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이 동지 - 인도 마오쩌뚱주의 운동과 아동병사 ㅣ 교차하는 아시아 5
조지 커너스 지음, 권루시안 옮김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2021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세계 2위의 인구대국인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오주의 무장투쟁에 관한 내요을 담고 있다. 마오주의란 중국공산당의 지도자였던 마오쩌둥(모택동)의 혁명사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농민들을 혁명의 주체로 삼는다는 특징이 있다.
흔히 공산주의 하면 마르크스만 떠올리지만, 은근 이 마오주의에 기초한 공산주의를 채택한 나라가 많다. 특히 농업 중심의 저개발 국가의 경우 농민을 혁명주체로 꼽는 마오주의가 좀 더 잘 맞았기 때문.
책은 그 중에서도 ‘어린이 동지’라고 불리는 아동병사에 집중한다. 책의 부제인 “인도 마오쩌뚱주의 운동과 아동병사”는 이런 성격을 잘 보여준다. 즉, 모든 지역과 종류의 아동병사가 아니라 인토의 마오주의 반군 속 아동병사만이 이 책의 연구 대상이다. 저자는 실제 연구를 통해 이들에 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요새도 가끔 해외 뉴스를 보다보면, 반군세력 가운데 여전히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채 총을 들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일반적으로 그런 아이들이 납치되어 그런 일을 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애초에 폭력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식으로 해석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인도의 반군들 사이에 들어가 실제 아동병사를 인터뷰하며 연구한 결과 실제는 달랐다는 것. 무엇보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이 운동에 참여했고, 언제든 원한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어떤 반군지도자는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이유로 나이 어린 ‘어린이 동지’를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적어도 인도의 이 지역에서만큼은 납치나 강제노동, 성착취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아동병사’라는 용어보다 ‘어린이 동지(comrades)’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런 아동들의 주체적 행동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저자는 이 아동들이 반정부 운동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추적한다. 인도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의 형태인 카스트제도의 최하단부에 위치한 ‘달리트’ 문제가 있었다.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온갖 경제적, 정치적 착취와 억압을 받고 있던 이들이, 심지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공권력에 의해 삶의 터전으로부터 쫓겨나면서 이런 투쟁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 그들의 투쟁은 어쩌면 살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다.
물론 이 투쟁에 합류를 결정한 아동들(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이 다들 이런 정치적 현실을 인식하거나, 투쟁의 이념에 정통해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폭력적인 부모를 피해서, 혹은 원치 않는 결혼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또 구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실제로 이 반정부운동 공동체 안에서는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합류했다. 저자는 이 또한 자기표현과 평등이라는 가치를 위한 발걸음이라고 해석한다.
요컨대 저자는 인도의 이 아동 병사들은 결코 강제로 동원되지 않았으며, 나름의 주체적 판단에 의해 마오주의 운동에 참여했고, 그 안에서도 합리적인 대우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들을 피해자나 영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교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사실 책에서 좀 더 눈에 들어오는 건 여전히 남아있는 카스트 제도와 이 불치병을 해결할 의지조차 없는 인도 사회의 정치 엘리트들의 한심함이다. 물론 그게 인도의 정치 엘리트집단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결국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 셈인데, 여기에 그 아이들이 강제로 동원되었는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온갖 악습을 피할 수 있는 곳이 그곳뿐이라면 그건 사실상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책은 ‘마오주의’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사실 본토인 중국에서조차 폐기된 사상일 정도로 그 한계가 분명한 생각이기 때문. 그래도 ‘농민 중심의 혁명 사상’이라는 특징 때문에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그 사상은 뭔가를 무너뜨리는 데는 효과가 있으나 세우는 데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