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이성은 서로 배치되는 것인가. 계몽주의 이래로 한 동안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해 왔다.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떤 이들은 철 지난 계몽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다.(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격한 언사로 신앙을 조롱하던 신무신론자들이 활개 치던 영국에서는 더욱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다) 문제는 기독교인들조차도 종종 이런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자신들의 신앙을 공공의 영역에 드러내기를 꺼려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맥그래스는 그런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로 대표되는 신무신론자들의 과격한 신앙에 대한 조롱은 실은 그들 자신이 가진 논리의 빈약함에 주목하지 못하게 하려는 수사적인 뻥카에 불과한 것이고(21), 그렇다고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비판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신앙에 대한 잘못된 이해(신앙은 비이성적인 이들이나 스스로 변론하지 못하는 단순한 태도라는)를 갖게 만들 수 있는 부족한 태도다(22).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1부는 지성과 제자도, 즉 그리스도인됨 사이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강조다. 1장은 신앙과 이성의 관계에 관한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2장에서는 기독교 신조가 가진 중요성(그것은 우리의 신앙에 좋은 지도가 될 수 있다), 3장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공동체, 즉 교회의 중요성을, 4장에서는 좋은 책이 기독교 신앙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를, 그리고 5장에서는 제자도가 지닌 ‘과정’으로서의 성격을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2부에서는 지성과 제자도 사이를 멋지게 구현하고 설명해 낸 네 명의 인물(도로시 세이어즈, C. S. 루이스, 존 스토트, 제임스 패커)에 관한 소개가 나오고, 마지막 3부에는 저자가 여러 자리에서 했던 설교문들을 네 편 모아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