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이라니! 얼어 죽을 희생!

희생의 의미가 뭔지 잠깐이라도 생각해봐.

그건 따듯하고 관대하고 기꺼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기분을 느끼는

영웅적인 한순간이 아니야.

 

가슴을 칼 앞에 내미는 희생은 쉬워.

왜냐하면 그런 건 거기서, 자기의 본모습보다 훌륭해지는 그 순간에 끝나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희생은 나중까지 - 온종일 그리고 매일매일 -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희생을 하려면 품이 아주 넉넉해야 하지.”

 

 

- 애거사 크리스티, 딸은 딸이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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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거리 。。。。。。。。  

 

     잘 나가는 영화음악을 노래한 남자친구 데이브와 함께 뉴욕으로 온 그레타(키이라 나이트리). 한동안 행복하게 보내는 듯했지만, 이내 인기를 얻은 데이브는 딴 여자와 바람이 나버렸다. 남자친구와 살던 집을 나와 또 다른 친구의 집에 간 그녀는, 친구의 권유로 한 펍(Pub)에 갔다가 거기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까지 부르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한 때 재능 있는 프로듀서였던 댄(마크 러팔로)을 만난다.

 

     그레타의 재능을 알아본 댄은 함께 앨범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둘은 친구들과 함께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며 녹음을 시작했다. 마침내 앨범은 완성되고, 그 과정에서 그레타의 상처와 댄의 가족문제까지 치유된다.

 

 

 

 

2.감상평 。。。。。。。。  

 

     꽤나 괜찮은 영화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제야 시간을 내서 보게 됐다. 역시나 키이라 나이틀리의 연기는 군더더기 없었고, 이번 영화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역에 맞게 직접 노래까지 부른다. 뭔가 보너스를 얻은 느낌? 상대역인 프로듀서 댄 역의 마크 러팔로도 이 시니컬하면서도 천진한 데가 있는 캐릭터를 잘 연기해낸다.

 

     역시 영화 전체에 걸쳐서 자주 삽입되어 있는 노래들을 말하지 않고 넘어가기 어렵다. 사실 큰 예산을 들여 만든 영화는 아닌 듯하지만, 요소요소마다 나오는 이 노래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맛이 난달까.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영화 속 노래들의 가사는 상황마다 딱 어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눈살을 찌푸릴만한 폭력이나 선정성 없이 충분히 편한 마음으로 즐길 만한 영화다. 전체적인 스토리에 딱히 변곡점이 없다는 건 약간 아쉽지만, 뭐 모든 스토리가 천편일률적으로 극단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즈음 상영하고 있는 영화 중에서는 제일 볼만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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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강조하다 보니

현대인들이 이혼하거나 비참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 아닌가?

사랑의 감정이 사그라질 때,

자신들의 결혼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기 때문일세.

하지만 사실 그들은 이제 막

진짜 결혼 생활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한 것뿐이네.

 

 

- C. S. 루이스, 당신의 벗,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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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아프리카사 - 개정판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역사
김상훈 지음, 김윤진 감수 / 다산에듀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약 。。。。。。。     

 

    책 제목이 이 책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역사를 현대까지 시대적 흐름에 따라 한 권에 담아낸다. 세계 4대문명 가운데 하나인, 잘 알려진 이집트 문명에 관한 소개가 2장에 실려 있고, 3장에는 이집트 이외의 지역의 역사가 고대로부터 중세까지 설명되어 있다. 이어서 유럽의 침탈이 시작된 시기에 관한 4장과 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시작한 현대의 이야기가 실린 5장이 이어진다.

 

 

2. 감상평 。。。。。。。   

 

 

    아프리카의 역사라는 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역사에서 아프리카가 중심이 되었던 적이 고대 이집트 문명 말고는 딱히 없었으니까. 우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리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것도 아니기도 해서 딱히 자주 접하기 어려운, 가끔 프리미어리그 구단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아니라면 그 이름도 생소했을 대륙이 아프리카였다.

 

    이 책은 그런 낯선 대륙 아프리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여주기 위한 교양서적이다. (사실 청소년들의 학습을 돕기 위한 책인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고대와 중세의 이집트 이외 지역의 역사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노크 문명이라든지 가나왕국’, ‘송가이왕국같은 제법 번성했던 큰 나라들, 그 외 중남부의 다양한 국가들에 관한 설명은 지루한 감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역시 아프리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서구 열강의 악랄한 식민정책과 약탈, 학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에도 그 부분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데, 어쩌면 오늘날 아프리카 대륙이 대체로 저개발 상태에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것도 이런 역사 때문일지도 모르건만,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은 채 문명국입네 행사하는 꼴이란..

 

 

    다만 책 곳곳에 잘못된 정보들이 몇 개 보이는 건 아쉽다. 먼저 저자는 서문에서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2차 포에니전쟁의 영웅인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고 설명하지만 완전 잘못된 설명이다. 실은 그 반대의 순서가 맞다. 아프리카누스는 스키피오 장군이 카르타고 세력과의 전쟁을 끝내고 아프리카(정확히는 북아프리카)를 평정했음을 기념해서 붙여준 존칭이다. 60페이지에 실려 있는 지도는 위치 표시가 엉망인데, 팔레스타인을 시나이반도 북부로 표시하더니, 원래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어야 할 유대와 이스라엘이라는 지명을 지금의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옮겨 놨다. 시리아 여기시 동쪽으로 치우쳐있고. 심지어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는 아예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에서 멀리 떨어져있기까지 하다. 144페이지의 예수 그리스도가 묻힌 예루살렘이라는 표현도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

 

    그래도 나 같은 비전공자가 읽기엔 괜찮은 교양서적.

 

 

※ 이 책은 '통아프리카사'의 개정판이라는데, 저자이름이 다르다. 서문의 내용은 동일한데 끝의 저자 이름만 김시혁에서 김상훈으로..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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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전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었던 거대한 전쟁 이후, 소수의 엘리트들은 인간 세계를 좀 먹는 불의와 분노, 살해와 다툼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특별한 공동체를 만든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절되는 그 곳에서는 엘리트들이 정해준 대로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고, 인위적으로 조정된 가족에서 성장하고, 배정된 직업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

 

    이 유물론에 기반을 둔 유토피아(?)’에도 구멍이 있었으니, 바로 기억보유자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갖고 새로운 후계자에게 그것을 전달해주는 전달자(Giver)이기도 했다.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세계에 혹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나머지 사람들에게서는 지워버린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남겨두도록 했던 것.

 

    새롭게 성인이 되어 직업을 배정받게 되는 날, 조너스(브렌튼 스웨이츠)는 새로운 기억보유자가 되도록 지명을 받는다. 교육이 계속되면서, 강렬한 끌림과 충격을 받은 조너스. 마침내 그는 정해진 선 밖으로 나가 진실을 대면하기로 결심한다.

 

 

 

 

2. 감상평 。。。。。。。。  

 

    영화를 보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같은 모양의 자전거를 타고, 정해진 직업과 삶을 살아가는 철저한 통제의 사회라는 디스토피아는 사회주의에 대한 오래된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또 어떻게 보면 낙원을 약속하며 사회를 통제하려는 권위주의에 대한 반발 같기도 하고. 물론 영화 속 원로들이라고 불리는 엘리트들은 통제의 대가로 자기들만 호의호식 하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 그들은 낭만적 소셜리스트라고 불러야 하나.

 

    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사회에는 인간을 격동시킬 만한 일체의 것들이 금지된다. 심지어 사랑과 같은 애매한단어들은 사용해서는 안 되고, 악기도 음악도 없다. 영화 전체에 걸쳐 옅은 회색빛이 모든 생생한 색들을 덮어버린다. 물론 엘리트들이 바랐던 대로 그곳에는 싸움도 분쟁도 없었지만, 그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합하지 않은사람들은 임무해제라는 이름으로 제거해야 했다는 점이 또 아이러니한 부분. 폭력을 없애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화와 평등이라는 가치는 물론 좋은 것이지만, 이 두 가치를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점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이미 오래 전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를 담은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이퀼리브리엄이라는 영화에서도 지적되었듯, 인간에게 있어서 감정이라는 부분이 제거되었을 때 남는 건 아무 개성이 없는 회색사회일 뿐이니까. 그런 사회에서 인간이란 전체의 부속품에 불과하고, 부속품은 처음부터 얼마든 교체 가능한 것에 불과한 법이다. 인간이 부속품으로 여겨지는 사회를 과연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구성이 아주 탄탄하고 짜임새가 있지는 않았지만, 그 소재나 제기하는 질문은 생각해 볼만했던 작품. 그래도 그렇게 늘어지는 감 없이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덧. 모든 것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 남겨두려고 했던 영화 속 엘리트들의 시도는 명백히 유물론에 기초해 있다. (인간의 존재와 본질, 미래까지도 계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좀 극단적인 면은 있지만) 그리고 이런 목소리는 계몽주의 시대의 교만한 학자들에서, 근대의 마르크스를 비롯한 사회철학자들에게서, 그리고 유산(遺産)은 자연의 자체적인 품질관리일 뿐이라고 논평하는 히친스나 도킨스 같은 소위 진화사회학자들의 주장을 통해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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