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몽주의의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상운동은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인류를 해방시키는 모토처럼 보였다.
그러나 점진하는 과학과 자본주의의 발전은 ‘비판적 이성’이 아니라
‘도구적 이성’을 발전시켰다.
‘왜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술적 해답만이 인간의 의식을 지배했던 것이다.
그 결과 지식은 늘어나지만 지혜는 줄어드는 역설적인 경향이 나타났다.
이성 활동에서 지혜가 점진적으로 제거됨에 따라
급속히 축적된 지식이 심각한 위협으로 바뀌었다.
그 비극의 정점에 파시즘의 출현과 홀로코스트,
그리고 세계대전이 있었다.
- 박민영, 『이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