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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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은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동화같은 이미지가 강한데, 이 책은 진짜 동화같은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다.

몇년전 빨간 머리 앤 탄생 100주년을 넘기기도 했었는데, 아직도 내겐 주근깨 투성이의 소녀로 남아 있는 듯 하다.

그동안 일본인 작가의 만화를 통해서 빨간 머리 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앤을 조금, 아니 많이 예쁘장하게 나타낸 그림이기도 하다. 완전히 소녀같은 이미지라고나 할까...

그래서 애니매이션 속의 앤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약간 어색할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손바닥 크기만한 빨강색 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다.

이전까지 봐왔던 느낌의 빨간 머리 앤의 무수한 책과는 확실히 느낌부터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내용 그대로다. 별반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 글의 내용과 어울리는 은은한 느낌의 그림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특징이기도 하다.




이 장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컷이다. 애니매이션에서도 보여지듯이 앤이 창틀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다이애나와 촛불로 둘만이 아는 신호를 보내기도 하는 장소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이 앤이 이곳에 앉아서 책을 읽는 장면이였다. 그뒤로 내 로망은 다락방이 있는집에서 그 다락방의 창문틀을 만들어서 앤처럼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였다.

아직도 내겐 로망같은 만화이자 소설이기도 한 빨간 머리 앤을 그림과 함께 만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였다.

당신은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나 영혼과 불과 이슬로 만들어졌나니.
(p.8)
- 로버트 브라우닝

내가 당신을 사랑하듯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죽음이 아니고는 우릴 갈라놓지 못하리.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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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연인
진선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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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좋아하잖아요. 그냥 좋아하는 거 그런 거 말고 다르게 날 생각하잖아요. 눈을 보면 알 수 있어요."
(p.104)

"산소 같은 사람.
없으면 한순간도 살 수 없으니까."
(p.272)
출처 : '비밀의 연인 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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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
어마 리 에머슨.진 뮤어 지음, 이은숙 옮김 / 반디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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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 보면 상당히 궁금하다.
그 숲에는 왜 남자로 가득했을까?
남자로 가득한 숲에 우리의 어마 리는 왜 무엇을 하러 들어 갔을까?
이 책의 읽기전 가장 궁금했던 두 가지 였다.
그리고 책 소개에서 보여 준

변변치 않은 인생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한 여성의 사랑과 성장

이라는 문구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너무나 읽고 싶었다.


주인공 어마 리는 소설 작가를 지망하면서 언니 내외의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처지다.
마땅한 직장도 없고, 사귀던 애인은 다른 여자와의 약혼 소식까지 신문에 나온 지 오래다.
마지막 보루였던 형부가 추천해준 직장 마저 취직하지 못하고, 우연히 간 동물원에서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쿠스 베이' 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는다.
그때 정말 기적처럼 쿠스 베이의 벌목 캠프에서 부 주방장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미국 벌목 노동자 협회에서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차 샌프란시스코에 온 두 명의 벌목공의 대화를 통해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된 것이다.
우연을 가장 한 운명이였을까.
어마 리는 한 치의 망설임과 의심도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 버린다.
그 말을 들을 후 곧장 언니네로 가서 짐을 챙겨 쿠스 베이로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 경력도 없는 그녀를 벌목장의 책임자인 올드 캠프는 너무나 반겨 준다.
설레는 맘, 두려운 맘으로 올드 캠프의 트럭을 타고 가게 된 벌목장.
그곳은 100여명의 남자들만 사는 곳이다.
제목 그대로 그 숲에는 Only 남자만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100여명의 벌목공들을 위해 밥을 하는 일이 그녀의 주된 임무다.
정말 눈코 뜰새없이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높은 보수에도 지원자가 없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금발머리 하나 외에는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어마 리가 떠나간 남자친구도 잊고, 벌목 캠프에서라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그녀에게 유일하게 희망을 주는 통통한 두 엄지손가락만 믿고 쿠스베이에 돌아 온 것이다.
처음에는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100여명의 벌목공과 주방식구들과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어마 리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우연한 기회에 알고 찾아 온 벌목 캠프는 그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준 것이다.
어마 리는 벌목 캠프의 부 주방장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옛사랑의 추억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진정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남자를 만나기까지 한다.
지구 온난화라는 화두 속에서 벌목은 예전과 달리 선호대상의 직업이 아니며, 세계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사회적 문제를 살짝 비켜 간다.
그저 1950년대 후반의 활발하던 벌목 캠프 속의 인간 하나 하나의 생활상이나 모습들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등장 인물들간의 이야기들이 좀 더 심도있게 소개 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벌목 캠프장에서의 어마 리 자신의 얘기를 쓰기로 했다면 좀 더 심리적인 면이나 개인적인 접근을 통한 표현을 했다면 좀 더 이야기의 밀도가 높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마 리가 자존감과 함께 일과 사랑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얻는다는 설정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이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든다.
전제적으로 깊이감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감동 역시 반감되지 않았나 싶다.
잔잔하지만, 결코 임팩트가 강하지 않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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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레시피 - CIA요리학교에서 만들어가는 달콤한
이준 지음 / 청어람메이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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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뉴욕이란 단어에 더 마음이 갔던 게 사실이다.
왠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바쁘게 거리를 뛰어 다니는 뉴욕커를 떠올리게 하는 살아있는 도시, 이 담에 꼭 한번 살아 보고픈 도시, 뉴욕.
잊어 버린, 묻어 버린 꿈을 향해 다시 나아가자는 멘토가 가슴에 너무나 와 닿았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뉴욕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을 안고 읽었다.
하지만 이 책 어디에서도 난 뉴욕을 만나지 못했다.
굳이 이 책의 제목에 뉴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의미를 모르겠다.
단지 저자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근거지로 뉴욕을 택해서 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을 보면 요리 얘기가 90%이다.
말그대로 제목은 <뉴욕 레시피> 인데, 뉴욕은 없고, 레시피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저자가 세프를 꿈꾸는 사람이니 요리얘기가 주가 되는 건 맞는 말이겠지만, 제목은 마치 뉴욕을 요리하는 것마냥 적은 건 사실이잖는가.
책의 처음과 끝까지 저자가 The CIA에서 약 20개월에 걸쳐 다양한 수업과 과정을 통해서 요리사의 길로 한발짝 나아가는 모습과 그와 더불어 만나는 사람들과의 모습들을 얘기하고 있다.
주된 내용이 The CIA의 커리큘럼 얘기이고, 중간 중간 자신이 파티의 세프로서 활약한 내용과 그 파티에 요리한 음식의 레시피에 대한 소개이다.
우리가 평소에 알기 힘든 분야인 요리, 특히 요리사의 세계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새롭긴 했다.
하지만 그 분야의 관련인이나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불특정 다수인의 관심을 끌기에는 조금 약한 면이 있는 듯 하다.
처음 들을 법한 용어들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긴 하다.
그 점은 감사히 생각한다.
하지만 뭐랄까?
모든 것들이(요리마저도) 말로서 설명해 놓은 듯한 느낌이여서 글 속에서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저자가 The CIA에서 겪는 그리고 그 밖에서, 특히 뉴욕에서 겪는 일들에 대해서 대개가 피상적으로 서술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에 수료하고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5개월가량의 기간이 짧았던 걸까.
저자는 The CIA의 커리큘럼에 따른 수업과정을 서술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자신만의 진솔함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 유학가서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그 꿈의 한 과정을 통과하기까지 저자가 실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자세히 실리지도 않았다.
난 적어도 The CIA의 커리큘럼이나 지원방법, 나아가 최소한의 The CIA에 대한 정보 정도는 부록이나 여분의 페이지에 소개해 줄 거라 생각했다.
이 책은 The CIA에 대한 소개도 아니며, 저자의 꿈을 담았다고 하기엔 다소 약하며, 특히 뉴욕 레시피라고 이름 짓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의 노력이나, 생활적인 면을 더 부각했더라면 훨씬 나은 레시피가 되었을 한 권의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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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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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에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 한 남자, 바로 곤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실패하고, 인생서 좌절한 한 남자가 네다섯살쯤 된 남자아이를 안고 한밤 중 이내촌의 호수에 투신한다.
이내촌에서 쭉 인생을 살아 온 한 할아버지가 한밤 중 그 소리를 듣고 나오게 된다.
그러다 물속에서 솟아 나온 아이를 건져 내게 되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외손자(강하)에게 업혀 그 남자아이를 데려오게 된다.
그런데 그 아이의 양귀 뒤로 상처가 나 있다.
바로 아가미인 것이다.
그날 이후 아이의 이름은 곤이다.
아이의 아버지는 시체로 발견되고, 차츰 그 사건이 기억 속에서 묻혀 시간이 흐를수록 곤의 몸은 물고기화되어 간다.
아가미는 물론, 지느러미, 몸위에는 비늘까지 생기는 것이다.
단조롭지만 나름 자신들만의 평화를 유지하던 세사람에게 할아버지의 딸이자, 강하의 어머니 이녕이 오면서 셋은 돌이킬 수 없는 각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 이야기는 사고로 강물에 빠진 여자를 구해준 곤의 이야기를 여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게 되고, 이 이야기를 본 강하가 그녀와 만나서 곤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그녀가 다시 곤에게 강하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이다.
처음 글을 읽기 전에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스릴러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세상으로 부터 소외된, 낙오자라든가 실패자라고 불리만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음의 순간 아가미라는 퇴행기관으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남자를 중심으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실패한 인생들이 겪는 이야기이다.
보통의 사람과 전혀 다른 모습에도 강하와 할아버지가 곤을 자연스레 받아 들일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들은 곤이 가진 아가미를 자신들 역시 가지고 있는 어떤 인생살이의 상처의 하나로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강하는 할아버지와 곤에게 모질게 대하는 듯하지만, 이는 그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가 끝까지 할아버지를 지키고, 곤을 지키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기 때문이다.
곤이라는 이름 역시도 그런 강하가 지어 준 이름이다.
[장자]의 첫 장에 나온다는,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p.180)
가장 먼저 곤에게서 아가미를 발견하고 그 당시 읽고 있던 장자의 첫장을 기억해서 가장 잘 어울리겠다고 지어 주고선 정작 자신은 한번도 부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언젠간 떠날 것이 두려웠을까. 아니면 곤을 잃는다는 것이 두려웠을까.
많은 것을 잃어 보았기에 그 경험을 해 보았기에, 말하진 못했지만 다시 두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곤을 떠나보내며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한 말 속에는 그의 모든 마음들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곤이 소중한 사람을 찾아서 다시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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