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무려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던 봉준호 감독은 모두 일곱 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 그 장르가 꽤 다양한데, 첫 장편영화였던 “플란다스의 개”는 명랑만화, “살인의 추억”은 스릴러, “괴물”은 재난영화, “마더”는 필름누아르, “설국열차”는 액션, “옥자”는 동화 그리고 “기생충”은 블랙코미디가 주된 분위기를 형성한다.(이 중 세 편의 영화는 극장에서 봤고 한 편은 텔레비전에서 해 주는 걸 본 것 같다.)
영화를 보다 보면 특정한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 비슷한 분위기나 주제의식 같은 것들이 반복되는 걸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는 강렬한 폭력과 에로티시즘, 그리고 복수 같은 주제가 두드러지고(모두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요소들이다), 공개 불륜으로도 유명한 홍상수 감독은 한결같이 자신과 비슷한 종종 기괴해 보이는 비틀린 관계를 사랑으로 치장하는 영화들을 만들곤 한다.
이 책은 봉준호 감독이 만든 작품들 속에 담긴 열두 개의 코드를 분석해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명의 평론가들이 뽑아놓은 키워드는 엄마, 소녀, 노인, 하녀, 계단, 비, 돈 자연, 먹기, 달리기, 섹스, 바보짓이었는데, 일부는 그럼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또 일부는 과도한 의미부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 말미에 “마더”와 “기생충”을 개봉한 후 감독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는데,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끄집어내는 많은 ‘디테일’ 중 적지 않은 내용들이 (감독 자신의 말에 따르면) 우연히, 혹은 그런 심오한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들이라고 한다. 역시 꿈보다 해몽인가 싶은데, 책에는 꽤나 진지하게 저자들이 자신들이 찾아낸 공통적 키워드의 심오한 의미를 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