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줄거리 。。。。。。。
조선 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기관인 상의원의 어침장 조돌석(한석규). 상민
출신인 그는 오랫동안 왕실의 의복을 만든 공으로 이제 얼마 후면 양반의 첩지까지 얻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 사이
선왕이 죽고 세제였던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서, 돌석은
왕이 신하들에게 하사하기 위한 관복을 제조하느라 밤낮없이 바쁘다.
한편 궁궐 밖 한 기생집에서 새로운 패션을 일으키고 있는 솜씨 좋은 바느질장 이공진(고수)은
우연찮게 중전(박신혜)의 옷
수선 의뢰를 받게 되고, 이
기회에 상의원에 들어가면서 전통과 혁신을 대표하는 조선 패션계의 두 강자가 만나게 된 것.
패션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긴 했지만, 평생을
옷만 만들어 온 두 사람은 묘하게 통하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궁궐의 더러운 싸움에 말려들어가면서 그들이 만든 ‘옷’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2. 감상평
。。。。。。。
요새 들어 영조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른
나이에 죽은 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인물, 야사이긴
하지만 형에 대한 독살의 의혹도 사고 있을뿐더러, 조선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재위하며 아들이 아닌 손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인물(아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기까지)이니
이야기꺼리가 많기는 한가보다. 물론 이
작품 안 ‘왕’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저간의
상황을 보면 영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던 왕의 인생이 주는 불안감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로 쉽게 전염되곤 했고, 돌석과
공진의 삶을 꼬이게 만든다.
왕실의 의복을 다루는 직업을 그리는 만큼, 영화
전체를 걸쳐서 한복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아마도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의상제작에 사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확실히
한복의 맵시는 무척이나 다양하게 응용되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멋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전통이 거의 사라져버리다시피 되어버린 건 참 이만저만한 문화적 손실이 아니다 싶다. 언제부터
서양 옷만이 정장이 되어버린 건지..
하지만 이런 화려한 볼거리를 넘어서 이야기의 구조만을 보자면 확실히 아쉬운 점이 많이 느껴진다. 주연을
맡은 두 배우 한석규와 고수는 언뜻 대립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완전히 적은 아니다. 그러기엔
두 캐릭터 모두 ‘악’이 좀
부족하다. 그렇다면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립하는 관계라는, 훨씬
어려운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영화 속엔 바로 이게 부족하다. 쉽게
말해 종반부에 갑자기 휘몰아치는 왕의 분노가 그닥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고, 한석규가
맡은 돌석 캐릭터의 심리가 충분히 제대로 설명되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갈 뿐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의 사극영화라는 점도 분명 마이너스적 요소. 작년에
개봉했던 ‘관상’과
비슷한 구도와 스토리인데 소재만 의상 디자이너로 바뀐 느낌이랄까. 그나마
관상에선 송강호가 맡았던 내경 캐릭터의 심리묘사가 잘 되어 있었지만, 이건
너무 여러 가지를 담아내려고 욕심을 낸 건 아닌가 싶다.
이 와중에 박신혜는 참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