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대통령 표창까지 받고 이제 본청으로 들어갈 날만 기다리고 있는, 강남경찰서
강력계 최반장(손현주). 부하직원들과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탄 택시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눈치 챈다. 외딴
곳에 멈춘 택시 기사는 갑자기 최반장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이에
대항하던 와중에 도리어 자신이 든 칼에 찔려 죽는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던 찰나,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진급심사를 떠올리며, 사건을
은폐하기로 한다.
다음 날 아침, 강남경찰서
앞 한 건축공사장의 대형크레인에 지난 밤 칼에 찔려 죽었던 사내가 매달려 있는 채로 발견되고, 경찰은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총력전을 벌인다. 그
수사를 담당하게 된 최반장. 누가
시체를 매달아 놓은 것일까, 왜
또 최반장은 살해 위협을 받게 된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지는 진실, 그리고
드러나는 과거.

2.
감상평 。。。。。。。
요새 슬래셔 무비가 떠오를 정도의 잔인한 폭력장면이나, 마케팅용
여배우 노출 등을 별 생각 없이 집어넣는 어쭙잖은 영화들이 많다. (물론
대개는 뻔한 스토리에 이슈몰이로 흥행을 끌어볼까 하는 얕은 생각이 대놓고 드러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백운학 감독은 처음부터 뚝심 있게 손현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다른 데에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손현주가 연기하는 최반장의 심리에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이야기가 질질 끄는 감 없이 경쾌하게 진행된다.
다만 그렇게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을 하는 나머지, 주변
인물들이나 사건들을 좀 놓쳐버리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최반장의 가족이라는 소재는 영화의 전체 줄거리와 어우러져 극의 감정을 좀 더 깊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또, 최반장을
몰아가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였겠지만, 언뜻
정교해 보이는 수사과정도 사실 CCTV 영상
찾아본 것 말고는 딱히 수사랄 것도 없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 요새
택시들이면 다 달려 있는 네비게이션을 통해 사건 당일 택시의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도 있고 말이지.. 굳이
CSI를
만들 필요까진 없었겠지만, 조금만
더 디테일을 살렸더라면 어땠을까.

주연을 맡은 손현주의 과하지 않은, 딱
필요한 만큼의 흥분과 당혹감, 그리고
분노를 표현해 내는 연기력은 훌륭하다. 그리고
강력반 막내 형사 동재 역의 박서준이라는 배우도 눈에 확실히 들어오고. 여기에
이런 쪽 하면 빠지지 않는 전문 조연배우인 마동석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자칫 그저 한없이 충격과 두려움 속에서 쫓기만을 하다가 끝나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극 후반에 삽입한 절묘한 설정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물론
이런 형식이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렇게 치면 첫사랑 이야기는 다 건축학 개론이고, 연쇄살인
이야기는 다 살인의 추억?) 이런
맛조차 없는 영화들도 수두룩하니까.
영화 속 문제의 원인은 결국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태도이다. 사실
최반장이 저지른 살인은 방어를 하던 중 일어난 우발적 사건이었고, 물론
입증하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승진의 기회가 날아갔을지도 모르지만) 처음부터
표준절차대로 신고만 했다면 이렇게까지 쫓기는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과 조작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커지는 법. 항행규정을
지키지 않은 배는 가라앉고, 한
번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국회의원 자리까지도 하나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그러는 거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이렇게 규정 따위를 우습게 아는 인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규칙이라는
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지킬 것이라는 기대가 유지될 때에만 지킬 의사가 생기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혹은
많지 않더라도 사회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규정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그 사회나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다. 지금
우리가 고위공직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불안감은 바로 그런 위기상황에 대한 전조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결과는 영화 속 최반장과 같은 파국일텐데..
제법 볼만했던 스릴러. 같은
상영관을 빠져 나오면서 살짝 엿들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두 분도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는 평을 내리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