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게네스 성경해석학 서사기 - 해석·상징·드라마
곽계일 지음 / 다함(도서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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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게네스는 초기 기독교 시기 중요한 신학자 중 한 명이다.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교리문답학교를 운영하기도 했고, “헥사플라”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6개 성경 본문을 비교/대조한 대작을 펴내기도 했던 성경연구가이자, 수천 편의 저작을 남긴 정력적인 저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 이단으로 정죄되었던 비운의 신학자인데, 최근에는 그 이단 정죄의 근거에 대해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오리게네스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성경해석학에 기여한 독특한 공헌 때문인데, 그는 이른바 성경에 대한 알레고리적 해석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이 책은 오리게네스의 성경해석법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해 왔는지 그 과정을 서사적으로 되짚어 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오리게네스 이전에도 알레고리적 방식으로 문헌을 해석하는 시도는 존재했다. 고대 그리스에 상징(그리스어로 “심볼론”)은 BC 6세기에서 4세기 사이 인간과 신 사이를 이어주는 신성한 증표로 여겨졌고, 이 시기를 거치며 호메로스 같은 이들을 시인에서 선지자로, 그들의 작품은 서사시에서 신탁을 감추고 있는 상징으로 격상되었다.


플라톤 사상 전통에 바탕을 두고 이런 상징을 전면에 들고 나온 인물이 암모니아스였다. 그는 텍스트 상징을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함으로써, 플라톤이 물질계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켰던 천상계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그런 암모니아스의 1세대 제자가 바로 플로티노스, 신플라톤주의 주창자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오리게네스가 등장한다. 오리게세네스 역시 플로티노스와 마찬가지로 암모니아스의 제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동기인 플로티노스와는 다른 문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바로 구약성경이다. 그는 구약성경을 신적 비밀이 가득한 일종의 텍스트 상징으로 보았고, 이른바 비유 해석법, 즉 알레고리를 통해서 그 상징 속 본래 의미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저자는 우선 이렇게 오리게네스의 학문적 계보가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책은 흥미롭게도 오리게네스의 개인적 삶의 연대기와 그의 신학적 작업을 매치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런 구성을 통해서(그러니까 오리게네스의 저작이 나온 순서와 배경을 아울러 살핌으로써) 자연스럽게 그의 사고와 사상이 어떤 식으로 발전되어 왔는지를 함께 살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주된 주제는 그의 알레고리적 해석 방식이 어떻게 나왔고,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는지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정치적인 이유로 쫓겨난 후 정착한 팔레스타인의 카이사레아(가이사랴)에서 그의 작업은 유대 랍비들과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장으로 접어든다. 흥미로운 건 성전이 파괴된 시대를 살고 있던 랍비들 역시 일종의 알레고리로 구약을 해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월절의 핵심적인 상징인 “피”를, 유대인들은 모리아산에서 흘린 이삭의 피나, 그에 앞서 할례를 행할 때 흘린 아브라함의 피로 해석하곤 했다. 이에 반해 오리게네스의 해석은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큰 차이점이 있고.



국내 저자 가운데 교부 신학을 전공하고 이렇게 책(원래는 논문이었지만)까지 내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책의 내용 역시 흥미로운 설명들이 잔뜩 발견되어서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특히 1장 “상징의 시대”와 4장 “텍스트 상징으로 지은 성전” 부분이 새로운 내용들이 많아 집중해서 읽었다. 알레고리적 해석이라는 것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 그냥 무시해 버릴 수 있는 가벼운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다. 작고 얇은 볼륨이기도 하니,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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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2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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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는 정면대결을 하지 않고 있다. 제2차 삼두정치의 결과물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제국의 서방은 옥타비아누스가, 동방은 안토니우스가 지배하고 있었다. 나머지 삼두의 한 머리인 레피두스는 북아프리카에서 나름 힘을 키우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주목하지는 않았으니...


하지만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으니,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가 죽기 직전 추진했었던 파르티아 원정에 나섰다가 대패를 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지만, 반대로 섹스투스 폼페이우스가 이끄는 해적집단 때문에 시칠리아와 북아프리카에서 들어오는 곡물길이 막히며 극심한 민심의 동요를 마주하고 있던 옥타비아누스는 마침내 안토니우스로부터 해군력을 지원받아 섹스투스를 궤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덤으로 마침내 북아프리카에서 나와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던 레피두스까지 무너뜨리며 확실히 우위에 섰다.






사실 이번 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들 가운데 하나는 카이사리온이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 그는 어머니 클레오파트라의 막대한 기대 속에서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번 편에서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카이사르의 아들이라는 자의식이 확고하게 자라면서, 이집트를 로마와 비슷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자신의 계획을 시작한다.


만약 그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지 사뭇 궁금해지긴 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었던 이집트에서 로마식 공화정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까. 작가가 의도적으로 카이사르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게 묘사하는 카이사리온은, (아마도 다음 권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바로 그 유사성 때문에 결국 채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숙청되고 만다.





여기에는 결국 그의 어머니였던 클레오파트라의 권력욕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반면 그녀의 욕망을 이루는 데 필요한 현실감각이나 특별히 군사적, 전략적 능력은 너무나 부족했다. 대신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전형적인 동방의 여성이 선택할 법한 행동을 했는데, 바로 자신 대신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꼭두각시 남성을 쥐고 흔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비장의 무기 역시, 그녀의 안목의 부족 때문이었는지 하필 안토니우스 같은 인물을 선택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그렇다고 옥타비아누스의 성향과 자질을 보면, 그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이룰 수는 없었을 게 분명하지만. 그리고 애초에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는 남성은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 이야기는 대단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리즈의 마지막 한 권만 남았다. 이제 대파국이 나타날 텐데, 저자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이걸 어떻게 그려낼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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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6-2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의 연합은 안토니우스측에서는 이집트의 국물과 군사지원,클레오파트라측에서는 당시 최강 로마제국의 지배자의 부인이 될 기회였기에 서로 윈윈하는 관계였지요.다만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져서 자신의 병력을 클레오파트라에게 지원(동생과 왕귄다툼중)하는 바람에 옥타비아누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지요.
 


루이스가 생각하기에,

마음 맞는 친구 혹은 자기와 비슷한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있는 귀족 커뮤니티를

발견할 수 있는 교회를 찾아다닌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천국은 온갖 부류의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므로

우리 또한 그날을 준비하면서 함께 하나님께 예배를 드려야 한다.

그러므로 신자는 각자 자기의 교구 교회에 출석을 해야지,

그것을 대신할 예배 공동체를 찾아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라일 도싯, 『C. S. 루이스의 영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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