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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ㅣ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1.
줄거리 。。。。。。。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해 시체를 유기하고, 한
달 후 다시 내연녀마저 살해해 같은 방식으로 유기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한 남자가 있었다. 검사는
그가 탐욕스럽고 비열하며, 부도덕한
인물이었다고 몰아가며, 그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들을 차례로 제시한다. 하지만
피고 측의 변론을 맡은 젊은 변호사는 놀라운 수완으로 검찰 측 증인들의 증언을 뒤집어 버리고, 피고가
감출 수밖에 없었던 비밀, 그가
신평민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재판의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바꿔놓는다.
2. 감상평 。。。。。。。
간만에 흥미로운 법정소설을 읽었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만을 그리고 있는 데다, 재판을
취재하러 온 기자의 눈에 비춰진 모습대로 그려지는, 관찰자적
시점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이런 작품에 딱 알맞은 객관적인 듯한 느낌을 준다.
법정물이라는 게 제대로 쓰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일단
공개되고 무력으로 지켜지고 있는 장소이기에 돌발적이고 큰 액션의 무엇이 나오기도 힘들다. 여기에
사건의 전개 대부분이 오직 말만으로 진행되어야 하니, (그렇다고
한없이 늘어져서도 안 된다) 기본적인
필력은 필수이고, 치밀한
심리묘사는 기본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이 작품은 이런 여러 요소들을 두루 잘 갖추고 있다. 덕분에
적지 않은 페이지에도 불구하고 몰입감 있게 빠져들 수도 있었고.. 확실히
이름값은 괜히 생기는 건 아닌가봐다.
소설
후반부의 결정적인 한 방이었던 ‘신평민’ 문제는
확실히 이색적인 소재다. 공식적으로는
신분제가 폐지된지 오래지만, 여전히
일본에는 구 ‘부락민’, 즉
신평민의 문제가 뿌리 깊게 남아 있어서, 몇
해 전인가에는 자민당 유력 총리 후보자를 향해 ‘부락민
출신 따위’가
그런 자리에 오르려 한다고 비난했던 대표적인 망언제조기 아소 다로의 예까지 있을 정도니까.
이 소설이 쓰였던 1960년대에는
더욱 이런 차별이 극심했을 텐데, 작가는
오늘날까지도 금기시 되고 있는 꽤나 폭발력 있는 사회문제를 작품 안에 적절하게 녹여내고 있다. 처음엔
단순한 치정문제를 다룬 것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면 훨씬 더 진지했던 주제를 표현하려고 했던 작품. 이
정도면 꽤나 훌륭하다고 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