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전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책을 본 적이 있다. “신성한 소”라는 책이었고, 두 권의 책을 모두 읽어본 후의 감상도 역시나 비슷했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분량으로나(1부가 전체의 2/3다) 내용으로나 1부가 가장 중요하다.
“소와 지구”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1부는 소고기를 먹는 것이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흉이라는 비난이 어째서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다. “소고기와 사람”이라는 제목이 붙은 2부는 주로 건강문제와 관련해서 소고기를 공격하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 “현실 그리고 미래”라는 이름의 3부는 고기를 먹는 일 자체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검토가 살짝 이루어진다.
역시나 가장 중요한 주장은, 오늘날 육식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는 과도한 비판이 사실에 기초한 일인지를 체크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흔히 소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사료가 들어가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는지, 또 얼마나 많은 물이 들어가서 사람들이 먹을 물이 줄어드는지,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겨서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소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밀림이 사라지는지 같은 선정적인 이야기들을 듣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주장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컨대 현재 지구상에서 사육되는 소는 (다양한 이유로) 대개 사료가 아니라 풀을 먹고 자라고 있고, 소를 키우는데 들어간다는 엄청난 양의 물은, 실은 소가 먹지 않으면 땅속에 스며들어 사라질 빗물까지 포함된 수치이며(그 빗물을 맞으며 자란 풀을 소가 먹는다면 그 물까지 소고기에 사용된다는 식의 괴상한 논리), 목장을 조성하기 위해 밀림을 파괴하는 행위는 일종의 중간단계이고, 실은 최종적으로는 그 땅을 경작지로 만들려는 목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그렇게 만들어진 경작지에서 생산된 채식은 환경적인가?)
붉은 고기가 건강에 나쁘다는 ‘상식’도 불충분한 연구의 결과였다. 사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통제변수를 완벽하게 제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이 늘상 존재할 수밖에 없고, 생활습관에 관한 설문 방식은 기억의 오류나 편향 등으로 잘못 진술되기도 쉽다. 여기에 연구자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편향된 태도를 지니고 있다면 그 결과가 잘못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저자에 따르면 최근의 연구에서 심혈관질환에 붉은 고기가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은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문제는 식품첨가물 쪽에 있을 가능성이 좀 더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