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임진년의 침략이 실패로 돌아간 후,
왜군은 정유년에 다시 한 번 군대를 몰고 조선반도를
침탈하기 시작한다.
왜군의 보급선을 끊어 승리에 큰 공을 세웠던 이순신을
잡아다 고문하며 변태기질을 마음껏 발휘하던 조선의 한심한 왕 선조는,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대패를 한 후에야 부랴부랴
이순신을 다시 수군통제사로 임명해 적들과 싸우라고 내려 보낸다.
이순신의 손에 남은 건 거북선 한 척과 열두 척의
판옥선,
그리고 칠천량해전에서 완패하고 사기를 잃어버린 패잔병들이
전부,
이에 반해 왜의 관백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순신을 잡기
위해 특별히 해적출신의 구루지마를 보낼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었다.
3백 여 척이 넘는 왜선들을 맞아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열두 척의 배가 올돌목에서 전무후무한 대승을 거뒀던 이야기를 영화로 그려냈다.

2.
감상평 。。。。。。。。
최민식을 비롯해 류승룡,
김명곤,
조진웅 같은 묵직한 연기파 배우들이 여럿 출연했지만 정작
그들의 연기력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들이 연기를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 전체에 걸쳐서
워낙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조선수군의 판옥선과 시원한 해전 장면 때문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해전 자체에 공을 많이
들였고,
일부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가 좀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수준급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영화 속 최민식의
대사는 굉장히 절제되어 있는 느낌을 주고,
이순신의 라이벌로 설정된 해적 구루지마 역의 류승룡 역시
그다지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오직 전황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사실 굳이 많은 말을 덧붙여 애국심을 가장한 국가주의
같은 거라도 설파하려고 했다면 점수가 훨씬 낮아졌을지도 모르는 일.
감독은 ‘장수의 의(義)는 충(忠)에 있고,
충은 백성을 향한다’는 문구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중요한 메시지를 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엄숙하게 끌고 나간다.
물론 장수의 충성이 군(君)이 아닌 민(民)을 향한다는 메시지는 상당히 현대적인 생각이라 좀 두드러져 보이긴
한다.

이순신이 맞서야 했던 것은 단지 왜군만이
아니었다.
전투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아니 지는 게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였다)에서 패배감과 공포심에 눌려있던 아군의 휘하 장수들은 끊임없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심지어 실전이 벌어지자 대장선만 앞에 둔 채 명령을
어기고 집단으로 뒤로 물러서기까지..
그렇다고 당시 조정을 믿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영화 군데군데에서 드러나듯 서자 출신의 왕은 무능한데다
의심까지 많아서 이미 한 번 백성들의 인기를 얻었던 이순신을 죽이려 했었으니까.
그야말로 악전고투 속에서 빛나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조선말로 갈수록 이런 영웅들의 출현은 점점
적어지더니,
결국 일본에 의해 멸망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쯤 되면 인재육성 시스템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할 밖에..
더 큰 문제는 오늘날 우리들의 시스템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것.
폐지된 지 100년이 조금 넘은 신분제도는 돈과 권력을 기준으로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고,
인재라 할 만한 사람들은 이런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열심히 봉사하면서 자기 이익만 취하기 바쁘니,
다시 한 번 임진년의 위기가 찾아오면 과연 우리가 극복해
낼 수 있을까 싶다.

조금 앞서 개봉했던 ‘군도’보다는 확실히 볼만 했다.
사람들의 기대감도 상당한지 개봉 첫 날이었는데도 아침부터
극장이 거의 꽉 찰 정도.
조금 더 메시지를 넣어도 될 것
같았지만,
뭐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조금 더 주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여러 가지 차원에서 한국 영화계의 발전 양상을 볼 수
있었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