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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딸이다 ㅣ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오래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십대인 딸 세라와 함께 살고 있는 앤은 세라가
친구들과 함께 스위스로 휴가를 떠난 동안 한 모임에서 리처드라는 남자를 만난다. 리처드 역시 오래전 출산 도중
아내와 아이를 잃은 상황이었는데, 금방 마음이 통하게 된 두 사람은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휴가에서 돌아온 세라는
겉으로는 엄마의 재혼을 환영한다면서도 리처드와 온갖 일들로 충돌을 벌이고, 결국 앤은 리처드와의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일이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사건이 남긴 후유증은 예상외로
커서 이 두 모녀의 생활은 크게 달라진다. 2년 후 세라는 평판이 좋지 않은
남자와의 결혼을 두고 엄마의 조언을 듣기 원했지만, 앤은 세라 스스로 결정하도록
방관하는 태도를 보인다. (물론 결혼은 세라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게 된다.)
딸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포기했다고 느끼는 앤과 엄마가 자신의 불행을 바랐다고 생각하는 딸 사이에 오해의 골이 점점 깊어져가면서 상황은 악화되어가기만
한다.
2. 감상평 。。。。。。。
어머니와 딸은 기본적으로 여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여자는
어렵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남녀의
생각 구조를 비교하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정말로 여자들의 심리는 남자인
나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작품은 그런 여자의 심리를
소재로 쓴 소설인데, 주인공 모녀의 심리묘사를 보면 왜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지를 언뜻 짐작하게 해 준다. 추리소설이라고 단지 트릭만 잘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이해와 그 서술능력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거니까.
책이 술술
읽히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물밑의
이 두 여자들의 신경전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 신경전이 단지
독자들에게만 숨겨져 있는 게 아니라 소설 속 두 주인공들에게도 숨겨져 있다는 점, 즉 앤과 세라도 서로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전개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며 사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독자들까지도 중간중간 어떤 것이 진실인지 혼동되기까지..
한편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영원한 갈등과 사랑의 이중적
관계를 또 하나의 축으로 해서 공감대를 넓힌다. 혈연으로 연결된 이 관계는 그
어느 것보다 가까울 것 같으면서도, 그 가까움 때문에 다른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솔직한 말과 행동들이 난무하는 관계. 서로간의 사이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종종 경계가 무너져서 충분히(완전히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누구보다도 더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하는 그 어려운 관계.
결국 문제 해결은 공감에서
시작한다. 세라가 앤의 마음을 조금 더
생각했더라면, 앤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 세라를
좀 더 일찍 용서하고 딸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더라면.. (사실 이런 것들은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보여줄 수도 있는 것들인데)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작품. 딸들에게라면 좀 더 와 닿는 면이
많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