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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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역경’, ‘불편함’으로 정의되는 고밀도의 스트레스 사안들은 인간을 더욱 육체적 정신적으로 향상시키며 영적 평안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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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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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적의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누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련이 필요하다

 

일생 동안 어느 정도의 역경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고통을 더 약하게 느꼈습니다. 역경이 매우 높은 수준은 아니어야 하지만, 중요한 건 역경이 제로여야 한다는 건 아니었죠.”

 

위기, 두려움, 또는 위험에 맞서는 일은 최적의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초래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향상된 자존감, 인격 형성, 그리고 심리적 회복력을 증진시킨다.”

 

본서는 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자연을 즐기고 자연 속에서 스스로 받아들인 자발적 고행의 순간들에서 삶의 의미와 인간으로서의 유익들을 찾으면서 이것이 과연 개인적인 유익일 뿐이기만 한 것인가 인류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유익인 것인가를 가늠하며 쓰여진 저작이다. 위의 인용 문장들에서 보이듯 시련’, ‘역경’, ‘불편함으로 정의되는 고밀도의 스트레스 사안들은 인간을 더욱 육체적 정신적으로 향상시키며 영적 평안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과학, 의학을 두루 돌아보며 내린 결론이다.

 

본서에서 저자는 자신의 오지 체험들을 두루 예로 들고 있다. 정글과 북극까지 섭렵하고 단지 며칠 머무는 게 아니라 야생에서 한 달을 머물기도 하는 그의 체험이 녹아있는 저작으로 야생에서의 배낭을 메고 가는 행군, 야영, 사냥 등의 실례가 나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걸음과 달리기는 발뒤꿈치가 아닌 발바닥의 앞쪽이나 발바닥 중앙이 바닥에 먼저 닿는 식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근대에 이르러 스펀지를 바닥에 깐 운동화가 등장하며 인간의 걸음과 달리기에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한다. 인체에 유익을 주는 방향성의 걸음과 달리기는 당연히 발바닥의 앞쪽이나 중앙이 바닥에 먼저 닿는 걸음이라고 한다.

 

10kg에서 2500kg의 동물을 사냥하고는 그걸 해체에서 몇 킬로미터에서 몇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던 고대의 선조들은 불편함을 불편함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 시절에도 거석을 몇십 킬로미터 이동시켜 건축하던 인류였다. 그저 가축 수레나 인력만으로 말이다. 인류가 불편할 때 인류는 무지하고 병들고 연약한 채 살았을까? 현대의 과학과 의학은 고대의 인류가 현대의 후손들보다 더욱 건강하고 총명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 증언하고 있다. 산림욕을 권장하고 그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는 일본의 연구를 보면 단 15분에서 2시간의 산림욕만으로도 심박수, 혈압,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며 불안, 우울, 적개심 등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고 한다. 지속적인 삼림욕은 심장질환을 자연 치유하며 혈당을 조절하고 NK세포를 150퍼센트 더 증가시킨다는 것이 일본의 연구 결과다.

 

2013년에는 미국 유타 대학에서 3일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의 학생을 야생생활을 떠나기 3일 전 창의성 측정 테스트인 RAT 테스트를 시행하고 다른 그룹은 오지 생활 3일 후 같은 테스트를 실행했다고 한다. 두 집단의 테스트 결과 격차는 50퍼센트였다고 한다. 두 그룹은 동대학 학생들을 무작위로 분류해 그룹을 나눈 것으로, 학생들 간의 격차가 50퍼센트씩 날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오지생활로 인한 창의성 향상 격차가 50퍼센트라는 것은 굉장히 유의미한 결과라고 저자는 주지시키고 있다. 같은 3일 효과 연구가 미군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적도 있다는데 이들은 PTSD 증상과 스트레스 수준이 29퍼센트와 21퍼센트 감소했고, 대인관계, 행복감, 그리고 삶의 전반적인 만족감 역시 개선되었다고 한다.

 

다른 3일 효과 연구에서는 오지 체험 첫날 학생들의 뇌파는 베타파를 그리다가 3일째가 되자 뇌파가 알파파와 세타파 파형을 그렸다고 한다. 이건 노련한 명상가들의 고층차 수행 상태에서의 뇌파와 같다고 한다. 그저 자연과 함께 야생생활을 즐기는 것만으로 뇌는 깊은 명상 수행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다.

 

저자는 활동량이 부족해 각종 질병 상태를 야기하는 현대인의 생활과 고열량으로 적은 포만감만을 내는 현대인의 식생활을 두루 지적하기도 하며, 내면의 평화를 잃은 현대인의 현실을 동아시아 승려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지적하기 하고, 죽음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인간의 삶은 자연과 멀어지고 편안함만을 추구하며, 앞서 말한 시련과 역경과 불편함이 주는 아름다운 유익과 멀어지고 말았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편안함 그것은 유익이 아니라 손실이자 실패라고 지적하는 듯하다. 이 실패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인가? 본서는 그러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저자의 모험들에서 느끼는 감상이 남다르다는 분들에게 본서는 법정 스님의 수필과 [월든]의 향기를 되새기며 자연을 꿈꾸게 할지도 모르겠다. 야생이 진정한 자신을 한껏 꽃피우게 할는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편안함의습격 #The_Comfort_Crisis #마이클이스터 #수오서재 #야생 #모험 #자연으로돌아가기 #편리함과의결별 #서평단 #도서협찬 @suo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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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재발견 - 공부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박주용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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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인지심리학을 전공하신 분으로 인지심리학적 발견을 교육과 학습에 활용하는 바에 전념해오신 분이라고 한다.

 

본서는 챗gpt가 등장하고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교육과 학습과 업무에 전방위적으로 활용되는 시기, 공부란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떠한 양식으로 변모하는지 의문을 풀어내고 있기도 하다. 이 시대에 필요한 공부의 재정의와 함께 시대에 맞는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다.

 

본서에서는 학습과 사고를 나누어 기억을 위주로 수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학습이라고, 또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의적 과정을 사고로 설명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답변할 수 있는 사항들을 기억하는 인간보다 더 나은 대안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질문이 더 중요한 시대라며 창의적이며 질문하고 사고하는 인간이 육성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기도 하다.

 

본서는 그래서 얕은 공부와 깊은 공부를 구분하고 기존에 교육 현장에서 주도되어온 학습의 방식을 얕은 지식을 위한 가이드에서 효율적인 방식을 설명하고 또한 깊은 지식에 대한 가이드에서는 깊은 공부에 필요한 요소들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 깊은 공부인 문해력과 토론, 글쓰기를 각 해당 장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핵심 주제를 하나로 정의하자면 질문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질문하라는 것도 같은 주제에 대한 답변이고 말이다. 저자는 토론도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에게 질문하고 함께 답을 찾아 나아가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함께의 중요성도 주지케 하는데 함께 답을 찾아갈 때 옳은 답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 관찰로 밝혀졌으며 의견이 같은 사람들만이 가득할 때는 집단 극화라고 하여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결론 지어질 수 있으니 소수 의견도 중요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본서는 오랜 인지심리학과 교육과 학습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공부가 담겨 있는 책으로 많은 전문 담론이 풀어지지만 하나 같이 피부에 와닿기도 한다. 아마도 평생 학습이 필수인 시대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감할 문장들이리라 생각된다. 저자가 인용한 문장들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조언으로 인식되는 면도 있으며 공부란 것이 결국은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본서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듯 현재의 OECD 평균 수면 시간도 평균 운동시간도 보장받지 못하며 시대착오적인 학습 방식에 매진하면서도 성인이 되면 전 세계 문해력에서 하위를 차지하는 한국인들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학습에 그토록 목을 매고 있는지 의아스럽기도 했다. 레이 커즈와일이 이야기하는 인간이 기술로 인해 강화되는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기억을 위한 학습이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했으나 저자의 말마따나 보다 더 질문을 세워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법이 있다는 데 안심이 되기도 했다.

 

본서는 소소한 분량으로 새로운 시대에 최적화된 공부법을 최적으로 전하며 쉬운 서술이면서도 깊은 문제 제기와 일깨움을 주는 저작이기도 하다. 입시에 적용할 공부법에 관한 적절한 책을 보자면 더 나은 책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평생 공부해 나갈 날들에 어떠한 의미와 목표를 지니고 찾아야 하는지가 의문이라면 이보다 더 적절한 책은 더 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얕은 공부를 담론하는 장들에서 기존의 교육과 학습에서 필수적인 내용들을 담기도 했으나 저자의 일깨움에 느껴지는 바가 있고 평소 일상적인 교육과 학습에 의문을 품어오던 사람들이라면 꼭 들어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7장과 종강에서는 공부하는 데 필수적인 일상 팁들이 담겨 있다. 학생들도 학부모도 이미 느끼고 있던 바이겠으나 이걸 연구와 학문적 근거를 들어 제시하니 더욱 귀담아듣게 되지 않나 싶다.

 

공부의 필요성에 대한 재정의, 어떠한 공부가 필요한가에 대한 재정의, 그리고 공부와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에 대한 재정의가 아울러지는 책이다. 학생과 직장인, 학부모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책이 아닌가 한다.

 

#공부의재발견 #박주용 #사회평론 #학습 #공부 #문해력 #토론 #글쓰기 #질문 #실패 #얕은공부 #깊은공부 @sapyoung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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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낙관주의자
수 바르마 지음, 고빛샘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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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본서는 심리치료서이다. 그것도 트라우마와 같은 집적되고 고도의 파괴 상태에서도 치유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배된 치밀한 치료서이다. 다만 고도, 집적, 파괴, 치밀의 어휘로 연상되는 무겁고 딱딱한 어조의 서술은 아니다. 상당히 살갑게 다가오는 책이다.

 

저자 수 바르마는 인도의 중산층 가정 그리고 대가족이기도 한 가정에서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의대를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한 이민 가정 출신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풍부한 정신적 안정을 주는 여가 생활과 나눔을 실천하며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그녀에게 긍정적 영향력의 힘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분들이다. 저자는 그것이 역사와 문화의 힘에서도 지지되는 것이라고 인도의 카르마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산스끄리뜨어의 마이뜨리와 카루나가 결합한 언어의 번역어인 자비라는 말도 타인의 기쁨과 행복을 함께 기뻐하고 굳건히 지켜주는 도덕성(마이뜨리), 타인의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아파하며 그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도덕성(카루나)를 보더라도 인도의 정신적 유산이 얼마나 인류에게 탁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본서는 자신과 주위를 파괴하고 무너뜨리는 정신적 영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저자의 삶과 정신의학자로서의 경험과 경력이 총체적으로 갈무리된 책이다. 저자는 미국 9.11 사태 이후 트라우마를 호소할 피해자들을 정신의학자로서 진료하고 관찰하며 트라우마를 이겨내거나 그로 인해 지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특징의 가장 커다란 요소를 저자는 합리적 낙관주의로 보았다. 삶을 살아가며 심각한 악의 속에서도 붕괴할 만한 악영향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낙관주의그 중에서 합리적 낙관주의라고 한다. 합리적 낙관주의와 비현실적 낙관주의를 저자는 분리해서 보는데 비현실적 낙관주의는 모든 상황에서 다 잘 될 거라고만 긍정적인 시각만을 전부로 치부하는 낙관주의를 이야기한다. 이런 비현실적 낙관주의자들은 타조 증후군에 빠진다고 하는데 불편한 진실과 처치 곤란한 난관을 애써 부정하며 모든 일은 괜찮을 거라고 결국 다 잘될 거라고만 믿는 것이 타조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는 일종의 책임회피이며 자기 과신으로 진짜 심각한 사태에서는 사람을 무너져 내리게 하는 정신적 태도가 아닌가 싶다. 박한진님의 호오포노포노 저작 시리즈에서도 언급된 이야기는 시크릿류의 가르침에 깊이 빠져 그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던 인물이 자살한 이야기가 있고, 방송매체에서의 예로 들자면 과거에 아침 방송마다 출연해 모든 것은 지나간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관점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설파하던 여성 강사분이 자살한 이야기도 있다.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는 삶이 극악의 상황에 놓이면 결국 다른 낙관적인 세상을 꿈꾸며 생을 마감하게도 한다. 그래서인지 본서의 저자도 이런 비현실적인 수위의 낙관주의를 경계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도 긍정적으로 사태를 이겨나갈 방법을 찾아가는 합리적 낙관주의를 권하고 있다. 저자는 비관주의자의 특징 세 가지를 논하기도 하는데 첫째가 개인화로 나쁜 일들에 모두 자기 탓을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전면화로 한 가지 문제가 삶 전체를 흔들 거라고 보는 것을 말하며 셋째로는 영속화로 지금의 불행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 믿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개인화가 있기에 책임지려는 태도를 가질 수 있고 전면화가 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마지막 영속화는 인간은 결국 죽는데 영원한 게 어딨냐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어쨌건 스트레스 호르몬 다수의 영향으로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건강을 악화하고 암을 발생시켜며 인간관계와 업무 능력을 악화시키는 비관주의와는 정반대로 긍정적 영향들을 보여주는 게 합리적 낙관주의이다. 이런 합리적 낙관주의를 인생에서의 의미와 방향성을 갖게 하는 목적’, 감정을 다스리고 그로부터 좋은 영향력을 받고 타자에게 미치게 하는 감정 다루기’, 상황을 분석하고 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문제해결’, 정신적 안정과 그 중추가 되는 자부심’, 인간의 기본적 심리적 안정의 배경이 되는 능숙함’, 과거와 미래로만 향하는 정신을 안정시키는 현재성’, 나와 관계를 다잡아주는 사랑’, 결국에는 나를 성장시키는 일관성의 힘인 건강한 습관이렇게 8가지 체계로 마음속에서 합리적 낙관주의를 건조할 수 있도록 안배된 책이다.

 

본서는 읽으면서 거듭 이거구나!” 감탄이 이는 대목과 문장들이 잇따라 서술되어 있던 책으로 이 정도 수준의 감상과 실천 의지를 안겨주는 정신 건강 책은 에디스 시로의 [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외에는 그다지 없지 않았나 싶다.

 

그 책과 본서 모두에서 킨츠기 도자기를 저자들이 언급하는데, 깨진 도자기를 나름의 자태로 복원해내는 일본의 복원된 도자기들이 주는 감상이 정신의학자들에게는 컸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깨진 도자기는 이어붙이고 금가루를 뿌려도 깨진 도자기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감탄하고 아름답다며 비호한다고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깨진 도자기일 뿐이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깨져서 파편인 채로 널브러져 있을 이유도 없지 않나? 스스로가 또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회복되고 복원되어 나름의 형상으로 다시 선다면 굳이 그에게 너는 그저 깨진 도자기일 뿐이다. 너는 그저 깨진 채 쓰레기 더미 속에 묻혀버려라라고 누가 강제해야 옳다는 말인가? 살다 보면 누구나 깨어질 때가 있다. 그래도 그런 채 다들 살아간다. 누가 더 크게 깨어지고 누군 이쁘게 모만 났다고 굳이 나눌 필요가 무엇인가? 조금 깨어진 그대에게도 완전히 박살난 것 같은 그대에게도 누군가는 살아가라다시 일어선 네가, 다시 복원된 네가 장하다고 아름답다고 말해줄 누군가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누구도 그대가 왜 어떻게 깨어졌는지 모르면서, 어떤 참담한 심정으로 복원되어 가는 중인지 모르면서 비난과 욕설을 한다면 이건 알아둬야 할 것 같다. 당신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고 있고 일어설 것이라는 걸 말이다.

 

당신이라는 킨츠기 도자기를 복원하기 위해 주위에 누군가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면 당신을 복원하기 위한 많은 연습과 실패 그리고 다시 연습하는 길 가운데에서 본서를 경험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본서는 세상이 아무리 비열하고 악랄하고 야비하고 잔인하고 참혹해도 결국 그 모두를 감당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은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할 책이 아닌가 싶다. 아직 제대로 세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더더군다나 본서에서 저자가 전하는 항세상제를 맞아둬서 세상을 제대로 감당하면서도 이겨낼 저항력을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호락호락하게 있다가는 정신도 육체도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겪고도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아프기만 하기는 싫다는 다짐이 들 때 읽어봐도 좋을 책이 아닌가 싶다.

 

#합리적낙관주의자 #수바르마 #흐름출판 #트라우마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더나은하루 #더나은일상 #서평단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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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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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글방 서포터즈 3기로서 도서협찬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코틀랜드 계몽사상가인 데이비드 흄은 ‘자아를 그저 환상’이라고 했다. 미국 철학자 대니얼 데닛 역시 ‘자아를 허구’라고 했다. 뇌과학서인 본서에서는 유독 두드러진 비판인데 대니얼 데닛은 “뇌에서 자아를 찾겠다는 것은 범주 오류이다”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의 자아 곧 정체성은 과연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일까? 본서는 뇌의 각 기능이 정지될 때 인간이 겪는 오류를 실제 사례로 예시하며 인간의 자아, 다시 말해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저작이다.

자아에 대한 본서의 의문은 결국 뇌의 국소병변이 자아의 완전한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깨우침도 남기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의 자아,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지를 헤아려 보게 한다. 저자는 정체성을 개인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으로 나누어 말하는데, 개인 정체성이 자아(나)와 다른 자아들(타인들)과 구분하는 방식이라면 사회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개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가리킨다고 한다. 저자가 저작으로 완성하기까지 정체성의 문제를 심각히 여긴 것은 그의 출신과 경력이 작용했다고 보인다. 저자는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으로 영국에 이민하여 정착하는 과정에서 외모와 언어 등에서 차이를 처음 자각했고 그 차이를 줄이고자 개인적인 노력을 이어온 사람이다. 게다가 저자가 전공한 신경과는 영국 전체 200명 정도의 소수 백인들이 장악했던 영역으로 이에 변수처럼 침투하게 된 저자가 인정받는 의사가 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이런 저자의 전적이 정체성이라는 문제, 개인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에 대한 천착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고 저자 역시 이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본서에서는 ‘데이비드’라는 바닥핵 뇌졸중으로 병적인 무관심 상태가 되어 자신의 생계와 주위와의 소통에 전혀 개의치 않게 된 인물과, ‘마이클’이라는 관자엽(측두엽)이 쪼그라들어 단어를 잊어버리고 인식하지 못하는 의미지식 결핍자가 등장하며, ‘트리시’라는 해마와 마루엽(두정엽) 그리고 신경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겨 기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환자, ‘와히드’라는 뒤통수엽(후두엽)에서 마루엽과 관자엽으로 전달되는 뇌 신경 체계의 교란으로 환영을 보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윈스턴’이라는 오른쪽 마루엽에 뇌졸중이 생겨 왼쪽 무시라는 왼쪽에 있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수’라는 이마관자엽 치매에 걸려 자제력을 잃고 막무가내로 말하고 행동하는 인물과, ‘애나’라는 왼쪽 마루엽 바깥에 거미막낭이 자라 오른쪽을 인식도 못하고 오른쪽 반신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사람도 등장한다. 대부분 약물로 증상을 완화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치료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짧게 인용한 예들에서도 상당한 문제라고 인식하겠지만 본서에서 읽고 보면 문제가 상당함을 느낄 수 있고 실제 임상의 입장에서도 그랬겠지만 당사자들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증상들로 개인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 정체성이 함몰되면 사회적인 사망 다시 말해 인간관계와 사회 조직에서의 사망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이 예시 이외에도 사회에서 넘치고 있을 것이다. 개인의 선택으로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삶을 선택하는 경우, 사회적인 사망이라기보다는 사회로부터의 탈출이랄 수 있겠으나 자기 의지와는 반대로 강제적으로 이런 사회적 사망을 겪는 이들 그리고 이제까지의 자신과 다른 자신을 감당해야 하는 당사자들의 괴로움을 돌아볼 때 우리에게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자아란 무엇인지 하는 의문을 가지게도 한다.

뇌에서 자아를 찾을 수 없다는 선언과는 다르게 뇌의 기능장애가 인지와 행동에 장애를 준다면 우리는 어느 선까지의 장애에서 자신을 기존의 자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행동하고 판단하고 느끼는 바가 모두 달라진다면 그때도 ‘바라보는 내가 진짜 나’라며 ‘나는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나다’라고 쉽사리 말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지각, 주의, 일화기억과 의미기억, 동기 부여, 행동 제어와 신체 도식 같은 기본적인 인지 기능들도 모두 우리 정체성에 기여하며’ ‘성격 형질과 감정 반응도 자아 정의에 중요’하지만 앞서 예를 든 인물들의 사례와 같이 ‘아주 기본적인 인지 기능들도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본서는 우리가 순간순간 느끼고 인식하며 살아가듯 우리의 자아를 정의하는 요소들은 결코 형이상학적인 세계에서만 찾을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본서는 나란 누구인가,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인가를 돌아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상당한 끌림과 깨우침을 안겨줄 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아웃사이더 #마수드후사인 #과학책 #신경과학 #뇌질환 #뇌과학 #과학책추천 #뇌과학책추천 #도서협찬 @kachi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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