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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 어센딩
라나 워쇼스키 외 감독, 채닝 테이텀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이모네 가족들과 함께 청소 대행업을 하며 살고 있는 러시아계 이민자인 주피터(밀라
쿠니스). 어느
날 그녀를 노리는 외계인들이 나타났고, 다시
그런 외계인들을 막아내고 그녀를 구하려는 케인(채닝
테이텀)도
나타난다.
영문도 모른 채 케인과 함께 우주로 날아간 주피터는, 자신이
우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브라삭스 왕조의 계승자라는 말을 듣게 된다. 현재는
만년이 넘도록 살며 다스리던 여왕이 죽고, 그의
세 자녀인 발렘, 칼리크, 티투스가
왕국을 다스리고 있는데, 죽은
여왕과 정확히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그녀가 왕국의 정당한 상속자라는 것. 여기에
지구 같은 행성들은 왕조가 필요한 힘을 얻기 위해 만든 농장에 불과하며, 인간은
‘수확’ 후
‘정제’된다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까지..
냉철한 사고와 판단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빌렘과 허허실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뒤로 음모를 꾸미는 타이터스는 저마다 주피터를 손에
넣기 위해 힘을 쓰고, 그들의
손아귀에서 주피터를 구해내기 위해 케인은 자기 한 몸 바쳐 거의 역대급 활약을 펼친다. 주피터는
왕조의 주인이 되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뭐
영화니까..)

2.
감상평 。。。。。。。
일단 그래픽 하나는 입이 떡 벌어진다. 유럽의
중세 고딕 양식을 재현한 높은 첨탑들과 복잡한 구조의 건축물들이 우주 공간에 세워져 있고, 하늘을
날게 해 주는 부츠(이게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품)와
케인이 타고 다니며 적진을 휘젓는 비행체 등은 이 영화가 CG에
꽤나 공을 들였음을 짐작케 한다.
영화 자체도 나름 철학적인 질문을 담아내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 예컨대
초반에 스팅어가 자신의 신분에 대해 믿지 못하는 주피터에게 했던 말 -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누구냐의 문제다. -이나, 정확히
같은 유전자 배열을 띠고 태어나는 것을 환생이라고 부른다는 칼리크의 코멘트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말 그대로 그냥 ‘지나가는
말’일
뿐이고, 그
이상 파고들어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장면들을 빼면, 그저
또 하나의 신데렐라 이야기 정도? 남의
집 청소를 하며 살던 가난한 이민자가 지구를 포함한,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왕조의 주인이 된다는.. 다만
신데렐라가 그랬던 것처럼, 천성적으로
순수하고 선했다는 점을 빼면, 여주인공은
판단력도 부족하고, 새로운
정보와 힘을 습득하는 속도도 늦으며, 무엇보다
책임감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정도의 큰 이야기를 벌여 놓고서, 다시
여주인공을 케인과의 러브스토리라는 소용돌이로 밀어 넣은 감독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다른 소재가 눈에 더 들어왔다. 지구가
거대한 인간농장에 불과하고, 그보다
위에 있는 누군가가 그들을 ‘수확’하려
하고 있다는 부분 말이다. 인간
백 명을 정제해서 빛나는 액체 한 통을 만들고, 그것이
그 자체로 왕조의 부가 되는 상황, 그
모양까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아닌가.
150년
전만 해도 공식적으로 미국에서도 남아 있었던 노예제, 아프리카
등지에서 납치해 온 엄청난 수의 노예들이 희생 위에 미국의 경제가 돌아갔고, 경제적인
이유로 인간을 인간 이해로 대우하는 제도를 없애려는 움직임은 제지받고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이런 제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 전근대적 플랜테이션 산업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첨단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그
고가의 새 장난감을 유럽과 미국의 구매자 손에 쥐어주기 위해 중국과 아시아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혹사당하는
모습은, 영화
속 그것과 별로 다른 점이 없지 않은가.
아브라삭스 왕조가 아닐 뿐이지, 이미
이 세상은 ‘높은
탑’ 위에
사는 소수의 지배자들의 농장으로 전락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노동자들을
‘정제’해
손에 쥔 부로, 그들은
로비를 통해 입법기관을 손에 넣고, 사법기관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행정기관에는
아예 자기들의 수족들을 보내 좌지우지 하고 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감독들이 이런 쪽을 그려봤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좀 더 먼 곳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나치게 과장된 홍보만 아니었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오락영화 정도라고 했을 텐데, 뭔가
엄청난 게 있는 양 선전을 해두니 상대적으로 실망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