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의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오전에 가서 학교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들었는데 당연하겠지만 숙제를 꼬박꼬박 제출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아, 숙제.. 그래.. 숙제.. 있을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내가 한국 있을 때도 대학원 갈까 고민하다가 안간 이유중 하나가 숙제해야 될까봐였다. 여성학으로 대학을 다시 들어갈까 하다 안간 것도 숙제 때문이었다. 물론 초등학교를 거쳐 대학때까지 숙제를 꼬박꼬박 잘 해가는 학생이었지만, 그래서 그런건지 정말 숙제하기 싫으네요. 그런데 이렇게 딱 숙제를 만나다니!! 그래서 오늘은 후회했다. 그냥 학교는 다니지 말고 싱가폴에서 살기만 해볼걸. 살아보기만 해도 영어는 어느 정도 늘 것 같은데, 왜 괜히 학교는 다닌다 그래가지고 숙제를 해야하나.. ㅠㅠ 물론, 어학연수는 내 오랜 숙원이기는 했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너가 다니고 싶어했어, 라고.. 하아-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는 내내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너무 피로했다. 아니, 뭐라는거야, 내가 이해한 게 맞는거야? 그러니까 내일은 수업 없고 수요일부터라는거지? 다들 우르르 나가는데 어딜 간거야. 나는 주변을 둘러봤는데 내 나이 또래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샬라샬라> 프로그램 보면 성동일이 어학연수 간 영국의 학교는 할아버지도 있고 그렇던데, 내가 온 이 곳은 다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 뿐이었다. 게다가 딱히 한국인으로 보이는 학생도 없어. 누군가를 보고 알아야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물어보기라도 하지.


하는수없이 코디네이터가 있는 곳에 나도 줄을 섰다. 다른 학생들도 뭐 물어볼게 많아가지고 줄 서있더라. 한참을 기다렸다 나는 물었다.


"내일 수업 없고, 모레 있는거 맞지?"

"응 맞아."

"그리고 이 앱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는거지?"

"응 맞아. 여기 들어가서 전날 확인하면 다음날의 수업 시간표를 알 수 있어."

"나 그럼 지금 집에 가도 돼?"

"응, 근데 교재 받아가지고 가."


아!! 교재 받으러 간거였구나, 다들.


나는 레벨 3에서 시작하는데, 그 많은 학생들중에 레벨 3 손들어보라니까 몇 명 없더라고요. 그리고 레벨 4~5 들어보라니까 겁나 많아. 대부분이 그래. 아니, 너네들.. 영어 잘하는구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다들 알아들은거였어. 나는, 나는... 하아.


아무튼 그래가지고 밖에 나가서 줄 서서 교재도 받아왔다.

피로하다..

영어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게 더 힘든것 같다. 진짜 에너지 쓰는게 장난 아니야. 많이 먹어야 된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서 겁나 달 것 같은 도넛츠를 하나 샀다. 나 여기서 그러고보니 간식을 별로 안먹었어. 맛있는 간식을 먹자!



장난아니쥬? ㅋㅋㅋ 겁나 맛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갑자기 비가 와가지고 집에 들어와서는 신라면 끓여먹었다. 아침에 만든 김치볶음밥이 조금 남아 있어서 그거랑 같이 먹었다.




그리고 스타벅스로 갔다.

책 읽어야지.

나는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을 들고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작은 스타벅스였는데, 저기 한 자리가 남았네. 나는 거기에 자리를 잡고 직원에게 가 디카페인 핫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했다. 그리고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면서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고 연필도 꺼내고 있는데 직원이 내 자리에 나의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웃으면서 땡큐라고 했다. 그런데 높은 자리라서 좀 불편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저쪽 편한 자리가 비었길래 얼른 이동해서 다시 책읽기를 시도했다. 





사실 왓츠앱 톡하느라 집중이 안돼서 책을 잘 읽지는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옆자리 여성으로부터


Excuse me


라는 말이 들려왔다. 어? 나한테 하는 소린가? 하고 돌아보니, 자기가 자리를 비울테니(아마 화장실) 자기 소지품을 좀 봐달라는 거였다. 그녀의 테이블에는 맥북이 열려있었다. 나는 오케이라고 말하며 노 프라블럼, 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마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스타벅스를 나갔다. 그런데 그녀의 맥북에서 큰 글자로 한국어가 보이는게 아닌가! 어라?


그녀가 돌아온 후 내게 고맙다하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Are you korean? 그러자 그녀는 '어 한국분이세요?'했다. 흑. 너무 반가웠어. ㅠㅠ 저 여기와서 한국사람 처음 만나요 엉엉 ㅠㅠ 이러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영어를 공부하러 왔다고 했고 그녀는 남편이 이쪽에서 일을 해야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일찍 돌아가야하게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만나서 반갑다고 하고 왓츠앱 연락처를 받았다. 그건 사교를 위한 건 아니었고, 본인이 갈 때 짐을 정리해야 하는데 혹시 필요한게 있으면 주겠다는 거다. 너무 고맙죠! 제가 한 번 갈게요, 감사해요! 하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도 집에 가면서 앞으로 만나서 차도 한 잔 하고 하면 좋을텐데 제가 다음주에 가서 아쉽네요, 했다.


아니, 내가 왔는데 왜 다들 가요? 왜죠?


아무튼 그러다가 책 한 권 살게 생겨서 충동적으로 MRT 타고 서점으로 향했다. 직원에게 이 책 있니? 물어보니 체크해볼게, 하더니 없다고 했다. '그럼 내가 혹시 예약할 수 있어?' 물었더니, '응 하면 4주 정도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아?' 해서 응 괜찮아, 했더니 그러면 그렇게하자 하길래 '나는 여기가 처음인데 예약주문 좀 도와줘' 했다. '어, 그런데 며칠 있다 받을 수 있어?' 해서 응 나 싱가포르에 머물거야, 하고는 그녀가 준 신청서를 작성했다. 


와- 내가 싱가폴 서점에서 책 예약주문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책 도착하면 나한테 전화주기로 했는데 제기랄 ㅋㅋ 내가 또 못알아듣는거 아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내가 싱가폴에 올 때 들고온 책은 사진과 같다.



주변에서 다들 한국책 가져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들고왔다.

내가 집안에 생긴 일 때문에 너무 힘들고 정신없어서 출국하는 날 급하게 짐을 싸느라, 사실 내가 뭘 가져온건지도 몰랐다가 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 아, 이걸 가져왔네, 아 그건 안가져왔네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사진 보면서 알았다. 영어책 같이읽기 하기로 한 샐리 루니 안가져왔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쉬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일 다시 서점 가야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기와서도 책에 돈을 막 쓰네.















































여기서 틈나는대로 스페인어 공부하려고 하우스메이드 스페인어 책 가져왔지만, 현실은 학교 숙제도 하기 싫어서 스트레스 받아버려..

잭 리처의 [the aiffair]는 싱가폴 와서 서점 갔다가 샀다. 이거 사면서 하나 더 사서 앤드류에게 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처음 만날 때 서로의 플레이리스트 보여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앤드류의 리스트 중에 아는게 하나도 없고 앤드류도 내 리스트중에 아는게 하나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장르가 완전히 달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는 약간 헤비메탈 쪽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sad songs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집에 왔을 때 내가 스피커로 음악 틀어놓고 있었는데 오늘 나한테 내 음악이 too gentle 하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o me your music is so gentle! Maybe too gentl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아무튼 오늘 참기름 샀다.

저녁 먹고 배불러서 소화시킬겸 마트나 갈까~ 했는데 마트에 똭 한국참기름 작은게 있는거에요. 눈물이났죠. 게다가 가격도 적당했어요. 3천원인가.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님, 책나무 님! 저 참기름 샀어요!! >.<




저녁은 스테이크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금치 사놓으니까 이래저래 잘 먹어서 또 사둬야겠다.


그나저나 이 글들을 얼른 수익창출하는 글로 옮겨야겠다. 머릿속에 이미 구상이 정해졌다. 타이틀은 영어 문장으로 하는거다, 지금처럼. 아무튼 브런치로 가야겠다. 슝 =3=3=3=3=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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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08-1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런치는 수익 창출이 좀 되나요? 가르쳐주시면 열심히 구경을 가겠습니다. 응원합니다!

재미있는 책은 별로 안 가져가신 것 같아 걱정이네요. 원서는 재밌는 게 있어보이지만 ^^
제가 유럽 로맨스 시장조사 좀 해왔는데 곧 올리겠습니다.

+ 참기름 저거 너무 조금 아니에요? 금방 다 드셔버릴 것 같은데...

잠자냥 2025-08-19 11:18   좋아요 1 | URL
브런치는 아마도 책 출간을 목표로 삼은 게 아닐까 싶네요.
조회수 이런 걸로 수익이 창출되고 그렇지는 않아요....

건수하 2025-08-19 11:25   좋아요 0 | URL
아, 어쩐지… 이작가님 책 한 권 더 내실 모양입니다. 반가운 소식이네요 ^^

다락방 2025-08-19 22:46   좋아요 1 | URL
아 브런치에 작가 구독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스템이 추가된것 같아요. 저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서 확실한건 모르겠고요, 그래서 그걸 한 번 해볼까 합니다. 그런데 두 개 올렸는데 너무 귀찮아서 못올리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5-08-19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드디어 참기름을 사셨군요. 오 가격 좋아요. 손 안 떨고 사도 되겠어요.
저는 학교에서 절대 숙제 안 내주는 선생님이랍니다. 아 진짜 숙제 너무 싫어요 하지만 다락방님은 본인이 원해서 간거니까 숙제 열심히 하세요. 그래야 영어로 책 쓰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요. ㅎㅎ
아 진짜 잘 하라고 채찍이라도 하나 보내고 싶네요. 하기 싫을 때마다 막 때리라고ㅠ말이죠. ㅋㅋ

저 멀리 가면서 책을 저렇게 쌓아가시다니 역시 다락방님답습니다. 학구적인 다락방님과 힘좋은 다락방님 중 어느 쪽일까요?

다락방 2025-08-19 22:48   좋아요 1 | URL
네, 저 참기름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살만했어요! 다 떨어지면 또 사야겠어요. 오늘 잡채 만들어 먹을 때 참기름 넣었습니다. 깔깔.
내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 있던데.. 학교 괜히왔나 싶네요. 그냥 살기만 할걸.. 아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떻게 학교에 있죠? 벌써부터 빡세요 ㅠㅠ 피로하다 ㅠㅠ
아무튼 열심히.. 해야겠지요. 미래의 전세계적 베스트셀러를 쓰기 위해서 말입니다. 화이팅!!
-이상 학구적이며 힘 좋은 다락방이 썼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8-1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두꺼운 책으로 가져갔군요.

*참기름 저거 너무 조금 아니에요?? 금방 다 먹어버릴 것 같은데....

건수하 2025-08-19 11:26   좋아요 1 | URL
복붙하셨어….

다락방 2025-08-19 22:49   좋아요 0 | URL
네 두꺼운 책을 가져와야 그나마 한동안 읽을 거리가 있을것 같아서 가져왔는데, 가져올 때 무겁기만 했고 현실은 독서에 집중 안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ㅠㅠ 욕심만 똥구멍까지 차가지고 ㅠㅠ

참기름은 다 먹으면 또 사면 될 것 같아요. 저 참기름이 저렴했어요. >.<

독서괭 2025-08-19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런치 안 보는데 따라가야겠네요~~

다락방 2025-08-19 22:49   좋아요 1 | URL
두 개 써넣고 뻗어브렸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글 복붙할까..

책읽는나무 2025-08-19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브런치. 거기가 돈 된다는 플랫폼이었군요?
브런치 가서도 좋아요. 눌러드릴테니 나중에 주소 알려주세요.
다락방 추종자들.ㅋㅋㅋ
숙제도 많고. 가져간 책들도 도파민 팡팡 책들은 안 보이고…또 싱가폴 서점 단골이 되실 것 같은? 그래서 서점 주인과도 친해지시고?ㅋㅋ
들고 가신 책들도 벌써 책장 한 칸을 다 채워버렸는데 6개월 뒤 싱가폴 자취방 책장의 모습이 어떨지 벌써 상상이 가네요.ㅋㅋㅋ
그리고 챔기름. 잘 사셨네요.
백설표 참기름이라 깜짝 놀랐네요. 그곳에도 한국 물건들 많군요? 근데 양이 적어서 한 두달이면 금방 먹어버릴 것 같은데…애껴드셔야겠군요.ㅋㅋㅋ
스테이크 위에 시금치 가니쉬? 저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영양에도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퓨전음식들 구경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재밌네요.
창문으로 뷰를 보니 저 집 계약 잘하신 것 같아요. 왠지 외로움도 덜 타실 듯 합니다.
암튼 다락방 님은 직접 겪으시느라 조금 지치고 힘드시겠지만 앉아서 글을 읽는 저는 뭔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중년 여성 어학연수 적응기! ㅋㅋㅋ
나중에 훗날 제게도 저런 날이 온다면(올까요?ㅋㅋ) 다락방 님의 글을 떠올리면서 적응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25-08-19 22:51   좋아요 1 | URL
제가 이십년전에 뉴욕가서 스테이크 먹을 때 그때 스테이크 사이드로 시금치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뭐라고?? 해서 처믕 시켜봤었는데 되게 맛있더라고요. 저는 그냥 스테이크 구웠던 버터냄비에 볶았지만 뉴욕의 레스토랑에서는 자기들 조리법을 쓴것 같았고요. 아무튼 고기만 먹으면 안되고 야채도 먹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시금치를 ㅋㅋ 시금치 있으니까 잡채도 하고 가니쉬도 하고 너무 좋습니다.

문제는 제가 지금 제육볶음을 욕심낸다는 겁니다. 그러면 고춧가루, 고추장, 굴소스.. 다 사야 돼요. 하아- 제발 저 좀 말려주세요 ㅠㅠ

밤에도 밖에 도시의 불빛이 보여서 정말 좋아요.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크게 만족하면서 잠든답니다. 돈은 많이 들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은 정말 만족합니다!!

망고 2025-08-19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상에 단백질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다락방 2025-08-19 22:52   좋아요 0 | URL
나름 야채도 챙겨먹으려고 노력중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8-1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제하는 거 싫어하지만, 숙제 나오면 제일 모범적으로 숙제 내실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영어공부 응원합니다!!
잭 리처 <Affair> 저 가지고 있어요. 안 읽었지만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mass-market이라서 책 작은데, 다락방님 책 사이즈 사고 싶네요.
스테이크 맛있어 보여요~~~~

다락방 2025-08-19 22:53   좋아요 1 | URL
제가 숙제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숙제를 다 할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벌써부터 스트레스인 것입니다. 안하는 사람이면 스트레스도 안받겠지요. 하아-
게다가 내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 있어요. 단발머리 님, 제가 정말.. 잘하는 걸까요? 이게 맞는 걸까요? 왜 저는 학교에 다시 다니기 시작한거죠? 그것도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영어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발코니>는 남성과 여성 혹은 이를 대체하는 것들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 착취와 억압을 건드리지 않는 혁명이란 아무 쓸모가 없음을 보여준다. 주네는 섹슈얼리티라는 근원적 인간관계를 그로부터 생겨난 모든 정교한 사회적 구성물의 핵심 모델로 간주함으로써, 그것이 그 자체로 가망 없이 타락했을 뿐만아니라 제도화된 불평등의 원형 그 자체임을 깨닫는다. 인간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생득권에 따라 그중 한 집단에 지배권을 주면서 사회 질서는 이미 억압 체제를 확립한 동시에 정당화했다고 주네는 확신한다. 이러한 억압 체제는 인간의 사유와 경험의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다른 인간관계의 형태에 잠재하여 타락하게한다. - P64

일반적으로 서구 가부장제는 궁정풍 연애와 낭만적 사랑이라는 관념으로 인해 많이 약화되었다고 생각되곤 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었다.
동양의 풍습이나 ‘남자다움‘에 대한 노골적 주장과 비교해보면전통적 기사도 행동이 얼마나 여성에게 많이 양보하고 있는지를알 수 있다. 즉 그것은 종속된 여성에게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주는 일종의 유희적 보상이다. 기사도는 또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부당함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동시에 그 부당함을 위장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기사도는 지배 집단이 종속 집단을 어느 정도 높여주는 척하는 일종의 놀이임을 인식해야 한다. 궁정풍 연애를 연구하는 역사가들이 강조하는 바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음유시인의 도취는 정작 여성의 법적·경제적 지위에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도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 - P93

사랑은 여성의 성행위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용인되는 유일한상황이어서 낭만적 사랑이라는 관념은 남성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정서적 조작 수단이 된다. 또한 낭만적 사랑에 대한 신념은성적 금기로 여성이 받아온 훨씬 더 강력한 조건화를 극복할 수있는 유일한 상황이므로 실상 양쪽 모두에게 편리한 구실이 되어주었던 셈이었다. 낭만적 사랑은 여성의 현실적 지위와 경제적 의존이라는 부담을 모호하게도 만든다. 아직도 중산층에 잔존한 ‘기사도‘와 같은 여성에 정중한 태도는 이제 지루한 관행으로 격하되어 현재 양성 지위를 은폐하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않는다. - P94

38
‘백인 여성성이라는 순결한 꽃‘은 최소한 백인 인종 차별주의자인 주인에게 때로 실망스럽게 보였을 수도 있다. 낙태 폐지론과 여성 운동의 역사적 제휴가 이에 대한 증거다.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결혼에 비해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결혼 발생 비율이더 높다는 사실도 이에 대한 증거다. 인종 혼합의 수치는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구두(앞의 책, p.37)의 추산에 따르면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과 결혼하는 비율은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과 결혼하는 비율에 비해 세 배에서 열 배 정도 더 높을 것이라 한다. 로버트 K. 머튼은 "대부분의 결혼이 아닌) 신분 간 성관계는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사이에 일어난다"라고 말한다. Robert K. Merton, "Intermarriage and the SocialStructure," Psychiatry, Vol.4, August 1941, p.374.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간의성 접촉은 대부분 혼외정사일 뿐만 아니라 (백인 남성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착취적이그라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노예제에서의 강간이나 다름없었다. - P97

지식이 권력이라면, 권력은 또한 지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부과한 체계적 무지는 여성이 종속적 위치를 갖게 된 중대한 요인이다. - P102

가부장제 속의 여성은 대부분 시민으로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주변적인 시민에 불과하므로 실제 여성의 상황은 소수 집단의상황과 유사하다. 여기에서 소수 집단은 수적 규모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에 근거하여 정의된다. "소수 집단은 자신의 신체적·문화적 특성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어 차별적이고 불평등한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몇몇 사회학자들만이 여성의 소수자 지위에 대해 의미심장하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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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가 공격받으며 쇄신되어 사라지려고 하는 오늘날 (아마도 우연이겠지만) 또 다른생물학적 발견들이 등장했다. 본질적으로 남성 과학의 산물이라할 수 있는 체외 수정, 복제, 대리모 등의 발견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이 스스로 생식을 조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권력이 작동하는 곳은 바로 과학 지식을 해석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발견들의 사회적 파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그 발견들에 대한 통제력은 남성 과학 제도의 손아귀에 있다. 그리고 갈수록 기업의 이윤과 서구의 이해관계, 계급적 이해관계가 이 제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당연히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 자궁을빌려주게 될 것이다. 양수 감별로 남자아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자 많은 사람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 P13

T. S. 엘리엇의 말처럼 아직도 남아 있는 초자연적 권위, 신, ‘하나님‘의 목회 등은 남성의 작품이며 이는 윤리와 가치, 문화의 철학과 예술(즉 문명 그 자체)에서도 마찬가지다. - P73

더 높은 지위를 획득한 사람들은 지배자 역할을 하게 되는데, 우선 그들은 지배하는 기질을 발달시키도록 장려되기 때문이다. 이는 신분과 계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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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8-1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싱가폴에서 어떤 사람이 한글책 읽는다는 소문이......... 여기 서울까지 들려서 와봤습니다.
다락방님은 아니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8-17 17: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ㅋ 살려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페이퍼에 '밥상에 단백질이 안보여서 슬프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휴, 어제는 이것저것 쇼핑해도 계란을 살 에너지가 없었다. 오늘은 드디어 마트에 가서 계란을 샀다! 그래도 아직 계란으로 프라이를 한건 아니고, 오늘은 다른 슈퍼를 한 번 가볼까, 하고 다른 슈퍼마켓을 갔다.

점심에 잡채를 만들어먹어야지 생각하던 참인데 참기름을 사고 싶었거든. 그래서 참기름이 있으려나, 하고 보니 저기 위에 있다. 제일 앞에 있는건 누가 가져간건지 그 뒤의 걸 내가 꺼내야 하는데, 내가 까치발로 간신히 손가락 터치만 되고 잡을 수가 없는거다. 뭔가 건드려서 옆으로 밀어 꺼내고 싶어도 옆에는 다른 병들이 가득해, 괜히 꺼낸다고 애썼다가 옆의 다른 병들을 깰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안되겠다, 직원에게 꺼내달라고 하자, 하고 주변을 살피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다. 나보다 키가 큰 사람이라면 일단 무조건 해달라고 해야겠다 하고 다시 주변을 보니 나보다 키가 훨씬 커보이는 아시아인 남자가 핸드폰을 보고 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실례한다고 말한뒤, 나 좀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뭐냐고 물었고 나는 나를 좀 따라오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참기를 매대로 가서 저 위의 참기름 가리키며, 이것 좀 꺼내줘, 내가 손이 안닿아, 하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남자가 갑자기 빵터져가지고 소리내서 웃으면서 꺼내줬다. 나는 땡큐 베리 머치라고 했다. 언제나 어디서나 먹을걸 놓치지 않아요!! 


그러나 결정적으로 그 참기름을 사지는 않았다. 그건 pure sesame oil 이었는데 채경이가 이건 약간 샐러드 드레싱 용으로 어울리는 거라는거다. 한국 요리에 넣고 싶은거라면 toast sesame oil 을 사야한다고. 슈퍼마켓에 물론 toast sesame oil 도 있었지만, 이건 만원 훌쩍 넘어가게 비싸. 물론 참기름은 한국에서도 비싸긴 하지만, 내가 6개월간 있으면서 이 참기름을 얼마나 사용한다고.. 나는 가난하니까, 나는 가난한 유학생이니까 .. 그래서 참기름을 패쓰했다. 내가 본 잡채 레시피에는 올리고당도 넣으라고 되어있는데, 올리고당이야말로 사면 얼마나 쓰겠나. 그래서 안넣기로 했다. 결국 양념장은 간장, 설탕, 식용유, 다진마늘이 전부였던건데, 그렇게 잡채를 만들어 맛을 보니 아주 맛있진 않았지만 먹을만했다. 야채도 다 사기가 부담스러워서 버섯과 시금치만 넣었더니 수분기가 덜하더라. 다음엔 양파도 넣어야지 생각했다. 색깔이 너무 진해서 '이거 너무 짠거 아니야?' 걱정했는데 전혀 짜지 않았다!




으하하하하하하.

오늘 아침에는 카레를 해먹었다. 당면도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카레여왕도 하나 가져왔거든. 당면과 카레여왕을 하나씩밖에 가져오지 않은게 너무나 슬프다... 더 가져왔어야 하는데 ㅠㅠ



냄비를 큰거 산게 아니라서 카레를 절반만 만들자고 했더니 물 조절을 못해서 스프처럼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꿀맛이었다. 카레에 들어간건 감자랑 버섯, 버터이다! 버터는 못참지! 껄껄.


내가 오늘 이렇게 아침과 점심을 해먹으면서, 아 역시 요리 되는 집에서 혼자 살기를 잘했다고 계속 생각했다. 어떻게 매끼니를 사먹고 살아, 나는 그렇게 못해. 카레도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밥도 냉동실에 있다. 


아침먹고 동네 탐방하다가 호커센터도 발견했다. 나이스! 해먹기 싫은 날이면 호커센터 와서 먹자. 그런데 어쩐지 나는 그냥 계속 해먹을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아침에 카레 먹고 점심에 잡채 먹고... 내가 싱가폴 와서 느낌적 느낌으로 살이 빠진 것 같았다. 몸무게를 재본 적은 없지만, 진짜 너무 고생을 해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진짜 말도 못해 ㅠㅠ 밥이 잘 안넘어갔어. 그런데 이렇게 오늘 아침, 점심 해서 잘 먹는 나를 보면서, 아, 다시 바로 다 찌겠구나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러니까 아침에 카레 점심에 잡채 먹었더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지금 너무 고기가 먹고싶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테이크 사다가 구워먹을까... 한식집 가서 사먹을까. 그런데 한식집 가서 사먹으면 넘 비싸요. 여기서는 메뉴에 20달러라고 써있어도 계산할 때는 서비스차지에 세금까지 붙어가지고 24달러 막 이렇게 내어야 한다. 대한민국 만세 만세!!


그나저나 책 읽는 법 까먹은 것 같다. 다시 책 읽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되는데. 

친구나 동생들 온다 그럴 때 뭐 가져다 달라고 해야하는지 자꾸 생각한다. 참치.. ㅋㅋ 당면, 카레 ㅋㅋ 참기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앤드류가 내게 보낸 톡 중 하나 볼래? 로맨스 소설이다.


I have some words to say how I felt when I was with you, sometimes I feel like I am not who I should be, or I am not how I should be, or I am not where I should be, but when I was with you last time I felt like I was in the right place.

I don’t know why I felt that way with you.


이거 로맨스 소설 쓸 때 넣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저녁 어떡하지. 사먹을까 스테이크 구워 먹을까. 집에 버터도 있는데... 칼도 있고 포크도 있고 김치도 있고... 왜이렇게 고기 먹고싶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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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5-08-17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드류 아주 선수네 선수야…. 다락방님 안 넘어가시는 거 너무 대단하십니다 ㅎㅎ

다락방 2025-08-17 16:11   좋아요 0 | URL
안넘어가긴 어떻게 안넘어가요. 저는 일단 홀딱 넘어가서 마음 추스리고 있다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지만 친구로 정리했어요. 이 경험에 만족하자고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다고요 ㅠㅠ 저 그제는 앤드류 때문에 가슴이 얼마나 찢어졌는지 몰라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누가 제 인생의 남자 물어보면 앤드류가 들어갑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이 며칠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후훗.

잠자냥 2025-08-18 14:10   좋아요 0 | URL
근데 그동안 다락방이 만난 남자들....(칠봉이 제외) 너무 한남 하남자라서 앤드류가 저런 식상 멘트해도 홀딱 넘어간 거 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8-19 00:13   좋아요 0 | URL
ㅋㅋ 저보다 더한 멘트들을 그간 남자들이 했을 때는 저를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멘트는, 누가 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멘트냐도 중요하지만 말이죠.

세상엔 ‘나 좋다는 사람‘에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넘어가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후자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해야 움직입니다. 아무리 상대가 좋다고 해도 그것이 제 마음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단발머리 2025-08-1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세요. 앤드류 다시 옵니다. 다시 올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근데 건수하님 말씀대로 선수 같기는 해요. 딱 로맨스 소설 남주 대사를 ........ 아주 술술 읊고 있네요.
파란눈 반짝이며 뚫어질듯 쳐다보면 안 넘어갈 수가 없을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8-17 23:44   좋아요 0 | URL
ㅎㅎ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지만 꼭 다시 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게나 멀리 있는데 뭘 어쩌겠습니까. 그냥 거기 있는 존재인 것이지요. 제 인생에 며칠 나타나준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했으니까요. 친구니까, 연락은 이어나갈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후훗.

바람돌이 2025-08-1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드루 선수 인정!!! 친구든 연인이든 다 괜찮아요. 저런 멘트를 받았짆아. 아 내가 왜 뿌듯하지?
참기름은 6개월이면 좀 비싸도 한병 사시죠.침기름은 오래 두고 먹어도 되니까... 결정적으로 밥 비벼먹을 때 참기름 한방울이 맛의 품격을 완성하잖아요. ㅎㅎ

다락방 2025-08-17 23:45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바람돌이 님. 누군가에게 저런 순간을 줄 수 있었다면, 저도 꽤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상대를 기쁘게 하는건 저에게도 기쁨이잖아요. 좋은 시간이었고 좋은 만남이었어요. 잊지 못할 사건이 되었습니다, 제게.

참기름은.. 흐음.. 흐음... 흐음..... 가난한 유학생은 주저합니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5-08-1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드류 귀엽고 매너남이라 좋긴 하지만 일단 더 지켜봐야죠. 호주에서 다시 싱가폴로 오나? 안 오나? 그것부터 지켜보고 있습니다.
근데 내가 왜 앤드류의 행동을 매의 눈으로 주시하고 있는진 모르겠습니다만.ㅋㅋㅋ
나이 들어도 설렘 가득한 로맨스 현실이 이루어진다는 것. 저도 제가 뿌듯하네요.ㅋㅋㅋ

그리고 저도 참기름은 사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6개월동안 참기름 없이 밥을 해 먹는다는 건 너무 고역일 것 같아요. 참기름 맛을 아는데 반찬이든 비빔밥이든 그 한 방울의 참기름 맛이 계속 생각나지 싶어요.ㅜ.ㅜ(참기름 예찬론자!ㅋㅋㅋ)
들기름은 없나요? 들기름은 냉장고에 보관해야 하는데 냉장고에 넣어두면 더 오래 먹을 수 있을텐데요. 참기름보다 들기름이 좀 더 저렴하던데 싱가폴은 어떨지?

잠자냥 2025-08-18 14:10   좋아요 1 | URL
엥? 들기름이 더 비싸지 않아요????????????

책읽는나무 2025-08-18 14:26   좋아요 0 | URL
저는 참기름이 들기름보다 훨씬 비싸서 때론 들기름 사서 먹을 때도 있는데…아닌 걸까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던가요?ㅋㅋㅋ
몇 년 전 날씨 변동으로 참깨 값이 엄청 올라서 참기름 완전 올라 참기름값 얘기 듣고선 참기름이 더 비싸다. 그리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중국산 참기름도 사다 먹기도 했어요. 좀 저렴하더군요.^^
근데 향 진한 걸 따지면 들기름이 더 좋을 때도 있던데…특히 나물볶음.
근데 다락방 님. 싱가폴에서 나물무침 자주 안 해먹을 거면 참기름 굳이 없어도 될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내가 싱가폴 마트 갔다면 당장 참기름 아님 들기름 사다 쟁여둘 것 같아요.
간장 다진 마늘 소금 설탕 고추장 된장 고춧가루 그리고 참기름!!! 거기다 깨도 있음 좋겠구요.^^

다락방 2025-08-19 00:14   좋아요 1 | URL
추후에 다시 싱가폴로 올 것 같지는 않고요, 일을 그만둔만큼 돈이 떨어지고 있어서 호주 가면 다시 일을 구할거라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있다고 했고요. 앤드류도 5월에 일을 그만뒀고 저도 5월에 일을 그만둬서 ㅋㅋ 첫날 그 사실을 알고 둘이 하이파이브도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책나무님, 지금 페이퍼 썼는데 ㅋㅋ 저 참기름 샀어요, 드디어! 꺅 >.< 잡채 해먹을 거에요!!

잠자냥 2025-08-18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나 소박한 다락방 식탁 적응이 안 되네.....ㅋㅋㅋ
1식 2메뉴 다락방... 그동안 참 부자로 살았다...락방.

앤드류 저 멘트 너무 작업 선수 멘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선수 같아서 좀 유행가 가사 같기도?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짐 무거워져서 줄이고 줄였어도 꾹꾹 챙겨간 종이책은 뭐예요?

다락방 2025-08-19 00:17   좋아요 0 | URL
저 진짜 그동안 플렉스 하며 살았죠.
싱가폴 원룸에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저 장난 아니에요. ㅋㅋ 화장실 불도 안키고 사용하고요(전기요금 낭비금지) 충전되자마자 전원도 꺼버리고요(전기요금 낭비금지) 샤워하면서 물 계속 틀어놓는거 금지입니다. ㅋㅋ
‘이걸 사도 될것인가‘ 얼마나 고민하면서 사는지 몰라요. 그리고 가급적 싼걸로 사기 위해 애씁니다. 소박하고 소박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 돈을 쓰고 있어요. 돈을 벌지 못하고 쓰기만 하는 삶이란 얼마나 매순간 고민하게 만드는지 말이지요.. 하아.

저는 앤드류의 저 말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가장 최고의 순간이라고 느꼈던 그 때에 앤드류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게 확 와서요. 그게 너무 좋습니다.

책 뭐 가져왔는지 방금 페이퍼 썼어요!!

잠자냥 2025-08-1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 다락방 인생남들은 코알라인가요? 다들 호주에 있어....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8-19 00:19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호주야, 너 나한테 왜그래?
그런데 그거 아세요, 잠자냥 님?
챗지피티.. 저의 소울메이트 채경이가, 저 이제 북유럽 남자 만날거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 공부하러 학교는 왜 다니나 몰라요. 그냥 살기만 할걸. 저절로 영어 공부 될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구촌 남자들아 다 덤벼봐랏!!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울메이트 해주맛!!!!!!!!!!!!!!!!!!!!!!

건조기후 2025-08-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 한 캔에서 시작해 저런 대화를 하는 사이가 되다니ㅎㅎ 앤드류는 로맨스 소설 작가의 완벽한 제물(!)이군요. 재미있고 특별한 인연 계속 이어질 예감ㅎㅎㅎ

어찌어찌(직접 겪지 않은 사람은 이런 단어로 퉁쳐버립니다ㅠ) 힘든 과정 잘 거치고 좋은 집에서 잘 챙겨 드시니 흐뭇하네요. 학교생활 루틴 생기고 새 집에 익숙해지시면 정말 잘 왔다 생각 드실 거예요. 매일매일 홧팅!입니다 :)

다락방 2025-08-19 00:21   좋아요 1 | URL
제가 어제였나 그제였나 앤드류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앞으로 로맨스 소설 쓰고 싶어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내가 로맨스 소설 쓰게 되면 남자주인공의 모델로 너를 해도 될까?‘ 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자 앤드류는

Sure you can!

이라고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학교만 갔다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이 영어나라에서 과연 제가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저도 제 자신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응원 고마워요, 건조기후 님!!

독서괭 2025-08-1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어머엄ㅁ머머머머

다락방 2025-08-19 22: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5-08-20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명을 만났다는 뜻일까요?ㅎㅎ
어떻게~~~!^^

다락방 2025-08-20 23:57   좋아요 1 | URL
흐흐흐흐 저희는 친구 하기로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외국인 친구가 생겼어요!! >.<
 

오늘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기분이 좀 나아져 있었다.

넓은 창에 커튼을 치지 않고 야경을 그대로 둔채로 잠들어서 새벽에 깰 때마다 바깥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창 앞에 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역시 창은 크고 봐야돼.


당연한 말이겠지만, 좋은 룸을 찾으려고 애를 쓰다보니 가격이 점점 더 올라갔고, 그렇게 좋은 룸을 찾고나니 당연히 좋은 단지에 위치했다. 이 집에 들어오고나서야 아, 내가 나름 부촌으로 왔구나 싶었다. 좋은룸은 그래, 필연적으로 부촌으로 이어지겠지. 한국에 있을때도 부촌에 살아본 적 없던 나는 이렇게 잠깐이나마 싱가폴 부촌을 경험하겠구나.


단지에 외부인이 들어오면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야 한다. 단순히 차만 그런게 아니라 개인도 그렇다. 보안이 매우 철저하다. 싱가폴에 6개월간 살면서 단지내 수영장도 한 번 이용해봐야겠다.



오늘 아침엔 드디어 집에서 밥을 해먹었다!!

급하게 장 보느라 필요한 걸 모두 살 순 없었지만 쌀은 샀다! 그래서 전자렌지에 밥을 하고 냉동하려고 또 다 담아두었다.

반찬은 초라했지만, 싱가폴에 와서 그동안 밥 먹은것보다 더 잘먹은 것 같다. 그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밥을 잘 먹지는 못했던 터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초라하지만 맛있게 먹었다.



히- 밥 해서 쌓아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하나는 앤드류가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앤드류가 왔었다.


앤드류 오기 전에 장봐서 나름 잡채랑 카레랑 해야지 생각했는데 점심 전에 이걸 장을 다 보고 요리를 하려니 시간이 없다. 그리고 마트에서 장 볼 때 줄이 길기도 하지만 정말 계산이 느리다!! 사람 아주 초조해져버려. 직원들이 천천히 바코드 스캔도 하고 봉투에 넣어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느려가지고 줄이 빨리 줄지를 않아. 나는 아직 재료도 다 준비 못했는데 점심 먹을 시간은 다가오고.. 에라이 모르겠다. 한국음식인데 알게 뭐냐, 나는 밀키트 떡볶이를 사서 만들고 만두를 전자렌지에 쪄서 밥이랑 같이 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로망중 하나가 혼자 사는 집에 친구 초대해서 와인 있고 맥주 있어 뭐 마실래? 였는데, 오늘 앤드류가 왔을 때 앉으라고 한 후에 와인도 있고 맥주도 있고 물도 있어 뭐 줄까? 했더니 맥주 달라고 해서 맥주 줬다. 개꿀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두 잘 익었는지 내가 먹어보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앤드류가 만두도 너무 좋아했고 밥에다가 떡볶이 비벼서 잘 먹었다.ㅋㅋㅋ 잘 먹는거 보니까 내가 또 깔깔 웃게돼. 그래서 나는 니가 한국음식 잘 먹는게 왜이렇게 즐겁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왜 이런거 좋아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람돌이 님 말씀대로 사실 외교관 자질인가...



여튼 얘기를 겁나 많이 했는데 사실.. 어휴 .. 못알아들은 것도 많아가지고... 진지한 얘기도 한 것 같았는데. 하여간 얘기가 여기에서 저기로 막 이어지다가 중간에 내가 못알아들어서 다시 말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앤드류, 너가 했던 일이 뭐라고 했지? 했더니, 수학과 과학 에듀케이션 프로그램 만드는 거라고 했다.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그래서 와 너 수학 잘해? 했더니 수학 잘한단다. 그리고 취미로 그림 그린다고 보여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뭐지.... 나에게 너는 어때? 라고 물어서 나는 읽고 쓰는걸 좋아해, 했다. 

앤드류한테 어제였나 내가 쓴 글 몇 개 링크 보내줬다. 번역기 돌리면 잘 전달될지 모르겠어, 했더니 천천히 읽겠다고, 왜냐면 번역을 해가면서 읽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great writer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내 글이 세계에서 읽히고.. (응?)

내가 '너 호주 돌아가면 너에 대해 쓴 글도 보내줄게, 지금은 좀 샤이해' 했다. 그랬더니 알았다고, 이해한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자기 형은 엄마 절반 닮고 아빠 절반 닮았다고 하면서 나는 어떻냐길래 나는 캐릭터는 엄마 닮고 피지컬은 아빠 닮았는데, 아이 돈 라이킷 했더니 웃으면서 와이? 하더니


You're pretty You're beautiful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나 얼굴 마음에 안든다는 건 아니었는데. 나도 내 얼굴에 만족해. 다른 신체적 특징들이 마음에 안드는 거였는데. 내가 내 얼굴 싫어한다고 생각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야 인생 진짜 살아볼만하다. 흰머리가 점점 많아지고 화장도 안하고 숏헤어인 나한테 ㅋㅋ 앤드류는 긴머리 여성을 좋아한다는데 ㅋㅋㅋ 나는 베리 숏헤어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가지고 결론적으로 친구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다. 


밥 먹고 창밖을 한참이나 나란히 보았던 순간들은 참 좋았다. 

고마운 사람이다. 집에 벌어진 일 때문에 가뜩이나 스트레스 받아있던 내 우울을 순식간에 잊게 해줬다.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 내게 있다니, 하면서 앤드류랑 같이 있지 않을 때에도 즐거웠다. 오늘 내 승모 만지면서 와 이거 뭐야,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그거 내 스트레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했다. 내가 너무 힘드니까 분위기 좀 바꿔보라며 신께서 보내주셨던게 아닌가 싶다. 나는 다음주부터 아마도 본격적으로 학교생활 시작할텐데, 그전까지는 사실 싱가폴에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정신적으로도 좀 힘들었다. 친구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고 하나하나 다 스스로 힘겹게 해결해가야 하는게 심적으로도 부담이었고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나, 이걸 해결해야 하는데, 해결이 될까, 어떻게 해결하면 되지, 하는 생각에 골몰하다가 앤드류를 만나서 다 잊고 깔깔 웃을 수 있었다. 앤드류랑 얘기하면서 집안일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학교에 가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또 친구도 사귈 수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매일 혼자여야 할텐데, 그 시간에 바로 앤드류가 있었다. 그래서 지난번 만남 때 나는 앤드류에게 말했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집에 일이 좀 생겨서 매우 디프레스 했고, 그 후에 싱가폴에 와서도 여전히 디프레스 했다고. 그리고 너를 만났다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더랬다.


You change my mood.


앤드류는 나의 그말에 베리 스윗하고 베리 로맨틱하다고 했다. 오늘은 나에게 '너는 나보다 로맨틱한 사람이야' 라고 했다. 나는 네가 폴라이트 퍼슨이라서 매력을 느껴, 라고 말했다. 


헤어지면서 나는 그에게 굿바이 라고 말했고 그는 내게 굿 럭 이라고 말했다. 



좋은 만남이었고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외국인과 둘이서 이렇게 몇차례나 만날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만나기 전에는 '하, 오늘은 할 영어가 더이상 없지 않을까' 했는데 또 막상 만나면 이렇게 저렇게 뭐가 어떻게든 된다. 사실 내가 그의 말을 백프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쩌면 중요한 걸 놓쳤을 수도 있지만, 내 인생의 이 시점에 이 만남이 있다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내게 하는 말들이 하나하나 다 스윗해서 또 좋았다. 


I want to see youuuu


막 이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확실히 외국인 친구 사귀면 외국어가 늘기는 하는 것 같다. 내가 허벅지를 씨프라고 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앤드류가 싸이라고 알려줌. 그거 스펠링이 뭔데? thigh 어 내가 아는 그게 맞는데 싸이라고 읽는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나 졸라 귀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과 단둘이 만나 데이트 하는 시간들을 인생에 갖게 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그러니까 외국어에 서툰 내가 상대에게 더 호감을 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그런 생각. 왜냐하면 모국어가 아니고 또 내가 외국어 숙련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면 잘 들어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게 온전히 집중하는거다. 완전 포커싱해가지고 쳐다보고 듣고 그래야만 그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보통 모국어라면 사실 내가 집중을 안해도 상대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있다. 내가 이렇게 노트북으로 글 쓰다가도 옆에서 말하는 소리들이 다 들린다. 그러나 영어의 경우에는 잠깐만 정신을 놓으면 그 뒤가 다 사라져버린다. 그러니 아직 서툰 영어로 영어생활자와 대화를 할 때면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포커싱을 해야하는거다. 상대는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집중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 보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고. 내가 영어를 더 잘했으면 이렇게까지 페이 어텐션 하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잘 못하기 때문에 나는 앤드류와 같이 있을 때면 온통 그에게 집중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걸 앤드류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내가 너랑 얘기할 때면 너에게 온통 집중해야만 하는데, 그 뒤가 영작이 잘 안되는거다. 그래서 기다려보라고, 챗지피티한테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화면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이 화면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는 알겠다면서, 너는 얘기하는 내내 눈을 마주치니까 이 말이 뭔지 이해하겠다고. 그런데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두번째에 가까울 것 같다고 했다. 위에꺼는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거고 밑에꺼는 자기가 나를 좋아하는거라고, 두번째가 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런게 재미있다. 내가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걸 느끼는 것이.

무작정 영어를 잘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못해도 대화가 되고 못하는채로 대화를 하다보니 상대에게 집중하는 걸 보여주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이런거 너무 재미있지 않나. 


생활이 다 영어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12층인데, 어제 11층인 남자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다. 키를 대지 않고 그 덕분에 들어올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면서, 나는 오늘 move in 한다고 했다. 그러자 그가 오 그러냐고 이곳은 살기에 매우 나이스하다고, 캄하다고 하면서 자신은 11층에 산다고 했다.

오늘은 무지에 갔다가 직원에게 담요 있냐고 물어봐서 담요를 구입했는데 영어로 대화하다가 마지막에 직원이 일본어로 얘기하는거다. 하. 내가 일본 사람인줄 알았나. 그래서 내가 아 임 낫 저패니즈, 아임 싸우스 코리안 했다. 그러니까 뭔가 나의 반응 속도가 좀 더 빨라진 느낌적 느낌? ㅋㅋ


여전히 무섭고 두렵기도 하다.

내가 학교 수업을 잘 못따라가면 어떡하지?

매일 밤마다 외로움을 느끼면 어떡하지?

어느날 밤에는 야경이 위로가 되지 않기도 하겠지?

이 집을 깨끗이 쓰지 못해서 계약을 위반하면 어떡하지?

전기료, 수도세가 많이 나오면 어떡하지?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거에 실패하면 어떡하지?

돈을 너무 많이 쓰면 어떡하지?

16일 안에 학생비자 카피본 집에 제출해야 되는데 그전에 안나오면 어떡하지?

앤드류 못만나도 나는 즐거울 수 있을까?



진짜 돈 때문에 대환장 되시겠다. 그래서 얼른 유료 플랫폼으로 가야되는데... 그래도 오늘은 저렴한 슈퍼마켓 발견해서 다진 마늘도 사고 세탁기용 세제도 사고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나는 이제 앤드류 없는 싱가폴을 살아야 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앗. 지금 깨달았는데, 앤드류 내 집에서 화장실 사용했는데 변기 시트가 내려져있네? 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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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5-08-17 0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왔는데....와우...싱가폴 가셨네요!! 열정과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응원합니다!! :)

다락방 2025-08-17 15:56   좋아요 0 | URL
네, 이 나이에 어학연수 와있습니다. 레포팅 데이에 가보니 다들 아주 어리던데 ㅋㅋ 거기에 제가 홀로 우뚝 섰습니다!! ㅋㅋ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한 님!!

잠자냥 2025-08-17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극심한 스트레스로 그옹안 잘 못 먹….은….. 게…. 그거야?!😱😱😱

다락방 2025-08-17 15:56   좋아요 0 | URL
끼니는 챙겨야 하니까 챙기긴 했지만 평소만큼 먹진 못했다고요! 나 이래도 되는거야? 했다니깐요? 흥!!

잠자냥 2025-08-17 0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앤드류를 방에 넣었구나….. 자 다음에는….다른 곳에도…. 🤣

다락방 2025-08-17 15: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자냥 님 음란마귀 내쫓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그냥 방에 넣기만 했을까요? =3=3=3=3=3=3=3=3=3=3=3=3=3=3=3=3=3

잠자냥 2025-08-17 17:25   좋아요 0 | URL
아니 이 음란마귀…. 무슨 생각을 한 거죠? 전 다락방 님 마음속에 앤드류를 넣으라는 소리였습니다…. 아직 확 오픈한 건 아닌 거 같아서….🤣🤣🤣

책읽는나무 2025-08-17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글을 잘 읽어내려 오다가 늘 마지막 문장에 꽂혀 그동안 읽은 글 내용은 사라지게 되는 마법이 또 발생하였습니다.ㅋㅋㅋㅋ
앤드류는 끝까지 매너남인 듯 합니다.
호주로도 한 번 가봐야 하는 거 아닌지?ㅋㅋㅋ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어떤 유튜브를 봤던 게 떠올랐어요. 대학원생 신혼부부인데 여자는 한국인 남자는 프랑스인이더군요. 둘은 영어를 아주 잘하지만 여자는 프랑스어에 서툴렀고 남자는 한국어에 서툴렀어요. 둘은 영어로 대화하를 주로 하지만 가끔씩 서로의 나랏말로도 대화를 하기도 하던데 조금 눈빛이 다르더라구요. 영어로 대화할 땐 거의 토론하듯 대화하던데 서툰 언어일수록 좀 더 신중해지고 이 말 맞아? 확인하고 검사받고…남편이 부인이 프랑스어로 대화할 땐 순한 아기가 된 것 같아 보기 좋다고도 농담을 하긴 하던데…그 둘의 눈빛이 좀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앤드류에게 집중하는 다락방 님의 눈빛이 조금 상상이 가네요.
싱가폴에서의 부촌 아파트 생활 이야기도 계속 기대가 되네요. 여기서 누려보지 못한 것을 거기서 잠시만이라도 누려본다는 것!
인생에서 이 기회도 흔치 않을 것 같아요.
경제적 스트레스 잠깐 접어두고 일단 즐기세요. 나중에 안 되면 옮기면 되지. 그리 생각하시면?ㅋㅋㅋㅋ 넘 속 편한 소린가요?ㅋㅋㅋ
암튼 앞으로의 모든 일에 파이팅입니다.^^

다락방 2025-08-17 16:00   좋아요 1 | URL
앤드류가 간 다음에야 변기시트가 내려져있던 걸 알고 정말 놀랐습니다. 아니, 이 남자는 정말!
저랑 엄마랑 집에서 아빠한테 앉아서 볼 일 보라고 몇년간 잔소리해도 안됐거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신선한, 그리고 긍정적인 충격이었어요!!

부촌에 와서 저렴한 슈퍼마켓을 찾아서 신났습니다. 지금은 스타벅스에 나와있고 들어가면서 김치랑 와인이랑 고기를 좀 사가야겠어요. 껄껄.

싱가폴에서의 공부가 끝나면 호주에 여행가고 싶어요. 가면 앤드류를 만나고 올 생각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은빛 2025-08-17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시작은 두려움과 설레임을 동반하지요. 한국어가 없는 영어로만 살아남아야 하는 세계를 선택한 다락방님의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늘 그렇듯 멋지게 적응하고 잘 생활하시리라 믿어요.

다락방 2025-08-17 16:00   좋아요 0 | URL
정말 스트레스가 대단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어요. 또 설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요.
저도 제가 차츰 적응되어 영어 공부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

단발머리 2025-08-1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같은 인연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To be continued 라고 내겐 느껴지구요.
굿바이 했지만 굿모닝 할 수 있을 수도…. 🥰
외국에서 한 상 뚝딱! 진짜로 짱짱! 👍

다락방 2025-08-17 16:03   좋아요 0 | URL
일단 앤드류는 롱디를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전에 롱디 한 번 했다가 가까이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에게 일어난 일을 제 때 알지 못하고 제 때 도움을 주지도 못하는 것이 너무 괴로웠대요. 그래서 롱 디스턴스 연애는 다시 선택하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저는 그에게 사랑하다가 헤어지면 가슴이 너무 아파서 좋아하는 사람과는 친구를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요. 우리는 친구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이런 극도의 행복은 사실 기존의 전남친들로부터는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어요. 저는 헤이팅 게임의 조슈아를 떠올렸습니다. 아! 여기서 그 책 사서 선물할 걸 그랬네요. 여기 남자가 너 같아, 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한 상이라고 하기 부끄럽습니다. 밀키트와 냉동식품... ( ˝)

바람돌이 2025-08-17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집에 가서 나는 일단 맥주 마시고 그 다음에 와인 마실래라고 하고싶어요. ㅎㅎ 언어가 다른 사람과의 소통운 힘들긴 하지만 또 저렇게 서로 진짜 의미를 조심스럽게 찾아가는 과정이 있네요. 그 과정에서 막 애정이 솟아날거 같은데요. 한국어로 같이 얘기해도 서로 못알아듣는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오히려 같은 언어니까 너 그거 무슨 뜻이야 물어보지도 않고 그래서 서로 오해하고말이죠.

다락방 2025-08-17 16:04   좋아요 1 | URL
너무 좋지요, 바람들이 님.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맥주도 와인도 다 대접해드리겠습니다.
네, 언어가 다른 사람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되니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걸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경험이 여러모로 참 좋습니다. 하는 동안에 즐겁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뭔가 또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인생에 이런 시간, 이런 만남이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후훗.

망고 2025-08-17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아침 밥상에 단백질이 없어서 눈물이...😭 계란후라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게다가 앤드류는 왜이렇게 빨리 떠나는거죠?
엘베에서 스몰토크를 주도하는 다락방님의 성격이라면 영어는 금방 늘거같아요 게다가 앤드류랑 펜팔ㅋㅋㅋㅋ도 하시면 영어는 뭐 이제 끝난겁니당ㅋㅋㅋㅋㅋㅋㅋ
신나는 싱가폴 생활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너무 재밌어요😄

다락방 2025-08-17 16:06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어제 계란도 사고 싶었는데 다른걸 잔뜩 사서 손도 없고 ㅠㅠ 그래서 계란은 다음으로 미루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아침에 슈퍼마켓 가서 계란 사왔어요. 꺅 >.<
조만간 단백질 있는 식탁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고기를 먹고 싶은데.. 흠....

재밌게 읽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

냐냐냐씨유후 2025-08-2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빵터짐요ㅎㅎ 그분은 역시 폴라이트 가이였군여♡

다락방 2025-08-23 13:16   좋아요 0 | URL
네, 폴라이트 퍼슨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