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자의 서
서규석 엮음 / 문학동네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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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의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한 분으로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출간한 책들이 인류학에 관한 책들이었다. 전공만큼이나 인류학과 신화학 등에 대한 궁금증이 남달랐던 분이 아닌가 싶다. 본서는 저자분이 [이집트 사자의 서]를 국내 최초 출간할 목적으로 사자의 서에 대한 고대부터의 여러 텍스트와 다양한 루트에서 자료를 수집해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티벳 사자의 서][티벳 사자의 여행 안내서]를 읽고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는 자체가 명상과 영적 여정을 그리는 것이구나 판단했던 이유가 크다. [이집트 사자의 서] 또한 영적 성장과 영적 평정을 위한 안내서이리라 믿고 선택했다. 이 책이 [티벳 사자의 서]와 차별되는 점이라면 영적 성장이나 영적 성취의 방향이 아니라 주술이랄까 마법 또는 종교 의례를 통한 부활의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던 체계를 기록한 것이라는 거다.

 

[사자의 서]의 이집트어 원어 발음은 레우 누 페르 엠 후르라고 하는데 뜻은 낮에 부활하는 장또는 태양과 함께 낮에 부활하는 장이라고 한다. 태양이나 낮은 또는 라고 하는 최고 신에 하나의 측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일출과 부활을 동일시하며 영생의 염원을 담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자의 서]는 도굴꾼들에 의해서는 [키탑 알 마이이트]라고 불렸고 이는 죽은 자가 반드시 몸에 지녀야 하는 책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이 책이 초기 이집트 연구 학자들에게 주목받고 이집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영어권 학자들은 이 책을 [book of the dead, chapter coming forth by day]라 표현했다고 한다. [사자의 서]로 불리운 계기는 렙시우스라는 학자가 이 텍스트에서 기원전 2010년경 중왕국 초기인 11왕조의 멘투호텝 파라오의 관구문을 해석하면서 [사자의 서 17]내세로부터 무수히 많은 날들의 낮에 출현하는 장즉 부활의 장이라 명명했기 때문이다. 또 아우팡크의 주문을 사자가 내세로부터 창조되어 현세로 인도되는 부활의 장으로 명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자의 서]는 앞서 말했듯 영적 성장이나 영적 성취보다는 죽을 때와 같은 몸으로 부활하는 법이 다뤄진 책이고 신들의 가호와 판결 앞에 선 영혼의 입장이 담겨진 책이기도 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집트의 영혼과 육신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는 게 먼저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의 영혼을 카(Ka)와 쿠(Khu) 그리고 바(Ba)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는데 는 영에 해당하고 는 혼에 해당한다. 사람의 일생과 함께하는 것이 이고 이것이 죽은 후에는 묘에 남아있다고 이집트인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과 모든 사물에 깃들어있다고 보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영이자 정령인 것이 인 것이다.

는 인간의 육체 내에 머물기는 하지만 인간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육신에서 빠져나와 여행을 하고 여러 대상을 만나며 경험을 쌓는다고 한다. 사람이 영혼과의 만남 같은 기이한 꿈을 꾸는 것은 의 경험이 꿈으로 드러나서라고 한다.

에 대해서는 사람의 머리에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생전에는 육체에 있지만 사후에는 몸 밖으로 빠져나와 사자의 미라 주위를 선회하거나 미라 위에 앉아 있다가 체내로 들어간다고 믿었다. 묘지의 여신으로부터 식물과 음식을 제공받아 생존하다가 바가 다시 육신과 결합하면 부활하는 것으로 이집트인들은 믿었다.

이집트인들은 시신이 썩지 않고 보존되어야 미래에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해부학과 미라를 만드는 기술이 이집트에서 고대부터 발전해온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신을 보존하고 를 묘에서 유지하다가 [사자의 서]에 담긴 주술적 마법적 종교적 의례를 통해 신의 가호로 부활한다는 신앙이 몇천 년의 긴 세대를 거치며 체계화되고 기록되어 [이집트 사자의 서]를 이룬 것이다.

 

[이집트 사자의 서]를 통해 명상적이고 영적인 성장을 엿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무너졌지만, 신화에 관한 관심과 분석심리학적 해석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 만한 저작이기는 하다고 생각된다. 죽음과 영계가 궁금해서 읽겠다는 분들과 명상서로서 역할해주기를 바라는 분들의 기대를 한껏 충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신화적 종교 의례적 지식을 전하는 책으로서는 제 역할을 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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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안의 아이가 정말 괜찮냐고 물었다 - 내면 아이를 외면하며 어른인 척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자기 치유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홍지희.오지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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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아이를 중심으로 트라우마와 같은 과거의 상처를 돌아보고 내면 아이를 치유하는 것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책들은 아주 많다.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이건 한 시절의 트렌드라기 보다 이젠 통시적일 상식처럼 인식되고 있다. 심리 치유 기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하와이안 치유기법 호오포노포노의 내면 아이 우니히피리라면 익숙할 정도이다. 자신을 여러 인격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인격을 통합하거나 각 인격을 치유하는 것을 통해 마음의 상처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IFS 류의 심리치료법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면 아이를 치유함으로써 회복한다는 본서의 소개를 보고 선뜻 관심이 갔다. 가끔씩 흐느끼다 못해 통곡하고 있는 내 안의 아이가 느껴질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서를 통한 저자의 지혜가 치유와 회복을 가져다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일었다.

 

저자 슈테파니 슈탈의 소개란을 보면 독일에서 가장 저명한 심리상담 치료사이자 저자라고 한다. 30년 이상 심리상담 치료를 하셨다는 분이고 다수의 저작이 독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니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됐다. 저자는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이드’, ‘에고’, ‘수퍼에고를 각기 내면 아이’, ‘내면 어른’, ‘내면의 비판자로 분류하고, 심리 도식 치료 같은 최신식 심리 치료방법에서는 이를 다시 세부적인 하위요소로 상처받은 내면 아이’, ‘행복한 내면 아이’, ‘화난 내면 아이’, ‘벌하는 부모 자아’, ‘자비로운 부모 자아등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 심리학자 슐츠 폰 툰은 이와 같은 내재된 하위 성격을 내면의 팀으로 보았다. IFS 기법처럼 내면의 여러 인격이 불균형하고 서로를 옥죄고 있을 때 이를 한 팀으로 보고 치유한다는 개념이 이 시절 심리치료 기법의 특징적인 양식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저자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그림자 아이행복한 내면 아이태양 아이로 이름을 대체해 소개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양 아이가 빛나야 할 자리에서 어떻게 그림자 아이가 그런 긍정적 영향을 왜곡하거나 억압하게 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두 아이가 개인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게 되는 과정은 생후 2세까지 양육방식과 부모의 영향으로 자리 잡는다. 대개 한국에서는 이런 학설을 잘 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부모 탓이냐로 받아들일지도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바라봐도 탄생하고 세상에 대한 관점과 반응성이 자리잡는 생후 2년까지의 생애주기에서 부모가 주는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이마다 타고나는 성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양육자와 양육방식이 달랐다면 타고난 성향이 달라서 자리잡는 반응성이라 해도 그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세상을 안정적이고 보호받는 곳으로 바라보게 되는지 불안정하고 신뢰할 수 없는 곳으로 바라보게 되는지가 결정되는 시기가 2세까지인데 이때가 지나고도 2세 이후 자라는 과정에서 받는 지속적인 영향은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는 상처와 문제의 양상을 키우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생애 초기의 경험들은 양육자와 아이 사이의 애착의 유형을 결정하고 거기서 아이의 자율과 안전에 대한 욕구의 유형이 결정된다. 자율적이냐 의존적이냐 자신의 안전과 안정,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반응성을 어떻게 갖게 되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존감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느냐 왜곡되느냐 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존재하는 양식과 자기 존재에서 느끼는 감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니 생애 초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시절의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고 해서 부모 탓한다고 나무라기만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국사회의 통념 때문에, 문제를 회피하다가 죽는 순간까지 영구히 문제를 안고 죽어가야 할 이유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양육자와 양육환경이 문제였다고 해서 모두가 무력하게 운명이다라고 낙담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닌 게, 문제의 양상이 부모(그 외 어떤 유의 양육자이든 양육자)와 자신 사이에서 일어나 트라우마나 정신적 문제를 안게 되었다고 해도, 성인이 된 이후에 이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수동적으로 심리치료를 따라만 가는 내담자보다 적극적으로 치유되려 노력하는 내담자의 치유가 빠르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에 사람이 내면의 문제와 내면 아이의 문제를 자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심리치료 기법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심리치료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치유되고 회복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지지부진하게 마음의 문제들에 끌려가고 있는 시절을 거치는 사람이 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심리치료 기법을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통한 진료로 다가서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다양한 저작들을 통해 그 치유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려 하기도 한다.

 

본서도 그런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한 저작으로 일반적인 애착 관계에서 오는 문제나 내적 문제들을 언급하며 생애 초기에 내면 아이의 양상이 결정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림자 아이태양 아이의 분류를 여러 기법으로 접근해 심리치료 하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 ‘그림자 아이는 애초 말했듯 상처받은 아이를 말한다. 이 상처받은 아이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행복한 아이라는 태양 아이가 빛나게 하는 과정이 담긴 치료법이다. 이 치료기법은 그림자 아이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 내면의 조력자를 찾는 과정, 세도나 기법을 그림자 아이와 태양 아이에 대입해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과정, 긍정화 과정 등 다양한 기법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는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배우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면 치유의 의지가 결국에는 진정한 치유에 이르는 시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치유는 아마도 아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행하고 행하는 여정에서 다가올 것이다. 지속적으로 치유되고자 노력하는 이라면 결국에는 치유에 가닿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치유의 여정에서 여러분에게도 나에게도 실천하는 만큼 이 책이 치유로 데려다주기를 기대한다.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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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살해당할 것처럼 써라 -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창작법 65
루이즈 페니 외 지음, 셰리 엘리스.로리 램슨 엮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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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서를 간혹 읽는 편이다. 창작에 대한 궁금증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보다 더 작법서가 주는 매력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일면에 대한 조언을 주는 것 같아서이다.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읽고 생의 주기를 분류해 볼 수 있게 되었고 타자와의 대화에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 달라졌다. 웨일랜드의 [캐릭터 아크 만들기]를 읽고는 내 생의 주기에서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고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Save The Cat]과 마이클 티어노의 [스토리텔링의 비밀], 차무진의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그리고 여러 한국 전문가들의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등을 읽으면서 생에서 자신의 색깔을 가름하는 건 결국 행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또 내면의 어두운 일면을 이해하는 마음의 폭을 안게 되었다. 그렇게 혼잣말부터 글을 쓴다는 것도 결국에는 자신을 고백하는 것이며 자신의 빛깔을 가름하게 하는 행동이라는 걸 수용하게 되었다.

 

창작 글쓰기는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들과 사건들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이해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보여주는 과정이 결국에는 자기 이해와 자신과의 화해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본서는 과거에 출간되었던 창작 글쓰기 3부작 중 하나가 제목을 바꿔 재출간한 책이다. 같은 삼부작 중 SF, 판타지, 서스펜스 분야의 책으로 제목을 바꿔 재출간 한 책이 [넷플릭스처럼 쓴다]이다. 로맨스 분야는 [로맨스로 스타 작가]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로맨스로 스타 작가]를 제외하면 각 권이 각각 한 작가의 작법서이기보다 여러 작가들이 한 가지씩 자신의 노하우나 기법을 설명하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해당 주제들 각각이 주는 알음알이가 나름 있는 책들이다. 각 주제에 대한 이해가 각 장르의 초보 작가나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서술이라 작법의 기본을 주지시키기도 한다.

 

본서는 미스테리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작법의 주요 사안들을 각각 통론적으로 언급하기도 하고 작가들 개인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인물에 대한 대목이 인상적이기도 한데 인물은 배경이기도 하다는 작가도 있었지만 인물은 플롯 전개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는 통찰을 주는 작가도 있다. 생을 살아오며 운명론자가 되어버린 내게 인물은 플롯 전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전해주는 것만 같았다. 운명에 자신을 체념하지 말라 일어나 저항하라는 일갈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모르겠는 심정이긴 하지만 잠시 깊은 울림이 되는 것 같았다.

 

본서 자체가 미스테리 작법서이기에 미스테리를 부여하는 작법 등도 다루고 있기도 한데 이런 대목들은 미스테리 작가를 꿈꾸지 않더라고 창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수혜가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지료조사부터 퇴고까지를 다루는 본서에서 사실 깊게 통찰을 얻지 못할 부분도 간혹 느껴지고 실제로 작법에 실용적일 것 같지 않을 대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간혹 있지만 전반적으로 장르 소설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읽어볼 만한 가치가 깊은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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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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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사피엔스]를 잇는 책이라기에 관심이 깊이 간 저작이다. [총 균 쇠]의 운명론적 결론이나 [사피엔스]의 맥락 있는 설명에도 그보다 자세한 인류 발전의 원인과 이유가 궁금했던 게 사실이기에 [총 균 쇠]보다 재미있고 [사피엔스]보다 구체적이라는 이 저작의 소개 글에 흥미가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인류 발전의 원인을 무기와 제도와 기술과 병원균과 정치조직의 우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그건 다시 인구가 전제 조건이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축화와 작물화가 필요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 결정요인이었다고 보았다. 결국 서구가 세계의 주류가 된 것은 운명이라는 결론에 이르고 마는 논리이다. 또 유발 노아 하라리는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계기를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의 세 개의 혁명으로 보았다. 무엇보다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정하고 믿고 따르는 인간의 상상력도 인류가 결속하고 발전하게 만든 지대한 동인으로 바라봤다. 두 학자의 관점이나 주장이 다 일리가 있고 수긍할 만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주장에는 살짝 빈정이 상하고 유발 노아 하라리의 주장에는 좀 더 상세하지 못하다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불만족들이 본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본서 [위어드 WEIRD]는 인류 발전의 원인을 왜나 어떻게라는 면에서 상당히 상세하면서도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저자 자신이 진화생물학자이다 보니 생물지리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보다 좀 더 진화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접근한 경향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환경을 인류 발전의 요인으로 보는 재러드 다이아몬드나 인류 발전에서 변혁을 가져온 부분을 분석적으로 접근한 유발 하라리의 접근도 수긍이 가는 접근법이지만 인간이 변화해 온 요인과 변화를 추구하고 주류가 된 원인을 심리학적 차원에서 풀어낸 조지프 헨릭의 접근은 그 누구의 접근방식보다 공감과 호응을 불러올 만한 논리의 전개가 아니었나 싶다.

 

WEIRD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본서에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 보신 분들은 다 알 수 있겠으나 백인의, 교육수준이 높은, 산업화된, 부유한, 민주적인사람들을 이야기한다. 근대 이후 지금까지의 주류 계층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 주류의 특징이자 근대까지 주류로 변모해가는 계층이 주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심리적 변화를 겪어온 과정을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상고대에는 혈족, 친족, 부족 중심의 사회였고 일부다처제 사회였는데 이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일반화된 가치체계와 근대 이후 주류가 된 계층의 가치체계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가치체계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지역과 민중일수록 주류 계층으로 편입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세계의 주역이 되었다는 전제에서 논리가 전개된다. 현대의 개인주의, 능력주의, 분석적 사고, 죄의식의 높음, 도덕성의 요구, 위험 추구 성향, 독립거주(이동의 자유도 높음), 개인소유(사유재산) 등은 시대의 변천과 함께 형성되고 또 형성된 이후 다시 시대의 변화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성향들의 형성이 인류 발전의 동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사회가 거대화되며 집단중심 사고나 전체론적 사고에서 또 부족 소유제에서 분석적 사고와 개인소유가 탄생하고, 거대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이 도덕과 법률을 따를 도덕성이 요구 되기 시작했는데 이에 요구되는 사안들이 다시 종교가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친족간 결혼을 금지하고 일부일처제를 강제하며 강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부족 중심 사회에서는 자기 부족이나 혈족을 위해 위증을 하거나 비리를 돕거나 덮을 가능성이 높지만 독립거주가 되며 개인적인 소신이나 도덕율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고, 일부다처제 하에서는 아내가 없는 다수는 결혼의 가능성을 위해 비도덕적이고 위법적으로라도 부를 쌓아야만 결혼과 종족보존의 가능성이 생기기에 위법하거나 도덕율을 어길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일처제 하에서의 개인은 이미 결혼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기존의 준법정신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하는데 이롭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들은 산업화 시대의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되었고 이런 사안들이 현대의 주류가 갖는 특징을 지니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개인주의와 능력주의가 사회발전의 동인이 되면서 리스크를 감당하는 성향도 생겨났다는 것이다.

 

인류사에서 혁신들(문명화, 종교, 산업화 등등)이 인류의 심리적 특성을 결정하였고 이런 특성들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혁신들을 다시 강화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저자는 학자답게 현대 주류가 갖는 이러한 특징들이 도의적으로 옳다거나 하는 주장은 하지 않고 그러한 특징이 인류 발전의 요인이 되었다는 주장을 담백하게 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이 시대를 살면서 이 시대의 특징들에 익숙하다 보면 자연 지금의 것이 옳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군 문제로 예를 들 때 사회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 군대의 부조리나 폭력이나 인격적 모욕을 가족을 생각해서 참을 가능성은 높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은 그걸 굳이 참을 가능성보다는 반발하고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계적인 사실이라고 해도 부모가 없다는 사실이 범죄자를 만든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듯이 이 책에서 말하는 지금까지의 사회를 만드는데 요구된 요소들이 모두 옳은 부분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부족사회에서 혈족과 친족의 비리를 덮거나 비리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았고 독립거주하며 개인주의화 되며 준법정신을 가진 개인으로 변모했다고 보고 있지만, 오히려 가문의 명예에 개인이 손상이나 타격을 주어선 안 되므로 개인이었다면 어길 법률이나 기만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저자의 대부분에 주장이나 서술에 공감이 더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자가 이제까지 사회가 이루어진 과정을 되짚어보는 해석이 긍정적인 요인들에만 주목한 경향도 깊다는 것이 본서의 최고의 단점이 아닐까 싶다.

 

본서는 인류 발전의 과정을 심리적 측면에 주목하며 해석했다는 것에 남다름이 있다. [총 균 쇠][사피엔스]를 읽으며 갖게 된 상식을 상세한 부분에서 보완해 주는 장점도 크다. 다만 심리적 측면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수긍하는 면과 다른 견해가 떠오르는 면도 동시에 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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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케미스트리 -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는 뇌화학 이야기
지니 스미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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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어렵지 않은 책이지만

익히 들어본 뇌내 물질들은 그렇다 해도

작용하는 뇌의 각 부위들을 인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주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일례와 서술을 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내용이 문외한에게 쉽게 인식되는 것만은 아니라

독서 이후로도 뇌과학을 공부 후 다시 읽어보고 싶다.

 

기억, 중독, 우울증, 수면, 식욕, 결정, 사랑, 통증 등

인간의 생에서 근본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몰입하게 되는 책이다.

 

다만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선

뇌과학 공부가 따라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재독을 기약할 정도로

공부하고 다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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