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별로 야하지도 않고, 별로 재미있지도 않고, 산만하다. 조연들만 생생하게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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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포스터에서 대체 뭘 말하려는지를 모르겠어요. 너무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킨달까요.

다락방 2010-06-26 18:50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할만한 영화가 아닐거라 생각은 했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이건 유머와 재미와 감동을 주기 위한 시도였던 것 같은데 모든게 뒤섞여서 산만해져 버렸어요. 마지막 신파는 빼는게 낫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왜 에로로 시작해서 유머로 가다가 신파로 끝을 맺었는지. 흐음. 잘 모르겠어요. 너무 길어요.

마노아 2010-06-26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느낌이랑 비슷해요. 에로틱해야 할 장면은 너무 노골적이고 직접적이어서 오히려 싱겁고, 마지막의 신파도 그렇거니와 '미담'을 추구하는 과정도 공감가지 않고요.

다락방 2010-06-26 22:29   좋아요 0 | URL
변학도의 연기가 좋았어요. 와, 그 사람 정말 그런 사람인것 같잖아요! 혀 짧은 변태. ㅎㅎ

비연 2010-06-2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안 보고 싶은 영화 중의 하나에요..;;;;

다락방 2010-06-26 22:29   좋아요 0 | URL
안 봐도 뭐 별 상관 없는 영화지요. ㅎㅎ

Arch 2010-06-2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좋았는데. 춘향전을 한번쯤 비틀어주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김대우 감독이 제대로 해낸 것 같았어요.

이런 말 하면 여자 마초 소리 듣겠지만 조여정 때깔은 요 몇년 동안 봐 온 여자 배우 중에서 제일이었다죠.

다락방 2010-06-27 01:03   좋아요 0 | URL
나도 춘향전을 비튼다는 건 좋았어요. 그리고 춘향전의 주인공은 사실 방자일 수 있었다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구요. 그런데 그걸 제대로 해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질 않더라구요. 와- 조여정 정말 예쁘죠? 저도 완전 예쁘다고 감탄했어요. 그런데 정말 '너무' 예뻐서 좀 덜 에로틱 했던것 같아요.

2010-06-27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7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7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0-06-27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보고와서 계속 "지는 목표가 뚜렷혀요!"라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주연보기 위해 그 영화 안 본다며...

다락방 2010-06-27 10:33   좋아요 0 | URL
변학도 정말 뿜었어요. 어찌나 많이 웃었는지. 그는 정말 혀가 짧은걸까요, 아니면 그렇게 연기한걸까요? 최고였어요, 최고!! 아, 변학도는 정말. 하하하하

Alicia 2010-06-2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급싸움,피튀기는 권력게임 이랄까. 사실 그거 감독이 말 안해줘도 사람들은 알고 있는데.
기분이 좀 우울해서 웃기는 거 보려고 갔었는데 영화가 더 우울했어요. 차라리 에로틱한 걸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거에요. 섬찟했어요. 역시 바보들만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감당도 못하면서 불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건가 싶어서.

다락방 2010-06-27 18:27   좋아요 0 | URL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어느것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어요. 자칫 지루해질수도 있는 영화를 살려준건 이도령네집 나이든 머슴과 변학도였죠. 그들이 영화를 지탱해준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6-2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다락방님이 이런 평가를 한거보면 예쁘게 야하지도 않는 영화인거야 쳇.

다락방 2010-06-28 13:22   좋아요 0 | URL
음, 생각해보니 휘모리님도 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실 것 같진 않은데요. 물론 영화든 뭐든 직접 보는게 가장 좋겠지만 말입니다. 저 이 영화 보고나서 좀 짜증나서(읭?) 에로틱기획페이퍼 같은걸 써볼까 뭐 생각하고 있었어요. ㅎㅎ
 

다시는 안 볼 것 같은 책들 몇권을 방출하겠습니다. 원하는 책을 두권이하로 선택해서 댓글 남겨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1,2권 혹은 상,하권으로 구성된 책은 한권으로 보겠습니다. 더 많은 분들께 드리기 위해서 두권으로 제한합니다.

제가 산 책도 있고 선물 받은 책도 있으며, 밑줄 그어졌거나 낙서가 되어있는 책들도 있습니다. 새책도 있고 헌책도 있습니다. 또한 읽고 재미있었던 책도 있고 재미 없었던 책도 있고 그저 그런 책도 있고 읽다 만 책도 있고 아예 읽을 생각도 없는 책들도 있습니다. 각 책에 대해서는 코멘트 하지 않겠습니다. 뒤져보면 책에 대해 제가 쓴 페이퍼나, TTB 리뷰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신청 댓글은 반드시 공개댓글로 남겨주세요. 다른분들 참고하실 수 있도록.  

시작합니다. 

 래드클리프 홀, [고독의 우물 1,2] 

 이 책은 Jude님께 드리겠습니다.

 

 

 에릭 번, [심리 게임] 

 이 책은 알리샤님께 드리겠습니다.

 

 

임레 케르테스, [운명] 

 이 책은 stella09님께 드리겠습니다.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이 책은 stella09님께 드리겠습니다.

 

 

안젤라 카터, [매직 토이숍] 

 이 책은 nabee님께 드리겠습니다.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이 책은 나무처럼님께 드리겠습니다.

 

 

안나 가발다,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제가 드리는 건 구판입니다. 

 이 책은 pjy3926 님께 드리겠습니다.

 

 

도리스 레싱,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 

 이 책은 토니님께 드리겠습니다.

 

 

비키 아처, [마이 프렌치 라이프] 

 이 책은 chika님께 드리겠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 

 이 책은 토니님께 드리겠습니다.

 

 

안드레아스 슐리터, [어? 내가 사랑에 빠졌나봐] 

 이 책은 pjy3926 님께 드리겠습니다.

 

 

박찬일,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이 책은 chika님께 드리겠습니다.

 

 

김형경,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1,2] -제가 드리는건 구판입니다. 

 이 책은 베리베리님께 드리겠습니다.

 

 

너새네이얼 웨스트, [미스 론리하트] 

 이 책은 푸른바다님께 드리겠습니다.

 

  

알랭 마방쿠,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이 책은 마노아님께 드리겠습니다.

 

 

이자벨 미니에르, [평범한 커플] 

 이 책은 꿈꾸는섬님께 드리겠습니다.

 

 

정은숙, [막걸리 기행] 

 이 책은 조선인님께 드리겠습니다.

 

 

송시열, 이인상外, [빈 방에 달빛들면] 

 이 책은 nabee님께 드리겠습니다.

 

 

이해경,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이 책은 꿈꾸는섬님께 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집니다. 그럼 이만. 

이 페이퍼는 즐겨찾는 서재에만 보입니다. 

 

-발송현황 

6월27일 일요일: 알리샤님, 말씀하신 대로 블라에 맡겼습니다

6월28일 월요일: 조선인님, 푸른바다님 등기발송 하였습니다. 

6월29일 화요일: Jude님, 택배발송 하였습니다. 

6월30일 수요일: chika님, 꿈꾸는섬님 택배발송 하였습니다.  나무처럼님, 등기발송 하였습니다. 

7월01일 목요일: stella09님, 토니님, 택배발송 하였습니다. 

7월02일 금요일: nabee님, pjy3926님, 베리베리님, 택배발송 하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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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0-06-2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저도 이페이지가 보여요^^ㅎㅎㅎ

다락방 2010-06-28 15:44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저를 즐겨찾겨하셨으니...칭찬 해달라는 뜻인가요? ㅎㅎ

자하(紫霞) 2010-06-2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기~혹시~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책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제가 받아도 될까요?
다른 분들은 다 읽으셨나봐요!

다락방 2010-06-28 22:04   좋아요 0 | URL
드릴게요 드릴게요.주소 3 종셋트 남겨주세요. 본문수정은 내일할게요. 이거 지금 아이팟이라 본문수정 빡세거든요. 잘자요 ,베리베리님.

2010-06-29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0-06-2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종세트와 3종세트의 이 어감 차이라니... 삼종세트 너무 웃겨요. 아하하핳;

다락방 2010-06-29 10:0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제가 오늘 출근하면서 버스안에서 생각해 봤는데요, 건조기후님 아무래도 저를 좀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클났어. ㅋㅋㅋㅋㅋ

자하(紫霞) 2010-06-29 12:58   좋아요 0 | URL
건조기후님은 남자일까?
갑자기 드는 생각...
서재 놀러가봐야지ㅋㅋ

다락방 2010-06-29 13:12   좋아요 0 | URL
여자사람인지 남자사람인지 나는 알지요~ ㅎㅎㅎㅎㅎ

건조기후 2010-06-30 13:23   좋아요 0 | URL
아니 아침부터 제 생각을 다 하시구... 아하하하하
근데 왜 클나요? 나 좋아하지마 다쳐. 이런 거에요? ㅋㅋ

다락방 2010-06-30 13:35   좋아요 0 | URL
아니, 뭐. 좋아하면..정신 사납잖아요. 막 일에 집중도 안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래 ㅎㅎ)

... 2010-06-2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 1일날 대박지를 책 목록 공개바람!

다락방 2010-06-29 08:29   좋아요 0 | URL
저 [굿바이 쇼핑]도 살거구요, [은교]도 살거구요, [안나 까레니나]도 살건데 이건 살짝 보류중이긴 해요(이거 안껴도 이미 십만원을 넘겨서 ㅠㅠ), 그리고 브론테님, 혹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새엄마 찬양]이란 소설 아세요? 이거 지지난주인가 경향신문에서 신간 소개로 본건데 완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넣어놨어요. ㅎㅎ 수키시리즈 5권도 나와서 사야 되고 말입니다. 히히 (아~ 1일이여 오라~)

pjy 2010-07-01 18:21   좋아요 0 | URL
수키시리즈는 언제 또 나온거래요?? 그새를 못참고 장바구니 무거워집니다..하필이면 오늘이 또! 1일인거죠~ 신한카드있어요^^

2010-06-29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6-29 13:14   좋아요 0 | URL
이름 멋져요!

조선인 2010-06-2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지금 받았어요.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0-06-29 13:37   좋아요 0 | URL
아, 조선인님. 책 받고 놀라지는 않으셨는지요! 네, 즐겁게 읽으세요!
:)

토니 2010-07-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친절하게 친필 쪽지까지.. (참, 예쁜 글씨체를 가지셨네요!) 감동 그 자체입니다.

다락방 2010-07-02 14:04   좋아요 0 | URL
즐거운 책읽기 하세요, 토니님!
:)

자하(紫霞) 2010-07-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받았습니다~ 감사해요!
손글씨쪽지까지~
주소랑 쪽지랑 상자에 넣어놨어요.쿄쿄~~

다락방 2010-07-04 00:45   좋아요 0 | URL
뭐, 대단한 손글씨도 아닌데 말입니다 ㅋㅋ

pjy 2010-07-10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진즉 받아놓고 정신줄을 놓았나봅니다..두권 모두 비는 살짝 맞았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답니다^^

다락방 2010-07-11 19:48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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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것을 싫어한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가 약속시간에 늦었기 때문에 나는 그 남자에게 더이상 만나지 말자는 말을 할 정도로 시간을 지키지 않는것에 예민하다. 이건 내가 늦을때 더하다. 내가 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됐을때는 상대가 지키지 못할때보다 스트레스가 배로 쌓인다. 어제의 내가 그랬다. 여섯시 퇴근을 당연히 생각하고 약속시간을 일곱시로 잡았던 거였는데, 어제 사무실에서 여섯시 오십분에 나가야 했다. 종로까지 일곱시에 도착할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늦을거라 연락을 해두었는데, 그는 괜찮으니 천천히 오라고 한다. 일곱시반에 약속장소에 도착했는데, 일곱시부터 일곱시반 사이의 나는 신경질로 가득 차있어서 만약 그때 누군가가 나를 툭, 하고 건드렸다면 신경질이 우두두두 떨어졌을 거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나는 도착했는데 너는 어디있니 보이지 않는다, 고 하자 그는 나에게 쌈지길 **약국(기억이 안나....)으로 오라고 한다. 아 어쩔. 

"나 쌈지길도 모르고 ** 약국도 몰라요. 그거 말고 다른거 뭐 없어요?" 

라고 하자 그는 웃더니 

"거기 있어요, 그럼. 내가 갈게요." 라고 말했다. 삼십분간 차곡차곡 쌓여져 있던 신경질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식당으로 들어가서 동동주와 파전을 주문하고 그는 내게 나를 기다리는 동안 샀다며 선물이요, 하고는 부채를 내밀었다. 포장을 뜯고 부채를 본 순간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하고 미안해했고 예쁜 부채를 보고 고맙다고 했다. 늦었는데도 화를 내기는 커녕 웃으면서 기다리는동안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하는 남자라니. 나는 그러니까 언제나 제대로 된 놈들만 사랑했었구나. 

 

-그는 나의 '몇년전의' 남자다. 우리는 그러니까 한 2년만에 만나는 것 같다.  

 

-서로 잘 지냈냐는 등의 안부를 건네고 너는 늙었구나 너도 만만치 않게 늙었어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깔깔 웃었다. 웃으면서 나는 유쾌하다고 했고, 만나지 말걸 그랬나 하는 말도 했다. 이렇게 즐겁게 웃고 떠들면 어떡해, 당신은 갈 사람인데, 라고도 얘기했다. 그는 다음달에 이민을 간다. 

 

-우리는 '최고의 찬사'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자신이 이성에게 받은 최고의 찬사는 '당신의 몸이 좋아요'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완전 뿜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는 "그건 당신이 생각하는 에로스적인게 아니에요. 실루엣을 얘기한거라구요." 란다. 아 증말. 내가 언제 에로스적인걸 생각했다고! 하고 버럭하자 그는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한다. 아, 미치겠다. 아닌게 아니었다. (이건 뭐라는거지.)그는 내게도 물었다. 당신이 이성으로부터 들은 최고의 찬사는 뭐에요?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다. 아, 인생 헛산건가. 어쩌면 이렇게 이성으로부터 받은 찬사가 하나도 떠오르질 않는거야. 나, 찬사를 들어보지도 못한채로 살아왔던건가. 나는 모르겠다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이성에게 해준 최고의 찬사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이성에게 했던 최고의 찬사를 이렇게 얘기했다. 

"너가 너무 빛나서 니 주변까지 빛나!." 

상대는 그 찬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자기딴에는 이성에게 해준 최고의 찬사라고 했다. 그리고는 이내 당신은요? 하고 내게 묻는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추리닝 입은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라고. 나 역시 상대는 그 말을 그냥 흘려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거기에 내 진심이 다 들어가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데 그가 나에게 그랬다. 

"당신 얼굴 빨개졌어요." 

하하하하. 아 나 병신인가. 촌년병인가. 왜 이런 말에 얼굴이 빨개지는거야. 아 증말 ㅠㅠ 얼굴 빨개질 말이 대체 뭐냐고. ㅠㅠ

 

-무슨 얘기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얘기를 하다 말고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정말 괜찮은 여자 같아요. 기특해." 

그러자 그는 

"맞아요, 정말 그래요." 

라더니 내 머리를 같이 쓰다듬는다. 건방지게..

 

-나는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사실은 너의 연락이 너무 뜬금없어서 보험을 들라고 한다든가, 차를 사라고 한다든가, 혹은 피라미드에 들어간건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세상에 나를 그런 사람으로 봤냐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니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기 보다는, 세상은 원래 그런거니까...라고 하자. 그는 CMA 통장이나 하나 만들어요, 한다. 그는 증권회사에 근무한다. 나는 진정 뿜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밤이 깊었고, 식당안에는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일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집에 갈 준비를 했는데 그는 내게 아무도 없으니 도망가자고 했다. 하하. 나는 웃으며 진심이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일단 빨리 먼저 나가라고, 자기도 곧 뒤따라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들키면? 그러면 돈 내죠 뭐. 란다. 나는 이런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렇게 진지하게 술값을 내지말고 도망가자고 하니까 또 어쩐지 그래야겠다 싶어서 콩닥콩닥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식당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가시는거에요?" 라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으이크. 나는 놀라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계산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너무나 대담하게 네, 안녕히 계세요, 하는거다. 그러더니 돈도 내지 않고 나를 데리고 나간다. 계산..이라고 얼버무리는 내게 그는 계산은 이미 했다고 했다.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아, 그럼 지금 나 가지고 논거냐고, 돈 다 내놓고 도망가자 그런거냐고, 그런데 나는 거기다 대고 동조하고 도망갈라고 한거냐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아 놔..진짜..orz 

 

-그는 걷는 내내 손을 잡는 남자고, 잡은 손이 따뜻한 남자며, 내가 손을 놓으려고 하면 이내 다시 힘을 주어 꽉 하고 손을 잡는 남자다. 가까이 걷는 내내 내가 이 남자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하는 남자다. 같이 걸을때는 같이 걷는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만큼, 딱 그만큼이 마음의 거리가 아닐까. 

 

-지하철을 기다리며 그는 내게 안아달라고 했고 나는 그래서 알았다고 하며 그를 안아줬다. 그는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아주 나를 꼭 끌어 안았고 나는 나를 안은 그의 등을 톡톡 두들겨 주며 잘가요, 라고 했다. 이제는 다시는 그를 볼 일이 없을테니까. 

 

-오늘 아침 출근길에 듣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은 그래서 쥐약이었다. 이런 노래는 오늘 듣지 말아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출근길 내내 그 노래만 반복해 들었다. 사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기분인데, 이 노래까지 듣고 있노라니 자꾸만 울컥해질라고 한다. 그래서 다 큰 여자는 울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래가 생각났다. 그 노래를 들어야 오늘 하루를 무사히 잘 넘겨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찾아 들었다. 

 

 

 

 

 다 큰 여자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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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0-06-2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구남친님이나 다락방님이나 두분 다 너무 멋지시네요. 다신 안 본단 말은 마세요. 인생은 모르는 거잖아요

다락방 2010-06-26 16:10   좋아요 0 | URL
사실 먼 나라로 이민을 가니까 앞으로 볼 확률이 거의 없어진 건 맞죠. 그러나 LAYLA 님 말씀처럼 미래는 예측불허, 나는 그 나라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그는 이민을 갔어도 몇년에 한번쯤은 여기로 올 수도 있겠죠. 뭐, 아니면 제가 그나라 사람과 결혼해서 그 사람 옆집으로 이사갈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네, 모르는 거니까요.
:)

2010-06-26 0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6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7 0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6 0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6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icia 2010-06-2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약국 어딘지 알것 같아요. 그 골목을 같이 걷고
생일날 그곳에서 약을 사준 사람이 있었어요. 이제 다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좋으셨겠어요:-)
그리고 다락방님은 멋쟁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어쩐지. 좋은 사람은, 그리고 좋은 사람으로 남기는 것은
대부분 자기 몫인 것 같아요. 아주 드물게 운이 없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만.

다락방 2010-06-26 22:3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를 만나고 나서 음, 나 좀 잘 살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느낌이 들게 하는 친구라니, 그 친구도 멋진거죠. 제게 멋진 남자였어요, 근사한 남자.
:)

2010-06-26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6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0-06-2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다 좋은 분들 같아요.
전 헤어지면 다시는 안 보는데...흑흑

다락방 2010-06-27 10:35   좋아요 0 | URL
전 헤어지고 나서 다시 보는 것 까지는 참 괜찮은 행위(?)라고 생각하는데, 몇년만에 다시 만나서 섹스를 하는건 좀 찌질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입니다. 생각이 났다거나 우연한 기회라거나 해서 몇년전의 커플이 다시 만났다면, 음, 섹스는 하지 않고 헤어지는 쪽이 아무리 생각해도 더 나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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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팔불출인 것이다

(네꼬님의 '팔불출 이벤트' 참여글입니다.) 

나는 예쁘다.  (아 첫줄만 쓰고도 너무 웃겨 ㅠㅠ)

1. 스물 네살때의 일이다. 당시 온라인 까페가 막 퍼지기 시작했을 무렵, 나도 한 까페에 가입이 되어 있었다. 그 중에 한 녀석과는 특히 친했는데, 이 녀석은 나와의 온라인 대화를 무척 즐겼다. 나중에 이녀석은 가끔 전화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러다가 우리는 만나는 경지에도 이르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만났는데, 그 녀석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난..대화를 하면서 누나의 말투나 성격 때문에 누나가 완전 레슬링 선수 같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외모쯤은 무시하고 누나를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누나의 사상을 사랑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예쁘다니. 누나 너무 예뻐." 

라고. 당시에 법대에 재학중이었던 녀석은 내게  

"내가 사법고시에 패쓰하고 판사가 되면 나랑 결혼해줄거야?" 

라고도 물었었다. 또 단둘만 남게 됐을때는 

"누나가 너무 예뻐서 키스 하고 싶은데 그러면 뺨을 맞을 것 같아." 라고 했다. 하아- 뺨 안때릴건데.. 그렇지만 나는 그렇다고 말하진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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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물 다섯살 때의 일이다. 아주 잘생기고 매너가 좋은 청년을 알고 있었다. 이 청년은 근무하는 빌딩에서 영화배우로 불릴만큼 잘 생겼었다. 그가 너무 괜찮은 인간이라 친구들을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이 청년은 부르면 어디든 나왔다. 그런데 어느 하루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나에게  

"락방씨는 코가 예뻐요. 손도 예뻐요. 정말 예뻐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당황시키기를 수차례, 결국 그는 내게 사귀자고 했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사귀었다. 그러다가 나의 외도로(응?) 그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내가 외도하고 내가 이별 통보를..), 그는 아픈 날들을 보내며 내게 돌아오라고 했다. 그는 내가 돌아올때까지 3년이고 30년이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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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른 두살때의 일이다. 남자를 소개 받게됐다. 그는 나를 만난 바로 그날, 이렇게 예쁜 여자가 나올줄은 몰랐다며 우리 연애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 음식점을 예약하고, 영화표를 예매하고,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언제나 계산까지 끝마치는 남자였다. 영화를 보면서는 영화보다 내 얼굴을 더 많이 봤고, 마주 앉아서는 웃는것도 예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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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이사이의 연애는 '예쁘다'는 말로 시작된 연애가 아니었고, 끝날때까지 예쁘다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ㅎㅎ 이 사이사이의 연애에는 예쁘다는 말 대신 온갖 잡스런 사탕발림으로 가득했다. 몇개 쓰려다가 관둔다. 잡스러워. 

-이 글은 재미있는 글일까, 결국은 우울한 글일까? 

-나는 코끼리인걸까, 미녀인걸까?   

-이 페이퍼는 어쩐지 테러당할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쁜 얼굴 인증샷을 요구하신다면, 콱, 죽어버리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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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 2010-06-2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 멈추질 않군요. 저도 70 언저리에 추천을 했는데, 다시와서 보니... 80이 되었네요. ^__^

레와 2010-06-2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아자~ 100개 채워 봅시다!! (응?)ㅋㅋㅋㅋ

다락방 2010-06-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댓댓글도 안달았는데 댓글 페이지 넘어갔어요. 어쩌면 좋아. ㅎㅎ

sweetrain 2010-06-2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예뻐요. ㅋㅋㅋ
거울을 볼 때마다 난 대체 왜 이렇게 예쁜걸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ㅋㅋㅋ
물론 세상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지만. ㅋㅋㅋ
(...실제로 절 보신분들이 돌 날리시겠지만. ㅋㅋㅋ)

Kitty 2010-06-2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락방님 얼렁 날짜잡읍시다! 예쁜 여자랑 술마시는거 좋아하는 1인 ㅋㅋ 응(?)

다락방 2010-06-23 17:44   좋아요 0 | URL
만난 다음에 즐찾 뺄라구요? ㅠㅠ

무스탕 2010-06-2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바요. 댓글보다 추천수가 더 많어. 이거 어쩔꺼야용? 응?응?응? ㅎㅎㅎ

프레이야 2010-06-2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락방님 벤트 당첨 축하해요.ㅎㅎ
추천수에 깜놀하는 중이에요.

다락방 2010-06-24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워요. 추천 12개만 있으면 100개인데 말입니다. ㅎㅎ

마녀고양이 2010-06-24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100개 채워봐야징... 깜박하고 추천 안 한 마녀고양이 이제 추천합니다!
아자....... 추천 100개로!!!

다락방 2010-06-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추천 6개 남았어요. 그러면 100개! ㅎㅎ

마녀고양이 2010-06-24 13:07   좋아요 0 | URL
오, 지금 두개 남았어요. 추천 98.
대단하신 다락방님이셔염... 오홋, 반짝반짝 (존경 눈초리..)

... 2010-06-2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즐찾수가 100명은 훠~~얼씬 넘을 텐데, 추천수가 100개가 아직 안 된다는 사실이 살짝 이해 안감... ㅎㅎ

땡땡 2010-06-24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 추천 100 달성! =3=3=3

다락방 2010-06-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2!! ㅎㅎ

이건 뭐 팡파레라도 울려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알라딘은 폭죽을 터뜨려라, 터뜨려라!!

아시마 2010-06-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3번째 추천 저예요. ^^

다락방 2010-06-24 18:00   좋아요 0 | URL
오, 아시마님! 안그래도 며칠전 아주 오랜만에 올리신 리뷰며 페이퍼 읽었는데 말입니다. 반가워요. 거기 계셔서 자주 오기는 좀 힘드신가요?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 거기로 가시기 전 처럼만 와주셔도 참 좋을텐데 말이죠. :)

2010-06-25 0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5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추천러쉬!

자하(紫霞) 2010-06-27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다락방님 서재 처음 와봤는데
손은 벌써 추천누르고
즐찾을 향해 가고 있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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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에겐 열일곱명의 아들들이 있었다. 각자 다른 곳에 살고 있고, 각자 생김새가 다르며, 각자 나이도 다르고, 각자 어머니도 달랐다. 이 부분을 읽는데 슬픔이 밀려왔다. 나는 그러니까, 그런 기분 이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의 열 여덟번째 여자가 되고 싶었지만,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간신히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여자가 된 기분. 열 여덟번째 아들을 낳고 싶었지만 택도 없을거라는,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어 돌덩이처럼 내려 앉는 기분. 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아마란따는 끈질기게 프로포즈하는 남자를 거절했다. 그 남자는 자살했다. 그 뒤로 매일 집에 들러 구애하는 남자도 거절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서 늙어가도 여전히 그녀의 집에 들락거린다. 조카와는 애무놀이를 즐긴다. 조카는 고모를 욕망하고 고모와 결혼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아마란따는 이제 젖가슴이 처지고 늙어가는데도 여전히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다. 남자를 죽음에 이르게도 하면서, 조카를 욕망하게 하면서, 그녀는 처녀로 늙어가고 있다. 나는 그러니까, 그런 기분이었다. 

아마란따가 된 기분. 나때문에 죽을정도로 괴로워하는 남자도 없지만, 이 남자 저 남자를 떠돌면서 결국은 쓸쓸히 혼자 늙어가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슬펐다. 이 책을 읽는데 나는 이 책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가 이 책 속에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이 되었다가, 그렇게 녹진녹진하게, 그렇게 푹 젖어서, 그렇게 물에 젖은 휴지처럼 내 방구석에 들러붙어 있었다. 그렇게 일요일을 맞이했다.

도무지 회복되지 않는 기분을 가지고 일요일 오전, 스팸을 사러 갔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는 육덕진 음식을 먹어야겠어, 안그러면 나 죽어. 그리고 밥을 많이 먹을거야, 라고 말했다. 남동생은 왜그래, 늘 많이 먹었으면서. 라고 얘기했다.  

점심에는 처형하고 놀겠다며 찾아온 제부와 탕수육을 먹었다. 간짜장의 양파만 집어 먹고 있었더니 남동생은 탕수육 많이 먹어, 육덕지게 먹겠다며, 한다. 나는 꾸역꾸역 탕수육을 씹었다. 

저녁에는 제부랑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순대국을 먹으러 외출했다. 뜨끈하고 매콤한 순대국을 배터지게 먹고 여동생의 손을 잡고 걸었다. 이렇게 모든 육덕진 음식들을 먹었는데도 나는 여전히 웃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걷다가 여동생에게 머리를 기댔다. 여동생은 나를 안아줬다. 그리고 말했다. 

"왜 순대국 한그릇을 다 비우고도 힘이 없어?" 

그러게. 나 분명 다 먹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육덕진 음식들을 다 해치우고서도 살 빠진 것 같은 기분. 살이 빠질리 없는데 어쩐지 쪼옥 하고 살이 빠져 버린 그런 기분.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할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러나 이를 악 물어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되는 그런 기분. 

그래서 오늘 아침에 오자마자 나는 일과 결혼하겠다고 다짐했다. 일하고 결혼해야지. 일은 내게 상처를 주지 않을거야. 일을 하면 돈이 들어오니까. 돈이 들어오면 또 육덕진 음식들을 먹을 수 있으니까. 일과 결혼하면 나는 젖은 휴지처럼 던져지지도 않을거야. 

가슴속에 담은 많은 사연들을 누구에게 토로할까, 누구에게 말하면 위로 받을 수 있을까, 이 친구에게 말해볼까, 저 친구에게 말해볼까, 애매하게 여기에 조금 저기에 조금 말하고 났는데 그 숱한 대화들 속에 한 친구가 포춘 쿠키 점괘 싸이트를 링크해준다.  

 

http://brdc.co.kr/cherry/momo/cookie/cookie.html 

 

오, 나는 왜 친구들에게 말하려고 했던가. 이백개의 메신저 쪽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단 하나의 포춘 쿠키! 나는 이 점괘로 큰 만족을 얻었으며 꽤 훌륭한 결론까지 얻어냈다. 우울했던 내 기분은 사라졌고, 나는 앞으로 이 말대로 살리라 결심했다. 일과 결혼하겠다고 바꿨던 메신저 대화명은, 이 포춘 쿠키의 점괘로 금세 바뀌어 버렸다.  내가 잠깐 미쳤었나보다. 누군가의 충고가 떠올랐다. 일과 결혼하면 섹스도 키스도 없을거라는. 나는 섹스와 키스따위는 여태 포기하고 살았던 것 처럼 포기하고 살려고 했었다. 그런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짜 잠깐 돌았었나보다. 일하고 결혼을 왜 한담. 흥!

친구는 이 포춘 쿠키의 점괘가 꽤 잘 맞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만 들었을때는 시큰둥 했다가 내 점괘를 보고 절대 신뢰 하기로 했다.  

 

일하고 결혼 하지 않을거다. 그리고 삼겹살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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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6-2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겹살하니까 생각나는데요..
사당동에는 갈매살과 더불어 꼼장어를 제법 기기막히게 하는 집이 있다지요.

다락방 2010-06-21 18:56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저는, 꼼장어는 별로지 말입니다. ㅎㅎ

그런데 사당동에 있다고 말씀하시는 저의는...저에게 사주기 위함이십니까? 콜입니다. ㅎㅎ
고기사주는 남자는 고기 안사주는 남자보다 훠얼씬 멋져요! 히히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9:17   좋아요 0 | URL
갈매살은 다락방님 주시고 제게 꼼장어를 주세요!

다락방 2010-06-22 12:59   좋아요 0 | URL
(어쩐지 덩실덩실 춤을춘다 ㅎㅎ)

Mephistopheles 2010-06-22 15:36   좋아요 0 | URL
그럼 모입시다. (날짜는 안정했다지요.)

다락방 2010-06-23 09:19   좋아요 0 | URL
고기 사주세요, 메피스토님!

Mephistopheles 2010-06-23 16:22   좋아요 0 | URL
저기..얼마나 드시는지 미리 예산 좀 잡아보게...

다락방 2010-06-23 16:29   좋아요 0 | URL
저 별로 많이 안먹어요, 메피스토님 ㅎㅎ ( '')

무해한모리군 2010-06-28 10:17   좋아요 0 | URL
저는 예산에 맞춰서 먹을게요 ㅎㅎㅎ

Kitty 2010-06-2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하고 삼겹살 먹으면 정말 눈치보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야말로 오리지널 육식동물이랍니다!

다락방 2010-06-21 18:57   좋아요 0 | URL
삼겹살 먹는데 대체 눈치를 왜 봅니까! 눈치 주는 놈들 데꾸와요. 며칠전에 친구가 무릎 안좋냐고 물어보던데, 무릎 좋은것도 보여줄 겸, 눈치 주는 놈들 턱을 제 무릎으로 부셔버리겠습니다!

오리지널 육식동물, 제대로 된 육식처녀, 아 완소죠! ♡

여자는 소!주!

머큐리 2010-06-2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린 보람이 있는 락방님 페이퍼~~ ㅎㅎ
포춘 쿠키~ 일단 믿자!! 으흐~~

다락방 2010-06-22 08:34   좋아요 0 | URL
오, 머큐리님! 제 피이퍼를 기다리셨나요? 흑흑 ㅠㅠ 감동이에요 ㅠㅠ
머큐리님을 위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포춘 쿠키 해보셨어요? 좋은 말이 나오든가요? 좋은 말이 나왔다면, 그때 믿으세요!

마노아 2010-06-2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참 잘했어요. 도장 쾅쾅!!

다락방 2010-06-22 08:34   좋아요 0 | URL
제 단순함은 기대 이상이죠. 후훗 :)

2010-06-2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2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6-2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겹살 먹는 법좀 갈켜주세요,,ㅠㅠ

다락방 2010-06-22 12:54   좋아요 0 | URL
삼겹살을 못드시나요, nabee님?

아 저는 세상에서 돼지 못먹는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던데요. 복숭아 못먹는 사람들하고 ㅠㅠ

jongheuk 2010-06-21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좀처럼 책 추천 안하시는 저희 어머니가 읽어보라고 직접 사주신 책이예요.

삼겹살만큼 맛있는 키스를 조만간 하셨으면 +_+

다락방 2010-06-22 12:55   좋아요 0 | URL
오, 그래서 종혁씨도 읽었어요? 재밌죠? 전 이제 2권 집어 들었어요. 요즘은 음악 듣느라 책을 잘 안읽고 있지만 이 책 무척 재미있어요.

그런데 맛있는 키스라니요! 아, 너무 야한 댓글이에요! ㅎㅎ

jongheuk 2010-06-23 00:2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댓글달고 나중에 이거 너무 강도가 센가 하고 고민했어요 ㅎ

그래도 다락방님은 능히 받아주실 것 같다고 생각했죠 +_+
자꾸 상상하면 안됨. ㅋ

다락방 2010-06-23 08:2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이거 너무 센가 하고 고민했다니! ㅎㅎ

맛있는 키스가 뭐에요? 네? 아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맛있는 키스가 뭔지 ㅎㅎ
(자꾸 상상하고 있음 ㅎㅎ)

이매지 2010-06-2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순댓국이 먹고파요. 꼬르륵.
같이 고기 먹어요!

다락방 2010-06-22 12:55   좋아요 0 | URL
좋아요. 여자는 고기죠. 고기와 소주. 고기와 소주만이 참된 여자를 만들어요. 불끈!

2010-06-22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2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2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 점괘는 뭔가 위험한 내용이예요 ㅎㅎ

다락방 2010-06-22 12:57   좋아요 0 | URL
아, 그 위험한 내용은 뭔가요.
감히 추측컨대, 음, 오이지보다는 열무김치가 더 훌륭할것이다~ 뭐 이런걸까요? ㅎㅎ

치니 2010-06-2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하루 지났으니 제가 말씀드리는데요, 전 '일과 결혼하겠다'고 말한 사람 중에 그 말이 진짜 지켜지는 사람이 있다믄 인간 취급도 안하고 친해지기 싫었을 거구, 다락방님은 하루 안에 '내가 미쳤지 왜 그랬을까'라고 할 줄 알았어요. 음하하하.

다락방 2010-06-22 12: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저 까딱했다가는 인간 취급 당하지 못하는 여자사람이 됐었겠네요. ㅎㅎ
저는 심지어 일과 결혼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에도 메신저 대화명 바꾸랴, 친구들에게 결심을 이야기하랴, 일은 안하고 있었어요. ㅎㅎㅎㅎㅎ

nada 2010-06-2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락방님은 글을 왤케 귀엽게 써요? 왜! 왜!
일과 결혼하기엔, 락방님이 넘 아까워요.

다락방 2010-06-22 12:58   좋아요 0 | URL
사실은, 몹시 슬픈 이야기인데요, 일이 저를 버렸어요. 흑.
너따위 일꾼은 필요 없다고 결혼할 수 없다고 말이죠.
제가 아마도...일과 결혼하면서 마음속에 남자들을 품고 있어서..그걸 들킨것 같아요. 하아-


다락방 2010-06-2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00, 총 78213 방문

히융~

100명이나 오늘 왔다갔다 ㅎㅎ 100명이래 ㅎㅎ

레와 2010-06-2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현재 110명, 레와 다녀감! ㅎ

오늘 점심은 삼계탕 먹었어요. 탕 나오기전에 인삼주를 2잔이나 마셨더니
헤롱헤롱 한것이 기분이 좋지 않겠어요~ 음하하하하~

나 지금 술 취한거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_@

다락방 2010-06-23 08:28   좋아요 0 | URL
어떻게, 술은 좀 깨셨수, 레와님? ㅎㅎ

아 난 졸려죽겠다요 ㅠㅠ 그런데 오늘 방자전 예매해뒀음. 야한지 안야한지 두고 볼거임 ㅎㅎ

sweetrain 2010-06-2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겹살 먹고 싶어요. ㅡ.ㅜ
저도 정말 오리지날 육식주의자에요...
닭 한마리 쯤은 앉은자리에서 혼자 다 먹는걸요.;;;

다락방 2010-06-23 08:27   좋아요 0 | URL
저 월요일에는 친구랑 삼겹살 먹고
어제는 집에가서 엄마한테 삼겹살 구워달라고 해서 먹었어요.

아웅 삼겹살은 월요일에 먹고 화요일에 먹어도 넘흐 맛있어요. ㅎㅎ

건조기후 2010-06-2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었었거든요. 이름 길이 따위 별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근데 어쩜 이렇게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걸까요? 정말 신기해요. 제 머릿돌 진짜 제대론가봐요.;;;
음 결혼도 별 생각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과 결혼할 생각은 저 역시 추호도눈꼽발톱때만큼도...ㅎㅎ

다락방 2010-06-23 08:27   좋아요 0 | URL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 어벙한 짓을 저지를 때가 있잖아요. 제가 일하고 결혼하겠다고 말한것도 지독한 슬픔이 누른 나머지 살짝 돌았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ㅎㅎㅎㅎㅎ

저도 마찬가지에요. 책 읽어놓고 기억 안나는게 대부분이죠. 늙어가면서 더 심해지는 것 같지 뭐에요. 엉엉 ㅠㅠ

... 2010-06-22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현재 122명, 브론테 다녀감.
포츈쿠키는 트래픽초과라고 나오지도 않음 ㅠㅠ

다락방 2010-06-23 08:24   좋아요 0 | URL
ㅎㅎ 오늘 다시해보세요 포츈쿠키. 저는 포츈쿠키의 노예가 될 순 없다는 굳건한 의지로 아주 힘이들때만 해보려구요. 이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