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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1. 줄거리 。。。。。。。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다시 작가의 길로 돌아온 저자가 자신의 지난 발자취를
찬찬히 되돌아보며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 편하게 서술한
에세이집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쉴 때는 지나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게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산다면
그것이 가장 잘 사는 게 아니겠느냐는 속 편한 소리를 담고 있지만, 또 그가 물려받은 재산으로 편하게
살다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해 보면 특히 지난 몇 년간 무엇이 그를 이렇게 변화시켰는지 생각하게도 만든다.
2. 감상평 。。。。。。。
이 책까지 하면 유시민이 쓴 책을 대여섯 권 정도 읽은 것
같다.(그리고 또 한 권이 내 책상 위에
있다) ‘대한민국
개조론’에 담긴 자유무역과 복지에 대한
그의 소신을 읽으며 FTA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재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운명이다’를 통해서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대한 인간적인 그리움에 함께 젖어들었었다. 그가 정치판에 몸담고 있을 땐
주변에서 종종 싸가지가 없다는 소리를 듣곤 했지만, 좀 날카로운 면은 있어도 그가
하는 말에 논리적인 오류가 크게 발견되지는 않았기에 (난 억지 부리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그런 평들에 크게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유독 최근 읽은 두
편의 에세이 - ‘후불제
민주주의’와 이 책 -에서는 이전과 같은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에세이라는 장르 자체가
유시민이라는 인물과 잘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어쩌면 그가 펼쳐놓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지식소매상’으로서의 그의 자기정체성에 충실한
글쓰기 방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에서도 몇 번
언급되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지식소매상이란
여러 책이나 인터넷 정보들을 참고해 자신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글쓰기 형태를 말한다. 소수의 전문적인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지만, 이 방식의 글쓰기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한 가지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오류는 적당히 피해가면서,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버리는
것이다. 근거가 되는 정보 자체의
오류나, 서로 다른 논리들을 대충 하나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논법은 글의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
다시
말하면, 내가 유시민의 책을 읽으며 가장
높이 샀던 ‘논리적 일관성’이 많이 약화된 것
같다. 한 예로 유물론적 인간이해가
아니고서는 인간 ‘정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독단적인
주장(96)에서 어떻게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족’과 ‘즐거움’, ‘사랑’ 같은 주제들을 뽑아낼 수 있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 그 입장을 정말 끝까지 끌고 가
본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글의 내용에서도 상황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다른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애쓰는
것 같다는 받는다. 그를 개인적으로 만나보지는
못했으니,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뜬금없는 크라잉넛에 대한 찬사에
이르면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게
잘 사는 것이라는 속 편한 소리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과 그리 다르게 들리지도 않고..
저자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진보와 연대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읽으며 생각할
꺼리들이 여러 개 보였다. 그리고 여기서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도 나아지고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자는 식의 논조는 확실히 부드러워 보인다. 글의 전반적인 논지에는 딱히 트집
잡고 싶은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워낙에 비슷한 내용들을 말하는
사람들이 여럿이니.. (어차피 비슷한 내용을 말하려면
이왕이면 먼저 말하는 쪽이 점수 따기가 쉽다) 이 책만의 독특함이 뭔지 와닿지
않았던 책.