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 SF/환상문학 테마 단편선 Miracle 5
이영수(듀나) 외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여러 재능 있는 한국 작가들이 쓴 SF, 환상문학 장르의 단편소설들을 책으로 엮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공통적으로 권력, 그것도 절대권력에 관한 풍자와 조소 같은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거의 다 써 버린 이후 수천 명만 남은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파수를 세우고 에너지의 소비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효율을 위해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을 공동체 밖으로 추방하는 과정을 그린 파수, 현실 세계에 나타나고 있는 온갖 사건들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도 믿지 못한 채, 모든 것이 입체 홀로그램 장치가 조작해 낸 것이라는 허황된 신문기사만 신봉하는 어리석은 시민들을 그리고 있는 신문이 말하기를 등은 초반부에 실린 재미있는 단편들이다.

 

     이외에도 경영합리화를 위해 낙하산으로 내려온 새로운 경영자가 추진하는 온갖 비효율적인 조치들을 조롱하는 낙하산,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새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수용하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목소리를 드릴게요도 주목해 볼 만한 작품이었고.

 

 

2. 감상평 。。。。。。。  

 

    SF나 환상문학은 확실히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현실적 제약으로 그리지 못하는 소재들을 실감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통치자가 각종 권력기관과 정보기관을 사용해 국민들을 통제하고, 억악하는 상황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사실적인 글에서 이런 상황을 문제 삼으려면, 비판적인 내용의 탐사보도나 추적기사를 내는 게 가장 강력한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환상문학의 경우는 다르다. 여기에선 상황을 완전히 비틀어서, 독재자를 조롱꺼리로 전락시킬 수도 있고, 그 독재자를 추종하는 무리들의 비논리성을 과장되게 그려내 사태의 본질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낼 수도 있다. 그리고 이편은 훨씬 재미있기까지 하니 읽을 맛도 난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주변과는 상관없이 빠져서 금방 읽을 만큼 재미있게 봤다. 물론 그 내용은 제법 묵직해서 종종 씁쓸한 웃음이 떠오르게 만들기도 하지만. 약간은 동떨어진 분위기였던 오라데아의 마지막 군주편이나 전형적인 결말이었던 황제를 암살하는 101번째 방법등은 나머지 작품들에 비해 살짝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작품.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대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익살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다. 물론 겨우 버스승차장에 쥐 그림 그렸다고 구속수사를 시키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현실에선, 풍자도 약자들이 사용하기엔 꽤나 위험한 도구가 돼버린 것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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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9 1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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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죄를 지었다고 해서 내가 벌줄 필요는 없어요.

죄는 그 자체가 벌이기 때문에 안에서부터 당신을 집어삼키죠.

내 목적은 죄를 벌주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걸 치유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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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 신국원의 꿈, 비전, 세계관 이야기
신국원 지음 / 복있는사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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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독교세계관 연구자이자 저술가이기도 한 신국원 교수의 새 책이다. 10여 년 전 니고데모의 안경이라는 책으로 대중적으로 읽힐 만한 좋은 기독교세계관 이론서를 냈던 저자는(실제로 이 책은 저자가 낸 책 중 최고의 판매고를..!!), 기독교 세계관이 단지 지적인 이론 차원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음을 아쉬워하며, 그것이 담고 있는 힘을 드러내기 알맞은 방식을 찾다가 역시 이야기’(내러티브)라는 도구를 찾아낸다.

 

     이번 책에서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열네 명의 인물 이야기를 통해 기독교세계관이 가르치는 주제들을 부드럽게 전달한다.

 

2. 감상평 。。。。。。。 

    역시 이야기는 힘이 있다. 옛날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어린아이는 물론, 드라마에 빠져 있는 엄마들, 술자리에서 끊임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아빠들까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는 그 관심도가 더욱 높아진다.

 

      그런데 성경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그건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 원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이야기, 즉 메타 내러티브이다. 그렇게 제대로 들은 이야기는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고, 삶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이게 성경에서 말하는 소위 회심이라는 현상이다

 

 

     책은 기독교세계관의 핵심 진술들을 모두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망이라는 주제가 눈에 띈다. 저자는 시종일관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그리고 가져야 하는 소망, 즉 하나님 나라의 회복과 완성을 강조한다. 그 자체로는 물론 참 힘이 나는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그만큼 현실이 암담하고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 자체도 좋지만, 앞서 나온 니고데모의 안경과 함께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니고데모가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준다면, 이 책은 그 틀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자체를 보여주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쌍둥이 책이라도 해도 좋을 듯. 내용과 전개가 그리 어렵지 않아서 쉽게 추천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책.

 

 

. 오타가 있다. 157페이지에 나온 IMF 사태의 연대는 1988년이 아니라 199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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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세계 최초로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유력한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이장환 박사(이경영). 단숨에 그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지만, 이 모든 게 조작되었음을 알고 있던 전직 연구원 심민호(유연석)는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 피디인 유민철(박해일)에게 전모를 밝힌다.

     처음엔 단지 불법적으로 난자를 매매한 것 정도로 생각했던 민철은, 아예 줄기세포 자체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든다. 보도 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 진실을 밝히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 사이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다.

2. 감상평 。。。。。。。  

     잘 알려진 황우석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로, 실제 사건의 얼개와는 거의 맞아떨어진다. 영화 속 주인공은 윤민철 피디와 정보제공자인 심민호 연구원, 그리고 그 반대쪽 대척점에 서 있는 이장환 박사로, 영화는 처음부터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심지어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 결과까지 대략 짐작하고 있으니 특별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

     감독은 영화 속에 진실과 국익이 충돌하면 어느 것이 우선인가하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반복해 넣으면서 이 영화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넌지시 던지는데, 아쉽게 영화의 진행은 이 질문에 적절하게 대응되지 못하고 있다. 이장환 박사의 연구가 (설사 조작이라고 하더라도 유지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윤민철의 취재를 방해하는 세력이나 인물이 당연히 나와야 하는데, 영화 말미에 잠깐 등장하는 정부측 인사를 빼면 딱히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취재를 방해하는 건 자신의 거짓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박사와 그의 연구 결과로 나올 치료법을 기대하고 있는 일부 순박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박사의 개인 지지자들인데, 이들 중 누구도 국익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다.

     이 부분이 재미있는 지점인데, 황우석 박사의 사기극이 드러날 당시는 소위 진보의 우상 중 한 명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직하던 상황이었다는 점이 대놓고 정부쪽을 악으로 묘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지나고 나서 이야기이지만, 사실 당시 노 전 대통령도 이 사기극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으니... 고의적인 책임까진 아니라도 아주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터..

     개인적으로는 문제의 초점을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언론과 상황과 분위기에 묻어가며 진실마저 은폐하려는 거짓 언론, 혹은 감정에 휩쓸리는 가벼운 여론 등의 대결구도로 잡아갔다면 좀 더 괜찮은 그림이 나오지 않았을 싶었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는 그냥 이장환 박사만 나쁜 놈으로 묘사하고 끝. .

  

     영화 속 진실은 결국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 속에서는 정권교체 이후 낙하산으로 내려온 바지 사장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사실을 자꾸 보도하는 방송 자체를 없애버리고, 입을 막는 새드엔딩으로 진행되고 만다. 천안함 프로젝트나, 다이빙벨처럼 정권의 주장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상영을 막겠다고 설치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도 여전히 변함없이 일어나고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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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4-10-3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내린 평가는 꽤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엉키지 않도록 단순화도 잘 시켰고.

노란가방 2014-10-31 12:50   좋아요 0 | URL
네. 스토리가 엉키지 않으니 보기엔 편했는데, 이 문제가 단지 유력한 사기꾼 한 명과 진실을 보도하려는 피디 사이의 싸움이었나 하는 부분에 좀 의문이 생기는 거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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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는 무언가를 파괴할 수 있을 뿐,

아무것도 구축할 수 없습니다.

 

- 하워드 진, 역사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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