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된 이유?


남북의 치안요원(경찰)이 힘을 합쳐 범죄자를 쫓기 위한 공조를 한다는 설정의 이 영화 시리즈의 후속편이 돌아왔다영화에서 개그를 담당하는 유해진과 멋짐을 담당하는 현빈이 공조가 썩 나쁘지 않았던 전작이었는데이번에는 미국 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까지 더해서 3국 공조를 만들었다.


굳이 듀엣을 트리오로 만든 이유는 뭘까전편의 이야기에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걸까그래서 한 명이 추가되면서 이야기가 좀 더 짜임새가 생기거나깊이가 생기거나 했더라면 괜찮은 선택이었겠지만전반적으로 딱히 더 나아진 것 같지는 않았다세 명이 동시에 잡히는 화면이 몇 번 나오기는 하지만전반적으로 다니엘 헤니는 조연 격에 머물고 있었고여전히 유해진과 현빈만이 주로 뛰어 다닌다이야기의 배경이 외국인 것도 아니고 말이다.


전체적인 액션 양도 그리 는 것 같지 않다심지어 그 질이 향상된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전편과 비슷한 종류의 건물 침입 장면이라든지자신의 가족이 죽었다고 무차별 독가스 테러를 감행하려고 하는 빌런이라든지손발이 오그라드는 드론+패스 키 전달이라든지... 뭐 영화의 장르가 애초에 코미디 액션이라는 걸 생각하고 보면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북한미국그리고 한국.


영화의 주요 인물의 국적은 북한(림철영), 미국(), 한국(강진태)이다전편과 마찬가지로 일단 공조를 하긴 하지만서로의 속셈은 따로 있었고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마음을 열고 하나로 모으게 된다는 스토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실제 외교 상황처럼우리나라의 위치가 미묘하다북한과도 미국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정작 북한에서는 우리가 미국편이라고미국에서는 북한편이라고 한 마디씩 던지는 장면이 영화 초반 등장한다아 서럽다.


덩치 큰 두 사람 사이에 키 작은 유해진이 배치되는 코믹스러운 장면은 이런 관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모습이다여기서도 치이고저기서도 치이고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땅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손 놓고 지켜볼 수만도 없다어쨌든 주도권을 갖고 양측을 적절하게 이용협력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수밖에외교란 그저 어느 한 쪽 편에 줄서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북한 사람과 결혼하면 위법일까?


전편과 마찬가지로 윤아가 연기하는 민영은 북에서 온 철영을 짝사랑 하고 있다일단 그 엄청난 외모와 하드웨어를 보고 반했다는 설정인데유해진과 함께 망가지면서 영화에 웃음을 더해주는 역할이다예쁘기로 유명한 윤아가 작정하고 망가지는 역할을 하는 게 신선했었다물론 아직 연기력을 평하기엔 경험과 연습이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런데 이번 편에서는 현빈이 연기하는 철영의 반응도 조금은 생긴 것 같다아내가 이미 죽었다는 설정 때문인지민영이 잭을 보고 반하는 눈치를 보이자 은근 서운함을 표하기도 하고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기다리겠다는 민영에게 작은 선물까지 건네준다만약에 3편이 나온다면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궁금한 부분.


그런데 영화 초반 다시 만난 철영을 반가워하는 민영에게철영은 둘은 어쩔 수 없는 사이라는 식의 대답을 한다둘이 결혼을 하고 싶으면 먼저 통일을 시키고 오라는 말과 함께문득 궁금해졌다대한민국 국적의 사람이 북한 국적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게 법적으로 허용될까우선 우리 헌법에는 북한 땅도 우리나라 땅이라고 되어 있으니거기 사는 사람들도 우리 국민으로 인정될 것 같기도 하고반면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영화 속 남북 관계는 어느 정도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 같은데최근에는 또 악화일로니 참 어렵다우선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안정적으로 협력또는 최소한 관계를 맺는 정도라도 되면 좋겠는데아직은 영화 속 이야기로만 보이니 안타까운 부분남과 북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결혼을 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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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은 대부분 올바르게도

역사에 대한 진보주의적 견해와 관련된 꿈,

우리가 계속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결국 단번에 새 예루살렘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그 헛된 꿈을 버렸다.

요한계시록에 따르면,

거룩한 성은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와야 한다.


- 미로슬라브 볼프, 라이언 매커널리린츠, 『행동하는 기독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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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김제동과 전문가 7인이 전하는 다정한 안부와 제안
김제동 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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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방송인 김제동이 물리학과 건축학천문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대일로 한 인터뷰를 책으로 엮었다책에는 각 주제별로 수십 페이지의 분량으로 정리되어 있지만몇몇 인터뷰 말미에 실려 있는 내용으로 봐서 족히 너덧 시간 이상의 대화가 진행되었던 듯하다인터뷰이들과의 안면혹은 친분이 있었다고는 해도 인터뷰어로서의 김제동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는 기획이었던 것 같다.


각 인터뷰이들은 자신들의 전문 영역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면서자연스럽게 인문학적 고민들과 엮어간다여기에 김제동이 던지는 좋은 질문이 한 몫을 한다전반적으로 겸손하게 자신의 전문 영역의 한계를 인정하면서그 안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함의들을 제안하는 방식이라 읽기에 편하다.


예컨대 물리학이나 천문학 등의 과학 전공자들은 한결같이 과학이 갖는 잠재적 진리 주장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면서 연구를 해 나간다고 반복적으로 대답한다인간이 연구하는 모든 분야가 이런 잠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걸 인정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대화의 상대들이 여럿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좀 더 관심이 가거나더 집중하게 되는 부분이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또 자칫 대화의 수준이나 전개의 편차가 생길 수도 있었는데이 부분을 진행자로서 김제동이 잘 이끌어 낸 것 같다전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는 말.


그래도 어느 정도 호불호는 나뉠 것 같은데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대화가 가장 집중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는데이야기 전체가 고 신영복 교수에 대한 회고와 찬양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그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지만내 경우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서다.


오래 전 그분의 북 콘서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개인적인 감상은 하나의 종교의식을 보고 나온 듯하다는 느낌이었다마치 경정을 대하듯 그분의 책 구절을 낭독하고 감동을 나누고그분의 생애를 묵상하거나 그분에 관한 일화를 간증하고심지어 그분을 위한 노래를 찬송하듯 불러대는 게너무 익숙하면서도(매주 참여하는 예배 순서였으니까어색했다(다른 자리와 다른 대상을 향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그런데 이 챕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니...



반면 과학자들과의 이야기는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지극히 문과적으로 살아온 내게 과학은 쉽게 손 댈 수 없는 천재들의 영역 뭐 이런 느낌이 얕게나마 덮여있는 부분인데그런 과학의 영역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니 흥미도가 높아진다기본소득과 관련된 설명 중그것이 사회주의가 아니라 지극히 자본주의적 아이디어라는 지적도 인상적이었고.


딱 교양으로 읽을 만한 인문학 책으로 적합한 수준과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이미 방송 등에서 얼굴을 잘 알린 인터뷰이들이 많이 나와서 조금은 쉽게 마음 먹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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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특이한 세상에서는 ‘특이’조차 뛰어넘는 무리수가 필요한데,

말이 되면서도 기발한 상상을 내놓는 일은 어렵다.

이럴 땐 차라리 말도 안 되는 것을 내놓고

그것이 말이 되도록 논리를 만들어 독자를 설득하는 것도 방법이다.


- 김동식, 『초단편 소설 쓰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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