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기가 남의 험담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기 바란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고 말았는지.

그것을 말함으로써 안심하는 자기의 약점은 무엇인지.

……

그 모든 것이 나 자신의 약점을 험담으로 감추려 했던 짓일지 모른다.

 

- 모토야마 리사, 교실의 가장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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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부산 인근의 한 과수원 축사를 개조한 공간에서, 세계 각국의 시각예술가 십여 명이 모인 작업공간이 있었다. 입주 예술가들의 전시회를 위한 파티에 파란 옷을 입은 예쁘장한 아가씨 한 명이 나타났고, 그녀와 따로 만나는 작가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다음에는 또 누구 차례일 것인가,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 같은 것을 표현하려고 한 듯하지만 대실패.

 

 

 

 

2. 감상평 。。。。。。。  

 

     영화의 실패는 공포라는 장르를 선택했지만, 별로 무섭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문의 여인(더구나 그 여인은 초반에 자살을 한다)과 갑작스러운 실종 자체는 분명 여인이 귀신이라는 암시를 강력하게 주지만, 그녀는 눈에서 피를 흘리지도, 기괴한 목소리나 표정을 짓지도 않는다.

 

     영화 전체에 걸쳐서 심리적인 공포를 주려고 노력했다는 감독의 변이지만, 어느 포인트에서 그 공포를 느껴야 하는지 설명을 안 되어 있으니.. 그렇다면 카메라 촬영기법으로라도 뭐 그런 느낌을 줬어야 했는데, DSLR과 고프로, 아이폰 만으로 좀 더 리얼한 장면을 그려내려고 했다는 핑계로 여기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까지 자임해 버렸으니..

 

 

 

     그런데 또 뭐 파란 옷을 입은 아가씨에게 핏자국이라고 그렸다면 또 그것대로 혹평을 받기 좋았을 영화다. 별 내용도 없이 그저 특수효과에서 의존해 놀라게 하려고 했다는 식으로. 그렇다, 여기에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주제의식의 부재다.

 

    감독은 후기에서 예술가들의 예술의 원천이기도 한 개인적인 트라우마 문제를 부각시키려고 했다는데, 영화 어디에서 그게 부각되고 있었는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실험과 도전, 창의는 좋은데, 찍어 놓고 자기들끼리 비디오로 돌려볼 게 아니라면 좀 더 친절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참고로 영화 속 등장하는 창작 공간은 실제로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나온 인물들도 실제 그 안에서 작업을 하던 예술가들이라고. 일종의 페이크 다큐를 떠올렸던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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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도를 들어 안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으니라

- 공자 (논어 이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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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식품의 숨겨진 비밀 - 유전자 조작 기술이 가져온 악몽!
후나세 슌스케 지음, 고선윤 옮김 / 중앙생활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1. 요약 。。。。。。。    

 

     책은 킹콘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농업회사인 미국의 몬산토에서 만들어낸 유전자 조작 옥수수인 킹콘을 먹인 실험용 쥐에 자신의 몸집만한 크기의 암 종양이 생긴 사진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저자에 따르면 이 미국산 옥수수는 콘 시럽과 사료 등으로 가공되어 현재 전 세계의 먹거리를 거의 지배하고 있다시피 하다. 책에서는 몬산토사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저지르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음모들 회전문 인사를 통해 정부정책에 직접 관여하거나 생물특허를 통해 농민들을 지배하고, 나아가 유전자조작으로 자가 재생산이 불가능한 터미네이터 종자를 만들어내기까지 이 소개된다.

 

     저자는 무엇보다 유전자 조작 식품들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동물실험에서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나타난 바 있고, FDA같은 관계당국에서 내주는 승인은 회사에서 낸 자료를 가지고만 평가를 하기 때문에 반쪽짜리일뿐더러,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발현되는 독성이 아닌 장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시험된 바 없다는 이유들이 여기에 등장한다.

 

     책의 후반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비정상적인 가축들에 의해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 작물과 함께 세트로 판매하던 목적형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잡초들이 나타기 시작했고, 인도와 중국 등지에서는 해충을 막는다는 몬산토산 유전자 조작 목화를 공격하는 해충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 이는 해결하기 위해 다시 독성이 높은 농약을 뿌려야 하고, 이 악순환이 계속될수록 농민들의 경제적인 부담만 늘어날 뿐이었다. 저자는 이런 예들을 통해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 감상평 。。。。。。。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책의 짜임새에 관해서는 한 마디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우선 책 전체의 구성에 논리적 흐름이 약하다. 이런저런 소재들을 언급하는 것이야 좋지만 그것들이 하나의 큰 논리 안에 잘 꿰어져 있을 때에야 가치가 있는 거지, 이렇게 산발적으로 늘어놓는 차원에서 끝내버린다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까 싶다.

 

     저자의 접근 방식도 좀 문제다. 저자가 비판하고 있는 상대방이 소위 과학적인 결과를 가지고 나온다면, 그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맞받아치는 것보다 상대 주장의 허점을 차근차근 집어 가는 게 더 효과적이다. 여기에 상대편이 가진 윤리적인 문제점들을 곁들인다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런 시도들은 아주 살짝 시도되다가 곧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감정적 도발이 차지하고 만다. 유전자 조작으로 털이 하나도 없이 부화한 닭은 분명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킨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라면 아예 극단적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는 이상 동일한 감정적 비난을 방어해야 할 차례가 곧 돌아오지 않을까.

 

     책 전체에 걸쳐서 끊임없이 모종의 음모론이 등장하는 것도 좀 안타깝다. 이런 음모론에는 별다른 증거나 논리적 설명이 따라오지 못하곤 하는데, 여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몬산토사는 손톱 끝까지 일루미나티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주장을 기정사실화 하고는, 그것이 세계 최대 비밀결사 조직인 프리메이슨의 중추 조직(51)이라는 데까지 나간다. 프리메이슨이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한다는 건지..

 

     저자는 계속해서 유전자 조작이 신의 섭리를 어긴 것이라는 식의 표현을 보이는데, 이것만 보고 저자가 어떤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 저자 자신도 밝히고 있듯 여기에서 이란 자연을 가리킬 뿐이니까(154, 180). 그런데 그러면서도 전능함이나 악마와 같은 사고들을 자유롭게 써 내려가는 건 또 웃기다(175).

 

     문제는 역시 책에서 공격하려고 하는 대상을 정확하게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유전자 조작 자체를 반대하는 건지, 그것이 우리가 먹는 식품과 관련된 부분을 반대하는 것인지 부터가 불분명하다. 예컨대 저자는 거미줄은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몇 배나 높은 강도를 지닌 최첨단 바이오 소재인데, 여기에서 착안해 거미의 유전자를 양이나 소 등에 이식해 새로운 섬유소재를 개발하려는 것도 문제 삼는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으로 기존보다 단백질 함량이 훨씬 높은 우유를 만들어 개발도상국의 유아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미국의 한 박사를 향해서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칭찬하기까지 하고 있으니(142) 이런 혼란은 저자 자신도 해결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문제들은 하나 같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다국적 종자회사의 횡포는 여러 나라들의 농민들을 파산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여기에는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악의적인 국내법 조항들도 관련되어 있다. 생태계의 교란이나 안전성 등도 하나같이 중요한 문제들이다. 다만 책장을 넘길수록 신뢰감이 들지 않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은 정신을 자꾸 산란시키기만 한다.

 

     유전자 조작 종자회사들의 횡포를 비롯해 이 책에서 다룬 문제들에 대한 보다 상세하고 잘 정리된 접근을 원한다면, 반다나 시바의 테라, 마드레를 비롯한 책들이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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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자유주의의 임무가 왕의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진정한 자유주의의 임무는

의회 권력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될 것이다.

 

- 허버트 스펜서, 개인 대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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