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의 루시 - 루시 바턴 시리즈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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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가끔 과거를 떠올리며 후회하고 부끄러워한다. 

그것은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어린 시절이기도 하고 대학생 때이기도 하며 삼십대 이기도 하다. 내가 했던 말 혹은 내가 하지 않았던 말, 내가 했던 행동 혹은 하지 않았던 행동들을 떠올리며, 내가 그 때 왜그랬을까, 하고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데 혼자 부끄러워하고 혼자 안타까워한다. 어떤 일-혹은 말-에 대해서는 누가 혹여라도 알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크게 부끄럽다. 어떤건 심지어 죄를 지었다는 생각도 든다. 내 인생에서 그 일을 드러내어 버리고 싶다고, 도려내 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이 더러 있다. 나에게, 내 인생에 그 일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일이 없는 편이 내 인생을 좀 더 깨끗하게 만들었을텐데. 그런 한편, 그러나 나에게 그렇게 감추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게 내가 했던 일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내가 성장한 것도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 일로 인해서, 내가 욕하는 바로 그 일을 내가 하는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생에 확신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내가 남들을 비난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나 역시도 비난당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만약 내가 이런 일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었을까, 를 묻는다면, 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젊은 시절보다 나이 들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건, 비록 나쁜일이었어도 내가 그 일을 겪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었다. 나는 그 일로 인해 평생을 수시로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러나 그 일이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는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내가, 그런 일을 벌일 수도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그것과 아주 비슷한 삶,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사실이 나를 허물어뜨렸다. 하지만 나는 종종 그 일이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정말로 겸손해지면 그렇게 될 수 있다. 나는 살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성장하거나 더 비통해지거나,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의 결과로 나는 더 성장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아내는 그런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은 내게 일어났다. -p.355



루시는 아주아주 가난한 어린 시절을 살았고 가족들과 다정하지도 않았다. 이례적으로 혼자 대학을 가고 도시로 나왔는데, 거기서 루시가 경험한 모든것들은 어린 시절과 다른 새로운 것이었고, 그리고 그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건 그 당시 연애 상대이며 나중에 남편이 된 윌리엄이 한 일이었다. 윌리엄과 결혼했지만 윌리엄은 바람을 피웠고 이 일은 루시를 상심하게 한다. 윌리엄과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재혼해 살다가 그의 죽음으로 인해 혼자가 되었다. 글을 쓰며 가끔 전남편 윌리엄을 만나고 또 성인이 된 두 딸들을 만나 함께 쇼핑도 하고 밥을 먹고 지내는 일상 가운데 팬데믹이 일어난다. 윌리엄 역시 세번째 결혼도 이혼으로 끝나 혼자인데, 그는 루시에게 함께 뉴욕을 떠나있자고 말한다. 그들은 바닷가 앞의 집을 마련해 함께 둘이 살면서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새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이 격리는 언제 끝날까 고민하기도 하며 가끔은 가족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틈틈이 루시는 자신의 과거에 자신에게 있던 일을 떠올리고 지금 자신의 딸들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떠올린다. 인종차별에 관한 뉴스를 보고 새로운 사람에게 우정을 느끼면서 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그러나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재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 사이사이 우리에겐 상실이 있을 것이며 다정함과 비난도 있을 것이다.

루시가 겪은 것도 다른 사람들이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것들이었다. 누군가를 잃었고 이에 괴로워했으며 누군가를 새로이 알게 되어 이에 기뻐했다. 정말 기뻐, 도 루시가 한 말이지만 슬픔에 운 것도 루시가 한 일이다. 루시를 다독여주는 다정한 말도 루시가 들은 말이지만 루시가 이기적이라는 혹독한 말도 역시 루시가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것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루시라는 한 개인의 인생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 인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시간의 흐름 속에 크고 작은 역사들과 역시나 크고 작은 희극과 비극으로 이루어져있고, 조금 더 나이들면 그보다 젊은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과 후회를 수시로 맞닥뜨리게 되고,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상실을 겪기도 한다는 것. 루시의 인생은 사실 어느 지점에서 특별할 게 없는 보편적인 것이었고 그것이 나와 그리고 다른 독자들과 같은 것이어서 어찌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 책에 크게 감응하게 된다. 나는 몇 번 울 것 같았고 몇 번안도했는데, 그래서 재차 이런 생각을 하게된거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대체 이걸 어떻게 한거지?



그게 바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계속 읽을 수밖에 없게 하는 지점인 것 같다. 특별하고 자극적으로 쓰는게 아닌데도 등장 인물들과 같은 감정의 흐름을 갖게 하는 것.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거리두기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가능한 것 같다. 독자들은 등장인물들에 대해 공감할 수도 있고 사랑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관계를 응원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러나 작가가 등장인물에 대한 과도한 편들기나 애정표현이 없어서 그 점이 소설 읽는 나에게는 너무나 좋다. 이야기를 써나가고 풀어나가는 건 작가지만, 작가의 과도한 끼어들기가 그녀의 소설에는 없다. 후추랑 소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차도 몰랐던 지독한 가난이 책에 나오지만, 그 가난을 비극으로 과시하는 것도 하지 않는다. 불행이 등장인물들에게 있었어도 그것이 독자에겐 소비가 아니다. 그건 그 자체로 그 인물의 삶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루시가 가난한 시절을 보내온 지금은 성공한 작가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녀의 어린 시절 불행에 대한 연민이 이 책을 읽는 감상이 되진 않는다. 



나의 인생이 그러하듯 루시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 지금의 루시에게 일어나는 -노화를 포함한- 일들은 그저 인생이다.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서 지금이 된 인생. 어제를 보내고 또 내일을 살게될 인생. 이렇게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없는 그런 인생. 설사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의 미래를 그렸든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그런 인생. 그러고보니 이렇게 되었네, 하는 그런 인생. 회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기쁨만 있는 것도 아닌 인생. 어느 시점에서는 내가 경험해봤기 때문에 너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게 되는, 그런 인생. 그 인생은 여전히 진행중이라서, 그 다음 이야기가 나는 궁금해진다. 어느 시점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관계를 만들고 또 어떤 일을 맞닥뜨리며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고 또 기쁘다고 말할 수 있게 될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누군가와 함께하게 될지, 나는 루시의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고 싶다. 그런 한편, 딸의 나이가 마흔이 되는 시점에서도 루시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니, 그 점이 참 짜릿하다. 올리브 키터리지도 일흔둘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기도 했는데, 우리가 계속해서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게 언제든 뜻밖의 관계와 뜻밖의 기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어서 너무나 좋다.


잠깐 언급되는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제 몸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저벨에게 매일 신문의 1면부터 끝면까지 읽어준다고 한다. 좀 더 젊은 시절의 올리브에 대해 생각하노라면, 그럴 줄은 몰랐는데. 중년의 올리브는 좀 표독스러운 것 같았는데 나이들면서 올리브 역시 뾰족한 면들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 어느 시점에서는 2월의 햇살에 감탄하기도 하니까. 그런 거, 좀 좋지 않나. 그러니까 이런거, 이런게 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잘하는 일이다. 올리브가 2월의 햇살을 좋아했던 거, 이런거, 루시는 야구장으로 저녁놀이 지는 걸 바라보며 좋아했었다. 이런 거, 이런 걸 아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라서 너무 좋다. 결국 인생에 대해 깊고 내밀하게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으려면 이런 것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거 아닌가. 햇살과 노을 같은거 말이다. 그걸 보는 걸로 그치는게 아니라 가끔은 그걸 보고 감탄하는 거. 



그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보며 나도 수시로 감탄한다.

어떻게 이러지, 어떻게 한거지, 아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정말이지 너무 좋다. 너무너무 좋다. 읽다가 수시로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어쩜 이렇게 좋지' 하고, 그런데 아무에게도 그런 말을 하진 않았다. 계속 혼자서만, 좋다, 좋다, 했다. 



(바닷가의 루시, 너무 좋아서 원서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원서 같이 읽기 진행..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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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11-0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저도 다락방님 리뷰 읽으며 넘 공감돼서 이랬잖아요.
정말 어찌보면 진짜 특별하지 않은 인생, 특별할 것 없는 한 순간들을 어찌 그리 잘 녹여내는지 감탄하게 되는데 이런점이 스트라우트의 매력인거 같아요.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리뷰 넘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 그래서 에이미와 이저벨 빌려다 놨잖아요
다음엔 버지스 형제..
저 버지스 씨가 또 넘 궁금해지더라구요 ^^

다락방 2024-11-07 10:53   좋아요 1 | URL
으하하하 저는 에이미와 이저벨도 읽었고 버지스 형제도 읽었지롱요~ 으하하하하하하하. 번역된 건 다 읽었고 번역되지 않은건 읽지 못했습니다.. 아 너무 좋아요 진짜 ㅠㅠ

은하수 2024-11-07 11:38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요 두 권만 읽음 됩니다요~~~
또 얼마나 좋을까 싶어
두근두근~~~
근데 스트라우트 책 다 읽어버림 아쉬워서 어쩌죠????

다락방 2024-11-07 11:50   좋아요 1 | URL
작가님이 계속 소설을 써주시길 기다려봐야겠죠. 후훗. 제발 오래오래 살아서 계속계속 써주셨으면.. ㅠㅠ

잠자냥 2024-11-0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문자 안 보낸 거 칭찬해요.👏👏👏🤣🤣🤣

다락방 2024-11-07 14:08   좋아요 0 | URL
흥 칫! 😒

독서괭 2024-11-07 14: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작이군요. 너무 좋습니다!
저도 루시 시리즈 얼마 전 시작해서 내이름은루시바턴 읽고 이제 무엇이든가능하다 절반쯤 읽었는데 참 좋더라고요~ 아 이걸 이렇게 풀어내나!! 이 인물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며 넘나 흥미롭게 읽게 됩니다. 스트라우트 짱이예요😍

다락방 2024-11-07 14:49   좋아요 3 | URL
진짜 읽으면서 좋다고 몇 번이나 감탄했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라서 결국 그녀의 작품에서 팬데믹을 만나게 되기도 하네요. 하아- 진짜 너무 좋습니다, 독서괭 님. 루시 를 이 이야기에서 만나니 더 좋은데, 독서괭 님, 얼른 무엇이든 가능하다 끝내고 오, 윌리엄 까지 갔다가 바닷가의 루시로 오세요, 얼른!!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4-11-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시의 글도 좋지만 다락방님의 이 리뷰도 참 좋네요.

다른 건 모르겠고, 현재까지(오늘까지) 제가 스트라우트의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이 작품임을 다시 한 번 밝혀드리오몈ㅋㅋㅋㅋ
제가 오늘 읽은 스트라우트의 작품 속에서 두 사람이 만났거든요. 올리브랑 루시요. 너무 신기한 거 있죠. 올리브랑 루시가 진짜 존재했던 사람처럼 느껴져요. 막 나도 루시를 만나고 싶고요.

다락방 2024-11-08 07:4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님, 이 책 정말 좋네요. 단발머리 님이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이 작품이라고 하시는게 이해될만큼 참 좋습니다. 저도 어제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올해의 책은 이 책인가‘ 라고 생각했어요. 아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원서를 꺼내왔어요. 사실 사두고 읽지는 못할 것 같았는데 어제 집에 가서 원서를 꺼내서 두 페이지... 봤습니다. 번역서를 옆에 두고 천천히 읽어봐야겠어요. 아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새로 나온 원서 말이지요. 망고 님과 단발머리 님이 급박하게 구매하셨던 그 원서.. 저도 어제 주문 넣었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스트라우트 어떻게 이렇게 하죠, 정말? 감동 ㅠㅠ 감탄 ㅠㅠ
 
어쩌다 100km - 50대 신문기자의 트레일 러닝 이야기
임재영 지음 / 한그루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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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1만큼 생긴다면 내 세계는 10 이상 확장되는 것 같다.
세상에, 나는 그냥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했을 뿐인데, 세상에는 산을 달리다못해 사막까지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니까?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역시 걷기 를 시작하고나서 몽블랑 트레일러닝까지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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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0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까지 갈 기세!!🤣🤣

다락방 2024-11-07 09:03   좋아요 0 | URL
아뇨 사막에 가진 않을거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음.. 아마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모르겠다 미래는 예측불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우주리뷰상 당선자 발표가 있었고 나는 당선자 목록에 없었다.

미래는 예측불허라지만, 이게 과연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을까?

하아. 이거 1등 상금이 3백만원이었고, 내심 1등하면 카야토스트 사먹으러 싱가폴 가야지, 하고 호텔은 예약해 두었었는데, 그래서 1등 확정되면 그 때 비행기 예약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1등하지 못한걸 보고 호텔도 취소하고 왔다.

그런데 카야토스트 먹으러 싱가폴 가고 싶다. 호텔 밖을 뛰고 싶다...


걍 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젠 누구한테 여행 같이 가자고도 못하겠다.

지난 주말에 여동생이 와서 자면서 '언니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 매미 천마리가 내 귀에다 대고 우는것 같아' 해가지고... 나는 혼자 가야해... 매미 천마리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며 피해를 입힐 수 없다. 당신의 잠도 나의 잠만큼이나 소중합니다.....


하여간 3백만원 못받아서 나는 싱가폴을 포기했다.


하아-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어쩌다 100km] 인데, 트레일 러닝 이야기이다. 심지어, 무려, 사하라 사막 달림 ㅋㅋ 달린다기 보다는 걷는거지만, 아니 그게 또 얼마나 힘들게요?















내가 서평대회 1등 못하는 건 사실 예측 못한 바는 아니지만, 그런데 내가 트레일러닝 책을 빌려 읽게된 건 예측못한 것이 맞았다. 세상에, 내 삶에 달리기가 있을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트레일러닝 책도 빌려 읽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 뭐냐.

싱가폴 카야토스트..


오늘 정윤수의 <도시극장>런던편 듣는데, 노명우 사회학자가 런던에 다녀온 얘기 하면서 그곳의 동네 서점에 들렀던 얘기도 해주었다. 거기 서점 주인들이 직접 책을 읽고 손글씨로 쓴 리뷰들이 있노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오래전 갔던 싱가폴을 떠올렸다. 나도 싱가폴에서 서점을 갔었을 때, 거기에서 서점 주인이 손글씨로 리뷰 써둔 걸 봤었거든. 이건 싱가폴에서만 본 건 아니고 다른데에서도 본 거긴 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생각난건 싱가폴이었고, 아 역시 싱가폴을 다시 가야하나, 싶었고, 가서 그 서점에 다시 들러보고 싶었다. 아.. 인생은 진짜 뭐지? 


그런데 <도시극장> 진짜 너무 좋다. 요즘 이거 듣는 재미가 쏠쏠해. 아직 다 듣지는 못했는데 노명우의 니은서점 도 가봐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 존재는 알았는데 사실 내가 그렇게 막 동네서점을 좋아하고 그러는 건 아니고 있으면 들어가서 책 한 권씩 사오긴 하지만 굳이 찾아서 동네서점을 가지는 않는단 말야? 그런데 노명우 님 서점 한 번 다녀올까 싶고, 노명우 님 책도 더 읽어봐야겠다 싶다. 혼자 사는것에 대하여.. 였나 뭐 하여간 그 책 읽고 알라딘을 통해 방출했던 기억이 있다. 나 세상물정의 사회학도 읽었던가?


삼백만원 못받았는데 싱가폴.. 어뜩하지.... 아 어지럽다. 

왜 나 삼백만원 안줬어요? 나 싱가폴 가야되는데? 나 카야토스트 먹고싶은데? 왜 삼백만원 안줬어요?


그런데 당선된 사람들 보니 서평 제목부터가 완전 남달라서, 역시 나 따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양재동에서 캐나다나 보자. 삼백만원도 못받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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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05 1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거 발표났군요? 저도 없네요. ㅋㅋㅋ
원래 10월 말인가 발표난다고 했는데 연락 없어서 떨어졌구나 싶었어요. 그런 건 당선이면 발표일보다 먼저 개인 연락 오더라고요. 부랴부랴 가서 보니 제목부터 뭔가 다르긴 하군요. (복잡해서 읽고 싶어지지는 않는;;;)
당선작들 보니까 리뷰용 책 선택을 잘못했나 싶어지네요;; 전 처음에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이 두 권으로 한국 사회 빈곤문제 다뤄보려고 했었거든요... 그걸 할걸. =_=

아무튼 떨어졌으니 제 글도 그냥 올려야겠어요. 젠장;; ㅋㅋㅋㅋ

아니 근데 다락방 님 진짜 ㅋㅋㅋㅋ 싱가폴 예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당신 참 재미난 사람이야! ㅋㅋㅋ

단발머리 2024-11-05 12:50   좋아요 1 | URL
전 제일 충격적인 이야기가 ....
당선이면 발표일보다 먼저 개인 연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분 ㅋㅋㅋㅋ당선된 사람들만 알게 되는 미리 연락 ㅋㅋㅋㅋㅋㅋ노벨상도 미리 연락 리뷰대회도 미리 연락 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선택에 대한 잠자냥님의 고견과 다락방님의 아쉬움을 모아모아모아서 담에는 꼭 1등 하시기를....
두 분 중에 한 분이 하시면 돼요. 가위바위보로 정하시든지 아니면 잠자냥님이 양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은 양보 안 하실 듯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05 13:59   좋아요 3 | URL
저는 개인적으로 먼저 연락받아본 일은 없는데요? ㅋㅋ 그런거에 된 적이 없어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잠자냥 2024-11-05 11: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 공모전임에도 500편에 가까운 서평이 투고되어 서평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중 1차 심사를 거쳐 총 53편을 추렸고, 이 53편을 심사위원 6명이 신중히 검토해 최종 당선작 8편을 골랐다. 최종 토의 대상이 된 서평에는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아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저 53편 중에 다락방님하고 내가 있었다고 생각하기로..;;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05 13:58   좋아요 1 | URL
저는 겸손한 사람은 아니고요, 진심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그 53편 중에 잠자냥 님은 있을것 같지만요, 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새로운 서평가를 찾기 위한거라는 취지를 제가 응모후에 알았는데요, 그 취지를 보고 나서 사실 ‘아 나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ㅎㅎㅎㅎㅎ

햇살과함께 2024-11-0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니은서점 한번 가봐야지 하고 아직 못가봤네요. 노명우님 책도 안읽었고요.

다락방 2024-11-05 13:59   좋아요 2 | URL
니은서점 한 번 가봐야겠어요. 일단 니은 서점 책 좀 읽고요 ㅎㅎ

잠자냥 2024-11-05 14:13   좋아요 2 | URL
저 니은서점 가서 노명우 작가 사인 받은 책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께 이렇게 써 있어서 책 팔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갖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05 14:46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그 책 리뷰 쓰셨던 거 기억합니다 ㅎㅎ
 


참... 이 영화에 대해서 복잡한 생각이 든다.

여행, 작가..라는 단어들에 끌려 보게된건데, 일단 보면서부터 역시 '이 영화도 중학생도 안 볼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에 들어가겠군' 했단 말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의 나이 차이가 너무 커 보여서 내가 뭔가 잘못보고 있나, 나에겐 남자가 지나치게 젊어 보이는데 외국 사람들이라 내가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건가 생각이 들어 이 두 배우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내가 잘못본게 아니었다. 여자주인공 '로라 던'은 1967년 생이고 남자주인공 '리암 햄스워스'는 1990년 생이었다. 이들 사이에는 23년 이라는 나이차이가 있다. 사랑은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다지만 나로서는 너무 놀라웠단 말이지. 그런데 문제는 이 나이차이가 아니었다. 이 나이 차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게 요즘 트렌드인가 싶다. 요즘 중년의 여성이 아주 젊은 남성과 만나 사랑하는게 트렌드이고, 이 영화도 거기에 맞게 제작된것인가, 했는데, 다시 말하지만 사랑이야 뭐 성인 여성과 남성이 서로 통하는데 나이랑 언어가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이 둘의 합이 정말 내게는 아니올시다 인거다. 자기들은 좋다는데 내가 보기엔 둘이 되게 겉도는거다. 서로 사랑하고 상대와 섹스하는데 너무 어색해.. 손발이 오글거려. 현실에서라면 뭐랄까 살짝 내외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자기들은 좋다는데 '좋은거 맞아?' 막 이런 느낌이 든다.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매력적인데 이 둘이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아? 너무 안사랑하는 것 같아서 '좋다고? 정말?' 막 이렇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 적어도 나에게는...


자, 

성공한 유명작가 '캐서린(로라 던)'은 남편과 이혼하고 지금 쓰는 소설의 마무리 작업을 하기 위해 모로코의 수련원으로 온다. 모로코의 한 호텔에서 유명 작가들을 초대해 글을 쓰는 공간을 지원해주고 여러가지 프로그램도 마련해준 것. 캐서린은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도 않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싫다. 그녀는 호텔에 미리 얘기해 프로그램들은 빠지겠다고 하며 조용히 글을 쓰기만을 원한다.

여기에는 처음 낸 작품이 대박 터져서 유명해져버린 '릴리(다이애나 실버스)'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한껏 누리고 싶고 이곳에서 다른 작가들과 문학과 예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그들과 어울리다보니 남자친구인 '오웬(리암 햄스워스)'와는 좀 거리가 생기게 되는데, 오웬은 투자회사에 근무하고 학창시절엔 스포츠맨이었던 터라, 사실 릴리를 따라 여기에 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가 없다. 대화 자체가 잘 되지를 않아. 모두가 함께 모여 문학에 대한 퀴즈를 내고 풀 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쪽지에 대한 질문을 찾아낼 수 없었고 이에 기권하자 여자친구 릴리는 사람들에게 이해하라며 '그는 스포츠잡지만 읽거든' 이라고 말을 한다. 이에 오웬은 크게 상처받고, 그간 우연히 오웬과 몇 번 마주쳐 대화해봤던 캐서린은 그런 오웬의 표정을 보면서 그의 기분이 어떨지 짐작하고 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오웬은 오웬대로 그리고 릴리는 릴리대로 서로에게 서운해하게 되고 상처를 주게 된다. 랜덤하우스에서 자신의 다음 책에 대한 선인세를 주겠다는 소식에 뛸뜻이 기뻐한 릴리는 오웬이 자신과 함께 기뻐해주길 바라지만, 오웬은 지난밤에 자신을 무시했던 그 일에 대해 잊지 못해 온전히 기뻐해주지 못한다. 그들의 서운함은 쌓이면서 결국 폭발하게 되는데, 사실 릴리는 오웬이 문학에 대해 그리고 예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좀 짜증이 났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둘의 사이는 릴리의 바람으로 인해-수련원의 다른 작가와 섹스했다-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


그녀가 다른 남자랑 섹스했다는 사실은 아직 오웬과 연인관계인 사이에서 잘못이겟지만,

그러나 나는 릴리가 오웬에게 가졌던 서운함이나 짜증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릴리가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책읽기 글쓰기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충분히 서운할 수 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고 마음껏 얘기할 수 있으니 그간 그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더 다가오지 않았을까. 릴리는 이 수련원에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정말이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에 대해서 대화할 수 없다면, 그 사이가 단단하고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건 언젠가는 부서질 위태로운 관계가 아닐까. 깊은 사이가 아니라면 이 얘기 안해도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깊은 사이고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서로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웬은 자신의 일에서 스트레스 받는 부분, 지금 자신의 양심에 걸리는 부분에 대해서 마찬가지로 릴리에게 털어놓을 수 없고, 릴리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서 오웬과 대화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가 됐어도 결국 돌아서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밀란 쿤데라의 싸인을 자랑하고 싶어도 상대가 밀란 쿤데라를 알아야 자랑을 하지, 모르면 자랑이 안되잖아?


나는 애초에 릴리가 이 공간에 오웬을 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 남자친구라고 당연히 함께 가자고 하고 남자친구니까 당연히 함께 이곳에 온 것이, 심지어 오웬은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무작정 따라나선 것이, 서로에 대한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한 것일까. 둘이 한 방에서 지내는 며칠간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멀어진 사이가 되었고, 한 방을 배정받았지만 같이 있는 시간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헤어지기 위해서 함께 있는 시간이 필요한걸지도 모르겠다. 그런점에서 이 여행은 그런대로의 수확이 있는 것일테다.


그런 한편 나는 릴리가 그 작가들 틈에서 '내 남자친구는 스포츠잡지만 읽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 말은 릴리로서는 웃자고 한 얘기라고 하지만, 거기의 누구도 그것을 정말 웃자고 한 얘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오웬은 그걸 농담으로 들을 수가 없다. 그는 거기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건 그에 대한 무시였다. 문학과 예술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시.

나는 내가 릴리였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애인에게 그런 무시를 하진 않았다고 해도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어느 누군가에게 책을 읽지 않는 것 혹은 책에 대해 모르는 것에 대한 무시를 보인 적이 있었다. 내가 그랬던 적이 지금 딱, 하고 생각났는데,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번의 순간에도 나는 릴리가 되었던 적이 있었을것이다. 그게 뭐라고, 그게 뭐라고 그것에 대해 무시하는가. 릴리의 발언을 보는데 거울치료 받는 기분이었다. 너 이랬었지? 이게 니가 한 행동이야.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잘하는 것이 다른데, 그것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무시할 수 있는 권리가 도대체 어디있단 말인가. 나의 농담이나 장난이 상대에 대한 무시에 기반한다면, 그것이 농담이나 장난일 수 있을까? 그것은 멸시이다. 


내가 이 영화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든다고 처음에 말한 건,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었다.


이 우연한 장소에 와서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새로 발견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건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내가 생각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릴리의 그 당시 발언에 대해서 나 역시 내가 누군가를 무시했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는 것.


주인공의 케미가 영 좋질 않고 내용 자체도 상투적인데-그러나 모든 사랑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툭, 툭, 걸리면서 깊이 생각하게 되는 장면들이 있었던 거다.



자, 그리고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본격 넘어가면,

처음에 혼자서 조용히 글 쓰고 싶었던 캐서린은 자꾸 오웬과 만나 대화하게 되면서 호감을 키우게 된다. 오웬 역시 자꾸 캐서린만 보게 돼. 

캐서린의 방이 물이 나오지 않아 공사하는 얼마간 캐서린은 호텔의 창고에서 조용히 글을 쓰려고 하고 그러다 우연히 오웬과 릴리가 싸우는 걸 엿듣게 된다. 캐서린의 오웬에 대한 호감도 분명 내면에 있었고, 게다가 오웬 젊고 잘생겼고, 그런데 그가 여자친구랑 싸웠네? 지금 기분이 엿같겠지? 만약 '젊은' 캐서린이었다면, 혹은 '젊은' 나였다면, 그 자리에서 나가 오웬에게 말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캐서린은 그냥 그걸 듣고 그걸 들었다는 사실조차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캐서린이야말로 그들의 나이 차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테니, 자신이 먼저 나가고 말하고 호감을 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나는 그러기 때문이다. 일전에, 그러니까.. 한 2년 전이었나, 무척 호감이 가는 남자가 있었고 그랑 따로 만나는 사이가 되고 싶었는데, 내가 그걸 '먼저' 제안하기에는 그의 젊은 나이가 나에게 참 걸리더라. 이건 주책일 것 같은거다. 놓치기 아까운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햇지만, 그러나 간혹 놓쳐가면서 살아야 되는 것 같다. 나는 그에게 따로 연락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다. 나름 내 식대로 정리를 했는데, 그러니까, '만약 네가 원한다면 응하겠다, 그러나 내가 먼저 원하지는 않겠다'는 거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그에게서 연락이 오질 않으니 나는 내가 그에게 연락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그가 그렇게 젊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그의 젊음은 나를 멈칫하게 했고 더 들어가지 못하게 했는데, 나는 아마 그런 일이 앞으로 또 생겨도 역시 또 멈췄다가 뒷걸음질 칠 것 같다. 그냥 나란 인간 자체가 그런거다. 그런데,


오웬은 한걸음 더 다가선다. 캐서린에게. 

여러가지로 괴로웠던 오웬은, 술에 잔뜩 취해서 우연히 밤 수영을 즐기고 있던 캐서린을 마주치게 되고, 그러다 그녀에게 키스하게 되는거다. 캐서린도 이게.. 싫지가 않아. 사실, 좋다. 이렇게 멋지고 젊은 남자가 내 어깨를 물고 빨고.. 하는데 너무 좋아. 나도 사실은 니가 좋다. 그런데 그녀가 나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잖아? 나도 너가 좋은데 그런데 이래도 되는걸까 이러면서 강한 자제력은 생기지 않지만 그러나 어떤 멈칫함은 내가 가지고 있음을 밝혀야 하진 않을까 하는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그를 


kid 


라고 부르는거다. 그러면서 네가 그러면 나는 넘어갈 수도 있어, 그러는거야. 그러니까 듣는 kid.. 하던 행동을 멈춥니다... 네, 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어요? kid?????


그렇게 멀어지는 그대를... 아쉬워하며 불러보지만, 그러나 이미 마음 떠난 kid.......



떠나려는 그대를~ 나의 온 맘으로 잡고 싶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그대 뒷모습에 홀로 눈물만 흘리네~~



그리고 이 남자, 전날밤의 일을 그녀에게 사과하며, 나는 이제 이 호텔을 나갈거야, 떠날거야, 라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우리의 캐서린, 그에게 전화번호를 묻지 못하고 이걸 받아들이기만 해야하나, 상심하는데, 그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나랑 같이 갈래요?"



그녀는 그런 그를 따라 나섭니다... 아아, 이럴땐 어떡해야 하나. 나라면 어떡하나. 나였어도 따라 나설 것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가자 고고씽!! 그렇게 그둘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떠나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들을 함께 바라보며 기분도 좋고~ 눈누난나~ 그렇게 그들은 섹스를 하고... 두둥- 


나는 그들이 아직 연인이 되기 전, 아직 오웬에게 릴리가 연인이었을 때, 오웬과 릴리가 서로에게 점차 서운함과 실망이 커져가고 있을 때, 릴리는 릴리대로 릴리 좋은 사람과 놀고 오웬은 오웬대로 캐서린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을때, 그때 둘이서 함께 모로코의 길을 걸었을 때, 분주한 거리에서 사람과 차를 피해 오웬이 캐서린의 허리에 살짝 손을 대고 캐서린이 걷는 방향을 바꿔주었을 때, 바로 그때, 캐서린에게 다른 감정이 생겼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 장면에서 나는 바로 여기다, 여기에서 캐서린에게 그는 남자가 되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 때 캐서린의 얼굴이 보인것도 아니고 어떤 말이 나온 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카메라는 그 때, 캐서린의 허리에 살포시 놓인 오웬의 손을 클로즈업했다. 바로 그때, 캐서린에게 오웬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젊은 남성의 육체가 되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내게 복잡해졌다. 저런거, 너무 잘 알지 않아요? 저런 거 뭔지 너무 알지? 만약 그 손길이 없었다면, 캐서린이 그가 키스하는 걸 내버려둘 수 잇었을까? 캐서린이 그의 같이 가자는 제안에 응할 수 있었을까? 그 때 그 손이 거기에서 제 할 일을 했고, 제 할 일이란 바로 그녀의 감각을 깨우는 일. 샤라라랑~


그 장면 때문에 이게 미쳐버릴 것 같은 영화가 나에게 되어버린 것이다. 아니, 그가 나보다 이렇게나 젊어도 흑흑, 그래서 내가 애초에 감정 안생기게 할 수도 잇었는데, 흑흑, 내 허리에 닿는 너의 손은 흑흑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 흑흑 ㅠㅠㅠ 그때부터 모든게 변했다.


그대가 웃는 웃음소리~  걸음걸이와 너의 모든 것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그 손길에 대해 생각했다. 그 손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나에게도 

캐서린에게도

오웬에게도.



캐서린은 오웬과 함께 지내면서 마무리짓던 작품이 들어있는 노트북을 도둑맞는다. 그녀는 자신이 이 남자에게 한눈을 팔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그의 곁을 떠난다. 오웬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오웬은 이렇게 번번이 글 쓰는 여자들로부터 짐짝 취급을 당한다. 내가, 고작 한눈 팔기 였던거야?


그렇게 헤어진채로 계절이 바뀐다. 여러차례 바뀐다.

캐서린은 새로운 작품을 썼고 독자들과의 대화도 나눈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술집에 들르는데, 거기에서 우연히 오웬을 마주친다. 오웬도 그의 친구들과 함께였고, 그래서 오랜만이라고 잘 지냈냐는 안부만 전한채로 동료들과 함께한 캐서린을 등뒤로 오웬은 술집을 나선다. 캐서린은 뛰쳐나가 그를 붙잡는다. 그때 너에게 그렇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한눈 팔기 아니었다고, 그 때 너는 나의 전부였다고...



하아-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어떤 일들은 왜 그렇게 벌어지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렇게 되어야만 했기 때문일 거라고. 왜 오웬은 여자친구의 여행에 따라나섰을까. 여자친구는 왜 남자친구에게 그곳에 함께 가자 했을까. 그곳에서 그들은 왜 함께 어울리지 못했나.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건 서로에게 더 잘 맞는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함이었을까? 왜 어떤 사람은 굳이 모로코까지 가서야 맞는 사람을 찾게 될까? 아니, 모로코를 가서라도 찾게 되면 그것이 행운인걸까? 그리고 모로코에 갔을 때, 거기에 왜 캐서린이 있었을까? 어떻게 그동안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각자 비행기 타고 와서 만나게 되었나. 이건 다 무엇이 벌이는 일일까, 왜 일어나는 일인걸까. 인생, 사랑, 참 재미있지 않나요.. 


요즘은 밤마다 그 손길에 대해 생각한다.




책을 샀다.




















보이는가, 저 단테의 [신곡]이!! 소리질럿!!!


아니 그러니까, 지난주에 이메일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오오~ 알라딘 기프티북이 도착해있는 것이다. 다정한 알라디너 님께서 그동안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을 수있었다는 멘트와 함께 선물해주신 게 아닌가.아니, 너무 뜻밖의 분의 뜻밖의 선물이라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서 깜짝 놀랐고, 그런데 이 분께 내가 선물을 받아도 되는건가, 등록해도 되는건가, 잠깐 고민했는데, 너무 이 책 갖고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짧은 고민 후에 등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차피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어...


고맙습니다, 제가 잘 읽을게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만세!!



[스토킹]은 이수정 교수의 책인데, 아니 이런 책의 존재를 모르고 잇었는데 회사 동료의 책상 위에서 이 책을 본거다. 오오, 이런게 있어? 하고 책을 구경했는데, 동료는 서점에 갔다가 눈에 띄어서 샀다고 했다. 범죄 이야기 좋아해서 샀다고. 나는 이수정 교수가 항상 미성년자 대상으로 한 범죄와 스토킹에 대해 누누이 말해오던게 있었던 걸 알고 있었으므로 읽어보려고 샀다. 이다혜 기자와 함께 진행하던 팟캐스트에서도 스토킹 언급을 했었고, 그 때 내가 급박하게 스티븐 킹의 [미져리] 사서 냅다 읽어버린 기억이 있다.


[창신동 여자]는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알게 되어 구매했다. 읽기 전에 약간 각오가 필요할 것 같은 책이다. 




주말에 네살 조카 보러 다녀왔다.

조카는 고모 하룻밤 자고 갈거야? 물었고 나는 그럴 거라 했다. 조카는 내게 '가지마' 라고 말했고, 다음날 아침 제 엄마에겐 '고모가 매일매일 왔으면 좋겠어'라고 했단다. 그리고 수시로 내게 '고모 좋아'를 말했다. 조카를 많이 안았던 시간이었다. 말과 행동이 모두 너무나 귀여운 우리 조카. 조카에게 나는 '고모는 세상에서 우리 조카가 제일 좋아' 라고 말했는데, 조카는 내게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 라고 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조카랑 숨은그림찾기 엄청 열심히 했다!!














저녁에는 대패삼겹찝을 해줬는데, 안먹어본 거는 먹지 않으려는 조카에게 '한 번만 먹어봐, 한 번 먹어보고 맛없으면 안먹으면 되잖아' 했더니, 알겠다고 한 입 먹고서는


"맛있네?"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잘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요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나는 무럭무럭 자라서 조카에게 대패삼겹찜 해주는 고모가 되었다. 진짜 짱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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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1-0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린책들에서 나온 신곡 구입했어요. 1/10 읽었네요.

다락방 2024-11-04 12:16   좋아요 0 | URL
오오!! 저도 곧 시작하겠습니다. 빠샤!!

blanca 2024-11-0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론리 플래닛 봤고 비슷한 이유로 몰입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이런 얘기 그렇지만 남녀 배우가 전혀 연기 중에도 서로에게 케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연기인 게 보였어요. 그리고 꼭 그랬어야 할까, 연인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겠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아, 그리고 다락방님, 신곡을 드디어 시작하는 거예요? 저도 아직 안 읽어봤어요. 다락방님의 여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고모 좋아, ㅋㅋㅋ 저 이말 아직 못 들어봤구요. 주말에 아기 조카가 고모인 저를 이모라고 부르더라고요. 에혀. ㅋㅋ

다락방 2024-11-04 12:34   좋아요 1 | URL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저 말고 또있다니, 그런데 그게 블랑카 님이라니 ㅋㅋ 블랑카 님과 대화하다 보면 정말 저랑 비슷한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커플은 정말이지 역대급 노케미 로맨스 커플이었덕 것 같아요. 저도 그 생각했어요. 이 두 배우들도 자기들이 겉도는 거 알 것 같다, 고요. 와 진짜 역대급으로 합이 안맞는 커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의 사랑에 설득력이 없어요. 니네가 사랑한다고? 정말? 막 이렇게 되는.. 하하하하하.
블랑카 님, 신곡은 11월과 12월 두 달에 걸쳐 알라딘의 여러분들과 함께 읽기로 했습니다. 함께하시죠!! 고고씽!!

제 조카도 저에게 고모, 고모 하다가 이모 라고 잘못 나올 때가 있어요. 제 조카에겐 이모가 세 명에 고모가 두 명이랍니다? 하하하하하. 물론 이모들과 한 공간에 있어본 적 없지만, 저는 제 조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이모 고모 다 통틀어서 저 일거라고 강하게 확신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1-0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신곡…!
어머머 선물…!!!
소리질럿!!!👏👏👏

다락방 2024-11-05 10:26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이런 일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인생은 한 번 살아볼만한 것입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4-11-04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봤어요^^
작가들의 모임, 그 안에서의 갈등, 로맨스,, 등
그들이 하던 게임과 그 안에서 한사람을 따돌리는 유치한 심리들,,,
노트북 잃어버렸다고 방금 사랑에 빠졌던 남자를 떠나는 그녀.. 중요하긴 하겠죠 ㅎㅎ
재밌었어요
사람은 한꺼풀 벗기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락방 2024-11-05 10:28   좋아요 1 | URL
오오 그레이스 님이 이 영화를 보시다니 의외인데요? 그 게임에서 남주 따돌린 건 진짜 너무 유치했어요. 그 여자친구의 ‘스포츠 잡지만 봐‘라는 말이 너무 싫더라고요.
노트북 잃어버린 건 당연히 상심이 크고 거기에 복사본도 없는 자기 노력이 다 들어있으니 세상을 잃은것 같겠지만 그게 왜 이 남자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되는건지.. 물론 그 당시 자신이 ‘한눈을 팔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 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 때 내가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놋북을 잃어버리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늘 좋기만한 사람도 없고 늘 나쁘기만한 사람도 없는 것 같아요.

달자 2024-11-05 0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영화 자체보다 다락방님의 후기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근데 마지막에 자기가 노트북 도둑맞았다고 오웬을 떠나버린 건 좀 ... 너무 성급한 일반화같긴 하네요 오웬은 무슨 벼락이야.. 글 쓰는 여자한테 트라우마생길듯...

다락방 2024-11-05 10:32   좋아요 1 | URL
달자 님, 맞아요. 오웬은 글 쓰는 여자에 대한 트라우마 생길 것 같아요. ‘다시는 글 쓰는 여자 만나지 말아야지‘ 이렇게 될듯요. 오웬, 나를 만나자. 난 안그럴게.. ㅋㅋㅋㅋ 그렇지만 오웬, 너무 젊어 저는 그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
그리고 달자 님, 진짜 ㅋㅋㅋ 이 영화보다 제가 쓴 글이 더 재미있을 거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두 주인공 케미가 너무 엉망이어서 ㅋㅋㅋㅋ 보는 내내 오글오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11-05 18:41   좋아요 1 | URL
오웬 제가 감당해보죠 그리고 제가 생각해도 다락방님 글이 이미 훨 재밌어요 영화보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05 20:04   좋아요 0 | URL
달자 님, 보고 감상 들려주세요!
하아 달자 님, 저는 너무 파리 가서 달자 님 만나고 싶어요! 저 진짜 최대한 빨리 파리 갈게요!! 만나주세요!!

단발머리 2024-11-05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다락방님 이 글 팝업으로 올려두어야 하는데.... (관계자들 참고 좀 하세요!!)
넷플 안 보는데 이 영화 땜에 넷플 신청하고 싶은 1인입니다.

다락방님 글 읽고 나니 이 영화 더 보고 싶어요. 말이 안 되죠. 안 봤는데 어떻게 더 보고싶을까요? ㅋㅋ글 읽고 나니 더 보고 싶어요. 어뜩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05 11:14   좋아요 1 | URL
ㅋㅋ 넷플 제일 저려미로 한 달 치고 빠지기 어떨까요? 한 달 동안 보고싶은거 다 보고 치고 빠지는 겁니다! ㅎㅎㅎㅎㅎ
제가 봤던 역대급 노케미 커플입니다. ㅋㅋ 남주 키는 190 이상이고 여주 키는 170 이상이더라고요? 하여간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들어있었어요. 작가, 여행, 새로운 멋진 남자... 그런데 케미는 엉망....... 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11-05 18:40   좋아요 1 | URL
그니까요 다락방님 글 읽고 제대로 영업됐는데 역대급 노케미라고 해서…또 그건 안 보고 싶고…

다락방 2024-11-05 20:05   좋아요 0 | URL
아니 이분들이 ㅋㅋ 저는 단점 이미 충분히 얘기했습니다!! 그쵸??!!!

단발머리 2024-11-05 20:13   좋아요 0 | URL
근데 이상하긴 하네요. 재미없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는데도 다들 보고 싶어함 ㅋㅋㅋㅋ황금손 다락방 🙌

다락방 2024-11-06 16:58   좋아요 1 | URL
다들 보시면서 ‘아니 이렇게 재미없다니!‘ 하실 것 같은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박경석.정창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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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도 못한 존재들과 그들의 시위를 비문명적이라 말하며 매달 9백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아가는 국회의원 이준석이 공존하는 이 나라, 대한민국. 

심지어 그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뽑았다. 누군가는 그 사람이 월급 구백만원 받아도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거지. 박경석이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서 한 행동이 뭔데? 같이 지하철 타고 출근해보자는 거였잖아. 이준석은 심지어 그것을 자신이 길에 소변보는 행위에 비유한다. 

통통하게 잘 먹고 사는 볼을 해가지고 과학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교를 거쳐 좋은 교육을 받아놓고-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들에게 교육이란 얼마나 닿기 어려운 것인지!- 세상에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학고.. 똑똑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 아닌가요? 하버드는요? 하버드대학은 알고 있나요? 당신네 대학 졸업한 사람이 세상 부족한 것 없이 살면서 장애인들을 향한 혐오를 조장한다는 사실을? 


박경석의 말대로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감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 역시도 이 책 덕분에 그걸 깨닫게 되긴 했다. 이 나라 모든 초중고교에 무엇보다 과학고등학교에 이 책이 교과서로 쓰였으면 좋겠다. 



국민은행 009901-04-017158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모든 인용문은 전자책 발췌)

그런데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요, 이건 꼭물어봐야죠. 그렇게 당신들 일상이 소중하다면서, 이 사회를 함께 살고 있는 어떤 사람들이 그 일상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거는왜 전혀 문제가 되질 않을까요? 나는 1분이라도 막으면 시민들한테 그렇게나 미안해하는데, 왜 장애인들 그렇게 사는 거에 대해서 미안해하는 사람은 이렇게나 없는 건가. 어떤 장애인들은요, 말 그대로 이동을 할
수가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해왔어요. 학교에갈 수가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해왔죠.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까 노동도 할 수가 없지. 누가 이 무능한 사람들을 고용해서 데려다 쓰겠어. 그러니께네 이 장애인들은 출근길 지하철을 애초에 탈 수도 없고, 탈 일도 없는 거야.
그렇게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채로 시설에,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거죠.
출근길 지하철이 1분만 지연돼도 그게 그렇게 문제라면서요. 당신들 일상 전체가 1분 늦어지는 거니까. 그런데 장애인들은 1분이뭐야, 한평생 그 일상을 누릴 수가 없어요.

23년을 외쳐도 그 가장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조차 계속 지연이 되고 있는 거야. 고놈의 "좀만 기다려라", "좀만 기다려라"란 말만 맨날들어가면서.
정말이지, 이 사회에서 장애인들 평생의시간은 비장애인들 1분의 시간만큼도 가치가없는 거예요. 진짜 심각하게 불평등한 상황인거지. 그런데도 시민들에게 이런 상황이 전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장애인들이 이 사회에서 전혀 쓸모없는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거라고 봐요.

이게 지하철행동을 통해서 드러난 이 사회의 본질이에요. 쓸모 있는 사람만 시민권열차에 태워가지고 열심히 운반하고, 쓸모없는 사람들 앞에서는 아예 무정차하고서 내버려두고 떠나는 거.

그런데 그 와중에 존재감이 어마어마한사람까지 갑자기 등장을 해버리네?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이 대선 끝나고서[2022년 3월] 페이스북에다가 전장연을 공격하기 시작한 거야. 이야! 이런 스피커 큰 사람이 딱 나와가지고 장애인이 차별받는 현실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하나도 없으면서 대중들이 그냥 시위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도록 부추겨버리면 어떻게 하나.
당연히 이준석 덕에 지하철행동이 어마어마하게 알려지기는 했죠. 이준석이 참전한 이후에 우리 관련된 기사가 엄청나게 급증하기도 했고, 심지어 이준석이랑 JTBC에서 일대일 공개 토론까지 했잖아. 그때 토론 끝나고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대표님은 나한테 고마워하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너희는 내 덕분에 유명해져서 좋은 거 아니냐, 서로 윈윈하자는 조로 말이야. 하하. 이 말 직접 들어봐요. 엄청나게 모멸적이야.

우리가 이준석 덕분에 더유명해지긴 했는데, 역설적으로 정작 우리들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는 사람들은 더 없어져 버리는 거야.

이준석 같은 사람은요, ‘내용‘을 파편적으로나마 좀 다루더라도 결국에는 이걸 활용해서 자기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자기 정치놀음에 이런 소수자 이슈를 먹잇감으로 삼는 잔재주가 엄청나게 능한 사람인 거야. 그러니 사실들 몇 개를 아주 교묘하게 편집을 해가지고 그냥 막 퍼뜨려 버릴 수도 있는 거지. 이사람은 자신감이 있을 거거든요. 이준석이랑우리랑은 영향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니까, 사람들이 사실 확인 할 기회도 갖지 못하고 그냥 자기가 말하는 대로 믿어버릴 거라는 자신감 말이야.

애초에 장애인들이조금 많이 타기만 해도 대혼돈이 찾아올 정도라면 이건 지하철, 대중교통 시스템 자체에문제가 있는 거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들한테그런 태도를 취한 경찰이 문제인 건데, 그 이야긴 아무도 안 하지.

오세훈 시장이 그렇게 표현을 했는데요,
전장연은 ‘사회적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장애인이라는 약자 지위를 이용해서 처벌도 제대로 안 받는다고요. 오세훈 시장에게 분명하게 말을 하고 싶어요. 누군가의 일상을 방해하고 그러는 게 테러라면요, 여태껏 이 국가가 장애인들에게 해온 역사는 그럼 장애인들한테 매 순간 테러였어요. 정말로요, 장애인들에게는 이 사회가 테러 그 자체예요.

노들장애학궁리소라는 데서 활동하는 고병권 선생님께서 지하철행동 50일 차쯤 됐을때, 한 칼럼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과연 장애인들이 죄 없는 시민의 발목을 잡았는가. 오히려 시민들이야말로 장애인들의 발목을잡아온 건 아닌가." 저는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을 해요.

누구는 출근길 지하철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폭력을 묵인하고서 자기 혼자 그냥 꾸역꾸역 올라타서 출근을 하는 게 정말로 그렇게나 마냥 당당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버티면서 싸우는 거, 당연히 많이 외롭지요. 차별받는 사람들이 저항하는 존재가 된다는 변화의 과정은 숙명처럼 외로울 수밖에 없는 거더라고. 외로움이 뼈에 사무칠정도야.

시위 방식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욕을 들어먹어도요, 우리 시위에 공감한다는 응답[61퍼센트]마저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보다는 한참 높아요,
하하.

지금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타봐요. 그때 우리 욕하던 연령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득 차 있어요.

이 능력주의 사회에선 경쟁에서 탈락하는 순간 사실은 지금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두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거예요.

시설에 가둬두는 게 제일 정당화되는 사람들은 보통 사회가 의사 표시를 직접적으로 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는 발달장애인들인데요, 그 사람 의사를 다른 사람들이 잘 못 알아먹으면, 그 사람은 자유를 포기해도 된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탈시설 반대한다는 이준석이도 내가 당신은 다섯 명이랑 한 방에서 살고 싶냐 물어보니까 대답을 어정쩡하게 하드만. 자기도 그렇게 살기 싫은 거거든.

중증장애인들은 존재 자체가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 수 없는 게 아니고요, 지역사회가 조건을 갖출 생각도 안 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의 존재를 그렇게 낙인찍고 있을 뿐인 거예요. 사회가 문제인 걸 자꾸 장애인 개인들 존재의 문제로 바꿔버리면 안 되는 거지.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생산성 자체가, 능력주의나 비장애중심주의 자체가 문제인 건데, 그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나도 그래도 능력 있어요, 이런 데서 머문거니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인종차별주의로 인해 커다란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보기에 ‘시의적절한‘ 직접행동을 벌여본 적이 없습니다. 오랫동안 나는 ‘기다려라!’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기다려라‘라는 말은모든 흑인들이 귀가 닳도록 들어온 말입니다.
‘기다려라!‘라는 말은 거의 언제나 ‘안 돼‘를의미했습니다."( -마틴 루서 킹의 편지 재인용)

요새는 우리가 지하철행동이나 버스행동으로 유명해졌으니까, 우리가 계속 그 투쟁 방식만 사용한 줄 아는 사람도 많더라고. 그런데 아니에요. 돌이켜 보면 우리는 2001년 이동권 투쟁 때 선로에 내려가서 지하철 막고 싸우기도 했지만은, 그이후로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전법을 써가면서 직접행동을 해왔죠. 직접행동에서 어떤방식을 활용할 건가에는 맨날 똑같이 정해진답이란 게 없는 거거든. 그러니께네 투쟁을할 때는 언제나 정세를 열심히 읽어야 하고, 상황을 잘 읽어서 그때그때 다르게 판단을 해야 돼요. 지금은 어떤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지, 당장 뭐에 맞서 싸울것인지도 열심히 고민을 해야 하고

실제로 이준석이가 그렇게 사실 왜곡해가지고 합리적으로 잘 포장해다가 전장연 직접행동 공격해대니까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그러자마자 전장연에 대한 혐오 발언이 대중들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증가를 했어요.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윤석열에게 항의하다가 끌려가신 신민기란 분께서 고맙게도 이걸 트위터에다가(그때는 ‘익명의 데이터 분석가‘라는이름으로) 딱 데이터 분석 해서 올려주기도했잖아. 그거 보니까 실제로 이준석이 나타나자마자 혐오 발언이 급증했더라고. 특히 ‘에펨코리아‘ 같은 데서. 이거뿐인가? 내내 절 따라다니면서 스토킹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너도 지하철 막지 않냐"면서 제가 가는 길 앞을막는 사람도 생겨나고. 전장연 사무실 직접와서 불 질러버리겠다고 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전장연 유튜브 영상에 "히틀러 나치가 장애인 학살 프로그램 T4 참 잘했다, 우리도 T4 같은 거 도입해야 한다" 같은 댓글도 마구달리고,

우리 전장연의 유진우라는 장애인 활동가는요, "너 다리 병신이니까, 이제 팔도 부러뜨려 줄까?" 이런 말까지 들었어요.

이렇게 성공해서 뿌듯하긴 했는데, 당장바뀌는 건 또 없데요? 그 와중에 얼마 안 있어서 또 발산역에서 장애인 한 분이 리프트 타고 내려가다가 추락해가지고 돌아가신 거야.
정말로 화가 많이 났죠. 우리 이야기 진작에 들었으면 그렇게 안 됐을 텐데. 그래서 일단 싸워야 되니까 서울시청으로 갔어. 아니, 근데 원래 거기 점거 안 하려고 했는데, 막 싸우다 보니까는 우리도 모르게 시청을 점거를 해버렸네? 그런데 뭐, 점거를 해도 효과가 없는거예요. 시청은 진짜 별로 신경도 안 쓰더라고.

이렇게 단식을 할 때는요, 그렇게 싸워도 관심도 못 받으면 그냥 놔두는 것보다 주위에서 막 싸워주는 것도 필요하거든요. 내가 정말로 죽겠다 싶었는지, 동지들이 시의회에서 이명박이가 시정 질문 응답할 때 기습시위도 하고, 결정적으로 나 단식 31일째 되는 날에 시청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서 엄청 빡세게 싸웠어요. 2001년에 처음 철로 점거할 때하고는 수준이 달랐죠. 일흔여섯 명이 연행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빡세게 싸워서였는지, 서울시도 나 단식 38일째 되는 날에 딱 발표를 해버리더라고. 우리랑 협상하는 모양새로 보이기 싫었는지, 그냥 일방적으로다가 그러긴 했지만, 하하. 어쨌거나 2004년도까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하겠다, 저상버스 도입하겠다 한 거지.

성과라는 건 굉장히 중요하지만요. 곧바로 성과가 나오지 못한게 곧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닌 거예요. 실패라는 거는 오히려 우리가 기획한 직접행동, 그러니께네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우리 목소리를 사회에 알릴 기회 자체를 우리 스스로 날려먹는 거야. 힘들 거다라고 딱 단정 지어버리고서, 그 실행 자체를 시도도 하지 않는 태도 말이야.

그때 내가 이준석이한테 대놓고 말을 했어요. 우리 요구 가지고서 정책적으로 논의를 좀 해보자, 그리고 그 전에 일단 우리보고 비
문명이라고 표현을 해서 비하한 거에 대해서는 좀 사과를 해달라고. 그랬더니 이준석이가 이렇게 답을 하더라고요. "저는 지금 어떤 사람을 두고서 비문명이라고 한 게 아니에요. 그렇게 하시는 행위가 비문명이라고 한 거죠. 제가 여기 나가가지고 노상 방뇨 해봐요. 그런 게 바로 비문명이에요."
이 이야기 듣는데, 갑자기 벙찌더라고. 당연히요, 우리가 한 행동이 비문명이 맞을 수도 있어요. 사실 문명이란 게 마냥 좋은 게 아니잖아. 어차피 장애인들 다 배제하고서 만들어진 게 문명인데, 우리가 이런 거에 맞서 싸우면서 차라리 비문명이 되는 게 좋은 걸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이거를 노상 방뇨 따위에 비교를 하나? 그럼 우리가 여태까지 이 문명에 맞서 싸워온 거, 2001년부터 우리 존엄까지 다 버려가면서 저항해온 거는 고작해야 길거리에 오줌 싸는 수준이었던 건가.

노동자들도요, 대부분은자기 이익이랑 직접적으로 상관없어 보이는 노동자 투쟁에는 웬만해서는 참여하지 않아요. 같은 노동자더라도 당장의 자기 생존 문제랑 직결된 거 아니면 서로가 서로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거야. 노동자들끼리도 그 지경인데, 이 사람들이 자기랑 관계없어 보이는 소수자들 싸움에 직접 참여하려 하겠어요? 뭐노동자들 중에 일부 소수자 정체성 가진 사람들은 안 그러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수적으로보면 사실 소수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요, 그런 사안들을 마주하게 되면 그냥 관객으로만 남아 있으려고 해요. 그게 좋잖아. 피곤할 일도 없고. 관심 생기면 좀 지켜보다가 재미없으면 언제든 관심 꺼버리면 되고.

장애인에 대한 무감각은 진짜 말 그대로 장애인이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서 그런 거예요. 사실은 우리 주변 곳곳에있는데, 완전 없는 사람으로 취급할 수밖에 없게 만드니까 아예 신경도 안 쓰게 되는 거지. 감각한다고 해봐야 기껏해야 동정과 시혜를 발휘할 대상쯤으로만 감각하는 거 아닌가?
제가 정확하게 말을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거는 동정과 시혜 베푸는 사람들한테나 따뜻함의 감각을 줄 뿐이지, 장애인의 존재와 목소리 자체를 감각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고 보면 장애를 입기 전부터 나는 어떤 무감각 상태에 계속 빠져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하반신에 찾아온 무감각 말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떤 존재들에 대한 무감각 말이야.

나는 부족하나마 현미경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려고 노력을 하면서, 나랑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이 세상에 ‘다른 속도‘라는 것이 있구나, 라는 거를 매일같이 새롭게 깨달아가고 있어요.

소수자들의 투쟁이라는 거는 결국 이 세상에서 제대로 감각되지 않던 존재들을 이 세상이 감각할 수 있게끔 드러내는 과정이잖아. 우리가 살아 있는 존재고, 존엄한 존재라는 거를 재확인하는 과정인 거지. 이 사람들이 딱 하고 이 사회에 드러나게 되면은 이 사회에 통
용되는 기준이라는 게 얼마나 누군가를 배제하고 만들어져 왔는지가 아주 명확하게 보이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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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1-0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다시 봤습니다.. (잘못 복붙하셨나 했...)

중간에 박준석이라는 오타가 보여서 신고하고 정독 갑니다.

다락방 2024-11-04 11:55   좋아요 1 | URL
박준석........... 어쩔;;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4-11-04 17:38   좋아요 1 | URL
이름조차 제대로 알고 싶지 않은 무의식의 반영

다락방 2024-11-04 18:29   좋아요 1 | URL
저능 이준석 진짜 너무 싫어요!!

햇살과함께 2024-11-04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계좌번호 좋아요~ 저도 이 책 빨리 읽어야 하는데요~

다락방 2024-11-05 10:33   좋아요 1 | URL
책의 마지막에 추천의 말이 있거든요. 정보라 작가가 계좌번호를 적어주었습니다!!

단발머리 2024-11-05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소개 들어가서 보고 왔는데, 정보라 작가의 추천사가 절절하네요 ㅠㅠㅠㅠㅠㅠ
한국어 아는 사람이면 이 책 다 읽어달라고........ 저도 찾아서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4-11-05 11:15   좋아요 2 | URL
저는 전자책으로 읽었어요.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어 아는 사람이면 이 책 다 읽어야 하고 이 책은 교과서에 실려야 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