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아는 사람 - 유진목의 작은 여행
유진목 지음 / 난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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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슬픔과 무력함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완전히 낯선 공간에 닿아야만 하는 것 같다. 내가 그랬었는데 유진목 시인도 그랬다. 내가 그 때 하노이를 선택했는데 유진목 시인도 그랬다.
별개로, 여행지의 사람들을 사진 찍어 책에 싣는 행위는 나를 좀 불편하게 한다. 그래도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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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0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될 것 같은데…. 🤔

다락방 2024-11-04 18:28   좋아요 0 | URL
이 사람들한테 책에 싣는다고 다 허락 받은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옥이 새겨진 소녀 스토리콜렉터 44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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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악인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악을 받아들이게 될 수는 있다. 가난이나 상실로 크게 약해졌을 때. 내가 악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악을 받아들이게 되는 인간이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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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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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가졌던 의문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이었다. 어떻게 버섯 하나로 책을 썼다는거지? 도대체 버섯을 가지고 무슨 말을 한다는거지? 게다가 분량도 이렇게 많아? 이렇게나 할 말이 많다고? 만약 버섯을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튼 버섯'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썼다면 분량이 적은 책이었을텐데, 아니 세상에 이 책을 보라지. 버섯으로 500 페이지가 넘는다니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버섯으로 어떤 얘기를 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언젠가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놀랐던 기억도 떠올랐다. '엘린 켈지'는 자신의 책 [거인을 바라보다]에서 자신이 고래를 관찰하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고래를 관찰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들까지 배에 태워 항해했던 일도. 아, 세상엔 고래에 관심을 갖고 삶을 꾸려가는 사람도 있어! 했었는데, 애나 칭은 그게 버섯이다. 세상엔 버섯 때문에 오백페이지 넘는 책을 써내는 그런 사람이 있어. 


이 책에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우선 버섯의 생애가 그렇다. 소나무 옆에서 자라나는 버섯, 소나무가 없다면 자랄 수 없는 버섯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소나무는 인간의 교란이 작용해 자라난다. 비옥한 토지가 아닌 폐허같은 땅에서 자라나는 소나무 그리고 버섯. 소나무와 버섯 그리고 숲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단순히 생각하면 그러므로 지구를 파괴하지 말고 자연을 보호하자 로 흐를 수 있을 것 같겠지만, 그러나 애나 칭은 인간이 관여하는 교란이 그리고 인간이 생각하는 오염이, 모든 존재에게 해로운 것은 아니며 어떤 것들의 탄생에도 관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교란이, 오염이, 폐허가, 부정적이거나 비극적인 것만은 아리나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깨닫게 되는것이다. 아니, 정말이지 놀랍지 않은가!


게다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진다.

버섯을 찾으러 다니고 그것을 판매하고 구매하고 또 그것이 선물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버섯과 버섯채집인들은 자본주의의 주변에 머물다가 어느 순간 자본주의 안으로 쑥 들어갔다가 다시 자본주의 주변으로 나가게 되는 이야기. '그래서 자본주의가 나빠' 로 이어지는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얽히는 인간과 비인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나 역시 거기에 찌들어있는만큼, 누구나 자본주의로부터 예외일 순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숲으로 들어가 버섯을 채집하는 일은, 그리고 중간과정을 거쳐 그 버섯을 선물하며 상대에게 기쁨을 주는 일은, 면접을 보고 고용보험을 적용받고 노동을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애나 칭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이 인간 중심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게 아니다. 우리 삶은 그렇게 구성된 게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면서 비인간과 함께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비인간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의 교란이 소나무를 그리고 버섯을 살게 하는 것처럼. 교란과 오염과 폐허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인간과 비인간은 공존하고 있다.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이정도를 생각했다면, 재독하는 지금, 나는 인간의 다양성을 들여다보게 된다. 인간의 다양성 때문에, 지구는 망하지 않을 수 잇을 것 같다고, 아니 망하더라도 그 속도를 조금 더 늦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나 칭만 해도 누구도 들여다볼 것 같지 않았던 버섯을 들여다보고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을 그려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엔 그런 사람이 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된단 말이다.



K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경제학자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10년간의 성공적인 전문직 활동 후, 자신의 연구가 누구도 돕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멍하고 지루한 눈을 보았는데, 그들과 이야기한 후 단지 자신의 강의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의 학생들 역시 가치가 있는 질문과의 연결이 끊어져 있었다. K 교수는 자신의 인생 궤적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는 소년이었을 때 조부모님 마을을 방문했던 경험을 기억했다. 시골을 탐험하면서 얼마나 살아 있음을 느꼈던가! 그 풍경은 사람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삶을 존속하게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연구 방향을 일본의 소농민 풍경을 재생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가 소속된 대학이 버려진 밭과 숲의 일부에 출입해 사용할 권리를 획득할 때까지 논쟁하고 밀어붙였고, 단지 바라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농민이 가진 삶의 기술을 공부하게 할 목적으로 학생들을 그곳으로 데려갔다. 그들은 함께 배웠다. 관개수로를 다시 뚫고, 벼를 심고, 숲을 개방하고, 숯을 만들기 위해 가마를 짓고, 소농민의 눈으로 관찰하고 소농민의 귀로 들으며 숲을 돌보는 방식을 발견했다. 그의 강의는 이제 얼마나 열정적으로 변했는가! -p.322


이 K 교수의 이야기는 이번에 읽을 때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그의 결정이 선하다거나 옳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그가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학생들의 멍한 눈을 인지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아 시도했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대단하게 느껴지는거다. 그의 애초 경제학자가 되고자 하는 목적도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라고 했는데, 그런 대답쯤은 사실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지 않나. 다들 네가 그걸 하려는 이유가 뭐야, 라고 하면 자신이 선하거나 정의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게 되지 않겠나. 그런데 이 K 교수는 정말 학생들의 멍한 눈빛을 염려했던 거다. 그가 바꾼 강의 방식이 사실 모두에게 다 좋은 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잘못되었고 그래서 이렇게 고쳐보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은 거다. 그가 어떻게든 연결되어 애나 칭과 관계를 맺고, 이렇게 나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버섯에 관심을 가지고 채집을 하고 그것으로부터 산과 환경과 생물과 세균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통역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채집인과 산림조합이 만난 자리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의 언어를 상대에게 들려주기 위해 통역을 찾아야만 했던 일, 그러나 거기 누구도 전문 통역인이 아니라 그 시간은 꽤 오래 걸렸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걸 배우게 되는거다. 



산림청이 채집인들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전혀 예상 밖의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가 있는데,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각각이 진술한 후에 우리는 크메르어, 라오어, 미엔어로 순차 통역을 듣고, 통역가를 찾기 위한 짧은 허둥거림이 있는 후에 과테말라식 스페인어 통역도 이어진다. 각 언어는 조화되지 않은 서로 다른 억양으로 귀에 들어오고 공기 중에 잊힐 수 없는 상태로 유령처럼 머무른다. 단순한 질문이나 규칙 설명조차 매우 긴 시간이 걸린다. 불편하지만, 나는 우리가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이해한다. 우리가 아직 토론하는 방법을 알지는 못할지라도 말이다. -p.447-448


아니, 너무 놀랍지 않은가!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전부 다른데, 그럼에도 서로에게 뜻을 전달하기 위해 통역을 순차적으로 기다리는 일. 여기서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 정말 자지러지게 좋은거다. 인간 진짜 뭐지??



인간이 비인간과 공존한다는 걸 이제는 아주 잘 알겠다. 

그동안의 독서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이 책에서 본다.

누군가 지구 어딘가에서 고래를 연구했듯이 송이버섯을 연구한다는 것, 누군가는 자본주의에서 빗겨나 송이버섯을 채집한다는 것, 누군가는 문제를 인지하고 바꾸려고 한다는 것, 누군가는 이 채집에 관계하는 사람들의 개인의 역사를 듣고자 한다는 것, 누군가는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자 한다는 것. 이게 진짜 너무 좋은거다. 나라는 사람이 혼자 살아가면서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것이, 이렇게 책 한 권으로 가능해진다.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지구를 파괴하는 것도 인간이지만(이런 생각 자체도 인본주의적이다) 그러나 지구 곳곳의 모습을 다양하게 관찰하고 연구하며 그걸 들려주고자 하는 것도 인간이라는 걸 새삼 깨달으면서,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이렇게나 다양한 모습들로, 다른 사람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을 들려주고자 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걸 경청한다면, 지구든 세상이든 망하는 거 조금쯤 늦춰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멋지다 애나 칭

멋지다 송이버섯

멋지다 포스트 휴머니즘 

그리고 멋지다 이 다양한 인간들.



하여간 이 버섯 책 진짜 짱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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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10-3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입니다!!

다락방 2024-10-31 14:02   좋아요 1 | URL
짱이었어요!!!

단발머리 2024-11-02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번 완독의 위업을 달성하신 다락방님께 기립 박수 드립니다!! 👏👏 👏👏👏

다락방 2024-11-04 09:47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의 기립박수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음 그런데 이 책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여전히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하더라고요. 하아- 독서력은 쉽게 키워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갈 길이 너무 멀어요 ㅠㅠ

은하수 2024-11-0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대출로 읽다가 안되겠어서 구매합니다~~
땡투 보냅니다~~^^*
 

여러분, 10월의 책 버섯.. 다 읽고 계십니까? 완독하신 분들도 계시고 여전히 읽는 분들도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다들 화이팅 입니다. 저는 다 읽고 이 페이퍼 등록 후에 리뷰도 등록할 참입니다. 참.. 부지런한 다락방인 것입니다. ㅎㅎ


11월에 우리 함께 읽을 책은 '다나카 미쓰'의 [생명의 여자들에게] 입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우리 함께 읽어보십시다.















12월은 '마리아 미즈'의 [마을과 세계] 입니다.
















그 후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자, 여러분 어쨌든 계속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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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31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월의 저 책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다락방 2024-10-31 14:01   좋아요 5 | URL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진행하면서 제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양한 분야-여성대상폭력, 성매매, 자본주의, 가사노동, 환경 등등-의 책을 읽자고 생각해서 책을 선정하는데, 저 책의 존재를 아는 순간 그러고보니 일본 여성학자의 글은 다같이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본의 여성학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얘기를 하는지 한 번 들어보자, 하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단발머리 2024-11-02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해서 자랑하려고 했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밑에 11월의 책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한 템포 쉬고 들어갈게요! 만세만세 만만세! (후련해서 업됐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04 09:07   좋아요 1 | URL
저도 11월의 책은 준비되었지만 일단 10일 까지는 읽고 싶은 책 좀 마음껏 읽어보려고 합니다.
완독하신 거 축하드리고요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잠깐 쉬면서 읽고 싶은 책 좀 읽읍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전에 [오리엔탈리즘] 읽을 때에도 단테의 [신곡]이 언급됐었는데, 아마 그 때부터 흐음 이제 단테 신곡을 읽어야할 때인가, 했던 것 같다. 

단테의 신곡이야 뭐 워낙에 유명하지만 그래도 읽고있지는 않았는데, 그러고나서 읽는 책들에도 계속 단테의 신곡이 언급되는게 아닌가. 오리엔탈리즘 읽은 후에는 누스바움의 [교만의 요새]에 나왔었고 최근에 읽으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도 단테는 언급되었다.

예전부터 한번쯤 읽어봐야지 하다가 이제 바로 그 때가 되었나, 하고 11월부터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자, 하였고, 그러다 알라딘에서 여러분들이 같이 읽자 해서 그렇다면 우리 같이 11월부터 단테의 신곡을 읽자! 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그 분들 역시 나처럼 언젠가 신곡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가 마침 이 때 손을 들게 된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읽으려고 준비한 책은 민음사 고전 시리즈의 단테 신곡 이었다.


















뭐 딱히 고민할 필요도 없이 민음사 책으로 골랐다. 

집에 민음사 고전이 많으니 나란히 꽂아두기에 좋을것이고. 고민없이 샀고 그렇게 고민없이 받았는데,

11월에 함께 읽기로 한 잠자냥 님은 삽화가 실린 한 권짜리 책을 구입했다 하셨다.















우엇!! 나는 너무나 당연하게 민음사책을 샀기 때문에 검색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를 몰랐어. 그런데 삽화라니!! 너무나 뽀대나잖아? 아아..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아는 순간 살짝 후회하게 된다. 나도.. 검색 한 번 해볼걸.. 삽화... 보고싶은데... 이러다가,


이 책은 민음사에서 세 권으로 나온 걸 한 권으로 합친거라 분량이 어마어마하고 그래서 큰 어려움없이 포기할 수 있었다. 무려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을 주로 출퇴근길에 독서하는 내가 들고다닐 수가 없다. 물론, 들고 다닐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도 들고 다녔고 그 뭐야,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들고다녔으니, 들고 다니려고 한다면, 들고 다닐 수 있다. 그렇지만, 


들고 다니고 싶지 않아 ㅠㅠ 무거워 ㅠㅠ 


그러니 무겁다는 이유로, 들고다니기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는거다. 이 책이나 그 책이나 단테 신곡인것을... 하고 민음사 그대로 읽자, 하였는데,


하아.. 인생이란 무엇이고 독서란 무엇인가. 우연이란 무엇인가. 혹은 신의 계시(응?)란 무엇인가.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소설이 읽고 싶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윽- 프로파일러 나오는 소설 읽고 싶어!! 이럴 때가 있어. 게다가 나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끝내고 지쳐있었으며 세계 끝의 버섯 읽기를 앞두고 있었단 말이다. 얼마나 소설을 읽고 싶었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프로파일러 나오는 소설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 내가 이럴 때를 대비해 그런 소설쯤은 갖춰두는 그런 사람. 책장 앞으로 가서,


가만있자, 내가 프로파일러 나오는 소설을 사뒀을걸? 하고 책장 훑다가 그러취!! 바로 이거야!! 하고 꺼내들 수 있었던거다. 여러분, 책은 일단 사서 쌓아두면 언젠가 읽게 됩니다.. (아님)
















이미 단테 얘기를 한 뒤에 이 책을 올렸으니, 이 책 제목의 '지옥'이 단테의 지옥이라는 걸 다들 짐작할 수 있을 터.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전혀 짐작도 못했다. 이 지옥이 그 지옥인줄 몰랐어요.. 그런데.. 세상에, 여기에 단테의 신곡중 지옥편이 나오는 겁니다. 


클라라 라는 소녀가 유괴된 지 1년만에 발견된다. 이에 검사와 형사들이 함께 그녀를 유괴했던 범인을 찾고자 하는데, 일년만에 발견된 소녀의 등에는 문신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그 문신이 단테의 신곡중 한 장면이라는 걸 알게 되는거다.


"외상 후 증후군이 있습니다. 지금도 말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퇴원하기 전에 일주일가량 집중 언어치료를 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내일 새벽 클라라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보도될 겁니다. 하지만 언론으로부터 클라라를 보호해야 합니다. 사진 촬영도 금지하고, 인터뷰도 차단할 겁니다."

수사팀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 내부에도 보안 요원을 보강해야 합니다."

"이미 그렇게 했습니다." 하우저가 말했다.

"문신 내용은 뭐죠?"

하우저가 큰기침을 했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입니다."

멜라니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단테의 『신곡』은 여러 편의 서사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330년 이 서사시가 그림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나무에 유화를 그린 거죠. 그 이탈리아 출신 화가는 40세에 자살했습니다. 여덟 번째 시에서 그......" 하우저는 노트북을 보았다. "어둠과 증오와 영원한 저주의 세계인 지옥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클라라의 등에 있는 문신은 정확하게 이 모티프를 모방하고 있습니다."

낯설게 들렸다. 예술에 문외한일 것 같은 사람의 입에서 문화 역사적 세부 사항까지 줄줄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과제를 했을 뿐이다.

"여덟 번째 시라면, 이미 일곱 편이 있다는 말인데......" 멜라니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러다 생각이 걱정으로 바뀌었다. "총몇 편의 시가 있죠?"

"34편입니다." - P64



검사인 멜라니는 총 34편의 시가 있다는 얘기에, 클라라의 등 문신이 8편이라는 얘기에 당장 수사 범위를 넓힌다. 클라가가 발견된 곳으로부터 1.5km 를 수사하는 것이 형사 하우저의 지시였는데 그 범위를 3km 로 넓혔고, 분명 피해자가 더 있을거란 생각에 수사를 지시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연달아 소녀들의 시체가 발견되는 거다. 그녀들의 등은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되었어도 연관된 살인이 틀림없음이 밝혀지는거다.



여러분, 재밌쥬? ㅎㅎ


아니, 단테의 지옥.. 이 여기에 또 나오다니. 단테를 여기서 또 만나다니. 아아 지옥이란 무엇인가 신곡이란 무엇인가 단테란 무엇인가.. 11월에 단테의 신곡을 읽기로 한 일은 너무나 잘한 것 같다. 그런 한편,


신곡의 삽화들이 너무나 궁금해지는게 아닌가. 

저 열린책들의 삽화가를 보니 '귀스타브 도레'의 그림이던데, 그런데 마흔살에 자살했다고? 이 소설에서 그걸 거짓으로 말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싶어서 알라딘에 들어와 책 검색해 작가소개 보니 귀스타브 도레는 오십세이상 살았던데? 그렇다면 [지옥이 새겨진 소녀]에서 언급한 40세에 자살한 화가가 귀스타브 도레는 아닌것 같고. 윌리엄 블레이크도 그렸다는데 그도 마흔살에 사망하진 않았고, 보티첼리도 아니고,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작가 '안드레아스 그루버'는 [지옥이 새겨진 소녀]에 단테의 신곡을 그린 화가가 자살했다는 순전히 개뻥..을 집어넣은건가.. 그렇지 않을것 같은데, 그 화가가 누구인지 모르겠네. 


하여간 그래서 삽화 있는 신곡.. 을 사고 민음사 반품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아 아무리 삽화가 있어도 천페이지를 사서 들고다니며 읽을 수 없다. 나는 들고다니며 읽어야 해. 그렇다면 삽화 있는 책을 사서 열장씩 찢어가지고 다닐까... 아아 그것도 안돼. 내가 이런 고민을 하자 같이 읽기로 한 e 는 그냥 민음사 신곡도 가지고 열린책들 신곡도 가지라고 말했다. 


아..안돼..그건...과소비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소비는 금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삽화...... 아니야, 나 어차피 그림 잘 보지도 않아. 이게 안가지고 있으니까 그거 갖고 볼까 이러는거지 막상 있으면 보지도 않아. [코스모스]도 사진 잘 안봤어. 그러니까 민음사에 만족하자, 하다가 아니 그렇지만....



뭐 이러고 있다는 얘기다. 하여간 지옥 때문에 혼란스럽네.



단테 신곡, 여러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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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0-29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찢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0-29 11:37   좋아요 3 | URL
걍 마 확 찢어버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0-29 13:40   좋아요 3 | URL
삽화 있는 책을 굳이 사서는 찢다니...... o_o!!

삽화있는 책은 집에서 보시고 민음사는 들고 다니면서 보시면 되죠.
(어쨌든 하나 더 사시라는?)

다락방 2024-10-30 08:02   좋아요 1 | URL
결국 저는 한 권 더 사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4-10-29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삽화… 저도 갖고 싶네요. 힝 저는 열린책들로 2009년판 있는데ㅜㅜ <지옥>편 재밌어요. 이런 게 죄가 되나 싶은 것도 있고 가슴 아픈 사랑도 있고… ㅎㅎㅎ 맨 밑에 있는 이들은 다들 아는 사람들이고… 인간 역사에서 이름 날린 사람들 중 지옥에 있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ㅎㅎㅎ

다락방 2024-10-29 12:33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저도 얼른 읽고 싶네요! 신곡 읽고나면 ‘언제 한 번 신곡 읽어야겠어..‘란 생각은 그만해도 되겠지요. ㅎㅎ
저는 일단 삽화 없는 제가 산 민음사로 읽어야겠어요.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하하하하하.

2024-10-29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10-29 12:34   좋아요 1 | URL
오오 말씀 감사합니다.
삽화 보고 싶어 한 권 더 살까 싶기도 하고, 삽화 없이 제가 이미 준비한 책으로 읽고 싶기도 한데, 일단 준비한 책으로 읽어보다가 삽화 있는 거 사던가 해야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뽀대 소장용.. 책은 뭐니뭐니해도 뽀대죠!!

독서괭 2024-10-29 15: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삽화본은 잠자냥님에게 소장가치 있는지 확인해보신 뒤 있다고 하면 소장용으로 사고 민음사는 읽고 처분하는 데 한표요.
제가 가진 건 뭔지 찾아보니 한참 밑에 있네요. 열린책들에서 나온 절판된 구판입니다. 하지만 저는 새 책 살 생각은 1도 없고.. ㅋㅋㅋ
신곡 읽기는 운명인가 봅니다. 11월에 함께 읽어보어요! (사실 잊고 있다가 이 글 제목 보고 흠칫한 독서괭..)

햇살과함께 2024-10-29 17:19   좋아요 1 | URL
괭님이 열심히 부채질(?)한 것 같던데 잊으셨어요? ㅋㅋㅋ
저도 손들어요~

독서괭 2024-10-29 21:14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다락방 2024-10-30 08:16   좋아요 3 | URL
제가 민음사 고전은 거의 팔지 않고 가지고 있긴 합니다. 책장에 꽂아두면 뽀대가 좀 나가지고 ㅋㅋㅋ 민음사랑 문동 세계문학전집은 거의 구매하면 가지고 있어요. 하하. 안읽었든 읽었든.. 그러니 아마 단테 신곡도 읽고나면 팔지 않고 가지고 있을것 같긴 합니다. 문제는 그렇다면, 삽화가 있는걸 사느냐... 아니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 단테 신곡 읽기 곧 시작합니다!!

petrichor 2024-10-30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처음 댓글 남겨봅니다. 저도 신곡 구입할 때 여러 출판사를 두고 고민 했었거든요. 신곡은 주석이 없으면 읽기가 어려운데 민음사 시리즈는 각주가 아니라 미주였던걸로 기억해요. (미주는 아무래도 보기에 불편해서요) 저는 열린책들 3권짜리 구매했고 가볍고 좋았습니다. 사실, 열린책들 삽화본도 있고 서해문집에서 나온 한 권짜리도 가지고 있는데 두껍고 무거워서 한번씩 펼쳐보게 되더라구요. (물론 삽화가 있으면 좋긴합니다) 써놓고보니도움이 안되는 글이네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4-10-30 08:1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리뷰에서였나, 민음사는 미주라고 했던 걸 본 것 같아요. 미주는 넘나 불편한데.. 그래도 샀으니까 그냥 민음사로 열심히 읽보는 걸로 해야겠어요. 과소비 방지.. 삽화본은 읽다가 정 궁금해지면 사던가 해야겠어요. 물론 읽기 전부터 사고 싶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댓글 처음이신가요? 저는 왜이렇게 petrichor 님 닉네임이 익숙하죠?

유부만두 2024-10-30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길사에서 나온 33만원 짜리 도레 신곡 판화집이 훌륭합니다. 들고다니기엔 무리지만 (크고 5킬로 넘음) 훌륭해요. 훌…. 열린책들과 사이즈로 차이가 있어요. 검색하니 25만원(1킬로그램 버전)으로 새로 보급판 나왔네요.
역자는 민음사 판의 박상진 샘입니다.

다락방 2024-10-30 08:21   좋아요 0 | URL
방금 구경하고 왔어요. 와 그림은 멋있는데 ㅎㅎ 고려조차 할 수 없는 가격이네요. 재벌되면 그 때는 한 권 갖출 수 있겠어요. 하하.

petrichor 2024-10-30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처음인데 어디서 보셨을까요ㅎㅎ 민음사 버전도 궁금해요. 다락방님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땡쓰투 한 적 있는데 그때 보셨을지도)

다락방 2024-10-30 12:23   좋아요 1 | URL
저랑 북플 친구이셔서 아마도 글 쓰실 때마다 즐찾브리핑에 떴던 것 같아요! 익숙한 닉네임 입니다. 후훗.
단테 신곡은 읽으면서 수시로 감상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

은하수 2024-10-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뿜뿜하네요.
민음이냐 열책이냐 저도 고민을 했지만...
전 들고 다닐 일도 없고 삽화도 좋아하니 고민없이 열책으로 구매해도 되겠군요!^^
함께 하는 분들 계시니 힘이 납니다~~~~

다락방 2024-10-30 12:24   좋아요 1 | URL
같이 읽어보십시다, 은하수 님. 아직 구매전이시라면 망설임없이 삽화로 고고!! 저처럼 들고 다니며 읽으실 게 아니라면 삽화 있는 쪽이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요? 후훗. 우리 11월 12월 두 달에 걸쳐 단테 신곡 열심히 읽어봅시다. 빠샤!!

그레이스 2024-10-30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4-10-30 15:12   좋아요 1 | URL
ㅋㅋ 감사합니다!!

hnine 2024-10-3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읽어보려고요. 여러분과 함께.

다락방 2024-10-31 16:44   좋아요 0 | URL
오 예!! 웰컴 입니다!!

단발머리 2024-11-0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길사에서 나온 33만원짜리 도레 판화집 사고 싶어요. 미리보기 보고 왔고요 ㅋㅋㅋㅋ
신곡 리뷰, 페이퍼 너무 기대됩니다~~ 💕

다락방 2024-11-04 09:08   좋아요 1 | URL
한길사 도레 판화집... 이건 사고 싶지만 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세상에 가격 무슨 일이랍니까 정말!!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혹여라도 단발머리 님 구입하게 되신다면, 나중에 저 만날 때 들고 나와 좀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신곡 읽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