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어느분의 서재 댓글을 읽었는데 그 분의 댓글이 나의 마음과 같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내 소신껏 투표를 할 마음을 먹고 있지만, 그러나 내가 찍는 후보가 당선될 확률은 없다. 오히려 내가 소신껏 투표를 하게 되면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당선되지 않기를 바라는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럴때 나는 어떡해야 할까? 소신껏 찍어야 할까, 싫어하는 후보에게 나라를 맡기지 않기위해 내 뜻을 꺽어야 할까? 소신을 굽혔는데도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그땐 또 어떡하나? 오늘 그분의 댓글을 보고서야 이런 고민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런때에 집어든 커트 보네거트라니, 정말로 적절하다. 아직 다 읽지 못했는데도, 아 무척 마음에 든다. 그간 읽었던 커트 보네거트의 다른 소설 두권, 『나라 없는 사람』과 『마더 나이트』보다는 뭐랄까, 모든 문장들이 또렷하게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는 편인데, 그래도 물론, 여느 정치인들보다야 훨씬 나은 말을 하는 것은 틀림없다. 

 

 

자, 엘리엇 로즈워터는 엄청난 부자다. 

   
 

에이번데일의 말쑥한 사람들 중에서 엘리엇은 단연 입헌군주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로즈워터 기업의 고용인이었고, 그들이 관리하는 자산은 로즈워터 재단 소유였다. 엘리엇은 그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분명 왕이었고, 에이번데일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엘리엇 왕과 실비아 왕비가 로즈워터 저택에 거처를 정하자 에이번데일에서 공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초대, 방문, 아첨, 편지와 전화 같은 것이었다. 모두가 굽실거렸다. 엘리엇은 실비아에게 부유한 방문객이 찾아오면 얄팍하고 무성의하게 맞으라고 했다. 에이번데일의 여자들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저택을 떠났고, 엘리엇은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p.61) 

 
   

에이번데일의 부유한 사람들은 로즈워터 즉 엘리엇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이유는 당연히 엘리엇이 자신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여겼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들의 그 무시함을 배우고 싶어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왕과 왕비는 로즈워터 군 내셔널은행의 지하 금고에서 금은보석을 꺼내어 얼간이, 괴짜, 굶주린 사람, 실업자에게 풍성한 연회를 베풀어주기 시작했다. 

왕과 왕비는 어느 누구의 기준으로 보나 죽는 게 나을 듯 싶은 사람들의 일그러진 두려움과 꿈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에게 사랑과 약간의 돈을 나눠주었다. (p.62)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를 보면, 오갈데 없는 한 소년을 훌륭한 미식축구 선수가 되도록 뒷바라지 해준, 그 소년을 가족같이 받아들여준 여성과 그녀의 가족이 나온다. 그녀는 불쌍한 사람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마음을 그대로 실행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가지고 있었다. 

불쌍한 사람을 돕는 일, 가난한 자들에게 가진 걸 조금 나누어 주는 일. 물론, 이것들이 좋은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우리 누구도 부자들에게 누군가를 도우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좋은일도 '강요'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가진자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자들이, 가지지 못한자들을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이 가진 것 -그것이 돈이든 건강이든-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나는 자신이 가진것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람, 자신이 가진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표를 줄 수 있을까? 없는자들의 두려움과 꿈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표를 줄 수 있을까? 

 

비가 오지만, 여름이라서 여름옷을 입고 출근했다가 퇴근하는길에 얼어 죽을 뻔;; 했다. 팔다리에 소름이 좍좍 돋았다. 아, 너무 추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따뜻한 칼국수를 먹었지만 소용없었다. 왼쪽 손으로 오른쪽 팔을 마구 쓰다듬었고, 오른쪽 손으로 다시 왼쪽 팔을 마구 쓰다듬었다. 아주 추운, 정말로 추운, 소름이 좍좍 돋는 그런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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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0-05-2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글에 제 소중한 한표를 던지겠습니다!

다락방 2010-05-25 11:31   좋아요 0 | URL
뷰리풀말미잘님의 마음에 드는 글을 썼다니, 스스로가 뿌듯합니다!

... 2010-05-2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오늘같은 날씨에 여름옷을 입고 출근하셨어요, 왜?왜?왜? 바람이 장난 아니던걸요.

다락방 2010-05-25 11:31   좋아요 0 | URL
엄마가 집에 안계셨어요...내가 출근하는걸 봐주지 않았어요.....아무도 저한테 따뜻하게 옷을 입으라고 말해주지 않았어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5-25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바바리 입고 나갔는데도 머플러 안두르고 나간 걸 후회했다는..
사실 전 전략적 투표따위는 머릿속에 없이 늘 취향되로 찍어요..
이런 마음이죠.. 내가 찍어야 4% 되지 않을까 뭐 이런 =.=

다락방 2010-05-25 11:32   좋아요 0 | URL
취향대로 찍다가 자꾸 나라꼴이....orz
그렇다고 소신을 버려도 딱히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에휴.....orz

잘 모르겠는 날들이어요. 허구헌날 술이나 마시고 싶네요. ㅠㅠ

기억의집 2010-05-2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맘에 드는 후보에 찍고 싶지만...락방님 말대로 표가 분산되서 맘에 안 드는 놈이 당선되느니 차라리 민주당에 한표를 선사하자, 이러고 있어요.

빌 게이츠는 빌도 자선사업을 많이 하지만 그 아버지의 마인드도 대단하더라구요. 며칠전에 보니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한다고 했던데. 그 말이 맞는데..적장 있는 사람들이 세금에 왜 이리 인색한지.

블라인드 사이드, 재밌었죠. 그것도 있으니깐 가능한 일이지 싶어요.

다락방 2010-05-25 11:33   좋아요 0 | URL
'차라리 민주당'이 정말 차라리 나을까요? 아 모르겠어요. 투표를 꼭 하고 싶기는 한데 말입니다.

맞아요, 블라인드 사이드 보면서 있으니깐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음만 있어도 또 그렇다고 돈만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돈도 가지고 있었으니 될 수 있는 일이었어요. 부자들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영화였어요.

치니 2010-05-2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http://vote.d2w.kr/
여기 우리동네에서 누가 나오는 지 쉽게 정리되어 있어요. 그나마 약간은 도움이 되길.
아우 근데 전 이럴 때 우리 동네 종로구가 밉네요. 제가 찍어주리라 생각했던 당 후보가 거의 없어요! ㅠㅠ

다락방 2010-05-25 11:35   좋아요 0 | URL
치니님. 찍어주리라 생각했던 당 후보가 거의 없으면..어쩌실거에요?
저도 재작년인가 선거때 없어서 ...그치만 ***당에는 표를 줄 수 없다, 이러면서 투표를 하긴 했지만..왜 세상은 이다지도 제 생각과는 다르게 굴러가는걸까요?

링크해주신 주소, 오, 정말 요긴하게 잘 볼게요. 안그래도 제대로 알고 싶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헤헷 :)

춘희 2010-05-2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최근에 제가 트위터를 들어다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특정 정당인들이 와글와글 많이 넘쳐요. 그들을 제 정치관으론 지지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들을 만나면 친해지기 어렵겠다, 자기와 다른 의견엔 무식하다 하고 약간 뭐랄까 온라인 상에서도 소외감이나 어떤 끼리끼리를 느꼈어요. 이들은 사회운동가이고 정치운동가들인데, 이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이들의 유세장에 가서 과연 서민들이 어떤 감정으로 서게될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그들에게 이글을 읽히고 싶어졌어요.

다락방 2010-05-25 12:50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그런 사람들은 아니엇을텐데, 어떤 목표를 같이 가지고 있고 그것을 경쟁으로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사람이 좀 달라지는가 봅니다. 또한, 목표를 이루어 권력과 명예를 가지게 됐을때도 또 달라지는 것 같구요. 처음에 가졌던 마음, 처음에 가졌던 생각을 자리에 상관없이 유지한다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 글을 읽는다고 그들의 생각이 변할까요? 그것 역시도 잘 모르겠어요. 한권의 책으로도 어떤 사람의 가치관이 변하기도 하지만 또 수천권의 책으로도 전혀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죠.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저는 햄버거를 먹었는데, 오 제기랄, 종이까지 씹어서 영 찝찝해요. -_-

sweetrain 2010-05-2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 부산에 살아요...
그러니...제 소신껏 찍는 걸 포기하고 민주당을 찍어도;;
당선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저를 슬프게 해요...ㅜ.ㅠ

다락방 2010-05-26 08:33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시사인 보니까 경상도쪽은 아무리 소신껏 찍으나 아니나 뭐...orz

기억의집 2010-05-27 10:14   좋아요 0 | URL
근데 저는 오히려 한나라당 정서의 지역에서 반란표가 많이 나온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어요.
저는 국민참여당 당원인데(꼬박 회비 내고 있슴다)
한나라당이 되느니 민주당 뽑을려고요.
그래서 노회찬씨나 심상성씨한테 이번 한번만 단합했으면 해요.

다락방 2010-05-27 10:17   좋아요 0 | URL
참... 저도 한나라당 되느니 민주당을 뽑을까 하다가 저는 민주당도 별로..어휴...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푸른바다 2010-05-2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소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언젠가부터 정치인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국의 정치구조에서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소신을 편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소신을 관철시킬 역량을 가진 정치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신은 이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 투표는 저사람이라는 말이 제겐 좀 무의미합니다.^^ 이 막나가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쪽으로 투표를 하려고 합니다.^^

다락방 2010-05-26 08:35   좋아요 0 | URL
이 막나가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쪽으로 투표를 한다는건, 음, 어떤 뜻일까요?

저도 냉소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제가 소신껏 뽑든 아니든, 그래서 누가 됐든, 그런데, 막나가는 상황이 조금이라도 잡혀지긴 할까요? 그들도 결국 그 위치에서는 변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 정말 모르겠어요. 모르겠는것 투성입니다..어휴..

세실 2010-05-2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이 참 예뻐요^*^
오늘도 바람이 많이 불었지요.
님 저 일곱번째 파도 읽었어요.
애절하기도 했고, 해피 앤딩이라 다행스럽기도 했고 이런저런 생각 들었어요.
그냥 전편만 읽고 말았을껄 하는 아쉬움도 들었고요...복잡했네요.

다락방 2010-05-27 10:18   좋아요 0 | URL
아 읽으셨군요!

그런 감상을 가지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일곱번째 파도는 새벽 세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향한 팬서비스 같았어요. 그치요? 레오와 에미를 굳이 그렇게.. 어떤 분들은 그 결말이 훨씬 좋았다고 얘기하시기도 하구요. 저는 음, 일곱번째 파도를 새벽 세시의 후편 쯤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그 둘을 독자적인 작품으로 보고 싶어요. 그러고 있구요. 왜냐하면 새벽 세시의 결말은 제가 아는 모든 소설들의 결말들 중 으뜸이거든요. 그 결말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요. :)
 

아 씨.  

나는 가수로 태어나면 딱 이 보이스의 가수로 태어나서 딱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좀전에 동영상 찾아 다시 듣고 있었는데, 오오, 영화속의 한장면이 그대로 있다니! 게다가 친절하게 해석까지 되어 있다니! 어쩐지 감동 ㅠㅠ 

새벽에 창문을 좀 열어놓고 빗소리를 듣다가 이 노래를 함께 들으며 가사를 읽고 있노라니, 제기랄, 멜랑콜리가 극에 달한다. 내가 늘 나의 한 친구에게 극으로 치닫는 삶을 살지 말자고, 격하게 살지 말자고 그러는데, 이럴땐 정말 방법이 없잖은가!

 

 

Cynda Williams 의 『Harlem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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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3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3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5-2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동영상이 2초마다 끊어지고 버퍼링을 반복하고....볼 수가 없어요...ㅜ_ㅡ

다락방 2010-05-23 15:03   좋아요 0 | URL
아이고, 뭐가 문제일까요? 저는 지금 다시 보는데도 잘 나오거든요.. orz

레와 2010-05-2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에 혼자 카페에서 이 음악을 듣는데..
눈물났어요. 너무 좋아서..

주책맞은 나를 어쩜 좋을까요.. ㅎㅎ

다락방 2010-05-23 20:45   좋아요 0 | URL
생각나요, 레와님? 이 노래 라디오에서 나온다고 나한테 전화했었잖아요! 그때 내가 그 노래 내가 신청한거라고 했구요! 노래 끝나고 내 이름을 말해주던 임태경, 기억해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5-23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 날씨에 참 잘어울려요..
요즘 우울하고 괜스레 마음이 아리고 막 그러거든요..

다락방 2010-05-23 22:41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은 요즘 우울하고 괜스레 마음이 아리고 막 그래요?
저는 요즘 내내 정신줄 놓고 살아요. 무얼해도 집중이 안되요. 어휴..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는걸까요? 이 시기가 지나갈까요?

sweetrain 2010-05-2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멜랑꼴리 해요.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변해요.

다락방 2010-05-25 09:37   좋아요 0 | URL
우리 여름 타나봐요. 봄 타듯이 ㅎㅎ
 

이응준 시인의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라는 시집을 읽었다. 이 시집은 오늘 배송받았는데 2002년도에 발행된 시집이다. 그래서인지, 대니쉬쿠키와 [백조의 호수] CD와 같이 주문했는데도 이 시집 혼자서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오늘에서야 받아보게 되었다. 나는 이 시집을 얼마나 읽고 싶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일전에 친구가 이 시집속에 있는 시 한편을 내게 댓글로 남겨주었는데, 그 시가 못견디게 좋았던 까닭이다. 그 시는 [4월]이란 제목을 달고 있었고, 마침 그 시를 읽게 됐을때는 내가 미쳐버릴 것만 같던 봄이었던지라, 절절하게 와 닿았다. 

 

 

 

 

 

4월

내가 기차같이 별자리같이
느껴질 때
슬며시 잡은 빈손을 놓았다.


누군가 속삭였다. 어쩔 수 없을
거라고. 귀를 막은 나는
녹슨 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너의
여러 얼굴들을 되뇌었다.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시집의 첫장부터 넘겨 시들을 읽기 시작하는데, 내가 이 [4월]이란 시를 처음 읽게 됐을 때만큼의 감정을 주는 시가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초조했다. 이 시 뿐인가? 이 시집에는 이 시 한편만이 내게 와 닿을 수 있는걸까? 그렇게 읽어가다가 79페이지에서 [4월]을 발견했을 때, 그러니까 이 시를 다시 읽게 되었을때, 아 역시 이 시는 좋아, 그러니까 뭐 그런대로 이 시집은 괜찮은 시집인거야, 하고 스스로 위로했다. 사실, 나는 한 다섯편의쯤의 시들이 좋다면 최소한 일곱권쯤은 더 살 의향이 있었는데, 아쉽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4월]을 읽고 넘기다가 나는 또다시 아이쿠야, 하는 시를 읽게된다. 당신은 몰랐겠지요, 그때 내가, 하얗게 눈뜨고 있었다는 것을, 이라고 말하는 시. 

 

사해문서


내가 어둠의 두루마리에 핏방울로 적혀
사막의 모래벽을 향해
모로 누워 잠들어 있던 밤


단 한 마리뿐이던 낙타의 등에 죽음처럼 조용히 올라타고는
나를 유기한 채
달아난 사랑


당신은 몰랐겠지요
그때 내가
하얗게 눈뜨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은 몰랐겠지요, 흘끔흘끔 내가 당신을 바라보던 걸. 당신의 귀를, 당신의 눈썹을, 당신의 손을, 당신의 다리를. 당신은 몰랐겠지요, 당신 앞에서 평소보다 빨리 뛰던 내 심장 박동을, 자꾸만 떨리던 손을, 자꾸만 입술을 깨물게 되던 나를. 당신은 몰랐겠지요. 

나는 늘 근심과 염려로 지낸다. 쓸데없이. 이런 내가 발견한 이런 너, 라는 시가 이 시집 안에 있더라. 

 

이런 너


나는 늘 근심과 염려로 지낸다
내일의 고통까지 오늘 짊어지고 산다
고통과 염려는 다른 것이다
고통은
인간을 강하게 하고
슬픔을 알게 하고
사랑하는 법을 숙고하게 하고
겸손을 가르치고
스스로 있게 하지만
염려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한다


염려는 오늘을
쑥대밭으로 버려두고
내일에 불을 지른다
염려는
고통을 괴물로 둔갑시키고
나를 겁먹게 한다
왜소하게 만든다

 

너는 내게 고통인가
아니면 염려인가
나는 오늘 그것을 염려한다
네가 염려일까 봐
염려한다
 

 

너는 내게 염려이다. 그리고 고통이다. 그러나 결코 내다 버릴 수 없는 찬란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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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2
    from 존재증명, 부재증명 2010-05-23 01:53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온다  이응준   이것은 음란이 아닐까? 이것은 강간이 아닐까? 비 오는 날 너의 손을 다정히 잡고 하염없이 길 끝을 걷고 있다는 이 사실은.  그냥 내버려두어도 잘 자라는 것들을 재미있다고 자꾸만 만지작대는 이 짓은. 원래 외로워야 하는 것들을 내가 외롭지 않기 위해 곁에 붙잡아 두는 이 완력은.  혹시 질병이 아닐까? 불치의 빈혈
  2. 선택하고 기다리기
    from 마지막 키스 2012-02-27 14:34 
    아, 마음이 급해. 지난주 토요일 경향신문의 북섹션을 사정상 어제 일요일에야 읽게 되었는데, 대부분 한 두권의 책들을 메모해두곤 했으나 이번에는 한 두권으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메모장에 적어두려다가 페이퍼로 급전환.일단, 『나는 한국의 야생마』. 이 책은 이 책에 실린 그림 한장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신문을 인터넷으로 뒤져 그림을 가져올까 하다가 너무 귀찮고 번거로울 것 같아서 그냥 내가 보던 신문을 찍어버렸다. 오와..뭔가 낙
 
 
세실 2010-05-2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너. 고통과 염려에 대한 통쾌한 정의를 내려주었네요.
염려...살아보니 맞아요. 괜한 걱정은 도움 안되더라구요. 일단 나아가는 것이 중요^*^
님 행복한 주말 되고 계시나요?
전 친정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다락방 2010-05-23 12:12   좋아요 0 | URL
비가 오는데 집 안에 있다는게 이렇게 좋을수가 없네요. 물론 지금은 비는 멈췄지만, 무척 행복했어요. 이 비가 오는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니 말입니다. 이제 쉴 수 있는 시간은 열두시간정도 밖에 남아있질 않네요. 자고 일어나면 또 출근을 하고 힘든 삶을 살아야겠죠.
남은 주말 잘 보냅시다, 세실님!

따라쟁이 2010-05-2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벗꽃 움트는 밤이 아니고.. 비오는 밤에 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 오늘은 정말 어쩔수가 없네요. ㅠㅠ

다락방 2010-05-23 12:12   좋아요 0 | URL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아, 정말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구절이죠? 하아-

fiore 2010-05-22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염려이고 고통. 염려후에 고통이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염려를 겪으며 고통을 알게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다락방 2010-05-23 12:13   좋아요 0 | URL
그죠. 염려이고 고통. 끔찍해요. 염려와 고통을 겪는게 나을까요 겪지 않는게 나을까요? 저는 거기에 대한 답도 알 수가 없어요.

니나 2010-05-23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사해문서, 이런 너
좋았어요. 너무.

내가 아는 누군가를 절대 용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그러한 구절도,

다락방 2010-05-23 12:15   좋아요 0 | URL
일요일


김행숙



며칠 늦게 일요일이 찾아왔다. 햇빛은 일요일의 뒤
에 있었고, 몇 덩어리의 구름은 일요일의 느리고 느
리고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내린 비는 일요일의 가득한 눈물처럼. 앞에
있는 햇빛처럼. 나는 토요일 밤의 송별회를 지나 월
요일 그리고 화요일 밤,

나쁜 일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이 멀
리 흐르지 않고 가까이 향월 여인숙에서 잠이 들고
다음 날 다시 새 이불을 덮는다. 나는 화요일 밤을
지나 수요일 아침 그리고 목요일 아침의 순서로 일요
일을 기다린다.

일요일은 제멋대로 다리를 뻗고 두드리고 발을 주
무른다. 일요일이 쓰고 온 넓은 모자가 넓은 그늘을
만들고, 나는 금요일 저녁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구두들이 글썽거리며 웃음을 물고 모여 있는 것을 본
다. 금요일 저녁에서

발이 녹는다. 발부터 일요일까지. 토요일이라는 누
구누구의 이름까지.

... 2010-05-2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염려도 고통도 싫어서 멈칫했지만,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이 문장만큼은 저를 무릎꿇게 하는 군요.

다락방님은 직장인이면서 언제 이렇게 책 많이 읽고, 페이퍼도 많이 쓰시고, 영화 많이 보러 다니시고 하시나요? 아, 정말 존경스러울 만큼 부지런하세요.

다락방 2010-05-23 12:16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구절 때문에 미칠뻔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이 시집은 그 구절 때문에 산 것이구요. 어휴- 정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책은 브론테님이 훨씬 많이 읽으시잖아요 ㅠㅠ 저 많이 안읽어요. 페이퍼도...브론테님이 오랜만에 오셔서 그런거지 저 별로 많이 안썼는데요 ㅎㅎ 저 부지런하지 않아요. 다만, 직장일 하고 술 마시는거 말고는 별달리 취미도 없다는게 다인거죠. 후훗

2010-05-23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3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독한열정 2010-05-23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찬란한 고통이라는 표현이 강렬하네요.
이런 너...의 존재가 서로 사랑하는 사람일지, 아니면 혼자만 가슴에 담아놓은 사람일지...
과연 누구일지 궁금해집니다^^

다락방 2010-05-23 12:24   좋아요 0 | URL
고통이라고 표현한걸 보면 서로 사랑하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지 않을까요? 하하. 음 어쩐지 쑥스러워요.

지금 지독한열정님의 닉네임을 눌러보니 예스로 이동하네요. 예스 블로거시군요! 반갑습니다. :)

마노아 2010-05-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시가 가장 인상적이에요. 염려이자 고통인 너, 게다가 찬란하여 버릴 수도 없는 너라니...ㅜ.ㅜ

다락방 2010-05-23 12:2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이왕 우시는거..좀 더 울게 해드릴까요?


이별이 오면


문태준



이별이 오면 누구든 나에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후련하게 들려주었으면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면서
바지락과 바지락을 맞비벼 치대듯이 우악스럽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들려주었으면
그러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틀어막고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겠지
가장 아픈 데가 깔깔하고 깔깔한 그 바지락 씻는 소리를 마지막까지 듣겠지
오늘은 누가 나에게 이별이 되고 나는 또 개흙눈이 되어서


비로그인 2010-05-2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아이구..
마지막 문태준의 시까지 구석구석 사무치지 않는 구절이 없어요.
다락방님에게 미쳐버릴 것 같던 봄이 제겐 망할 봄, 빌어먹을 봄, x같은 봄이었어요.
내일이면 이별한 지 4주차에요.
심보선 시인이었던가..이별은 이 별에서 일어나지 않길 그토록 바랬건만..말이죠.
아이구..

다락방 2010-05-23 19:53   좋아요 0 | URL
와- 이별은 이 별에서 일어나지 않길 그토록 바랐건만...이라는 시가 있단 말입니까? 멋지네요! 역시 시인은 그냥 하는게 아닌가 봅니다.

제게는 미쳐버릴 것 같던 봄이 girlever님께는 망할, 빌어먹을 봄이었군요! 이별한 지 4주차되는 날들을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저는 한 2년간 괴로웠던 것 같은데, 그 시간들이 대체 왜 괴로웠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안나네요. 이별은 반복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L.SHIN 2010-05-2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밝혀요.

흘끔흘끔 바라보던, 귀를, 눈썹을, 손을, 다리를. 평소보다 빨리 뛰던 심장 박동을, 자꾸만 떨리던 손을,
자꾸만 입술을 깨물게 만드는 다락님이 말하는 그 누군가를.

도대체 누구에요, 자꾸만 다락님을 멜랑꼴리하게 만드는 사람이 -
자꾸만 다락님을 이렇게 이쁘게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

마태우스 2010-05-23 15:13   좋아요 0 | URL
아니 엘신님, 테니스 안치고 왜 여기서 다락방님한테 작업 거시는 겁니까?^^ 대신 답변을 드리자면 다락방님을 이쁘게 만드신 분은 일차적으로 부모님이고, 그 이후에 접한 책과 영화고, 알라딘입니다. 글구 다락방님을 멜랑꼴리하게 만드는 사람은 이전 페이퍼에 썼던 것 같은데요.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영화제목을 댔더니 뜬금없는 문자가 왔다는....

다락방 2010-05-23 19:50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L.SHIN님. 저를 이렇게 이쁘게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마태우스님이 대답해주셨네요. 일차적으로 부모님. 하하하하 저 완전 웃었어요. 음, 부모님이 저를 예쁘게 만드셨대요. 하하하하. 그러나 부모님이 이쁘게 낳아주긴 하셨지만...자라면서....형편없어지긴 했죠. ㅠㅠ


마태우스님, 그 영화는 사랑해도 될까요가 아니라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 였어요. 근데 마태우스님, 오, 정말, 예리하세요!

L.SHIN 2010-05-24 17:2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마태형님...테니스는...두고 보라구요. 나는 테니스의 황제가 되겠..;; ( -_-)ㅋㅋㅋ

나도 그 페이퍼를 봤어요. 하지만...나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궁금한 걸 못 참는 1인)

다락방 2010-05-24 23:26   좋아요 0 | URL
제 애인은 여러분입니다~ ㅎㅎㅎㅎㅎ (아~ 얄미워 ㅋㅋ)

2010-05-23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4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4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5-2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많이 읽고 짧게 안부 인사 전하며 갑니다.

뭔가 덧붙이려다가 말이죠. ^^

다락방 2010-05-23 21:1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가능하다면 월요일이 오는 것좀 막아주세요. 흑 ㅜㅜ

따라쟁이 2010-05-23 21:32   좋아요 0 | URL
제.. 월요일도 쫌.. ㅠㅠ

다락방 2010-05-23 21:42   좋아요 0 | URL
ㅠㅠ

비로그인 2010-05-23 21:53   좋아요 0 | URL
풋.

해드릴 수는 있는데 그럼 뭔가 보상은 있나요~ ㅎ (이거 어려운 주문이라서요~ 헤헤)

다락방 2010-05-23 22:08   좋아요 0 | URL
일단 해주시면 보상은 그 다음에 ㅎㅎ

소나기 2010-05-2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시는 처음 보는데, 정말 눈물 날 것만 같은 시들이군요.

'너는 내게 고통인가
아니면 염려인가
나는 오늘 그것을 염려한다
네가 염려일까 봐
염려한다' 이 부분하고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 이 부분이요.


이 시는 어떠한가요?

동백꽃 - 김완화

그 꽃 다 지고 나서야
지름길을 알았다

그대에게 가는길


밤길 - 이경림

맞은편에서 전속력으로 달여오는 그대 눈빛이
너무 환하다

중앙선이 보이지 않는다

다락방 2010-05-24 09:11   좋아요 0 | URL
벚꽃 움트는 밤 아래
무릎 꿇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다들 어쩔 수 없나봐요. 올려주신 시 두편, 좋은데요! 그리고 저도 지름길을 알고 싶어요. 그대에게 가는 그 지름길 말이죠.

월요일이에요..


기억의집 2010-05-2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응준이 원래 소설가 아니였나요?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였나, 그런 작품 읽었는데..시가 상당히 좋네요. 지금 검색 좀 해봐야겠어요. 내가 알고 있는 이응준이 바로 이 이응준인지...^^

아침에 비가 와서 출근길이 아주 머나먼 길이었게어요?!

다락방 2010-05-24 09:1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기억의집님이 알고 계시는 분이 그 분 맞을거에요. 저 위에 비밀댓글님의 제보에 의하면 '시로 등단한 작가'라고 하시네요. 소설도 쓰시고 시집도 내신 그 이응준 작가 맞을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죠, 비는 어제 하루종일 내려도 되는거 아니었나요? 네? 전 집에 있을 때 비 내리는건 꽤 좋아한단말이죠! 그렇지만 출근길의 비는 싫어요. 아, 미친 여름 치마 입고 왔는데 추웠어요. 지금도 추워요.orz

춘희 2010-05-2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응준 시인이 소설쓰는 그 이응준 작가이기도 한가요? 소설도 좀(초반만 그래서) 좋았는데.

다락방 2010-05-24 12:47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위에도 썼지만 시로 등당한 작가래요. ㅎㅎ
제 한 친구는 소설도 퍽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
 

이 책을 읽고있다. 110쪽까지 읽었는데 아직까지는 별 재미가 없다. 별 느낌도 없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도 없다. 다른 사람들의 평을 보니 괜찮은 책인것 같은데, 그건 끝까지 읽어봐야 느낄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얼마전에 읽은 『고슴도치의 우아함』도 처음엔 별로였는데 끝까지 읽었더니 좀 좋았으니까. 어쩌면 이 책도 그런 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이 그렇든 안그렇든 다 떠나서, 와, 작가의 미모가 정말이지 대단하다.  

알라딘의 작가 소개를 보면, 이렇게 되어있다. 

 

 

  • 소개 : 나이트클럽과 명품을 좋아하는 파리 부유층 자제를 뜻하는 나피족이자 강렬하고 시니컬한 눈 빛을 가진 작가. 1982년 파리 서부 교외의 세브르에서 건축가인 아버지와 회계사인 어머니 사 이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처음 시를 쓰며 문학에 눈뜬 그녀는 열일곱 살에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과 프레데리크 베그베데의 <9,990원>을 읽고 영감을 받아 육 개월 만에 첫 소설 <헬>을 완성했다.

    “나는 창녀다”라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시작하는 <헬>은 발표되자마자 프랑스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힘입어 2006년 브뤼노 시슈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2006년 영화 <UV>의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각색하는 등, 현재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주요 작품으로 <버블껌gt;(2004) <석양의 도시gt;(2008) 가 있다.
  •  

    파리 부유층 자제를 뜻하는 나피족인 그녀는 이렇게 예쁘다.  



    예쁘거나 젊거나 돈이 많거나 글을 잘쓰는것, 그중의 하나라도 내게는 부러움의 대상인데 그녀는 이 모든걸 다 갖추고 있다! 책을 읽기전에 책날개에 실려있는 그녀의 사진과 이력을 보고서는 오오오오오 부럽구나, 했다. 질투와 시기가 끓어오른다. 내가 만약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도 재미없다고 말한다면, 거기에는 순수하게 재미없음만 들어간게 아니라 질투가 조금은 섞여있을거다. 아,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담. orz 

     

    세상은 이따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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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웽스북스 2010-05-22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어어어....예쁘다...예쁘다.......

    다락방 2010-05-22 10:16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죠? 엊그제 만난 친구에게도, 어제 만난 친구들에게도 책 꺼내 보여주면서 이렇게 예쁘게 생겼다고 막 그랬어요. 예뻐요 ㅠㅠ 여태 책날개에 실린 작가들 중 가장 예뻐요. ㅠㅠ

    크로노토포스 2010-05-22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질투"가 타이틀이 아니였네요,
    일정부분 공감하게되는 말씀입니다, 헤헤.

    다락방 2010-05-22 10:16   좋아요 0 | URL
    저렇게 예쁜 여자의 고민은 뭘까요? 예쁘고 돈도 많고 글도 잘 쓰는데, 무슨 고민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물어보고 싶어요. 어휴..

    hnine 2010-05-23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고, 젊고, 돈 많고, 글 잘 쓰고, 그런데 건강이 안 좋다면 (꾝 위의 작가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요),
    예쁘고, 젊고, 돈 많고, 글 잘 쓰고, 그런데 심각한 외로움증에 시달려 불안한 생을 살고 있다면,
    예쁘고, 젊고, 돈 많고, 글 잘 쓰고, 그런데 자신의 능력과 조건에 대해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럴 때 전 이런 상상을 해보며 위안을 삼아요 ^^

    다락방 2010-05-22 10:18   좋아요 0 | URL
    예쁘고 젊고 돈 많고 글 잘 쓰고, 그런데 한국말을 못할테니까...괜찮아요, 그죠? 설마 한국말까지 할 수 있는건 아니겠죠?

    이 책속의 주인공과 작가는 닮아있어요. 예쁘고 젊고 돈이 많죠. 그런데 말씀하신것처럼 불안한 영혼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마약에 취하고 열일곱에 낙태를 하고 난교파티를 하는등 말이죠. 건강한 영혼을 가지는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알리샤 2010-05-2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보기엔 다락방님보다 훨씬 안이뻐요. 고급스럽긴한데 도무지 사랑스런구석이 없잖아요.


    다락방 2010-05-22 10:18   좋아요 0 | URL
    저도 고급스럽고 싶어요 ㅠㅠ 난 너무 쉬워요 ㅠㅠ
    알리샤님 말씀은 위로가 안되요, 위로가 안된다구욧!!!! ㅠㅠㅠ

    다락방 2010-05-22 19:30   좋아요 0 | URL
    멍해보이나요. 저는 그녀가 좀 냉철하고 시니컬하게 보여요. 아마도 책을 다 읽어서 그렇게 보이는건지도 모르겠어요. 저 긴 흑발이 무척 예뻐서 머리를 좀 길려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ㅎㅎ

    fiore 2010-05-22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여자들은 넘 이쁘쟎아요 ㅎㅎ

    다락방 2010-05-22 10:19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지요? 어딘가 차가운듯 하면서 길고 검정색의 생머리가 무척 잘 어울리는 그런 여자인것 같아요. 예뻐요 ㅠㅠ

    blanca 2010-05-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대에 첫소설을. 그것도 폭발적인 반응을. 아, 전 요즘 젊음이 너무 부러워요. 정말이지. 삼십 대 중반에 미친듯이 스무 살이 되고 싶어요. 이럴 줄을 스무 살때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런데 다락방님~예쁘고 글 잘쓰시지 않나요?^^ 저는 믿어요~

    다락방 2010-05-22 10:20   좋아요 0 | URL
    저는 스무살은 바라지도 않고 스물 일곱쯤으로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어제도 친구를 만나 벌써 5월이 다 지나가고 있고, 이러다 금세 또 한살을 먹겠지,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 우울해지는 거에요. ㅠㅠ

    저는 예쁘지도 않고, 글을 잘 쓰는 것과도 거리가 먼데, 왜 믿으시려나요..믿지마세요. orz

    네꼬 2010-05-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면 절대 못 읽죠. 흥, 예쁘면 됐지 뭐 소설까지 쓰고 난리야.

    다락방 2010-05-22 19:3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이죠. 예쁘면 됐지 뭐 소설까지 쓰고 난리래요, 난리가! -_-

    마늘빵 2010-05-2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예쁘다. 예쁘다.

    다락방 2010-05-22 19:30   좋아요 0 | URL
    예뻐할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

    별로 2010-05-2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뭐 말상(馬)이구만! 좀 둥실해도(잘은모르지만 조선녀니깐) 다락방이 나는 훨씬 더 좋아.

    다락방 2010-05-22 19:31   좋아요 0 | URL
    '잘은 모르지만'이 아니라 잘 아시는 것 같은데요, 별로님. ㅎㅎㅎㅎㅎ 둥실둥실 ㅎㅎ

    따라쟁이 2010-05-2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이책은 보고싶지 않군요~! 보더라도 도서관에서 "빌려서"보겠어요. 흥~!!!!!!

    다락방 2010-05-22 19:31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이런게 바로 역차별이란 거군요! 작가가 예뻐서 책을 읽지 않겠다는! ㅎㅎㅎㅎㅎ
    그치만 흥, 예쁘니까 뭐 어쩔 수 없어요. 그쵸? ㅋㅋ

    L.SHIN 2010-05-2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안 이쁜데...왜? -_-
    내츄럴한 미는 살짝 있기는 한데, 미인이라고까지 할 것은...사진이 흐려서 그런가? 프랑스인이 아니라 한국인처럼
    생겼어요. 하지만 난 저런 스타일 싫던데...다락님은 이런 스타일을 보고 이쁘다구 하는구나...(긁적)

    다락방 2010-05-22 19:32   좋아요 0 | URL
    아 엄청 예쁜거에요. 뭔가 여성스러우면서 지적으로 보이면서 우아해 보이면서 말이죠. 저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신비로움까지. 예뻐요. 흑흑 ㅠㅠ

    건조기후 2010-05-22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시크한 미인이네요!
    예쁘고 젊고 돈 많고 재능있고.. 저와는 정확하게 반대군요.
    아 정말 너무나도 슬플 정도로 정확하게.ㅋㅋㅋ (그래도 웃자구요)

    다락방 2010-05-22 19:33   좋아요 0 | URL
    예쁘고 젊고 돈 많고 재능있고...저와도 정확하게 반대랍니다.
    아 정말 너무나도 슬플 정도로 정확하게. ㅋㅋㅋ(그래도 웃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내 좌절하고 만다 ㅠㅠ)

    이매지 2010-05-2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빨일지도 몰라요 ㅎㅎㅎ

    다락방 2010-05-22 19:33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 저는 사진빨도 저렇겐 안나오는데요! orz

    ... 2010-05-23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는 분명 성격이 매.우. 안 좋을거라 확신합니다. 그래야 해요! (아아, 그러나 성격 좀 나쁜들 뭐가 대수겠어요?)
    저 책을 사서 그녀에게로 가는 인세에 도움을 주고 싶진 않군요, 절.대.로.

    다락방 2010-05-23 00:26   좋아요 0 | URL
    저 뭔가 큰일을 한것 같아요. 큰일인데 나쁜일. 그녀 예쁘다고 책 사지 말라고 막 ㅎㅎㅎㅎㅎ
    작가랑 출판사에서 저한테 막 항의하는거 아닐까요. ㅋㅋ

    그러나 말씀하신대로 성격 좀 나쁜들 뭐가 대수겠어요. 아 제기랄. 전 성격 좋아야겠습니다!! ㅎㅎ

    비로그인 2010-05-2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긴 하지만...제 상상속의 다락방님보단 안이쁜데...

    다락방 2010-05-23 02:35   좋아요 0 | URL
    히융 ㅠㅠ 마기님...그 상상은 멈추세요. 상상이 ..... 너무 과한거에요. ㅠㅠ

    마노아 2010-05-2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 딱 이 버전이군요...ㅡ.ㅡ;;;;

    다락방 2010-05-23 12:0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세상은 이따위 -_-

    2010-05-23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3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4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5-24 23:24   좋아요 0 | URL
    저 서울 삽니다! 강동구에 살고 있으며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ㅎㅎ

    2010-05-25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5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깡패 같은 애인 - My Dear Desperad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박중훈, 제대로 맡은 역할, 실망시키지 않는 정유미. 통통통 살아 숨쉬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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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웽스북스 2010-05-2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유미 때문에 이 영화를 볼까, 고민했었어요. 정유미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박중훈은, 제가 평소에 늘 말하기를, 참,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
    요즘이면 절대 배우 못했을텐데.... 라고 말하는 대표선수 중 한명이에요. (맨 앞에 서있어요, 얼굴도 별론데, 딱히 연기도 그저그렇다,가 박중훈에 대한 저의 평가.)

    이번에는 괜찮은가봐요. ㅎㅎㅎ

    다락방 2010-05-22 10:21   좋아요 0 | URL
    저도 정유미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거거든요. [차우]에서 완전 홀랑 반했어요. 캐릭터를 제대로 잘 살리는 배우인 것 같아요. 그런데 보다보니 이 영화에서는 박중훈이 정말 제대로 배역을 맡았더라구요. 재미있어요. ㅎㅎㅎㅎㅎ

    저 웃으면서 아 미치겠다, 이랬다니깐요. ㅎㅎ

    fiore 2010-05-22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을 것 같았어요. ^^ 헌데 박중훈씨가 훨씬 (실제)나이가 많쟎아요? ㅎㅎ

    다락방 2010-05-22 10:22   좋아요 0 | URL
    영화에서도 박중훈의 나이가 나오지는 않지만 정유미가 어리게 나오기는 하죠. ㅎㅎ
    전 참 재미있게 봤어요. 히히 :)

    LAYLA 2010-05-2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러 갈려구요 ^,^히히

    다락방 2010-05-22 19:04   좋아요 0 | URL
    재밌어요 재밌어요! ㅎㅎ 박중훈 진짜 딱어울려요, 딱!

    세실 2010-05-23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구나. 하녀도 봐야 하고, 시도 봐야 하고. 이 영화도 봐야 하고. 언제? 시간이 참 없어요.
    어떤 순으로 보면 좋을까요? 다락방님. ㅎㅎ

    다락방 2010-05-23 21:51   좋아요 0 | URL
    음... 저는 [시]를 아직 안봤어요! 음..글쎄요 어떤 순으로 봐야 좋을까요? [하녀]는 결말이 우중충하니 일단 [하녀]를 먼저 보시고, 그리고 [내 깡패같은 애인]을 보고 웃으신 다음에 [시]를 보세요. [시]는 제가 아직 보진 않았는데, 지인의 말에 따르면 여운이 꽤 남는대요. 그러니 씁쓸함-유쾌함-여운 이 순으로 가는게 어떨까요? ㅎㅎ

    세실 2010-05-24 06:29   좋아요 0 | URL
    어제 하녀 봤어요. 참으로 씁쓸합니다. 다음엔 내 깡패같은 애인. 오케이^*^

    다락방 2010-05-24 09:13   좋아요 0 | URL
    참 씁쓸한 결말이죠? 세상은 정말 이따위인가 봅니다.

    내 깡패같은 애인 보면 재미있기도 하지만 속 시원하기도 해요. 거기서 박중훈이 백수인 정유미한테 그러거든요. 우리나라 백수들은 너무 착해서 취직 못하는게 지들 잘못인줄 안다고, 그건 나라가 잘못하는거라고.

    재미있을거에요.

    그나저나 제가 세실님보다 먼저 [시]를 봐야 자신있게 추천 드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 시간이 되려나 모르겠어요. 흑 ㅜㅡ

    세실 2010-05-24 22:35   좋아요 0 | URL
    저도 주말이나 되어야 가능할듯. 제가 먼저 보고 소개해 드리면 되죠 뭐~~~

    다락방 2010-05-24 23:48   좋아요 0 | URL
    저는 주말에 시간이 없어서 주중을 노려봐야 해요. 만약 이번주중에 보게된다면 40자평 쓸게요, 세실님.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5-23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를 오늘 보고,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세상을 바로 봐야한다고 해서, 그러면 얼마나 살기 싫겠어요 --;;
    어쨌거나 즐거우셨다니 이걸! 볼걸 그랬군요.
    다음주까지 하면 봐야지.
    올해는 조계사의 연등도 못보고 해서 왠지 이 연휴가 너무 아쉬워요.

    다락방 2010-05-23 22:40   좋아요 0 | URL
    시 괜찮다는 말이 무척 많이 들려서 저도 시를 좀 볼까 어쩔까 내내 갈등하고 있네요.

    이거 재미있어요! ㅎㅎ

    전 내일이 올까봐 잠을 못자겠어요. 어떡하죠? ㅜㅜ

    무해한모리군 2010-05-24 08:3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어쩌겠어요..
    오늘이 와 버렸어요!
    그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바래요.

    다락방 2010-05-24 09:12   좋아요 0 | URL
    저 출근하고 한시간이 넘도록 일을 하나도,하나도,하나도,하나도 안하고 있어요. orz

    무해한모리군 2010-05-24 09:41   좋아요 0 | URL
    저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