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청소년의 뇌를 촬영했더니,

전두엽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스마트폰을 보는 동안에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 김상철 외 4명, 『내가 정말 중독일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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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필립 K. 딕 걸작선 12
필립 K.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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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하지만 소설이 쓰일 때는 아직 한참 남았던 미래) 2021년의 어느 날, 현상금 사냥꾼인 릭 데커드는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은 아내에게 기분조절기를 사용할 것을 권하느라 진땀을 뺀다. 엄청난 전쟁이 벌어져 방사능 낙진이 쌓이기 시작한 지구는 황폐화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화성으로 이주한 상태. 주인공 릭은 화성에서 지구로 잠입한 아홉 명의 안드로이드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다.


안드로이드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간과 거의 흡사한 외형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을 말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안드로이드들은 외관으로만 보면 사람과 구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릭을 비롯한 현상금 사냥꾼들은 그들을 구별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다. 작품에서는 공감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가 여기에 사용된다.





물론 시대적 한계 때문에 테스트의 방식 자체는 조금은 원시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과 기계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을 공감능력에서 찾으려는 작가의 설정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 부분은 작품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주제다. 인간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공감능력이란 인간과 인간 사이에만 통하는 것인가, 인간과 안드로이드 사이에 공감은 있을 수 없는가.


오늘날 우리는 좀처럼 공감을 하지 못하고, 정서적 고립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배려가 손해로 여겨지고, 양보는 멍청한 짓으로, 희생은 거의 정신병으로 여기지는 시대다.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하고 심지어 죽이는 짓을 하면서도 멀쩡한 척 돌아다니는 사이코패스들도 많다. 릭은 우리 시대의 이 무감각한 이들을 구별해 낼 수 있을까?





이 주제는 이른바 “특수자”라고 불리는(방사능 낙진에 장기적으로 누출되어 사고와 육체가 퇴화된 인간) 이지도어와 그가 살던 빈 아파트로 몸을 피한 안드로이드 사이의 관계에서 좀 다른 방향에서 또 한 번 강조된다. 간신히 간단한 업무만을 하면서 모두가 떠난 외진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그는, 어느 날 한 여성이 아랫집에 살기 시작한 것을 깨닫고 용기를 내서 방문한다. 그녀는 도망친 안드로이드였고, 얼마 후에는 그녀의 동료들까지 합류한다.


이 관계에서 이지도어는 뭐 하나 바라는 것 없이(사실 그는 혼자서도 충분히 외롭지만 잘 살아가고 있다. 딱히 바라는 게 없으니까) 도움을 주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그런 이지도어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심지어 그가 특수자인 것을 알게 되자 무시하거나 조롱하기까지 한다. 어쩌면 안드로이드의 이런 모습이야 말로 인간다운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그런 상대임에도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쓰는 이지도어의 행동은, 공감능력을 인간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는 작가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작품 전체에 걸쳐 지구에 남은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적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동물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이다. 설정 상 낙진으로 거의 모든 동물이 멸종되어 그 값이 매우 비싸졌다고는 하지만, 꼭 동물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사람들은 실제 동물을 구입할 돈이 없다면 좀 더 저렴한 정교하게 만들어진 동물기계라도 가지려고 든다.


아마 이 설정 역시 공감능력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살아있는 무엇인가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 문제는 이 “살아있음”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인데, 너무나 실제와 같은 인공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면서 사실 이 구분마저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주인공 릭이 점차 안드로이드에게도 감정적 공감을 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져 간다.



다분히 철학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작품에서 제기되는 많은 질문들은 마지막 장에 이르러도 다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무슨 예언서가 아닌 이상, 그런 부분은 독자가 나름의 대답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이제 적어도 영상과 사진들이라는 면에서는 실제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게 된 오늘날, 이 작품에서 묻는 다양한 질문들은 더욱 절실하게 와 닿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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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코미디 영화.


수 조원짜리 정부 발주 사업에 신기술을 가지고 입찰에 도전하려는 주인공(하정우)이 옛 친구이자 경쟁사 대표가 주무부처 장관에게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로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의 공략 대상은 중앙부터의 고위 관료인 최 실장(김의성)으로, 장관의 남편(이지만 관계는 썩 좋지 않은)이기도 했다.


영화는 로비를 위해 준비한 골프 접대가 이루어지는 골프장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최 실장이 한 여성 프로 골퍼(강해림)의 열성팬임을 알아채고는 선수와 스폰서십을 맺겠다고 사정하면서 간신히 골프 스케쥴을 잡는데 성공하지만, 로비 과정이 영 순탄하지 않다. 조금은 내켜하지 않는 듯한 진 프로와 주책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최 실장, 시종일관 틱틱대며 김을 빼는 박 기자(이동휘), 그리고 골프가 처음인 주인공이 한 팀을 이루어 벌이는 엉뚱한 접대 이야기.


사실 스케일이 크기 보다는 그냥 골프장을 배경으로 두런두런 입으로 만들어 내는 만담, 상황의 아이러니 같은 것들이 주무기인 영화다. 주연 4인방 중 세 명이 다들 연기 경력이 무시무시한 배우들인지라 이런 종류의 합이 또 잘 맞는다. 비교적 신인급인 강해림의 연기는 딱히 볼 게 없긴 했지만, 영화 내에서 맡은 배역이 적극적으로 내키지 않는 프로 골퍼라는 설정인지라, 또 조금은 딱딱한 연기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는 있다.


오히려 조연 쪽에서 작정하고 망가지는 모습이 재미있는데, 요새 핫한 여배우 차주영이 푼수끼 다분한 캐릭터로 나서고, 그 상대역으로 최시원이 나와서 역시 대놓고 망가진다.(다만 연기는 좀 과장된 느낌이 강해서 옷이 썩 맞지 않는 느낌이긴 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력으로만 승부를 보는 건, 감독의 전작인 롤러코스터에서도 볼 수 있었던 부분.




 

공정은 어렵다.


영화의 대사 중에 그런 내용이 있다. 주인공이 최 실장에게 접근을 하면서,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하자, 최실장은 차라리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게 편하다고 대답한다. 공정한 절차를 만들고, 심사를 하고 그렇게 해서 결정된 사안도 누군가로부터는 편파성과 특혜성을 지적받기 마련이라는 것.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 마인드랄까.


사실 영화 전체적으로 두고 봐도 강한 사회비판적 요소는 딱 여기 하나이긴 한데, 그 한방이 꽤나 인상적이다. 공정이란 무엇인지를 정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능력주의란 것도, 어디까지가 본인의 순수한 능력인 건지를 파고들기 시작하면 모호한 부분이 잔뜩 등장하기 마련이다. 법대로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법과 규정이 임의적이고 때로 불합리하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한 것일까.


물론 아나키즘이 답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사고를 중단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니까. 어리는 어떤 식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좀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들, 미처 보지 못했던 약점들도 나타나겠지만, 그런 것들을 보완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인류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니까.




 

영화의 만듦새는...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애초에 주된 소재인 로비는 너무 허무한 방식으로 해결되고, 그 방식은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공을 들여 성사시킨 접대 골프 자체를 아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실 골프 자체도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했지만.


앞서 언급했던 사회비판적 요소도 딱 그 대사말고는 좀 더 발전되지 못하고 소비되어 버린다. 결국 남는 건 배우들의 망가짐, 슬랩 스틱 같은 것들 뿐. 물론 모든 영화가 진지해질 필요는 없고, 이런 코미디 영화도 나름의 가치와 자리가 있다고 본다. 그냥 머리 아픈 것 말고, 순수하게 웃어보자는 생각으로 본다는 또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


다만 이번이 세 번째 감독 연출작이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한 하정우의 감독으로서의 필모그래피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도 손익분기점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으니 말이다. 감독 자신과 친분이 있는 배우들을 조금은 쉽게 캐스팅해서 영화를 계속 만들어 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영화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개인적인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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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책방에서 멘토링 콘텐츠를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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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에 신경 쓰느라 몇 걸음인지 일일이 세어야 한다면

그건 춤추는 게 아니라 춤을 배우는 거라고 해야겠지.

편한 신발이란 신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는 신발이야.

눈이나 조명, 인쇄나 철자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야

제대로 된 독서가 가능하지.

완벽한 교회 예배는 그 형식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예배,

그래서 우리의 관심이 하나님께로만 향하는 예배일 거야.


- C. S. 루이스, 『개인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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