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애초에 미합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타협의 산물로 탄생한 것이었고,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 중 상당수는 민주주의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덕분에 민주적인 절차나 제도보다는 합중국에서 이탈하려는 주들을 회유하기 위한 제도들이 덕지덕지 붙어버렸고, 저자들은 그것들을 가리켜 “미국은 언제나 반(反)다수결주의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책의 제목인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하는 질문은 결국 미국의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반(反)다수결주의적 요소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 소수의 종신 대법관 제도(의회의 다수가 통과시킨 법안을 소수의 지명직 판사들이 무효화시킬 수 있다)가 있고, 비슷한 제도를 가진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강력한 권한을 지닌 상원의 존재(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양원 모두에서 다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구수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각 주별로 2명씩 배당된 상원의원 제도, 소수가 다수가 지지하는 입법을 영구적으로 가로막을 수 있는 필리버스터 제도, 작은 주에 특혜를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더 적은 득표를 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선거인단 제도, 상하원 모두의 2/3가 찬성하고 전체 주의 3/4가 비준해야 가능한 어려운 헌법 개정 요건 등이 포함된다.
책 후반에는 이런 미국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이 등장하지만, 문제는 이런 개혁도 헌법 개정사항들인지라, 앞서 말한 개헌의 높은 문턱을 생각해 볼 때 쉽게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러는 동안 미국에서는 힐러리 보다 적은 수의 표를 얻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미국의 민주주의는 (그리고 그 영향력을 생각하면 전 세계의 민주주의도) 명백히 후퇴했다. 책 말미에 저자들은 “미국인들은 지난 7년 동안 탈진 상태에 빠졌다”고 적으며 한숨을 돌리지만, 이제 또 다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전 세계를 상대로 깡패 짓을 시작한 지금, 저자들은 뭐라고 할까.
제목이 확 땡겨서 폈지만, 어떤 민주주의 일반의 후퇴와 해법을 제시해 줄 거라는 기대와 달리, 미국의 정치 상황에 국한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 살짝 실망스럽다. 그래도 역사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되곤 하는지라, 책 초반에 실려 있던 다양한 반 민주주의적 사건들은 오늘날에도 (그리고 슬프게도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그대로 반복되는 모습이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망해 보는데 도움이 되려나(그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