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의 시절 간도사진관 1
류은규.도다 이쿠코 지음 / 토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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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간도에서 태어나 일본의 형무소에서 20대에 생을 마감한 시인 윤동주에 관한 책이다. 책 제목에 있는 ‘동주’는 바로 그를 가리킨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진집이다. 특히 윤동주가 태어나고 자랐던 간도 지역의 20세기 초중반의 여러 모습들이 담긴 흑백사진들이 잔뜩 담겨 있다.


책은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주요 시기들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배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 각각의 시대에 찍은 간도의 여러 인물과 풍경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처음엔 이게 다 윤동주와 그의 가족, 이웃의 사진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고, 그 시대의 윤동주가 살던 지역 인근의 여러 사람들이 보인다. 물론 이 책의 작가가 직접 찍은 건 아니고, 이런저런 경로로 수집한 사진들을 모은 것.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윤동주가 쓴 시기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해두었다. 우리가 잘 아는 ‘서시’나 ‘별 헤는 밤’ 같은 유명한 시들도 있고, 그보다 앞서 쓰인 동시들도 제법 많이 실려 있다. 흥미로운 건 책에 오늘날 맞춤법이 아닌 (아마도) 당시 윤동주가 썼던 그대로의 말법을 따라 적어둔 부분이다. 좀 더 현장감이 느껴진 달까.


윤동주의 인생을 쭉 따라가며 옮긴 사진이지만, 또 하나 간도를 중심으로 한 사진집이기에, 그가 경성이나 일본으로 넘어가서 보냈던 학창시절의 이야기는 생략되어 있다. 간도를 떠난 이야기 다음에 바로 그의 죽음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저자는 아주 담담하게 이 스토리와 사진들을 배치해 나간다.


윤동주의 시들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20세기 초 힘겨운 삶을 살았던 조선인들의 삶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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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1-30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보고 싶긴하지만 책값이 장난 아니군요.ㅠ

노란가방 2023-01-30 16:29   좋아요 0 | URL
네 사진집이라 그렇겠죠... 저는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강남도서관에 곧 반납합니다 ㅋ
 



1월도 다 지나버렸네요. 이달의 마지막 책 소개 영상입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독일 언론인 숄츠가 쓴 "한국인의 이상한 행복"이라는 책을 소개해 봤습니다.

재미있게 보신 후엔 좋아요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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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불태우다 - 고대 알렉산드리아부터 디지털 아카이브까지, 지식 보존과 파괴의 역사
리처드 오벤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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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서관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책들과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책 제목에도 나와 있듯 ‘파괴된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잇다는 점이다. 저자는 도서관 파괴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이 야만적 행위가 일으킨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나아가 도서관이 갖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짚어간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건, 세계 최초의 도서관으로 알려진 아시리아의 왕 아슈르바니팔이 세운 도서관이다. 참고로 이 왕의 이름은 구약성경에도 딱 한 번 등장한다. 흔히 고대 도서관 하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떠올리지만, 시기상으로는 이쪽이 훨씬 오래됐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지배했던 신아시리아 제국 말기의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했던 아슈르바니팔이 세운 이 도서관에는 쐐기문자가 잔뜩 새겨진 점토판이 소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도서관은 그 다음 지배자인 바빌로니아의 정복 과정에서 파괴되었다. 적들의 지식을 파괴하는 것은 그들을 약하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한 민족이나 국가가 가진 지적 자산을 파괴해버리면 그 사람들은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두 번째 등장하는 파괴된 도서관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바로 그 도서관으로, 그리스인들이 세운 이집트의 마지막 왕조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초기에 세워진 시설이다. 이 도서관의 파괴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들이 전해져 오는데, 카이사르가 관련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고, 기독교인, 혹은 무슬림들에 의한 파괴라는 설도 존재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좀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데, 오랜 시간에 걸쳐 국력이 쇠퇴하면서 도서관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부족해지면서 서서히 쇠퇴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도서관은 스스로 알아서 유지, 성장하는 게 아니다. 적절한 금전적 지원이 없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특히나 책값이 적잖이 오르고 있는 이즈음, 공공도서관에 관한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과 지원은 평범한 시민들의 교양수준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이 외에도 책은 다양한 이유로 파괴된 도서관들의 이야기가 더 등장한다. 종교개혁의 와중에서 많은 책들이 사라졌고, 1814년 그 유명한 워싱턴 방화사건 당시 영국군에 의해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점령되는 과정에서 많은 공공시설들이 불에 타버렸고, 그 중에는 의회도서관도 있었다.(이 도서관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토머스 제퍼슨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6천 권 이상의 책을 당시로서는 거금인 2만 4000달러에 팔아먹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사건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두 번이나 파괴된 벨기에의 루뱅도서관에서도, 1990년대 일어난 발칸 전쟁 당시 세르비아인들에 의한 사라예보에서도 일어났다. 또 제국주의 시절 영국과 프랑스 같은 열강들은 아프리카의 여러 식민지들에서 자신들의 통치에 필요하지 않은 많은 기록들을 파괴하고, 또 중요한 기록들은 자신들의 나라로 약탈해 가기도 했다.


특히 시대가 변하면서 최근에는 디지털 형태의 자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쪽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된 해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러는 동안 임의로 파괴되거나 사라지는 자료들도 적지 않다는데,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일일 터.





개인적으로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들 중 하나로 도서관이 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앞에 문자와 종이, 언어와 건축술 같은 다양한 선행 발명들이 있어야겠지만, 그렇게 생성된 지식을 한데 모아서 서로가 시너지를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참고해 다음 단계의 연구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도서관이 파괴되고 사라지는 일은, 그래서 단순히 어떤 건물과 그 안의 자료들이 사라지는 물질적인 영역에서의 피해만이 아니다. 그건 한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공동가치 및 미래의 성장역량까지 파괴하는 일이다.


도서관이 하는 일은 단지 책을 구입하고 분류해 저장, 대여하는 것만이 아니다. 책 말미에 저자는 오늘날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 번째는 교육기능이고, 두 번째는 지식과 사상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일, 세 번째는 다양한 자료를 보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민의 자유로운 삶과 행복을 뒷받침하는 것이고, 네 번째는 진실과 거짓을 가릴 수 있도록 하며, 마지막 다섯 번째는 한 사회의 문화적 역사적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이 이전에 비해 많이 축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도서관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일들이 많다. 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적어지는 것만 같다. 아쉽게도. 책은 휴대폰 따위가 가져다 줄 수 없는 무엇을 가지고 있다는 걸, 우리는 영영 잊어버리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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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07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한국형 SF.... 그리고 신파?


SF란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줄임말이다. 가상의 이야기를 하되 그 안에 구현된 현실이 어느 정도 과학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이 때 과학적 뒷받침이라는 게 꼭 현실적이어야 하는 건 아닌데, 대표적인 예가 증기기관의 발전이 극대화된 현실을 그리는 스팀펑크류이다.


영화는 미래 재앙으로 지구를 떠나 지구와 달 사이에 식민지를 건설한 인류가 서로 내전을 벌이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전투 중 큰 부상을 입은 용병대장의 뇌를 복제해 더 우수한 전투형 AI를 만들려고 하는 연구소가 영화의 주 무대. 뇌 복제와 안드로이드라는 첨단 기술이 주요 소재이고, 덕분에 온통 금속으로 만들어진 공간과 뭔가 첨단인 듯한 슈트 등 볼꺼리가 등장한다.


그렇게 최첨단의 소재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영화는 오래된 공식을 반복하는 듯하다. 강수연이 맡은 “정이”의 복제 뇌 데이터를 사용해 새로운 AI를 만드는 연구소의 실질적인 책임자(부소장)인 서현이 실은 정이의 딸이었다는 설정과,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끝없는 전투에 나가야 했다는 정이의 개인사가 어우러지면서, 영화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 집중한다.


자신을 위해 전투에 나갔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제는 엄마보다 나이가 든) 딸과 언제까지나 죽을 당시의 그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정이(의 복제품)의 모습을 함께 잡으면서 감독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애쓴다. 서현은 엄마의 뇌 데이터가 들어간 안드로이드를 연구소에서 ‘탈출’ 시키기로 하고, 이 과정에서 방해가 있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오래 전 엄마와 나누던 볼 부비기까지... 전형적인 신파적 코드들이 잔뜩 삽입되어 약간 헛웃음까지 나오는...





자아와 뇌 복제와 인공지능.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영화 속에는 생각해 볼만한 철학적 주제들이 여럿 등장한다. 인간의 자아란 무엇인지, 우리를 특정한 인간으로 특정 짓는 그 요소는 무엇인지, 뇌를 정확하게 복제할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 복제한 뇌를 가진 존재는 원래의 존재와 같은 존재인지, 인공지능이 충분히 발전하면 그것과 인간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하는 것들.


물론 이런 주제들을 다루는 책이나 영화들도 많지만,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주제였기에, 이 문제를 제대로 다뤘다면 꽤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감독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대신, 먼저 답을 내리고 그 답으로 시청자들을 끌고 간다. 뇌 데이터가 자아이며, 만약 원본 데이터가 삭제되었다면 복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그 존재가 바로 ‘그’라는 것.


그런데 이렇게 결론을 내버리고 나면 영화에 더 이상 궁금한 게 없어져 버린다. 이제 서현은 정이를 엄마를 대하듯 애착을 갖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뭔가 규칙을 깨뜨릴 것이고, 나중에는 둘이 부둥켜 앉을 것이라는 게 거의 보이니까. 물론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에 문제에 얼마나 깊이 들어갈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게 연출력이 아니겠는가.





인공지능과 자본주의.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포인트는 회상 장면에 나온다. 정이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자, 그녀의 뇌를 복제 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부분이다. 영화 속에는 A, B, C 타입이 나오는데, A는 새로운 육체에서 자유롭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고, B는 결혼, 출산, 이동 같은 영역에서 제한이 있고, 뇌 데이터를 정부가 가져가고, C는 민간기업에서 데이터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


당연히 A는 가장 비용이 들고, C는 기업에 뇌 데이터를 파는 것이니 무료다. 대신 현실에서는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육신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기업에서 대준다. 딸의 병원비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투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정이의 가족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개인적으론 뇌사를 선택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선택지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역시 보이지 않는다.)


죽음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써 뇌 데이터 이식이라는 소재가 등장한 건 오래됐고, 수명을 늘려가는 일이 결국 돈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역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이미 부자일수록 건강관리와 유지에 더 많은 돈을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장수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의 경제력이 전반적으로 성장하다보면 언젠가 낙수효과로 이런 것들이 저소득층에까지 혜택을 줄지도 모른다는 낙관적인 전망은 좀처럼 현실이 될 것 같지 않다. 역사적으로 성장하는 모든 나라는 내부든 외부든 식민지 정책을 펴왔고, 따라서 부는 결코 평등하게 나눠진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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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1-27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수연의 마지막 유작이 정이였군요.
한동안 스크린에 안 보여서 뭐하나 궁금했는데
유작이라니 아쉽네요. ㅠ

노란가방 2023-01-27 22:39   좋아요 1 | URL
네 이 영화 촬영 마치고 3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군요.
영화 내내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더라고요.
좀 더 편안한 영화였더라도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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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1-2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랑가방님은 영상을 참 잘 만드시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어케 지내시는지요?
이사는 하셨나요?^^

노란가방 2023-01-28 12:28   좋아요 1 | URL
아직 집 알아보는 중입니다.
전세가 내렸다고 하는데 어디에 내린 건지 모르겠네요 ㅎㅎ
날씨가 추운데 건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