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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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나무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근대 괴물 사기극]이라는 제목에서 혹하는 대목이라면 사기극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부족하고 괴물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부제는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이지만 괴물 창조는 거짓말, 실수, 착각보다는 근원적인 기대와 바람이 담겨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일상의 것들과는 다른 것에 대한 기대나 바람은 하나님이나 예수 같은 종교적 환상만이 아니라 수퍼맨 등 수퍼히어로와 그의 대극일 빌런이나 괴수를 상상해내게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거짓을 창조하는 내면에는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일종의 자아충족과 자기 망상의 경향도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대개의 모든 바들이 원형적인 것들이지 않은가 싶다.

 

본서에서는 물론 실수와 착각도 많이 언급된다. 1763년의 찰턴멧노랑나비, 1854년의 수정궁의 이구아나돈, 1857년의 황제벼룩, 1892년의 늪 살무사, 1926년의 보스로돈 등은 전문가들의 착각과 실수로 시대적 괴물로 잠시 등극한 경우이다. 이 사례들은 전문성의 한계가 있던 시대적 한계나 검증할 과학기술력의 한계 등도 있겠으나 이런 실수 역시 전문가의 기대가 작용을 해 대중에게 오해를 사도록 한 경우가 아닌가. 실수와 착각이라는 자체가 대상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고 자신의 학문적 업적에 눈이 어두워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이유 역시 기대와 허영 즉 바람(원함)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의도적 사기, 기만도 적지 않았다. 1770년의 체스 두는 로봇인 튀르크인이나 1882년의 피지 인어, 1869년의 카디프의 거인, 1917년의 코팅리의 요정 등은 명백한 사기성에서 기인한 것이다. 대중을 기만하고 부를 쌓으려는 의도이거나 어린이들의 치기였거나 하는 경우지만 이건 명백히도 속이려는 의도 하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에 속아 넘어간 대중에게도 책임은 없다고 할 수 없으니 모든 괴물 사기극의 근본은 감정적 고양이든 혐오 등의 감정적 추락이든 특이하고 괴이한 타 대상을 매개로 정서적 지성적 변화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이나 기대나 두려움이라고 해야 할 것들은 1758년의 동굴 인간이나 1835년의 달의 박쥐 인간, 1938년의 [우주전쟁] 속 화성인과 같은 미지의 대상을 가공해낸다. 다른 괴물 사례들처럼 전문가의 착오나 의도적 사기만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 누구나의 기대나 바람이 괴물이 현현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알고 보면 그것들은 인간들의 내면에 원형들이 현현하는 것이고 대중의 바람과 기대와 두려움과 혐오가 어우러져서 야기되는 상황이다. 착각과 실수는 그저 거드는 역할만 할 뿐이다.

 

세상에는 용의주도한 악인들이 있고 그들의 사기는 철두철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진실은 밝혀질 수도 있고 누군가를 억울하게 만들 수도 대중을 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 외의 지적 생명체들도 알겠지만 모든 인간도 결국 죽고 영혼이 된다. 영원히 이어질 수 있는 사기는 없다. 그래서 억울한 죽음도 세상에서 밝혀지지 않더라도 세상을 넘어서는 순간 억울함은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들린다고 보인다고 모두 사실이 아니고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언젠가 공간이 데이터 저장소라는 것을 과학이 파헤치게 된다면 그리고 연구가 지속된다면 공간 속에서 시간을 너머 과거의 진실들을 실제로 보고 들으면서 알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때까지 배우던 것, 듣고 보아서 믿던 것들에 이면, 진정한 진실을 알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계 속 억울했던 낱낱의 사람들에 억울함이 풀릴 것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괴물 사기극들도 결국 신문 지상이나 라디오로 들리고 형상으로 보였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사람은 감각을 매개로 살아가지만 감각만이 실체는 아니다. 속을 때는 속는 상황에서 주어진 것들이 현실이겠으나 현실이라는 것이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충분히 넘치게 알 수 있었다. 진실은 진정으로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저 건성으로 대강 확인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는다. 진실은 집요한 자의 것이다.

 

그리고 시대에 괴물들은 거듭 창조되고 있다. 학교괴담이나 지역괴담 등도 그렇겠지만 이제는 AI가 창조해내는 영상들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시대이다. AI가 대중을 자살로 유도한 사례가 AI 대중화 초창기부터 알려졌다. 인간의 악의만이 아니라 기계랄까 인공정신이랄까의 무감정한 유도로 야기되는 사건들까지 인간을 피폐케 하는 시대다. AI 문제는 짧게 언급할 사안이 아니니 이쯤에서 접지만 시대는 또 다른 괴물을 창조했고 아직 그것이 지나친 우견이나 염려인지 어떨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살아가다 보면 진실이 드러나는 시대가 다가올까? 정치와 세계를 보면 그리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보면 나로서는 아마도 그전에 인류는 멸망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은 속이고 속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고 속이지 않는 자에게 오히려 자신을 속였다고 말한다. 그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라는 부제 속 주제를 가지고 생각하면, 인생이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진정한 괴물이며 그 괴물이 퇴치되어야 한다는 걸 자각하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괴이하게 생긴 대상이 괴물이 아니라 자신의 아기를 아파트 고층에서 던지는 엄마, 자신의 미취학 아동인 아들을 갈비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멍과 담뱃불과 다리미로 지져진 상처를 남긴 채 때려죽이는 부모, 죽은 자기 아기를 냉장고 냉동칸에 얼려 버리는 부모, 죽은 자기 엄마를 옆방에 놓은 채 일상생활을 몇 개월째 이어가는 자식, 게임처럼 해보고 싶었다며 자기 초등학생 동생을 난자해서 죽인 중학생 형, 자기 친딸을 강간한 아버지, 자기 여동생을 평생 강간해온 법조인 오빠와 그걸 숨기려는 친부모들, 자기 중학생 조카를 강간한 이모. 그들은 인간이다. 괴물은 인간과 다른 무엇이 아니라 자신이 인간이라고 호소하는 모두이다.

 

이 책의 감상은 주제를 숙고하며 그렇게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로 이어졌고 그래서 난 더 이상 진실을 알아달라는 호소를 할 생각이 없다. 미래에도 인간이 존재한다면 그 미래인들은 공간 속 데이터를 읽어내 진실을 알 것이고 현재 살아있는 인간들은 결국 모두 죽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거짓과 기만이 가득한 세상에서도 숨이 트인다.

 

#근대괴물사기극 #이산화 #최재훈 #갈매나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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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8-13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습니다. 다 읽고 리뷰 읽으러 올게요. 기대됩니다^^

이하라 2025-08-13 09:48   좋아요 1 | URL
건조한 문체이지만 흥미진진한 주제이기때문에 따분하지 않고 주제를 통해 사유하게 해주는 면이 있었습니다. 재미난 독서 되세요. 꼬마요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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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 거짓말, 실수, 착각, 그리고 괴물 퇴치의 연대기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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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괴물사기극 #이산화 #최재훈그림 #갈매나무 #서평단 #1주차 #도서협찬 @galmaenamu.pub

1주차 P4 ~ P148

인간과 유사한 신비 생명체인 동굴인간에 광란하던 사람들, 전설 속 인어의 실제라 믿고파 하던 피지 인어, 성서 속 괴물이 실제했다며 경이로워하던 히드라르코스, 지구 밖에도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며 열광하던 달의 박쥐 인간, 인간이 인간을 이기는 기계를 창조했다며 매료되었던 튀르크인. 이 모든 사기극의 근원은 무엇일까? 사기꾼들의 기만과 사기성만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까? 속이는 자의 탐욕도 문제겠으나 속아넘어간 자들의 기대와 두려움은 원인이 아니었을까? 인간 내면의 어둠이 투사된 것, 그것이 괴물은 아닐까?

진실이나 사실보다 대중은 자극적인 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두려움이나 선망을 충족시킨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도 없이 날조된 사기를 그대로 수용하고는 숙고도 거치지 않는다. 일부가 반박한다고 해도 그에는 눈감아버린다. 인간의 어두운 내면의 무언가가 이러한 괴물 탄생의 원인이지는 않을까? 인간들은 누군가를 파괴하고 추락시키며 우월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자신들의 치부나 죄를 덮고자 다른 이를 괴물로 둔갑시키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의 말을 의심없이 믿는 이들은 그런 속임수가 치밀하거나 완벽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싶은 바 자체에 속을 뿐이다. 이 세상에서 어두운 일들을 그려내며 자신들의 내면의 어둠이 투사되었다는 생각은 버려버리고 그저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며 안도하고 괴물에 혐오하며 우월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괴물의 탄생을 기대나 두려움이나 혐오로서 반긴다.

괴물 탄생은 사기꾼들만이 아니라 동조하며 속았다고 말하는 모두의 합작인 것이다. 이 책의 일부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 책에 수록되지 않는 괴물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20세기 초까지도 미국 서커스단에서는 샴쌍둥이나 다리가 하나이거나 척추가 뒤틀리거나 거인증에 걸린 사람들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해 괴물이라며 일반에게 공개했다. 사람들은 그런 괴물에 열광했고 서커스단은 왕성하고 창대하게 활동했다. 사람들은 서커스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을 자신들과는 다른 괴물로 인식했으며 그들의 일상에 마저 자신들의 어두운 호기심을 투사해 괴물의 삶이라 여기며 열광하기 그지 없었다. 샴쌍둥이 여성의 연애와 결혼 등에 대중은 왜 그리도 관심을 가졌을까? 괴물이라 불린 이들은 생존을 위해 서커스라는 대중의 관심을 사는 작업에 동조했으나 정작 괴물 같아보이는 것은 그에 열광하거나 혐오하며 광분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나?

이 시대에도 괴물은 탄생하고 존재한다고 널리 알려질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호도된 사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보다 많다면 그리고 사실이 무언지 진실이 무언지 파헤칠 의지를 가진 소수만 있다 해도 정작 괴물은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믿는 자신들 사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괴물을 만든 이들이 건네는 존재를 두려워 하거나 혐오하는 이면의 실체는 괴물이 우리 곁에 있어서가 아니라 평범하다는 인간들이 바로 진정한 괴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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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기원 - 우주와 인간 그리고 세상 모든 탄생의 역사
김서형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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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빅히스토리 도서가 유행하던 시기가 기억납니다.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의 [빅 히스토리]라는 저작의 등장과 함께 같은 분야에 대한 저작들이 속속 출간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빅히스토리라는 장르만에는 흥미를 크게 느끼지 않아 이번 [존재의 기원]이란 저작 이전에는 관련 분야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총 균 쇠]와 [사피엔스], [인류의 여정]이란 책들도 빅 히스토리로 분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특정 주제를 인류의 역사로 풀어간다거나 인류 발전의 특징을 짚어보는 주제의 책이 아니라면, 게다가 우주의 시작부터 인류사까지 모두 돌아보는 저작은 본서가 처음이었습니다.

본서의 감상은 몇 가지 맥락을 꿰뚫는 키워드로 10개의 장과 하나의 의문을 던지는 장을 유려하게 서술해내었다고 생각됐습니다. 본서는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빅 히스토리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을 뼈대로 삼는다며 [들어가는 말]에서 서술의 축을 짚어줍니다. 에너지로 작용하는 원재료이자 새로운 복잡성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을 말하는 ‘구성 요소’, 새로운 것이 탄생하거나 복잡성이 진화하기 위한 ‘딱 알맞은 조건이나 환경’을 의미하는 ‘골디락스 조건’, 이와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새로운 복잡성’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구성 요소’와 ‘골디락스 조건’이 맞아 ‘새로운 복잡성’이 출현하면 이것이 다양한 도약과 전환점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진화해서 ‘임계국면’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 서술이 ‘원인’과 ‘조건’이 만나 ‘업’이 형성되면 업장의 ‘생’과 ‘세계’가 형성된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받아들여졌습니다.

본서는 이와 같은 서술의 축으로 10개의 임계국면으로 우주의 탄생부터 생물의 출현 거기서 다시 인류사의 흐름까지를 짚고 있습니다. 저는 빅히스토리라는 것이 가상의 현실을 진행함으로써 서술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주 탄생이나 물질 생성, 생물 출현, 인류로의 진화, 그리고 인류사라는 것이 가정하고 가공하지 않으면 이야기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상의 이야기가 흐를 것으로 단정했습니다.

하지만 김서형 저자는 가정하거나 이야기로 창조해내기 보다는 신화와 전설, 고고학, 역사와 인물의 일화를 오가며 실제 인류 역사 속 인물들이 가설을 짓고 파헤쳐온 여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리한 스토리텔링보다 더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각 장의 소장들 마다 신화와 전설로 운을 떼고 그것을 역사와 고고학에서 다시 과학으로 씨실과 날실 삼아 이야기를 주조해 갑니다. 그것도 아주 유려하게 말입니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학문 간의 [통섭]이라는 것이 이렇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구나 싶다는 짐작을 하게도 됩니다. 책의 표지에 저자를 빅히스토리 아시아 최고 권위자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저자의 서술의 수준 또한 아시아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공의 이야기로 구성하지 않고는 시작하기도 이 막연한 이야기를 이렇게 유려히 서술할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기만 했습니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상식을 깨면서 더 깊이 기억에 담기는 독특함이 있는 책입니다.

임계국면이라는 이해를 위한 축이 되는 키워드와 임계국면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떠한 구성요소들이 골디락스 조건과 맞이해 새로운 복잡성을 나타냈는지를 생각하며 독서하는 것도 이해의 깊이를 남기기에 좋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며 신화에서 역사와 고고학으로 거기서 다시 과학으로 진행되어 나가는 여정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빅히스토리의 맥락이 뇌리에 남는 저작이 본서라는 감상을 가지게 되실 겁니다.

본서는 10개의 임계국면으로 우주 탄생, 물질 생성, 생물 출현, 인류로의 진화, 인류의 역사 발전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11장은 인류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과 의문이 담겨 있습니다. 대량살상무기, 환경문제, 기술발전 등으로 실존과 공존의 문제가 팽창하고 있는 지금 인류세는 과연 또 다른 도약을 할 것인지 이것이 인류세의 끝인 건지 의문을 가져 보셨던 분들이 많을 시절이라 본서의 마지막 장도 의미롭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저로서는 다른 빅히스토리 저작을 읽어보지 못해 비교 대상이 없지만 저의 첫 빅히스토리 저작과의 만남이 본서라는 것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스토리텔링이 과도한 저작들과 만났다면 독서를 중도 포기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저와 감상이 비슷하실 분들이 많이많이 본서와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존재의기원 #김서형 #빅히스토리 #우주탄생 #물질생성 #생물출현 #진화 #인류사 #신화 #전설 #역사 #고고학 #과학 #생물학 #인물 #서평단 #클랩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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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월드 - 심해에서 만난 찬란한 세상
수전 케이시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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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글방으로부터 #도서협찬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달의 모든 분화구에 이름이 붙고 화성의 3차원 대화형 지도를 아이폰으로 볼 수 있게 된 지금도, 해저의 80퍼센트는 상세한 지도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수심 200미터 아래의 바다라고 정의되는 심해는 지표면의 65퍼센트, 생물이 사는 공간의 95퍼센트를 차지한다. 심해는 단지 우리가 사는 지구의 한 부분이 아니라 지구 그 자체이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고자 시원하고 멋진 모험의 세계를 책으로 떠나보고자 하는 분들이 선택할 것만 같은 이 책에서 바다! 저자가 이르는 바다의 깊은 곳인 심해의 중요성을 환기하게 하고자 저자는 위와 같이 말한다. 심해가 지구 자체라고? 그다지 이런 표현만으로는 깊이 다가오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마리아노 해구였던가? 특정 해구를 지칭하며 저자가 한 말에서는 느낌이 다르다. ‘마리아노 해구를 경험한 사람보다 달을 탐사한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다. 바다는 우리가 언제든 돌아볼 수 있는 우리 근처에 있지만 이곳을 탐사하는 것도 달처럼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과연 피서지란 목적 외에 바다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르네상스에서 근세의 사이 어느 녁에 망누스라는 사람이 [카르나 마리나]라는 지도를 완성했다. 9개의 목판으로 가로 1.7미터, 세로 1.2미터로 인쇄된 초대형 지도에는 당시의 대륙에 대한 상식과 해양에 대한 상식으로 이곳에서는 조심하고 경계하라는 뜻으로 바다 이곳저곳에 바다 괴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1823년 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조차 “적절한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특정 수심 아래 바다는 측량이 불가능하다”고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다 19세기 중반 해저에 전신 케이블을 깔기 위해 해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해양에 대한 탐사와 지구 과학은 그제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즈음부터 시작된 바다에 대한 연구와 해양 탐사를 위한 기술 개발들은 20세기가 되어 심해 탐사를 위한 잠수정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이 동원되어 함선과 선박들이 침몰한 바다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본서에서는 전쟁 관련 잠수함의 일화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순수한 탐사 목적의 잠수정들과 해양 탐험가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바다를 육지보다 더 끔찍이 사랑하는 탐험가들의 일화, 초심해 해저 1만1000미터에서 잠수정의 엔진이 고장 나는 이야기, 심해에서 발견되는 [카르나 마리나]에서나 등장할 법한 심해 생명체들 이야기, 심해에서 마주친 검은 주머니 같은 것을 찌르자 화염처럼 회오리치며 퍼져나가는 심해 세균들에 대한 일화, 공공의 보물인 이 바다를 사고팔아 심해에서 채굴하는 이들에 대한 고발 같은 이야기, 난파선에서의 발굴과 인양에 대한 모험, 초심해 1만1000미터에서 떠다니는 ‘친’히 ‘환경’을 파괴하겠다는 슬로건과도 다를 바 없는 친환경 비닐봉지 이야기가 모험과 신비에, 기업과 일부 인간들의 만행과 환경문제까지를 아우르고 있기도 하다.

이 저작에서는 심해의 각층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과 모험이 바다를 비롯한 지구는 결코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며, 단연 인간만이 주연이고 지구도 바다도 다른 생물들도 조연에 불과하다는 자만이 얼마나 실소가 이는 단언인지 돌아보게도 한다.

본서를 통해 시원한 바다와 그 속에 암연 같은 바닷속을 채운 숱한 생명체와 남다른 모험들을 통해 잠시 일상의 갑갑함을 잊을 수도 있고 그 모험들을 통해 인류의 방향성과 환경 문제를 아울러 돌아볼 수도 있다. 이 심해의 모험담으로 인해 ‘지구에서의 모험이 결코 우주 탐사만 못 할 것이 없구나’ 하는 감상도 일게 된다. 이 책과 함께 바다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이들도 분명 적지 않을 것이라 단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별들이 1000년에 한 번씩만 나타난다면, 인간이 어떻게 그 존재를 믿고 숭배하겠으며 눈앞에 나타난 신의 도시에 대한 기억을 대대로 보존하겠는가!”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닿을 수 없기 때문에 틀림없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본서에서 랠프 월도 에머슨의 별과 하늘을 경외하는 듯한 위의 발언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덧붙여도 될 것 같은 말이 있다면 “저 깊은 대양의 아래인 심해도 우리에게는 또 다른 우주가 아니겠나?” 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우주, 우리 가까이 있는 이 우주가 궁금하신 이들이라면 이 책과 꼭 한 번은 만나보셔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언더월드 #수전케이시 #심해 #바다 #바다생물 #바다이야기 #과학책 #과학책추천 #모험 #탐사 #발굴 #환경 #서포터즈3기 #까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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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인류가 AI와 결합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이충호 옮김, 장대익 감수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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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출판사의 지침으로 분할 리뷰를 하게 되었는데 완독하게 되어 완전판 리뷰를 남긴다.

 

아직도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이 미래예측서들도 전혀 읽지 않는지 인공지능의 현재와 근미래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걸 얼마 전 알게 되었다. 아직도 과거의 상식만으로 상식을 갱신하지 않은 건지 일부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편집만 할 뿐이다라고 대중이 쉽게 이해하도록 하려 한 안배를 곧이곧대로만 믿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미 챗GPT가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한국에서는 대형로펌과 AI의 변론 대결에서 AI에게 인간이 패배했으며 이제까지 알파고 이후의 알파고 제로나 그 이후 버전까지 인간의 코딩 없이 룰만 알려주면 스스로 어떤 게임이던 터득해 버리는 경계에 이르렀고 외과 수술도 인간의 동반 없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수술하는 경계에 이르렀는데도 일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모방하고 편집하는 줄만 알고 있다. 바이오테크에서 신약 제작을 전담해버린 예도 있고 반도체 디자인을 인간이 할 수 없는 양식으로 해내기도 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다. 수학이라는 것은 어느 예술의 경계에서도 창조의 근원이고 상징성을 담아낼 수 있는 원형들을 변용해내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은 창조의 근본적인 부분이다. 계산하는 기계, 사고하는 기계가 창조는 할 수 없으리라 보는 자체가 넌센스라고 본다.

 

-이미 문학에서도 그렇고 영상(사진, 미술) 계통의 대회에서도 그렇고 AI의 작품이 대상을 수상하는 경계인 것을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인간의 창의성을 이야기하는데 미술에서도 스킴이라고 구도, 비례, 배치 등을 과거 모든 미술가들은 자로 재고 수학적 비례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한 상징들도 원형에 입각해 배치된 것들이고 말이다. 동양 미술도 결이 다르지 않아 자로 재지는 않았지만 동양의 삼원법이나 상징 배치도 모두 근본적인 원형을 답습하고 있다. 원형과 수학을 이용해 상징을 배치하고 그림을 그려낸다고 창조성이 없는 거라면 과거의 미술가들 누구도 인공지능만 못한 미술가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 음악은 더더군다나 수학적이라 이걸 표절하지 않는다 해도 얼마든지 인공지능이 창조해낼 수 있는 분야이다. 소설 등의 작문이라고 한다면 자잘한 소설들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쓰는 재미의 추구를 하고 있기에 전혀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있지만 AI의 창조성을 분명 인식하고 있다. 소설과 같은 작문 체계도 분명 원형을 담아내는 은유와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AI가 문장을 변형해 편집해내거나 표절해내지 않는다고 해도 분명히 창의적인 함의를 창조해낼 수 있다고 본다. 실상이 이런데도 AI는 편집과 모방의 기계일 뿐이라고 한다는 것이 우습다.-

 

계산하고 사고한다는 것에서도 그렇지만 AI의 사고 과정을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해 만들었다는 데서 대부분이 인간보다 열등한 것이 AI라고 생각할 듯하다. 하지만 인간의 신경세포가 초당 1회 연산할 때 아이폰 14 프로만해도 초당 최대 17조 회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연산속도와 연산량에 있어 인간과의 격차가 이미 생물 사이의 격차는 초월 그 이상을 한 것이다. 이건 수퍼컴퓨터도 아니라 자그마한 스마트폰 한 대의 그것도 현재의 예일 뿐이다. 1952년에서 2021년 사이 컴퓨터의 계산량은 100억 배 발전했다. 그것도 2010년 이후의 발전이 극단적으로 높았다. 2010년까지의 발전 속도가 2021년까지 이어졌다면 75배 미만으로 발전했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인 발전 속도를 보이는 인공지능의 개발 여정에서 앞으로의 발전은 예측을 넘어서면 넘어섰지, 예측을 밑돌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특이점을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특이점은 인간과 기계가 융합하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뇌가 기계와의 융합으로 강화되는 것을 특이점이라 정의하며 이러한 미래는 올 수밖에 없고 그것은 예측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서는 이미 해마다 등장하는 여러 미래예측서들을 읽어보고 계신 분들에게는 너무 보편적인 시각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저자가 기술 발전과 함께 발전해온 인류의 역사와 생활상에 대해 너무 상식적인 관점인 것도 그렇고 하지만 이 발전은 수십억 명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동시에 우리 종의 생존에 대한 위험도 높일 것이라 정리해주고는 있다지만 일부 예를 들어 나노로봇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의 도래 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위기 상황의 미래에 대한 경고는 일단 무시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희망차게 전하는 대목에 더 무게를 두는 경향이 크다는 말이다. [7장 위험]이란 장에서 분명 한 개 장 전체를 기술발전으로 야기 될 수 있는 미래 상황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인간의 관리와 사회 제도를 보호하고 개선하는 것으로 예방 가능하리라 전망하고 있으며, 심지어 수백에서 수십 년 동안 이미 폭력을 크게 감소시킨 우리의 윤리적 이상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으로 방지할 수 있는 위험인 양 발언하고 있다. 이제는 분명히 경계가 다른 위험인자일 텐데 '윤리'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보다 대중에게 AI의 현재 상황과 미래의 전망을 AI60 여 년 연구해온 진짜 전문가의 필담으로 들어볼 수 있다는 자체가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분명 들어보아야 하는 이 시대의 상식이다. 아직 AI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다가서 보아도 좋을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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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5-07-0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뇌가 기계와의 융합으로 강화되어야 하는데 그 ‘강화‘가 ‘굳어지는 것‘이 아니기만 바랄 뿐이에요~. 이상한 특이점이 되면 안 되는데 말이죠. ㅠㅠ 저도 쇼츠 영상 좀 보고 있다 보면 한 시간이 후딱 가는데, 그러고 나면 뇌가 마비된 듯...이런 책 읽으며 ‘생산적인‘ 특이점을 추구해 볼랍니다~~

이하라 2025-07-06 08:33   좋아요 0 | URL
저로서는 기피하고 거부하고 싶은 미래 상황입니다. 트랜스휴먼이 되고 싶은 바람은 1도 없는데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두뇌를 강화했다는 사람들이 등장하면 혹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자연인으로 사는 걸 선택하는 분들이 더 많았으면 싶기도 합니다^^

cyrus 2025-07-0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I가 AI에 관한 두꺼운 책 한 권을 요약하는 것을 생각하면 흥미롭네요. 오늘 지인과 AI를 주제로 대화했어요. 지인은 어렵고 두꺼운 분량의 철학 원서를 AI의 번역으로 읽더라고요. 제 주변에 책을 많이 읽으면서 AI를 잘 쓰는 분들이 있어요. AI가 책을 요약하는 것까지 잘하면 서평을 직접 찾아서 보는 독자들이 많지 않을 거예요. ^^;;

이하라 2025-07-06 23:46   좋아요 0 | URL
며칠 전 유발 하라리는 AI로 인한 인류 멸망을 경고했고 종말의 시계가 마지막에 다다랐다고 인터뷰한게 한국의 뉴스에서도 방송되었습니다. 요근래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 팩트체크가 꼭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타인의 발언을 모두 의심만 하고 있기도 그렇고 말입니다. AI가 간편하게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AI로 요약과 번역만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각도에서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서평은 쓰는 데 의의가 있지 다들 남의 리뷰를 유심히 보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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