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사라의 인생이 너무 슬퍼서, 그리고 줄리아의 결혼 생활이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화가 나기도 했다.
1942년 7월 파리.
자유, 평등, 박애가 국가 이념인 프랑스에서 그와는 지극히 정반대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린 어쩌면 기억 속에 자리조차 없는 지도 모른다.
그 당시 파리 시민들에게 '이 것은 일종의 비밀이었다. 과거 속에 묻힌 이야기.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 이야기.' 이다.
이 일은 모티브가 되는 1942년 7월 16일 벨디브 사건(벨디브 사건은 나치 치하의 프랑스에서 프랑스 정부가 유대계 프랑스인 만여 명을 기습 검거해 사이클 경기장인 '벨로드롬 디베르'에 가둬두었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낸 일을 말한다.)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허구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전부가 사실 같아서 모두가 거짓이길 바래본다.
프랑스인 지금의 남편 베르트랑과 결혼해서 프랑스에 살고 있는 미국인인 줄리아는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의 기자이다.
그런 그녀에게 편집장 죠수아는 벨디브 사건의 60주년을 맞이해서 이 사건을 기사화하길 권한다.
그때부터 그녀의 인생은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그녀는 벨디브 사건의 진실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갈 수록 이번 일에 자신의 시댁이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건축가인 베르트랑은 현재 그녀의 시할머니가 살았던 낡은 아파트를 개조 수리중이고 공사가 끝나는 대로 딸 조에, 베르트랑, 줄리아가 들어가 살 계획이다.
시할머니는 현재 요양원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중이기에 그 집을 줄리아 가족들에게 물려 준 것이다.
이 이야기는 벨디브 사건 때 부모님과 함께 유대인 수용소에 갇혔던 60년 전 사라의 이야기와 현재에 사라의 이야기를 뒤쫓는 줄리아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그리고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 줄리아와 사라의 이야기는 교집합이자, 합집합이 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뭐하러 기억하겠어? 이 나라의 가장 어두운 과거인걸." 이라고 말하던 어느 노파의 말처럼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또 누군가는 의도하지 않게 기억 속에서 지워 버렸던 그 일이 되살아 난 것이다.
이와 함께 줄리아의 인생도 새로운 국면에 접하게 된다.
"가끔은 과거를 되돌아보기가 힘겨울 때도 있죠. 뜻밖의 불쾌한 사실들 때문에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힘든 일이 잖아요." 라고 벨디브 사건을 담당하며 처리하고 있는 프랑크 레비는 말했다.
그녀 역시 불안했지만 그녀는 모두를 위해 진실을 알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60년간 유지되던 시댁의 비밀을 그들이 모두 알게 하고, 줄리아에 동조하는 가족과 그 반대의 가족으로 나뉘는 사태까지 된다. 반나치 투쟁에 목숨을 받쳤던 프리모 레비는 이렇게 말했다. "괴물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위험한 존재가 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인 인간들 말이다."
그 사건 당시의 파리 시민들도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물론 시대적 상황에 편승한 인물도 있었을 테지만 그 상황에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안위를 먼저 챙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대인들을 도왔던 시민들도 적진 않았다.
그 당시 그 시대의 사람들은 자신들조차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사건들 앞에서 맥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은 결코 꺾이진 않았다.
Zakhor. Al Tichkah.
기억할지어다. 절대 잊지 말지어다.
그러니 평생을 남들과 공유하지 못한 고통을 가슴으로 삼키며 살았던 사라의 마지막 말처럼. 잊지 않으면 된다.
누군가 그날의 그 사람들을 잊지 말고 영원히 기억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이 역사 속에 묻히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