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였는지 혹은 지난호 였는지 모르겠지만, 시사in 에서 나는 윤성현 PD 에 대한 짤막한 인터뷰(기사)를 봤다. 매일 아침 출근준비할 때 듣는 라디오에서 『라디오 지옥』을 자꾸 언급하던데, 윤성현이 그 책을 쓴 사람이란 걸 시사인을 읽으면서야 알게됐다. 기사를 읽는데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 사람을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그가 썼다는 책을 사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새벽에 [심야식당]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는데, 나는 매일매일 꼬박 미드나잇에 잠드는 규칙적인 여자사람이라, 그 라디오를 들을 일은 없을 것 같았으니까.  

 

 

 

 

 

 

 

시사인에서 만난 저자가 이 책안에 있었다. 그러니까 내용으로 말하자면, 시사인을 읽었을 때 느꼈던 딱 그만큼이었다. 글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거나 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글이 싫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아,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건데, 나는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보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좋다고 칭찬하던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도 내게는 별 셋 정도인데, 이 책도 역시 마찬가지. 나는 그냥 소설이나 읽어야 겠구나 싶어졌다. 여기까지가 책을 지금 '읽고 있는' 동안의 책 내용에 대한 감상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얇아서 놀랐다. 보통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경우에 사람들은 책값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쓸까? 나로 말하면 워낙 무심한 여자사람인지라, 일단 주문해놓고 나면 책 값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거라곤, 요즘에 책을 사려면 만원 안쪽이 없다, 는 것 정도. 그래서 주문한 책을 받고 나서도 딱히 가격을 다시 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건 대체 얼마야?' 라는 생각이 들 때를 제외하면. 『적절한 균형』처럼 두꺼운 책을 받았을 때는, 어휴, 이렇게 두꺼운 책은 대체 얼마일까 하고 책 가격을 보았었는데, 이 책을 받고는 얇고 종이의 질이 굉장히 좋아 보여서 이 책이 얼마인지를 보게 됐다. 

책값은 12,000원. 

역시 만원을 넘는군, 하고 책을 읽는데, 하아- 화가났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이책에 빈공간이 너무 많아서. 이런식이다. 

 

 

 

 

 

 

보이는 것처럼, 왼쪽면은 제목만 갖다 넣고 빈 공간이다. 그리고 본문만 나와있는 사진을 보면 위에가 텅텅 비었다. 제목을 본문의 위로만 갖다 놨어도 페이지는 대폭 줄었을 것이다. 간혹 말도안되는 분권을 해놔서 사람 열받게 하는 책들을 종종 보는데, 이렇게 페이지를 군데군데 텅텅 비워놔서 책값 정말 '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다니! 저 빈공간을 다 빼고, 본문 위의 공간을 줄이면 사실 이 책은 살림지식총서의 크기정도로 나왔어도 무난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각적으로 아름다운걸 중요시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만족을 줄런지도 모른다. 세상엔 나같은 사람만 있는게 아니니까. 그러나 온라인으로 쓰여진 글을 읽는 것과 돈을 주고 종이책을 살때는 '다른' 기대감을 갖게 되는것처럼, 나의 경우에는 '돈'을 주고 책을 살때 알찬내용, 풍부한 내용을 원하지, 텅텅 빈 공간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저게 디자인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지도 않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애석하다. 그냥 서점에 가서 볼걸. 하아- 

이 책의 앞쪽 책날개에는 이렇게 쓰여져있다. 

"이 책의 인세 일부는 전 세계의 빈곤아동을 돕는 데에 쓰여집니다." 

전 세계의 빈곤아동을 돕는 데 쓰이는 것이 이 책의 가격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빈 공간을 없애서 책값을 조금 더 저렴하게 책정했다 한들 빈곤아동을 돕는 데 쓰이는 인세의 비율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돕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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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2-16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역시 책값에 대한 불만이 많은 편이에요.물론 별다방 콩다방 커피 2잔값 아끼면 책 한권을 살수 있지만 문제는 그런 가격의 책이 과연 그만한 가치를 하는가 이지요.다락방님 말씀처럼 요즘 웨만한 책들은 빈 공간이 너무 많고 폰트도큰편이지요.저는 90년대 예문판 반지의 제왕 3권을 갖고 있는데 요즘 나온 반지의 제왕이 6~8권정도 하니 얼마나 책을 나누어서 판매하는지 잘 알겠더군요.
출판계가 힘든거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을 자꾸 책을 내면 아마도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더 적어지지 않을까 싶군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2-16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공감가는 글이예요...
점점 책 사기가 아까와지는 중이거든요.

마늘빵 2010-12-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백이 꼭 있어야 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글은 전혀 여백이 필요없음에도 텅텅 비워 쪽수만 채운 경우도 있죠. 서점 가보면 글은 없고 빈공간만 있는 책들 허다해요. 아깝죠.

... 2010-12-1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합니다. 몇몇 책값은. 공감지수 200% 글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책값에 불만이 없는 사람이예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거나, 예전의 기억을 되찾아 주었거나, 한껏 웃게 해주었거나,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거나, 비길 데 없는 지식을 주었거나, 했으니 그 값은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락방님과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들이 분명 있어요. 짜증을 넘어서 화가 나요. 책이 우습게 보이더냐, 하고 버럭 소리치고 싶어지죠. 저도 다락방님처럼 저렇게 조목조목 사진 올려가며 따져 묻고 싶은 책들이 몇 권 되는데, 게을러서... 아이고...

깐따삐야 2010-12-16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날개에 쓰인 말처럼 하고 싶으면 더 잘 만들어야죠.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사서 볼테고 그래야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하여간 선의까지 상술에 이용하다니 -그런 것이 아니길 바라지만- 좀 화가 나네요.

2010-12-16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정 가격이야 있는 거겠지만, 그게 얼만지 일반 독자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백을 불필요하게 많이 쓰거나 폰트를 불필요하게 키우는 건 정말 화가 납니다.

여강여호 2010-12-1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시선의 리뷰네요...그래도 이 책은 혹 여백이 꼭 필요해서 이렇게 편집하지 않았을까요?....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이렇게만 위로하고 갑니다.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마노아 2010-12-16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쪽에 12,000원도 심하건만 저 빈 공간이라니, 이건 종이에 대한 테러고 구매자에 예의가 아니네요. 어휴, 출판사를 눈여겨 보게 되는군요.

BRINY 2010-12-1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서 문고판 찾아서 사는 게 우리나라 번역판 사는 것보다 이익일 때가 많아요.

레와 2010-12-16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문드문 '이 책은 양장본이 아니면 좋겠는데, 왜 양장본으로 나와서 비싼걸까'하는 책이 있어요.

:)

섬사이 2010-12-16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초공감이에요.
굳이 양장본으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양장본이거나
페이지 수를 늘리려 하는 의도적 편집이 아닌가 싶게 저렇게 여백이 난무하거나
행간을 초등학교 교과서 행간만큼 널찍하게 만들거나
글자가 너무 크거나,
그런 책들 보면 마구마구 신경질이 나곤해요.
아, 종이의 질이 너무 지나치게 좋아도 화가 나요.
'나 비싼 책이야'하는 허영에 잔뜩 들뜬 책 같아서요.

비로그인 2010-12-16 15:10   좋아요 0 | URL
전 이 책을 안읽어봐서 뭐라 하질 못하겠지만, 양장본에 대한 섬사이 님의 생각엔 저도 동감! 양장본은 이를테면 `안나 카레리나'같은 책에 필요한 것이죠. 여러번에 나누어서 오랫동안 읽다 보니 책등이 휘는 것을 방지하고, 녹녹치 않은 두께를 한번에 튼튼하게 잡아주려는 의도. 그러지도 않은데 대뜸 어울리지도 않는 양장 제본을 보면 화가 나곤 해요. 작가나 편집자의 허영으로 밖에 보이지 않더이다.

Kir 2010-12-1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식으로 나온 책을 보면, 편집자와 출판사에 대한 반감이 커집니다-_-
시집도 아니고, 뭐하자는 건지... 나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고요.
양장본 남용도 마음에 안 드는데, 이런 헐렁헐렁한 편집에 몰지각한 가격이라니 기분 나빠요.

moonnight 2010-12-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처럼(무조건 다락방님과 공통점을 찾고 싶은 이 마음;;) 책값을 하나하나 따지지 않는 편이에요. 나중에 책 받아보고 이런 책은 도대체 얼마였단 말이냐. 하는 정도죠. 맞아요. 가끔 화나게 하는 책들이 있어요. 다락방님 맘에 드는 작가라 하셔서 보관함에 담을 준비했다가 슬그머니 패스합니다. -_-;;;;;

새초롬너구리 2010-12-1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여백을 위해 또 얼만큼의 나무가 베여져나갔는지...

뽈쥐의 독서일기 2010-12-1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이 책을 서점에서 좀 큭큭거리면서 읽다가 가장 최근에 쓴 어떤 책 리뷰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저도 에세이류에 좀 야박한 사람이라 그런지... 여백 많은 책과, 특히 연예인들이 쓴 책을 몹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한명으로서, 이 페이퍼 많이 공감합니다.
옳소 옳소 하고 읽었는데 댓글에서도 또 공감하네요. 정말 이유없는 양장본, 출판사들 반성해야 돼요.
나무도 아깝지만 들고 다니려면 어깨가 나가려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한 번 보고 말 책을 양장본이라니!!!
아 증말 울나라도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문고판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10-12-17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요~~~~~~
나무에게 미안한 책을 만들지 않는다는 보리출판사 좋아요.
양장본 남용도 별로에요~ 모 출판사에 수차례 건의했는데, 100년 가는 책을 만들고 싶다더군요.
하지만 페이퍼백도 100년도 가지요~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위한 행태의 출판사는 불매하는 독자의 힘을 보여줘야 해요.

Apple 2010-12-17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진짜 종이낭비입니다! 저도 왠만하면 책값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지만, 얇고 여백도 많은데 책값만 비싸면 정말 화가나지요.
개인적으로 아멜리 노통브책은 이소설 저소설 엮어서 빽뺵하게 합본으로 나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_-;진짜 사기 돈아까워요. 이게 장편소설인가 단편소설인가 싶어서...

감은빛 2010-12-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저렇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출판사 나름의 사정이 없진 않겠지만,
책 값을 높이기 위해서 라는 이유가 가장 중요했겠죠.
이래서 되도록이면 서점에서 실제로 책을 보고 나서 사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고구마 2010-12-1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값을 보면 한 팔자 고치려는 의도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것도 있더군요.
책 한권에 2-3만원 넘는 것은 보통이니...

낭만인생 2010-12-1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는 책 값이 싼 편이지만 그래도 저런 책을 보면 열받는 건.. 어쩔 수 없네요.
 

- 토요일에 대구에 다녀왔다. 그동안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면 옆에 젊은 남자가 앉았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옆에 앉은 남자와 로맨스가 싹트는 일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일이었다. 혹은 젊은 남자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걸까? -나는 고속버스는 타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대구로 가는 기차안, 3분전에 가까스로 탑승했는데, 오! 젊고 잘생긴 남자가 옆에 앉아있었다! 감동 ㅠㅠ 그러나 그는 두시간 내내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내가 대구에서 내리는데 따라 내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내가 가는데 그냥 보내지? ㅠㅠ  

 

- 친구 한명과 나는 가방에 책이 두권씩 담겨 있었다. 읽던 한권이 조금 남아서 두시간 걸리는 기차안에서 다 읽을 것 같아 다른 한권을 더 챙겨온 것. 그냥 새 책으로 한권 챙겨올까 서로 고민했지만, 그 친구도 나도 읽던 책을 마저 읽고 싶은 마음에 무리해서 두권씩 가져온건데, 대구에서 만나 우리는 서로 책 한권을 오는 동안 다 읽었느냐고 물었는데, 오, 둘다 아니라고 답했다. 

"다 읽을 줄 알았는데...잤어요." 

그랬다. 우리는 기차안에서 잤다. 책을 들고 잤다. 대체 왜 두권씩이나 들고 탄걸까. 왜 이 미친 어리석은 욕심이 자리잡았던 걸까. 한권도 다 읽지 못할거면서, 잘 거면서! 가방만 무겁게!!!! 나는 서울에서 대구로 가며 잤고, 그 친구는 창원에서 대구로 오며 잤다.

 

 

내가 읽던 책은 『전태일 평전』이었다. 다 읽지도 못한채로 대구에서 친구들을 만나 흥분해서 얘기를 했다.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고. 모두가 같은 환경에서 이런것이 삶이구나 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그 와중에 '이것이 잘못됐다'는 걸 스스로 깨닫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일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였다면 원래 이런거 아니야? 라고 그저 고통스러움을 받아들였을 것 같다. 그러나 전태일은 이것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공부하고, 그리고 잘못됐다고 모두에게 말한다. 그는 스스로 깨닫는 사람이었고, 용기를 가진 인물이었다. 읽는 내내 힘들었는데,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뒷부분을 읽으며 자꾸만 울컥거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만난 친구로부터 문자메세지가 왔다. 『전태일 평전』주문했어요, 라고. 앗! 말도 잘듣네! 괜히 꽃청년이 아니구나. 

 

 

-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안에서 이 책을 다 읽을 것 같은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리고 또다시 젊고 잘생긴 청년이 내 옆자리에 앉게된다면, 나는 이 책을 그에게 주고 내리겠어요! 라고 친구들에게 말했더랬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니까 이 책을 주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서울로 가는 기차안, 내 옆자리에는 젊은 여자가 앉았다. 나는 이 책을 마저 읽고 내릴때까지 잤다. 내릴때까지 한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당연히 이 책은 내 가방속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내 방 책꽂이에 있다.

 

 

- 그리고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서는 챙겨갔던 다른책을 펼쳤다.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아주 좋아하며 읽었었는데, 오, 이 책도 그럴 것 같은 예감이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제일 첫 페이지에서 나는 이런 문장을 발견했거든! 

 

 

 

 

 

여행 때마다 루마는 비행 정보를 출력해서 냉장고 문에 자석으로 붙여놓고 아버지가 비행기를 타는 날짜엔 뉴스를 지켜봤다. 세계 어디선가 혹시 비행기 사고가 나진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서였다. (p.11) 

아침에 일어나서 대구를 갔고, 대구에서 여덟시간을 보낸뒤에 서울로 왔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나는 몹시 지치고 힘들었는데 이 문장을 읽고 정말이지 마음이 따뜻해져 버렸다. 아,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다들 나처럼 살고 있어. 나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프지는 않을지 다치지는 않을지 종종 걱정한다. 뉴스에서 사고 났다는 기사를 보면, 나는 혹시 저기에 그사람이 있지는 않았을까, 그럴리 없겠지, 라고 생각하고 염려하며 때때로는 그런 뉴스들을 보며 연락을 취해보기도 한다. 거기에 살아 있느냐고. 열번 걱정하면 그중에 한번 밖에 연락을 못한다. 지나치게 걱정한다고 지청구 들을까봐. 걱정한다는 것 조차 표현하기가 힘든데, 이 책속의 루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살고 있다니. 어쩐지 내가 이대로, 그러니까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잠깐, 사람들이 '함께' 사는 이유도 이런게 아닐까 싶어졌다. 내 눈앞에 두고 싶은 마음. 먼 곳에 두고 손톱 깨물며 걱정하는 건 힘드니까. 

 

- 어제 만난 친구 중 한명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보았다. 손가락도 얇았고 반지도 얇았는데 정말 예뻤다.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그 친구의 손을 보며 나도 반지를 살까 싶어졌다. 나도 반지를 끼면 예쁠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는 내게 스마트폰을 사줄까 했었다. 그런데 트윗도 안하고 카카오톡도 안하는 나는 사실 스마트폰이 크게 필요도 없다. 게다가 전화번호를 바꾸기도 해야하고. 무엇보다 바꾸기를 망설이게 되는건, 지금 내 핸드폰에 저장된 200개의 문자메세지 때문이다. 그걸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가 친구의 반지를 본 것.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는 나에게 반지를 사주는 건 어떨까? 다이아몬드는 살아생전 사지 않기로 스스로 결심한 바 있으니, 그렇다면 다른 보석으로 -아마 내가 알지 못하는 아주 많은 보석들이 존재하겠지!- 사서 내 두꺼운 손가락에 끼워볼까? 그래볼까? 

크리스마스에는 혼자 백화점에 나가 내 손가락에 끼워줄 반지를 사야겠다고, 어쨌든 지금은 생각해본다. 음, 그런데 비싸려나? 비싸면 곤란한데.....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건, 

운명일까? 

어제 이 영화를 같이 본 친구들에게 물었는데 한명은 운명이라고 말했고, 한명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사랑에 운명 따위는 없다고 믿었었는데,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고 요즘은 종종 생각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하는 건, 

다시 말해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건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걸거라고.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이미 정해진 걸 거라고, 그래서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몸부림쳐도 별 수 없다고. 

 

 

- 2010년이 다 가고 있는데,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는데, 나는 아직도 『율리시스』를 한장도 읽지 못했다. 어휴,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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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2-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친구를 만나기로 되어 있는데 나는 '브리다'를 가방에 넣어갔어요. 점심을 먹고 우리는 영풍을 거쳐 교보를 다녀왔다가 반디 한 번 찍고 다시 영풍을 갔어요. 그리고 친구가 옷을 사고 싶다고 해서 종로 지하 상가를 거닐었어요.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고 다리도 엄청 아팠어요. 물론 책은 한 장도 못 읽었어요. 그냥 시집을 들고 나올 걸... 하고 후회했어요. 왜 무겁게 소설을 들고 왔을까, 바보같이... 막 이러면서요.^^
어제는 다이어리를 선물받고, 또 선물했어요. 그 순간에 다락방님이 생각났어요. 몰스킨 다이어리가 어떻게 생긴건지도 구경했어요. 또 다락방님과 은교가 생각났지요. 지금쯤 대구에 있겠구나... 이러면서요.
다락방님의 오늘 글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유독 따뜻하네요. 어쩐지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져요. (응?)

다락방 2010-12-12 20:06   좋아요 0 | URL
몰스킨 다이어리는 한번 사고 다시는 안사고 있죠. 제겐 정말 무의미한 다이어리, 예쁘지도 않은 다이어리였어요. 그걸 쓰는 일년내내 돈아까워서. 하하하핫. 전 요즘 몇년째 은행에서 주는 공짜 수첩을 쓰고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아직까지 들어오질 않고 있어서, 아 이런 제길, 수첩을 하나 사야하나,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전 돈 주고 다이어리를 못사겠어요, 이젠. orz
두권 가지고 간걸 후회하지 않으러고 완전 피곤한데도 지하철에서 꾸역꾸역 줌파 라히리의 책을 두장쯤 읽었습니다. 읽었으니 됐어, 하면서요. 눈도 자꾸 감기고 막 그랬는데. 집에 오니 밤 열두시였거든요. 흑 ㅠㅠ 왜 사서 고생하나 몰라요.

마노아님은 크리스마스에 계획 있어요? 스스로에게 선물 해줄건가요? 만약 해준다면 무얼 해줄거에요? 전 반지가 너무 비쌀 것 같아서 그냥 책이나 한권 사줄까 하고 소심해지고 있어요. 반지를 끼기에 손가락이 지나치게 두껍기도 하고. 흑 ㅠㅠ

크리스마스를 같이 기다립시다, 마노아님! 기적이 일어나는 것도요!

마노아 2010-12-12 20:42   좋아요 0 | URL
제가 크리스마스에 저에게 선물한 건 이승환 공연 티켓이에요. 그런데 오늘 둘째 조카가 자기 그날 성탄 예배에서 대표로 천사 옷 입는다지 뭡니까. 표를 물릴 수도 없는데 급 고민이 되고 있어요. 언니한테 영상 찍어오라고 하면 성에 안 찰 것 같은데, 그치만 공연을 놓칠 수는...;;;;
우리는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만나요. 다락방님 손을 잡고 싶어요. 제 손가락이 더 두꺼울 테니까 아마 조그마한 위안이 될 거예요. 제가 졸업반지 사건 얘기 안 했나요? -_-;;;

다락방 2010-12-13 09:1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이승환 공연을 택하세요! 어쩐지 이승환 공연이 순수하게 마노아님을 위한 것 같다는 생각이.... ( '')

네네네네, 마노아님. 우리는 올해가 가기전에 한번 더 만나요! 나도 원해요, 마노아님! 스케쥴 짜봅시다. 연락할게요. 손도 잡고 끌어안기도 하고 그래요. 뭐, 가능하다면 같이 울기도 합시다. 전 작년12월부터 올 12월까지 너무 힘들었거든요. 며칠전에 올 한해를 돌이켜봤는데 봄도 힘들었고 여름도 힘들었고, 가을엔 극에 달해 울기까지 했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마노아님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해요.

치니 2010-12-1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절대 다이아몬드는 안 사기로 맘 먹었어요? 갑자기 그게 궁금하다.

다락방님은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따뜻한 사람인 거 같아요. :)

다락방 2010-12-12 20:13   좋아요 0 | URL
아, 치니님. 다이아몬드를 사지 않기로 결심한건,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보고 엄청 울었기 때문이에요. 다른거라면 지키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다이아몬드를 사지 않는' 건 지키기 어려운 것도 아니구요. 비싸잖아요... 사지 않는쪽이 제게는 전혀 어렵지 않으니까, 스스로 결심한거에요. 하핫 ;;

그리구요 치니님,
저는 음, 그러니까 뭐랄까, 제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관심있지 않는 사람과 또 제가 원하지도 않는데 제게 접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따뜻하지 않아요. 매정하고 잔인하고 쌀쌀맞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합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따뜻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의식적이고 의도적인것 같아요. 그러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말이죠. 그러나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거라는 생각을 해요.

일요일이 다 가고 있어요. 슬퍼요. ㅜㅜ

... 2010-12-1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자신한테 선물을 좀 사주고 싶은데 아이템이 정해지지 않네요. 아이패드를 둘러보고는 있는데

그리고,
줌파 라히리~~~~~~~~(효과음: 꺄아악!)

다락방 2010-12-12 20:15   좋아요 0 | URL
어제 만난 꽃청년이 아이패드 들고왔어요. 오, 그건 정말 대단한 장난감이더군요! 몇시간이고 그걸 가지고 장난하기 딱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건 아이들한테도 꽤 유용한 장난감일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별로 심심하지 않기 때문에 장난감은 필요가 없어서 아이패드는 패쓰. 하하하하하하하하.

반지는..........아이패드 보다 비쌀까요, 브론테님? 그러면 아주 곤란해지는데......만약 마음에 든느 반지가 백만원 막 이러면 어떡하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공짜 스마트폰이나 사서 스스로에게 선물해야 할까요? ㅠㅠ

오늘 오후에 줌파 라히리를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몇장 안읽고 또 자서 좀전에 일어났어요. 일요일의 저는 무기력하고 게으름으로 똘똘뭉친 여자사람입니다. 심지어 '아저씨'에 가깝죠.

웽스북스 2010-12-12 20:32   좋아요 0 | URL
저도 줌파 라히리 좋아요 (꺄아악~~~)
저는 그저 좋은 사람을 먼저 보고 이름뒤에 숨은 사랑을 나중에 봤는데,
이름 뒤에 숨은 사랑도 좋군요. 그럴 줄 알았어 ㅋㅋ

... 2010-12-12 21:4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아이패드 장난감 맞아요.ㅎ 저도 그래서 망설이는 중....
반지가 (길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반지아니라면) 아이패드보다 비쌉니다! 그래서 저는 귀금속류는 저 자신에게 절대 선물 안합니다 ㅎㅎㅎ

저도 오늘 자다깨다를 무한반복중.

웬디양님!!!/ 님은 제 서재와서 <시크릿가든>에 대한 토론을 하셔야죠! ㅎㅎ "이러려구 왔다"하면서 하하하하하

웽스북스 2010-12-13 00:27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김주원 트위터 가보셨어요? 완전 빵터져요 ㅋㅋㅋ
http://twtkr.com/CEO_KimJooWon

다락방 2010-12-13 09:24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김주원이 현빈인거죠? 현빈이 한 캐릭터? 김주원이 누군데 싶어서 저도 지금 웬디양님이 링크해준데 따라갔다가 완전 뿜었네요. 아, 저도 시크릿가든 볼까봐요. ㅎㅎㅎㅎㅎ

레와 2010-12-13 10:41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땡큐! 나 김주원 팔로잉했어요! ㅋㅋㅋ

다락방 2010-12-13 13:12   좋아요 0 | URL
난 트윗 안하니까 즐찾했어요. ㅋㅋㅋㅋㅋ

... 2010-12-14 01:05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아아아아, 요즘 가뜩이나 김주원사장때문에 개그맨들이 우습게 보이고 있는데.... 완전!!!

레와님/ 로엘백화점 2010년 하반기 신입공채 서류접수 되셨습니다. 상하층 문화교류의 다리가 놓였습니다

다락방님/ 저도 즐찾했어요 ^^ 다락방님도 시크릿가든 보셨음 좋겠다. 그래서 우리모두 테마페이퍼 설정해서 심도있는 난상토론을 벌여보자구요

토론주제의 예)돼지껍데기를 녹여먹자고 외치는 남자에 대하여!

다락방 2010-12-14 08:19   좋아요 0 | URL
어제는 심지어 은행갔는데 은행 직원이 저더러 시크릿 가든 보냐며, 아주 재밌다고 난리치더군요. 하하하핫... 대화가 안되고 있어요, 제가 그걸 안보니까. orz

LAYLA 2010-12-1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쁜 여자가 제 앞에 앉는게 좋던데...이쁜 여자 구경하는게 옆자리 훈남보다 더 좋더라구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12-12 20:17   좋아요 0 | URL
저도 이쁜 여자가 좋긴 한데, 요즘엔 이쁜 여자가 너무 많아서요. 좀 특별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이쁜 여자 진짜 많아요. 지하철과 거리에 다들 이쁜 여자들 뿐이에요. 그러나 훈남은 어찌나 드문지요! 다 씨가 말라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그들은 다른 행성에 가있는 걸까요?

마늘빵 2010-12-13 09:36   좋아요 0 | URL
저도 예쁜 여자가 제 옆에 있는 게 좋아요. 예쁜 여자 구경하는 게 옆자리 훈남보다 더 좋아요. 저도.

다락방 2010-12-13 09:37   좋아요 0 | URL
아프, 댓글 세개는 의도된건가요, 아니면 댓글이 잘 안남겨져서 자꾸 등록을 누른건가요? 푸하하하. 어쩐지 의도된 것 같아.. ㅎㅎㅎㅎㅎ

마늘빵 2010-12-13 09:56   좋아요 0 | URL
아 등록이 안 돼서 막 눌렀더니. 으음.

다락방 2010-12-17 10:23   좋아요 0 | URL
나도 등록 안 돼서 막 눌러가지고 어떤 서재에 댓글 세개 달았더랬어요. 물론 발견하고 바로 지웠지만. ㅎㅎ

moonnight 2010-12-1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예전에 다락방님이 율리시스 언급하신 거 보고 저도 주문했거든요. 읽긴 다 읽었는데 정말정말 말 그대로 몸부림치며 ㅠ_ㅠ 읽었어요. 어쨌건 끝은 내야한다는 생각에 괴력을 -_-;;;;;; 지금은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잘 안...;;;;

저도 어디 기차여행 같은 거 하게 되면 갖고 갈 책 때문에 고민할 때 많아요. 하필 그럴 때면 왜 항상 읽던 책은 조금만 남아있는건지. -_-;;; 그리고 항상 다락방님과 같은 선택을 하게 돼요. 읽던 책이랑 새 책 두 권 넣어가서는 무거운 가방 땜에 낑낑 거리며 고생하지요. 우리 알라디너들의 운명인가봐요. ^^;


다락방 2010-12-13 09:26   좋아요 0 | URL
아니 문나잇님, 율리시스를 읽었단 말입니까? 정말 읽었어요? 그걸 어떻게 읽었습니까? 책상에 두고 읽었나요? 침대에서 읽었나요? 정말 괴력을 발휘하셨네요. 전 표지 한번 열어보고 읽지는 않았네요.

그러게요, 늘 같은 고민이에요. 다음부터는 고민하지 말고 다른 새로운 책으로 한권 가져가야겠어요. 늘 이런 결심을 해놓고서는 기차탈 때 또 갈등하고 두권을 넣어서 힘들어하고 ㅠㅠ
우린 왜이러는거죠, 네?

하루 2010-12-12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는 최고예요. :)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에게 만년필을 선물했어요. 조금 이르지만..
음 그래서 그런지 12월에 책을 한권도 못 샀어요.ㅜ_ㅜ

다락방 2010-12-13 09:27   좋아요 0 | URL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이 올 한해 읽은 단편중 최고가 될 것 같아요, 하루님. 읽기 전에는 한창훈을 올해의 단편이라고 나름 정하려고 했었는데 말입니다.

저는 밑에 에디님(↓)의 글을 읽고 다시 스마트폰을 선물할까, 하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흑.
책은 그래도 한달에 한번 대박 질러줘야 되지 않나 싶어서 지금 장바구니에 넣어뒀는데, 결재하려니 또 심장이 벌렁벌렁. 대체 돈이 어딨다고 자꾸 결재를 할라고 이러나요. ㅠㅠ

에디 2010-12-1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보내서 죄송해요 (쿨럭)

....


전 비행기에서 말을 걸어준 친구가 있어요. 긴 비행이니까 나중에 안 어색하게 그냥 가볍게 인사나 하려고 말을 걸었는데 제가 '근데 죄송한데요 제가 너무 졸려서요' 하고 내리 여섯시간을 (기내식도 안먹고!) 침흘리며 자길래 어이가 없었대요. ...아 좋은 추억이다 -_-

도저히 버릴수 없는 200개의 문자메세지가 저장된, 해지된 핸드폰을 집에 가지고 있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뭐랄까, 항상 같이 하는 기계가 아니게 되니까 기분이 좀 달라요.

다락방 2010-12-13 09:29   좋아요 0 | URL
다음번에도 날 그냥 보낸다면 가만두지 않겠어욧!! --^

비행기에서 말을 걸어준 친구라니, 근사해요! 제가 아는 남자는 옆자리 여자에게 말을 건 적이 있대요. 기차에서. 혹시 발레하지 않았어요? 라고. 쳇. 그런데 그게 인연이 되서 그 뒤로도 한동안 만났다더군요. 아 쓰다보니 열받네요. 왜 말을걸지? ㅠㅠ 바람둥이 ㅠㅠ


아, 에디님!
도저히 버릴 수 없는 200개의 문자메세지가 저장된, 해지된 핸드폰을 집에 가지고 있는것도, 그러게요,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 좋을 것 같아요! 반지가 너무 비싸면, 저는 스마트폰을 선물해야겠어요! 집에 해지된 핸드폰을 둔 채로, 위로가 필요한 날이면 다다다닥 집으로 달려와서 해지된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거죠. 그러면 아주아주 행복해질 것 같아요. 아, 좋아요! 좋으네요!

Kitty 2010-12-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크리스마스에 뭔가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ㅎㅎ
저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랑 이야기를 잘 못하겠어요. 대강 자기소개 하고 이야기를 하는건 좋은데 언제 이야기를 멈춰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여정 내내 주구장창 이야기할 수도 없고 ㅠㅠ 그래서 그냥 비행기 타자마자 뭐 읽거나 자는척해버려요. 기차는...대학 때 MT가는 청량리 출발 기차 말고 제대로 된(?) 기차 한 번도 못타본 불행한 1인...그래서 기차에 대한 로망이 많아요 ㅠㅠ

다락방 2010-12-13 09:32   좋아요 0 | URL
저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랑 이야기할 생각도 사실 안해요. 그런데 일전에 기차탔을때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감을 잘라 준 적이 있으세요. 전...전.....감을 싫어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받아 먹었어요. 뭐, 싫어하지만 안먹지는 않으니까요.
최근에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에서 주인공 하비가 딸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미국에서 영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데요, 옆자리에 앉은 여자에게 말을 걸어요. 그런데 그녀가 자신은 비행기에서 내리면 중요한 브리핑이 있기 때문에 좀 자야 한다고 자더라구요. 전 음, 그런 거절의 말을 좀 힘들어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말 걸기를 꺼리는걸지도 모르겠어요.

전 기차도 KTX 도 많이 타봐서, 로망은 별로. 그러나 언제나 타기전에 두근대는 기대감은 있어요. 전혀 낯선 사람이 옆에 앉게 될텐데, 그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걸로 말이지요. 그러나 기대를 충족시켜준 적은 생각해보니 없었네요. 심지어 KTX 특실에 타게 됐을때는 재벌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오, KTX 특실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타는곳이더군요! orz

마늘빵 2010-12-1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꽃청년은 정말 말도 잘 듣네요. 추천하니까 바로 사고. 괜찮은 청년 같아요.

다락방 2010-12-13 09:3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은 청년 맞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레와 2010-12-13 10: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0-12-13 12: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매력적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청년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12-13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4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2-14 08:34   좋아요 0 | URL
그거 기다리다가 여태 제 손에 반지 하나 없어서 그냥 돈 주고 사야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이조부 2010-12-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저도 토욜날 대구에 기차타고 갔는데 반갑네요~

우아한 거짓말 책은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 ㅎㅎ

근데 기차칸 제 옆에 있는 여자분은 36살 정도로 짐작되는 기품있어 보이는 차도녀였는데 말이죠 ㅋㅋ


다락방 2010-12-14 08:34   좋아요 0 | URL
매버릭꾸랑님 옆에 앉은 여자분은 일단 저는 아니네요. 저는 36살이 안되었는데, 만약 36살처럼 보였다면 슬프니까요. 게다가 책 들고 잤으니 '기품 있어 보이는' 여자도 아니었구요. 하핫 ;;

Kir 2010-12-1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내가 가는데 그냥 보내지?

"다 읽을 줄 알았는데...잤어요."

앗! 말도 잘듣네! 괜히 꽃청년이 아니구나.

이 주옥같은 문장들...... 그 젊은 남자는 아마 유부남이었을 거에요;;;

+) 다이아몬드가 예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대체 그게 왜 그렇게도 비싼지 의문이었는데,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보고나서 내가 이런 사람이라 다행이다 싶었어요...

2010-12-13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2-14 08: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젊은 남자는 아마 유부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네, 그랬을거에요. 그랬겠죠. 그러니까 사실은 저를 따라 내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을 거에요. 그쵸? ㅎㅎㅎㅎㅎㅎ(이래도 슬퍼 ㅜㅡ)

전 다이아몬드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갖고 싶다는 생각을 아직까지는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를 사지 않겠다는 결심이 제겐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이건 아마 앞으로도 그럴것 같아요.

2010-12-14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4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0-12-1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청년이 앉더라도 저는 네번째 손가락을 가장 먼저 눈여겨 본다는...
아~~슬픈 현실이여!

다락방 2010-12-14 08:47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애인있거나 결혼한 남자들이 모두 손가락에 반지를 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지로는 거의 판단할 수 없어요. ㅠㅠ 전 그런일로 뻥치는 남자 많이 봤어요. ㅠㅠ

비로그인 2010-12-1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음주에는 매우 바쁘시겠군요~ 좋아 보입니다. 다락님 ㅋ

그나저나 올해 12월 25일은 왜 토요일인건지요....ㅠㅠ

다락방 2010-12-17 10:22   좋아요 0 | URL
음. 바람결님. 제가 다음주에 왜 바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율리시스를 읽어야 하니까? 아니면 연말이라 술약속이 잡힐테니까? ㅎㅎ

네, 25일은 왜 토요일이란 말입니까! 대답해보세요! 네!!
 
투어리스트 - The Touris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졸리의 영화가 훌륭했던 적은 거의 없지만, 영화속 졸리가 빛나지 않은적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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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2-1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촌철살인의 40자평! 이번에도 80바이트를 제대로 지켰군요.^^

다락방 2010-12-12 13:26   좋아요 0 | URL
다 써놓고 80바이트를 지키기 위해 언제나 덧붙이거나 빼곤 해요. ㅎㅎ 80바이트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질 않아요!!

Kir 2010-12-1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무비스타 졸리를 볼 수 있는 영화는 많은데, '배우'로서의 그녀를 볼 수 있는 영화는 드물어서 슬퍼요.
'지아'와 '처음 만나는 자유'를 보고 그녀에게 반했을 때는, 섹시 스타의 대명사가 될 줄 몰랐습니다.
영화 속의 졸리는 늘 빛나지만, 팬심으로 '빛나는'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그녀를 보고싶은데 말이지요......

+) 어쨌든 투어리스트는 꼭! 볼 겁니다.
조니뎁도, 졸리도 좋아하기 때문에 보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전 <안소니 짐머>를 봤기 때문에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커다란 스크린으로 이 둘이 한 화면에 있는 걸 꼭 보고싶어요.

그나저나 <타인의 삶> 이후 연출작이 이 영화라니,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행보도 참 의외에요;

다락방 2010-12-12 20:02   좋아요 0 | URL
졸리가 대본을 들고가서 감독에게 '감독을 맡아주세요' 라고 했답니다. 저도 어제 이 영화를 같이 본 친구에게 들은 얘기에요. 감독은 처음엔 싫다고 했지만, 졸리가 재차 부탁하자 알았다고 했대요. 졸리라서 가능했던게 아닐까요. 왜냐하면 이 영화는 타인의 삶과는 완전 다르고 게다가 영화 자체로는 코메디에 가까워서;;

저는 놀랍게도(!) '지아'도 '처음 만나는 자유'도 아직 보지 않았어요.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 중 진정 그녀를 배우로서 돋보이게 했던 건 아마도 [체인질링]이 유일하지 않은가 싶어요. 그러나 그녀는 그저 그런 영화에서도 정말 찬란하게 빛났어요. 제가 싫어하는 영화 [오리지날 신]에서도 그녀는 예뻤고, 딱히 재미는 없었던 영화 [툼레이더]에서도 그녀는 완전 반짝거렸죠! 혼자서 수련하는 장면은 한편의 예술이었습니다. ㅠㅠ

그런데요, Kircheis님, 이 영화속의 조니뎁은 좀 실망스러웠어요. 졸리와 함께 있으면서 빛나기는 힘들다는걸 또한번 깨달았달까요. 흑흑

Kir 2010-12-13 12:02   좋아요 0 | URL
그 누가 천하의 졸리에게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졸리가 마음만 먹으면 남자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그 어떤 여자도 넘어갈 것 같아요^^

전 원래 조니뎁이 독특한 캐릭터로 분한 모습이나 루저 혹은
몇 %쯤 모자라보이는 모습을 좋아해서 찌질하고 못나 보일 이 영화에서의 모습도 기대하고 있어요.
게다가 그렇게 만드는 여자가 졸리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조니뎁은 정상적이고 멀쩡한 캐릭터로 나와서 호평 들은 영화가 하나도 없을 거에요.
일단 그런 캐릭터로 나오는 걸 본인부터 내켜하지 않고...
캐리비언 시리즈부터 부쩍 돈 많이 들인 영화에 출연하고 있지만,
이전까지와 너무 다른 행보라 노후자금 충당을 위한 여흥거리인가 싶을 정도이니...)

사실 <안소니 짐머>를 리메이크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무지막지 진부한 스토리인데;
(전 그 영화도 오랜만의 소피 마르소를 스크린으로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봤어요...)
졸리의 영화 선택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재능을 낭비하는 것 같아 보일 때가 많아서;
작품 선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느낌 가는대로 찍다보니 이런 건지......

다락방 2010-12-14 08:50   좋아요 0 | URL
전 조니뎁이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제일 멋졌어요. 그 캐릭터를 그렇게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은 조니뎁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더라구요. ㅎㅎ
그런데 이번 역할은 뭐랄까 음, 음, 정말 찌질 ㅠㅠ
암튼 이 영화는 코메디였어요. ㅎㅎ

리메이크 영화였군요! 안소니 짐머라니, 여자주인공이 소피 마르소라니요!! 그러고보니 얼핏 몇년전에 광고를 보았던 것도 같네요.

졸리는 별로 손해볼 게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영화를 찍어도 일단 본인은 빛나니까요. 툼레이더에서도 정말 졸리는 얼마나 멋졌습니까!!!!!

moonnight 2010-12-1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정말요. 조니뎁은 실망이었군요. ㅠ_ㅠ
저도 이 영화 꼭 볼려고 해요. 이 두 주인공이라면 무조건 봐야죠. ^^

다락방 2010-12-13 11:19   좋아요 0 | URL
네, 이것은 그러니까 꼭 봐야 할 영화이긴 합니다! ㅎㅎ
 

아직 2010년이 다 지나지 않았으니 좀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일단 올 한해 읽었던 책들 중에서 좋지 않았던 책은 세권이다. 물론 읽다가 중간에 던져버린 책들도 있지만, 그것은 끝까지 다 읽지 않았으니 말하지 않기로 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클럽』은 대체 탐정이란 뭐하는 사람이냐 싶어지게 만든다. 무슨 탐정이 불륜 사진만 찍어대고.. 어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출간될 때마다 읽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권 읽었는데, 이 『탐정 클럽』은 내가 읽은 그의 소설들중 가장 뒤떨어지는 작품.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곧잘 보내곤 하는데, 이 책은 누구한테 주기도 민망하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처음 내 느낌을 믿었어야 했다. 책장도 잘 넘어가지 않을뿐더러, 정확하게 꼬집을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자꾸 신경을 건드렸다. 그녀는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자라온 환경은 같지 않았다. 나는 그녀와는 좀처럼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아키모토 야스시'의 『코끼리의 등』. 이 책은 친구들에게 빌려주었었는데, 두명 다 펑펑 울었다고 했다. 그도그럴것이, 남자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을 살게되니까. 그러나 이 남자주인공은 여태 내가 살면서 만나온 남자주인공 캐릭터중 최악이다. 가장 약한 모습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그 폭력은 그러니까, 주먹으로 누군가의 얼굴을 때리는 건 아니지만, 자신이 약하다는 걸 단단하게 무기로 내세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표현해야 될까. 그는 아내와 아이둘이 있는 가장인데 젊은 여자와 내연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들키지 않는채로 잘 해오다가, 시한부 인생이란 걸 알게 되고 요양소에 들어가 생활하게 되면서 내연의 여자와 아내를 서로 소개시킨다. 나는 이 장면이 몹시 싫었다. 내연의 여자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싫었겠지만, 아내는 오죽했을까. 나는 그녀가 정당하게 분노를 표출하지 못할 상황이라서 그게 몹시 거슬렸다. 만약 남편이 건강한 상황에서 그랬다면, 아내는 그에게 화를 내고 악을 쓰고 잔소리를 퍼붓고, 심하게는 내연의 여자를 찾아가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옳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때, 표출할 수 있어야 된다고 나는 생각하는 거다. 그러나 이 책 속에서의 아내는 남편에게 그럴수가 없다. 이제 곧 죽을 남자니까. 게다가 이 남자는 내연의 여자에게 자신의 아들도 만나게 한다. 그러니까 뭐야, 쿨해지고 싶다는거야? 나는 그가 아내에게 '죽어간다는 핑계로' 아주 심하게 대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아내는 화가 나고 속상하지만 그것을 끝내 삼켜야 한다. 남편은 이제 곧 죽으니까.  

약하다는건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나는 아프니까, 나는 약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해도 다 용서해줘, 니가 이해해줘, 라고 말하면 상대는 어지간해서는 그 사람에게 잔인하게 행동할 수가 없다. 약하다는 핑계를 대버리면, 순식간에 상대는 그에게 어떤 해를 입힌 가해자로 돌변할 수도 있다. 그런건, 정말 무섭다. 약하다는 걸 인지한 순간 한걸음 물러서고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받는 쪽은 오히려 아프지 않고 약하지 않다고 인식되어진 사람일 확률이 더 크다. 동정심과 연민은 그 자체로 나쁜 감정은 결코 아니겠지만, 동정심과 연민이 모든 관계와 감정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연민이나 동정심이 싹터버리는 사람과 우정을 맺고 사랑을 할 때 그토록 방어적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나는 한번도 동정과 연민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한 적이 없다.  

약하다는 건 분명 보호해주고 도와줘야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만, 그러나 약하다는 것이 모든일의 '핑곗거리'가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약한 사람을 보호해주는 건, 약한 사람을 보호해줄 만큼 강하며 게다가 옳고그름을 분명하게 가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에겐 치명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영화『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 어른 남자가 발가 벗은 어린아이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장면이라든가, 소설 『내일을 위한 약속』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추문에 휩싸일까봐 등 뒤로 그녀를 감추는 남자가 등장하는 장면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와, 정말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푹 빠지게 만든다.  

어제,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2009년도 K-1 재방송에서 바다 하리를 봤다. 

 

(좀 잘 나온 사진을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어떻게 가져와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때리는 사진을 가져왔을까;;) 어쨌든, 어제 시합에서 바다 하리는 정말 멋있었다. 보통의 K-1 선수들과는 몸매에서부터 다르다. 바다 하리에겐 군살이 없다. 쭉쭉 뻗었다. 그런데 그런 남자가 링 위에서 격투를 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황홀하다. 나는 바다 하리랑 말 한번 나눠본 적 없는 사이지만, 바다 하리가 가진 '강함'에 매우 끌리고 만다. 바다 하리랑 함께 다닌다면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겠지. 바다 하리와 함께 다닌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바다 하리는 나를 보호해 주겠지, 나를 지켜 주겠지. 내가 바다 하리와 각별한 사이라고 하면, 어쩐지 안전해질 것 같아. 아 정말 멋지다. 

뭐,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지, 나는 누가 보호해줘야 할 만큼 약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바다 하리 같은 남자랑 같이 길을 걸어보고 싶기는 하다. 보호받고 안전하다는 느낌은, 누군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은 꽤 근사한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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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0-12-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디 하리를 바디 허리로 본 저는 다락방은 독특하게 복근이 아니라 허리를 좋아하는구나, 이랬는데^^
아니아니, 이 시간까지 어떻게 다락방 서재에 댓글이 없을 수가 있나요, 첫빠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경우 영화가 더 좋았어요. 줄리아 로버츠가 처음으로 예뻐보인데다 테이킹 우드스탁에 잠깐 나왔던 그 남자 배우가 참 멋있었어요. 이탈리어 배울 때 제스처 보여준 것도. 그런데 책은 재미있다기보다 되게 소란스러운 느낌만 남더라구요.

다락방 2010-12-09 17:56   좋아요 0 | URL
아치, 진짜!! 글 좀 똑바로 읽어욧! 바다 하리에요. 바디가 아니라구요. 낫 바디!! 바다바다. sea!! 오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복근 보고 매력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는 해요. 제가 지금 페이퍼상에 올린 사진 보면요, 아치, 팔과 어깨 라인이요, 딱 단단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냥 저런게 너무 좋아요! 울룩불룩 가슴근육 움직이는거 말고(이건 내 남동생이 가끔 하는 짓 ㅠㅠ), 저런 움직이면서 나타나는 근육들. 아 좋아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도 봤군요, 아치는! 전 영화 보고 싶어서 보기전에 책 읽은건데, 책 읽고 나니까 영화도 보기 싫어졌어요. 이런걸 굳이 영화까지 보지는 말자 싶어지더라구요. 책은, 일전에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시끄러운 유리그릇' 같다고 했는데, 아치에게도 그런식이었나 봐요.

Arch 2010-12-10 09:21   좋아요 0 | URL
전 오타쟁이에 오독도 만만치 않나봐요. 바다 하리, 알겠어요. 저도 단단한 남자사람이 좋아요. 제 몸도 그랬음 좋겠어요.

'시끄러운 유리그릇'~ 멋진 비유인데요

다락방 2010-12-10 09:30   좋아요 0 | URL
오옹? 아침부터 아치네요! 히히 :)

치니 2010-12-0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읽다보니 결론이 다락방님은 근육남을 좋아한다?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0-12-09 18:00   좋아요 0 | URL
아, 전 그냥 ... 음..... 제가 좋아하는 건, 강한 남자?
저는 제 앞에서 완벽하게 남성성을 풍기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게 뭐든. 그러니까 제가 여자임을 자꾸만 느끼게 하는 남자들이요. ㅎㅎ 이런일이 뭐 별로 없어서. ㅎㅎ

(아 왜 쓰고나니 부끄럽지? ㅎㅎㅎㅎㅎ)

에디 2010-12-09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팔로66도 추가할 수 있어요. 그런데 밥을 먹으면서 K1을 (그것도 재방송을) 보신다구요? 응?


가아아끔 저런 비슷한 -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날 어떡할꺼야? 같은 - 질문, 을 빙자한 테스트, 를 받으면 1) 도망간다, 2) 손잡고 도망간다 3) 손잡고 도망가며 지갑의 카드등을 하나씩 버린다. 였던거 같아요. 난 대단하지 않냐고 의기 양양.

탐정클럽은 안보길 잘했네요.


다락방 2010-12-09 18:09   좋아요 0 | URL
전 K-1 을 할때마다 챙겨보는 건 아니지만, 할때마다 보시는 아빠께 혹은 남동생에게 '바다 하리 나오면 불러' 라고 말하는 여자사람입니다. 바다 하리를 보는 것은 기쁨이며, 그가 잘 싸우는 걸 보는것은 때때로 감동이기까지 해요!

탐정클럽은 안봐도 삶에 전혀 지장 없습니다, 주이님.

제 남동생도 제가 비슷한 질문을 했을 때 제게 그랬어요. 각자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자고.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0-12-0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는 별로였어요. 영화를 먼저 봤는데 크게 실망했고 책은 담에 읽었는데 가까스로 끝까지 읽고 바로 중고샵에 팔았어요. 유난 떤다는 느낌이 어찌나 들던지. -_-;;;;

그나저나, 결혼해도 괜찮아까지 미리 사놨는데 이를 어쩌면 좋을지. ;;;;

다락방 2010-12-09 18:10   좋아요 0 | URL
제 친구도 결혼해도 괜찮아까지 미리 준비해놓은 다음에 어찌나 난감해하던지 ㅎㅎ
저도 가까스로 읽고 읽고싶어했던 친구에게 줬어요. 그런데 그 친구도 읽고 별로라고 하더군요.

앗, 여섯시가 넘었어요. 일해야 하는데 여기서 놀고 있었네. 이제 저는 퇴근해야겠어요. 문나잇님도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요!
:)

2010-12-09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0-12-0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는 passive attack bastard 군요.
저는 바다 하리가 너무 좋아요!
피터 아츠 아찌가 짱이지만, 그래서 피터 아츠가 2009 WP 8강에서 최강 나쁜놈 로보트 괴물 새미 슐츠를 격파하고 올라갔는데 바다 하리가 정말 떡실신이 되도록 두들겨 패서 조금 미워했지만, 경기가 끝나자마자 넙죽 큰절을 올리는 걸 보고 사랑하기로 했어요.

저 사진은 그렇게 올라간 결승에서 레미 본야스키 때려주는 장면이네요.
K1은 입식타격기라서 누워 있는 사람 때리면 반칙인데 바다 하리가 혼내 주었어요.
결국 바다 하리 몰수패로 끝났는데 경기 끝나고 레미 본야스키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훌쩍이는데 제가 가서 한대 더 때려주고 싶었어요.

물론 조낸 처맞겠지만... 살아 남지도 못하겠죠 아마.
하지만 그렇게 죽는 것도 나름......

아 그렇다고 제가 격투기를 좋아하는 짐승 같은 남자는 아닙니다. (응?)

다락방 2010-12-10 09:19   좋아요 0 | URL
저 바다 하리가 결승에서 레미 본야스키 때려주는 그 경기 봤어요. ㅎㅎ 결국 반칙패 당하는 것도. 너무 심하게 때려서, 어 하리야 왜그러니, 막 그런 생각 했었는걸요.

저도 바다 하리가 너무 좋아요! 바다 하리는 돈 많이 벌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섹스샵을 차리는게 소원이라는데, 같이 차리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만약 돈을 잘 못벌면 바다 하리가 저를 때리기도 할까요? 약간 무섭기도 해요. ㅠㅠ

토토랑 2010-12-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의미에서.. 위기의 주부들이었던가? 위스테리아에서 그 살림 완벽하게 하는 아줌마가
남편이 심장쇼크로 쓰러졌다가 깨어나는 바로 그 순간! 침대위에 눈을 뜬 남편을 보고
전 뭔가 위로 하거나 몸이 괜찮냐고 먼저 물어볼줄 알았거든요
"나 한테 이런 수치를 주다니! 최고의 변호사를 사서 니가 가진 재산을 한푼도 남김없이 탈탈 긁어낼거야!"
라고 말하는데ㅡ 순간 멍~ 하면서 곧 어찌나 통쾌하든지!!!
(물론 그 다음의 행동은 이런 ~~!@#!@$# 이긴 했지만)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심하게 대하는... 저두 정말 싫어요.

다락방 2010-12-10 09:22   좋아요 0 | URL
아, 심장쇼크로 쓰러지기 전에 아내에게 혼날짓을 했군요! 아내를 상처주는 짓!
저는 위기의 주부들을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살림 완벽하게 하는 아줌마한테 몹쓸짓을 했다니, 그 아줌마는 정말 배신감 느꼈겠어요. ㅠㅠ

일단 약한자를 자처해버리면 상대가 강한자가 되고, 상처 받았다고 먼저 말해버리면 상대는 가해자가 되죠.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때 피해자와 가해자로 드러나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금요일입니다, 토토랑님. 즐겁게 보내세요!

2010-12-09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r 2010-12-09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하다는 것이 모든일의 '핑곗거리'가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쓰신 부분에
선명하게 밑줄 긋고, 별표 백만개쯤 치고 싶어요!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정말정말 별로였어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한다는 제 습성이 원망스러웠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책장을 덮고 미련없이 포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번번히 그러질 못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끝까지 읽고 말아요. 무슨 오기인지......

다락방 2010-12-10 09:24   좋아요 0 | URL
저도 몇번이나 망설였어요. 그만 읽을까 마저 읽을까. 그렇지만 끝까지 다 읽었으니 싫다는 말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라서 끝까지 읽으면 뭔가 줄줄 알았건만... 그렇지도 않더라구요. 하핫.

Kircheis님, 저 [전태일평전] 읽기 시작했어요!

프레이야 2010-12-0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 하리~ 근사한 믿음 맞네요.
날이 추워지니까 더더 그런 믿음을 갖고 싶은거죠? ㅎㅎ
다락방님, 근데 먹기사는 영화가 훨씬 못하더군요.
하비에르 바르뎀이 줄리아 로버츠랑 너무 안 어울렸어요.
하비에르 바르뎀의 매력은 그런 캐릭터가 아닌 것 같았어요.
책은 차라리 좋았어요.^^
문장이나 내용은 좋은데.. 뭔가 쉽게 공감되지 않는 어떤 배경 같은 게 걸렸지만요.^^

다락방 2010-12-10 09:27   좋아요 0 | URL
책 보고 나니까 영화를 아예 꼴도 보기가 싫어지더라구요.

그 책의 '공감되지 않는 배경'을 말씀하시니까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제 경우에는 저 책을 읽는데, 자꾸 최규석의 [대한민국 원주민]이 생각나더라구요. 전혀 연관없어 보이는 책들인데 저는 그랬어요. 그러면서 그런 생각을 했죠. 최규석도 엘리자베스 길버트도 나랑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데, 왜 나는 최규석에겐 공감하고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다른 세계 애기 같을까, 하고 말이지요. 단순히 물리적 거리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어요.

가끔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가 알라딘 블로그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만약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서재활동을 한다면 저는 즐겨찾기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섬사이 2010-12-09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는 못 봤고 책으로는 한 번 읽어봐야지 했는데
별로군요. 그냥 패스~해야겠어요. ^^
'약하다는 건 분명 보호해주고 도와줘야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만, 그러나 약하다는 것이 모든일의 '핑곗거리'가 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
굵은 글씨체 색글자로 강조해야해요. 그만큼 강하게 동의해요.
강한 남자, 강한 여자, 강한 사람이 좋아요.
따뜻하고 상냥하고 자상하고 부드러운 내면을 가진.

다락방 2010-12-10 09:28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그 책은 좋다고 하는분들이 엄청 많으니 섬사이님께도 꽤 좋은 책이 될런지도 몰라요. 제 친구들 중에도 저처럼 싫어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좋다고 제게 추천한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ㅎㅎ

네, 강한 남자 강한 여자 그러니까 강한 사람은, 따뜻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내면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권력으로 상대를 꼼짝못하게 하는건, 그건 강한게 아니라 멍청한거죠. 부드러운 내면, 아 좋으네요 섬사이님!
:)

기억의집 2010-12-10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탐정클럽은 진짜! 발로 써도 그것보다는 잘 쓸 것 같아요. 돈 아깝고 시간 아까운 책이었어요^^

기도하고..이 책은 예초부터 관심 없는 책이어서.... ^^

코끼리의 등은 개자식같은 놈이군요. 작가는 무슨 의도로 저런 쌍놈의 새끼 캐릭터를 만들었을까요?
흑흑 제가 요즘 운전하면서 (한 두달 되었어요. 오후에는 거의 애들 운전사!) 쌍놈의 새끼가 아주 입에 배어버렸어요. 주인공은 좀 그렇다, 그냥 조용히 꺅 죽어버릴 것이지.

K-1 저도 저거 숱하게 봤는데..솔직히 저는 저런 남자들 보면 애아빠한테 저런 몸매 좀 만들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말하고 싶어 목구멍에서 치밀어 오르는데 남편 기 죽을까봐(아마 그 말 직설적으로 했다면 바다 하리한테 한대 맞은 것보다 더 아프지 않을까 해서) 참네요. 정말 몸매 멋지죠.

락방님 섹스샵은 좀~~~

다락방 2010-12-10 13:35   좋아요 0 | URL
전 [탐정클럽]읽으면서 이게 대체 뭔가 싶더라구요. 이런 이야기를 대체 왜 쓴걸까...하면서요.

저도 [코끼리의 등] 다 읽고 대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바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더라구요. 무슨 말을 하기 위해서 이런 소설을 썼을까? 이 소설을 읽고 뭘 느껴야 할까? 계속 생각했구요. 그런데 다른분들 평을 보니 다 나쁘질 않아요. 저는 별 하나짜리 리뷰를 썼습니다만. 그 책 속에 숨겨진 의도가 무엇이었든 저는 캐치하지 못했어요. 다만, 최악의 남자캐릭터에 짜증만 잔뜩 나서 중간에 던져버릴까 하다가 설마 뭔가 있겠지 하고 내내 붙잡고 있었더니 ;;

그쵸그쵸? 저도 주변 남자들한테 바다 하리 몸매로 좀 만들면 안되겠냐고 윽박지르고 싶어져요. 뭐, 일단 윽박지를 남자도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설사 그런다고 한들, 그럼 니 몸매도 졸리처럼 만들어, 라고 대꾸할까봐 꾹 참습니다. ㅎㅎ
아흑, 저 바다하리의 팔과 어깨가 보이세요?
저런 팔과 어깨를 보면서 어떻게! 섹스샵을 차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아흑 아흑 ㅠㅠ

2010-12-10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0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금요일 저녁엔 서점에 들렀다. 원래 사려고 생각했던 책은 따로 있었는데, 나는 시집코너로 가서 시집을 찾다가, 김행숙, 의 시집을 꺼내든다. 브론테님 페이퍼로 이미 목의 위치를 만났던 바, 그 시의 전문을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아, 전문이 좋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시집을 집어든다. 오늘은 서점에서 시집을 한권 사는거야, 생각하고 신간 코너에 들러 소설도 한권 집어 든뒤에 계산을 한다. 그리고 혼자 우동집에 들러 우동을 시키고서는 『목의 위치』를 읽는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앉아서도 또 『목의 위치』를 읽는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읽는다. 

 

 

 

 

 

 

 

 

목의 위치 

 

기이하지 않습니까. 머리의 위치 또한. 

목을 구부려 인사를 합니다. 목을 한껏 젖혀서 밤하늘
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당신에게 인사를 한 후 곧장 밤하늘
이나 천장을 향했다면, 그것은 목의 한 가지 동선을 보여
줄 뿐, 그리고 또 한 번 내 마음이 내 마음을 구슬려 목의
자취를 뒤쫓았다는 뜻입니다. 부끄러워서 황급히 옷을 주
워 입듯이. 

당신과 눈을 맞추지 않으려면 목은 어느 방향을 피하여
또 한 번 멈춰야 할까요. 밤하늘은 난해하지 않습니까. 목
의 형태 또한.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목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습니다. 문득, 세상에서 가장
긴 식도를 갖고 싶다고 쓴 어떤 미식가의 글이 떠올랐습니
다. 식도가 길면 긴 만큼 은식이 주는 황홀은 천천히 가라
앉을까요, 천천히 떠나는 풍경은 고통을 가늘게 늘리는 걸
까요, 마침내 부러질 때까지 기쁨의 하얀 뼈를 조심조심
깎는 중일까요. 문득, 이 모든 것들이 사라져요. 

소용없어요, 목의 길이를 조절해 봤자. 외투 속으로 목
을 없애 봤자. 그래도 춥고, 그래도 커다란 덩치를 숨길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목을 움직여서 나는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지
않습니까. 다리를 움직여서 당신을 떠나듯이. 다리를 움직
여서 당신을 또 한 번 찾았듯이.
 

 

술을 마시지 않은 금요일에 침대에 누워 내내 이 시만 반복해서 읽다가, 다른 시들도 뒤적여 보다가, 아, 그래도 목의 위치가 제일 좋구나 하고 또 읽다가 그렇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당신과 눈을 맞추지 않으려면 목은 어느 방향을 피하여 또 한 번 멈춰야 할까요, 하는 부분에서 후아- 하는 한숨만이 계속해서 나왔다가 다리를 움직여서 당신을 떠나듯이, 다리를 움직여서 당신을 또 한 번 찾았듯이, 에서 무너진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저기,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예전에 『소설보다 이상한』이란 영화를 보고서는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신에게 희극인가요, 비극인가요, 라고. 그러자 그는 내게 "당신은 내게 희극이지만, 나는 당신에게 비극이 될 것 같아요." 라고 말했었다.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라고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듣게 될까.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2. 오늘 오후, 남동생은 머리(카락)를 자르고 왔다. 와서 거울을 보더니 좀 덜 다듬어진 부분이 있는데, 미장원 다시 가기 귀찮으니 누나가 좀 잘라줘, 라고 했고 나는 그래 뭐 그러지, 하고서는 신문을 가져다 대고 조금 잘라주었다. 이정도면 되겠어? 남동생은 거울을 보더니 괜찮다고, 이렇게 잘라달라고 한다. 나는 다시 가위질을 하는데 갑자기 남동생이 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나는 깜짝 놀란다. 남동생은 누나 내 귀 잘랐지? 한다. 나는 남동생의 귀를 들여다보는데, 어어, 조금 베인자국이 있다. 내가 건드렸나보다 싶은데, 이내 남동생은 피나지? 한다. 설마 그럴리가 하고 다시 보니 피가 난다. 그런데 젠장, 피가, 피가, 흐른다. '피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줄줄줄줄 흐른다. 아 내가 니 귀를 잘랐어. 어떡해! 남동생은 머리를 자르랬더니 왜 귀를 자르는거야, 라고 흥분하고 괜찮으니까 머리나 마저 잘라, 라고 하는데 나는 발만 동동구른다. 내가 니 귀를 잘랐어. 나 니 귀를 잘랐다고. 나 니 귀를 잘랐어!! ㅠㅠ

애매하지 않습니까, 귀의 위치 또한. 

 

3. 오늘 밤. 책을 읽으려고 침대에 앉았다가 남동생 방에 갔다. 남동생은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폭두백수 타나카』였는데, 남동생은 4권을 보고 있었고 나는 방에 널부러진 7권을 집어서 아무데나 펼쳤다. 그런데 이런 문장이 보인다. 

누가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런 말이 있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람'은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낸다.
라고.  

 

표지를 보니까 내가 널부러진 책들중에 왜 7권을 뽑았는지 알겠다 ;;

 

 

 

 

 

 

4. 다시, 김행숙. 

 

 

목의 위치를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김행숙의 시집을 떠올렸다. 당연히 나는 김행숙이 아니라 다른 어떤 시인의 시도 외우고 있는 것은 한편도 없는데, 내가 가진 김행숙 시인의 시집을 좋아했던가? 목의 위치를 읽고 이렇게 좋아했던 것 처럼, 그 시집속의 시를 무언가 좋아했던가? 라고 떠올려 보니 대답할 말이 없다. 좋았다고 느꼈던 시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시집을 다시 펼쳐본다. 그런데, 『일요일』을 읽는다. 아, 맞아! 내가 이 시는 좋아했었어! 

 

 

 

 

일요일




며칠 늦게 일요일이 찾아왔다. 햇빛은 일요일의 뒤
에 있었고, 몇 덩어리의 구름은 일요일의 느리고 느
리고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내린 비는 일요일의 가득한 눈물처럼. 앞에
있는 햇빛처럼. 나는 토요일 밤의 송별회를 지나 월
요일 그리고 화요일 밤,

나쁜 일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이 멀
리 흐르지 않고 가까이 향월 여인숙에서 잠이 들고
다음 날 다시 새 이불을 덮는다. 나는 화요일 밤을
지나 수요일 아침 그리고 목요일 아침의 순서로 일요
일을 기다린다.

일요일은 제멋대로 다리를 뻗고 두드리고 발을 주
무른다. 일요일이 쓰고 온 넓은 모자가 넓은 그늘을
만들고, 나는 금요일 저녁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구두들이 글썽거리며 웃음을 물고 모여 있는 것을 본
다. 금요일 저녁에서

발이 녹는다. 발부터 일요일까지. 토요일이라는 누
구누구의 이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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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다락방 2010-12-05 00:3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은 애매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 2010-12-05 00:35   좋아요 0 | URL
일요일은 난해하지 않습니까. 밤하늘이 난해하듯이.

다락방 2010-12-05 00:38   좋아요 0 | URL
일요일은 난해합니다. 비오는 출근길이 난해하듯이.

... 2010-12-0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의 위치> 좋쵸? <화분의 둘레>도 좋던데요. 근데 다락방님은 시를 잘 못 읽는다고 하시면서 김행숙의 다른 시집도 가지고 계신겁니까! 일요일은 오후6시 이후가 싫어요. ㅋㅋ

다락방 2010-12-05 00:38   좋아요 0 | URL
전 [목의 위치] 만큼 좋은 시를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당신이 지진이라면]이 그마나 좀 나았어요. 그러게요, 김행숙의 다른 시집은 제가 어떻게 가지고 있는걸까요? 저 시집 다 합쳐서 한 열권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전부에요. ㅎㅎ
일요일은 아침부터 신경쓰여요. 오후가 오겠지, 밤이 오겠지, 내일이 오겠지 ㅠㅠ

moonnight 2010-12-0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읽으시는 멋진 다락방님 ^^

일요일이 너무 빨리 지나갈까봐 토요일은 잘 못 자고 새다시피 하고 일요일은 일요일대로 월요일이 싫어서 안 자고 버티다보니 월요일 컨디션은 정말이지... -_-;;;;; 저는 오늘 나가서 영화보고 술 한 잔 할 거에요. 이주넘게 앓았던 감기가 드디어 끝을 보이는 듯 해서 축하기념으로요.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

다락방 2010-12-05 21:24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영화도 보고 술도 드셨나요? 저는 비빔국수를 먹고 유자차를 마셨답니다. 배 불러요. 하핫.
술 한잔 하신다면 아직 집에 들어오시기 전이시겠어요. 영화는 뭘 보셨나요?
감기가 나아가는데 술 마시고 피곤하면 어떡해요, 문나잇님. 감기 빨리 나으시고, 나으시면 다시는 감기 걸리지 마세요. 일요일이 이제 채 세시간도 남질 않았네요.

moonnight 2010-12-06 15:49   좋아요 0 | URL
앗. 비빔국수. 저 좋아하는데 맛있었겠어요. ^^
영화는요. '스카이라인'을 봤는데, 생각보단 괜찮더라구요. 워낙 혹평을 많이 들어서 ;;;;
월요일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몇시간만 있으면 퇴근이에요. 호홋 ^^

다락방 2010-12-06 16:39   좋아요 0 | URL
퇴근시간이 한시간 반 남았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보내고 있어요.
스카이라인 괜찮았어요? ㅎㅎ

저는 다음주쯤에는 아마도 [투어리스트]를 보러가지 싶습니다. 졸리가 나오잖아요! 히히 :)

깐따삐야 2010-12-0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 진열대에 누워있는 <타인의 의미>를 봤는데 그냥 뽀로로 책만 사갖고 왔네요.

천천히 떠나는 풍경은 고통을 가늘게 늘리는 걸까요.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시인이 이렇게 대신 말해주네요.
천천히 떠나는 풍경은 기쁨도 가늘게 늘리는 걸까요. 그게 그런가? 그건 또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0-12-05 21:36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책 사러 서점 갔다가 [타인의 의미]를 사들고 왔네요. 그리고 [해피엔드에 안녕을] 이라는 책도 사가지고 왔는데, 그 책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어요.

하나의 글을 읽고 모두가 받아들이는 부분이 같지 않듯이 한편의 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천천히 떠나는 풍경은 고통을 가늘게 늘리는 걸까요, 란 부분이 깐따삐야님의 눈에 띄었군요. 저는

그래도 목을 움직여서 나는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지
않습니까. 다리를 움직여서 당신을 떠나듯이. 다리를 움직
여서 당신을 또 한 번 찾았듯이.

이 부분이 참 좋아요.

poptrash 2010-12-0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멋대로 다리를 뻗고 두드리고 발을 주무르는 일요일이네요.
그런데도 발은 이렇게 시리기만 하고.

다락방 2010-12-05 21:37   좋아요 0 | URL
팝님, 수면양말요, 수면양말 신어요! 수면양말 정말 따뜻해요. 저도 발이 시려서 수면양말 가끔 신고 자는데 정말 따뜻해요.

stillyours 2010-12-0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다락방님. 나도 지난 금요일부터 [타인의 의미]를 읽고 있어요.
아, 다락방님. 다락방님이 좋아할 것 같은 시를 어젯밤에 읽었어요. 김혜순의 '첫'이에요. [당신의 첫]이라는 시집에 있어요.

손 시려요.

다락방 2010-12-06 09:28   좋아요 0 | URL
으응, 그 시집은 또 뭐람? 검색해보고 살게요. moon님이 그렇게 말했으면 정말 내가 좋아할 만한 시일거에요. 히히. 아웅, 겨울에 시집 사는 여자사람이네요, 나는. 히히.

손이 왜 시려요, moon님. 잡아줄 사람이 있잖아요! 응?
겨울이다!! 손 시렵다는 핑계로 손 잡을 수 있는 겨울!
:)

영삼이 2010-12-0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폭두백수 다나카. 전 폭두직딩 다나카를 다 읽었습니다. 한참 웃다 울었었지요. 좋네요, 시도 만화도. ㅎㅎ

다락방 2010-12-07 13:52   좋아요 0 | URL
앗 저도 폭두직딩 폭두고딩 폭두백수 다 읽지는 않았고 다들 조금씩 읽다 말았네요. 재밌죠? ㅎㅎ 전 폭두직딩 에서 타나카랑 동료가 서로 거시기 하는 장면을 들킬때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흑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