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리의 꿈 - 한국어 더빙 수록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 오구리 슌 외 목소리 / 이오스엔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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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아빠, 엄마, 그리고 여동생 네리와 함께 이하토브 숲에서 살고 있는 보라색 고양이 부도리. 하루하루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던 그의 가족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추위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화근이었다. 몇 해가 계속된 추위로 마침내 먹을 것이 다 떨어지자 아버지는 집을 나가버렸고, 어머니마저 그런 아버지를 찾아 숲으로 사라졌다. 하나 남은 동생 네리와 함께 근근이 버텨나가는 것도 한계에 부닥칠 무렵,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고양이게 동생을 데려가버리고 만다.

 

     더 이상 집에 남아있을 이유가 사라지자 부도리는 산 밖으로 나와 동생을 찾아 나섰고, 그 과정에서 농부 붉은 수염, 비단공장장, 구보 박사 등을 만나 일을 하며 조금씩 세상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구보 박사의 소개로 화산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부도리. 다시 한 동안 모든 게 평화로웠지만, 어느 날 다시 한 번 이전의 대추위가 찾아올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부도리는 문득 지금 연구하고 있는 탄산성분을 많이 함유한 화산을 분화시키면 추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렸고, 마침내 이를 위해 자신을 바치기로 한다.

 

 

 

 

 

2. 감상평 。。。。。。。。  

 

    부도리의 꿈은 아마도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그 가족을 재구성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영영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그의 꿈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린 시절 집을 떠난 부모님을 다시 만나는 것도, 헤어진 동생을 다시 찾는 것도 애니메이션이 끝날 때까지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여기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이 꿈을,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단는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킨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의 희생한다는 이타심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숭고한 결심 중 하나다. 물론 일본의 경우 이런 이타적 감정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가미가제라는 저주스러운 논리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 부도리가 가진 이타심의 방향은 파괴보다는 보존과 공존 쪽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 (참고로 제작자는 이 영화를 2001년 일본 지하철역에서 승객을 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 씨를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에 있다. 우선 이야기의 구조가 그리 탄탄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고, 처음부터 동생 네리를 찾아 나선다면서 여기 저기 들릴 곳은 다 들리며 몇 년간이나 보내고 막상 동생의 흔적을 발견하고도 찾는 둥 마는 둥.. 부도리의 성장기를 그려내려고 했다면 그가 지나온 여정들에서 뭔가 성장하는 요소들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딱히 시간만 보냈던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가 너무 대놓고 교훈적 요소를 집어넣으려고 했다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 말은 영화의 최종부분에만 해당하지, 나머지는 딱히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영화 내내 자연의 모습이 내내 강조된다. 함께 살아야 하는 건 동료 인간(고양이?)만이 아니라 자연도 그 상대라는 느낌? 덕분에 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푸른 녹음과 산촌풍경, 그리고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근대화시기의 도시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 그게 상당히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까지 등장하니.. 전반적인 스토리 구조는 아쉽지만 볼만은 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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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하게 말하면,

 

정부는 피통치자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내가 허용해 준 부분 이외에는

 

나의 신체나 재산에 대해서 순수한 권리를 가질 수 없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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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독교는 비겁할까? - 본회퍼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유.행동.의
디이트리히 본회퍼 지음, 만프레드 베버 엮음, 정현숙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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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독일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글들 중 일부를 뽑아 항목을 나눠 엮은 책이다. 오랫동안 본회퍼의 글을 전문적으로 펴냈던 편집자답게 다양한 저작들로부터 좋은 문장들을 골라냈다.

 

 

 

2. 감상평 。。  

 

 

     본회퍼가 속해 있었던 독일 루터파 교회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종교개혁자 루터의 고향이자 그의 개혁이 시작되어 결국에 열매를 맺었던 나라인 독일에서 이 신앙형태는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에서만 의의를 갖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당시 로마교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유럽에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던 신성로마제국의 압제로부터 독일민족의 독립 쟁취하는 데 중심이 되던 사상이기도 했다. 오늘날 독일의 루터파 교회에서 일하는 성직자들이 일종의 공무원처럼 정부로부터 사례를 받으며 그 신분이 보장되는 이유도 (대신 그 자격을 획득하는 게 우리나라처럼 녹록하지 않다) 이런 역사적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국가와 교회 사이의 이런 일종의 밀월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반드시 부작용도 나올 수밖에 없다. 교회의 세속화가 그것인데, 자칫 교회가 정부의 힘과 권위에 의존하려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히틀러의 출현을 바라보는 독일교회의 태도가 그랬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독재자와 싸우다 처형된 이가 바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였다.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의 말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그 사람의 삶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으로 무슨 좋은 말을 하든, 삶으로 자신의 말에 신뢰감을 더해주지 못한다면 그냥 헛소리일 뿐이다. 이 책에 실린 본회퍼의 평이한 듯한 말들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그가 나치에 의해 처형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내뱉은 말을 삶으로 옮기려는 오랜 고민과 행동을 해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곳에서 이렇게 발췌한 문장들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역시 그보단 전체 글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게 더 재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그 정확한 문맥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지나치게 의미가 산란되어 버리는 감이 있으니까. 영양제 안에 아무리 여러 가지 영양소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직접 음식을 먹는 즐거움 또한 포기할 수는 없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아서 살짝 당황했다. 여백을 널찍하게 줘서 사실 담겨 있는 내용도 많지 않고.. (그런데도 정가는 9천원이나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목에서 제기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썩 시원하게 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금방 다 읽고 나서 좀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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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 2014-10-0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곳에서 이렇게 발췌한 문장들을 읽는 것도 좋지만, 역시 그보단 전체 글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게 더 재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소개한 목적은 청소년들에게 본회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답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부제로 `청소년을 위한`이 붙었어요. 청소년들에게 진정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서문 정도의 의미를 가진 소책자라고 볼 수 있지요. 한국에서 너무 엄청나게 소개된 경향이 있어 번역자로서 조금 아쉽지만, 본회퍼 설교집을 읽으면 여러 설교에서 발췌된 내용의 전후 맥락을 알 수 있답답니다. 물론, `제자도`나 `성도의 공동생활`, 그리고 덴마아크에서의 강연 등을 읽어 보셔야 하구요. 정확한 지적 감사드리며!

노란가방 2014-10-07 09:16   좋아요 0 | URL
아.. 번역하신 정현숙 선생님이신가요? 댓글까지 달아주시고 감사드립니다.

인터넷 서점 책소개의 어디에도 말씀하신 것 같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소책자` 느낌을 받을 만한 내용이 없어서요. 엄청나게 치밀하고 치열했던 투쟁이 담겨 있을 것 같다는 분위기만 물씬...
말씀하신 것처럼 일종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 총리가 추천할 정도의 무게감을 지닌 책일까 싶기도 합니다.

네, 말씀하셨던 다른 책들을 직접 읽어봐야겠지요.. ^^
 

 

 

 

사랑이란 이름으로 무엇이든 해도 괜찮은 것이 아니며,

 

사랑 때문에 고통당하는 것은 결코 낭만적인 일도 아니다.

 

 

- 수잔 피보디, 사랑중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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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 - 이제하 판타스틱 미니픽션집
이제하 지음 / 달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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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사랑의 시작을 위한 서른아홉 개의 판타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단편소설집이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서로 다르고, 그 이야기의 성격도 사람의 심부름을 하는 곰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는가 하면, 죽은 아내와 10년 만에 호텔에 간 어느 남자의 이야기 등 통일성보다는 다양성이 더 눈에 먼저 들어온다.

 

 

2. 감상평 。。  

 

    1937년에 태어난 작가라니.. 우리나라가 아직 일제 식민지였던 시절 태어난 거고, 십대에 6.25를 겪고 한 뭐 그런 나이가 아닌가. 등단도 꽤 일찍 한 모양인데,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책을 이전에 한 번도 읽어본 적은 없다. 뭐 내 좁은 독서의 폭을 탓해야 하는 건지도..

 

 

    책 뒷표지에 실린 추천사들에 있는 문구들이 흥미롭다. ‘인간백과’, ‘경계 없음의 미학’, ‘선과 악, 성과 속이 한데 어울려 있는 난마의 통속같은 말들인데, 굉장히 복잡한 느낌이지만 요약하면 내용이 제멋대로이다(?)라는 뜻은 아닐까? ㅋㅋ 실제로 각 단편들의 내용은 물론 주제, 이야기의 배경까지 널뛰기를 하고 있으니까.

 

    물론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럿 담아 놓으면 그 중에서 재미있는 것들, 혹은 독자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이 걸릴 만한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흥미롭게 봤던 작품들도 몇 편 있었다. 하지만 역시 단편을 가지고서는 뭔가 메시지를 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마지막에 실린 이야기이자 가장 긴 이야기였던 신시가 개중에 가장 읽을 만 했다는 건 이런 뜻일 거다.

 

    그런데 책을 중간쯤 읽던 중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작가의 관점은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묘사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전체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데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그림으로 치자면 구상화가 아니라 추상화 쪽에 가까운 셈. 이렇게 되면 논리적인 평가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뭐 이편도 나쁘진 않지만.

 

 

    나름의 독특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무슨 명작이라거나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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