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김장을 하는 날이었다.
예전에는 엄마가 동네 친한분들과 함께 모여 평일에 김장을 했고, 내가 집에 가면 김장은 다 끝나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김장을 도운 적이 없었다는 얘기 되시겠다. 어쩌다가 주말에 한다해도 나는 늘 약속이 있었다. 역시나 김장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이었다.
코로나 때부터 엄마는 동네 분들을 부를 수 없었고 그러자 천안에 사는 이모가 와서 돕곤 했다. 그렇게 두 분이서 김장을 했고, 이번에도 이모가 와서 돕겠다고 했던게 토요일, 나는 '그러면 나도 도울게!'하고 이 김장에 참여하기로 했다. 엄마랑 이모는 즐거워했고, 나는 이에 남동생에게 말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김장할건데 너도 와서 함께 돕고 김치 좀 가져가지 않으련? 남동생은 올케와 이야기를 나눈 뒤 오겠다고 했고, 마침 외할머니 1주기이기도 했던 터라 여동생도 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삼남매가 다 모이는 주말이 되었던거다.
이모랑 여동생 남동생 모두 내가 만드는 치아바타를 좋아하지. 나는 그들이 바리바리 싸가지고 갈 치아바타 반죽을 시작했고 반죽이 발효되는 사이에 베란다 텃밭에서 바질을 따와서 페스토를 만들었다. 남동생은 도착해서 깍두기용 무를 썰고 있었고 이모는 김장 속을 김치에 버무리고 있었다. 나는 그러다 틈이 나는 사이 겉절이를 버무렸고 잠시후 남동생은 깍두기를 버무렸다. 나는 치아바타 반죽을 꺼내 치대고 블랙 올리브를 넣고 하여간 점심 무렵 김장은 다 끝나 있었고 본격적으로 부엌을 치우고 베란다 및 거실 정리도 다 마쳐갈즈음 여동생이 도착했다. 치아바타는 성공적이었고 바질페스토는 여동생 말에 의하면 역대급으로 잘 되었다고 했다.
갓 구워진 따뜻한 치아바타와 바질페스토를 간식으로 맛있게 먹는 식구들에게 나는 적당히 먹으라고 우리 저녁 먹어야 한다고 일깨워줘야 했다. 사실 김장을 하는 주말, 내가 준비한 메뉴는 수육이었다!! 껄껄. 김장에 수육은 국룰 이잖아요? 엄마는 귀찮게 무슨 고기를 삶냐, 그냥 배달시키자 하셨지만, 나는 꼭 한 번 삶아보고 싶었다. 내가 삶을 거라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는 그런데 내심 쫄렸다. 하아- 이게 우리의 메인인데.. 맛없게 되면 어떡하지??
수육 삶기로 인스타에서도 네이버에서도 검색해 마음에 드는 방법을 찾아두었다. 재료는 웬만한건 다 집에 있는 것들이라 고기만 사면 됐다. 엄마가 시장 단골 정육점에 가 수육 할거라며 고기를 사다주셨고, 나는 내가 만들 수육 레서피를 찾아 삶기를 시작했다. 중간에 물이 너무 쫄아들어 물을 좀 보충해주고 40분 이상 삶아낸 뒤 젓가락이 들어가는 걸 보고 익었구나 싶어 한 번 잘라보았는데 오 잘 익었다. 한 김 식힌 후에 잘라내라고 해서 도마에 종이호일을 깔고 잘라냈다. 자르자마자 한 점 집어 먹어보았다. 제발.. 하고. 그런데 오!! 맛있어!!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
고기 별로 안좋아하는 이모도 맛있다고 잘 드셨고 동생들도 대성공이라고 맛있다고 연신 말해주었다. 사실 이게 맛있는건 엄마가 좋은 고기를 사와서가 90프로였던 것 같다. 비계 부분도 쫄깃쫄깃해서 정말 좋았거든. 보통 고기 비계 부분 안드시는 엄마도 이건 쫄깃하니 맛있다고 드셨다.
수육을 삶는 40분 의 시간동안 간단한 요리 하나를 더 하기 위해 봐뒀더랬다. 이건 인스타에서 본건데, 크래미를 찢어서 게살스프를 만드는 거였다. 과연.. 이것도 성공일까, 시키는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비쥬얼은 왜 내가 인스타에서 본거랑 다르지?
그래서 좀 만족하지 못했는데, 오, 이걸 먹어본 식구들은 다들 맛있다고 했고 이모는 두그릇이나 드셨다. ㅋㅋㅋㅋㅋ 좋았어!!!!! (식으면 맛없음에 주의하세요!)
저녁을 먹을 때까지 내가 일어나서 한 번도 자리에 앉아보지 못했다는.. 나는 도대체 왜이러는가. 식구들이 배달시켜 먹자는데도 '나 해보고 싶단 말야!' 이러면서 ㅋㅋㅋ 하여간 수육 맛있다고 칭찬 천 번 받아서 내가 구백구십팔번은 '이게 다 엄마가 좋은 고기를 사다주신 덕분'이라고 겸손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훌륭한 저녁이었다. 만세만세 만만세!
우리는 낙지찜도 시켜서 먹었는데 2차 안주로 오징어랑 과자랑 견과류 다 준비해두었었는데 남동생이 갑자기 햄버거 어떠냐고 물어보고 이모도 좋다고 하고 엄마도 좋다고 하고 막 그러니까 갑자기 '그럴거면 피자 콜?' 이래가지고 다들 극 호응 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2차로 피자를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다가 오징어도 굽고 과자도 꺼냈지만. 하여간 배터지게 먹은 주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남.
저거 수육 만들기에 대해서는 시간이 된다면 투비에 기록해둘 예정이다. ㅋㅋ
책을 샀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회덥밥과 맥주를 야무지게 먹어준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현대백화점 바로 옆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중고로 사려고 봐두었던 책들을 검색해보았는데, 알라딘 중고서점 천호점에는 내가 찾는 책들이 하나도 없는거다. 흐음, 하는수없군, 하고 그냥 가려다가 한 번 돌아나보자 했고, 그렇게 나는 세상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만나게 됐다.
오오 이 책이 중고서점에 있네? 하고 그냥 꺼내보았다. 딱히 살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언젠가는 사야지 생각했지만 중고로 사려던건 아니었단 말이다. 그렇게 딱 꺼내보았는데 아니 넘나 새거인겁니다. 아마 이 책을 판매했던 사람은 이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책값이 반값.. 아아 산다, 사겠다, 살것이다! 해서 충동적으로 사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일본 추리소설이나 하나 살까, 하고 돌아다니다 '혼다 데쓰야'의 [지우]를 꺼내보고는 오 책도 새 거고.. 스트로베리 나이트? 이거 읽었었는데..하여간 사보자, 하고는 사가지고 왔는데, 아아, 이 책을 산 건 엄청난 실수였다. 왜냐하면,
그러니까 나는 일요일 오후, 이 책을 읽어보자 하고 펼쳤단 말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미 상당히 진행된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거다. 흐음.. 앞에 무슨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아마 일단 이렇게 시작하고 왜 이렇게 됐는지를 보여주려는가 보다, 하고 읽는데, 아니 읽어도 읽어도 뭔가.. 앞 내용을 빠뜨린 것 같은겁니다. 그래서 뭐야, 이거 시리즈야? 하고 앞표지를 다시 보니, 그제서야 내가 산 게 [지우] 가 아니라 [지우 3 ] 인걸 알게된거다. 3... 언제부터 써있었어? 왜 내가 처음 살 때는 안보였어? 하아. 덮어놓고 책 사기 읬긔없긔 ㅠㅠ 이게 뭐야 ㅠㅠ 돈지랄 ㅠㅠㅠ
그렇다고 내가 1,2 권을 사서 읽고 싶은 생각은 안들고 이건 다시 중고책으로 팔아야겠다. ㅠㅠ 멍충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상속자들] 은 '피에르 부르디외' 와 '장클로드 파스롱'의 책이다.
부르디외, 라는 이름에서 어려움이 뽝 오지만, 그래도 상속자들.. 좀 궁금하지 않나요. 하여간 나는 자본주의 까는데 재미들린 사람이라서(그렇지만 자본주의의 노예인 것도 맞다 ㅠㅠ) 읽어보고 싶어졌다.
[홀로 중국을 걷다]는 표지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어쩐지 마음을 끌어..
사실 중국은 내가 호감있어하는 나라도 아니고 가고 싶어하는 나라도 아니다. 일전에 청도에 갔다가 입국심사시에 한참을 붙들려 있었던 것이 나쁜 경험이기도 했고, 영국에서 베이징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베이징에서 환승하던 기억도 유쾌하지 않았었다. 또 청도에 갔을 때 간판을 어떤 것도 읽을 수 없는 스스로의 무지에 대해서도 당황했었고. 하여간 내가 앞으로 여행을 한다면 중국은 딱히 계획하고 있지 않은데, '홀로 중국을 걷다'는 표지도 예쁘지만, 뭐랄까, 나는 안가보고 싶은데 왜 어떤 사람은 거길 걸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사게 되었다. 유부만두 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된 책. 나 중국 안좋아하는데 과연 재미있게 읽을까 싶어 장바구니 담아두고 망설이고 미루다가, 그런데 중국을 걷는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해서 사게 됐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정윤수의 도시 극장 <홍콩>편 조금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을 때도 학창 시절 이렇게 윤리 과목을 가르쳐줬다면 나는 윤리를 잘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처럼, 정윤수의 도시극장에서 하듯이 역사를 가르쳐줬다면 나는 역사 바보는 아니지 않았을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가 지금 정윤수의 도시극장을 재미있게 듣는건, 지금의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과거 학창시절로 돌려놓고 마이클 샌델이 윤리 가르치고 정윤수가 역사 가르쳐도 나는 역시나 역사바보로 학교를 졸업했을 거라는 것.
책을 선물 받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이 두 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데 '다락방 님께'라는 사인도 두 권 다에 들어있다. ㅋㅋㅋㅋㅋ 인생 진짜 잘 산 것 같아 ㅋㅋㅋㅋㅋ좀 멋진 것 같다,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요일 퇴근 길에 김소영의 [어떤 어른] 읽으면서 갔는데, 하아, 세상은 똥이고 인간들은 모조리 다 싹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야 된다.. 라고 생각하던 나이지만, 김소영 작가 글 읽노라니 한줄기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 같고 세상이 조금은 파스텔톤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다정함과 따뜻함을 실천하고 또 행복을 전달해주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모두 똥이다!! 이랬던 내 마음 조금 풀어져... 김소영 작가의 책은 사람을 좀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준다.
아니 그런데,
내가 잘 때 코를 심하게 곤단 말야? 여동생은 매미 천마리가 귀에서 울어댄다고 한 적도 있단 말이지.
근데 지난번에 강원도 갔을 때 함께 잔 친구가 '너 코 안골던데?' 라고 하는게 아닌가. 응? 그건 아마도 네가 깊이 잠들어 못들었던게 아닐까? 했는데, 자다 새벽에 깼는데 내가 조용하게 잤다는거다. 흐음. 어쩌면 코 안고는 순간에 그 친구가 깼었는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엄마방에서 엄마, 이모, 나 셋이 잤다. 이모랑 엄마는 나랑 같이자본 적이 몇 번이나 되는 사람이고 내가 코 고는 것도 잘 아는 분들인데, 다음날 아침 엄마가 기적이라면서 '너 코 하나도 안골고 조용하게 자더라!;' 하는거다. 그러자 이모도 '너 조용하게 자던데?' 하는게 아닌가. 아니, 술도 먹었으니 백퍼 심하게 골아야 맞는데 왜죠?? 엄마는 새벽에 몇 번이나 깼었다며 그 때마다 나는 조용하게 잤다는거다. 설마,
나 코골이 자연 치료된 부분??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어쩌면 이번에도 내가 안골때만 엄마가 깼었던건가? 하여간 신기하다. 조용하게 잤다는 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안골았지? 잘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치료된건가 아님 일시적으로 잠깐 나타난 현상인건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점심은 순댓국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