를 야무지게 먹어준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대백화점 바로 옆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중고로 사려고 봐두었던 책들을 검색해보았는데, 알라딘 중고서점 천호점에는 내가 찾는 책들이 하나도 없는거다. 흐음, 하는수없군, 하고 그냥 가려다가 한 번 돌아나보자 했고, 그렇게 나는 세상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만나게 됐다.
















오오 이 책이 중고서점에 있네? 하고 그냥 꺼내보았다. 딱히 살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언젠가는 사야지 생각했지만 중고로 사려던건 아니었단 말이다. 그렇게 딱 꺼내보았는데 아니 넘나 새거인겁니다. 아마 이 책을 판매했던 사람은 이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책값이 반값.. 아아 산다, 사겠다, 살것이다! 해서 충동적으로  사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일본 추리소설이나 하나 살까, 하고 돌아다니다  '혼다 데쓰야'의 [지우]를 꺼내보고는 오 책도 새 거고.. 스트로베리 나이트? 이거 읽었었는데..하여간 사보자, 하고는 사가지고 왔는데, 아아, 이 책을 산 건 엄청난 실수였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나는 일요일 오후, 이 책을 읽어보자 하고 펼쳤단 말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미 상당히 진행된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거다. 흐음.. 앞에 무슨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아마 일단 이렇게 시작하고 왜 이렇게 됐는지를 보여주려는가 보다, 하고 읽는데, 아니 읽어도 읽어도 뭔가.. 앞 내용을 빠뜨린 것 같은겁니다. 그래서 뭐야, 이거 시리즈야? 하고 앞표지를 다시 보니, 그제서야 내가 산 게 [지우] 가 아니라 [지우 3 ] 인걸 알게된거다. 3... 언제부터 써있었어? 왜 내가 처음 살 때는 안보였어? 하아. 덮어놓고 책 사기 읬긔없긔 ㅠㅠ 이게 뭐야 ㅠㅠ 돈지랄 ㅠㅠㅠ


그렇다고 내가 1,2 권을 사서 읽고 싶은 생각은 안들고 이건 다시 중고책으로 팔아야겠다. ㅠㅠ 멍충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상속자들] 은 '피에르 부르디외' 와 '장클로드 파스롱'의 책이다. 

부르디외, 라는 이름에서 어려움이 뽝 오지만, 그래도 상속자들.. 좀 궁금하지 않나요. 하여간 나는 자본주의  까는데 재미들린 사람이라서(그렇지만 자본주의의 노예인 것도 맞다 ㅠㅠ) 읽어보고 싶어졌다.


[홀로 중국을 걷다]는 표지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어쩐지 마음을 끌어..

사실 중국은 내가 호감있어하는 나라도 아니고 가고 싶어하는 나라도 아니다. 일전에 청도에 갔다가 입국심사시에 한참을 붙들려 있었던 것이 나쁜 경험이기도 했고, 영국에서 베이징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베이징에서 환승하던 기억도 유쾌하지 않았었다. 또 청도에 갔을 때  간판을 어떤 것도 읽을 수 없는 스스로의 무지에 대해서도 당황했었고. 하여간 내가 앞으로 여행을 한다면 중국은  딱히 계획하고 있지 않은데, '홀로 중국을 걷다'는 표지도 예쁘지만, 뭐랄까, 나는 안가보고 싶은데 왜 어떤 사람은 거길 걸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사게 되었다. 유부만두 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된 책. 나 중국 안좋아하는데 과연 재미있게 읽을까 싶어  장바구니 담아두고 망설이고 미루다가, 그런데 중국을 걷는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해서 사게 됐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정윤수의 도시 극장 <홍콩>편 조금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을 때도 학창 시절 이렇게 윤리 과목을 가르쳐줬다면 나는 윤리를 잘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처럼, 정윤수의 도시극장에서 하듯이 역사를 가르쳐줬다면 나는 역사 바보는 아니지 않았을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가 지금  정윤수의 도시극장을 재미있게 듣는건, 지금의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과거 학창시절로 돌려놓고 마이클 샌델이 윤리 가르치고 정윤수가 역사 가르쳐도 나는 역시나 역사바보로 학교를 졸업했을 거라는 것.



책을 선물 받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 두 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다락방 님께'라는 사인도 두 권 다에 들어있다. ㅋㅋㅋㅋㅋ 인생 진짜 잘 산 것 같아 ㅋㅋㅋㅋㅋ좀 멋진 것 같다,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 퇴근 길에 김소영의 [어떤 어른] 읽으면서 갔는데, 하아, 세상은 똥이고 인간들은 모조리 다 싹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야 된다.. 라고 생각하던 나이지만, 김소영 작가 글 읽노라니 한줄기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 같고 세상이 조금은 파스텔톤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다정함과 따뜻함을 실천하고 또 행복을 전달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모두 똥이다!! 이랬던 내 마음 조금 풀어져... 김소영 작가의 책은 사람을 좀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아니 그런데,

내가 잘 때 코를 심하게 곤단 말야? 여동생은 매미 천마리가 귀에서 울어댄다고 한 적도 있단 말이지.

근데 지난번에 강원도 갔을 때 함께 잔 친구가 '너 코 안골던데?' 라고 하는게 아닌가. 응? 그건 아마도 네가 깊이 잠들어 못들었던게 아닐까? 했는데, 자다 새벽에 깼는데 내가 조용하게 잤다는거다. 흐음. 어쩌면 코 안고는 순간에 그 친구가 깼었는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엄마방에서 엄마, 이모, 나 셋이 잤다. 이모랑 엄마는 나랑 같이자본 적이 몇 번이나 되는 사람이고 내가 코 고는 것도 잘 아는 분들인데, 다음날 아침 엄마가 기적이라면서 '너 코 하나도 안골고 조용하게 자더라!;' 하는거다. 그러자 이모도 '너 조용하게 자던데?' 하는게 아닌가. 아니, 술도 먹었으니 백퍼 심하게 골아야 맞는데 왜죠?? 엄마는 새벽에 몇 번이나 깼었다며 그 때마다 나는 조용하게 잤다는거다. 설마,

나 코골이 자연 치료된 부분??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어쩌면 이번에도 내가 안골때만 엄마가 깼었던건가? 하여간 신기하다. 조용하게 잤다는 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안골았지? 잘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치료된건가 아님 일시적으로 잠깐 나타난 현상인건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점심은 순댓국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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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25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호점 한 두번 들른 적이 있어요,
매주 그 부근에서 독서모임이 있어서...
저도 몇권 데려왔었죠.
달리기 하시면서 건강해지신 탓 아닐까요?^^

다락방 2024-11-25 12:41   좋아요 1 | URL
오오 그레이스 님도 천호점을 들러보셨었나요? 오오
저는 저희집에서 가장 가까운 알라딘 중고서점이 천호점 입니다. 후훗.
달리기 하면서 일어난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습니다. 영향을 받았다면 그건 필라테스가 아닐까.. 하는) 하여간 이게 치료가 된거면 좋겠어요. 일시적으로 잠깐 멈춤이면 .. 영 별로인데 말입니다. 하핫.

잠자냥 2024-11-25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육을... 삶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인간..
저는 얻어온 김장속에 주문한 보쌈이랑 막걸리 먹었는데 ㅋㅋㅋ
하여간 에너지파워다락방! ㅋㅋㅋ

코골이는.. 혹시 요즘 입 꾹 다물고 자는 거 아니에요? 신기하네.
달리기로 정말 건강이 좋아졌을까?!

다락방 2024-11-26 09:38   좋아요 1 | URL
제가 잠자냥 님의 댓글을 읽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아 그건가? 나 입을 다물고 자는건가? 하고요. 이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저는 왜 갑자기 입을 다물고 자게 되엇을까요? 역시 다시 달리기인가? 하고 생각해보게 되긴 합니다. 달리기의 직접적 영향이라기보다는 달리기 하면서 제가 언젠가부터 코호흡으로 달리려고 애를 쓰고 있고 최근에 시작한 필라테스도 입 다물고 코로 숨을 들이마셔야 하는 호흡이거든요. 이런 숱한 코호흡이 나를 이렇게 만든것인가 싶고. 하여간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수육 삶아 먹는거 좋아서 당분간 자주 해먹을 것 같아요. 저는 새우젓도 좋아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장김치도 있다. 만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은 아름다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11-25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아바타와 수육 파셔도 될 것 같아요. 전문가 수준이에요! 진짜 맛나 보여요~

다락방 2024-11-26 09:39   좋아요 2 | URL
너무 맛있습니다, 햇살과함께 님. 저는 제가 빵을 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고 수육을 삶을 줄도 역시 몰랐습니다. 인생은 역시 살면 살수록 재미있는 것 같아요. 으하하하하.

단발머리 2024-11-2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 (침 닦고.................) 수육에 게살스프까지.... 진짜 금손 맞네요, 다락방님! 김장김치에 수육 얹어서 아~~~ 너무 맛있겠어요. 온 가족이 모여서 김장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김장을 돕지 않은 K장녀는 회개의 시간 소박하게 가져봅니다.


다락방 2024-11-28 10:18   좋아요 1 | URL
제가 김장을 돕지 않는 k 자녀로 여태 살아왔다가 이번해에 처음!! 도왔습니다. 사실 김장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한 일이 없고 기타등등을 만드는데 더 시간을 보냈지만요. 엄마도 ‘김장보다 너 따라다니며 뒷정리가 더 힘들다‘고 하셨... 흠흠..

저 주말에 또 수육 삶아 먹을까 생각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4-11-2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육 대박!
저도 몇번 삶아봤는데, 저거 진짜 고퀄이잖아요..... 아무래도 저렇게 안나오던데.....
뜻밖의 금손!

다락방 2024-11-28 10:21   좋아요 0 | URL
저게 쌍화탕 진액인가 뭐 그거 집에 굴러다니는거 하나 넣었는데 저렇게 진하게 나오더라고요? 다음날은 일반 쌍화탕으로 했더니 저거보다 색이 연했어요. 그래도 맛있었지만... 나중에 울집 놀러와요. 내가 해줄게 ㅋㅋㅋㅋㅋ 진짜 존맛탱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내가 빨리 달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다음엔 어떤 속도로 달리고 그 다음엔 또 어떤 속도로 달리자는 식의 목표가 생기겠지만, 나는 빨리 달리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고, 대신 나는 좀 더 천천히 오래 달려보자, 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는 하다. 그래서 7킬로를, 8킬로를 그러다가 10킬로를 달렸었고, 10킬로 너무 힘들었었는데 하여간 얼마전에는 그 때보다 조금만 더, 하고 11킬로를 달렸더랬다. 와, 너무 힘들어서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도 이거 쉽지 않겠어.. 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다음엔 언제가 됐든 12킬로... 생각중이다.


아마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달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는 것도 좋고 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다. 게다가, 이제 어떤 장소를 보고 오오, 저기 달리기 좋겠는데, 라고 달리기 회로가 먼저 돌아간다. 국내든 국외든 어떤 장소를 보게 되면 오오 저기 달려보고싶다!! 하게 된다. 


최근에는 '그렇다면 회사에서 집까지 달려보면?' 하고 지도를 찾아 검색해봤는데, 얼라리여, 회사에서 집까지 13킬로 밖에 안되는게 아닌가. 이거, 해볼만하잖아? 처음에야 길을 몰라 시간이 곱으로 걸릴것이고 또 길을 찾아가며 가야하니 중간에 걷기도 많이 해야겠지만, 오오, 이건 해볼만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거다. 그걸 알게된 후 그럼 한 번 오늘? 했는데, 때는 이미 여름을 지나있었고 해가 빨리져서 좀 위험하게 생각되었다. 금세 어두워지는데 낯선 길에서 괜찮을까... 그래서 미루다가, 아, 반차를 내고 한 번 해보자, 벼르고 있었다. 


어제가 바로 그 반차를 낸 날이었다. 오후 반차를 냈으니 점심때 퇴근을 해서 집까지 달리자, 아니, 집까지는 가지 말고 천호동 현대백화점만 가자! 하고 생각해두었더랬다. 그러나 회사 사정이 있어 반차를 취소해야 했다. 나는 달릴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고 옷도 다 준비했는데, 하아, 왜 보쓰는 갑자기 돌아오셔서... 라고 원망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걸 왜 주변의 영향으로 그만둬야 하지? 내가 하고 싶다면, 방해가 있어도 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아? 그래서, 그냥 퇴근 후에 뛰어보기로 했다. 퇴근 후에 달리자. 한 번 해보지 뭐. 달리다 너무 어두워져서 무섭거나 두렵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서 차 타지 뭐. 나는 그렇게 다시 한 번 지도앱을 켜고 길찾기를 검색해보았다. 


음, 양재에서 학여울까지는 양재천으로 갈 수 있고 영동 6교까지 달리면 되는구나, 오케이, 이건 그냥 지도 안 보고 달릴 수 있어, 학여울에서 잠실까지가 좀 문제군, 잠실에만 가면 거기서부터는 길을 안다.. 하고 다시 지도를 보고 익혀둔 뒤, 퇴근 후, 나는 양재천에서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영동 6교까지 달리니 3킬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양재천을 벗어나는 계단이 보여 올랐다. 여기서 속도가 확 늦춰진다. 계단을 오르고 멈춰서 지도를 봤다. 흐음, 여기로 가면 되는거군. 방향을 좀 바꿔야 되니 여기서는 걷자, 하고 걸었다. 자, 그리고 커다란 횡단보도 앞에 섰다. 이건 뭐야..신호 왜 이렇게 안바뀌어. 한참을 기다려서 초록 신호에 길을 건너서 다시 지도를 보았다. 아, 이 방향으로 가는게 아니라 오른쪽으로 쭉 가는거구나, 나는 다시 천천히 뛴다. 천천히 뛰다가 횡단보도가 나오면 멈추고 천천히 뛰다가 길이 좁다거나 하면 다시 멈춘다. 멈춰서는 지도를 본다. 음, 이 방향이 맞군. 그러다 또 계단이 나오고 횡단보도가 나오고, 어느 사이 나는 삼전역에 가있다. 오오 여긴 번화가라 아주 안심이 되는군. 매우 좋아. 그렇지만 횡단보도가.. 나는 또 걷고, 멈추고, 그러다 조금 천천히 뛰어본다. 


그 사이 내가 점점 더 집을 향해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랜드마크가 있었으니, 그건 롯데타워였다. 어디서나 보이는 롯데타워, 볼 때마다 저거 진짜 높긴 하구나, 여기서도 보이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차피 내가 잠실을 거쳐야 하는 터라 롯데타워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정말, 정말 반가웠다. 내가 맞게 이동하고 있구나, 점점 더 목표지점에 가까워지고 있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잠실에 도착했다. 만세!!



잠실에서 좀 고비가 있었다.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고 걷고 뛰고 여기까지 온게 너무 힘들었다. 잠실.. 우리 집에 가는 버스가 있는 잠실.. 나 버스 타고 갈까?


그러나 오늘 나의 목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퇴근 후 대중교통 없이 나의 두 다리로만 집에 가기' 였다. 그건 뛰는 것과 걷는 것을 포함한 것. 그래, 뭐가 됐든 오늘은 한 번 그렇게 해보자, 하고 나는 다시 뛰기 시작했..


으면 좋았겠지만, 아아, 롯데 근처 왜이렇게 사람이 많은가요. 여기선 뛰다가 자칫 어깨빵 당하기 십상이다. 여긴 그냥 편한 마음으로 걷는다. 어차피 길도 아는 터라 마음도 편안하다. 걸으면서 좀 쉬자, 하고 올림픽공원이 나올 때까지 걷는다. 흑흑. 양재에서 달리면서 또 걸으면서 올림픽공원까지 왔어!!




그런데, 뛰다가 한참을 걷다가 혹은 멈추다가 다시 뛰는 일은, 계속 뛰는 것보다 더 힘들다. 나는 다시 뛰지만 조금만 뛸 수 있고 조금 뛰다 걷고 또 조금 뛰다 걷고 그렇게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드디어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도착했다. 만세!!




위에는 런데이 앱의 기록인데, 런데이는 내가 횡단보도 앞에 한참 기다려도 시간과 거리를 잡아버린다. 그러니 11킬로를 갔다고 나오고, 밑에는 애플 워치인데 애플 워치는 내가 횡단보도 앞에 서는 순간 자기가 알아서 운동을 잠깐 중단한다. 그리고 내가 다시 걸으면, 운동을 다시 체크한다. 그러니 거리는 좀 더 적게 나오고 페이스는 좀 더 빨리 나온다. 어쨌든 내가 거의 11킬로에 달하는 거리를 뛰고 또 걸으면서 갔다는 건 분명한 사실!! 휴..


나는 목표지점 현대백화점에 왔으니 들어간다. 사실 내가 현대백화점을 목표로 한 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똠얌누들을 먹기 위해서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기 12층에서 똠얌누들 팔거든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짜잔-



맥주는 처음부터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식당 들어가자마자 충동적으로 시켰다. 시원한 맥주가 너무 간절했다. 그런데 맥주 나오기 전에 물 네 컵 연거푸 마셔버린 부분... ㅋㅋㅋㅋㅋ 그리고 맥주도 마시고 똠얌누들도 먹고. 그리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 와, 너무 힘들지만 기분이 너무 좋다. 나 흥분돼! 맥주로 축배를 들자!! 막 이렇게 되어버린거다. 껄껄.


다 먹고 너무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집까지 택시나 지하철, 버스를 타면, 오늘의 목표였던 '대중교통 없이 두 다리로만 집에 가기'를 지키지 못하는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걸 먹고 집까지 또 걷는다. 하하하하하.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그리고 잠이 쏟아지려고 했다. 그래도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 걸었다. 걷다가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나한테 쪽팔리기 싫어서 약속이나 목표를 지켜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런데 왜 '전교 1등 해보자', '박사 학위를 따자', '교수가 되어보자' 같은 목표..를 가진 적은 없을까? 왜지? 그건.. 어차피 안 될거라고 내 스스로 생각하고 체념했기 때문인가? 음..


집에 도착했다. 와 얼른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지친 몸을 쉬게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식탁 위에 남동생이 보내준 카스테라가 있는게 아닌가. 남동생이 가족들과 처갓집 식구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사온 카스테라를 보내준거다. 냉장고엔 우유도 준비되어 있지! 카스테라에 우유는 꿀맛이잖아? 카스테라에 우유는 국룰 아니냐! 나는 참지 못하고 카스테라랑 우유를 먹는다. ㅋㅋㅋㅋㅋ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너무 좋아 꿀맛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씻고는 매트 펼쳐서 스트레칭 좀 해주고, 아니 보통 귀찮아서 달리고난 후 스트레칭 건너 뛰는 편인데, 어제는 너무 힘들어가지고 안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스트레칭 해주고 침대로 들어가서 책 좀 보려다가 기절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늘 거울을 보는데 오!! 예뻐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어쩐지 예뻐진 것 같아!!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도 문에 비치는 내가 이쁘고 화장실 가서 거울을 봐도 예쁘다. 동료에게 "나 어제 집까지 달렸더니 오늘 더 예뻐진 것 같지 않아?" 물었더니 동료가 웃으면서 그런 것 같다고 했고, 그러자 옆에 있는 동료가 "대답 강요하시는데요?" 이러면서 다른 직원들까지 다 빵터져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뭐, 나 예뻐졌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 너무 예쁘고 어제 집까지 달려간 성취감도 장난 아니라서, 저녁엔 맛있는 걸 좀 나에게 먹여줘야 겠다. 나는 나에게 보상이 좀 후한 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앞으로 회사에서 집까지 대중교통 없이 가는건 안할 것 같지만, 또 모르지, 해보고 이게 어떤지 알았으니 어쩌면 오늘 또 한 번, 하고 언젠가 다시 해보게 될지. 여름에 이렇게 달려 퇴근하는 나를 상상해봤는데 옷이 완전 몸에 찰싹 달라붙겠구나. 으음, 그런데 어쩌면 나는 여름 전에 퇴사를...



자, 이렇게 달리기 이력에 새로운 성취를 하나 더했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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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11-22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설마했는데, 진짜 회사에서 집까지 달렸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무한체력이시군요.
그 맥주는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아주 많이 예뻐지셨을 것 같아요.
다락방 님의 달리기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해집니다^^

다락방 2024-11-22 10: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몰라보게 예뻐진 다락방 입니다. ㅋㅋ
계속 달린 건 아니라서 달려서 집에 갔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고요, 그러나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집에 간 건 맞습니다. 이제 길을 아니까 가급적 뛰기만으로 집에 가보자, 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어제 너무 힘들었어서 ㅋㅋ 언제 시도하게 될진 모르겠어요. 달리기에 있어서 또다른 목표가 생길지는 아직 잘 모르겟지만, 지켜봐야지요. 후훗.

치니 2024-11-22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대단하다는 말도 이제 식상합니다....와.....
그나저나, 다락방 님 출퇴근 시 가방 은근히 무겁게 들고 다니시는 걸로 아는데, 달리기 할 때 가방은 어떻게 하셨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4-11-22 11:02   좋아요 1 | URL
아, 가방 얘기를 쓴다는 게 빠뜨렸네요!!
가방은 그냥 회사에 두고 몸만 갔습니다. 생각해보니 하루쯤 회사에 둔다고 뭐 큰일 날것 같지 않더라고요? 어차피 내일 또 출근할테니, 그냥 두고 가자! 하고 가방 두고 갔어요. ㅋㅋㅋ 그리고 오늘 빈손으로 핸드폰만 딸랑 들고 출근하는데, 세상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나 평소에 왜 그렇게 가방을 꼭 들고다니려고 했지? 가방 안들고 다니고 이렇게 폰만 들고 가볍게 다니면서 지하철 안에서는 듀오링고나 하면 되지 않나? 하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달리기가 참 여러가지로 생활 방식을 바꾸려고 하네요?

근데 저 계속 뛴 건 아니고요 걷는 시간도 상당했습니다. 확실히 사람 많은 인도도 뛰기 힘들고 그런 곳은 횡단보도도 많고, 무엇보다 걷뛰를 반복하니 힘들어서 많이 걸었어요.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하하하하.

잠자냥 2024-11-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인간 진짜 대단하네 ㅋㅋㅋㅋㅋ 미친 인간 같아! ㅋㅋㅋㅋㅋ
제가 집에서 회사까지 11킬로미터인가 그렇거든요? 지하철 파업 때 에이 자전거 타고 출근하자! 해서 자전거로 출퇴근 한 적 있어요. 아침에 자동차로 꽉 막힌 광화문을 나 홀로 자전거 도로로 쓩~ 달릴 때 기분을 아십니까!!!!! ㅋㅋㅋ 당신은 그 기분을 아는 여자 ㅋㅋㅋㅋㅋ
근데 11킬로보다 더 한 거리를 달린 거네요? 그것도 지친 퇴근 때. 대단합니다.

그리고 맥주 한잔 캬....... 일드 중에 <반주의 방식>이라는 일드가 있는데요(왓챠에서 볼 수 있음), 거기 직장 여성이 진짜 술꾼이라서 오로지 퇴근 후 최고의 한 잔을 마시기 위해 ㅋㅋㅋ 온 하루를 준비하는데요, 그중 한 장면이 시원한 맥주 한잔을 진짜 맛있게 먹기 위해 퇴근 후에 집까지 달려갑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냉장고에서 찬 맥주를 꺼내 마시는 그 장면... 캬..... 어제 맥주 진짜 꿀맛이었을 듯.

다락방 2024-11-22 14:33   좋아요 0 | URL
저 잠자냥 님이 자전거로 출퇴근 하셨던 거 기억합니다. 그거 페이퍼에 쓰셨을걸요? 그런데 그 거리도 11킬로미터 정도 됐었군요! ㅎㅎ
저는 백프로 뛰지는 못했고요 걷고 쉰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쭉 천천히 달릴 때보다 걷고 쉬면서 달리는게 더 힘든것 같아요 ㅠㅠ 11킬로를 일단 가고, 밥 먹은뒤 2킬로정도를 더 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ㅋㅋ 그건 천천히 걸어서.. 껄껄.

퇴근 후 집까지 달려가서 냉장고에서 찬 맥주를 꺼내마시는 주인공이라니, 와, 맥주에 진심이네요. 그런데 삶은 그런 식으로 살아야 즐겁게 지속되는 것 같습니다. 작은 목표, 작은 기쁨들로 채워나가면서요. 저는 어제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고 집으로 갔다는 것이 정말 너무나 뿌듯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1-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 ㅋㅋㅋㅋㅋㅋ 말이 안 나오네요. 엄청나요, 엄청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달리기,에 대해서 전 요즘 다시 생각해 보고 있어요. 다락방님이 너무 신나하니까, 나도 해볼까 그런 생각이 쪼~~~금 들어요. 근데 저희 동네는 신나게 달릴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요. 그게 문제이긴 한데, 암튼 방학하면(미루기 신공ㅋㅋㅋㅋㅋ) 저도 한 번 달려보려고요.

세상에서 제일 시원하고 맛나 보이는 맥주, 저는 눈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마셨습니다!

다락방 2024-11-22 14:35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 달릴 장소가 참 고민이더라고요. 동네 아주 작은 초등학교는 제가 퇴근할 무렵이면 운동장 개방을 안하고요, 집 근처에는 뛸 곳이 없어요 ㅠㅠ 아파트와 주택들이 빼곡하게 있고 골목골목이라.. 하는수없이 골목골목을 뛴 날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나면서 평일엔 회사 근처 양재천에 정착하게 됐고요. 양재천은 달리기에 좋긴한데 집에 가는 길이 남아있다는 것이 참 아쉬운 지점입니다 ㅠㅠ 주말에는 올림픽공원이나 한강에 가면 되지만, 그건 또 버스를 타고 왔다갔다해야해서.. ㅠㅠ
서울시내에서 달릴 만한 곳을 갖추고 있으려면 집값이 아주 비싼 곳밖에 없을 것 같아요 ㅠㅠ
단발머리 님은 초등학교 운동장을 노려보시는 것이 지금 가장 우선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4-11-2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마음 먹은대로 차근차근 실천하시는게 더 대단해요.
안 봐도 맥주 맛 좋았을 것이고
안 봐도 다락방님 분명 더 예뻐졌을 거예요^^

다락방 2024-11-22 14:36   좋아요 1 | URL
제가 성격이 참 급해서요,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그걸 빨리 해치워버려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머릿속에서 없앨 수 있는것 같습니다. 제 성격이 저를 참 피곤하게 한달까요.. ㅠㅠ 그래도 덕분에 어제는 아주 찐한 성취감을 느꼈어요. 그 흥분이 여전히 남아 오늘 먹는 밥과 간식 모두 얼마나 맛있는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히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님!
 














<지옥> 편에서 폭력을 행사한 죄인들이 벌받는 곳, 일곱째 원의 첫 둘레. 단테는 '미노타우로스'를 만난다. 각주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읽는데 얼라리여, 제일 첫 문장이 이렇게 써있다.



미노타우로스는 크레테 왕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가 황소와 관계하여 낳은 아들이다. -p.134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인간과 황소과 관계하여 아이를.. 낳았다고요? 그거 염색체나 이런 것 땜에 아예 수정이 불가한 거 아니야? 나는 기절할듯 놀라서 얼른 네이버 검색창에 넣는다. 책에서도 인간과 황소가 직접 성관계를 한게 아니라 나무로 암소를 만들어 그 안에 파시파에가 들어가 황소와 관계를 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하였는데,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잠깐 여기서 베블런 소환해보자.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하시니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생각나는데요. (소스타인) 베블런이 10대 중반 농장에서 자라던 시절에 동네 친구인 여자아이와 함께 소떼를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황소 한 마리와 암소 한 마리가 갑자기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졌나 봅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동네 여자친구에게 ˝저걸 보니 한번 해보고 싶어지지 않니?˝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하고 싶으면 해. 저거 너희 집 소잖아.˝ 라고 대답했다고 하네요. 이게 좌절이라면 좌절인데, 이런 실패를 겪으면서 후에 반성하고 분발해서 여성편력을 쌓아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사회를 구하는 경제학』, 조형근 ·김종배, p.340








그러나 우리는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여기서 베블런이 원한 건 '소랑' 하는게 아니라 소가 했던 그 행위라는 것을 안다. 아니 그런데 파시파에 님, 제가 님을 잘 모르지만.. 황소를 욕망했다니요. 저는.. 너무.. 너무합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 성욕 가질 수 있겠지만, 아니 그래도 소..를 욕망하시다니요.

(그런데 나 언제 저런 책은 또 다 읽었냐?)


그러다 네이버 검색으로 찾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욕망은 파시파에의 것이 아니었다. 파시파에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노스 때문에 빡친 포세이돈이 저주한 것. 파시파에는 파시파에대로 얼마나 괴로웠을까. ㅠㅠ


파시파에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로 미노스의 아내이다. 미노스는 왕위 계승을 두고 형제들과 싸우던 중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왕이 된다. 그는 백성들에게 자신이 왕권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증거로 자신이 기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미노스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포세이돈에게 깊은 바다에서 황소를 한 마리를 보내달라고 간청한다. 미노스가 간청한 대로 포세이돈은 멋있는 황소를 보내주고, 이에 미노스는 왕이 된다. 그러나 미노스는 왕이 된 후 황소를 다시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미노스’ 참조). 이에 포세이돈은 파시파에로 하여금 그 황소에게 감당할 수 없는 욕정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포세이돈의 저주로 기이한 욕정을 느끼게 된 파시파에는 마침 크레타 섬에 머물던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에 다이달로스는 왕비에게 속이 비어있는, 실물과 똑같은 암소를 만들어준다. 파시파에는 이 암소 안으로 들어가 황소와 관계를 맺고, 이 이상한 관계에서 반은 인간이고 반은 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난 것이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 미노타우로스는 애물단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아내인 파시파에가 부정한 관계를 맺어 생긴 자식이고, 게다가 흉측스러운 괴물인 미노타우로스. 그러나 아내는 엄연한 왕비이고 게다가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이니,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마음대로 처단할 수도 없다.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미노스는 “신탁에 따라”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감시하게 한다. 건축과 공예의 달인인 다이달로스가 만든 이 미궁은 통로를 찾을 수 없도록 수많은 미로를 곳곳에 두어 한 번 들어온 사람은 결코 살아서 나갈 수 없도록 설계되어있다.


미노스는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두고 먹이를 주는데, 이 먹이는 바로 아테네에서 9년마다(『변신이야기』에 의하면 9년이지만 3년이라는 설도 있고 7년이라는 설도 있다.) 공물로 바치는 각각 7명의 처녀 총각들이다.


이 처녀 총각들이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를 위해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공물을 바칠 때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처단하기 위해 희생 제물이 되기를 자원하여 크레타로 간다.


그런데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사랑하게 되어 그에게 실 뭉치를 주면서 미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리하여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알려준 대로, 문에 실을 매고 실 뭉치를 풀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미궁의 가장 안쪽에 있던 미노타우로스는 결국 테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미노타우로스를 처단한 후 테세우스는 풀어놓았던 실을 당기며 밖으로 나와 무사히 미궁을 탈출한다.


파시파에의 조카인 메데이아는 신비스러운 약초를 다루는 마법에 능했다고 하는데, 파시파에 또한 마법에 능했다고 한다. 미노스 왕은 파시파에 몰래 여러 여인들과 관계를 맺었는데,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한 파시파에는 미노스가 다른 여인들과 동침을 할 때마다 마법을 걸어 미노스의 몸에서 뱀이나 전갈을 나오게 해서 그 여인들을 죽게 했다고 한다. 에레크테우스 왕의 딸인 프로크리스만이 미노스와 무사하게 동침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약초뿌리로 만든 음료를 먹여 미노스를 치료해주었다.(→‘프로크리스’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 미노타우로스 [Minotaurus] - 괴물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안성찬, 성현숙, 박규호, 이민수, 김형민)




그런데 미노타우로스, 반은 황소이고 반은 인간인 괴물로 태어난 게 자기 의지가 아니었는데, 그런데 태어나보니 괴물이라고 감금당해버렸어. 하아- 이게 뭐야. 인간을 제물 삼았다는 것은 악이라고 하겠지만, 그러나 만약 감금당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무엇을 먹고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게 내 의지가 아니고 고칠 수 없는 것임에도 이걸로 차별을 당하는 것처럼, 미노타우로스 역시 자신이 그렇게 태어나려고 한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그걸 고칠 수도 없는데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라고 감금당하다니. 너무하다.


그리고 검색하다가 위의 인용 가져오면서 보게된건데,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랑 잘 때마다 죽이는게 왜 그 다른 여자들이어야 했나요.. 히융-


아니 그런데 포세이돈도 참 그렇다. 미노스가 약속 안지켜서 빡친걸 왜 파시파에에게 풀어? 그래서 왜 미노타우로스를 만들어? 미노스가 잘못했으면 미노스한테 벌을 내려야지. 왜 파시파에가 황소에게 욕정을 느끼게 만드냐. 포세이돈 이 놈도 참 한심하네.. 에휴.. 다들 정신들 똑바로 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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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21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1-2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문제의 시작은 포세이돈한테 있다고 봅니다. 미노스를 벌주지 왜 파시파에를…
고백하자면…. 저도 신곡, 파랑이로 빌려왔거든요. 삽화 그림이라도 보려고요. 근데 펴보지도 못하고 반납의 아픔ㅋㅋㅋㅋ
알라딘 이웃님들 신곡읽기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4-11-22 08:01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도서관에서 빌려둔 책들 여러권인데 펼쳐보지도 못하고 당장 내일이 반납일입니다. 또 그냥 갖다주게 생겼네요.
처음 도서관을 이용할 때는 씐나서 다 읽고 갖다줬는데요, 그러니까 다 읽지 못하고 갖다주는 게 좀 찜찜했달까요? 이제는 빌려올 때부터 다 못읽을 수도 있지 뭐, 생각하고 빌려옵니다. ㅋㅋ 이번에 네 권 빌려왔는데 한 권만 읽고 나머지는 다 펼쳐보지도 못한 채로 반납할 예정입니다. 인생..

맞습니다. 애초에 미노스가 약속을 안지켰는데(그런데 도대체 왜 안지킨거죠?) 어쩨서 다른 사람에게 벌을 주고 아예 다른 존재를 만들어내서 또 그는 그대로 괴롭게 하고... 왜죠.. 하여간 신들은 참 요상했단 말이죠. 흥!!

꼬마요정 2024-11-2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포세이돈이 나빴다고 생각해요. 왜 파시파에한테... 어쩌면 흰 소로 변했던 에우로파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그 시절에도 동물성애자 뭐 이런 사람들이 있었던 걸까요. 근데 왜 파시파에한테... 그것도 그렇고 신곡에서 왜 미노스가 재판관일까요...하아... 그냥 지옥이니까 지 맘대로 벌 주라는 걸까요. 그것까지 지옥의 시련일까요.

다락방 2024-11-22 08:03   좋아요 1 | URL
아 소로 변한 게 에우로파 인가요? 저는 ‘에우로페‘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고 에우로페 유혹하기 위해 제우스가 소로 변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 천하의 바람둥이 제우스가 그래가지고 에우로페랑도 관계하고 나중에 땅을 줬는데 그게 유럽이 된거잖아요? 근데 왜 소로 변했었지?? 했는데 소로 변한건 ..여자쪽 이었나요? 모르겠다. 변신이야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신곡에서 재판관은 미노스가 아니라 미노타우로스 입니다. 얼굴은 소 몸은 인간인 존재...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존재는 그러면 누구랑 사랑해야 할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

꼬마요정 2024-11-22 09:42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소가 된 건 이오 였어요. 제가 에우로파랑 이오를 헷갈렸네요. 제우스가 참 여러 모습으로 여러 여자들을 만났더랬죠.... 여튼 포세이돈 나빴어요. 미노스가 약속을 안 지켰는데 가족을 건드리다니...

재판관 미노스가 미노타우로스였나요? 오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전 왜 미노스라고 알고 있었을까나요 ㅎㅎㅎ 신곡 같이 읽으시면서 올려주시는 글 보니까 너무 새롭고 좋습니다. 저도 파란책 사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왜 읽고 싶어요가 아니라 사고 싶어요가 될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4-11-22 09:53   좋아요 1 | URL
파란책 사시기를 적극 추천 드립니다. 각주도 밑에 다 있어서 읽기 편합니다. 삽화를 보는 건 덤입니다. ㅋㅋㅋㅋㅋ 사세요 사세요 사세요!!! >.<
 


이 영화는 내가 본 또 한 편의 <중학생도 안 볼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 되시겠다.


영화 제목에서 말하는 '티파니'는 그 고급 보석 브랜드 티파니가 맞다. 

일전에 나도 티파니 반지 하나 나에게 사줄까, 평생 누가 나한테 사줄 일 없을테니 내가 내 티파니 사자, 하였지만 너무나 고가의 제품들이라 살 수 없다는 걸 알았고, 그중 가장 저렴한 건 살 수 있긴 했지만, 몇해전에 그게 70만원이었나..하여간 비싸서,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티파니에 보석 사러 가서 카드 내밀면서 "12개월 할부해주세요" 말하면 어떨까, 하고. 70만원짜리 사면서 그렇게 말하면 나를 우습게 볼까? 하하하하하. 아무튼 나는 반지도 안사고 티파니에도 안갔다. 앞으로도 내가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면세점에서 간혹 보게 되는 티파니는 너무 고급이라 사람이 북적이지 않았는데, 이 영화 <티파니에서 온 선물> 보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면서 잘들 티파니를 사더라. 얼라리여~ 아마도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크리스마스라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에단(멘드릭 샘슨)'은 자신의 딸 '데이지'와 함께 티파니 매장에 가 애인 '바네사(셰이 미첼)' 에게 줄 다이아몬드 반지를 고른다. 그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청혼할 생각이다. 매장 안에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온 '게리'가 있다. 그는 나름 '합.리.적.인.'가격의 제품을 추천받길 원하고 그 제품을 사가지고 나가다 교통사고가 나 쓰러지게 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에단은 그가 괜찮은지 살피러 갔다 이 둘의 티파니 쇼핑백이 바뀌게 된다.


이 설정 자체는 오래전 영화 <폴링 인 러브>를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에서도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니로는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 때도 내 기억에 크리스마스였고 그들은 모두 자신의 배우자에게 줄 책을 사러 왔던 거다. 메릴 스트립은 남편을 위한 책 로버트 드니로는 아내를 위한 책을 골랐는데, 이 둘이 서점에서 부딪치면서 그들의 서점 봉투가 바뀌게 되고, 집에 가서 선물을 주니 각자의 아내와 남편의 반응은 읭?? 이었던 것. 이때 서점이 뉴욕의 <리촐리 북스토어> 였고, 내 나이 스물아홉, 처음으로 뉴욕에 갔을 때, 나는 리촐리 북스토어에 당연히 갔다. 그 영화 좋아했고, 그 서점 꼭 가보고 싶었어!! 리촐리 북스토어에는 리촐리 북스토어의 명함이 있었는데, 그거 기념으로 가져왔었지만 지금은 그걸 어디에 둔건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도 그 서점은 없어지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내가 폴링 인 러브 보고 리촐리 북스토어는 다녀올 수 있었는데 <티파니에서 온 선물> 보고 티파니는 못가겠네요. 껄껄. 


자, 게리는 무사했고 사고 후유증으로 잠깐의 기억상실이 왔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 여자친구 '레이첼(조이 도이치)'에게 선물이라고 내밀었는데, 막상 거기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나오자 놀란다. 이는 레이첼도 마찬가지. 아니, 아직 결혼.. 생각한 적 없는데.. 당황스럽네. 그렇지만, 응, 일단 예스, 는 해놓고 아니 이 고가의 반지를 어떻게 샀지. 돈 모은다더니 이 반지값도 모은거였나.. 막 이러고. 게리는 게리대로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반지를?? 하고 어쨌든 반지가 나오자 당황하며 어쨌든 청혼을 한건데, 나중에 카드 청구서 보고 자기가 결제한 금액은 반지를 결제할만한 금액이 아니라서 좀 거시기한 기분이다.


문제는 에단이다. 바네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똭 티파니를 줬는데, 청혼을 하려고 했는데, 아니 거기에서 앙증맞은 귀걸이가 나온겁니다. 놀랐죠. 바네사는 귀엽다고 좋아하긴 했지만, 아니 청혼..하려고 했는데.. 에단 당황. 그런데 '어, 내가 준비한 건 그게 아냐, 반지인데 바뀌었나봐' 라고 말을 못한다.. 아, 그때 바뀌었구나, 하고 병원에 게리 안부 물으러 갔다 만난 레이첼을 찾아가 얘기해보려 하지만, 그녀의 손에 끼워진 반지..차마 말 할 수 없었어요. 그러면서 에단과 레이첼은 대화를 몇차례 하게 되는데. 즐겁습니다. 잘 통합니다. 내 애인이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분에서 이들은 나를 이해해줍니다. 아, 우리 사이엔 뭔가 있습니다..


여차저차 반지의 주인은 반지를 찾아가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이 커플들은 각자 자신들이 서로에게 맞지 않는 짝임을 알게 된다. 어떤 부분은 오해를 했고 어떤 부분은 앞으로 조율이 불가능해 이 두 커플 모두 깨지게 된다. 레이첼은 레이챌대로 괴롭고 에단은 에단대로 괴로운데, 아니 ㅋㅋ 바네사가 '우린 안되겠네' 이러면서 떠난 다음날 아침, 에단의 딸 데이지는 에단에게 그럽니다.


"레이첼은 백인이지만 요리를 잘해요."


응? 아니, 니네 아빠의 애인이 오늘 아침 떠났는데.. 지금 새로운 여자 만나러 가라고???


"아빠 뭐해요, 얼른 엉덩이 들고 일어나요!"


이러니까 아빠는 엉덩이 들고 일어나기. 그렇게 레이첼 찾아가기. 그리고 키스하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거, 뭐야? 물론 너무 마음에 드는 상대여서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단 한순간도 혼자인 시간을 주지 않을까?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어제 내 애인과 사요나라, 굿바이 해놓고 오늘 새로운 사람에게 키스를... 네, 뭐 인생은, 그런 것이기도 하겠죠. 나는 좀.. 아무튼 좀 그랬다. 물론 이별 후 다음 연애까지의 적당한 공백은 얼마만큼이냐, 라고 하면 그런거에 어떻게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어제 헤어지고 오늘 새로 1일~ 하는건 좀 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처음 티파니 반지가 주인을 잘못 찾아갔지만, 그것은 사실 제대로 찾아간거였다, 라는 충분히 제목에서 짐작 가능한 이야기의 흐름이 펼쳐진다. 에단은 그 반지로 다시 레이첼에게 1년 뒤 청혼하거든. 아니 진짜 .. 


방금 티파니 검색해서 아무 목걸이나 하나 찍어 가격 봤더니 115,600,000 원이다.


세상에 이런 목걸이가 존재한다는 걸 분명히 아는데 가질 수는 없는, 이 자본주의의 커다란 .. 후려갈김..... 딱히 이 목걸이가 갖고 싶다는 것 보다는, 나는 이 지점이 되게 이상한거다. '이런 거 존재하는 데 너는 못가지지롱~' 하는 이 지점. 그건 집도 그렇고 목걸이도 그렇고 레스토랑도 그렇고 다 그래. 세상에 그런게 존재해, 그런데 그걸 가질 수 있는 사람중에 나는 없어.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냐? 어떤 사람들은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간신히 월세 마련해가면서 사는데, 어떤 사람들은 강남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있는거,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어떤 사람은 50년을 일해도 목걸이를 살 수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목걸이를 가질 수 있어.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아? 난 개이상해..



"이렇게 추운데 우리 집은 왜 난로를 켜지 않나요?"

"아빠가 실업자가 되어서 석탄을 살 수 없단다."

"아빠는 왜 실업자가 되었나요?"

"그건 석탄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서란다."-[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조준현, 287쪽



지금도 대개의 경제학 교과서들은 '수요'라는 말을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로 정의한다. 그러나 맬서스는 아무리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실제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는 것이다.-[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 조준현, 142쪽
















노동자들의 행동에는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열악한 노동 조건, (적절한 것과는 거리가 멂에도 불구하고 강자의 논리에 따르면) 적절한 보수,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오랫동안 견뎌왔던 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당연히 주주들의 악랄한 남용이 작용했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언제 수익 배당금, 주식 매입 선택권 업무용 고급 승용차, 개인 잠수함, 제트기 따위를 요구하며 파업하는 것을 본 적 있나요?

반면 수익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할 수는 없는데도, 이윤에 대한 주주들의 욕망은 한도 끝도 없이 높아만 가요.

어린아이가 사탕 봉지에서 그 작은 주먹으로 사탕을 한 움큼 꺼내면, 보통 다시 내려놓으라고 충고하잖아요.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돼!" 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그러면 안 돼!

혼자 다 먹어버리면 안 돼.

케이크는 한 조각만 먹어야지.

옷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 뛰어드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든 말든 오직 수익만 생각하고 공장 문을 닫으면 안 돼! -《그래서 나는 억만장자와 결혼했다》, 오드레 베르농, p.134-135



















지난 주말 친구랑 등산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노래를 몇 곡 듣기도 했다. 

그 날 들었던 곡들 중에 '하림'의 <출국>이 자꾸 맴돌아 어제도 몇 번 반복해 들었다.




가사 중에 '하늘에 니가 더 가까이 있으니 기도해 주겠니/떠올리지 않게 흐느끼지 않게/무관심한 가슴 가질 수 있게'
라는 부분이 있는데, 저 가사를 들을때면 어김없이 생각한다.
무관심한 가슴 가질 수 있게 기도해달라는 건, 지금 결코 무관심한 가슴이 아니라는 뜻이지, 하고.


그리고, 김소영의 신간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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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19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파니로 시작해서 어린이로 끝나는..... 다락방의 페이퍼

다락방 2024-11-19 15:26   좋아요 0 | URL
어떻게 끝날지는 저조차도 모르는 그런 페이퍼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1-2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는 저 책 <고전으로 읽는 자본주의>가 만화로 된 책이라 생각했을까요. 그쪽(?) 시리즈일거라 생각하고 호기롭게 미리보기 눌렀다가 깜짝 놀라 뛰쳐나왔습니다. 그래도 함 읽어보고 싶으니깐 보관함에 넣어 두려구요.

다락방 2024-11-20 10:45   좋아요 1 | URL
저 책 표지 보면 만화책 같기도 해요. ㅋㅋㅋ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어렵지 않았고요. 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큰 함정이지만... (먼 산)
 

주말에는 강원도에 있는 청태산에 다녀왔다.

막 트레일러닝에 흥미를 보이는 e 와 새로운 곳에서 한 번 트레일러닝 시도해보자, 했던거다. 나는 쪼꼬미 동산 일자산 몇번이 전부이고 e 역시 집 근처 낮은 동산 몇 번 다녀봤던터라 우리는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출발했다. 오르막은 아예 뛰지 못할테니 등산중 나오는 평지와 경사가 심하지 않은 내리막을 뛰자, 하고 청태산으로 향했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2코스는 경사가 아주 심하고 1코스는 완만하다며 올라갈 때 2코스 내려올 때 1코스를 추천한다고들 했다. 산에 도착해 입장료와 주차비를 내고 안내인분께 지도를 받으며 코스에 대해 여쭸는데 안내인분은 2코스로 갔다 3코스로 내려오기를 더 추천한다셨다. 1코스도 완만하지만 3코스가 더 내려오기 나을거라는 말씀이셨다. 우리는 어차피 오르막에 뛸 수 없으니, 그렇다면 1코스로 올라가고 3코스로 내려오자 쇼부를 쳤다. 등산부터 하산까지 아마 한시간 반정도 걸릴텐데, 굳이 물은 없어도 될 것 같고, 음 망고젤리나 준비할까, 하고 휴게소에 들렀을 때 샀던 망고젤리를 각자 주머니에 몇 개씩 넣었다. 그리고 1코스 앞으로 가, 우리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어..근데 경사가 완만하다는 1코스가.. 내 생각과 우리의 생각과 완전히 너무나 달랐다. 경사 심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거다. 뛰는게 다 뭐야, 나는 이 등산 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졌다. 분명 걷는데도 이 산을 오르는 일은 심박수를 굉장히 높게 만들었고, 귀에서 계속 맥박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멈추어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맥박이 진정되길 기다렸고 그러다 다시 오르면서 맥박소리를 듣고 또 진정되길 기다렸다. 이렇게 몇차례 하는동안 e는 세상에, 저기 멀리 앞서 가더니 숫제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나는 너무 힘들어 헉헉대는 이 오르막을, 그냥 평지 걷듯 다다다닥 걸어가는게 아닌가. 세상에. 일전에 이효리가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청계산을 오른다면서 그런데 날다람쥐처럼 잘 오르는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은 전지현이다, 말한 적이 있었다. 전지현은 청계산 날다람쥐라는 거다. e 는 청태산 날다람쥐였다. 청계산에 전지현 있다면 청태산에 e 있다..


경사가 심해 줄이 설치 되어 있는 부분도 있었다. 하아- 내가 저 줄을 잡아가며 올라야 하는것인가. 산은 정말 풍경도 아름답고 공기도 좋고 냄새도 좋고 다 좋은데, 그래서 정상에 기어코 오르고 싶은데, 그런데 이 오르막.. 언제 끝나요? 산을 오른지 20분이 지나도 40분이 지나도.. 아직 정상은 나오질 않았다. 아름다워, 좋아, 그런데 이제 정상이 나와줬으면 해. 경사가 너무 심해서 나 힘들다고 ㅠㅠ 처음엔 뛰지 못할까봐 초조했는데 이젠 오르고 내리는 것 자체를 할 수 있을지 초조해지고 두려워졌다. 그런데 이미 이만큼 올라왔는데 그대로 돌아 다시 내려갈 순 없었다. 왜냐하면 이 경사 다시 내려갈려면.. 너무 무서워 ㅠㅠ 3코스가 이보다 더 낫길 바라며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수밖에 없어. 저기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e 에게 말했다. "내 목표는 이제 트레일 러닝이 아니야. 무사히 오르고 무사히 살아서 내려가는게 오늘의 목표야." 그렇게 걷고 또 걷다가, 몇 번이나 맥박 소리가 들려 멈추었다가, 드디어 정상에 닿았다. 만세!!




사실 청태산.. 이름 들어본 적도 없었고.. 그러니 산을 잘 타는 사람들에게는 난도 높은 산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일자산만 다니던 등산 쪼렙은 울고 싶어집니다.. ㅠㅠ 


정상에 올라 시뻘개진 얼굴로 흥분하며 e와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 젊은 여성분이 조용히 정상에 오셨다. 전혀 힘들어보이지 않는 얼굴로 오셨어. 나는 그 분을 보자마자 "인증사진 찍어드릴까요?" 물었다. 잠깐 망설이던 그분은 "감사합니다!" 하고 베시시 웃으셨다. 그래서 나는 그 분 찍어드렸다. 그러자 그 분이 "두 분 같이 찍어드릴까요?" 해서 우리 사진도 찍고. 어디로 올라오셨어요, 물으니 2코스로 올라오셨대. 아니, 거기 너무 힘들다던데요? 화들짝 놀라며 물었더니 "괜찮았어요." 하셨다. 아마도 이분은 등산 경험이 좀 있으신 분 같았다. 그 뒤로 몇 마디 더 나누다가 헤어졌는데 그 분이 먼저 내려가시며 조심히 내려가세요, 했고 우리도 조심히 내려가세요, 했단 말야? 그리고 바로 우리가 그 뒤를 따라갔는데 그 분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 분도 날다람쥐... 하아. 뭐야, 왜이렇게 날다람쥐가 많아.


그리고 3코스는 완만하기를 바라면서, 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아니, 여기 뭐가 완만하다는거야 ㅠㅠ 나는 또 쫄아서 내려간다. 트레일러닝화는 미끄럽지가 않아서 산을 다니기 참 좋은데, 그래서 일자산에서 호카 트레일러닝화 신고 사길 잘했다 싶었는데, 아무리 신발을 믿으려고 해도 이 경사에 너무 쫄려. 그렇게 내려가다가 기어코 넘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슬라이딩 해서 손으로 땅을 짚고 엉덩방아를 찧었어. e 가 놀라며 다가와 손잡아주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일어설 수 있다고 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괜찮은 것 같아, 하고 다시 하산하기 시작했다. "있지, 나는 나의 넘어짐을 받아들이고 있어. 안넘어지려고 하니까 두려운건데, 나는 넘어졌으니까 이제 괜찮아." 그러자 e 는 소리내어 웃었다. 아아 나는 세상없이 겸손해진다. 내가 무슨 트레일러닝이냐, 나는 딱 일자산 맞춤한 사람이다. 나는 앞으로 일자산만 걷고 뛰고 걷뛰 하자. 산? 트레일러닝? 그건 감히 내가 넘볼 부분이 아니야... 나는 날다람쥐가 아니다. 나는 일자산의 멧돼지야.. 하아-


산을 오르기 시작하고 두시간 이십분이 지나서, 우리는 하산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발이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해. 이 체중을 싣고 다니느라 내 다리여, 고생 많았다. 산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냄새도 너무 좋고 나 산 좋아하네, 싶었지만, 그런데 나는.. 일자산만 걷고 달릴래. 나는 날다람쥐가 아냐. 트레일러닝.. 내 영역이 아니다. 와, 사람이 그렇게 원래 맥박 뛰는 소리가 귀에서 막 들리고 그러는건가염?????





아니, 단풍진 산 너무나 아름다웠는데 왜 내가 찍은건 험난하고 앙상한 길사진 뿐인가.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정상에 올라서도 풍경 사진을 안찍었네. 껄껄.



산을 내려와 머물기로 한 리조트에 체크인을 하고 리조트 까페에서 시원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들어가 샤워를 한 후에 옷을 갈아입고 오늘의 등산을 축하하기로 했다. 그렇게 소고기 먹으러 가긔!!




와- 진짜 맛있게 먹었다.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뒤 숙소 들어와 2차를 했다. 오늘 너무 즐거웠다, 좋은 시간이었다, 도란도란 술도 마시고 안주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e 는 다음날 아침에 뛰지 않겠느냐 물었고, 나는 오늘 상태로 보아 내일 일어나 뛰는건 무리다, 너는 뛰고 와라, 했는데 ㅋㅋㅋ 다음날 아침 내가 일어나보니 e 는 여전히 곤히 자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일어나 씻고 짐 챙기고 리조트내 식당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리조트 식당이니 비싼건 감당하고 받아들였지만, 아니,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9,000원 짜리 고등어구이정식 좀 보실래여, 여러분??



고등어 반마리 실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진짜 딥분노. 저 계란후라이는 한 개 천오백원 돈 주고 시킨거고, 아니 저 고등어 무슨 일이야. 고등어 한마리 구워 나오는게 정석 아닌가요? 그게 정식 아닙니까? 어떻게 반마리 이렇게 떠억- 내놓을 수가 있죠. 반찬도 맛있었고 된장찌개도 맛있었고 e 는 어차피 한 마리 배불러서 다 못먹는다고 별로 분노하지 않았는데, 나는 딥빡이 옴. 어떻게 반마리 구워주냐. 나머지 반마리의 행방은 어떻게 됩니까? 하아- 이거 보고 e 는 전혀 같이 흥분해주지 않았지만, 윗부분 좋아하는가봐? 얘기했지만, 내가 거길 좋아하고 말고와 상관없이 고등어 반마리 내어주는 것 자체가 강호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집에 와서 엄마한테 보여주고 여동생한테 사진 보여주고 엄마랑 여동생은 흥분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이렇게 반마리 주는데가 어딨냐! 나는 e 가 전혀 흥분하지 않길래 이 친구는 반마리 고등어구이 를 많이 사먹었나 싶어서 내가 그동안 특별했던건가, 무리한 요구인건가 싶어서 인스타그램에 #고등어구이정식 검색해봤는데, 무슨소리야, 죄다 한 마리더구만 ㅠㅠ 저렇게 반토막 주는 건 집에서 자식들 밥 차려줄 때 내놓더라. 냉동고등어, 비비고 고등어 그런거 ㅠㅠ 


휴.. 뭐 흥분하고 빡쳤다고 내가 뭘 한 건 아니고 그냥 빡친게 전부였지만 하여간 빡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샀다.

















[나는 글을 쓸 때만 정의롭다] 는 책의 존재를 알고는 있어지만 제목이 전혀 내 관심을 끌지 못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이번호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에 이 책의 저자 조형근 사회학자 님이 나오신거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듣는게 참 좋았는데, 대학에 관한 얘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대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그리고 정규직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조형근은 대학에 대해 당연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대학의 효용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는데, 지방대학에 대한 얘기는 그간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부분이었다.

서울과 달리 지방대학은 그 대학을 제외하고 그 지역에 그만한 지적인 공적인 인프라가 없다는 얘기였다. 학생, 지식인, 장비, 시설등의 인프라를 갖춘 그런 공간은 지역에 대학이 유일하다는 거였다. 특별히 더 큰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유일한 장소.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량을 갖추고 문제를 문제로 알고 해결한 인재를 배출해내고 시민, 주민의 교육과 훈련 모두 다 갖춘 곳은, 대학이 제일 좋은게 아니라 대학 빼고 없다는 것. 지역에서 제일 압도적으로 큰 기관이라는거다. 정희진 선생님은 정말 그렇다며 그 주변에 상권이 형성되는 것도 언급하셨다. 

와- 너무 재미있는거다. 그러니까 그간 한 번도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에 대해 누군가 말해주는 걸 듣는 것 말이다. 이런거 너무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분의 책을 사게된거다.


[지지 않는다는 말]은 구간인데 이렇게 구입하게된 게 뜬금없지만, 사실 나는 김연수라는 작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그러니 신간이 나오거나 베스트셀러거나 해도 특별히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몇 권 읽었더라, 하여간 나는 꽂히지 않은 작가였는데, 얼마전에 알라딘에서 누군가 [지지않는다는 말]의 몇 부분을 발췌해둔 걸 보니 얼라리여~ 달리기 얘기를 하는거다. 아니, 김연수 작가님, 달리기 하십니까? 갑자기 이 책이 궁금해져서 급박하게 구매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책들은 왜 샀는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이번주에는 이렇게 소박하게 샀다. 흠흠.



이제 점심 먹으러 갈거다. 슝 =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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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11-18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상 고도가 1,194인데 2시간 20분에 완주라니 시작 고도가 엄청 높은 산이네요?
산은 쉬워도 역시 산입니다 ㅎㅎ 주말 즐거운 고생하셨네요!

다락방 2024-11-19 07:41   좋아요 2 | URL
게다가 제가 쉬엄쉬엄 올랐던 걸 생각하면 정말 높은 곳에서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차 끌고 엄청 올라가기도 했고요. 올라갈 때 좀 무섭고 힘들었지만 그런데 참 좋기는 했어요. 산은 참 좋습니다. 힘들게 기어코 오르고 나서는 생각했어요.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1-18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형근님의 책은 저도 매거진 듣고 관심이 가더라구요. 특히 지방대 소멸.... 이 이야기가 그렇게 무겁고 중요한 주제인줄은 저도 몰랐어요. 매일의 인생에 새로움이 가득하네요. 모르는게 많아서 신나는 내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자산 날다람쥐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산은 겨울에 더 추우니깐 목도리를 꼭! 매시기를~~

다락방 2024-11-19 07:45   좋아요 2 | URL
지방대에 대한 얘기가 진짜 좋더라고요, 저는. 내 주변의 일이지만 그러나 관심가져본 적 없는 그런 일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렇게 딱, 이런게 있어!! 해주시니 너무너무 신나고 좋더라고요. 이거야말로 정희진 쌤 말대로 앎의 쾌락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 점에서 참 신나기도 했습니다. 아 너무 좋다!! 막 이랬어요. ㅎㅎ

일자산 날다람쥐..는 결코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이제 제 육체의 어떤 느림, 더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수없이 되뇌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사실 젊을 때에도 날다람쥐는 아니지 않았나 싶고요.. 뭐, 세상에 다 날다람쥐만 존재할 순 없는 거니까요.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이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춥더라고요, 단발머리 님.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망고 2024-11-18 16: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멀리 갔다오셨네요. 힘들었지만 단풍구경은 잘 하셨을 것 같아요^^
고등어 반마리 저도 화가납니다! 가격이 저런데 어떻게 반마리일수가 있죠? 게다가 이름이 무려 고등어구이정식인데 고등어가 반마리라고요? ㅠㅠ 아 슬프다!

다락방 2024-11-19 07:47   좋아요 2 | URL
와- 저는 여름의 산도 참 좋아하지만 가을의 산은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가는 길도 내내 아름다웠는데 도착해서도 아름다웠어요. 풍경과 냄새에 감탄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확실히 바다보다 산 쪽에 더 감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하하하하.

그러니까요, 고등어구이 정식에 고등어 반마리라니, 이건 정말 상도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syo 2024-11-1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반부 사진 네 장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대다가, 후반부 사진 네 장을 보면서 개비스콘 표정됨 ㅎㅎㅎㅎ

선비가 사흘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날 때는 눈을 비비고 마주해야 한다더니, 이제 다락방님에 대한 인식을 바꿀때가 왔군요.
산과 강을 달리는 다락방!

다락방 2024-11-19 10:58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이제 날이 추워지니까 달리기가 싫어졌어요. 과연 날 춥다고 달리기 중단하는 사람들중 하나가 될것인가, 나란 사람은..달리기는 여름에 하기 더 좋은 것 같아요. 조금만 달려도 막 땀이 나서 운동할 맛이 난다. 뭔가 대단한걸 해낸 느낌. 그런데 몸무게는 변화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고기는 맛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4-11-20 15:50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산과 강을 달리며 땀을 좀 흘려줘야 제맛이지만 어쨌거나 소고기는 맛있는 다락방!˝

잠자냥 2024-11-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태산이 어디 있는지 찾아봄...
다락방 남자랑 청태산 갔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고등어 너무 하다......... 너무해.....

다락방 2024-11-20 08:07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청태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 간만에 빡센 등산 했네요. 하하하하. 기분은 좋았습니다만 아주 힘들었습니다.남자랑 갔을까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등어 진짜 너무 빡쳤어요. 이번 주말 여행에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빡친 부분이었습니다. 고등어 반마리. 고등어 반마리를 내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