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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서울의 한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무력이 동원된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중 두 사람이 죽었다. 하나는
철거민의 열여섯 살짜리 아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들을 강경진압하던 경찰이었다. 현장에서
죽은 소년의 아버지는 경찰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는데, 누구도
이 가난한 철거민의 일을 맡으려 하지 않다보니 결국 사건은 국선전담변호인이었던 윤 변호사에게 맡겨진다.
검찰 측에서는 좀처럼 사건 증거자료를 변호인에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아들을
죽인 것은 경찰이 아니라 용역업체 직원이고 경찰은 이유 없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했고, 변호인
측은 용업업체 직원이 아니라 경찰이 아들을 구타해 죽였고 이를 막기 위해 나섰던 아버지는 정당방위의 차원에서 우발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는
논지를 편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를 상대로 한 100원짜리
소송도 함께 진행하게 되는데..
2. 감상평
。。。。。。。
재개발로 인한 철거민 보상 문제는 오랫동안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일단
재개발지구로 지정이 되면 건설사측에서는 지역 내 건물 소유주들과 보상금 협상을 한다. 물론
여기에도 보상금 규모를 두고 다툼이 적지 않긴 하지만, 적절히
챙긴 집주인들은 다른 곳에서 새롭게 정착을 하게 된다.(물론
여기에 지역문화의 소실 등의 부수적인 문제들도 발생하곤 한다.) 문제는
그 지역에서 세를 내며 생활하던 세입자들이다. 이들은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종종 보증금까지 떼어먹히거나, 상점을
운영하던 사람인 경우 적지 않은 액수의 권리금을 모두 날려버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뭐 수천억씩 날려버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 같은 큰 사기꾼들이야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겨우
천만원 때문에도 살고 죽는 게 결정되는 서민들은 당연히 그대로 쫓겨 날 수 없는 게 당연. 그리고
이제부터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투쟁의 강도도 점점 강해진다. 그러면
건설사들은 ‘용역업체’라는
이름의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그들을 협박하고 쫓아낸다. 많은
경우 재개발 사업에 극심한 폭력이 나타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이런 재개발 사업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법정공방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활력 있는 문체로 재판의 준비과정부터 진행까지 실제 법령에 준해 실감나게 써 내려간다. 법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답게 재판 관련 장면은 상당히 공을 들여 쓴 것이 눈에 보이는데, 인물들의
성격이나 관계가 조금 더 극적으로 묘사가 되었다면 완성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작품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 중 하나는 이야기의 종반부에 위치한 홍 검사와 윤 변호사의 만남 장면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뭔가 거대한 음모가 끼어들기에 딱 적절하게 전개되고 있었는데, 또
이게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뻔한 전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두 사람의 이 마지막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그렇게 상투적으로 끌고 가는 대신 좀 더 여운을 남기는 방식을 택한다.
서평을 쓰려고 검색하던 중, 최근에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곧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있었다’고
과거형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원래 이 영화의 배급을 맡기로 했었던 CJ가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개봉일을 미루고 있기 때문. 하긴
회장이 배임으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한 이 소설의 내용이 정말로 현실과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 나아가
영화를 좀 더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거.. (이게
홍보의 일환이라면 정말 대단한 잔머리고)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