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남자들은 언제나 완벽하지 못한 캐릭터였다. 그들은 갈등하고 흔들리고 심약했다. 자신의 직관보다는 주변의 말들에 휩쓸리기도 했다. 간사한 이야고를 마냥 욕할수만은 없지만, 휘둘리는 오셀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힘을 가지고 있고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어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리어왕도 답답했다. 그들 주변에는 언제나 지혜롭고 심지가 굳고 총명한 여자들- 데스데모나, 코딜리아-이 있었다.    

 

 

 

 

 

그리고 줄리엣이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남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게 아니다. 나는 그들 모두의 그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그의 글 자체이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로미오는 싫다. 그의 그 유약함은 도무지 내가 좋아할 수 없는 성향이다. 줄리엣에게 하룻밤만에 사랑을 맹세하는 그는, 사실 줄리엣을 보기전에는 다른 여자를 향한 연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남자였다. 영원한 사랑의 맹세따위는 그래서 송골매에게 던져버려야 하는 것. 사랑은 움직이는거고 관계는 변하는거라는 걸 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로미오를 좋아할 순 없지만, 줄리엣은 좋다. 오늘, 영원한 사랑의 맹세 따위는 존재할 수 없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로미오의 맹세를 읽는다. 

   
 

오, 로미오, 로미오, 왜 그대는 로미오인가요?
아버지를 부인하고 그대 이름 거부해요.
그렇게 못한다면 애인이란 맹세만 하세요.
그럼 난 더 이상 캐풀렛이 아니에요. 



더 들을까, 아니면 이쯤에서 말을 걸까? 



그대의 이름만이 나의 적일 뿐이에요.
몬터규가 아니라도 그대는 그대이죠.
몬터규가 뭔데요? 손도 발도 아니고
팔이나 얼굴이나 사람 몸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니에요. 오, 다른 이름 가지세요!
이름이 별건가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건
다른 어떤 말로도 같은 향기 날 겁니다.
로미오도 마찬가지, 로미오라 안 불러도
호칭 없이 소유했던 그 귀중한 황벽성을
유지할 거에요. 로미오, 그 이름을 벗어요.
그대와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를 다 가지세요 



그 말 듣고 가질게요.
애인이라 불러만 준다면 다시 세례받은 뒤
앞으로는 절대로 로미오라 안 할게요. 



누구신대 이렇게 밤의 장막 속에서
제 비밀과 마주치게 된 거죠? 



                                 이름으론
누구인지 그대에게 말할 수 없군요.
성자시여, 제 이름을 제가 미워합니다.
그것이 그대의 적이기 때문이죠.
만약에 써 놨다면 찢어 버릴 겁니다.


 

그대 혀가 내놓은 말 내 귀로 마신 것이
백 마디도 안 되지만 그 음성은 알아요.
로미오가 아닌가요. 그리고 몬터규죠?


아가씨가 싫다면 어느 쪽도 아닙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말해 봐요, 뭣 때문에?
정원의 벽은 높고 넘어오기 힘들며
내 친척 누군가가 그대를 발견하면
그대 신분 고려할 때 여긴 죽는 곳이에요.


사랑의 가벼운 날개로 벽을 날아 넘었죠.
돌로 지은 장애물은 사랑을 못 내치고
사랑은 할 수 있는 일이면 과감히 하니까요.
그러므로 그대 친척 나를 막진 못합니다.

만약 보게 된다면 살해할 거에요. 



아! 그들의 스무 자루 칼보다도 더 큰 위험이
그대 눈에 있답니다. 그대만 즐거우면
그들의 적개심은 날 찌르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이 못 보면 좋겠어요.

 

밤의 외투 걸쳐서 그들 눈엔 안 띄지만
그대 사랑 없다면 찾아내라지요.
그들의 미움으로 내 생명 끝나는 게
사랑 없이 지연된 죽음보다 낫답니다.


 

누구의 안내로 이곳을 찾아낸 거에요?

 

사랑이 맨 처음 알아보라 귀띔했죠.
그는 내게 조언했고 난 눈을 빌려 줬답니다.
난 선장은 아니지만, 가장 먼 바닷물에 씻기는
불모의 해안만큼 그대가 멀리 있다 하여도
이런 상품 구하려고 모험했을 겁니다.

 

알다시피 밤의 가면 내 얼굴을 덮었어요.
안 그러면 오늘 밤에 들으신 말 때문에
처녀 뺨은 수줍어 붉어졌을 거에요.
격식을 차리고 싶어요. 했던 말을 기꺼이, 기꺼이
부인하고 싶어요. 하지만 관습은 버리자!
날 사랑하세요? "네"라고 말하실 줄 알아요.
그 말을 믿을게요. 그래도 맹세를 하신다면
거짓될 수 있답니다. 연인들의 위증에
조브 신이 웃는다고 하니까. 오, 로미오,
사랑하고 있다면 성실하게 선언해요.
만약 나를 너무 빨리 얻었다고 생각하면
다시 구애하도록 심술궂게 찌푸리고
"안 돼요." 할 테지만, 아니라면 절대로 안 그래요.
참말이지 몬터규 님, 난 너무 좋아요.
그래서 내 행동을 가볍다 여길 수 있겠지만
날 믿어 주세요. 교활하게 쌀쌀맞은 여자보다
더 진실된 사람임을 입증할 테니까.
고백컨대, 그대가 나 몰래 참사랑의 감정을
엿듣지만 않았어도 그대를 더 쌀쌀맞게
대했을 거랍니다. 그러니 날 용서하고
어두운 밤중에 들켜 버린 이 허락을
가벼운 사랑의 탓으로 돌리지는 마세요.

 

과일나무 가지 끝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저기 저 축복받은 달님에게 서약컨대


오, 둥근 궤도 안에서 한 달 내내 변하는
지조 없는 달에게 맹세하진 마세요,
그대의 사랑도 그처럼 바뀌지 않도록.

 

어디에다 맹세하죠? 



                아무 맹세 마세요.
하겠다면 품위 있는 자신에게 맹세해요,
이 몸이 우상으로 숭배하는 신이니까.
그럼 믿을 거에요.

                 

                      내 가슴의 사랑이


저, 맹세하지 말아요. 그대가 좋긴 해도
오늘 밤 이 언약은 즐겁지 않답니다.
너무너무 성급하고 무모하고 빨라요.
"번개 친다." 말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번개와 너무나 꼭 같아요. 잘 자요!
이 사랑의 새싹은 여름의 숨결로 자라나
우리 다음 만날 땐 예쁜 꽃 필 거에요.
잘 자요, 잘 자요! 내 가슴속에 있는
감미로운 휴식이 그대의 마음에도 오기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이 못 보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는 줄리엣이라니!  

도대체 왜! 줄리엣은 로미오를 사랑하는 걸까. 알 수가 없다.  

물론 세상의 모든 사랑은 내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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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4-1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서요. 그 손발이 오그라드는 고전의 대사를 현대 배경으로 가져왔는데도 어우러져서 신기했어요. 바즈 루어만 감독은 역시 감각적이야!라고 생각했지요.
인어공주가 월트 디즈니 판에서 해피엔딩으로 거듭난 것처럼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런 버전이 하나쯤 있었음 좋겠어요.
슬픈 사랑의 대명사로 불리지 않아도 되게끔요.
레도 덕분에 줄리엣보다 로미오를 더 사랑하게 되었지만, 다락방님 말마따나 그는 너무 유약하고 가볍기까지 해요.
그런데 맹세하지 말라는 말은 너무 단단해서 어쩐지 서글퍼요. 맹세보다 더 단단한 무엇으로 다락방님을 움직여야 할까요.

다락방 2010-04-19 13:22   좋아요 0 | URL
레오의 로미오 말씀이십니까! 아, 그때 정말 황홀했어요. 금붕어가 헤엄쳐다니는 어항을 사이에 두고 로미오랑 줄리엣이 눈을 마주치던 장면! 아, 잊을 수 없는 장면 아닙니까!! 게다가 노래는 어떻구요. 키씽유~ 한동안 제 삐삐의 연결음이었죠.

맹세보다 더 단단한걸로는 움직일 수 없겠지만, 맹세보다 더 다정한걸로는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요?
:)

... 2010-04-1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말이죠, 로미오가 맹세를 호기롭게 해버릴수 있는 찬란한 나이였다는 게, 그게 부러워요!

저도 셰익스피어에 홀딱 빠졌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오셀로가 이야고보다 더 밉더라구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비극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들었을때 뜨악했던 기억도 나네요. 주인공이 둘 다 죽었는데 왜, 왜, 왜!!! 하고 말이죠.
다락방님, 혹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읽어보셨나요? (아니라면 18번과 64번, 116번을 먼저 읽어보심이...)

다락방 2010-04-19 13:2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사실은 저런 호기로운 맹세조차 쉽게 받을 수 없지 않나요? 보통의 여성들은 말입니다. 저것도 다 줄리엣이나 되야, (올리비아 핫세를 보라지요!) 받을 수 있는건가 뭐 이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저도 이야고보다 오셀로가 더 미웠어요. 다들 바보, 빵꾸똥꾸들이에요.
저도 로미오와 줄리엣이 4대비극이 아니라는 말을 어릴때 듣고 그건 비극이 아니라는 건가, 갸웃했던 기억이 나요.

소네트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소네트도 따로 책으로 판매하는 건가요? 지난달엔가는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읽었어요. [한 아이]를 보고 급 궁금해져서...그리고 [템페스트]를 사두었어요. 그러나 먼지만 풀풀 쌓이고 있지요. 소네트라, 네, 알겠습니다.

L.SHIN 2010-04-1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대 중반, <로미오와 줄리엣>의 오리지널 사운드곡을 피아노로 들었을 때 저는 감동했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슬픈 곡이 더 있을까 하고. 지금도 귓가에 생생히 흘러들어오는군요.
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내 머리속에 그 리듬이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다락님 덕분에 그 멜로디를 기억해낸 것도 감사하구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기는 처음입니다.

"아무 맹세 마세요.
하겠다면 품위 있는 자신에게 맹세해요,
이 몸이 우상으로 숭배하는 신이니까.
그럼 믿을 거에요."

이보다 더 당차고 멋있는 사랑의 요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락방 2010-04-19 13:26   좋아요 0 | URL
셰익스피어는 여성을 사랑했던 것 같아요. 항상 가장 멋진 인물은 여자들의 몫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치요. 당차고 멋있지요?

저도 당차고 멋있게 사랑을 요구하고 싶어요. 그러나 저는 당차고 멋있기에는 지나치게 소심하네요. 하핫

메르헨 2010-04-19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아침부터 멋진 글을 대하네요.
<로미오와 줄리엣>...
자세히 다시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0-04-19 13:26   좋아요 0 | URL
셰익스피어의 글들은 줄거리보다 문장쪽이 훨씬 아름다워서 아무리 아는 내용이라도 다시 읽어보시면 푹 빠지게 될거에요. 메르헨님, 다시 읽어보세요. 날도 꾸물꾸물, 우울함을 건드리려고 하니 말입니다.
:)

치니 2010-04-19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세하지 말아요' - 이건 제가 누군가를 사귀기 시작하면 꼭 하던 말인데! ^-^;;;

다락방 2010-04-19 13:28   좋아요 0 | URL
치니님이야말로 멋지고 당당한 여성이군요! 저는 한번도 그렇게 말한적이 없네요. 다만, 누군가 맹세를 하면 속으로 그건 영원하지 못할텐데, 하고 비아냥 댔던 것 같아요. 저는 누군가를 사귈때 언제나 헤어짐을 생각했어요. 어차피 헤어지면 그 말들은 다 공중분해,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좋아하는 사람한테 사귀자는 말을 못하겠어요. 헤어질까봐 무서워서요.

카스피 2010-04-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셀로에서 주인공인 오셀로는 보통 흑인으로 나오던데 실제는 무어인입니다.무어인은 인종적으로는 코카서스인종(백인종)의 지중해집단에 가까우니 흑인이라기 보다는 좀 까무잡잡한 백인종이라고 하는것이 맞을것 같네요.
아마도 이슬람교이며 북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아랍인을 흑인으로 한것은 당시 인종 차별적 요소가 가미되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네요^^

다락방 2010-04-19 16:32   좋아요 0 | URL
음..카스피님. 제 페이퍼에도 그리고 댓글들에도 오셀로가 흑인이라는 말은 언급되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흑인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신걸까요?
 

 

 

 

 

삼촌이 캐나다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갑자기 미래라는 게 두려워졌다. 무엇인가가 내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삼촌이 사라진 다음 내 곁에 있던 것들이 하나둘 없어지기 시작했다.(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p.93)

 

불현듯이 깨달았다. 누군가 떠나는 모습을 보는게 싫다면, 누군가 떠난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다면,  

내가 떠나버리면 된다는 것을. 내가 머무르지 않고 떠나면 그런 말은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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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10-04-1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모습을 보는게 너무 무서워서
늘, 모질게, 자주 먼저 일어나버렸죠
그치만 내 뒷모습은 누군가 봐주길 바랬어요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천천히, 오래오래, 끝까지 봐주었으면...
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이죠
난 먼 훗날에는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오지도 않을 것 같은 그런 날에는
그렇게 천천히, 오래오래
지켜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다락방 2010-04-18 09:13   좋아요 0 | URL
한자리에 오래 있는게, 머물러 있는게, 변함없이 여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요즘은 생각하게 되요.
지긋지긋하고 지겨워서 모든 걸 다 그만둬버리고 싶어요.
일도, 온라인에서의 나도, 혼자 이것저것 생각에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몹쓸 감정들도,
다 그만 둬버리고 싶어요.

며칠전에 친구가 미국에 가자고 했는데,
대체 왜 가지 못하는가,
머릿속에서 내내 미국이 지워지질 않아요.
그냥 가버릴까, 다 그만 둬버리고, 다 끊고 가버릴까, 하면서요.

지긋지긋해요. 지겹고 재미없어요, 니나님.

2010-04-1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10-04-18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 메롱. 푸하하.

다락방 2010-04-18 21:37   좋아요 0 | URL
집에 돌아왔군요!! ㅎㅎ

무스탕 2010-04-1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iss' 라는 만화책 보셨어요? 8살 많은 피아노 (남)교사를 좋아하는 여학생(고)이 (나중엔 둘이 서로 좋아해요♡) 선생님이 미국으로 (일때문에) 떠나면서 '기다릴래?' 묻죠. 그러니까 여자애는 '선생님이 미국가서 기다려요. 내년에 졸업하고 갈테니까요!' 라고 한 술 더 뜨지요.
얼마나 멋져요!!

위의 댓글도 상관 없는 말들이지만, 더 상관 없는 이야기는, 이 피아노 선생님이 한동안 제 짝사랑의 대상이었죠 ^///^

다락방 2010-04-19 13:18   좋아요 0 | URL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만화책 제목이에요. 키스라고 하시니 본 기억이 없는데 줄거리를 말씀하시니 어쩐지 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일전에 한 만화를 빌려봤는데, 보다 보니 제가 본 책인 경우가 허다했어요. 하핫.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숱한것들중 만화책의 제목은 아마도 상위권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무스탕님.
차라리 만화속의 주인공을 짝사랑하고 싶은 봄날입니다.

전 뭐 근데, 미국에 가도 기다려줄 사람도 없고
여기에 있어도 기다려줄 사람도 없어요.
하핫 ;;

카스피 2010-04-1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그림을 보니 갑자기 케이블 만화방송에서 하는 마다카스타의 펭귄이 생각나네요^^ 좀 비슷한것 같군요.

다락방 2010-04-19 17:50   좋아요 0 | URL
전 그걸 안봐서 잘 모르겠네요. ㅎㅎ
 
블라인드 사이드 - The Blind Sid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경제적여유를 가진자들이 마음의여유도 가지고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아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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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4-16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어제 보려고 예매해 뒀는데 신랑이 아파서 오후에 출근을 하느라 아침에 예매취소했어요 ㅠ.ㅠ
다음주에 꼭 봐야지!!!

다락방 2010-04-16 15:56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무스탕님. 꼭꼭! 정말 좋았어요.

2010-04-16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7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4-17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셨군요. 청주엔 아직 상영을 하지 않네요. 꼭 보고싶어요^*^

다락방 2010-04-18 00:12   좋아요 0 | URL
세실님. 보시면 아마 좋아하실 거에요. 정말 괜찮은 영화거든요!
벌써 자정이 넘었네요. 안녕히주무세요, 세실님.
:)
 

 

로랑 달은 마리 메르시에와 친해지고 싶었다. 마리 메르시에는 로랑 달의 환상이었다. 

   
 

로랑 달은 가까스로 본심을 숨기며 마리에게 무관심한 척했고, 스스로 변화를 꽤했으며, 적절한 어휘를 찾으려 애썼고, 현명한 생각을 찾기 위해 머릿속을 뒤졌고, 스쿨버스에서는 머릿속으로만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고, 별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넓적다리를 바라보았고, 둘 사이에 전혀 진전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멜랑콜리하고 고상한 권태로움이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보았고.(p.148)  

 
   

그러니까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마리 메르시에를 향한 로랑 달의 연정은 배가 사르르 아플 때의 복통의 기운이나 좀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어떤 생각처럼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었다. 

로랑 달은 토요일이면 그녀의 집에 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 둘의 대화는 사실 서로 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는 그런 대화들 속에서도 그녀를 훔쳐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날도 그랬다. 그날도 그녀의 집에서 대화를 하는데, 그녀를 유혹하고 싶은데, 그녀와 관계를 좀 더 진전시키고 싶은데, 아, 그는 배가 아팠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로랑 달은 자신의 몸이 조약돌이 잔뜩 든 보따리 같다고 느꼈다.(p.153) 

이때부터 나는 로랑 달에게 연민을 느꼈다. 슬펐다. 그가 짝사랑을 앓고 있는 것보다 더 슬픈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가장 멋진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은 사람앞에서 어쩌면 가장 보이고 싶지 안은 면을 보여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꾸만 자꾸만, 현실이 된다. 참지 못하고 그녀의 어머니에게 화장실이 어디있는지를 물어보았고, 그리고 허겁지겁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는 허리띠를 풀고 하얀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내리면서 변기에 앉았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 재빨리 행동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4초 정도 만에 로랑 달은 누런 액체가 속옷을 더럽힌 것을 알고 기겁을 해야 했다. 액체 상태가 다 된 설사가 빛의 속도로 쏟아졌던 것이다. 컵 꼭대기까지 꽉 찬 두 컵의 액체 겨자가 한 컵은 팬티에, 또 한컵은 변기에 쏟아졌다.(p.154)   
   

아! 

이제 그에게는 아픈 배가 문제가 아니었다. 연정을 품은 그녀의 집 안, 그 화장실안에 지독한 냄새를 풍기게 하고야 말았다. 냄새의 근원인 팬티를 찢어 변기에 넣고 돌렸지만 그 팬티를 변기가 빨아들일리가 없다. 그는 20분 넘게 화장실에서 나가지를 못하고, 밖에서는 그녀의 어머니가 괜찮으냐며 뜨거운 차를 준비했으니 나와서 마시라고 한다.  

결국 신발 속에 팬티를 넣고, 오물이 묻어 있는 바지를 좀 닦아내었지만, 냄새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와서 안전 부절 못하고 대화를 간신히 이어가고, 머릿속에는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차있고, 결국 그의 짝사랑 대상은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지?" 

라며 화를 내고야 만다. 작별 인사를 할 때에는 두 개의 솜뭉치로 코를 막기까지 하고.  

 

이거야 말로 비극. 이거야 말로 슬픔. 슬픔중의 슬픔. 

 

 

 

 

 

 

 

 

학창 시절의 짝사랑 대상. 그러니 굳이 이 사건이 아니었어도 그가 그녀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결론은 나오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 당시의 로랑 달에게 그 순간은 끔찍했겠지. 아, 나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내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  

그만두자. 구질구질하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서로 다른 짝을 찾고 삶을 살고 그렇게 십년이 흐르고 이십년이 흐르게 되면, 그 순간을 떠올리며 농담할 수도 있을거다. 아, 그때 내가 그 여자를 사랑했는데, 맙소사, 그녀의 집에서 설사가 나온거야! 하면서. 그땐 정말 끔찍했지, 하면서 술을 마시며 웃을 수도 있게 될거다. 물론, 시간이 좀 지난후에. 

또 그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라면, 그 여자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짝사랑의 대상에 대해서도 다른 말을 할 수도 있을거다. 그때는 내가 그 사람을 참 좋아했지, 그런데 왜 그렇게 좋아했나 몰라, 같은 말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전혀 특별할게 없었는데 말이야. 그때는 왜 그렇게 그사람이 반짝거렸을까. 

 

돌이킬 수 없이 그 자체로 찬란하고 고통스러운 순간. 짝사랑도, 그리고 그 사람앞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버리는 설사도. 

 

봄으로 가려는 무렵이었다. 봄으로 가려는 무렵, 그러니까 좀 추웠을 때. 나와 길을 걷던 남자가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뒤를 돌아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나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끌려가기만 했다. 그는 나를 어느 빌딩 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그렇게 나를 벽에 밀치더니 키스를 해버리고 말았다. 초저녁이었는데. 밤도 아니었는데. 

나는 가끔 그 빌딩 앞을 지난다. 어쩔 수 없다. 우리 동네였으니까. 그 빌딩 앞을 지날때마다 번번이 그의 생각이 나는건 아니지만, 그 빌딩 앞을 지나지 않아도 그의 생각이 불현듯 날 때가 있다. 오늘처럼. 자연스럽게 또 이런 생각도 든다. 지금쯤 어딘가에서 다른 여자를 벽에다 밀치고 있겠지. 

그는 이제 서른을 살고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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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백
    from 나는.. 따라쟁이 입니다. 2010-04-16 12:24 
    그날은 눈이 많이 온 다음날이였고, 당일도 눈이 많이 내렸어요. 그리고 발렌타인데이였죠. 그는 군대를 막 재대하고 여의도에 있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아침8시에 퇴근하는 그를 위해 저는 아침 7시쯤 여의도에 있는 편의점에 도착 했어요. 그는 약간 놀랐고, 그것보다 조금더 좋아했어요. 퇴근하고 돌아가면서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침타임 알바가 오기를 기다렸죠. 아침타임 알바는 무슨일 때문인지 아홉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그것
 
 
2010-04-15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6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따라쟁이 2010-04-1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사는 마음이 아파오네요. 저도 비슷한 일이 있어요. 눈 많이 와서 빙판이 진날이였... 아.. 역시 구질구질 하네요 ㅠㅠ

다락방 2010-04-16 11:07   좋아요 0 | URL
저는 상대의 구질구질한 면을 본적도 있어요. 쓰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구질구질한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대상을 다시는 안봤다거나 싫어하게 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는 살짝 실망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구질구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구질구질 ㅠㅠ

비로그인 2010-04-1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해 삼십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다락방 2010-04-16 10:58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전 이미 몇년전에 보내버렸어요, 서른을.

poptrash 2010-04-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올해 삼십번째 생일을 맞이합니다. 222

제니퍼 애닌스톤과 벤 스틸러의 <폴리와 함께>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어요.
학창 시절 제니퍼 애닌스톤을 짝사랑했던 벤 스틸러는, 어느날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죠.
그녀는 보헤미안처럼 차려입고 자유 분방하게 살아가는 멋진 여성이 되어 있었고
소심한 벤은 용기를 내어 그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요. 매운 인도 음식점에서.

문제는 그가 습관성 장 트러블이 있었고, 식사 이후에 그녀의 집에 가게 되었다는 거고,
그녀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었다는 거죠. 눈에 보이는 것은 수건.
수건은 물론 변기에 들어갔고, 역시 변기는...
뭐 그런거 아니겠어요.

다락방 2010-04-16 10:58   좋아요 0 | URL
저 봤어요, 그 영화. 혼자 극장에 들어가서 봤지요. 그 로맨틱 코메디를 사람많은 서울극장에서 혼자서요. 그리고 당연히 그 에피소드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 에피소드도 페이퍼에 쓸까 하다가 그러면 또 길어질 것 같아서. (제 글은 너무 길어요 ㅜㅡ)

poptrash님의 스물 여덟은 어땠나요? poptrash님도 스물여덟에, 서른이 훌쩍 넘은 여자를 벽에다 밀쳤나요? 응?

2010-04-15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6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큐리 2010-04-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진것보다 항상 더 낫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ㅎㅎ 그 마법이 깨져버리는 순간 사랑은 어디론가 사라지고...그 동안 오버질한 초라하고 찌질한...에잇!!

다락방 2010-04-16 11:05   좋아요 0 | URL
그쵸. 그런데 더 낫게 보이고 싶다는 욕망때문에 되려 더 찌질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욕망 자체가 없었다면 평범해질 수도 있었을 일들이 말입니다.

저 역시 오버하고 초라하고 찌질한 일들을 아주 숱하게 겪었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않을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어요. 미래는 예측불허니까요.

금요일입니다!

무스탕 2010-04-1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김자옥이 이순재 집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 막혀 나오지 못하고 엉엉거리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

다락방 2010-04-16 11:06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면 순재씨는 자옥씨 앞에서 초라한 모습을 참 많이 보이고 그래서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싸이클복 입고 친구들을 만나러 간 에피소드도 그랬고 말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웃을일도 많지만 참 울 일도 많아요. 그쵸?

야클 2010-04-1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자면 앞으로는 엘리베이터로 끌려가세요. 아주아주 높은 빌딩의 화물전용 엘리베이터로. ^^

다락방 2010-04-16 11:03   좋아요 0 | URL
아 뭔가 뚜렷한 대상까지 넣어가며(응?) 상상했더니 아주 미치겠네요. 손발이 찌릿찌릿해지는게. ㅎㅎ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일을 하겠어요!! ㅎㅎ

sweetrain 2010-04-16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년 후에 서른이 되어요.
이렇게 서른이 되어도 되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해요.


다락방 2010-04-16 11:04   좋아요 0 | URL
예쁜 서른이 되어요, 예쁜 서른. 반짝반짝 빛나는 서른.
서른은 한 번 뿐이니깐요.
:)

2010-04-16 0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0-04-1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따위, 잊어버렸음. ㅎ

다락방 2010-04-16 14:50   좋아요 0 | URL
나도 가끔 잊곤 함 ㅋㅋ

nada 2010-04-1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구질구질해. 사랑 따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ㅠ.ㅠ

저도 이 페이퍼 읽으면서 <폴리와 함께> 그 영화 생각했어요.
제니퍼는 왜 그런 영화를 다시 찍지 않는 걸까요?
그녀가 제일 그녀다워 보였던 영화였어요.
근데 남자들은 저런 상황에서 하나같이 다 수건을 변기에 집어넣더군요.
멍청하긴. 수건을 넣으면 변기가 막힌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건가요, 남자사람이란?
전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으면 세면대가 막힌다든가,
싱크대 수챗구멍에 음식물을 마구 버리면 언젠가 그것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 같은 걸 모르는 남자가 너무 싫어요.

다락방 2010-04-17 08:41   좋아요 0 | URL
제말이요. 수건을 변기에 넣으면 막힌다는 게, 그게 남자사람들의 머리엔 들어가 있지 않은건가요? 너무나 멍청해서 한심할 지경이에요.

어제부터 삶이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지다보니, 세상 모든 남자들이 싫어지네요. 죄다 변기에 넣고 돌려버리고 싶어요, 그들을.

마노아 2010-04-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순간들이 있었나 하고 되짚어 보면, 비슷한 순간들이 몇 차례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태연히 잊고 지내지만요.
저렇게 민망하고 비참하고 서글픈 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 순간이 분명 있을 테지요.
하다 못해 라디오에 사연 보내어서 선물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ㅜ.ㅜ
다락방님, 토요일 오후예요. 같이 영화보면 딱 좋을 날이에요.^^

2010-04-17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7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8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출근길은 언제나 힘들다.  

오늘 강남역 1번출구의 계단을 올라오다가 버스정류장 근처의 한 여자사람을 봤다. 머리를 올린 정장차림의 그녀는 단지 뒷모습만 봤을 뿐인데 퍽 예뻤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올린 머리나 질끈 동여맨 머리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버스정류장까지 아직 도착을 못했고, 그녀가 타야 하는 버스는 그녀를 조금 지나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뛰었는데 그 버스는 잠깐 멈추는 듯 하더니 그냥 간다. 좀 안타까웠다. 그녀가 그 버스를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근길에 버스를 놓치면 사실 하루종일 힘들테니까. 

그런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는 다시 한번 제대로 정차해주었고, 나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조금 뛰기를, 그래서 그 버스를 타기를. 오, 그녀는 정말 내 바람대로 조금 뛰었고 그 버스를 탔다. 그녀는 버스안에서 헉헉 숨을 내쉬겠지만 그래도 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될거다. 지각하지 않을 수도 있을거다. 출근길은 언제나 빡세다. 우리는 모두 가열차게 살고있다. 

 

라디오에서 오늘 아침 내가 들은 첫 노래는 마이클런스투락의 25 minutes. 

 

 

After some time I've finally made up my mind
She is the girl and I really want to make her mine
I'm searching everywhere to find her again 
To tell her I love her 
And I'm sorry 'bout the things I've done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난 결심을 했어
그녀가 바로 내 여자고 그래서 내 사람으로 만들거라고
그녀를 찾기 위해 헤메고 있어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내가 한 잘못을 사과하려고

I find her standing in front of the church
The only place in town where I didn't search
She looks so happy in her wedding dress
But she's crying while she's saying this

그녀가 교회 앞에 서 있는 걸 발견했어
내가 유일하게 찾아보지 않았던 곳인데
그녀는 웨딩 드레스를 입고 행복해 보여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어

Boy I missed your kisses all the time
But this is twenty five minutes too late
Though you travelled so far 
Boy I'm sorry you are twenty five minutes too late

나도 계속 당신의 키스가 그리웠건만
당신은 25분이나 늦고 말았어요
비록 멀리 헤매고 다녔지만
미안해요 당신은 25분 늦어버렸네요.

Against the wind I'm going home again
Wishing be back to the time 
When we were more than friends

바람을 맞으며 난 집으로 갔어
우리가 친구 이상이였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But still I see her in front of the church
The only place in town where I didn't search
She looks so happy in her wedding dress
But she's cried while she's saying this

아직도 그녀가 교회 앞에 서 있는게 보이네
내가 유일하게 찾아보지 않았던 곳인데
그녀는 웨딩 드레스를 입고 행복해 보여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어

Out in the streets, 
places where hungry hearts have nothing to eat
Inside my head still I can hear the words she said

거리 에서
굶주린 사람들이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는 곳에서
내 머리 속에 아직도 그녀가 한 말이 들려

I can still hear her saying

아직도 그녀가 하는 말이 들려와

 

 

때때로 버스를 놓치기도 하지만 때때로 뛰어가 탈 수도 있고, 또 때때로는 조금 늦기는 해도 다음 버스가 온다. 그렇다고해도, 그리워하는 사람앞에 25분 늦게 나타나서는 안된다. 그 사람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니까. 25분을 늦어서 결국은 다른 사람을 만날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은 내가 놓친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나는 긴장되는 상황을 그다지 즐겨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별로 긴장같은거 하고 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떤 긴장은 꽤 괜찮은 기분을 가져다 준다. 편하기만 한 남자보다는 살짝 긴장하게 만드는 남자가 좋은것처럼.  

 

새 구두를 신었다. 똥배가 살짝 긴장하고 있다. 이것 역시 괜찮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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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1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색, 갈색, 짙은 네이비색외에 다른 색상의 구두도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말씀인거죠? 사본 적이 없어서... 날씨는 쌀쌀하고 할 일은 많고 (포스트잇에 해야할 일 목록 작성중) 구두 색깔까지 칙칙한게 심하게 맘에 걸리는 군요.

다락방 2010-04-15 12:47   좋아요 0 | URL
취향의 문제겠죠, 브론테님. 저기 위에 Kitty님은(이제는 이전페이지의 댓글) 검은색 구두만 90프로라고 하시잖아요. 저는 저도 모르게 검정색을 안사게 되고... ( '')

저도 해야할일 산더민데 아침부터 꾸벅꾸벅 졸고있어요.

사직서내고 도망가고 싶어요 브론테님.
ㅠㅠ

2010-04-15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4-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노래, 오래 됐죠. 그 당시 한참 좋아했었는데.
하지만 이 노래가 이런 페이퍼로,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니, 아, 나의 다락님 -
나는 또 오늘 감탄하고 맙니다.

다락님이 신은 새구두는 어떤 걸까. 인증샷 보여주시지...^^

다락방 2010-04-15 14:23   좋아요 0 | URL
저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도무지 이쁘게 찍히지를 않아요, L.SHIN님.

어제 오후에도,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찍어보려고 시도했으나. 역시 핸드폰 사진은 이따위야, 라고 실망하다가 사실 문제는 내 발에 있는게 아닐까, 하고 좌절에 좌절만 거듭했어요.

노래 좋죠? 저도 좋아했어요, 저 노래. 당신의 키스가 그리웠어요, 라고 말하는 노래라니!

Alicia 2010-04-1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 인증샷 올려주셈요.히히^^ 조와 울증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ㅂ=

다락방 2010-04-15 16:41   좋아요 0 | URL
아 그게 그러니까..올리려고 몇번이나 시도했으나 구두 신은 발이 이쁘게 나오지를 않아요. 히잉 ㅠㅠ

머큐리 2010-04-1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이 노래 딱 10번만 듣고 갑니다...^^

다락방 2010-04-16 11:14   좋아요 0 | URL
꽂히셨군요! ㅎㅎ
저도 아침에 듣는 순간 미칠뻔 했습니다. ㅎㅎ

sweetrain 2010-04-16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전에 까만 구두를 샀어요.
발 볼이 넓은 편이라 거의 운동화만 신는데, 큰 맘 먹고 구두를 샀죠.
충동구매한 거지만, 마음에 들어요.

다락방 2010-04-16 11:15   좋아요 0 | URL
역시 구두는 충동구매에요!
예쁘게 신어요, 스윗레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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