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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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표지도 그렇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 바로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이다. 이 작품은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신작으로 이름이 낯설다 싶은 사람도 소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낯설지 않을 것인데 바로 그 작가의 작품이라 어딘가 모르게 전작들과 비교해도 그 분위기가 비슷한 결을 유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본 작품들 중에서는 유독 첫사랑을 소재로 감성적이면서도 그러나 온전히 이뤄진다기 보다는 이별의 결말을 택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지만 그 첫사랑이 왠지 더욱 숭고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작품이 많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매지너리 프랜드(imaginary friend)를 소재로 하여 한층 흥미를 더한다.
이제 고등학교 2년이 된 히구치 유는 어딘가 모르게 평범한 듯 그렇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고 그렇게 오랜만에 간 학교에서 자신이 없는 동안 전학을 왔다는 아리마 호노카로부터 친구 제의를 받게 된다. 이상하게 다른 아이들은 그녀가 없는 듯 취급하지만 히구치는 개의치 않으며 둘은 곧 절친한 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히구치의 어릴 적 친구인 미나세 린이 나타나게 되고 그녀의 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리마가 존재를 감추게 한다. 그렇게 아리마는 왠지 히구치가 미나세와 있기만 하면 존재를 숨기는 것 같은데 과연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점점 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조금씩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과연 누가 이매지너리 프렌드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데 초반 설정 등을 보면 왠지 아리마일지도 모르겠다 싶지만 그 부분에 대한 진실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보통의 청춘 로맨스와는 다른 분위기,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이 나지만 왠지 모를 미스터리함과 반전도 내재되어 있어서 단순한 첫사랑이나 이별 이야기가 아닌 조금 더 깊은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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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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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일본에서 동명으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된 바 있는, 소설 『인플루언스』는 무려 20년에 걸친 세 여자의 이야기가 그려진 심리 서스펜스 작품이다. 이 책의 저자인 곤두 후미에는 다소 독특한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전작들을 선보였는데 『호텔 피베리』를 비롯해 『캐리어의 절반은』이란 작품이 그것이다. 

유리, 사토코, 마호라는 세 여자에 얽힌 장장 20년에 걸친 이야기. 세 명의 관계는 친구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살인 사건, 그것도 세 건에 달하는 사건이 연결되어 있다. 

사토코가 겪는 가정 내 성폭력 사건은 친구이기도 한 유리가 알게 되지만 어떻게 해줄 수 없음에 좌절하게 만들고 이는 자신들을 둘러싼 어른들 역시 어떤 해결자나 조력자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본격적인 사건은 전학생이 마호가 위험한 처했을 때 유리가 도와주려다 일이 심각해지는 상황에 처한다. 사토코도 마호도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두 사람의 문제적 상황 속에서 유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묘하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세 사람은 각자가 서로의 문제에 조금씩 연결되어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일종의 연대적 관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우정에 기인한 교우라고 하기엔 좀 부족해 보인다. 
애초에 마호와 유리 사이에서 벌어진 일에 사토코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이후 소년원에서 나온 사토코는 자신을 성적학대했던 할아버지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유리에게 한다. 그렇게 소년원에 갔던 사토코에 대해 미안함, 죄책감 등으로 인해 유리는 이 부탁을 받아들이지만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이미 죽어 있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작품은 범인 찾기 보다는 세 소녀가 자신은 물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어떻게 했는지에 주목하는 기분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가를 찾아가 써달라고 말한다는 설정도 꽤나 기괴하면서도 특이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과연 그들이 계획했던, 그리고 실행했던 살인은 무엇이였을까 싶고 구체적으로 누가 누구를 위해 누구를 죽였는가에 대한 부분도 흥미롭게 진행되면 이들 세 명의 연대 아닌 연대가 어떤 결과로 마무리 될지도 기대하며 봐도 좋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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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도서관의 사건수첩
모리야 아키코 지음, 양지윤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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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서점만큼이나 좋아한다. 비교적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도 자주 가는 편인데 이렇듯 보통 도서관의 위치를 보면 주민들이 잘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변두리 도서관의 사건수첩』이라는 제목의 이 도서관 정체가 상당히 궁금해지는 작품이였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볼만한 도서관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꽤나 흥미로운데 작품에서는 신입 사서과 명탐정 사서의 콤비 플레이도 눈여겨 볼만하다. 
도서관을 세우고자 하는 취지와는 달리 예산 책정, 건립 과정 등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결국 세워진 곳이 도시의 북쪽 변두리인 아키바 도서관. 그래서인지 비교적 다른 도서관들보다 한가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 

아키바 도서관의 신입 사서 후미코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어쩐지 도서관에서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끊이질 않는다. 열정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후미코, 박학다식한 정보력을 갖춘 포스부터 남다른 선임 사서 노세가 이러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져 뭔가 상반된 두 캐릭터와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의 의외성, 그리고 그 사건에 담긴 이야기가 잘 결합해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크지 않은 마을 변두리 도서관을 배경으로 분실물, 괴담, 비밀까지 더해진 이야기는 일본 소설 특유의 디테일한 인물 설정과 무섭지 않은 일상 미스터리에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까지 더해져 감동으로 이어지며 더 큰 재미를 선사한다. 

도서관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이나 그들의 관계성도 이야기기의 진행과 함께 흥미를 자아내고 도서관이라는 공간 역시 이야기의 진행에서 은근히 커다란 장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마냥 무섭지는 않지만 뭔가 묘한 분위기 속에서 여러가지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는 설정과도 잘 어울리며 이런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실마리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책에 있다는 점 역시 이야기의 주요 무대가 도서관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인것 같아 여러모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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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임진평.고희은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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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즈음 집에 있던 LP판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카세트 테이프와 CD가 곧 나왔고 그 이후론 LP판이 어디로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 특유의 지직거리는 느낌이 묘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그 LP판을 들었던 기억이 나쁘지 않아 턴테이블을 하나 구입해볼까 싶은 마음이 계속 든다. 그래서인지 책 제목부터 LP가 들어가는 『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의 내용이 상당히 궁금했다. 

표지 속 LP가게의 풍경을 보면 독립 서점 같기도 하고... 분위기가 따뜻하고 괜찮아 보여 마치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것 같은 그런 장소처럼 여겨 더욱 그 이야기가 궁금했다. 

참고로 이 작품은 밀리의서재에서 공개 되어 소설 분야에서 1위를 했고 역시나 밀리의서재 북마스터 선정 1위에 빛나는 도서이며 202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화제작이기도 하단다. 
작품 속 장소는 서울의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풍진동이라는 곳. 한때는 풍진동 역시도 재개발의 광풍이 불었지만 현재는 공사가 중단되고 더 한적해진 듯 하다. 그런 곳에 LP가게가 문을 연다. 있던 가게도 문을 닫을 것 같은데 말이다. 

LP하면 떠올리게 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제대로 묻어나는 가게이다. 가게는 제대로된 디스플레이는 커녕 물건조차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았고 요즘 같은 때에 신용카드 사용조차 되지 않는 곳이다. 아무튼 수상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그런 LP가게에서 가장 수상한 점은 LP 한 장마다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다. 

이 포스트잇에는 누군가의 손글씨로 직접 쓴 감상평이다. 궁금할 것 같다. 누군가의 감상평이 적힌 LP판을 들으며 나의 감상은 어떨지... 이런 곳이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어질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마음은 사람들을 LP 가게로 사람들을 모으게 되고 그속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간직한 여러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람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아픔을 간직한 사람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어떤 사정이 있는지를 우리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을 수 있고 이후에도 쉽사리 그들을 판단할 순 없을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정리되지 않은, 그러나 그속에 자리한 요란스럽지 않은 따뜻한 위로가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위로와 공감이 인상적인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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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찰리 N. 홈버그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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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내가 지금의 내 아이보다 어렸을 때도 마법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많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마법을 소재로 한 판타지물은 이견이 있을지는 몰라도 감히 말하건데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마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며 최근 드라마 제작과 관련해 세 주인공의 캐스팅 지원자 수를 보더라도 그 인기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마법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알게 모르게 해리포터 시리즈와 비교되는 것도 사실인데 이번에 만나 본 『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 역시나 책소개글을 보면 ‘해리 포터’ 팬들을 사로잡을 매혹적인 마법 판타지!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이 작품 속에서 아주 특별한 집이 등장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법이 깃든 집이다. 마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마법이 유전이 되는 세상 속, 하지만 마법의 힘이 점점 약해져가고 사라져가는 가운데 마법사들은 어떻게든 마법을 보존하려고 하지만 어떤 것이든 이미 사라져가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고 그걸 다시 지켜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가운데 이들이 마법 보존과 관련해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앞서 언급한 마법이 깃들어 있는 집이다. 그렇다면 이 집은 어떻게 관리하는 것일까? 마법사가 상주하는 건가... 아니면 보통 사람들 눈에는 그저 보통의 집처럼 보이게 결계라도 치는 것일까? 각종 의문이 드는 가운데 주인공 메릿이 등장한다. 

너무나 평범한, 그렇지만 성공하지도 못한 소설가로 어렵게 생활을 이어가는 메릿은 어느 날 그녀의 외할머니가 윔브렐 하우스(뭔가 이름부터 마법 주문 같다고 하면 오버인가...)를 유산으로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누군가 나에게 유산으로 집을 남겼다면 누가 기쁘지 않을까 싶은데 메릿 역시 어려운 사정에 이 사실을 알고 너무나 기뻐하지만 막상 그 집에 가보니 이건 보통 집이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마치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귀신들린 집 같은, 물건이 움직이고 액자 속 초상화 주인공이 움직이고 피가 뿌려지고... 소설가인 그녀의 원고까지 숨겨버리는 그런 집이다. 이쯤되면 저주받은 집인가 싶으면서 괜히 상속받았다 싶을 것이고 이에 결국은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집은 허락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런 가운데 이 집을 관리하는 곳이라는 바이커에서 가정부 헐다가 찾아오고 헐다는 메릿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하게 되는데... 과연 메릿은 저주 받은, 아니 마법에 걸렸다는 이 집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게다가 이 집을 빼앗으려는 사일러스라는 사악한 마법사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판타지한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마법의 세계로 초대했다는 점이 꽤나 흥미롭고 이러한 공간적 배경이 되는 집이 메릿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그녀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흥미로운 가운데 어떤 마법이 펼쳐질지도 기대하며 읽게 될 것이고 그런 이유로 판타지 소설로서도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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