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몇 년 전의 폭행 사건으로 20세 이후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크리스틴(니콜 키드먼). 매일 아침 깨어나면 그녀는 바로 어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돌봐주는 남편 벤(콜린 퍼스)가 출근하고 나면 매일 아침 걸려오는 전화 한 통.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크리스틴이 몇 주 전부터 상담을 시작했다는 정신과 의사 내쉬(마크 스트롱)가 옷장 속 디지털 카메라를 보고 어제의 기억을 되살리라고 말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애쓰던 크리스틴. 조금씩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주변 사람들 누구도 안심하고 믿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고, 그 거짓말에 선의, 혹은 악의 중 어떤 것이 담겨 있는지 알아내는 것도 온전히 그녀의 몫. 진실은 무엇인가.

 

 

 

2. 감상평 。。。。。。。  

 

     꽤나 몰입감 있는 도입부를 보여준다. 잠에서 깨어난 여주인공은 바로 옆에 알 수 없는 남자가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 정신을 차리자 그는 자신이 남편이라고 이야기한다.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여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모든 걸 의심하기 시작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떤 게 진실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물론 예상이야 이렇게 저렇게 하겠지만, 그래서 결론이 짐작이 되느니 어쩌느니 하겠지만, 글쎄.. 감독은 결론부에 이르기 직전까지 어느 쪽으로도 완전한 혐의를 두기 어렵게 만들어 나간다. (내쉬와 벤 중 누가 나쁜 놈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던 전개라는 말이다)

 

     이런 종류의 심리극은 확실히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주연급의 세 배우들은 모두 괜찮은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 덕분에 그렇게 길지 않은 상영시간 동안 충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잃어버린 기억을 대신할 도구로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매우 제한된 도구에 불과하다. 카메라가 꺼져 있는 동안 생긴 일들은 담아낼 수 없는 거니까.(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크리스틴이 남편 벤을 믿고 의지해야겠다고 기록을 남긴 직후 벤에게 폭행을 당하지만, 다음날 깨어난 크리스틴은 카메라에 녹화된 메시지만을 보고 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갈수록 더 많은 부분들을 기계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존하기 시작한 우리들은 언젠가 중요한 부분에서 큰 구멍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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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왕따에 빵셔틀로 생활하다가 서울로 전학을 온 우기명(주원). 이번 생은 완전 망했다고 생각하는 그의 앞에 새로운 학교의 퀸카 혜진(박세영)이 나타난다. 하지만 미녀 옆에는 그에 걸맞은 간지남원호(안재현)가 있었으니.. 이 관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간만에 엄마가 선물로 사준 비싼 패딩은 알고 보니 짝퉁이었고, 따지러 찾아간 소규모 공장에서 만난 남정(김성오)를 통해 간지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그의 삶에도 비로소 빛이 비춰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서바이벌 형식의 패션 감각 오디션(?)에까지 참여해 원호와 대결을 펼치게 된 기명은, 치열한 관문을 뚫고 마침내 결승까지 진출한다.

 

 

 

 

2. 감상평 。。。。。。。  

 

     웹툰을 그것도 개그라는 장르를 가지고 있는 인터넷 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겠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웹툰의 특성상 표현과 설정이 상당할 정도로 자유로운데, 이걸 아무리 자유롭다고 해도 확실히 어떤 틀을 가지고 있는 스크린으로 옮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만화의 당황스러울 정도로 자유로운 설정은 언뜻 이 영화를 B급 영화 정서로 이끌어 가는 듯하지만, 뭐 그런 부분은 처음부터 개그로 받고 들어가면 또 아주 못 받을만한 부분도 아니다. 이 작품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렇게 나름 ‘B급 간지를 유지하며 나갔던 뚝심을 영화 후반부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급격하게 무너져버렸다는 점이다.

 

 

 

     영화 종반부에 쉴 새 없이 치고 나오는 황당한 설정 기명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도 아닌데 그의 동영상이 공개되면 무슨 엄청난 일이나 일어날 것처럼 울고불고 하는 어머니나, 오디션 1등하겠다고 오토바이 강도를 동원하는 원호, 또 피 철철 흘리면서 굳이 오디션에 기어들어가는 기명 자신까지 은 초반부의 황당함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사실상 이야기의 틀을 흔드는 당혹스러움을 주니 말이다. 덕분에 영화는 진정한 B급 영화로 거듭나고 말았다.

 

     감독의 전작인 이별계약을 상당히 좋은 느낌을 봤는데, 이번 작품은 확실히 아쉽다 못해 실망스럽다. 감독 본인과 잘 맞지 않는 옷이었던 걸까. 박세영을 비롯한 여러 조연들과 까메오가 잔뜩 등장했지만 대부분 겉돌다가 묻혀버렸다. 전작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감독은 주인공에 확실하게 집중하는 쪽이 더 잘 어울리는 쪽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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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은 죽음을 다르게 설명한 것이 아니다.

부활은 죽음이 타도된 것이며,

죽음에 의존해서 권력을 휘두르던 자들이 타도된 것이다.

 

- 톰 라이트,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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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
조지 허버트 외 지음, 최애리 엮어 옮김 / 버드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1. 요약 。。。。。。。     

 

     중세 문학을 전공한 편역자가 오랜 시간 동안 모아온 서양 시 100편을 번역해 책 한 권으로 모았다. 보통 이런 모음집은 한두 가지 주제를 부여하기 마련인데, 이 책의 경우 기독교 신앙을 가진 시인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담아 노래했던 시들을 묶었다. 역자는 총 일곱 개의 항목으로 시들을 분류했는데, 각 항목의 제목을 잘 알려진 찬송가의 제목에서 따왔다는 점이 재미있다.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내가 사랑하는 C. S. 루이스나 그의 스승격이었던 조지 맥도널드의 시도 있고, 그 외 나처럼 이런 시에 조예가 없는 사람들도 이렇게 저렇게 한두 번은 들어봤을 만한 작가들의 이름도 보인다.

 

 

2. 감상평 。。。。。。。   

 

     ​어렸을 때부터 시 쪽은 젬병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는 금방 읽어버릴 수 있어서 편하기는 했지만(그 땐 뭐든지 많이 읽는 게 당면 과제였다), 그것을 음미해본 적이 없었고, 성경을 읽을 때도 시편 부분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확실히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건지, 이제는 종종 시를 읽으며 뭔가 느껴지기도 한다. 시어의 함축성과 그 형태 자체가 주는 운율의 재미 같은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 달. 물론 여전히 대하기엔 약한 문학 장르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경우도 솔직히 백 편 모두로부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인상적인 시편은 이십여 편 남짓, 그리고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시는 정확히 네 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시들이 별로였다는 뜻은 아니고, 지금 시를 읽는 내 상태에서는 그랬다는 의미다. 편역자가 마치 보석 악세서리를 모으듯 한 편, 한 편 수집을 하듯 정성껏 수집해 놓은 시들은 깊은 신앙적 묵상이 묻어나온다.

 

 

     책의 짜임새도 좋다. 책장의 왼편에는 뽑은 시가, 오른 쪽에는 그 시와 관련된 간단한 해설이 실려 있다. 또 책 뒤편에는 각각의 시들의 영어 원문이 실려 있어서, 원문을 통해 운율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나, 이 번역이 원래는 어떤 단어로 표현되어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찾아보기 쉽게 되어 있다. 또 각 시인들의 간략한 일생이 영문 이름순으로 실려 있기까지 한 걸 보면, 정말 책을 급하게 대충 만든 게 아니라는 게 보인다.

 

     다른 시간, 다른 상황에서 읽어보면 또 다른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을 것 같은 책. 사실 시의 특성이란 게 그런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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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1960년대, 큰 병으로 요양 차 서울에서 내려온 유명한 조각가 준구(박용우)와 그의 아내 정숙(김서형). 극심한 우울증으로 아무 것도 손에 잡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정숙은 읍내에서 팔 다리 긴, 그래서 모델이 될 만한 민경(이유영)을 데려왔고, 처음에는 썩 내키는 것 같지 않던 준구도 그녀를 보자 창작의욕이 불끈 솟아오른다.

 

     그렇게 작업은 시작되었고, 준구의 상태는 점점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남녀가, 그것도 여자는 옷을 다 벗은 채로(누드모델이었다) 만나는데 아무 감정도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그런데도 정숙은 아무 내색하지 않고 준구의 작업이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내조하는 일에만 온 정성을 다한다.

 

     나아지는가 싶던 준구의 건강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었고, 자신의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 그는 마지막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2. 감상평 。。。。。。。  

 

     영화가 무게감이 느껴졌던 것은 단지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낮은 톤으로 대사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야기는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이라는, 전통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작가와 모델 사이의 약간은 설레는 감정적 교류(물론 이 부분에 잘 묘사된 것 같지는 않지만)와 부부사이의 헌신이라는 소재까지 더해서 전반적으로 단정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감독의 전작 26년과는 다르게 영화는 매우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배경이 되는 시골 마을도, 개울이 흐르고, 푸른 논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꾼들이 일을 하는 등, 정말 쉬러 가기에는 좋은 곳이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 다만 60년대라는 배경에는 어울리지 않게, 부둣가에 두꺼운 콘크리트로 포장된 둑이 보였던 것은 좀 아쉬운 부분. 인물들도 요새 나오는 영화들의 인물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계산적으로만 움직이기 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하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가 아닌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만 이렇게 너무 잔잔하게 흘러가다보니 영화에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뭐 모든 영화가 그렇게 달리고 때리고 부시고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박용우와 김서형의 안정적인 연기에 이유영이라는, 단지 노출로 눈을 끌어보려는 게 아니라 연기력이 받쳐주는 신인급 배우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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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5-01-1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팩트는 마지막이죠. 자신의 모델을 위해 박용우가 살인을 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스킵신공으로 봐도 크게 무리는 없더라고요. 다만 가만히 뜯어 보고 있노라면 무거운 분위기가....

노란가방 2015-01-11 12:20   좋아요 0 | URL
전 그 부분이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그랬나 봅니다. ㅎ
영상 자체도 그렇게 자극적으로 보이지 않기도 했구요.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데
이 영화의 묘미는 복잡한 심경을 보여주는 떨림, 뭐 그런 부분이 더 집중해 볼만햇던 것 같습니다. ^^

saint236 2015-01-1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임팩트였다는 것은 이 영화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반전이 없었다는 뜻이지요...ㅎㅎ

노란가방 2015-01-12 10:0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되는 건가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