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1960년대, 큰
병으로 요양 차 서울에서 내려온 유명한 조각가 준구(박용우)와
그의 아내 정숙(김서형). 극심한
우울증으로 아무 것도 손에 잡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정숙은
읍내에서 팔 다리 긴, 그래서
모델이 될 만한 민경(이유영)을
데려왔고, 처음에는
썩 내키는 것 같지 않던 준구도 그녀를 보자 창작의욕이 불끈 솟아오른다.
그렇게 작업은 시작되었고, 준구의
상태는 점점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남녀가, 그것도
여자는 옷을 다 벗은 채로(누드모델이었다) 만나는데
아무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그런데도
정숙은 아무 내색하지 않고 준구의 작업이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내조하는 일에만 온 정성을 다한다.
나아지는가 싶던 준구의 건강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자신의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 그는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2.
감상평 。。。。。。。
영화가 무게감이 느껴졌던 것은 단지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낮은 톤으로 대사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야기는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이라는, 전통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작가와 모델 사이의 약간은 설레는 감정적 교류(물론
이 부분에 잘 묘사된 것 같지는 않지만)와
부부사이의 헌신이라는 소재까지 더해서 전반적으로 단정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감독의 전작 26년과는
다르게 영화는 매우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배경이
되는 시골 마을도, 개울이
흐르고, 푸른
논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꾼들이 일을 하는 등, 정말
쉬러 가기에는 좋은 곳이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 다만
60년대라는
배경에는 어울리지 않게, 부둣가에
두꺼운 콘크리트로 포장된 둑이 보였던 것은 좀 아쉬운 부분. 인물들도
요새 나오는 영화들의 인물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계산적으로만 움직이기 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하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가 아닌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만 이렇게 너무 잔잔하게 흘러가다보니 영화에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뭐
모든 영화가 그렇게 달리고 때리고 부시고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박용우와
김서형의 안정적인 연기에 이유영이라는, 단지
노출로 눈을 끌어보려는 게 아니라 연기력이 받쳐주는 신인급 배우의 호연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